눈부신 하루 일본문학 컬렉션 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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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하루’는 일본을 대표하는 여러 작가들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참여 작가들을 보면 새삼 혀를 내두르게 된다. 실로, 일본 소설의 한 세대를 풍미했다고 할 수 있는, 심지어 지금도 꾸준히 화자되고 또 읽히는 작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수도 많아서, 설사 일본 소설을 애독하는 독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책에 수록된 작가중 꽤 여럿을 알만하다.

시대적 상황과 함께 청춘의 우울함과 절망감 같은 것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라든가, 지금봐도 세련되고 위트있다고 하는 ‘나쓰메 소세키’,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에도가와 란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게 간단한 주제를 던져주고 받아낸 글들은, 애초에 작품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채워달라고 한 분량도 적었기 때문에 가볍게 쓸만했을 것 같기도 한데, 막상 읽어보면 상당히 고민을 하는가 하면 무슨 단편이라도 쓰는 양 형식과 구성까지 제대로 갖춘 글로 완성한 것도 있어서, 새삼 ‘역시 작가구나’싶게 만들기도 한다.

책에 수록된 글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작성된 것이고, 어느정도 주제를 주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것도 허용한 느낌이라, 각각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 있어, 목차를 펴고 끌리는 것부터 읽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물론, 소주제에 그렇게 걸맞는 글을 만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다자이 오사무가 쓴 것이나 그에 관한 일화를 담은 것들에 관심이 갔는데, 그의 작풍이나 그의 일생 때문에 일상이 가미된 에세이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글 자체만 봤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건 역시 ‘에도가와 란포’의 에세이로, 미스터리 요소나 이야기의 전개 등이 꽤나 완성도가 있어서, 대체 이게 에세이인지 아니면 짧은 단편 미스터리인건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과연, ‘코난 도일’도 현실에서 추리를 펼친적이 있다더니.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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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건너는 모험가
안제도 지음 / 리버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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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건너는 모험가’는 꽤 흥미롭게 볼만한 정통 판타지 단편집이다.

서로 다른 세가지 이야기를, 누군가가 마치 여행담을 늘어놓는 식으로 들려주는 구성으로 만들어진 이 소설은 짧지만 꽤나 잘 짜여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계절의 대륙’은 무려 신화와 역사가 있고 나라간의 관계가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있다.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해서 담은 듯한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좀 감질맛나는 책이기도 하다.

판타지처럼 전혀 다른 세계관과 설정을 가진 이야기는 아무래도 단편으로 그리기가 쉽지 않다. 이미 알고있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특정한 한가지 아이디어를 더해서 그것만을 주요하게 다루는 것이 아닌 이 책처럼 정통 판타지에 가까운 모양새를 갖추었다면 더 그렇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따라가기 위해서 알아둬야 할 세계관이라든가 역사, 고유 명사같은 것들이 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래서 이 소설의 단편들은 모두 어딘가 한군데씩은 완전히 다 채워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분량상 뒷이야기같은 것들을 은금히 암시하기만 하고 넘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처음 보는 사람도 충분히 읽어나갈 수 있도록 나름 그렇게까지 복잡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낯선 고유명사들이 나오면서도 문장이 잘 읽히게 쓰기도 했고, 전형적인 판타지 클리셰를 사용했기에 어느정도는 미루어 짐작해볼만도 하기 때문이다.

정통 판타지에 가까운 구성을 한 것 못지않게 나름 무게감이 있는 이야기도 개인적으로는 꽤나 맘에 들었다. 사소한 방심, 잘못된 열정, 어긋난 생각 등이 모여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맘에 안들면서도 좋단 말이지. 일종의 단편집인만큼 조금씩 다른 색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았다.

이 책은 전작 ‘사계절의 대륙’과 같은 세계관과 인물을 공유한 일종의 외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본편은 어땠을까. 또 후속작이 나올까.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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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7 - 외톨이 늑대의 숲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7
타냐 슈테브너 지음, 코마가타 그림, 김현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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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 슈테브너(Tanya Stewner)’의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7: 외톨이 늑대의 숲(Liliane Susewind #7 Rückt dem Wolf nicht auf den Pelz!)’는 릴리 수제빈트 시리즈 일곱번째 책이다.

6권의 마지막이 마치 급하게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급작스러웠기 때문에 그 후폭풍이 어떻게 불어닥칠지 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변화가 생기면서 조심스럽게 어떻게든 지내왔던 생활마저 사라지고 더욱 경계해야만 하는 생활이 기다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순히 여러 사람들의 (좀 과한) 시선을 받는 정도 뿐이었다면 생각하기에 따라서 연예인 같은 유명인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특수한 능력까지 알려져버린 건 살짝 그런 선을 넘은 것이었다. 그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일까지 당하게 됐으니까.

생각해보면 릴리의 능력은 여러모로 상당히 위험한 능력이다. 책에서는 (어린이 창작동화라서) 좀 순화되어 나오기는 하지만, 그걸 악용하려는 사람에게는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을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까지도 동원할만큼 그렇다. 그래서 현실적인 상상을 계속 이어가보다면 문득 섬뜩해지기도 한다. 이 소설이 동화라는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이번 권에서의 몇몇 장면은 릴리의 능력이 다른 면으로도 위험하다는 것을 엿보게도 한다. 혹시 릴리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는다면 굉장히 공포스러워 지게 될 것이라서다. 아! 이래서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마녀라느니 하면서 배척하곤 했던 것인가.

그동안은 대부분 착하고 좋은 사람들 속에 있었기에 별로 생각지 않던 가정이었는데 이번권에선 이런 양날의 검같은 점이 생각보다 많이 드러나서, 과연 이런 부분들이 이후 이야기에선 또 어떻게 부각될지 궁금하게 했다.

잠깐의 느와르 이후에는, 그 과정에서 만났던 외톨이 늑대를 위해 전처럼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그런 서늘한 현실감을 좀 가시게 해주며 다시 이전의 느낌으로 돌아간다.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 역시 주변에 많이 있고, 각자가 사는 환경같은 것은 모두 다르지만 충분히 서로 도우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일러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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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운
티파니 D. 잭슨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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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D. 잭슨(Tiffany D. Jackson)’의 ‘그로운(Grown)’은 그루밍 성범죄를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이다.


초반만 보면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려는 건지 좀 의아할 수 있다. 사건을 연상케하는 단상 뒤로, 마치 동화나라 신데렐라 스토리같은 이야기가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게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닌, 단지 시간차만 있는 같은 이야기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과연 이게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건지 궁금하게 한다.

이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드러나게 되는데, 그걸 조금씩 쪼개고 ‘비트 주스’와 거기까지 이르게 된 과거의 단편을 쌍으로 묶은 것으로 각 파트를 동일하게 구성하고, ‘지금’을 조금씩 재생하면서 ‘그때’의 일들을 돌아보는 식으로 만든건 꽤 괜찮다.

현실에서 동화, 그리고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는 분위기 전환도 좋다. 현실 후의 동화는 그게 더 아름다운 것처럼 보이게 하며, 마찬가지로 그 이후의 현실을 더더욱 추악한 것으로 보이게 한다.

다만 아쉽게도 그 사이를 채운 것은 좀 뻔하고 충분하지도 못하다. 남녀가 엮인 일인데다, 주요 인물들이 다소 맹목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어떻게 될지는 일찍부터 냄새가 났다. 그래도 최근 많이 쓰인 소재라 다소 피로한 것일 뿐 그것 자체가 문제인 것까지는 아니라,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만 연결했다면 그래도 괜찮았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적어도 구린 속내를 은근히 풍기다가 드러난다거나 할 줄 알았지, 이렇게 극단적으로 획 바뀔줄은 몰랐다. 그래서 캐릭터 변화가 좀 뜬금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게 주요 캐릭터다 보니 단지 해당 캐릭터 뿐 아니라 상대 캐릭터까지도 이상해 보이게 한다는 거다. 딱히 감내해야만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그렇게까지 받아들이나 싶어서다. 보통은 그런식이면 한순간에 현타가 오면서 확 깨지 않나?

급작스런 변화는 이중성과 역겨움을 부각시키기도 한다만, 그걸 그대로 받아주는 인물에 공감하지 못하게도 하고, 이야기의 사실감과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크게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거기가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했던 지점이 아닌가 싶다. 이것 때문에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들도 좀 붕 뜬 무엇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처지도 그렇고, 그녀에게 행해지는 그루밍과 가스라이팅도 썩 그럴듯한 무언가로 보이지가 않았다.

오히려 의심의 여지가 다분한 것까지 무리하게 끼워맞춘듯 억지스러워 보였다. 이것도 그럴만한 심적인 공황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을 미리 깔아두었다면 설득력 있었겠다만 그런 빌드없은 거의 없었을 뿐더러 반대로 이상한 정황을 보고 의문을 품는 장면같은 건 여럿 있기에, 그런데도 이렇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썩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다.

실제 사례가 있는 꽤나 뜨거운 논란 거리를 소재로 한만큼 그 추악한 면을 마주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려는 의도는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나열하듯 던지면서 보여주는 것에 보다 집중한 느낌이지 거기까지 이르고 또 이어지는 서사는 제대로 쌓은게 아니라서 오히려 반대측의 의견을 떠올릴만한 의아함도 드는만큼, 소설로서의 완성도와 그를 통해 전달하려는 사회적 메시지 모두 결과적으로는 좀 아쉽게 된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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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가 왔습니다
조피 크라머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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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피 크라머(Sofie Cramer)’의 ‘메시지가 왔습니다(SMS für Dich; Text for You)’는 문자를 통해 시작되는 인연을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아마 허투로 보고 지나칠만한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소재나 시놉이 좀 뻔해보이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배송된 편지같은 것으로 인연이 싹을 튼다든가, 그게 목소리나 모습을 볼 수 없는 제한적인 수단이라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부추기는 장치가 된다는 것도 그렇고, 그러다가 서로에게 조금씩 끌리게 된다는 흐름 역시 솔직히 좀 많이 우려먹힌 소재와 이야기 전개니까. 지금에와서는 고전적인 클리셰라고 해도 될 정도다.

연인과 헤어진 슬픔이라든가, 잘 풀리지 않는 직장이라든가, 사소한 장난, 뜻밖의 우연에 끌리는 것 같은 캐릭터의 기본 설정같은 것도 좀 그렇다.

그래서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표지까지 단순해서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다보니 더 그렇다.

그러나, 막상 읽기 시작하면 꽤 볼만한 소설이라는 걸 곧 알 수 있다. 소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두가지,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가 충분히 괜찮기 때문이다.

클리셰적인 설정들도 단지 두 사람을 잇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와 그들이 가진 드라마를 보여주기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그렇게 시작한 서사도 조금씩 흥미를 잃지않게 유지하면서 꽤 풀어내서 등장인물들의 심정이나 생각같은 것에도 이입하며 볼 수 있게 한다.

특별한 소재나 전개, 반전같은 것은 분명 그 자체로 신선한 맛이 있어 좋기는 하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것들을 통해 캐릭터의 서사와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충분히 괜찮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2009년작인 소설은,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영화(SMS für Dich, 2016)로도 만들어져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았었는데, 그걸 이번에 새로 리메이크한다고 하니 또 어떤 각색과 연출로 둘의 이야기와 로맨스를 담았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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