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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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미에코(川上 未映子)’의 ‘헤븐(ヘヴン; Heaven)’는 학원폭력 문제를 그린 소설이다.



2009년 8월에 처음 공개된 이 소설은, 솔직히 말하자면 현대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겐 그리 공감받지 못할 소설이다.

그 첫번째 이유는, 일본 특유의 기묘한 정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1

일본 컨텐츠는, 열혈이 넘쳐나는 소년만화에서는 좀 드물기도 하고, 순정만화라고도 하는 소녀만화 역시 대체로 대중적이라 할만한 연애를 그리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가족 드라마나 인간 드라마라 할 부류에서는 꽤 잦게 ‘어?’하는 괴리를 느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거기까지의 과정들이 그런 생각과 감정으로 결론맺게 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감정적 정체성, 말하자면 일본적 감수성을 한국인은 갖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꽤나 그런 일본적 감수성을 진하게 담아낸 것이다. 주인공도 그렇지만, 주인공의 이해자처럼 등장하는 ‘고지마’는 특히 그렇다. 이들의 발상이나 행동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폭력 피해자의 압박감이나 그로인해 뒤틀린 사고는, 그와 똑같은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100% 온전히 이해하거나 심지어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상식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에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인지 쫌 따라가기 어렵다.

이것은 이 소설이 다분이 90년대 후반의 세기말적 감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분명 그 시기를 거쳐왔고, 그때에 많은 정신적, 정서적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을 거의 직접적으로 뱉어낸 듯한 문장으로 써내기도 했기 때문에 그에서 벗어난 지금 보는 소설은 일상과 사회, 더 나아가서는 세계에서도 벗어나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썩 좋은 소설이라고 하긴 어렵다. 이런식의 감성과 경험은, 일본적인 감수성을 갖고 그러했던 시기를 겪었던 사람들이나 공감할 수 있을법한, 지엽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주인공의 정신상태나, 잘못된 길로 들어선 자의 인도로 인해 겪게되는 혼란, 그리고 그에서 벗어난 후 맞게되는 ‘일반적인 일상’이란 것의 감사함을 강조하기도 하나, 지나치게 극적이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야기가 이렇다보니, 몇몇 문답을 통해 담고있는 윤리와 선악에 대한 문제같은 다소 철학적인 부분들도 좀 묻히는 감이 있다.

뭐, 어쩌랴.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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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사이드 타운 : 상 잠뜰TV 본격 오리지널 스토리북
루체 그림, 박미진 글, 잠뜰TV 원작 / 서울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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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사이드 타운: 상’은 동명의 방송 컨텐츠를 소설화한 책이다.

써니 사이드 타운은 다른 컨텐츠처럼 시리즈가 아니라 개별 컨텐츠로써 제작된 것이라서 그런지 꽤 여러가지 다른 특징들을 보인다. 한권으로 딱 떨어질 정도의 분량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고, 상황과 캐릭터 설정이 처음부터 비교적 뚜렷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다. 그뿐이랴. 심지어 이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이야기가 이런 것은 몇가지 부수효과를 가져오는데, 하나는 폐쇠적인 공간에서의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배가된다는 거다. 일종의 코스믹 호러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원초적인 공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일종의 게임 컨텐츠로서 게임적 요소를 많이 사용했기에 소설화 했을 때 그것이 어색해지던 면도 있었던 다른 컨텐츠와 달리 일단은 은근슬쩍 넘어가게 해주기도 한다는 거다. 그건, 이 이야기의 진실이 전혀 색다른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자면, 등장인물들이 사실은 다 이상한 애들이었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햇빛을 받으면 변이를 한다든가, 상태가 안좋던 애에게 마취해제약을 먹였더니 좋아진다든가, 이상하게 흘러나오는 방송과 엘리베이터 동작같은 여러 상식적이지 않은 것들도 어쨌든 결말이 나오기까지 일단 보류하며 보게된다.

폐쇠병동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조심스런 탐색을 그린 이야기는 그 자체로 꽤 흥미롭기도 하다. 과연 각자의 항뱡은 어떻게 될지, 상식에서 벗어난듯한 상황과 은근히 조금씩 뿌려둔 떡밥들은 과연 어떤 진실로 한데 모이게 될지, 하권을 사뭇 궁금하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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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키퍼의 딸
안젤린 불리 지음, 김소정 옮김 / 문학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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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린 불리(Angeline Boulley)’의 ‘파이어키퍼의 딸(Firekeeper’s Daughter)’은 한 인디언 공동체에서 벌어진 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책을 열면 좀 놀라게 된다. 이런 책은 새삼 오랫만이기 때문이다. 지면을 아끼고, 내용을 꽉꽉 채워넣은 책 말이다. 글자 크기도 작아 전체적으로 좀 이전 출판 경향을 따른 느낌이다. 그래서 보려면 좀 제대로 각잡고 보는 것이 좋은데, 애초에 그렇게 가볍게 볼만한 내용을 담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별로 단점같진 않다. 굳이 나눠서 내는 것보다는 이렇게 내는 편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개인 취향이긴 하다;)

소설은 꽤 흥미로운데, 소재부터가 그렇게 흔하게 다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디언 사회의 이야기라니, 좀처럼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이건, 이런 소설을 쓰는 것이 좀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서 그런 게 크다. 자칫 허황된 찬양이 되거나 부정적인 편견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혹시라도 그렇게 된다면 거한 비난을 피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아예 이런 이야기를 쓰지 않음으로써 그런, 작가생활까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문제를 피하고자 한다.

그렇다보니 흑인, 인디언, 이민교포처럼 해당 사회에서 소수라 할만한 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에의해 쓰여지게 된다. 그들만이 그런 최악의 경우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소설도 그렇다.

오지브웨 원주민 작가가 쓴, 해당 지역사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은 꽤나 볼만하다. 앞서 말했듯 쉽게 접하기 어렵기에 그렇기도하지만, 지역사회에 속한 작가라서 더 내밀한 부분들을 사실적으로 써내서 그렇기도 하다.

덕분에 다수인 이주민들의 언어를 주 언어로 하면서도 여전히 계승하고 있는 원주민들의 언어나 문화같은 것들을 엿볼 수도 있고, 섞이면서 생기게 되는 정체성이라든가, 반쯤은 폐쇠되어있는 원주민 사회기에 벌어질 수 있는 문제, 그리고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에서 여전히 벌어지는 인종차별 같은 것들을 볼 수도 있다.

그런 문제의 연장에서 사건을 보여주고 비밀을 파헤치는 일종의 형사 드라마같은 전개를 사용한 것도 꽤 괜찮아서 이야기 자체의 흥미로움을 올려주기도 한다.

원주민, 이주민, 그리고 그사에서 난 혼혈이라는 캐릭터도 꽤 적절해서 독자의 이입을 적당히 끌어내기도 하고 양쪽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도 한다.

일종의 형사 드라마같은 전개라고 한 것과 달리 미스터리적인 면은 좀 아쉬운데, 이야기가 좀 전형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뒷심은 다소 아쉽다는 느낌도 남는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가 예정되어있다고 하는데, 원작 관련해서 최근 좀 문제가 있기도 했었던지라, 과연 어떻게 각색이 될지 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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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잔 - 경남 스토리 공모전 대상 토마토문학팩토리
박희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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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잔’은 ‘이도다완’을 소재로 한 가상역사 소설이다.

이 책은 전혀 역사를 재현하거나 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다. ‘이도다완’을 ‘막사발’로 얘기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보통은 당시에 유행했던, 말하자면 최신 트렌드의 사기였다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자의 생각이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다. 대체 왜 이렇게 투박해 보이는 것이 그렇게까지 인기를 끌었던거지? 라는 것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흔히 할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벼운 의문에서 시작해, 당시 한중일 삼국의 도자기 상황이라든가, 한국의 사기장의 위상, 일본의 시대 파악, 그리고 소위 ‘도자기 전쟁’이 일어난 배경까지 상상력을 재미있게 뻗쳐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짜냈다고 할만하다.

그런점에서 고증에 신경쓰기보다는, 애초에 온전한 픽션으로 이야기의 큰 틀을 잡고 온전히 새로 만들어낸 인물을 통해 계속해서 볼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도 좋은 선택이다. 덕분에 실제 이야기에서는 자칫 부족했을 수도 있는 등장인물간의 긴밀한 관계라든가,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미묘한 관계와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다.

문장도 꽤 준수하다. 시대 배경을 느끼게 하면서도, 너무 사극톤은 아니라 읽기 편해서 적당히 역사스런 이야기로 즐길만하다.

굉장히 많은 사기장들이 단지 한국에서 뿐 아니라 명나라에서도 활약하고, 그렇기에 일본에서 탐하던 인재였다는 다소 국뽕스러운 면도 (온전한 픽션이라는 걸 알고 보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는 꽤나 유쾌하게 볼만한 요소다.

어쩌면 자칫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었을만한 의문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발전시켜 나름의 이야기로 완성한 솜씨는 꽤나 칭찬할 만하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소설이 아이디어 선점을 위한 일종의 초안같은 것이며 제대로 된 얘기는 드라마를 통해 선보일 것이라고 거의 대놓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 어디 그 최종 목표이자 완성형이라는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질지 함 보자 싶다.

언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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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그림찾기 화투 - 화투 그림의 재해석!
예다움 기획 / 도서출판 큰그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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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그림찾기: 화투’는 화투 그림을 변형해 만든 놀이책이다.

화투는 놀이용 카드의 하나다. 당초 트럼프 카드를 이용한 놀이가 도박성 때문에 금지된 것을 우회하려고 만들어진만큼 유사성이 있으면서도 또한 차별점이 있는데, 특히 꽤나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이 특징으로 소위 ‘동양화’라는 식으로 얘기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있으면서도 개별 카드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게 차이를 둔 그림은 게임용 카드로서도 잘 만들어진 편이며 그 자체 디자인 역시 꽤 수려한 편이다.

이 책은 그런 화투의 그림을 변형하여 다른그림찾기 놀이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기본 도안을 최대한 유지한 것 뿐 아니라 기본 도안은 거의 소재로만 사용했다고 해도 좋을만큼 새롭게 재구성한 것들도 많아서 그것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새로 만들어진 것 중 실루엣이나 레이아웃같은 것만 유지한 것들은 더 이상 화투 그림같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은 원안에 비해 패턴이 복잡하므로 다른 부분을 찾는 방법도 다르고 비교적 더 어렵기도 하다. 이런 변화가 질리는 느낌을 좀 덜어준다. 중간 중간에 퍼즐 게임을 둔 것도 한번 화기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 화투의 도안은 원판인 일본 화투의 것에서 색을 줄이고 단순화해 만들어진 이후 딱히 개정되거나 한지는 않았다. 다만, 게임사 등에서 이벤트 성으로 화투를 만들 때 자기들의 IP를 이용해 일부 이미지를 변형하는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덕분에 헷갈릴 일 없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만, 트럼프나 타로 등 서양 카드들이 다양한 디자인이 있어 개성있고 보는 재미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좀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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