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행성이 있었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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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를로르(François Lelord)’의 ‘푸른 행성이 있었다(Es war einmal ein blauer Planet)’는 정신과전문의가 선보이는 첫 SF 소설이다.

정신과전문의이자 ‘꾸뻬 씨’로 유명한 작가이기도 한 저자가 갑자기 SF 소설을 썼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뭐랄까, 결이 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넓게 보면 썩 그렇게 결이 다른 이야기도 아니다.

SF 소설은 과학적인 상상력을 정말로 흥미롭게 보여주는 부류도 있지만, 그것을 주인공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장치로써 사용하는 것도 있고,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배경을 만드는데 쓰기도하고, 단순하게 메시지를 강조하는 양념같은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도 있다.

이 소설은 이런 점들을 꽤나 잘 이용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화성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인류라는 점을 통해 화성인들만의 독특하다 할 수 있는 사회, 그들이 가진 결여같은 것들을 잘 보여주기도 하고, 다시 지구로 향한다는 것을 통해 이후 이야를 흥미롭게 이끌어가기도 한다.

기술적인 소재나 묘사에 대한 집착이나 미련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적당히 독자가 SF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면서 하려는 이야기에 집중해 그것을 잘 풀어내기도 했다.

글 솜씨도 좋아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1인칭 시점으로 전개하는 건 나름 독특한 구성을 했지만, 잘 읽히고 몰입감도 있다.

인간에 대한 생각거리 역시 잘 던진다. 다소 디스토피아적인 사회는 그것을 강조하며 독자를 진지하게 사색해보게 한다.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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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고요한 숲속에 씨앗 하나를 보더리스
키티 오메라 지음, 킴 토레스 그림, 최현경 옮김 / 사파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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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 오메라(Kitty O’Meara)’가 쓰고 ‘킴 토레스(Quim Torres)’가 그린 ‘언젠가 고요한 숲속에 씨앗 하나를(The Rare, Tiny Flower)’은 이해와 경청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신비로운 새가 날아와 떨어뜨린 씨앗에서 신비로운 꽃이 피어난다. 사람들은 모두가 그 꽃에 감탄을 하지만, 곧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일어나게 된다. 각자가 꽃 색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처음엔 자기의 말이 옳다고 주장을 하다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점차 격앙되다가, 결국 상황은 극단적으로 엇나가게 된다. 더 이상 꽃을 보는 사람은 없다. 단 한명의 꼬마 아이만을 제외하고는.

짧막한 그림책인만큼 아이디어도 이야기도 간단한 편이다. 내용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익숙한데, 인간들이 보이는 모습이나 대립 상황, 그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가 오랫동안 반복되어 이야기되어온 대중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보는 맛도 꽤 좋고, 보고나서는 마치 새로운 깨달음이라도 얻게된 것처럼 울림도 느껴진다. 이야기를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색을 이용한 표현이나, 그림과 글자의 구성 같은 것도 좋아서 그림책의 장점을 잘 살렸다는 느낌이 든다. 만약 그림책이 아니었다면 이정도로 괜찮진 않았을 것 같다.

꽃을 알록달록하게 그린 건 좀 아쉬웠는데, 서로가 한면만을 보고선 자기만 옳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가 이런 꽃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색을 띄는 꽃이라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든가, 적어도 새로로 긴 꽃잎이었다면 그래도 모양과 위치에 따라 한 꽃잎만 봤을 수 있겠다도 싶겠다만, 얼룩무늬를 한 색으로 착각한다는 것은 좀 이상해 보인다.

반대로, 그만큼 꽃의 실제는 아무 상관 없었다는 걸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다양해서 도저히 편협하게 바라볼 수 없는데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것만이 옳다고 믿는다는 것을 꽤 강하게 비판하는 듯하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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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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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는 알기 쉬운 한글로 풀어 쓴 난중일기다.

‘이순신’을, 그리고 그가 쓴 ‘난중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다. 그만큼 그가 유명하고, 그의 저작 역시 여러 의미가 있는 대단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럼,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읽어봤겠네? 라고 한다면, 그게 꼭 그렇지는 않다. ‘일기’라고 하는 것처럼 일상의 이야기들을 적은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에 무슨 이야기적인 재미가 있다거나 한 건 아닌데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말로 적었기에 읽고 이해하기가 어렵기까지 해서다.

전자는 글 자체의 특성이므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대신 그가 살았던 시대 배경과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것과 함께 보면 좀 더 흥미롭게 볼 수는 있다.

후자는 옮긴이들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이다. 그리고 그걸 이 책은 실로 잘 해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한만한 점은 두가지다. 하나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시에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으며 여러차례 검토와 보충을 하면서 난중일기를 교정해온 저자가 그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 한국어에 걸맞게 잘 풀어냈다는 것이다.

말로만 읽기 쉽다고 하고는 번역상의 한계를 보인다든가 하는 부분을 보기 어렵다. 이는 물론 다른 문화를 기반으로 한 외국어를 번역한 게 아니라, 한국인이 쓴 글을 한국인을 위해 새로 풀어낸 것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만, 주석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심각하게 막히거나 하는 부분 없이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칭찬할 만하다.

다만 오타도 좀 있고, 본인의 일기에서 자기를 마치 제3자처럼 칭하는 것처럼 이상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여러 문서를 참고한 것이라 그런건가 싶기도 한데, 그렇다면 어느 출처에서 나온거라 그렇다고 표기를 하거나 아니면 이순신 자신의 일로 바꿔 쓰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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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시티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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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시티’는 가상의 도시 옐로우시티를 소재로 한 연작 소설이다.

책 속 옐로우시티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그 중간쯤의 어딘가로, 생전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영혼들이 모여사는 곳인데, 옐로우라는 미묘한 색깔로 얘기하는 것도 어떠면 그 어중간한 면을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연작 소설인 이 책에 실린 세개의 단편은 서로 큰 연관은 없다. 각각에서 나오는 인물이나 장소가 반복되며 등장하면서 이들이 옐로우시티라는 서로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분명히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개별 소설로 보아도 무관하다.

옐로우시티라는 장소 외에도 세 이야기는 공통된 점이 있는데, 그건 이야기 속 인물들이 깊은 상실로인해 힘들어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도 분명하게 모르는 무언가를 찾아 방황하고 그러다 옐로우시티에 이르게 된다.

옐로우시티가 실존하고 그곳에서는 헤어졌던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만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다분히 긍정적이고 힐링이 느껴질 것 같지만, 막상 읽어보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옐로우시티는 미련을 가중시키고 현생마저 버리게 만드는 부정적인 곳으로 느껴진다. 저자가 담으려고 했던 위안 같은 것과는 좀 다른거다.

그런 이유는 저자가 옐로우시티와 그곳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호하게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건지, 그 결말은 무엇인지가 불투명해서 다 읽고 나서도 다소 몽환적인 이미지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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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을 부탁해 - 소방관 테마소설
고요한 외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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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을 부탁해’는 소방관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집이다.

우리는 꽤 분명한 소방관에 대한 기대가 있다. 자신의 위험마저 감수하며 사람들을 위해 몸을 던지는 희생정신, 소위 영웅적인 모습이 그렇다.

거기에 한국적인 요소를 좀 더하자면, 그들이 있기에 안전한 사회가 된다는 대단하고 꼭 필요한 역할을 맡고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대우는 좀 시원찮다는 거다.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장비가 없다든가, 큰 부상을 입고 은퇴하고서 근근히 살아간다든가, 그들의 생활이 썩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 들이 여럿 알려지면서 그런 이미지가 굳게 되었다.

이게 생각보다 크게 자리잡고 있다보니 소방관을 소재로 했다고 하면 대충 몇가지 많이 봤던 레퍼토리가 반복되리라고 쉽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수록작 중 일부는 꽤나 그런식으로 쓰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식으로 일반화를 해버리면 인간의 인생이란 것도 비슷비슷한, 딱히 새로울 것 없는 것이 되버리기 마련이다. 같은 것을 소재로 했더라도 그것을 대하는 사람은 물론 그들의 이야기 역시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지루한 반복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소방관에게 일어나는 일들, 기대하는 점 등을 꽤 잘 그려내면서도 각자의 드라마를 누구를 화자로 하여 들려주는가 등으로 차이를 두면서 나름 각자만의 개성도 챙겼다.

수록작 중에는 소방관 소재라는 걸 단지 현실에서와 같은 직업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좀 더 폭넓게 생각한 것도 있는데 그런 것도 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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