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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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퓌 리바넬리(Zülfü Livaneli)’의 ‘마지막 섬​(Son Ada)’은 튀르키예(Türkiye)에 대한 비판을 담은 정치적 우화다.



애초에 목적이 분명한 글인만큼 소설은 꽤나 노골적인 얘기를 담은 편이다. 대놓고 전 대통령이 등장하고,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물론 그가 어떤 짓들을 행해왔는지도 거의 직설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설사 튀르키예의 정치 상황을 모르더라도 그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고, 그렇기 때문에 소설로서의 읽는 맛이 떨어지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일종의 유토피아라 할 수 있는 섬을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이룬 공통체가 무슨 완성을 이루었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서서히 망가져가는가를 실로 섬뜩할만큼 잘 그렸기 때문이다.

독재 권력자가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가 하는 점이 특히 그렇다. 소설 속 전 대통령은 무력을 앞세운 독재자라고 딱 잘라 얘기할 수 있지만, 그의 통치는 놀랍게도 전혀 일방적인 통보 같은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토론을 하며 회의를 통해 소위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그렇게 결정된 것을 철저하게 따른다. 민주주의라는 껍질을 입고있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민주주의라는 정치 형태의 허상을 꼬집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모두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50% + 1명의 다수가 나머지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고작해야 조금 다를뿐인 또 하나의 독재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정치 구조나 권력자 뿐 아니라, 책은 또한 무관심한 국민들을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선주민인 섬 사람들에겐 그만큼의 힘이 있었고, 새주민인 전 대통령이 자기만의 주장으로 이상한 짓을 벌였을 때 얼마든지 항의하거나 협의하여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은 전 대통령의 행위를 인정하고 나아가 그가 더한 것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준다.

이런 비판은 한국이 이미 비슷한 문제를 겪었고 또한 지금도 겪고있기 때문에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물론 한국에 민주적 운동이 있었고, 그것이 큰 분기를 만들어냈던 것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쉽게 잊히고 잘못이 반복되는 꼴을 보고있자면, 쓴 웃음이 절로 아니일 수 없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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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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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은 인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에 대해 그려낸 사극 판타지 소설이다.

처음 저자의 소설을 손에 쥐었던 이유는 당연하게도 그의 유명세 때문이었다.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그의 여러 활동이나 생각을 들으면서 꽤 긍정적인 호감을 갖게 되었기에, 그런 그가 쓴 소설은 과연 어떤 내용과 이야기를 담고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인상은 좀 아쉬웠었다. 의미있는 글이었다고는 하나 소설로서의 재미가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글솜씨가 이제는 상당히 물이 오른 것 아닌가 싶다. 괜찮은 소재를 선정해서 흥미롭게 살렸을 뿐 아니라 그것 재미있는 이야기로 실로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인어와 인어를 먹음으로써 불로불사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오래되고 또한 많이 화자돼온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물론 작품 분위기에 맞게 살짝 뒤튼 것까지 여러가지 것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보아온 사람이라면 또 인어고기 이야기를 들고나왔다는 게 과연 어떨지 좀 우려스러울만도 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자가 그린 인어와 그들과의 연을 담은 묘사는 꽤나 빛이난다. 현재와 과거를 그린 두개의 물줄기로 인어에 대한 욕망이 어떻게 심화되어가는지를 그린 이야기는, 기존의 것을 답습하면서도 또한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변형도 잘했다. 시각적인 표현도 좋아서 꽤 매력적인 판타지로 보인다. 그것이 저자의 인어 이야기를, 다분히 예상이 되는데도 흥미롭게 따라가게 한다.

살짝 역사적인 에피소드를 끼얹은 것도 좋았는데, 그것 자체가 큰 반향을 일으키거나 하는 것은 아니나 이야기를 풍부하게 꾸며주는 역할을 잘 하기 때문이다.

당초 말하려던바도 잘 담았다. 일관된 캐릭터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일차원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등장인물들을 충분히 공감할만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이 엮여 자아내는 이야기도 꽤나 괜찮은 몰입감을 준다.

똑같이 인어와의 연을 쌓았지만 서로 다른 결정을 하고 다른 결말을 맞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이 각자의 사연과 주제를 강조하고 생각거리를 주기도 한다.

마무리도 나름 깔끔한 편이다.

이걸 전작들과 달리 몇개월만에 뚝딱 써냈다니. 이젠 유명인이 쓴 소설로서 화자되는 게 아니라, 그냥 소설가로서 얘기되도 충분한 정도에 이르른 게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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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아이
제스민 지음, 윤경 그림 / 바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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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아이’는 자폐 스펙트럼을 독특하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가족이 갖고싶던 쓸쓸한 인어아이와 아이를 갖고싶어하던 부부가 서로 빈 소원이 그들을 가족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정작 인간으로서의 삶과 인간관계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를 그리면서 자폐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 ‘레인맨(Rain Man, 1989)’을 통해 자폐는 소위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 많이 알려졌는데, 자폐증을 지금에는 자폐 스펙트럼이라고 고쳐 부르는 것처럼 자폐의 외부적인 발현은 굉장히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적이라 할만한 것도 있는데, 대게 일반적인 학습이나 사회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거다.

이 그림책은 그것을 흔하게 치부할 수 있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도록 인어아이라는 소재를 적절히 사용했다. 완전한 해설은 아닐지언정 이 책에서 얘기하는 기본 즉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고 서로를 알고 그에 맞추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한다.

장면 장면에 담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의 독특한 행동들과 그를 인어아이라는 정체성을 통해 설명하는 것은 꽤나 감탄이 나올만큼 공감가게 잘 그려졌다.

다르다는 것은 때로 곤란한 심정이나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 이해해나갈 수 있고 또한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잘 담았다.

실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혀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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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구
윤재호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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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3지구’는 새로운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SF 판타지 소설이다.

SF는 생각보다 범위가 넓은 장르다. 그래서 같은 SF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건 극히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건 심히 못마땅한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글의 세부 품질까지는 따지지 않더라도, 단지 선택한 소재나 그것을 다루는 방식,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가는 분위기만으로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꽤 호불호가 갈릴만한 SF 소설이다. 화성 이후로 새롭게 도달해 그렇게 이름붙였다는 제3지구나 그곳의 환경이라든가 로봇과 나노크리스탈같은 소재를 통해 나름 SF적인 분위기를 잘 만들었기는 하지만, 과학적인 상상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판타지에 가까운 능력자 배틀물 성격을 띈다는 점이 그 하나다.

액션은 SF에서 필수라 할 수 있는 요소긴 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과학적 상상의 연장에 있어야지 다이아몬드를 몸에 박고 개성적인 색을 발하며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며 소위 무쌍을 찍는 식으로 이뤄지는 건 좀 곤란하다.

나노메탈과 나노크리스탈, 다이아몬드라는 소재도 그리 흥미롭지 못했다. ‘나노’라는 이름이 너무 만능처럼 붙은 느낌이라 생리적인 거부감도 이는데다, 단지 그런 소재가 있다는 것이 어떻게 첨단 과학으로 이어졌는지가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마블의 영화 ‘블랙팬서’가 갖고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이 소설도 갖고있는거다.

사람에게 이식해 초월적인 능력을 갖게 해준다는 다이아몬드는 마치 만화 ‘암스’의 그것 같아 좀 묘한데, 그만큼의 설득력이나 몰입감은 보여주지 못해 하위호환같은 느낌이다.

글의 품질도 썩 좋지 않다.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장면별로 뚝뚝 끊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장면 장면을 확실하게 파악하기는 좋으나 대신 소설로서의 재미는 덜하다. 장면 자체는 시각적이나 그것이 글로 다 묘사되지 않은 느낌이라 더 그렇다. 영상물이었다면 화면에 담긴 것들로 그것들을 충분히 매꿔줄 수 있었겠지만, 글로는 추가적인 묘사나 정보를 전할 수 없다. 마치 영상화를 위해 구상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찍기위해 써낸 일종의 가이드 콘티같다.

판무 소설을 보듯 가볍게 본다면 그래도 볼만은 하겠으나, 진지한 SF 소설로서는 완성도가 좀 아쉽다. 그러나, 첫 시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를 기대치 않을 이유 또한 없다.

영상화를 위해 만든 IP라면, 실제 영상화한 결과물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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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 세상에서 너를 지우려면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황지영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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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도 잘 살렸고, 이야기 구성과 메시지도 괜찮은 성장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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