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LiPE : 튤립의 날들 팡 그래픽노블
소피 게리브 지음, 정혜경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피 게리브(Sophie Guerrive)’의 ‘튤립의 날들(TULiPE)’은 튤립 시리즈 첫번째 책이다.

때때로 이런 책들이 있다. 겉보기엔 가벼운 유아용 이야기인 것 같지만, 막상 그 내용엔 인생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는 것들 말이다. ‘찰리 브라운’이나 ‘스누피’로 유명한 만화 ‘피너츠(Peanuts)’나 동화 ‘곰돌이 푸(Winnie-the-Pooh)’ 같은게 대표적이다.

둘 중에서는, 아무래도 만화라는 공통점 때문에, 스누피와 더 유사해 보이는데, 이 책이 단지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이어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다소 풍자적인 내용이나 꼬집음이 날카롭게 보여주기도 해서 더 그렇다.

다만, 동물 캐릭터들을 이용해 꽤 본격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다룬다는 점이 특히 다른데, 덕분에 짧은 에피소드들도 오랫동안 곱씹어볼 생각거리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은 이 만화를 진지한 철학서의 일종으로 느끼게 한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난하해다는 인상이 있는데, 이 책은 문장이나 이야기 전개가 쉬워서 잘 읽히며 캐릭터의 생각이나 행동도 일반적인 선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공감도 잘 된다. 덕분에 딱히 철학이나 이론같은 걸 몰라도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귀여운 디자인과 각각의 개성이 강한 캐릭터, 그리고 그로부터 일어나는 상호작용 등도 괜찮아서 만화는 그 자체로도 꽤 보는 재미가 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내용과 재미 양쪽의 밸런스를 나름 잘 잡은 괜찮은 철학 만화가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분이 오신다 안전가옥 쇼-트 16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분이 오신다 안전가옥 쇼-트 16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분이 오신다’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그린 일종의 공포 소설이다.



이 책에 실린 두개의 소설은, 모두 좀 기묘하면서 애매한 느낌을 준다. 분명한 무언가를 그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막 감추고 알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주인공이 겪는 사건과 그 경과는 그래도 분명한 편이며, 그가 겪는 사건이 비롯된 존재가 무엇인지도 어느정도 묘사하고 정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치 않은거다.

첫번째 단편 ‘런’이 해석의 여지를 둔채 끝내버려서 그렇다면, 두번째 단편 ‘그분이 오신다’는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쓰여져서 그런 것에 가깝다.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공의 서사는 사실 곁가지라 할 수 있다. 그가 겪은 굴곡이나 그러면서 엿보게 되는 인간에 대한 혐오스러움, 사회비판적인 것으로 해석될만한 모순적인 모습 같은 것들이 사실은 다 맥거핀 같은 것이라는 말이다. 뒤로 갈수록 의미를 잃고, 종국에는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다만 본격적인 끝으로 가는 단 한번의 계기를 마련해줄 뿐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맞딱뜨린 후의 일이, 거기에 있었던 기묘한 사실이, 후반의 것으로 제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것인 것도 아니다. 그것 역시 아무런 중요도 없는 스쳐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대체 뭘 얘기하려는 거냐는 의아함이 꽃피기도 한다.

이걸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의 특징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게, 딱히 기괴한 소름끼침이나 공포, 종말론적이라 할만한 분위기같은 게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느닷없다는 것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개별 단편집으로 생각하고 읽어서 그런걸까.

이 책 속 이야기들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푸르게 빛나는’과 묶음으로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그게 ‘쇼-트’라는 기획으로 담기엔 양이 좀 되서 어쩔 수 없이 쪼개며 픽스업이 되길 바란건데… 글쎄다. 그러려면 각권이 개별적인 완성도를 갖고있으면서 또한 다른 걸 궁금해 할만큼 흥미를 돋워야 하지 않나. 그렇다기엔 너무 두루뭉실한 모호함과 난해함이 있어서 다른 반쪽까지 볼만한 동력을 주지는 않는다.

차라리 쇼-트 시리즈가 아닌, 개별 단편으로 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건분석관K : 미래범죄 수사일지
소현수 지음, 이미솔 기획 / EBS BOOKS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건분석관K: 미래범죄 수사일지’는 2094년 미래를 배경으로한 범죄 사건을 그린 SF 소설이다.

EBS 공상 토크쇼 ‘공상가들’을 원작으로 한 이 소설은, 그 중 2021년 말에 인기리에 방영했던 3회분의 파일럿을 기본으로 그에 살을 덧붙여 만든 것이다.

주인공을 일종의 형사라 할 수 있는 사건분석관으로 설정하고 여러 사건들을 돌아보게 하는 피카레스크 형식으로 구성한 것은,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방송이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 회차마다 다른 주제와 이야기를 가져와야하는 토크쇼였기 때문에 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 상상을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구성이기도 하다.

애당초 방송 원고를 쓸 때부터 소설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는 말이 무색치않게, 방송을 원작으로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글의 품질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는 처음부터 방송작가가 아닌 SF작가를 스토리 담당으로 하고, 그가 그대로 소설까지 담당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싶다.

미래 범죄들을 통해 보여주는 SF적인 상상력도 볼만하다. 비록 그 자체는 이미 어디서 많이 본 것들이지만, 마인드 업로딩과 안드로이드라는 주요 소재를 각 에피소드에서 잘 다루었고, 그를 통해 개별적이면서도 통일감있는 이야기를 만든데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해서 수준이 꽤 괜찮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라고 평하기는 좀 어렵다. 하려던 이야기를 채 다 풀어내지도 않은채 그저 다음을 위한 떡밥만을 뿌려두고는 불완전하게 끝내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으로 한 것이 3회짜리 파일럿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시범적인 것이었던만큼 이야기도 많이 풀리지 않았는데, 거기에 고작 살만 조금 덧붙인 정도로 단권으로서의 완결성을 갖추길 바란다는 건 애초에 어이가 없을 얘기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충분히 덧붙여 장편으로 내놓자니, 자칫 차기 방송의 스포일러가 되버릴 공산이 크다. 방송과 완전히 다른 노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 남은 건 시리즈로 낼 것을 확정해두고 그 1권으로 내는 것이었느나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 그저 이야기를 하다말고 갑작스레 끝내버린 최악의 형태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럴거면, 기왕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채택했겠다, 차라리 번외적인 이야기를 새로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후속권 출간이 전혀 가망없는 일은 아니라고 위안해봐도, 도저히 잘 기획된 책이라고는 봐주기 어렵다.

그러니 후속권, 후속권을 내라!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뼈아프게 실감나게 다가오는 정치적 우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