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 제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김소민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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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하나로 영혼이 뒤바뀐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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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열심히 무언가를 읽으면서 산다고 생각했는데, 읽기의 진도가 더디다.

작년 한 해를 생각해도 몇권의 책을 읽긴 했는데 갈무리 해놓지 않은 관계로 정확한 수치를 모르겠다.

하긴 책을 얼마나 많은 양을 읽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탓이겠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3권의 책이 기억에 남는다.

<7년의 밤>은 너무 좋아 여러 사람에게 권한 책이었고, 읽은 사람들도 모두 한결같이, 최고라고 했던 소설이다. 흡입력이 대단하고, 작가의 상상력, 소설 속 인물, 플룻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다만 남편은 이 책을 읽다가 중도에 그만두었는데, 그게 인생의 어느 한 부분 이런 사람들이 정말 있다면 너무 끔찍할 것 같다며 중도에 책을 내려 놓았다. 비록 현재 힘들지라도 앞으로는 더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기에, 많이 불편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심윤경의 소설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답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도 여러 사람에게 권했고, 다들 정말 좋았다고, 세상에 정말 '동구'같은 아이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특히 동생을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그런 아이라면 정말 잘 자랐을 것 같다. 희망이 없어 사는 게 재미없는 할머니를 위해 노루너미로 내려가 살자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얼마나 될 것이며, 할머니와의 관계가 틀어진 엄마를 살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할머니와 함께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동구의 속깊음에 많이 울었다. 동구 부모의 모습을 통해 내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부모의 기대치로 아이를 판단하는 그런 실수는 저지르지 말아야지하고 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구구절절 좋은 글귀들이 많아 여기저기 메모를 하며 읽었던 책이다. 내 안의 상처난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며 치유했다고 할까. 관계에 관한 것, 인생에 관한 것,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치유를 받았던 책이다. "산은 타는 척할 수 없고 삶은 사는 척할 수 없다" 힘겹게 산에 오르 듯, 삶이 힘들어도 피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 또 아이와의 관계에서 나의 권위로 아이를 압박하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했다. 

 

2013년 1월에는

 

 

 

 

 

 

 

 

 

 

 

 

 

4권의 책을 읽었는데 3권이 아이들 책이다. <엄마사용법>과 <캡슐마녀의 수리수리 약국>은 현준이와 함께 읽은 책인데, 두 권 모두 재밌게 읽었다. 엄마로봇을 사서 조립하면 실제 엄마처럼 만들어진다. 실제 엄마처럼 잔소리는 하지 않지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데,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밥, 청소, 빨래 등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원하는 엄마는 자신을 포근하게 안아주고, 아껴주는 그런 엄마를 원했고, 실수로 로봇에 흘린 피한방울로 감정이 생긴 엄마로봇은 아이와 다정하게 보낸다. 심지어 아이가 웃으면 엄마도 웃고, 아이가 울면 엄마도 웃는 그런 로봇이 되고, 그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수거 대상이 되지만 아빠의 활약으로 정말 엄마가 되어서 아이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 책은 아이의 마음을 오롯이 알아주는 그런 엄마, 밥해주고 빨래해주는 그건 것만이 엄마의 역할이 아니라는, 엄마라면 아이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살피고, 아이를 향해 웃어주고,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아이보단 엄마들이 읽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은 캡슐 하나로 다른 사람과 영혼이 바뀔 수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인데, 결국 아이는 아빠와 영혼이 바뀌고,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나서야 영혼이 다시 바뀌고, 우여곡절 끝에 재혼하고, 아이는 새엄마와 영혼이 바뀌게 된다. 뒷 이야기는 없지만, 아이는 새엄마의 어떤 마음을 이해하게 될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은 뒤론 캡슐 모양의 것들은 모두 영혼이 바뀌는 약일지도 모른다고 하는 아들때문에 많이 웃었다.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에 관한 고민은 예전부터 해오던 것이지만, 현준이가 2학년이 된다고 생각하니 어느새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되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글쓰기의 기본은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난 글이어야하겠다. 헛된 꾸밈, 상상의 글쓰기는 아이들의 글쓰기가 아니라는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진정성이 우러난 글을 쓰는 것은 어릴때부터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들의 일기는 온통 신나고, 재미나는 일들만 쓰여져 있다. 하루 중에 힘들었던 것, 엄마에게 혼이나거나 동생과 싸웠던 것들도 일기로 쓸 수 있게 유도하지만 아이는 그런 건 쓰고 싶지가 않단다. 사실 난 그런 것들을 일기에 쓰고, 스스로 자기 생각을 키우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원하지만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대로 따라와주질 않는다. 그래도 기다리면 깨우칠 날이 오겠지하는 희망은 물론 있다. 좀 더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강도 가족>을 읽는데 무려 5일이 걸렸다. 아이들 책이기때문에 단숨에 읽으면 몇시간만에 읽었을텐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었다. 기발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책을 읽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을 정도의 두통과 통증때문에 눈을 감고 명상하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여름에는 낮의 길이가 길단다. 저녁에도 환해서 여름엔 캠핑을 즐기기에 딱 좋은 그런 곳인 것 같다. 강도 가족이 여름이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 한때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하고 가정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을 그 가족이 집을 뒤로하고 떠돌게 된데에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무력한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던 아빠, 평생 자동차를 만들거야하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 공장이 싼 임금의 지역으로 이전을 하고,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실직하게 된다. 자동차를 만들던 아빠는 다른 공장에서 다른 것을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강도 행각을 벌이게 된다. 어느 날, 빌야라는 아이를 자신의 아이들의 친구로 훔치고, 그 아이는 처음엔 적응하지 못하지만 지내다보니 강도가족의 한 일원이 된다. 여름 방학 내내 바쁜 아빠의 스케줄로 제대로 된 방학을 보내지 못할 뻔한 아이에게 강도가족과 보내는 여름은 신나는 모험과도 같은 일이 되어 버린다. 또 강도 가족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데 한몫하게 된다.

 요새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 아이들은 더 이상 어른들의 생각에 지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위로, 강압적으로 아이를 다루는 일은 어리석은 일인 것 같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것에 동조하고 아이를 그렇게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가끔 어리석은 마음이 스멀거리는 건 그래도 아이는 아이가 아닐까? 아이에게 너무 무거운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 또한 아이를 버겁게 하는 것은 아닐까? 적당한 선에서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주체성을 인정하면 좋겠는데 그 경계는 어디일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 부끄럽게도 나는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부모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정한 기준에 맞춰 생각하다보니 여전히 아이는 어리고, 부족하고, 그러니 부모의 도움이 아직 많이 필요해.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어.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유연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좀 더 아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더 많이 살펴봐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생각하고, 노력하고 그래야겠다.

오늘부터 이 책을 읽고 있다.

이순원<아들과 함께 걷는 길>,

대관령에서부터 강릉까지 아들과 걸어서 내려가며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숨에 휘리릭, 읽는 일이 요새는 부쩍 어렵다. 이게 스마트폰 때문일까? 조금 걱정이다.

한 굽이, 한 굽이, 아이와 함께 걷는 그 길은 어떤 느낌일까?

나도 우리 아이들 크면 함께 걸으며 이야기할 시간들이 과연 있을까?

남편에게 이 책을 읽히고 현준이가 고학년되면 한번 시도해보라고 권해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책이다.

아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가족의 역사를 길의 역사를 이야기 나누는 아버지, 정말 멋지다.

다음 굽이는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어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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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3-01-3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7년의 밤> 읽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이런 작가의 이런 책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도 그랬고요.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저도 휘리릭 읽히지 않더라고요. 이게 가장 좋은 시기가 아마 남자애들 4학년 이상이 되었을 때가 아닐까 싶었어요. 아버지와 함께 읽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요새 자꾸 이 책 집어들었다 저 책 집어들었다 핸드폰 보다 주의가 산만하답니다. 아이들은 오죽하겠냐는 생각에 걱정이 됩니다. 핸드폰, 인터넷을 먼저 알기 시작하면 독서는 강 건너 가는 것 같아요. 현준이는 꾸준히 독서를 잘 하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꿈꾸는섬 2013-01-31 22:00   좋아요 0 | URL
<7년의 밤>은 정말 놀라운 소설이었어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도 그랬구요.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정말 좋더라구요.^^
현준이 3학년쯤 되면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좀 어려서 읽긴해도 이해는 다 못 할 것 같네요. 남편에게도 권하고, 몇년후 아이들과 함께 걸을 기회를 만들어봐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요새 우리 아이들도 핸드폰, 인터넷 너무 좋아해요.ㅜㅜ 그래서 책 먼저 읽기를 권하는데 쉽진 않네요. 꾸준한 독서는 현준이가 나이들어서도 계속 이어가야할텐데 걱정이에요.^^

icaru 2013-01-3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당한 선에서 아이를 존중하고 이끈다는 것에 대해서 항상 생각해요~ 항상 생각한다는 것과 실제 아이를 사려 깊게 잘 이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 것 같긴 하지만요 ^^ 제 경우에 ㅠㅠ)
이 페이퍼 보면서 저 또한 더 유연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꿈꾸는섬 2013-01-31 22:01   좋아요 0 | URL
적당한 선이라는 게 늘 애매하죠.ㅎㅎ
그래도 아이들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고,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같이 노력해봐요. 유연한 어른이 되도록요.^^

다크아이즈 2013-01-30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의 밤 꼭 읽어야겠어요. 미루기만 했는데 이참에 꿈꾸는섬님이 권하시니 꼭 읽어야겠다는...
읽어야 할 책은 많고, 시간도 많은데, 시간이 기다려주지를 않는다는...

꿈꾸는섬 2013-01-31 22:04   좋아요 0 | URL
7년의 밤은 최고였던 것 같아요.
읽어야할 책,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책 모두 너무 많아요.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왁 와닿네요. 시간을 아껴야겠어요.^^

아영엄마 2013-01-3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을 읽어도 감상 흔적(리뷰는 손 뗀지 오래고)조차 안 남기다 보니 뭘 읽었는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금방 잊어버리게 되네요. 저도 <7년의 밤>을 읽고 작가에게 반했더랬습니다. 심윤경씨 작품도 좋지요. 근래에는 추리소설만 읽고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거의 안 보고 사는데 (막내가 책을 안 좋아한다는 핑계로.. ^^;) 올해에는 심기일전하여 다방면의 책을 접하도록 노력해야 할까 봐요.

꿈꾸는섬 2013-01-31 22:05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정말 오랜만요. 잘 지내고 계시죠? 건강하시구요?
저도 리뷰, 페이퍼 제대로 갈무리 안해서 ㅎㅎ 기억나는 게 별로 없네요.
<7년의 밤>은 정말 최고였죠.^^
막내는 정말 많이 컸겠네요. 다음에 서재에 놀러갈게요.^^

같은하늘 2013-01-31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7년의 밤> 읽을때 잠을 반납하고 읽었던 기억이... 다음이 궁금해서 도저히 책을 접을 수 없더라구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지금 제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읽어야할 책인거 같구요. ㅜㅜ 아이들책 정말 재미나지요? 저도 저거 다 봤어요.ㅎㅎ 그리고 마지막 등장하는 <아들과 함께 걷는 길>도 아들만 둘인 제 눈에 확 들어오네요. ^^ 세상에 읽은 책은 많기도한데, 그 밖에 재미난 것(?)도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ㅋㅋ

꿈꾸는섬 2013-01-31 22:08   좋아요 0 | URL
ㅎㅎ<7년의 밤>의 매력에 빠져 저도 밤새 읽었던 기억나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도 잔잔하니 좋아요.^^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아들이 둘인 같은하늘님께도 좋은 책이 될 거에요.^^
다시 책의 재미에 빠져드니 좋네요.^^ 서재 활동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도 하구요.^^

북극곰 2013-02-0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주말엔 '7년의 밤' 읽어야겠어요. :)

꿈꾸는섬 2013-02-03 22:33   좋아요 0 | URL
7년의 밤은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알라딘 지인분들로부터 현준이에게 선물이 왔다.

날씨는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그런 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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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포장지로 곱게 포장해서 보내신 분의 마음은 정성이 가득 담긴 것을 알 수 있다. 선물을 받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나도 다음에는 곱게 포장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 현준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고맙습니다.

 

한 상자 가득 <판타지 수학대전>이 담겨져 왔다. 어려운 수학도 만화로 이해하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게다가 남자아이 성향에 맞는 '~대전', 정말 유익하게 읽게 될 것 같다. 고맙습니다.

 

오빠에게만 선물이 왔다고 어찌나 삐죽거리던지, 현수도 함께 읽으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기분을 풀었다. 아직 읽기도 수월하지 않은데, 마음은 벌써 오빠 장편동화까지 넘본다.

 

현준이, 현수 너희 둘 다 어찌 자랄지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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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밤에 갑자기 귀 뒤쪽에 뭔가 멍울이 잡히고 아파서 잠에서 깼다.

머리도 너무 아프고, 귀 뒤쪽은 무지하게 아프고,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보니, 임파선이 부은 것이란다.

무식한 난 임파선은 목이 붓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임파선은 우리 몸 곳곳에 퍼져 있는 것이란다.

그 중 귀 뒤쪽의 임파선이 부은 것이고, 며칠 항생제 처방해서 먹으면 나을 거라는 것이다.

하루 이틀은 약을 먹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는데, 어제 오후부터는 점점 괜찮아져서 멍울은 있지만 통증은 거의 가라앉았다. 약을 먹고 임파선이 가라앉으니 자연 마음이 놓인다.

요새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들이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주변에서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오랫동안 알라딘을 비웠어도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해주고, 또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관심 가져주는 이들이 있어서 사는 게 힘들어도 또다른 기대감을 안고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언젠가, 앞으로 몇년 뒤엔 지금 힘들었던 고민들이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땐 그랬지, 하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새 자꾸만 예전 메일을 꺼내서 읽는다.

그땐 그랬지, 하고 웃을 수 있어서 좋다.

 

 

 

****감사한 이들에겐 어떻게 감사를 표현해야 하는지, 요새는 그런 생각도 한다. 앞으로 차차 갚을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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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1-28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순원의 저 책은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새로 단장하여 나왔나봐요. 제 아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읽으면서 아들을 키운다는 일에 대해 상상해보았었지요.
날은 춥지만 마음 따뜻하게 해주는 선물이네요.
예전에 힘들었던 일들이 시간이 숙성시켜주고 나면 다른 맛과 느낌의 추억이 되어 저장되지요. 시간이 숙성시켜줄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힘들어서 그렇지요.
아프신 곳이 좀 나았다니 다행입니다.

꿈꾸는섬 2013-01-28 12:51   좋아요 0 | URL
세월이 약이다란 말, 어렸을 땐 몰랐어요.
사랑이 끝나면 삶도 의미없어 죽는 줄만 알았는데, 시간은 그런 것들 조차 추억으로 만들어주고,
지금 힘든 일들도 언젠간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을 거란 생각하면 그것도 견딜 수 있지요.

아들을 키운다는 일, 딸을 키우는 일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얼른 마음 추스려서 책을 읽어야겠어요.^^

마녀고양이 2013-01-2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파선은 피곤하면 붓는데, 요즘 많은 스트레스가 있으셨네요... 저런.
하기사 산다는게 스트레스없이 어찌 살겠어요? 그래도,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는게 좋은거 같아요.

꿈섬님, 푹 쉬시구, 평온한 한주되셔요.
우리 모두 차차 갚을 날이 있겠지.. 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렇죠, 서로 갚을 날이 많지 않겠어요.

꿈꾸는섬 2013-01-28 12:53   좋아요 0 | URL
ㅎㅎ스트레스없이 사는 사람이 어딨겠어요.ㅎㅎ
아프기 전엔 잘 몰랐는데 아프고나니 스트레스 좀 덜 받으면서 살아야겠단 생각했어요.
힘들어도 재밌고 즐겁게 사는 일에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어요.^^

달여우언니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않고 잘 기억하고 있을게요.^^

후애(厚愛) 2013-01-28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현준이 좋겠네요.^^
현준이 많이 자랐네요.

꿈꾸는섬 2013-01-28 21:20   좋아요 0 | URL
ㅎㅎ많이 컸죠~ 반에서 키가 젤 커요.^^

같은하늘 2013-01-29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무지 좋아했겠네요.^^
수학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울 큰아들도 저런책 봤으면 좋아했을까요? ㅎㅎ
지금은 5학년부터 시작되는 역사때문에 걱정을 하면서도 역사책을 싫어라하니 아마 아니었을거라 스스로 위로해봅니다.ㅋㅋ

꿈꾸는섬 2013-01-29 17:12   좋아요 0 | URL
5학년이면 수학이 조금씩 어려워지는 시기네요. 그래도 하다보면 수학이 정말 재미있는 과목인데......
6학년때 배우던 역사를 5학년에 배우니 애들이 좀 힘들어하긴 하더라구요.
아이들 클수록 걱정거리 느는 게 맞는 것 같아요.^^

blanca 2013-01-3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가 참 예뻐요.

꿈꾸는섬 2013-01-31 22:09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분홍공주님도 예쁘던걸요.^^
블랑카님 닮았죠?
 

요즘 알라딘에서는 도서정가제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글이 대부분이다.

오늘도 알라딘 서재의 핫한 이야기는 여전히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글들이 차지한다.

 

알라딘 메인 화면에는 도서정가제 찬반 의견을 투표해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도서정가제라......

 

어릴 땐 무엇이든 정가를 주고 구매했다. 과자, 사탕, 빵, 라면, 아이스크림, 연필, 공책, 수첩, 책......등등

권장소비자 가격이라고 써 있는 가격을 그대로 주고 샀다.

지금도 권장소비자 가격을 그대로 받는 곳이 여전히 있다. 하지만, 어떤 물건들은 권장소비자 가격이 없는 것들도 있다.

언젠가부터 물건의 가격은 매장마다 천차만별이 되었다.

소소한 물건은 동네 구멍가게나 편의점을 이용하지만, 대량의 물건을 구매할때는 마트를 이용하게 된다. 가격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네 구멍가게가 피해를 본다고해도 내 주머니 사정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실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않는다. 그들이 사는 인근에 대형마트가 없기도 하고, 대량의 물건을 사는 것도 불가하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할인혜택을 제대로 누리며 살지 못할 거란 생각을 가끔 한다.

 

지금은 익숙한 책값 할인이, 예전에는 익숙치 않은 일이었다.

정가 얼마하면 그 값을 지불해야 내 책이 되었다.

책을 사는 일은 그 값이 얼마든 아까워하지 않았다. 살 수 있는대로 살 수없는 게 안타까웠을 뿐.

대신 더 많이 사고 싶은 욕구는 채울 수 없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한보따리씩 책을 사모았다.

그것조차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다 점점 새책도 싸게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인터넷 서점이었다.

가끔 출판사에서 구판할인해서 내놓는 시집들은 두말할 것없이 샀다.

인터넷 서점과의 인연은 단연 새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으로 시작했다.

책을 싸게 사다보니 아무래도 한권이라도 더 사게 되었던 게 사실이고, 택배로 배송되니 책 무게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진 것도 한몫했다. 이 책 저 책 장바구니 가득 담아도 무거워서 어찌 들고 가지? 하는 걱정할 일이 없어졌다.

게다가 알라딘으로 바꾼 이후 서재라는 것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고, 책을 사는 일만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책 이야기 등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책을 사는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라 독자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독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책을 사지 않는다고해서 책을 읽지 않는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책장 가득 사놓은 책들을 모두 읽지 못한 나는 책을 사는 소비자의 성격도 함께한다.

읽고 싶은 책이라면 어떤 가격에 상관없이 산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난 그렇지 못하다.

읽고 싶은대로, 갖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책을 살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다보니 요새는 책구입비가 확연히 줄었다.

 

내 주변에는 책 사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뭔가 다른 걸 줄여서 구입한 책을 타인은 쉽게 빌려달라고 한다.

솔직히 빌려주기 싫다. 자신은 몇십만원씩하는 장난감을 아이에게 사주는 사람인데, 난 그런 장난감 대신 책을 사는 것인데, 어찌 내게 그리 쉽게 빌려달라고 말하는지 얄밉다. 그런 사람에게는 절대 빌려주지 않는다. 다만, 정말 책을 읽고 싶지만 책을 살 수 없는 여건의 사람에게는 책을 빌려주거나 선물한다.

 

 

도서정가제를 통해 동네서점과 대형서점 그리고 인터넷 서점이 불공정한 거래가 아닌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또 어려운 위기에 처한 출판업계가 살아난다고 말한다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서정가제가 과연 그걸 이루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자꾸만 든다.

 

책을 읽는 사람이 어떻게 책값에 민감할 수 있냐고? 책 사는 것을 아까워할 수 있냐?고

난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가진 게 얼마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갖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책도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값을 할인해서 파는 인터넷 서점때문에 동네 서점이 문을 닫았다고만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인터넷 서점때문에 안 사도 되는 책까지 궁금해서 사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인터넷 서점은 인터넷 연결만 되어 있으면 다양한 종류의 서적을 마음대로 조회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책에 관한 의견까지 들을 수 있어서 구매의지가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이건 출판업계에 좋은 게 아니었는가 말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좋은 책을 싸게 사고 싶다.

좋은 책을 싸게 사는 것이 왜 나쁜가?

출판사가 경영난에 허덕여서? 좋은 책의 질이 낮아보여서?

난 그런 거 잘 모르겠다.

책을 통해서 배우고, 생각하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라 좋은 책을 싸게 사야 계속해서 많이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밖엔 안든다.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수고가 얼마나 큰지, 그런 거 잘 모른다.

다만, 가난한 사람에게도 읽을 수 있는 기회뿐만아니라 책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책은 돈 있는 사람들만이 독차지해서는 안되는 가장 유익한 물건이니 말이다.

 

 

 


난 가끔 종로서적을 생각한다.

종로서적에 묻어두었던 추억들을

종로서적이 사라졌다는 것이

마치 나의 추억이 사라진 듯 

종로에 가면

여전히 종로서적이 있을거라고

종로2가 길가를 서성일 것 같다

여기 어디였는데 하고

종로서적 계단을 오르내리며

키워왔던 꿈들이 있었는데

내 아이도 이곳에 데려와 책을 읽혀야지 했는데

엄마는 처음 가본 종로서적에 반했었다고

주말마다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혹은 혼자서

종로서적 어느 구석에서

책 한 권 다 읽고나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용돈 모아 사고 싶은 책을 사는 날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이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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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1-2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공감해요.
저는 기본적으론 도서정가제를 찬성합니다.
하지만 정가를 책정할 때 거품을 제거해야 정가대로 사도 억울하지 않을 거 같아요.
책값을 할인하지 않고 현재의 정가대로 산다면 저는 많이 살 수 없지요.
업체들의 밥그릇 싸움에 소비자이자 독자인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ㅠ

저는 종로서적은 딱 한번 가봤을 뿐이지만
인천엔 동인천역 앞에 '대한서림'이 인천의 종로서적 같은 곳이었죠.
몇년 전 갔을 때는 대한서림이 건재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네요.

꿈꾸는섬 2013-01-27 22:1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공정한거래가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그래야겠죠. 거품도 걷어낸다면 더더구나요. 하지만 우린 그 어느 것도 얻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건 결국 그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밖엔 안 보이거든요.
알라딘에서 할인받고, 마일리지 사용하고, 여러 혜택 누리던 것들에 대해 익숙해졌는데, 그것들 없이 책을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속상하네요.

도서정가제로 분분한데 뜬금없이 종로서적이 생각나더라구요. 돈은 없고, 새책을 맘껏 볼 수 있었던 그곳이요. 가끔 돈 생기면 아끼고 아껴 책 사던곳이요. 지금 알라딘이 종로서적같은 추억이 쌓이는 곳이 되었어요.^^

소나무집 2013-01-2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데요.
정가제가 된다고 해도 꼭 필요한 책은 가격에 구애 받지 않고 사겠지만
독자 입장에서 좋은 책을 싸게 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네요.^^

꿈꾸는섬 2013-01-27 22:16   좋아요 0 | URL
좋은 책을 싸게 산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진 모르지만, 좋은 책이 싸다면 더 많이 사게 될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13-01-29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도 찬성,반대 어느쪽이 좋을지 왔다갔다예요.
그래도 꿈섬님 말씀을 듣고보니 또 끄떡끄떡~~ㅎㅎ
전 교보문고를 주로 갔었는데, 실내 인테리어를 다시한 이후로는 많이 낯설더라구요.
그리고 인터넷서점이라는 편리한 곳이 생겼으니...끙...;;

꿈꾸는섬 2013-01-29 17:13   좋아요 0 | URL
전 그저 좋은 책 싸게 사는 게 좋은...개인적인 사람인거죠.ㅜㅜ
인터넷서점의 편리함은 가격만이 아닌거죠.....
다양한 책 보는 것도 편리하고, 들고 다닐 부담도 없고, 무엇보다 알라딘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니......더 떠나기 힘든 곳이죠.^^
 

오랜만에 알라딘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마침 생일이기 해서 굳이 사양하진 않았다.

알라딘은 그런 곳이었지,라는 생각을 했다.

서로가 책을 주고 받는 곳, 맞다. 그런 곳이었다.

오랜만에 받은 책선물을 받고 좋아서 종일 두 시집을 곁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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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생일 케잌에 관심이 많다. 촛불을 켜고,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에 대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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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어머니학교 37

 

뿌리 잘린 나무를 옮겨 심고

버팀목을 들일 떄에도, 녀석이 혼자가 아니라면

서로의 옆구리를 잇대어 묶어주지.

어느 한 녀석이 아프고 서러워 울먹이면

다른 녀석이 따라 어깨라도 들먹이라고.

작은 새라도 와서 야윈 가지 출렁이면

같이 웃어도 보며 눈물 쓰윽 닦으라고.

죽어 장작이 되기 전에 어깨걸이부터 가르치는 거지.

형제자매도 한방에서 장작개비처럼 발 쌓고 자봐야

어려울 때 한식구로 숲을 이루는 겨.

부부라면 더군다나 말할 것도 없지.

부부하고 부목하고 다 부씨 아니냐?

연애할 때는 불불이었는데, 받침을 활활

불쏘시개로 태우고 부부가 된 거여.

 

남편과 어느새 10년 가까이 살았다. 생일이면 어김없이 미역국을 끓여주는 남편,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미역국 끓여놓고 새벽 5시45분 나를 깨웠다. 도저히 눈은 안 떠지는데, 미역국을 꾸역꾸역 먹었다. 짭잘하게 끓여진 미역국을 아침에 물을 조금 더 넣고 다시 끓여 아이들에게도 먹였는데, 정말 잘 먹더라. 이젠 남편도 어느새 미역국을 제법 끓인다.

결혼을 하고 부부로 사는 일이 모두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의 어깨걸이가 되어주는 세월이었다고 생각하니 참 잘 살았다싶다. 연애할 때는 불불이었는데, 받침을 활활/ 불쏘시개로 태우고 우리도 이제 제법 부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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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숨의 크기

 어머니학교 19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냇물 흐린다지만,

그 미꾸라지를 억수로 키우면 돈다발이 되는 법이여.

근심이니 상심이니 하는 것도 한두 가지일 떄는 흙탕물이 일지만

이런 게 인생이다 다잡으면, 마음 어둑어둑해지는 게 편해야.

한숨도 힘 있을 때 푹푹 내뱉어라.

한숨의 크기가 마음이란 거여.

 

 

한숨 쉴 일이 많은 날이었다. 남편은 열심히 일을 하지만 여전히 체불은 반복되고, 그 바람에 대출에 그 이자에 오히려 빚이 더 느는 그런 날이었다. 그래도 조금 더 버티면 괜찮아지겠지하고 지냈는데, 이 시를 보니 그래, 한숨도 힘 있을 때 푹푹 내뱉어야겠다. 하고 있다. 3월까진 버텨보자고, 그럼 좀 나아지지 않겠냐고, 그래, 그럴거야. 우리는 아직 힘이 있는 걸, 큰 마음도 가지고 있는 걸, 하고 남편의 어깨를 다독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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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 꼭지처럼

어머니학교 43

 

 

어미 아비가 되면 손발 시리고

가슴이 솥바닥처럼 끄슬리는 거여.

하느님도 수족 저림에 걸렸을 거다.

숯 씹은 돼지처럼 속이 시커멓게 탔을 거다.

목마른 세상에 주전자 꼭지를 물리는 사람.

마른 싹눈에 주전자 꼭지처럼 절하는 사람.

주전자는 꼭지가 그중 아름답지.

새 부리 미운 거 본 적 있냐?

주전자 꼭지 얼어붙지 않게 졸졸졸 노래해라.

아무 때나 부르르 뚜껑 열어젖힌 채

새싹 위에다 끓는 물 내쏟지 말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시다. 어미 아비가 되면 손발 시리고/ 가슴이 솥바닥처럼 끄슬리는 거여. 맞다. 그렇다. 그럼에도 아무 때나 부르르 뚜껑 열어젖힌 채/ 새싹 위에다 끓는 물 내쏟는 사람이 나였다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온다. 조심해야지. 우리 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새싹들에게 주전자 꼭지를 물려야지. 하고 생각한다.

 

이정록 시인의 구수한 사투리, 어머니의 말로 내게 전해진다.

어머니들은 모두 아는 것들, 우리만 몰랐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가슴이 찌릿찌릿하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학교의 동창생입니다"라는 것도 맞아맞아하게 된다.

 

오랜만에 받은 선물로 풍요로운 날이 펼쳐지고 있다.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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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1-1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알라딘은 책을 선물로 주고 받는 아름다운 곳이죠~~~

꿈꾸는섬 2013-01-21 14:30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네요.ㅎㅎ
세실님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3-01-18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이었군요~~ 축하해요!
생일이면 책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알라딘마을!^^

꿈꾸는섬 2013-01-21 14:31   좋아요 0 | URL
ㅎㅎ고맙습니다. 책 선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알라딘...

blanca 2013-01-1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이셨군요! 축하드려요. 꿈섬님 앞에 이제 일이 술술 풀리기를 기원합니다. 아이들이랑 함께 찍은 사진 참 행복해 보여요.

꿈꾸는섬 2013-01-21 14:31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고맙습니다. 아이들이랑 행복한 일만 가득하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3-01-1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해요, 꿈섬님~~^^♥

꿈꾸는섬 2013-01-21 14:3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고맙습니다.^^

hnine 2013-01-19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권의 책을 보니 어느분인지 짐작이 막 가려고 하는데...^^
생일 축하해요.
사진은 남편 분께서 찍어주셨군요 ~

꿈꾸는섬 2013-01-21 14:32   좋아요 0 | URL
ㅎㅎ나인님 고맙습니다.^^

무스탕 2013-01-1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생일이었죠? 달력엔 적혀 있는데 눈으로 읽고 맘으로만 에고, 생일이었네.. 글 한 줄 못 남겼네.. 했는데 이렇게라도 적네요 ^^
보고푸다요!!

꿈꾸는섬 2013-01-21 14:33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 정말 보고싶어요.^^ 고맙습니다.

실비 2013-01-2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봤네욤.. 늦었지만 생일 정말정말 축하드려요!!! ^^

꿈꾸는섬 2013-01-21 20:29   좋아요 0 | URL
실비님, 오랜만이에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축하해줘서 고마워요.^^

같은하늘 2013-01-2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활발하게 놀때(?)는 나름 지인들의 생일도 챙기고 했었는데...^^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전 누구의 선물인지 감이 팍~~ 옵니다.ㅎㅎ

꿈꾸는섬 2013-01-23 20:00   좋아요 0 | URL
ㅎㅎ그러게요. 같은하늘님께 받았던 선물들도 기억나요.^^
고맙습니다.^^
다들 척하면 척이군요.^^

후애(厚愛) 2013-01-2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꿈꾸는섬 2013-01-26 00: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라로 2013-01-27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아이들도 잘 크고있지요???현수랑 해든이랑 비숫한 또래라 현수가 어떻게 크는지 늘 궁금했는데
아래 사진을 보니 많이 크고 예뻐졌어요!! 현준이는 의젖하고 남자아이답네요!!!^^
근데 사진은 왜 삭제하셨어요???ㅠㅠ


꿈꾸는섬 2013-01-27 22:22   좋아요 0 | URL
나비님 감사해요.^^
해든이도 잘 자라고 있겠죠? 현수와 현준인 정말 잘 자라고 있어요.^^
사진이 삭제되었나요? 확인해봐야겠네요.^^
(확인해봤는데 사진은 그대로 있어요.^^)

라로 2013-01-28 23:02   좋아요 0 | URL
앗! 어제는 사진이 안 보였었어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에요.ㅎㅎㅎㅎㅎㅎ
저도 사진 봤어요. 히히
아이들 인물이 점점 더 좋아지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