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설희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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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의 얼굴에는 경악과 분개함이 드러났어요. (중략)그는 대학교 내의 직원이었고 나는 여자였습니다. (중략)잔디밭은 대학 내의 연구원이나 학자들에게만 허용되었고 나에게 허용된 건 자갈길이었습니다.

잔디는 여자가 밟으면 죽거나 피를 흘리기라도 하나?
남녀를 차별하는 일에 잔디밭을 걸을 수 없게 하는 치사함이라니. 학문을 연구하는 이른바 지성인들의 집합소인 대학에서마저 이러니 보통의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게 되는 차별은 또 얼마나 많았으려나.
대학의 연구원과 동행하거나 소개장이 있어야 도서관의 출입이 가능했었다니 지식을 향한 갈망도 여성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못했다. 여성이어서 차별한 것인지, 여성이 똑똑해지는 것이 싫었던 것인지.
마음만 먹으면 대출도 구입도 손쉬운 요즘에 태어난 걸 감사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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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3
메리 셸리 지음, 김나연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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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파국을 직접 눈으로 발견했을 때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끝이 없던 노고와 정성을 들여 빚은 한심한 괴물을 어떻게 묘사해야 좋을까.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겠다면서 죽음이 만연한 시체안치소에서 유골을 수집하고 해부실과 도살장에서 자재(자재라고 표현한 그의 인격과 양심!)를 수급 받으며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은 것일까. 호기심에서 비롯된 잘못된 열정은 괴물을 창조하고야 말았다. 만드는 동안은 분명히 아비의 마음이었을텐데 외모가 흉측하다고 외면해버리다니...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만들어 놓고도 따스한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 주지 않고 외모의 흉측함에 공포에 질려 달아났다.
창조한 사람마저도 버린 이 생명은 어디에 기대야 했을까? 낯설고 낯설 이 세상에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의 절망감이 이러할까.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에 충격받아 몸져 눕고 회복되어 일어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막내 동생 윌리엄의 살해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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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2
제인 오스틴 지음, 이신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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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 정아은 (옮김) | 앤의서재 (펴냄)

우리는 얼마나 많은 편견과 선입견 속에 살아가고 있을까?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에도 불구하고 키가 작으면 쪼잔할 거라는 편견, 키가 크면 싱겁다라는 편견, 뚱뚱하면 게으를 거라는 편견, 심하게 마르면 예민하고 까칠할 거라는 편견, 학력이 높으면 지식만큼이나 지성도 비례할 거라는 편견, 편견, 편견...

사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이보다 더 많은 편견을 만나고, 그런 편견에 당사자가 되어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고,또 다른 누군가를 편견으로 대하며 상처입히기도 한다.

어떤 대상을 처음 만날 때 3초 안에 결정된다는 첫인상. 그 첫인상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남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었을까.

말수가 없고 쑥쓰러움에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한 이들은 간혹 싸가지가 없다거나 건방지다는 오해를 받기 일쑤다.

'오만'과 '편견'이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다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말수도 없고 친화력도 턱없이 부족한 다아시의 성격을 오만하다고 편견을 가져버린 엘리자베스처럼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자기만의 잣대로 타인을 성급하게 판단하는 엘리자베스야말로 오만하고, 가난한 여인들은 모두 부유한 남자를 만나 신분상승을 노린다고 여겼던 다아시야말로 편견의 울타리에 갇혀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한평생을 함께 해 온 반려자인 아내와 딸들에게는 재산의 상속권이 없었던 베넷가의 사정은 과연 베넷 집안만의 문제였을까.

조금만 부유해 보이는 미혼의 남자라면 딸을 시집보낼 꿈에 젖어 사는 베넷 부인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위컴의 정체를 알고 나서도 그저 결혼 그 자체에 들뜬 그녀가 다른 한편으로는 한심하기 이를데가 없다.

결혼의 목적이(목적이라고 하니 너무 사무적이고 메마른 느낌이지만) 사랑인 사람도 있고, 콜린스처럼 필요에 의한 파트너쉽인 사람도 있다. 신데렐라를 꿈꾸는 사람에겐 신분상승을 위한 도약으로 이용되고, 위컴처럼 한 탕을 노린 사기의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이런저런 이유없이 그저 남들이 하니까, 적령기라니까 하는 다소 무책임한 결혼도 있다.

오만과 편견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해보게 되었지만 참어른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되짚어본다. 바다에 오랫동안 표류해 있었다고 해서 항해라고 말할 수 없듯이 그저 오랜 세월을 살았다고 해서 다 어른은 아닌 것이다.

캐서린 영부인의 어른답지 못한 무례함에도 똑소리나게 응대하는 엘리자베스를 보며 그녀는 아마도 나이들어서도 진짜 멋진 어른으로 늙어가지 않을까 싶다. 한낮같이 뜨거운 사랑보다 세상을 붉고 아름답게 물들이는 노을같은 어른으로 나이들어가고 싶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읽을때마다 매번 쌓인 경험만큼의 새로운 시각과 그에 따른 새로운 깨우침이 고전을 재독하게 하는 이유이고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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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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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학교는 전혀 또 다른 세계이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아버지가 누구냐에 따라서가 아니라, 이름에 따라서 서로 구별된다. ~(중략)한 아이의 이름이 아다메츠이고 다른 아이는 베란이라는 것에 의해 아이의 존재가 결정된다.

이게 맞는 건데. 그렇지, 원래는 이래야 맞는 거야.
하지만 현실은 누구의 아들, 어느 댁 자제. 가정형편에 따라 누구는 집으로 누구는 댁으로 구분되어 불리고, 부모의 재산과 직업, 사회적 지위로 아이들이 분류되고 평가되기도 한다. 똑같은 잘못을 해도 누구는 교실 밖 복도에 세워지고 누구는 면죄된다. 아니라고, 그런 일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목격한 일들이다.
꿈을 꾸는 것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야 하는데도 이미 꿈을 꾸는 시점부터 출발선이 다르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로 불리는 개개인의 형편이 꿈의 사이즈마저 제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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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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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예전에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나중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얹게 하는 거야. 나는 미래의 모욕을 피하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려는 것이지.

곱씹어 읽어 볼수록 섬뜩하기까지 하다. 굴욕감과 무너진 자존심이 훗날의 복수심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와도 같게 보인다.
강자 앞에 열심히 숙이고 비벼대던 부류들이 성공하고 나면 자신들이 했던 아첨과 굴욕들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이 더 많이 바라고 요구한다. 시집살이도 살아본 며느리가 더 시킨다고 했던가.
< 마음> 속 선생님이 피하고 싶은 미래의 모욕은 무엇이고 물리치는 지금의 존경은 무엇일까? 그 대가로 치루고 있는 외로움. 그리고 그런 선생님을 바라보는 화자와 선생님의 아내는 그 외로움 안에서 또 다른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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