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 위대한 의학의 황금기를 이끈 찬란한 발견의 역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이덕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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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5. 제멜바이스는 시체뿐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도 불특정한 다량의 유해 물질을 분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의 해결은 급진적이었다. 산부인과 검사를 마친 후 매번 새로운 환자와 접촉하기 전에 염화석화 용액으로 손을 씻으라는 것이었다.

손을 씻으라는 것이 급진적인 해결책이었다니 얼마나 안씻고 얼마나 위생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단 말인가.
지금은 '위생과 청결'하면 손씻기가 가장 먼저 거론되는데 아마도 이렇게 각 시대마다 생각의 틀을 깨고 앞서갔던 사람들의 덕분이겠지.
세계적 팬더믹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 19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일상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도 의무가 되었던 초기에는 거부하고 반항하던 이들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스크의 공헌도 의학의 전설로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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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의 발톱, 캐나다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 미디어워치 세계 자유·보수의 소리 총서 4
조너선 맨소프 지음, 김동규 옮김 / 미디어워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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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중공의 외교관과 기타 공직자들이 해외에 파견되는 것과 별도로, 국가안전부는 해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 중에서도 정보원과 스파이를 모집한다.

왜 이 대목을 읽으면서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오해마시라! 이소연 씨가 스파이였다는 게 아니다. 원래 선발된 사람은 고산 씨 였으나 그는 소련에서 열람불가능한 도서를 보았다는 이유로 탈락되고 후보였던 이소연 씨가 한국 최초 우주인이 되었다. 고산 씨의행동을 두고 소련 측에서는 정보유출의 우려를 표명했다.
귀국 후 이소연 씨의 미국 이민으로 먹튀 논란이 일었지만 왠지 그녀가 그랬던 이유를 알것도 같다. 깊이있는 연구에 투입될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각종 행사에 얼굴마담처럼 불려다니며 사진찍기 등의 홍보만이 계속되는 일정에 자괴감마저 들었으리라. 뜻을 펼치기 위한 이민이었지만 그 곳에서는 평범한 주부로만 살고 계신다하니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녀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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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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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카렐 차페크 (지음) |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펴냄)

평범하게 사는 것이 소원이던 때가 있었다.

'남들은 평범하게 모나지 않게 잘들 살아가는데 왜 나는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으며 살아야 하나' 하고.

그러나 이제는 안다.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는 내 삶도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인생이라는 것을.

인생이라는 열차에 탑승한 자신에게는 롤러코스터지만 타인에게는 순환열차일 뿐이라는 것을.

서로 일면식도 없는 나의 지인들이 어쩌다 통성명을 하며 알게 되는 수가 있다. 공통 화제로 나에 대해 얘기하며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나와 상대가 말하는 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가식적으로 대하지 않았는데 상황과 시기에 따라 보여지는 나의 모습이 달랐던가 보다. 돌아보면 십대,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의 내가 다른 모습이긴 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에게 얹혀지는 역할과 이름도 하나씩 늘어갔다. '나'라는 기둥에 딸이라는 위치와 학생이라는 신분이 전부였던 십대에서 직장인이라는 역할이 더해졌던 이십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아내와 며느리, 엄마라는 의무와 책임이 한꺼번에 늘어났던 삼십대를 지나 부모에서 학부모로 기능의 변환도 필요했던 사십대를 거치고 있다. 상황과 위기에 따라 대처하는 처세들은 성격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해왔다.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에 등장하는 철도 공무원의 일기는 그의 삶에 비추어 내 삶도 돌아보게 했다.

죽음이 가까워 옴을 느낀 그는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일기로 남기며 그 인생을 살아온 자신의 인격들을 구분해낸다.

소목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기대 속에 공부 잘 하는 아들이었던 그는 아버지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고 반항심에 취직을 했다. 계획했던 직업은 아니었지만 그 곳에서의 인연으로 결혼도 하고 아내의 내조를 받으며 승진도 하는 등 평범한 인생을 산다.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행복한 사람이었으며, 출세를 위해 몸부림치던 억척이이기도 했고, 우울증 환자이기도 했다. 전쟁이 있던 시기에는 영웅의 모습도 비춰지고, 시를 쓰는 낭만가적인 시절의 그도 있었다. 순간 영화 아이덴티티가 떠올랐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인격과는 매우 다르다. 영화 속 인격들은 약육강식처럼 다른 인격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지만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에서 철도 공무원이 구분해 낸 8개의 인격은 경쟁자라기 보다는 상호보완적이면서도 각자의 영역을 넘지는 않는다.

"성격은 변하지만 기질은 변하지 않는다"던 어느 심리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평범하게 살기를 소망하면서도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나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대처해나가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이 각기 다를지라도 나는 나 이듯이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여러 인격들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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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윙 - 나 홀로 사회인가 우리 함께 사회인가
로버트 D. 퍼트넘.셰일린 롬니 가렛 지음, 이종인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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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정당 부족주의를 점점 강조하면서 유권자들의 대통령 후보 자질 평가는 점점 더 정당 충성심에 의해 결정되었다.

선거 때마다 지역 감정을 자극하며 흔들리는 표심을 잡기 위한 각 정당의 네거티브 선거 운동이 연상되어 떠오른다. 그렇지않아도 휴전선으로 허리가 잘려버린 한반도는 선거때마다 각 도의 행정구역으로 또다시 잔게 잘린다. 이게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라서 안도해야 하는건가... 후보보다 정당을 뽑는 이 순환은 언제 멈추게 될까?
이런 정서적 양극화가 현대 정치적 생활의 핵심 특징이라니, 교육의 양과 질은 높아가는데 사람들은 점점 더 극단적이 되어가는 모순. 생각의 깊이 아량의 넓음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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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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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지음) | 스타북스 (펴냄)

'시'는 언어의 함축적 마술이다.

아무리 길게 늘여쓰고 설명을 붙여보아도 다 담지 못하는 마음을 가슴으로 읽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람을 이성보다는 감성적으로 만들고 지나치는 사물이나 사소함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상을 떠올리고 옷자락을 스치는 바람에 센티멘탈해지기도 한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의인화하기도 하고 별에도 의미를 담아 시를 짓게 한다. '시'하면 이토록 감성적인 사랑의 언어를 떠올리기 쉽지만 조용조용한 혼잣말의 뉘앙스로 고민과 번뇌, 자책과 양심을 호소하며 저항의 시를 쓴 이도 있다. 학창시절 저항시인이라고 배운 윤동주처럼.

겉멋이 들어 시를 외우고 시험에 나오니 시를 분석하던 시기를 지나고 보니 소설과 에세이는 꾸준히 읽어왔음에도 시는 그렇지를 못했다. 모든 문학은 작가의 의도가 있지만 특히 시는 작가의 의중을 헤아리기 더더욱 어렵거나 함축적으로 축약된 절제된 표현들은 핵폭탄을 도시락에 담아 놓은 것처럼 가슴에서 터지는 폭발력이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주요 시험에 출제되는 지문으로써가 아니라 빼앗긴 조국을 위해 무엇을 어찌 적극적으로 해볼 수 없는 한 젊은 이의 고통에 찬 번민이 비명처럼 한 행 한 행에 스며있었다. 이 단어가 이렇게 깊은 단어였나, 이 행이 이렇게 아픈 행이었나, 이 시를 왜 이제서야 이렇게 읽을 수 있게 된 것일까..

지금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윤동주 님의 시집의 원제목은 "병원"이었다고 한다. 일제 치하의 서러운 조국의 동포들 처지가 아픈 환자 같았을까.

그의 대표 시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등을 시작으로 교과서 밖에서는 쉽게 접해보기 어려운 다른 시들과 산문들까지 뜻깊게 곱씹어 읽어보았다. 그가 느꼈을 아픔을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그 아픔의 흔적인 시들만 읽어 보아도 윤동주가 느꼈을 자책이 내게는 송구스러움과 감사함, 연민이 버무려진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쉽게 씌여진 시> 중에서

피를 토하는 심경으로 써내려갔을 시를 이렇게 쉽게 읽어도 되는걸까.

한국의 문화가 춤, 노래, 영화, 드라마 등 여러 형태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요즘이다. 문학으로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이 인정받았다. 언어의 운율이 중요시 되는 시는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운율의 미학이 사라지고 만다. 영시가 한국어로 번역되어도, 한국의 시가 영어로 번역되어도 마찬가지다. 윤동주 님의 시를 영어로 옮겨 놓으면 마치 시 속의 영혼은 사라지고 마는 느낌이랄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읽고 느끼기를 바라지만 시의 본질, 그가 시 속에 녹여낸 마음만은 바래지지 않기를 바래본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 헤는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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