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9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지음,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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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밀너 양의 후견인이 된 도리포스 신부는 그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만나서 겪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련만 사람들의 얘기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마땅치가 않다. 아버지를 잃은 젊은 상속녀에게 위로가 먼저였어야 하지 않나?
레이디 에번스가 (들은 얘기를 다시) 들려준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에 낙담하지만 화제를 전환하는 우들리 양의 현명함이 되려 빛난다. 조용히 할 말 짧게 팩트를 때리는 우들리 양의 역할이 자뭇 기대된다.
힐그레이브 부인은 밀너 양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며 눈물 짓고, 도리포스 신부는 이 부인의 얘기에 안도한다. 힐그레이브 부인의 얘기대로라면 밀너 양은 외모만큼이나 성품도 훌륭하다. 더구나 부유한 상속녀!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을 병렬 독서 하는 중인데, 설마 밀너 양도 이사벨처럼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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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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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튀고 싶으면 튈 수도 있지, 그러면 안 돼요? 그 여자가 왜 자기가 잘못한 것처럼 몰래 숨어 다녀야 해요?불행한 결혼을 했으니 '가여운 엘런'은 맞지만, 죄인같이 숙이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봐요.

뭐 이렇게 사교계는 제약도 많고 남의 이목도 지나치게 신경쓰고 그러나...
외국으로 시집갔던 앨런 올렌스카의 등장은 사교계의 점잖은 척, 교양있는 척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으며 행동거지 하나하나 구설에 오른다. 오페라를 보러 가는 것도 흉 잡히는 일이고, 낮에 거리를 다니는 것 가지고도 모두들 입방아 찧기 바쁘다. 하지만 엘런의 어머니 밍곳 부인의 영향인지 엘런의 행동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유부녀와 2년이나 바람을 펴왔던 아처마저도 그녀의 등장이 탐탁치 않다. 타인에게는 깐깐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도덕의 기준? 모두들 엘런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해대자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었던 걸까? 아처가 왠일로 그녀를 편드는 소리를 한다. 그러다 선 넘는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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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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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 ~(중략)그처럼 고귀한 남자의 청혼을 거절함으로써 자신이 까다롭게 수집한 물건들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을 갖춘 아가씨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더욱 새롭게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워버턴 경이 엄청난 재력가임을 알게 된 오즈먼드는 그를 행복한 사람이며 고귀한 귀족이라 여기고 부러워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그런 고귀한 귀족의 청혼을 거절한 이사벨과 결혼하려는 자신을 우위에 놓으며 상처받은 자존심에 힘을 준다. 혼자 상처받고 혼자 자존심을 세우는 이런걸 자격지심이라고 해야할까.
까다롭게 수집한 물건들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할 이사벨이라니, 이런 위치의 아내를 '트로피 와이프'라고 한다던데. 이사벨의 처지도 딱하기만 하다. 그러나 어찌하랴. 제 팔 제가 흔든다고 다 본인이 자초한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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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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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 김지선 (옮김) | 뜨인돌 (펴냄)

사람들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지금은 여행, 게임, 운동, 창작활동(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노래 부르기...) 등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독서와 영화감상이 대다수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리서치, 설문조사라고 불리지만 앙케이트라고 하던 그 시절부터 내게도 취미는 쭉 독서였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자중독처럼 그저 읽어대기만 하던 독서는 나이를 먹을 수록 취향도 생기고, 깊이 있게 읽고 싶다는 욕심까지 더해지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아이들 책 얘기든, 성인들 책 얘기든 책 얘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인다고 주변 지인들이 말해주곤 한다.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해 얘기만 해도 그저 행복해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헤르만 헤세가 일기처럼 대화처럼 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은 이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가 제목부터 눈에 쏙 들어와버렸는지 모르겠다.

헤세는 역시 헤세였다. 그가 남긴 세계문학들과 비교해보아도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에서 표현된 문장들의 은유와 아름다움은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화가의 언어는 색채, 음악가의 언어는 선율이라 표현하며 글을 쓰는 이들의 도구인 '언어'가 주는 한계점을 말한다. 창작자로서 느꼈을 헤세의 고민이 보인다. '알려진 작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공인된 필력'이라며 엉터리 장사라고 일갈하는 대목에선 오늘날 일부 작가들과 출판업자들도 반성해야 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었다. 어느 작가의 작품들 중 몇 가지를 골라 '전집'을 내는 것을 비판하고도 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읽는 만큼 소장의 기쁨도 누리고 싶다. 특별판 혹은 한정판으로 나오는 대문호들의 전집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잇템이다.

세계문학, 고전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번역은 애증의 관계와도 같다. 몇년 전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를 읽으며 '번역문학도 이토록 아름다운데 원서로 느끼는 문학의 아름다움은 얼마나 더 클까?'하고 크게 아쉬워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비슷한 고민을 헤세도 했었나 보다. 훌륭한 고전들이 번역 중에 원서와 달라져버려 작가의 의도마저도 변질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과연 어떻게 표현할 것이란 말인가!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를.

책을 좋아하는 소위 책쟁이들이 공감하며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하는 대목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그래서인지 한 페이지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제법 길었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데도 글이 주는 공감과 깊이에 음미하고 곱씹게 되니 매페이지마다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하고픈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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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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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상)

헨리 제임스 (지음) |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거액의 복권에 당첨이 되거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이른바 졸부들에게 기존의 연락도 뜸하던 지인들이 갑자기 친분을 과시한다거나 새로운 인물들이 친한척 접근하고 마치 큰 도움이라도 줄 것처럼 다가오는 일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속아 패가망신하고 차라리 보통의 삶을 살았던 예전보다 못한 삶이 되었다는 뼈저린 후회를 티비나 인터넷에서 접해보는 일 또한 어렵지 않다.

이런 이유로 아직 상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모부에게서 7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이사벨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은 단순한 기우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쁘고 착하고 지적인 소양도 부족함이 없는 이사벨이지만 그녀를 보면서 떠오르는 단어는 어른들이 곧잘 쓰시곤 하던 "헛똑똑이"였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도 해당될지 모르겠으나 자유를 원하는 그녀가 캐스퍼 굿우드와 워버턴 경의 청혼을 물리치면서 (말도 안되게) 길버트 오즈먼드에게는 마음이 기운다. 그것도 너무나 쉽게.

세상물정 모르는 이 젊은 아가씨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람 보는 눈마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닌 것이다. 애초에 영국으로 건너오게 된 이유는 이모 터치트 부인의 권유에 이끌렸기 때문이었는데, 이 터치트 부인도 당대의 평범한 여성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녀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모부 터치트 씨를 이사벨이 더 가깝게 느낀 것도 이해가 된다. 터치트 부인은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오듯 조카를 데려와 놓고는 그다지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아들 랠프마저도 엄마인 터치트 부인보다는 아버지 터치트 씨와 더 안정되고 친밀한 심리적, 정신적 유대감을 갖고 있다.

이사벨이 원하는 자유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던 사촌 오빠 랠프는 아버지의 유산을 이사벨과 나누지만 그런 호의는 그의 의도와는 달리 독이 든 성배가 되고 만다.

그녀가 가진 것 없는 고아였을 때 청혼을 해왔던 캐스퍼 굿우드나 워버턴 경의 의도는 오직 이사벨 자체만을 본 순수함이라고 볼 수 있지만 거액의 유산을 받은 상속녀가 된 뒤에 나타난 오즈먼드에게 이사벨은 한 번쯤 의구심을 가져보아야 했었지 않을까. 멀 부인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녀가하는 말을 무조건 여과없이 믿고 따르는 이사벨에게 영리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모두가 당연히 그럴 리 없다고 간과하던 일은 누구 하나 단 한번의 경고도 없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선택을 하기 위해서 해서는 안 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던 이사벨은 어쩌면 애 딸린 홀아비에 직업과 수입마저 변변치 않은 오즈먼드를 자신이 '구원'이라도 할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

이사벨. 너 정말 오즈먼드랑 결혼 할거니?

하... 이거 하권 읽으며 고구마 먹듯 가슴 좀 두드리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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