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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ㅣ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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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칼 세이건 (지음) | 이상헌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열살이 채 되기 전이었을까? 내 나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만큼 어렸던 그 때, 유독 강렬하게 각인된 기억이 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을 티비 앞에 불러모아 집 안에 있던 숟가락 한 두개쯤 구부리게 만들었던 대대적인 이슈. 삼삼오오 입만 모이면 "네 숟가락은 구부러지더냐?"고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서로 물으며 굉장한 이슈를 몰고왔던 화제의 인물 유리겔라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유리겔라의 근황을 조사했다던 모잡지(어릴때라 기억나진 않지만 여성잡지였다)에서 그가 미국 NASA의 비밀 직원이 되었다고 기사를 냈지만 또 그리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아 유리겔러의 초능력은 사기극이었다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원인을 밝히지 못한 현상과 능력에 공포심을 갖거나 열광하는 극과 그의 반응을 보여왔다. 보편적인 지식과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신의 영역으로 돌리고, 벌을 받았다는 죄의식과 공포에 더 많은 죄를 범하는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마녀, 외계인, 주술사, 귀신 등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스터리는 사람들의 공포심과 더불어 호기심도 자극한다. 모습을 달리한채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의 발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우주'와 '의학'이다. 달 착륙으로 우주를 향한 과학의 발전은 절정을 이루었고, 인간 수명의 연장으로 의학의 발달도 꽃을 피웠다. 미신적인 얘기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흔히들 달로 우주선도 쏘는 시대에 그런 얘기는 어불성설이라며 일축해버린다. 저자 칼 세이건의 주장도 거기에 부합한다. 우리가 미스터리 서클로 알고있는 크롭서클의 진실과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UFO의 존재에 대한 뜨거운 논의들을 조목조목 사실로 밝혀진 증거와 고백들로 실례를 들고 있다. 부정하고 싶은 기억,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경험 등이 반복된 주입과 왜곡된 기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과학은 국가차원에서도 지원된다. 빈곤과 후진성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해줄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에 국비지원 유학생들이 있었듯 현재의 여러 개발도상국가에서도 같은 이유로 인재를 양성하는 이유다. 그러나 다른 한편 과학은 유사과학과 사이비종교의 이익을 위해서도 이용당한다. 이성적인 증거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과학이지만 과학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 것도 있다.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가 악으로 규정되고 신에 대한 도전과 모독으로 재판에 서야 했던 때가 있었듯이 지금도 지금의 과학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칼 세이건 스스로도 어느정도 인정하였듯이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과학을 신봉하지만 과학이 미처 밝혀내지 못한 것들이 분명히 있으리라 본다. 얼마만큼의 과학의 발전이 더 이루어져야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 끝이 날까?
생각보다 쉽게 씌여져 접근과 이해가 쉬웠던 과학과 유사과학의 이야기 <악령이출몰하는세상>. 주변에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