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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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 si tu savais (아! 그대가 알고 있다면)!

음악, 그 중에서도 가사를 품은 노래는 노랫말 자체가 주는 공감도 있지만 그 노래를 듣던 당시를 추억하게 만드는 강한 힘이 있다. 그 추억이 미소를 부르는 아름다운 기억일 수도 있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상처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유행처럼 번져나간 7080노래,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왔던 옛가요들의 역주행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 해준다.

한적한 해변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로베르에 대한 사랑을 느끼던 그때 로베르가 읖조리던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될 때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느끼던 에드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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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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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 연진희 (옮김) | 민음사 (펴냄)

대한민국의 중2 학생들이 두려워 북한에서 제 2의 남침을 하지 않는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리고 사춘기라는 엄연한 정식 명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2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십대 중반의 아이들과 그 부모 세대간의 갈등은 생각보다 고단하다. X세대로 시작된 신세대의 대표 명사는 여러 이름을 거치면서 요즘은 MZ세대라 불리운다.

세대 차이, 세대 갈등은 남의 얘기, 먼 얘기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내 아이가 중2가 되면서 시작된 감정의 골은 별거 아닌 일로도 아슬아슬 줄타는 하루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런 세대 갈등은 우리에게만 있는 일도 아니고 사춘기 아이들과 그 부모에게만 한정된 일도 아니다. 직장에서 업무적인 관계와 업무의 연장이라고들 하는 회식 자리에서도 세대 갈등을 토로하는 기성 세대와 신세대의 한숨섞인 얘기가 자주 들려오기 때문이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자식에서도 이런 세대 갈등이 그려진다. 아르카지의 큰 아버지인 파헬과 아르카지의 친구이자 정신적인 스승이라 불리우는 바자로프의 팽팽한 신경전을 통해 그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귀족에 대한 반감, 낭만과 사랑에 대한 비아냥, 농노들과 가깝게 지내면서도 그들을 조롱하는 바자로프는 니힐리스트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그 어느 누구보다도 낭만에 젖어있는 사람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오진초바에게 금새 빠져버린 사랑과 페네치카의 아들 미챠를 치료해 주고 진료비로 붉은 장미 한 송이만을 바랐던 일, 무분별한 키스의 대가로 치뤄야 했던 파헬과의 결투에서 상처입은 파헬을 치료해 준 일 등이 그러하다. 늘 누군가를 비판하고 조롱하던 바자로프 자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선 농노들의 조롱거리였음을 알았다면 그렇게 쉽게 단정적으로 다른 이들을 판단하고 비아냥거릴 수 있었을까?

니힐리즘은 기성의 가치 체계와 이에 근거를 둔 일체의 권위를 부인하고 허무의 심연을 직시하며 살려는 철학적 견해라고 한다. 바자로프는 입으로만 니힐리즘을 따랐을 뿐 행동은 그러하질 못했다. 그에게 허무했던 것은 죽음 뿐이었던 듯하다. 이토록 허무한 죽음이라니... 그러나 죽음 앞에서도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며 만나보길 소원한 행동은 끝까지 니힐리스트답지 않다. 사랑을 고백하며 죽어가는 허무주의자라니, 오히려 낭만주의자에 가깝지 않은가! 이런 괴리가 아르카지로 하여금 조금씩 바자로프에게서 멀어지도록 하지 않았는가 싶다. 자신보다 어린 페네치카를 아버지의 새 아내로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아르카지의 모습은 기성세대의 잘못을 비판하지 않고 포용하는 화합을 말하는 듯하다.

글쎄요, 아빠. 사람이 어디서 태어나느냐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아버지와 자식 23페이지

도입부에서 무심코 넘겼던 아르카지의 대사가 완독 후에야 의미있게 들린다. 훗날 자신과 아버지의 결혼이 동시에 치뤄지는 것 또한 기성 세대와 신세대의 화합과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파헬과 바자로프의 대결 구도로 그려지는 세대 갈등도 흥미롭지만 바자로프 개인 안에서 벌어지는 낭만과 허무의 대립도 <아버지와 자식>을 완독하게 만드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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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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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이사벨 아옌데 (지음) | 조영실 (옮김) | 민음사 (펴냄)

기억은 허구다. 우리는 부끄러운 부분은 잊어버리고 가장 밝은 부분과 가장 어두운 부분만 선택하여 인생이라는 융단에 수를 놓는다.

-세피아빛 초상 본문 430페이지

출생의 비밀을 안은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주제다.

뻔히 보이는 비밀을 당사자만 몰라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에 꽉 막힌 고구마를 안기기도 하지만 사이다같은 결말을 보여주리라는 희망을 비치기에 일희일비하는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며 결말까지 함께하게 된다. 막장 스토리라며 입방아를 찧어대지만 막장의 기본인 사랑과 배신,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은 드라마에서 보다 고전문학에서 더 자주 등장하는 오래된 소재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세피아빛 초상>은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한 소설이다.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가 빛 좋은 게살구마냥 실속없었던 베스트셀러들과는 달리 별기대없이 시작한 <세피아빛 초상>은 작가 이사벨 아옌데에 대해 검색하고 싶어질 만큼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운명의 딸>과 <영혼의 집>과 더불어 아옌데 3부작이라 불리우는 <세피아빛 초상>. 검색해보니 아옌데 3부작에 대한 극찬이 쏟아진다. 출간 순서로는 맨 마지막이지만 줄거리의 시간상 흐름으로 본다면 두번째라고 한다. 작년에 코맥 매카시의 <국경을 넘어>를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국경 4부작처럼 이사벨 아옌데의 <세피아빛 초상>을 읽고 난 뒤엔 나머지 두권 <운명의 딸>과 <영혼의 집>에 대한 흥미와 궁금증이 더해졌다.

<세피아빛 초상>에는 여러 여성들이 등장한다.

여자와 가난한 사람은 아는 게 없어야 고분고분하다 생각되어지던 시대에 태어나고 자라 글을 배우지 못했던 파울리나는 사업적인 면은 타고났다고 할 정도로 앞을 내다보는 시야가 탁월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모하리만치의 용기와 강단을 보인 엘리사도 당대의 여성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타오 치엔과 엘리사의 딸 린 소머즈도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어머니 엘리사 만큼의 현명함은 없었다.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며 신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니베아는 앞선 세 여성보다는 한 발 나아간 모습이지만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은 가정이라는 한계를 가졌다.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이 사라진 아우로라 델 바예는 피네다 선생님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이전의 여성들과는 다른 진취적인 지식인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아우로라 주변에서 그녀의 인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거나 선택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 순간에는 남성들이 있었다. 부모없이 자라게 된 아우로라에게 자신의 성을 준 세베로,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이 모조리 사라지고 성인이 되어서도 원인 모를 악몽이 계속되었던 이유의 중심 외할아버지 타오 치엔, 결혼이 아니어도 사랑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진정한 사랑 이반 라도빅과 사진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또 다른 나를 알게 해 준 스승 리베로 그리고 새할아버지 윌리엄스는 타오 치엔이 살아있었다면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을 현명한 판단과 심정적 지원을 해주었다.

잃어버린 기억과 헤어져야 했던 사람들을 다시 찾고 만난 아우로라는 변화하는 시대만큼 달라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왠지 아우로라는 그럴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사진과 글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감춰지고 왜곡된 진실을 물리친채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말이다. <세피아빛 초상> 한 권으로도 좋았지만 아옌데 3부작을 모두 읽으면 더 완전한 감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생의 비밀이 이토록 진부하지 않을 수 있다니, 박경리 <토지>의 칠레판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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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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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마침내 홀로 있게 되자 눈부신 평화가 찾아왔다. 아이들도 떠나고 없었다.

가사일과 육아로부터의 해방. 에드나의 평화가 이순간 진심 부럽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가면 겉으로는 서운한 척 해도 속으로는 기뻐하는 일이 비단 남편들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니 하루 종일 밥 해먹일 생각에 이 더운 날씨에 주방 가스불 앞에 서있는 시간이 길어질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물론 잘 먹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보람되지만 더운 건 더운거고 힘든건 분명 힘드니까 말이다.
조용히 책 읽는 시간만이 혼자를 즐기는 시간이었는데 이마저 아이들 방학때는 줄어들고 만다. 생각해보면 나도 학창시절에는 방학을 목 빠지게 기다렸으니 그맘 모르지는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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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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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오진초바에게, 안나 세르게예브나에게 급사를 보내 주세요. 이 근방에 그런 지주가 있어요...

지주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던 바자로프가, 사랑  따위 낭만적인 감정이라며 비웃던 바자로프가 사랑한 지주 안나 세르게예브나. 결국 그 자신이 조롱하던 것들에 그 누구보다 깊숙히 발을 담궜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떠오른 것은 사랑하는 여인과의 마지막이 될 만남. 어떤 원칙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바자로프도 죽음만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은 무의미하다며 냉소하던 그에게 한걸음에 달려와준 오진초바. 스스로에게 좀 더 솔직한 두 사람이었다면 이토록 허무한 죽음은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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