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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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도 3초만에 결정된다던데 15초는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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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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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상)

표도르 도스또예프스키 (지음) |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으로 꼽는 <죄와 벌>.

언젠가는 꼭 읽고 말겠다고 다짐했던 책이다. 드디어 읽었으나 부끄럽다. 나는 무엇을 읽었나? <죄와 벌>, 나의 무지로 인해 이해가 어려웠다.

<죄와 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스또예프스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먼저 있어야겠다. <죄와 벌>에서 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소설에서도 돈이라는 주제는 자주 등장한다.

라스꼴리니꼬프가 살인을 하는 이유는 돈이다. 돈 때문에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휴학 중이며, 라스꼴리니꼬프의 동생 두냐도 돈 때문에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집요한 추파를 견디며 가정교사일을 한다. 소냐도 돈 때문에 노란 딱지를 받는 매춘업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라스꼴리니꼬프가 전당포 여주인을 살해하기 위해 세우는 계획의 치밀함과 흔적을 지우는 모습에서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으로 인해 그토록 괴로워하고 고열에 시달리며 병이 났던 것인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전혀 계획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살인, 리자베따의 죽음. 빈민촌에서 높은 이율의 고리대금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착취하는 전당포 주인 알료나를 '이'라 규정하고 그 노파의 돈을 좋은 곳에 쓰겠다는 라스꼴리니꼬프의 계획은 리자베따를 죽이게 되면서 물거품이 되버렸다.

'이'를 죽여 정의를 실현하고 싶었던 라스꼴리니꼬프는 '이'에게 갈취당하는 리자베따를 죽이게 되면서 괴로움에 병이 나고 만 것이다.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는 살인의 실행을 갈등하던 라스꼴리니꼬프에게 기폭제가 되었다. 라스꼴리니꼬프의 심리에 집중해 읽어보아야 한다. 라스꼴리니꼬프에겐 '이'를 죽이는 것은 범죄가 아니라 정의의 실현이었던 것이다.

살해의 도구인 도끼가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집을 지을 나무를 베고, 요리에 쓰일 장작을 패고, 성상을 만드는데 쓰이는 도끼가 그에게는 살해의 도구가 된 것이다. 자신이 타인의 죄를 심판하는 인간 위의 인간, 초인이라 여기며 신을 부정하는 상징인 것이다. 죄를 지은 그 순간 라스꼴리니꼬프의 벌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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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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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 김도연 (옮김) | 1984books (펴냄)

자유와 사랑, 가벼운 마음을 향한 여정

-<가벼운 마음> 뒤표지글 중에서

프랑스 영화를 볼 때는 뒷 배경으로 잡히는 책장의 디테일까지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는 어느 영화평론가의 말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머물거나 지나는 장소의 한 컷 배경일 뿐이지만 책장에 꽂힌 책들을 어떻게 꽂아 놓아야 가장 아름다운 화면으로 보여질지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 무척 심혈을 기울여, 스크린 속 배경이 되는 장면이 말그대로 '영화의 한장면'처럼 아름답다는 얘기였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가벼운 마음>을 읽으며 오래전에 들었던 영화평론가의 말이 불현듯 떠오른 데에는 주인공 뤼시의 인생을 스쳐간 이들에게서 그런 디테일을 보았기 때문이다.

첫사랑이었던 늑대를 묻고 그 무덤을 찾았다가 만난 간호사 아줌마가 들려준 우울증에 관한 설명은 전혀 우울하지 않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p20. 우울증은 월식 같은 거야. 달이 마음 앞에 슬며시 끼어드는 거야. 그러면 마음은 자신의 빛을 더는 내지 못해. 낮이 밤이 되는 거란다." 이름마저도 시인스러운 시인, 보뱅. 소설에서도 시적 표현이 넘쳐난다. "p80. 내 마음은 바람이 드나드는 통로가 된다." 하...이런 표현이라니! 마음이 젖어든다.

가벼운 마음을 가진 주인공 뤼시. 뤼시의 가벼움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벼움과는 다르다. 너무 작고 사소해서 무심하게 지나치는 행복과 일상들을 가볍다고 말하고, 어디에나 있는 그 가벼움을 우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챶기 힘든 이유는 어디에나 있는 것을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술 부족이 그 이유라고 말한다.

사랑은 다른 어디에도 아닌 사소한 것들에 깃들어 있다는 것과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라는 것을 배우고 깨달으며 뤼시는 성장해 나간다.

한 사람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가고, 한 사람이 사라졌으니 다른 사람도 사라지는게 옳다는 뤼시의 만남과 이별들. 구속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며 그녀가 하는 사랑도 헤어짐도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다. 정신병원에 수용될 요양원의 할머니를 데리고 떠나는 여행도 의미심장하다. 뤼시가 가출을 시작했던 곳, 서커스단으로 향하는 여행. 맨처음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행보는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은 탕아의 후회가 아니라 진짜 자유와 진짜 가벼움을 가진 자의 여유와 선택이지 않을까.

"웃음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눈물이다"라는 본문의 한 줄을 보니,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사람은 뤼시의 어머니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뤼시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직감을 수호천사라 불렀다. 그 수호천사가 엄마에겐 없었던 것일까? 깨어나자마자 좋은 날씨와 죽음을 기다리는 노부인은 뤼시를 향해 '나의 천사'라 부른다. 정신은 잃어가는지 몰라도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아는 그녀는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지도.

소설 속의 디테일과 심쿵하는 표현들이 이 <가벼운 마음> 한 권으로 크리스티앙 보뱅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보뱅의 다른 작품들도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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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삶의 음악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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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삶의 음악

안드레이 마킨 (지음) | 이창실 (옮김) | 1984books (펴냄)

시인 피천득 님은 우리의 인생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표현하셨다.

인생을 여행이나 마라톤에 비유하는 것은 비교적 익숙하지만 음악과 인생을 나란히 두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악보 위의 음표와 부호들이 잘 어우러져야 하모니가 되듯이 하나하나의 인생도 다른 인생들과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돌아가는 화음이 중요한 길고 긴 음악임에 틀림없다.

호모 소비에티쿠스. 체제가 만들어낸 인간의 종.

꿈을 가진 한 청년의 미래가 정치와 전쟁의 소용돌이에 원치않는 휩쓸림을 당해 그 꿈과 젊음이 사라지는 피를 토하는 심경의 아픔은 과연 그들만의 이야기일까.

살기 위해 밀고하고 출세를 위해 거짓도 만들어 내는 인간의 본능과 야욕. 정치가 무언지도 모르고, 체제와 이념이 무언지도 모른채 한줌의 쌀을 배급받기 위해 나갔던 부역이 이유가 되어 빨갱이로 몰리고 한맺힌 죽음을 당해야 했던 나이 어린 가장들과 여성들, 전쟁 고아들의 억울함이 우리에게도 그리 멀지 않은 역사의 한 켠에 있다. 죽은 자의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베르그의 사연을 이해하고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는 이유이다.

여우를 피하러 들어간 굴에서 호랑이를 만난다고 했던가. 어디인지 모를 수용소로 끌려갈 위기를 피해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베르그가 맞닥뜨리게 된 현장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죽음이 넘쳐나는 전쟁터였다.

살아남기 위해 했던 선택에 나를 숨기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꿈에서조차 철저하게 나를 부정하며 살아야 하는 불안과 거짓된 삶은 과연 살아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억눌러온 피아니스트의 꿈을 살짝 건드려 볼 기회에도 아무것도 모르는척 연기를 해야 했고,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음에도 자신을 보호해왔던 가짜 신분이 오히려 벽이 되고 말았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산산이 조각난 과거를 헤치고 그간의 불행과 공포를 잊은 베르그는 자신으로 돌아갔다.

이쪽도 저쪽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베르그의 삶은 죽은 군인의 옷을 입던 그 순간에 정지해 있었다.

'전쟁 전에는-'. 세르게이 말체프로 살아가던 알렉세이 베르그는 전쟁 전을 생각하며 베르그로의 귀환을 결심했는지 모른다. 지나온 과거를 돌이겨보며 '그때'를 돌아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각자의 그때가 모두 다를 뿐.

지금도 이유와 이름을 달리한채 여러 곳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과 각자의 삶이라는 치열한 전쟁이. 수용소에서 십년을 보냈지만 베르그로 살 수 있었기에 어쩌면 노년의 베르그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젊음과 함께 꿈도 멀리 가버렸지만 불안과 거짓의 삶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었으니.

130페이지의 얇은 소설이 1300페이지 만큼의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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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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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 장용운 (옮김) | 고딕서가 (펴냄)

죄가 있는 곳에 평화가 스밀 수 없다.

-<숲속의 로맨스> 본문 382페이지

출생의 비밀은 많은 시청자들의 저녁시간을 책임지는 드라마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이다. 처음부터 출생의 비밀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흐르기도 하지만 여러 복잡한 사건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이 해결의 물꼬를 트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출생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들의 인생은 불행의 연속을 맞으며 지켜보는 이들의 한숨과 연민을 자아내며 공감을 일으킨다. '어떻게 이런 인생이 있을 수 있나?' 싶지만 현실의 막장은 오히려 소설과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고 하지 않은가.

고전문학의 한 장르인 고딕스릴러는 고전소설다운 구성을 가지고 있다. <숲속의 로맨스>에서는 비운의 여주인공 아들린이 여러 불행과 음모를 이겨내고 마침내 행복에 이르는 결말을 맞는다. 시대적 상황에 맞게 기사도 정신을 가진 정의로운 남성들의 도움과 사랑을 받으며 권선징악의 교훈도 남긴다. 여러 고전문학을 읽으며 매번 상황에 맞는 우리의 속담이 한두개씩 연상되곤 하는데 <숲속의 로맨스>에서는 "뿌린대로 거둔다", "99섬 가진 놈이 1섬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100섬을 채우려 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등의 많은 속담과 격언들이 떠올랐다.

죄를 짓고도 반성은 커녕 법의 심판을 피해 도망자의 삶을 선택한 라 모트가 몽탈 후작과 아들린을 상대로 늘어놓는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몽탈 후작 역시 악행을 덮기 위해 더 큰 악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양심의 소리에 귀를 닫지 않았던 라 모트는 몽탈 후작과는 다른 결말을 맞는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에게는 버려지다시피한 아들린에게 정신 차릴새 없이 몰아닥치는 불행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줄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수녀가 되기를 강요하는 아버지와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아들린을 제물삼는 라 모트, 아들린을 향한 욕망이 살의로 돌변한 몽탈 후작에 이르기까지 <숲속의 로맨스>라는 제목과 달리 숲속에 고립된 아들린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 그러나 운명처럼 아니, 운명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라 퀴크 가족과의 우연한 만남과 테오도르의 헌신과 사랑에 더불어 아들린조차도 몰랐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혈혈단신 고아인줄만 알았던 아들린에게도 친척들이 나타나게 되고 친부의 복수도 이룬다.

숲속의 외딴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비밀은 아들린에게는 불행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해준 장소이다. 수도원에 묻혀있던 비밀은 마치 아들린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하다.

계속되는 우연은 운명이라고들 한다. "죄가 있는 곳에 평화가 스밀 수 없다"는 본문 속 한 문장은 바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무겁게 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비밀로 묻으려 했던 악행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스릴러 속 로맨스가 더 낭만적으로 다가왔던 <숲속의 로맨스>. 해피엔딩이어서 그 결말이 더 아름답다. 고전문학이 주는 단순하지만 명쾌하고도 순수한 결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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