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2 - 1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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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펴냄)

새삼 작고하신 박경리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20권에 달하는 대하소설 <토지>의 어마어마한 분량과 26년이라는 긴 집필기간도 대단하지만 촘촘한 그물처럼 짜여진 내용이 잠시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았다. 20권의 대하소설이라는 사실에 읽기 전 겁부터 먹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후회스러울 정도로.

구천의 정체를 이미 짐작하고 있던 최치수는 강포수를 총포사냥 선생으로 앉혀두고 인간사냥의 준비를 한다. 비정하고 잔인하고 차갑기만한 최치수라 여겼지만 알고보면 그 또한 연민이 느껴지는 한 인간일 뿐이었다.

얼마든지 마음 먹은대로 하자면 할 수도 있었으련만 구천과 별당아씨가 도망할 틈을 주는 최치수에게서 오랜시간 굶주려 온 모정에 대한 갈증과 애증, 경쟁심을 보았다.

면천의 꿈과 최참판댁의 재산에 흑심을 품은 귀녀를 중심으로 각자의 야망을 보탠 평산과 칠성이도 귀녀와 함께 그 자신들이 욕심에 먹히고 만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큰 사건들 주위로 작은 사건들도 끊임없이 진행되어 이야기의 진행은 지루할 틈이 없다.

제 꾀에 제가 속고 죄 지은 자는 벌을 받는 당연한 진리가 질질 끌지 않고 속도감이 있어 속이 시원한 부분도 여럿이다. 20권 중 이제 겨우 두 권을 읽었을 뿐인데 벌써 토지의 매력에 젖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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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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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산책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펴냄)

온전한 삶에 이르기 위한 자기 돌봄의 분투기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산책 표지글 중에서

집이란 무엇일까?

휴식의 공간? 사생활의 공간? 경제적 수준의 척도? 혹은 타인과 나를 분리시키는 단절, 도피의 경계?

집이란 게 사람이 편히 쉬고, 편히 쉬면서 돌아보고, 돌아보면서 넓어지고, 넓어지면서 서로 품을 수 있고, 뭐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본문 31페이지) 작가 김이은 님은 <산책>의 작 중 화자 여경을 통해 집의 이상적인 모습을 말한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과연 집을 선택하는 이유와 과정에서 윤경의 현실적인 이유를 제쳐두고 여경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물며 부동산 전문가들도 투기가 목적이라면 집값 하향세인 바로 지금이 영끌해서 강남에 집을 사야하는 최적기라고들 하는 때에 말이다. 빈 공터의 여유마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윤경과 여경에게는 어린시절의 가난이 집을 대하는 태도를 만들었지만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고 해서 살아가는 방식도 같을 수 없음을 본다. 밀려났든 선택했든 도시 외곽에 자리잡은 여경의 동네에도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있다. 서울과 지방을 가르듯 지방에서도 나름의 잣대로 선을 긋는 이들이 있다. 집을 경제적 척도로만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 모습이다.

<경유지에서>의 에릭에게 집은 다음 행선지로 떠나기 이전 거치는 경유지일 뿐이다. 이화 역시도 집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살아간다. 에릭이 떠나간 뒤에야 이 집에서 더 살 수도 있겠다(본문 63페이지)는 생각을 한다. 이화는 자신에게서 누군가를 돌보는 동시에 스스로를 방치하는 자의 오래 묵은 듯한 냄새가 난다고 느낀다. 그 냄새는 우울의 냄새일 수도 있고, 타협, 포기, 방관, 무기력의 냄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에릭이 떠난 후의 이화는 달라진 삶을 살게 될까? 그렇게 되기를 바래본다. 응원하고 싶다.

두 단편 <산책>과 <경유지에서>는 현실감있는 주제와 주변 소외된 이들의 얘기가 더해져 '우리이야기', '내 이야기'로 읽혔다.

우리가 향하고 있는 이 길은 온전한 삶에 이르기 위한 길이 맞을까? 그 길 위에서 희생이란 이름으로 자기 돌봄을 방치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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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류 속의 섬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동훈 옮김 / 고유명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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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류 속의 섬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 이동훈 (옮김) | 고유명사 (펴냄)

십대 초반 우연히 티비에서 방영하는 헤밍웨이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땐 그저 여성편력에 바람둥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것도 입에 엽총을 무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이해하기 힘든 작가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불혹의 나이를 지나고 지천명의 나이를 코 앞에두고 나니 헤밍웨이의 이해할 수 없었던 일탈들 뒤에 숨어있던 방황과 고뇌, 외로움이 보인다. <해류 속의 섬들>의 주인공 토마스 허드슨의 모습에서 작가 자신 헤밍웨이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네 번의 결혼, 자신에게 헌신적인 아내를 두고도 마음의 안정은 끝내 이루지 못했을까? 그의 방황은 써지지 않는 집필의 고뇌와 아버지의 자살, 어머니와의 불화 등 복합적인 이유이지 않았는가 싶다.

어릴적부터 그에게 여장시키기를 좋아했다는 어머니의 영향이었을까. 유독 그의 작품에는 그것에 반발이라도 하듯 극기주의, 허무주의, 하드보일드 스타일과 강인한 남성상 등이 강하게 느껴진다.

<노인과 바다>에 이은 바다 3부작이라 꼽히는 <해류 속의 섬들>. 흘러가는 시간 속 인생을 해류라 비유한다면 해류의 흐름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고립되어 있는 자신의 처지를 섬에 빗대어 표현하기라도 한 것일까.

1부 '비미니 제도'에서는 토마스 허드슨과 세 아들 톰, 데이비드, 앤드류의 사나이들만의 끈끈하고 츤데레적인 부자의 정을 보여준다. 2부 '쿠바'에서 알게된 세 아들의 죽음은 독자인 내게는 충격, 토마스 허드슨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3부 '바다에서'에서는 상실과 고통, 분노 등의 감정을 마초적인 냄새가 물씬 느껴지게 표현해 내었다. 비평가들 사이에서 헤밍웨이 최고의 문학성으로 평가받았던 작품이라 할 만하다.

헤밍웨이 그 자신이 200개의 파편이 몸에 박힌 전쟁 그 자체였기 때문인지 전쟁에 참전한 첫째 아들 톰의 전사에 토마스 허드슨의 슬픔과 고통이 남다르게 표현되었다.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이어서 인지 이전 그 어느 작품보다 강하다. 헤밍웨이를 흠뻑 느껴보고 싶다면 <해류 속의 섬들>을 추천한다.

※출판사의 지원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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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6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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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똔 체호프 (지음) |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단편 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편이라 우연히 단편을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말하자면 이번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작정하고 읽었다는 뜻이다.

<6호 병동>, <검은 수사>, <문학 교사>, <농부들> 네 편의 중편이 포함된 열린책들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장편들 못지 않은 깊이와 매력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었는가 싶자마자 끝나버리는 단편의 허무가 싫어서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안똔 체호프의 단편들은 짧지만 확실하고도 강렬한 메세지를 품고 있다. '아~!! 단편에서도 이런 힘을 느낄 수가 있구나!'하는 감탄이 쉴 새 없이 터진다.

열 편이 넘는 중단편들 중 마지막에 수록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책의 제목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6호 병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책을 시작을 연 <굽은 거울>. <굽은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것들이 왜곡된 진실이라면 '현재 우리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여러 언론과 미디어들은 굽은 거울일까, 아닐까'란 데에 생각이 미치자 오싹하기까지 하다. 이어지는 <어느 관리의 죽음>과 <마스크>, <애수>도 현대인들의 삶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모습들이다. 혼자 키워가는 과대망상과 피해의식, 사회적 지위와 유명세가 주는 보이지 않는 힘, 군중 속의 고독 등 비슷한 사례들이 줄줄이 연상되었다. <쉿>과 <자고 싶다>는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이라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수능 당일 다른 수험생들의 시험지 넘기는 소리에 시험을 망쳤다는 어느 수험생의 얘기를 몇 년전 티비에서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안락함을 위해 타인을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사람의 정신이 파괴되는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6호 병동>의 이반 드미뜨리치는 처한 어려운 현실을 열심히 살아 벗어나보려 했으나 피해망상이 생기고,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벗어날 수 없는 부조리에 시대의 탓을 하고 합리화 해버리지만 그 자신 역시 타인들의 합리화에 희생된다. 현대인들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은 모습이다.

44세의 나이로 숨진 안똔 체호프. 늙은 톨스토이를 감동시켰다는 그는 천재 작가였음이 틀림없다.

한 편 한 편 그냥 쉽게 읽고 잊기엔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생각할거리가 많아 독서토론 하기도 좋을 듯 싶다. 단편들이 이 정도라면 그의 장편은? 안똔 체호프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의 친구들과 함께 읽는 함유도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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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양장)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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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예쁘게 변신한 개정판을 읽으려고 여태 못읽었던가 보다. 이번에는 읽으리~ 꼭 읽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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