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여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4. 아버지의 죄는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법이지요.

짧은 단편이지만 한 줄 한 줄 모든 문장이 복선이었다.
대물림되는 아버지의 죄, 딸의 출생의 비밀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엄마.
자신의 결혼과 인생의 큰 선택의 순간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아나가 감내해야했던 인생의 쓴맛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이제는 다 과거의 일이라며 한숨 돌릴때 딸의 결혼 문제를 앞두고 마주해야했던 상처의 되새김질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했던가. 아나의 적은 여자인 올케였지만 아나를 구원해 준 친구 아망테 역시도 여자였다.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다른 소설까지 더 찾아서 읽고 싶어질 만큼 소름끼치도록 재미있었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악한 목소리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르바니아의 역사 연구를 위해 현장 탐사 연구비를 받아 이탈리아에 온 학자 스피리디온의 일기다.
기록보관소에서 역사 속 로맨스를 더듬다가 발견하게 된 300년 전의 여인 메데아 다 카르피. 역사를 움직이는 여인은 전사 혹은 악녀의 이미지가 크다.
메데아의 남자들은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으면서도 메데아를 향한 사랑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매력을 저주로 인식한 로베르토 공작만이 살아서도 죽음 이후의 생에서도 그녀를 멀리하려 했을 뿐이다.
스피리디온은 메데아를 조사하면 할수록 점점 더 그녀에게 빠져들며 숭배하기에 이른다. 시간을 넘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 그녀의 마수에 걸려들고 마는 걸까?

"메데아, 메데아! 아! 아무르 뒤르, 뒤르 아무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악한 목소리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 추리 소설에 익숙해 있어서인지 고딕 추리소설의 접근 방식이 낯설다. '범인이 누구일까?' 보다 '왜 그랬을까?'에 훨씬 더 많은 비중이 있다.
유령 연인의 주인공인 오크 부인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이 여자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의구심이 끝없이 생긴다.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남편을 심리적으로 괴롭히고 놀리는 오크 부인의 가학성의 이유는 무엇일까? 외딴 곳에 사는 외로움? 무료함?
러브룩을 죽음으로 몰고간 오랜 옛날의 앨리스 오크와 자신을 동일시하기라도 한 것일까? 오크 씨와 오크 부인이 맞은 결말은 오크 부인 자신이 의도하고 그려왔던 결말이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박노해 사진에세이 2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 박노해 사진 에세이 2

박노해 (글 사진) | 느린걸음 (펴냄)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불리지만 나는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에 졸업을 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학년 초의 가정조사나 숙제 중에는 집안의 가훈을 적어내라던 적도 자주 있었다. 그 때에 친구들이 적어내던 가훈은 "정직", "하면 된다", "가화만사성" 등 뻔하고 흔하지만 삶에서 놓치기 쉬운 진리들이 많았다. 우리집은 가훈이 없어서 그 숙제가 괴롭고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가훈이 없는데 거짓말로 정직이라 적을 수도 없고 동생과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면서 화목을 적을 수는 없었던 국민학생의 최소한의 양심이었다고나 할까.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는 마치 누군가의 집에 액자로 걸려있을 가훈같기도 하고, 어느 학교의 급훈처럼 흔하고 뻔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천천히 음미하고 곱씹을수록 삶의 지혜와 달관한 자의 향기가 난다.

복잡한 것이 왠지 멋있어 보이고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지만 문제를 해결할 때는 단순한 것이 명쾌할 때가 훨씬 많았다. 겉은 유연해 보여도 마음속 심지만 단단하다면 어떤 고난과 시련에도 흔들림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거기에 단아한 품위마저 갖춘다면 더할나위 없는 금상첨화.

자신을 가난이 단순하게 만들고, 고난이 단단하게 만들고, 고독이 단아하게 만들었다고 박노해 님은 밝히고 있다.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내 삶의 기술은 무엇이었나.

어른이 되어 복잡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며 점점 더 약해지는 나를 문득 발견할 때마다 나는 나를 추스리는 쪽이었나, 무너지는 쪽이었나.

살아온 날이 하루만큼 더 길어질수록 뒤를 돌아보는 날도 하루만큼 더 길어졌다. 후회보다는 반성을 통한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고, 살아갈 날들에는 후회와 반성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단순하지만 막되지는 않게, 단단하지만 뻣뻣하지는 않게, 단아하지만 차갑지는 않은 그런 사람. 사람의 향기가 나는 사람...될 수 있겠지?

오늘도 한 걸음, 하루만큼 내딛어본다.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미의 이름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0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미의 이름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작가나 출판사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줄거리로만 재미의 유무를 따지며 마구잡이식으로 책을 읽어대던 때가 있었다.

베스트셀러라고 하기에 읽고, 지면 광고에서 보았기에 읽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눈에 띄는 제목이기에 읽던 때였다. <장미의 이름>이 처음 막 출판되었을때에도 '움베르토 에코'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채 수도원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워 읽었던 책이다. '범인이 누굴까?'하는 보통의 다른 추리 소설을 떠올리며 읽었던 터라 무겁고 어려운 내용에 완독이 힘겨웠던 기억이 난다. 힘겨운 완독이었지만 뇌리에선 잊혀지지 않은채 언젠가는 다시 읽어보리라 마음에 적어두었던 <장미의 이름>이다.

'다시 읽으면 조금 쉬워질까?' 처음 읽었던 그때보다 좀 더 깊이있는 이해를 할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기대하며 시작한 재독이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쉽지 않았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재미만을 쫒아 읽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읽고 느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수도원에서 일어난 7일 간의 일들을 윌리엄 수도사의 조수인 아드소가 시간의 순서대로 기록한 형식을 빌어 이야기는 진행된다.

윌리엄 수도사와 아드소가 처음 등장하는 대목은 셜록홈즈와 왓슨을 연상 시킨다. 윌리엄 수도사의 예리하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빠른 두뇌회전으로 그러한 것들을 종합해 뛰어난 추리력을 보이는 점은 셜록 홈즈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겸손함을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도.

이러한 윌리엄 수도사에게 수도원장은 살인으로 의심되는 사건을 의뢰하지만 사건의 핵심 장소라 할 수 있는 장서관의 출입만은 철저하게 금지한다. 하나 둘 의심되는 정황은 모두 장서관을 가리키지만 수도원의 모두는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장서관에 비밀이 있다는 사실만은 굳이 숨기려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도 그 비밀에 다가가고 싶었음일까? 여러가지 트릭과 인간 내면의 공포심을 건드리면서까지 그토록 꽁꽁 감춰야만 하는 장서관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아델로 수도사와 베난티오 수도사의 죽음에 의심받던 베렝가리오 수도사 마저 시체로 발견되며 수사는 잠시 벽에 부딪히는 듯하다.

윌리엄 수도사가 도착한 날부터 계속해서 발견되는 시체들은 정말 장서관의 비밀과 관련이 있을까?

눈 먼 수도사 호르헤를 통해 종교인들의 각기 다른 종교관을 말하고 수도원장과 여러 수도사들을 통해 종교인들의 부패와 타락을 꼬집고 있다. 살인 사건의 추리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움베르토 에코만의 비판과 풍자, 음모를 풀어나간다. 저명한 기호학자였다는 움베르토 에코답게 <푸코의 진자>에서와 마찬가지로 암호를 해독하는 대목을 등장시켜 긴장과 궁금중을 증폭시킨다.

철학과 역사가 한데 버무려진 지적이면서도 품위있는 추리 소설, 움베르토 에코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자, 장서관의 비밀을 파헤치러 하권으로 가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