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순간 "앗!"하게 만드는 사진이 등장했다. "어? 낯익은 모습인데?"두 아이를 키우면서 놀이삼아 소풍삼아 자주 가던 박물관 중 한 곳이다. 살고있는 지역에 자리한 박물관이고 다른 박물관에 비해 아이들 눈높이에서 체험할 것이 많아 아이들이 어릴때 종종 가던 곳인데, 이렇게 책속 지면으로 만나니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갑다.바닷길을 통한 정복과 무역, 무역을 빙자한 조공과 약탈은 약자로 살아온 역사가 짧지 않았기에 서글픔이 들기도 한다. 중국과 일본이 나오는 대목에선 치우침없이 객관적 입장만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아마도 저자인 주경철 님도 집필하시는 과정에서 같은 마음이시지 않았을까?
564. 손가락으로 똥을 만지기는 싫어하면서 어째서 너는 똥자루는 안고 싶어 하느냐?
말똥에 침 뱉을 여자를 꼬여 들이려 했던 살바토레와 굶주린 가족에게 먹일 음식이 필요했던 여자는 베르나르 기에게 붙잡히고 만다. 마녀로 몰려 화형대에 걸릴 운명이 되고마는 안타까운 목숨. 아드소가 그리워하던 여자는 마녀로 몰리고, 그녀를 바라보던 아드소에게 우베르티노 수도사는 냉소적인 훈계를 날린다. 아드소는 그 진실을 알지만 마녀사냥에 휩쓸릴 것을 염려한 윌리엄 수도사는 나서려는 그를 제지한다.윌리엄 수도사와 아드소가 도착한지 4일째. 살인이 일어났던 3일 동안과 달리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날, 이젠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 억울한 죽음을 만드려고 하는가.
185. 가까운 곳에서 생산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육로를 통하면 수송비가 비싸지므로 해로를 이용해 먼 곳에서 수입하는 게 더 쌀 수 있다. 지리적 여건여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게 아니라 가격이 더 싼 곳으로 상품이 이동하는 무역 체제가 자리 잡은 것이다.
아주 간단하면서 당연하고 명쾌하기까지 한 설명이다.상업은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니 운송비를 절감하는 방법을 두고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해로를 이용하는 목적이 처음에는 정복이 주가 되었다가 무역으로 그 역할이 확대되면서 해상 실크로드 등의 해로가 발전하게 된다. 상업이 발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살생을 금하는 종교의 이유가 크다고 하니 이런 것을 두고 나비효과라 하지 않을까?살생금지의 교리는 목축업과 농업에 종사할 수 없게 만들어 상업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고 이어지는 연속된 결과가 해로의 발전이라니, 역사는 알면 알수록 신비하고 재미있는 도미노다.
512. 모르는 사람의 귀에는 찬사, 혹은 아첨으로까지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베르나르 기는 그 말을 새겨듣지 못할 사람은 아니었다.
비아냥이나 질책도 품위있게 하는구만.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욕을 욕으로 듣지않고 칭찬으로 들리게 하는 리엄 수도사의 고급진 공격."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얘기는 실상 뚜껑을 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들은 다 손가락질 하고 있는데 저혼자만 제가 이긴줄 알고 뻐기고 있는 어리석음이다.서로에 대해 적의를 숨기지 않는 윌리엄 수도사와 베르나르 기. 조사 방법조차도 달라도 너무 다른 이 둘은 사심은 접어두고 수도원의 연쇄 살인 사건을 함께 해결해 나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