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 - 행복을 유예한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안주용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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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던 한 사람이, 돌연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유를 누리고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는 삶을 살고 싶다고 선언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돌을 맞을지도 모른다.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라는 말과 함께 경멸 아닌 경멸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 안주용 씨는 한국사회에서의 보장된 삶을 버리고 자신과 평생을 함께 할 사람과 함께 현대적인 유목민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한 인간으로서, 한 여성으로서 항상 허전함과 갈증을 느껴왔던 저자는 자신의 연구분야와 관련하여 ‘찰스 다윈에 대한 오마주’로서 세계여행을 하던 도중 운명의 남자와 인생을 발견하게 된다. 

   자연과 함께 온몸으로 최대한 단순하게 느끼면서 살겠다는 결심은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며 두려움을 느낄 만큼 위험한 순간까지 가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있는 그대로의,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자연스러운 부모자식 관계를 회복하는 단계에 이르며 오히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타인의 관심과 칭찬에 길들여진 삶을 살았던 저자는 진정 자신의 심장이 느끼고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표현하는 방법을 잊은 채 앵무새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런 삶 속에서 저자의 답답함은 점점 깊어졌으며 풀 수 있는 길을 찾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 과정 중에 택한 여행에서 만난 운명의 독일 남자 믹 토보는 저자로 하여금 삶의 기쁨과 자유가 무엇보다 소중함을 일깨워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로 인해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되찾게 되고, 돈과 명성이 아닌 가슴으로 사람을 만나고, 제 힘으로 삶을 영위하는 진정한 자유인의 길을 걷기로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살면서 내 삶에 영향을 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여행지의 척박한 환경을 꿈처럼 고향처럼 바꿔놓는 운명의 사람을 만나게 됨으로써 어떤 고난이 와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특히 모든 것이 물질적인 가치로 평가되어가는 사회에서는. 


   밝히기 힘들 수도 있을 자신의 이야기를 툴툴 털어놓듯 써내려간 저자의 글은 몇 년 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내려놓음’이라는 기독교서적을 떠올리게 했다. 가장 큰 기쁨을 담기 위해서 사람은 자신을 비울 줄 알고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책의 교훈을 저자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었다. ‘먹고 자고 일하고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는’ 단순한 행위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려 하는 저자의 앞으로의 삶이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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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신들의 귀환 - 지구 종말론의 실상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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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엇인가? 생명의 근원은 무엇인가? 세상 모든 만물의 존재 이유는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가? 이런 질문들은 사람들이 생각이란 것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끊임없이 재기되었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이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쉽사리 나오지 않을 것을 깨달았고 차선책으로 ‘어떻게?’의 문제에 집중하여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문제를 풀어가다보면 근본적인 시원함은 얻을 수 없을지라도 어느 정도 위의 어려운 문제들을 풀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니까. 그러다 보니 오늘날에는 목적이나 이유보다는 수단이나 과정에 집착한 나머지 발생하는 혼란이 극심한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들 수 밖에 없고 21세기 지구의 환경이나 경제문제가 임계치에 와 있지 않나 우려가 있는 이때에는 더 절실한 부분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많은 소설과 영화 등에서 종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편에선 사이비 종교가 기승을 부리다 잔혹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선 종말이란 소재를 잘 이용하여 돈을 벌기도 하는 세상이다. 시작과 끝이 계속 연결된 순환론적 세계관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기독교 같은 일직선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종교에서는 곧 다가올 심판의 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종교와 과학의 요소가 결합된 신흥집단들은 인간보다 월등한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언젠가 와서 우리들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그 존재가 말 그대로 전능하신 신일 수도 있고, 과거의 기록으로 보아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남기고 간 흔적을 신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신들의 귀환’은 바로 이런 문제에 천착해온 에리히 폰 데니켄의 스물다섯 번째 논픽션이다. 저자는 책에서 성경과 그리스신화, 각 대륙의 문명의 기원을 가르쳐주는 신화 및 고고학적 유적, 유물 등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기술력으로는 절대로 이룰 수가 없었던 업적을 과연 누가 이뤘을까, 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외계문명의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마야력을 비롯한 고대 문명의 천문학적, 수학적 기록물들 공통적인 내용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인류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에 도움을 주었던 바로 그 외계 생명체들이 2012년 12월에 다시 올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허무맹랑한 공상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연구해온 자료들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저자의 주장은 그냥 무시하기에는 어쩐지 꺼림칙하다.

   신은 정말 있는 것인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문명을 지닌 외계인이 지구 역사에 개입한 것인지, 아니면 우주 전체의 현현으로서의 개념으로 신을 이해해야 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저자의 내용전개가 흥미롭다. 특히 성경의 많은 부분을 바탕으로 외계생명체의 존재여부를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듯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대변혁의 시기가 올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나 기술의 개발로 인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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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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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열심히 교회를 다닐 때, 다시 말해 기독교 신앙이 뜨거웠을 시절, 성경을 읽으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물들 가운데 나는 어떤 사람과 비슷한 타입이고 또 모범으로 삼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곤 했다. 평생을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간단한 설명으로 묘사된 창세기의 에녹이 너무나 멋있게 느껴져서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던가 하면, 가진 것도 아는 것도 부족했지만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은 누구 못지않았던 베드로를 닮고 싶어 했던 적도 있었다. 예수님과 비슷한 느낌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무엘이나 차분한 기록으로 지적인 느낌을 주었던 누가, 의심은 많았지만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고 난 후에는 그의 부활을 믿는 것은 물론이고 열정적인 전도를 했던 도마에게서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이고 인상적인 인물은 아무래도 사도 바울이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가장 열심히 예수의 제자들을 박해했던, 오늘날로 따지면 학벌이나 가문 등 세상적으로 무엇 하나 빠질 것이 없었던 엘리트 중의 엘리트요, 상류층이었던 그가 기적적으로 회심을 한 후 기독교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가 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야말로 ‘지성에서 영성으로’란 이어령 선생님의 책 제목에 정말 잘 어울리는 사례가 아닐까.

   이어령 선생님은 인문학을 비롯하여 전 학문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통섭적 지식인의 전형인 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훌륭한 저서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지적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신 분이다. 날카로운 분석과 성찰뿐만 아니라 고독한 지식인의 내면이 잘 담긴 이어령 선생님의 글은 문필을 업으로 삼거나 준비중인 사람들에게 필수 교과서적인 분이기도 하다. 인본주의의 최전선에서 힘차고 강력하게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 예수님을 영접했다? 기독교라는 종교를 받아들였다? 가히 신약시대의 사울이 바울 된 사건만큼이나 나에게는 인상적인 소식이었다. 지식인의 내면의 고독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 등과 함께 이어령 선생님의 삶 속의 뜻하지 않은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기독교 신앙을 가지게 된 과정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지성에서 영성으로’다. 


   모태신앙으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기독교인이 된 사람들도 있고, 청소년기나 청년기에 지식은 부족하지만 감성과 열정만으로 예수신앙에 온 몸과 정성을 다해 교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세상적으로 경험할 것 다 하고 나서 인생의 후반기에 비로소 모든 것이 허무하고 무의미하다 하여 기독교로 귀의한 후, 그때까지 자신이 쌓아왔던 경제력이나, 지식 등을 통해 예수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힘쓰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이어령 선생님은 마지막 예에 속하는 분인데 나는 사실 이런 분들이 참 부럽다. 나 같은 경우 그저 사람들이 착하고 좋아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던 경우라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되어가는 기독교의 모습에 견딜 수 없어 교회 밖으로 뛰쳐나왔기 때문에, 차라리 남들이 최소한 무시하지 않을 정도의 이력은 가진 상태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왠지 온누리교회의 하용조 목사님도 이어령 선생님쯤 되니까 얼쑤 좋다 하고 반기신 건 아닌지 모난 생각도 하게 되고... 


   무신론자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완전한 삶 혹은 치열하고 의미있는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분들에게 이어령 선생님의 행보는 충격적이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무엇이 그를 보이지 않는 가치로 가득한 영적인 세계로 이끌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책 내용도 어렵지 않고 무난하게 전개되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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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1-01-1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시작 민음사 모던 클래식 37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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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많은 시작’이란 소설의 제목을 보고 이처럼 인생의 특징을 적절히 표현한 문구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시작과 끝을 겪고 있는가. 하나하나 미처 뜻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밀려오는 새로운 시작과 끝 때문에 자칫하면 인생 자체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을 지경이다. 거리를 다니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 이외의 느낌이 들지 않지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고 사정을 알게 된다면 드라마도 그런 드라마들이 없을 만큼 다양한 인생이야기들로 꽉 차 있을 것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듣다 보면 지루해서 하품이 나올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지나온 사소하고 구차한 이야기들이 모여 지금 한 사람의 존재를 형성하고 지켜온 것이기에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수많은 사람들의 평균 정도 되는 주인공의 인생을 시시콜콜하면서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물론 주인공은 태어나자마자 어쩔 수 없이 부모와 이별할 수밖에 없었고 성인이 된 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되어 키워준 어머니와 갈등까지 겪는, 어찌 보면 평범하다 할 수 없는 인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게 밝힐 수 없는 사연 하나쯤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주인공 데이비드는 어렸을 때부터 삶이나 역사의 흔적을 남기는 물건들을 모으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것은 아마도 그의 출생의 비밀로부터 비롯된 본능적인 애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훗날 만나게 될 그의 어머니에게 들려주기 위해 그의 삶의 흔적을 하나하나 모으면서 이야기를 채워가는 그의 모습은 인간에게 있어 개인사를 기록하고 증명해줄 물품을 수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인 장면인 것 같다. 존재의 기초를 다지는 행위로써 현실의 흔들리는 삶을 바로잡으려는 몸부림이라고 할까.

   작품 속에는 주인공 데이비드뿐만이 아니라 키워준 어머니인 도로시와 그의 취향을 유일하게 인정하고 개발해준 어머니의 친구 줄리아, 아내 엘리너 등이 등장하는데 모두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깊은 애정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가하면 반대로 갈등하고 다투며 상처를 주면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결국 온전히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성숙의 단계로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많은 시작’은 작가의 데뷔작인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함께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과 단편집 ‘녹턴’을 읽었는데 존 맥그리거의 작품도 비슷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19~20세기 영국사를 관통하는 가운데 평범한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신비스럽게 독자를 소설로 잡아끄는 매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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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원자 -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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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나 역자는 이 책에 소개된 이론이 낯설고 불편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보는 명쾌하고 참신한 시각인 동시에 충분히 납득할 만한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과 잠이 오는 사회학이 설명하는 세상을 듣고 있노라면 실제적으로 나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처한 현실과 어려움에 대해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별로 없잖아! 하지만 좀 더 큰 틀에서 단순하게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사회 물리학’이란 개념은 어쩐지 음, 그럴 수도 있겠군! 이라고 할 수 있는, 납득할 만한 운명론 혹은 결정론적 세계관을 접하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민족주의, 여성문제, 인종갈등, 금융, 범죄 등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현상들을 기존의 사고방식과 학문 체계로는 속시원히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거창한 문제가 아닌 우리 일상의 문제를 봐도 그렇다. 머피의 법칙에 빠진 것처럼 차를 몰고 가는 곳마다 막히고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만한 시간을 골라서 어딘가 놀러 갔는데 오히려 미어터지는 인파에 생고생만 하고 오는 경우, 예측할 수 없는 주가지수 등 인문학과 사회학으로 세세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 그렇다고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일일이 수치화할 수 없는 그런 현상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저자는 사회학에 물리학 개념을 접목하여 인간을 원자, 사회를 원자로 이루어진 세계로 간주하여 세상을 보고자 한다. 다양한 자료를 통해 자연세계에서 보여주는 패턴과 되먹임 현상, 자기조직화의 그래프가 인간사회에서 펼쳐지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면서 복잡하고 예측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사회현상을 단순화하고 패턴으로 읽어낼 수 있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미래에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인간과 사회에 있어 합리성은 때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도구는 될 수 있지만 모든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입증하고 있다.

   인간 역사의 99퍼센트가 지나오는 동안, 집단 내의 개별 개체의 이기주의와 그 집단 자체가 형성하는 호혜적 이타주의의 조화가 발휘해왔던 힘이 오늘날 기업문화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생존전략이라는 분석과 한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역사나 전체사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에 대해서는 개인의 능력이나 특성 때문이 아닌 구성원 상호간의 주고받는 패턴과 되먹임 효과, 자기조직화로 인한 것이며, 역사적으로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특별한 개인으로 평가받는 이들은 바로 이런 인간사회의 특성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매우 흥미로웠다. 물리학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특성과 같이 부의 불평등 문제도 일정한 법칙이 있음을 발견했다. 동일한 조건의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도록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역시 불평등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인간 역시 원자로 이루어진 개체이기 때문에 그 인간들이 구성된 사회현상 역시 물리학 세계의 특성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사회물리학의 세계를 소개한 ‘사회적 원자’는 우리가 인생에서 보게 되는 수많은 불합리한 현상과 사건, 사고들을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만 있다면 인류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의미 있는 발전을 하게 되리라는 저자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인간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진리탐구를 위한 정직한 노력을 통해서만 그 가치가 매겨지고 인간의 완성에 끝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18세기 극작가의 말의 인용하면서 마무리한 것이 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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