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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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흥망사는 서구가 자본을 어떻게 보았고, 어떻게 축적했으며, 어떻게 낭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50년간 서구가 보여준 행태는 흡사 수 세기에 걸쳐 모은 집안의 재산을 탕진한 방탕한 아들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서구는 어렵사리 축적한 부를 무분별한 방종과 그릇된 투자로 날려버렸다. (p.40)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자본주의는 커다란 도전을 받고 있다. 각자의 이기심이 균형을 이룬 가운데 시장 스스로가 자율적인 통제와 성장을 해나갈 것이라는 믿음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마치 무한한 것처럼 펑펑 써댈 때부터 알아봤다. 실물경제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투기적 요소가 다분한 금융산업에 미래가 있는 것처럼 떠벌렸을 때나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을 소비중독에 빠트리고 있을 때, 그것도 빚으로! 당시 경제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한심한 세월을 지내던 나조차도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너무 이상했다. 여전히 세상 어느 곳에서는 기아와 전쟁, 질병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가진 자의 탐욕과 가지지 못한 자의 불만이 충돌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본주의가 인류를 지속시키는 완성형 시스템인 것처럼 환상에 젖어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의 경제적 위기의 이유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실질적 기술을 습득하고 관련 직업을 가지는 것보다 기업과 같은 조직에 사람들을 몸담게 하여 금융산업이라는, 각종 투자와 연금처럼 흡사 ‘폰지 사기’(나는 이 비유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와도 같은 덫에 빠져들게 한 실책을 지적하고 있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빚을 권하고 또 빚으로 해결하게 하는, 즉 인간을 돈에 얽매이게 한 것이 가장 큰 죄가 아닐까?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고 실질적으로 인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기술과 그 기술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에 대한 투자의 후퇴. 자본과 노동의 잘못된 배분,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던 기술적 발전으로 축적한 자본을 사회 인프라나 교육, 의료가 아닌 금융산업에만 집중했던 실책, 자신들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중국 등으로부터의 끊임없는 차입, 그에 따른 중국과 신흥국들의 부상, 그 빚을 제대로 썼는가 하면 그게 아니라 국민들의 허영과 과소비 조장에 쓰인 점, 커진 덩치만큼 비효율적이고 비혁신적으로 전락한 대기업을 공공자금으로 구제해줬더니 경영자와 주주들이 배를 채우는 황당한 현실 등 현재 미국사회가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절대 고쳐지지 않을 파멸의 요소들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저자는 결론부에서 세계는 늘 전진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전진과 성장을 같은 의미로 봤을 때 물질적 전진을 얘기하는 건지 정신적, 내면적 전진을 얘기하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발전의 개념이 지금처럼 물질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희망은 없는 것이다. 왜 세계경제는 외형적 규모의 성장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구의 자원과 환경상황을 고려하여 현명하게 경제의 규모를 천천히 축소해가는 정책을 지지할 수 없는 것일까? 미국이 중국에 굴욕적으로 경제패권을 넘기든 말든, 정신을 못차리고 자멸하든 말든, 과감하게 개혁하거나 채무불이행이라는 초강수를 두어 역전드라마를 쓰든 못 쓰든 간에 그런 것들은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 방향이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유용한 수단에 균형을 넘어 점진적 축소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없다면 한 단계 높은 역사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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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 - 삼성은 번영하는데 왜 한국 경제는 어려워지는가
미쓰하시 다카아키 지음, 오시연 옮김 / 티즈맵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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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을 받는 과정에서 일본식 자본주의에서 미국식 자본주의로 바뀌면서 생긴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란 ‘정치력과 시장독점으로 인해 기업의 수익이 확대되고 있는’ 상태를, 일본식 자본주의란 ‘시장이 과당경쟁이어서 기업 수익이 확대되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즉 미국식 자본주의에서는 특정 산업에 소수의 기업을 집중 지원하여 시장 독점이 가능하게 하는데,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영자와 주주들의 배만 불리고 정부나 국민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는 반면 일본식 자본주의에서는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내수시장이 강한 일본의 경우가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되기는 어렵지만 IMF 이후 삼성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이 어떤 폐해를 낳고 있는가 하는 점을 분석한 부분은 공감하는 바가 크다. 빚을 빚으로 해결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해법이 당장은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나 시간이 갈수록 머리 좋은 거대자본은 그것을 자신의 부로 축적하는 악마 같은 마법을 부리지만 그 마법이 서툰 대다수 국민들은 채무에 허리가 휘어간다. 양극화가 계속 심해지는 것이다.


   삼성 같은 대기업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입장이라 하면서 중소기업과 풍요로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일이나 국민들에게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까지 신경을 쓸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뿌리를 썩게 만드는 자살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삼성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한국이 아니라 세계에 두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경제적 상황과 문제점, 일본식 자본주의를 근거로 한 저자 나름의 대안을 언급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자국 소비자를 필요 이상으로 홀대하는 한국 대기업들의 횡포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자본주의의 길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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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사랑하자 - 마광수 교수, 육체주의를 선언하다
마광수 지음 / 책마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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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던 마광수 교수님의 글을 처음 접해본 나로서는 요즘 시대가 한창 교수님이 활약(?)하던 때와 많이 달라져서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퇴폐적이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이분의 에세이에는 겉치레나 허위의식이 없어서 오히려 더 순수하고 자유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신만의 영역에서 의식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야한 싸움꾼’으로서의 모습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될 날이 과연 언제쯤 올런지... 

   이분이 주로 애용하는 ‘야하다’라는 표현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야한 것이 아니라 본능에 솔직한 것, 천진난만한 아름다움, 동물처럼 순수함, 열려 있음, 개방성 등을 뜻한다고 한다. 이런 의식을 바탕으로 유미적 평화주의가 확산되면 세상의 많은 부조리, 범죄 등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겉과 속이 진정으로 야한 사람들이 득실대는 세상이라!


   문학, 예술의 본질적인 역할을 욕망의 대리배설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부분 또한 인상적이었다. 위선에 찬 기성세대와 그들이 조성한 사회 속에서 세뇌된 이중성 때문에 병들어가고 있는 젊은 세대가 더 이상 문화적으로, 정신적으로 파괴되지 않기 위해서는 본능을 억압하지 않고 인정하면서도 자유롭게 풀어주었을 때 진정한 자율이 실현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마광수 교수님의 글은 한국 사회의 왜곡된 윤리 의식을 정면으로 꼬집고 있어 유쾌하다. 박쥐가 배설할 때 모습처럼 모든 것을 까발리는 듯한 이분의 주장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경직되고 촌스러운 우리 사회에 이런 분들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 그 필요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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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천국, 쿠바를 가다 - 세계적 의료모범국 쿠바 현지 리포트
요시다 타로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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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진영의 비난과 미국의 경제제재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체제를 고수하는 쿠바. 그들에게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 바로 의료와 교육 등의 사회복지 시스템이다. 이 책은 쿠바의 의료체계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을 역사적, 사회적, 사상적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관계자들의 인터뷰 내용과 각종 자료를 통해 쿠바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은 그들이 의료를 비롯한 모든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금전적 가치보다 사회적 자본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 의료를 비즈니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은 그들의 사회적, 인간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수단일 뿐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경제가 극도로 어려워진 시절에도 군비를 줄여 그 재원을 사회복지에 투입하여 시스템을 무너뜨리지 않은 것이나 자원상황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머지않아 종말을 고하게 될 석유시대를 대비해 벌써부터 자발적으로 에너지절약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모습을 비롯하여 경쟁보다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본주의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그들의 자부심은 끊임없는 소비와 탐욕으로 더 이상 지구가 견딜 수 없는 지경까지 온 지금의 상황에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그들에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혁명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본주의의 달콤함을 맛본 젊은 세대가 쿠바 사회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안으로 쿠바의 지도자들은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교육 강화를 실천하고 있다. 예술과 문화, 과학이 발달된 지식사회를 구축하는 것으로 자본주의의 횡포에 맞서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 국민이 기본적인 교양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나 사상, 종교적 대립이 더 이상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한 효과적인 게임의 룰이 될 수 없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명백해지고 있다. 가진 사람, 부족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가 제 목소리를 내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판의 변화가 필요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책에 나온 쿠바의 사례는 인류의 보다 행복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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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음모 - 위험천만한 한국경제 이야기
조준현 지음 / 카르페디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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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가 아무리 살기 어렵다 어렵다 해도 해외 뉴스나 외국에 나갔다 오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살기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좀 더 풍요로우면서도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문제가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을 굳이 호전시키지 않아도 좋을 부류들이 있다. 바로 가진 자들, 지배층 혹은 승자들이다. 그들은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역으로 혜택을 받는 위치에 있으며 민심이 흉흉해도 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갖고 있다. 

   ‘승자의 음모’는 대다수의 서민들이 어떤 식으로 거대 자본 혹은 권력에 속고 있는지, 놀아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수출 주도의 산업구조로는 한계에 다다를 수 밖에 없음을, 지금 우리가 내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를 역사적인 배경설명과 함께 전하고 있는 부분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옛 영광을 잊지 못하고 지금도 여전히 그때처럼 행세하는 여배우로 비유하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과 행정으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현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 지배 구조의 본질적인 문제를 언급하면서 국민들의 의식 향상과 시민사회의 감시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언급하면서 과거와 같은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에서는 더 이상의 생산력 향상도 기대할 수 없음을, 그래서도 안 되는 이유를 꼼꼼하게 밝히면서 자본가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해당 재원을 복지나 교육 부분에 투자할 경우 얼마나 더 이득인지를 밝히고 있다. 부동산 문제의 경우 세금을 제대로 매겨 투기성만 줄여도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북한 문제의 경우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했던 정책들이 정말 정답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 정부처럼 국민들에게 큰 불안과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항상 매 선거 때마다 승자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 헛된 욕망을 품고 실수를 거듭하지만 다가올 선택의 시간에는 결코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라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덜 사기 당하고 덜 골치 아픈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 책은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발전에 관한 유용한 정보와 의견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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