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리커버) - 인간을 완성하는 12가지 요소
제롬 케이건 지음, 김성훈 옮김 / 책세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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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해서 얻는 것은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의 마지막을 몽테뉴의 말로 장식했다. 그렇다.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그것들을 토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새로운 개념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공부하는 인간의 의미다. 저자인 제롬 케이건은 평생 인간을 연구한 심리학자로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주제로 쓴 에세이들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다음의 그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생물학적 요인에 더 초점을 맞추었던 케이건의 학문적 지향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들을 통해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하며 생애초기 2년간의 삶이 자기의식, 기억, 도덕심, 상징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제롬 케이건 [Jerome Kagan] (두산백과)

즉 저자는 자신의 학문적 지향에서 특정 요인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지만 연구 결과를 통해 복수의 요인들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정하는 과정을 거친 학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전반적으로 요약해보면, 어떤 사건이나 사물, 대상을 연구할 때의 방법론으로서, 하나는 개별적 요인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독립적으로 분석하여 의미를 파악하는 것과, 다른 하나로는 이 요인들의 네트워크, 즉 배경 혹은 관계나 맥락으로서 어떤 대상을 파악하는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의 조화와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의 관점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대상을 바라보면 한쪽으로 편향된 반쪽짜리 답을 얻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런 관점으로 인간이라는 주제를 이 책에서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는 심리학과 철학, 사회학과 과학의 범위에서 좀 더 세분화하여 언어, 지식, 배경, 사회적 지위, 유전자, , 가족, 경험, 교육, 예측, 감정, 도덕이라는 12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가 말하는 인간이라는 것, 인간다움의 정의가 무엇인지 탐구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학문 분야의 특성이나 학계의 분위기, 학자 개개인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특정 입장을 염두에 두고 학문적 태도와 결과물을 쌓아나가는 현재의 흐름을 우려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어떤 연구 대상, 예를 들어 언어의 본질이나 비행청소년이 되는 이유, 교육의 필요성, 도덕이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는 하나의 단순한 법칙이나 원리로 명쾌한 설명이 되지 않을뿐더러 그런 시도를 고집하는 자체가 매우 작위적이고 나아가 폭력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12가지의 주제들 하나하나를 다룰 때마다 그 주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어떤 편향에 빠져 있으며 이를 보완하는 것의 중요성을 현실적인 근거와 논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를 다룬 5장을 보면, 요즘 사람들이 과학의 발전으로 유전자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처럼 믿고 있지만(그래서 유전자 조작 같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에도 긍정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처럼) 그 사람의 습관이나 노력 여하에 따라 후성적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음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임을 알려주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이해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 유전자와 환경, 부분과 전체, 객관성과 추상성, 경험과 직관 등 다양한 개념과 의미의 네트워크 안에서만 우리는 어떤 대상의 실체와 가치, 의미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을 뿐인 것이다. 이 책은 한 뛰어난 학자의 인간에 대한 오랜 연구와 성찰의 기록이며 거기에서 길어올린 빛나는 통찰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사람과 사건, 사물과 현상을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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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쇼크 - 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 최신증보판
최강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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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판 1쇄는 201645, 5쇄는 17220일에 나왔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사스(다른 나라의 피해를 목격)와 신종플루, 메르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겪고 난 이후였다. 이번 2판은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따라 내용이 보강되어 다시 나온 듯한데, 결과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접하기만 했던 바이러스와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초지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난 인물이 있다. 생존전문가로 유명한 베어 그릴스라는 사람이다. 왜 이 사람이 생각났냐 하면 그는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언젠가 그가 나온 프로그램에서 생존을 위해 박쥐를 사냥해 먹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쇼크를 읽고 나서 그 모습이 참 위험천만한 장면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베어 그릴스와 제작진이 박쥐가 인간에게 해로울 수 있는 바이러스의 주된 자연숙주라는 사실을 몰랐을리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전염병으로 인해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음이 공식화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온갖 유언비어와 잘못된 정보, 그에 따른 부적절한 반응과 대처는 사회를 더욱 혼란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보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바른 판단을 하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주기적으로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 지역적 혹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데, 이 근본 원인을 파고들어가보면 역시 인류의 탐욕이 가장 큰 요인임을 알 수 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야생 생태계를 지속저으로 파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야생동물들과 인간의 접촉이 빈번하고 밀접하게 반복되면서 야생에서 존재하고 있던 바이러스가 변이 과정을 거쳐 인간으로 전파된 것이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있어야 생존이 가능한 생명체이므로, 그들의 입장에서는 더 좋은 서식 환경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이 걸려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 중 하나는 바이러스도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공격적이거나 소심하거나, 조화를 추구하는 등의 특성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숙주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인데, 그 최적의 개체 중 하나가 박쥐라고 한다.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나타나는 이면에는, 이 박쥐에서 인간으로 옮겨 인간을 숙주로 삼아 공존하기 위한 바이러스의 시도가 빚어낸 적응 과정의 의미가 있기도 한 것이다.

 

동물에게 있던 바이러스는 인류가 농경생활에 정착하면서 인간에게 옮겨오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알려진 전염병으로 인한 대재앙은 1918년의 스페인 독감처럼, 그 정체를 잘 모를 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벌어진 참사였다. 이후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면서 바이러스의 존재가 규명되고, 인간에게 옮겨와 병을 일으키는 과정을 추정하거나 밝힐 수 있는 데까지 이르렀지만, 현대에 와서도 바이러스가 가진 다양성과 변이라는 자체진화적 능력 때문에 여전히 선제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간의 삶을 이루는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이 악영향을 받는 데 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적, 세계적 파급력, 아니 파괴력을 지금 이 시간 실제로 목격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오만했으며 취약한 존재인지를 절감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나는 인류가 이제는 새로운 경제관과 가치관을 요구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인간의 탐욕적인 본성에 기반한 경제와 사회 체제로는 더 이상 인류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점점 더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쇼크는 바이러스에 대한 교양지식을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의 유익은 단순히 기초지식을 습득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심히 읽어보면,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 해결책이 무엇이며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되는지를 성찰하게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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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CC 2020 무작정 따라하기 무작정 따라하기 컴퓨터
문수민.이상호.앤미디어 지음 / 길벗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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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이라면 일러스트레이터는 같은 회사인 어도비에서 나온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의 차이는 하나는 주 용도가 이미지의 수정 및 보완 작업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이미지 창작, 생산 쪽으로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일러스트레이터가 좀 더 전문적인 이미지 툴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로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이 있다. 포토샵은 비트맵 방식이라 하여 이미지를 확대하면 네모 모양의 작은 픽셀(화소)로 이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이다. 이와 달리 일러스트레이터는 벡터 방식이라 하는데, 일단 그래픽 요소를 구현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경우 낯설게 느껴지는 용어다. 벡터 방식은 점, , 면 등 이미지가 표현되는 모든 요소 하나하나에 좌표값이 부여되어 있고 이것이 계산되어 화면에 표현되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확대해도 그림의 해상도가 깨지지 않는다고 한다. CAD와 같은 방식이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크기 조절이 자유로워 캐릭터, 로고, 아이콘이나 포스터 등의 디자인 작업에 유용하며 실제로 출력하는 대형 인쇄물, 예를 들어 현수막 제작시 적합하다. 포토샵과는 달리 사진 보정 기능은 거의 없다는 점도 기억해두어야겠다.

 

 

 

배경지식에 대한 장이라 할 수 있는 파트0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미지 표현 방식, 즉 벡터 드로잉의 기본인 패스(path)' 개념을 소개하고 있으며, 포토샵과의 연동 작업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파트1에서는 기본 작업 화면과 주로 사용하는 기능, 그리고 사용자 맞춤 구성 방법을 알려준다. 작업 과정이 다양하고 복잡한 특성상 파일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파일을 관리하는 기본기를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파트2에서는 가장 중요한 작업인 드로잉에 대한 기능을 소개한다. 앞서 언급한 벡터 이미지 표현 방식은 복수의 기준점을 클릭한 후 점과 점을 연결하는 곡선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다양하게 변형하여 벡터 오브젝터가 완성되는 것이다. 실제 연습이 아니면 이 설명이 한없이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파트3에서는 완성된 오브젝트에 색상과 패턴, 방향, 효과 등의 편집 기술적인 부분이 설명되어 있다. 파트4에서는 문자 디자인과 문서 편집에 관한 기능인데, 문자 디자인은 타이포그래피나 켈리그래피처럼 어느 정도 직관적으로 감이 잡히는데, 문서 편집을 왜 일러스트레이터에서 하나 하는 궁금증이 들 수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메뉴판이나 좀 더 세련된 형태의 유인물 같은 경우 이 기술이 필요한 것 같다. 파트5에서는 작업을 진행중인 오브젝트에 대해 보다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는 기술에 관한 담겨 있다. 요즘 많이 유행하는 인포그래픽 류의 제작 방법 등을 알려준다. 마지막 파트6에서는 고급스럽고 독특한 효과를 더해 일반적인 오브젝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기술들이 소개되어 있다.

 

 

 

친숙한 포토샵과는 다르게 다소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느낌이 강해 처음에는 좀 힘들 수 있겠지만, 차분히 읽으면서 따라가다 보면 이미지와 영상이 중요한 시대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창의적이고 유용하게 이미지로 구현하는 제작 기술을 효과적으로 잘 익힐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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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책 - 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
이동학 지음 / 오도스(odos)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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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의 부제인 지구의 절반이 쓰레기로 뒤덮인 이유를 짚어보자. 그것은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해온 방식으로 유발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토대 위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산업화는 지구의 자원을 끌어다 대량 생산과 과도한 소비 문화를 만들어냈고 자본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것이 정당하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문제는 생산물이 많아져도 이것을 다 소비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남는다는 것이다. 남아도는 가운데 더 만들어내고 그리고 더 많은 잉여물이 생긴다. 그리고 이것이 고스란히 쓰레기가 된다. 덩어리가 되고 산을 이룬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쓰레기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다.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류에게 치명적인 독으로 바뀌고 있다. 플라스틱이 자연분해되는 데 수백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일찍이 알려진 사실인데, 그것만이었으면 오히려 다행이었을 정도다. 플라스틱의 특성상 강한 햇볕이나 바람 등 외부에 노출되어 분해되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온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크고 작은 플라스틱 폐기물과 그 조각들이 새나 물고기의 배에서 발견되는 충격적인 장면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머리카락보다 작은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들이 세상을 돌고 돌아 사람의 몸에 쌓이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다. 상품화를 위해 일부러 만들던 미세플라스틱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과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까지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에 둘러싸인 꼴이 되어 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미세먼지와 더불어 우리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과 환경의 위기를 차곡차곡 누적시키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와 자본주의는 겉으로 화려했으나 이면에 짙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이 풍요로워지는 가운데, 즉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스템에서 발생하던 많은 쓰레기들이 생기는 족족 제대로 처리되고 있던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나 가난하고 열악한 후진국들에 버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선진국이나 경제대국에서 흘러들어온 쓰레기들이 빈민들을 비롯한 경제 약자들의 일거리가 되어 생존을 지탱해주는 아이러니 중의 아이러니가 그동안 이어져왔던 것이다. 최근 플라스틱 차이나라는 다큐멘터리에서 그 비극적인 실상을 잘 보여준 바 있다. 이제는 최대의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러 나라들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한편 또 다른 세계의 쓰레기통이 어디 없을까 물색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끝없이 악으로 흐르고 있다는 확신을 지우기가 힘들다.

 

이 책은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사례들도 다루고 있다. 곧 생산과 소비와 뒤처리가 선순환을 이루는 새로운 산업모델과 경제시스템을 꿈꾸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친환경을 넘어서 필환경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는 나라와 도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생태환경도시인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나 브라질의 쿠리치바도 나오고 쓰레기를 자원화, 에너지화하는데 적극적으로 힘쓰는 덴마크 코펜하겐, 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 대만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쓰레기를 잘 분류하여 재활용하고 재사용하는 비율을 높이고, 매립하는 양을 최소화하며, 소각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의 발전상이 희망을 갖게 한다. 지역사회에서 혐오시설로 인식되지 않고 시민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설을 현대화하는 시도도 돋보인다. 이를테면 시민들이 와서 쉴 수 있는 쉼터, 놀이터로서의 기능을 접목시키고, 다음 세대들에게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교육 시설로서의 활용이 그 예다.

 

음식물 쓰레기도 플라스틱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의 한 축으로 언급된다. 이는 환경과 빈곤의 문제로 함께 다뤄지는데, 한 곳에서는 식량이 남아돌아 쓰레기로 버려지고, 다른 곳에서는 배고픔으로 고통 받는 모순된 현실을 꼬집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제로 시도되고 있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음식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경제 논리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는 시도는 예를 들어 푸드 뱅크나 판매기한이 지난 좋은 음식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어플의 활성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수많은 갈등과 분쟁이 지구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런 문제들이 어린 아이 장난으로 여겨질 만큼 실상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쓰레기 문제는 소리 없이 가까이 다가와 이제는 목을 죄고 있는 상황까지 와 있었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지구라는 공간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망각한데서 초래된 위기이자 비극이다. 이제 우리의 관점과 시선이 더 넓어지고 포괄적으로 변화해야 될 시점이다. 무엇이 우리의 삶의 근본적인 행복을 이루는지 고민해야 한다. 인간 존재 자체의 풍요로움을 유한한 소비와 소유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대체해야 함을 깨달아야 할 것을 이 책은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한 가지 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소개한다. 알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많은 것을 시사하는 내용이기에 가져와본다.

 

어느 마을에 커다른 구멍이 하나 생겼다. 사람들이 그 구멍에 작은 돌을 던져 보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쓰레기를 그 구멍 속으로 던져 넣었다.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리 많은 양을 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안 사람들은 온갖 것을 거기에 버렸다.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흐르고 흘렀다.

어느 날이었다. 한 사람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머리 위에 작은 돌이 하나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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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9 과학이슈 11 9
이상규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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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간은 새로운 해가 되면 지난 해는 항상 역대 최고로 다사다난했거나 아니면 우여곡절, 파란만장이라는 말로 표현이 되는 것 같다. 지난 2019년은 정말 다사다난한 해였다. 특히 이상기후로 인한 전지구적인 문제가 많이 부각되었던 한 해로 기억한다. 아마존의 대형산불은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경제적 논리로 파괴되면서 더욱 최악으로 치달았다. 일본의 원전 방사능 오염수 처리 문제는 지리적, 기후적으로 더욱 가까운 우리나라의 경우 더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작년에는 특히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같은 미세입자들이 유발하는 환경문제가 시한폭탄처럼 그 위험성을 더해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중국이나 국내 양돈업계 관련 종사자분들만큼 생활에 있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아서인지 좀 실감이 덜하지만, 이런 동물 질병이 유행할 때마다 대량의 살처분은 마음을 어둡게 한다.

 

 

그런데 이런 대형 사건들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해 말에서 올초에 걸쳐 중국에서 시작되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온 세상이 말이 아니게 혼란스러워졌다. 특히 이번 전염병은 실제로 우리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게 만들었기에 그 영향력이 역대급이라고 할 만하다. 세상의 풍경이 을씨년스러운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바뀌어버릴만큼, 이 사태가 언젠가 잠잠해지고 올 한 해를 돌아볼 때, 아니 꽤 오랜 세월이 지나도 2020년은 인류에게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이 신호가 인류에게 행운의 한 해로 기억될지, 후회의 한 해로 기억될지 너무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침착하게, 생각을 하며 이성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인 자료와 검증된 정보, 논리적 사고, 합리적인 계획으로 세상의 형편을 살펴보고 할 수 있는 최선의 실천을 해야 한다.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시리즈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일어났던 많은 사건사고들 중에서 과학적 관점으로 중요성을 가진 이슈들을 선정, 분석하여 훌륭한 집필진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석과 사실 전달을 담고 있는 연간 시리즈물이다. 올해는 글 초반에 언급했듯, 문화, 기술, 환경, 산업, 우주, 질병 분야에서 이슈들이 선정되었는데, 특히 전지구적 환경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게임사용장애 혹은 게임 중독의 문제는 게임이 질병이라거나 질병이 아니라는 단순한 접근이 아니라 건강한 게임문화를 만들어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하자는 데 논점이 맞춰져 있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문제의 경우 근본적인 차단은 아직 요원한 상태이지만 우리가 당장 접근할 수 있는 해결방법으로 인간의 공장식 가축사육과 지나친 고기 식문화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환경론적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문제의 경우,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가 너무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을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이 문제가 보다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논의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특히 아마존 대형 산불 문제와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크게 다가왔는데,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에게 큰 고통과 피해를 줄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두 문제 모두 기존의 경제 논리를 넘어서 우리의 근본적인 삶의 기반이 위험과 파멸에 빠질 수 있음을, 즉 지구 구성원 모두의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때임을 피력하고 있다.

 

 

당장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과학적인 사안들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한 시리즈 출판 관계자 분들의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사람들에게 균형잡힌 관점과 생각의 도구를 연마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출판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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