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라, 아티스트처럼 (특별판) - 죽어 있던 생각을 아이디어로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10가지 방법
오스틴 클레온 지음, 노진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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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창조의 갈증을 해소해주거나, 붙잡지 못하고 지나쳐버릴지도 모를 우리 안의 창조의 조각들을 모아서 일을 저지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픈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새롭다는 의미부터 재정의해야 한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구약성경 전도서의 교훈처럼, 모든 창조의 힘은 모방에 있다.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지드도 말하길, “쓰여져야 할 모든 이야기들은 이미 다 쓰여졌다. 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은 다시 쓰여져야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새롭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개념이나 실제 사물처럼 이미 있는 것들을 재조합하거나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때다. 그래서 독창성이란 들키지 않은 표절이라 말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가능했던 건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던 것도 크지만, 먼저 많은 사람들이 부적절하다고 느꼈던 여러 가지 디지털 기기들의 기능들을 하나의 기기 안에 담겠다는 생각의 실천에 있다. 사실 이미 있는 기술들을 한데 모은 것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세상을 바꿔놓은 것이다.

 

결국 예술가라면, 또 무언가 창조적인 일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앞선 선배들의 업적이나 아무도 주목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의 성과물들을 참조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모방을 위한 모방은 무의미하다. 자기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존경하는 인물들의 업적을 모으고 베끼고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결을 달리하는 그 순간, 자기만의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예전에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출간되었던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는 제목의 책이 생각난다. 그런데 이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는 행위는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도구들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앞에 언급한 책이 나올 때에는 인터넷이 지금보다는 영향력이 덜할 때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요즘처럼 혼자 골몰하며 공부하기 좋은 때가 없다. 당장 몰입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자기가 관심 있었던 책이나 음반이나, 여러 가지 자료들로 가득 채워두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감각에 둘러싸여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에 대해 남의 것들을 그냥 버려두느니 주워 와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낫다.”고 했다.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저것 따지면서 시작의 타이밍을 잡으려 한다면 계속 고민한 하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에서 자기 존재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내놓는다. 시작의 한 예로 카피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여기서 카피란 표절이 아닌 실습의 의미로서다. 뭔가를 배우기 위해 카피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작업물을 흉내내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표현해보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것은 기계의 작동원리를 알고 싶어서 분해하고 재조립해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요지 야마모토는 이에 대해 수많은 카피들의 끝에 자기 자신을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피의 대상이 한 사람뿐이라면 제2의 누군가가 되겠지만, 수천명을 베낀다면 오리지널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들의 정신, 관점을 배우는 것이다. 껍데기만 흉내내는 것은 단순한 도둑질과 다름 없다. 그러라고 작가가 훔치라는 표현을 쓴 것이 아니다.

 

좋은 도둑질과 나쁜 도둑질을 분별할 수 있다면 이제는 실전이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자. 보통 잘 아는 걸 쓰라고 배우지만 오히려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쓸 것을 주장한다. 기존의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 있다면 그 뒤의 이야기를 자기가 속편을 쓴다고 생각하고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들어졌으면 하는 작품을 써보는 것이다. 이어서 작가는 예술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며, 두 손을 쓰라고 한다. 우리는 주로 컴퓨터를 통해 많은 작업들을 하지만, 창작의 영역에 있어서는 컴퓨터가 오히려 나와 내 작업물 사이를 가로막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실제로 출력되기 전까지는 만져볼 수 없는 디지털 작업의 감각은 반쪽짜리 의미만 지니게 된다. 시간을 들여 리얼한 세계에서 뭔가를 해보는 감각, 결국 자신의 작업물이 대중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들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수작업의 감각은 사람을 흥분시키며 열정에 빠지게 한다. 아날로그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컴퓨터, 인터넷은 이 작업물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유용하게 쓰인다. 그런 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한때 아주 좋아했던 이외수 작가는 스스로를 글감옥에 가두어 집필활동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감옥문을 구해서 설치한 뒤에 부인에게 문 아래쪽의 투입구를 통해 죄수처럼 음식을 전달받아 먹으며 지냈다고 한다. 윤종신 씨도 아내에게 양해를 구해 자기만의 작업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예능에서 느껴지던 것과는 다른 결의 서정적인 음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가 감금 상태를 즐겨라라는 챕터에서, 이외수 씨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환경과 거리를 두거나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더 창조적인 작업물이 나올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세돌이 전성기 시절에 안티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을 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신경 못 쓰는데,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신경 끈다.‘고 한 적이 있다. 자신의 활동과 결과물에 대해 당연히 비판을 들을 수 있지만, 무조건적인 적대감과 비난은 피해야 한다. 사람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큼의 수준만큼 훌륭해질 수 있다는 원리에 따라, 최고의 사람들을 주변에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분노에 대한 해법,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 상태에 대한 해법이 인상적이었다. 그 분노 에너지를 불평불만이나 언쟁에 낭비하거나 삭여버리는 대신 글쓰기나 그리기 작업에 쏟아부으라는 조언이다. 분노를 창조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인상적인 말을 앙드레 토레즈가 남겼다. “다른 소프트웨어에 대한 불만 제기는 새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걸로 하는 것이다.” 멋지다. 화는 이렇게 내야 하는 거라는 걸 배웠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주눅들 때, 의기소침해져 있을 때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칭찬 파일을 만들어서 힘을 회복할 도구로 활용하는 팁도 알려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인물들의 특징은 상당히 개방적이거나 퇴폐적 느낌을 가지는 반면에 생활에 있어서는 매우 정돈된 생활 습관을 지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마라톤 완주를 몇 번이나 했을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이 책의 작가 역시 비슷한 내용을 말한다. 그러면서 귀스타프 플로베르의 말을 인용한다. “규칙적이고 정돈된 삶을 살 것, 그래야만 당신의 작품이 강렬함과 독창성을 갖게 된다.” 이런 자기 관리에는 올바른 경제 관념을 가지고 빚지지 않는 것과 경제적으로 자유롭기 전까지는 출퇴근이 가능한 규칙적인 일을 하는 것도 포함된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기록을 꾸준히 남기는 것의 유익도 언급한다. 그것은 스스로 어디까지 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티브는 빼기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앞서 창작을 위한 감금 상태나 고독의 필요성을 얘기하던 부분과 연결되는데, 적절한 제한이 탁월한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영화 같은 창작물이 나오는 과정에서 편집의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해 말하기도 하는데,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표현하고 싶은 걸 다 담아낸다고 해서 명작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덜어내고 건너뛰는 것으로 메시지가 더 선명해지는 것이다.

 

책의 사이즈나 분량이 길지 않아 읽기 좋았다. 그렇지만 내용은 묵직하다. 아주 잘 요약되고 압축된, 명쾌한 예술창작 수업을 들은 기분이다. 가끔씩 정신을 환기시키고 싶을 때 찾게 될 것 같다. 번역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각의 변비 상태를 해소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지닌 의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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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는 이렇게 창업한다 - 경제위기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려줄 ‘스탠퍼드식’ 창업 공식
강환규 지음 / 라온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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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에 딴지를 걸고 싶다.(시비거는 것이 아니라 농담 정도로) 다음 문장을 보자.

 

도널드 트럼프도 새벽 4시에 일어나 3시간 동안 독서하는데 주로 플라톤의 저서를 그리스어 원전으로 읽는다고 한다.’(p.239)

 

인문학의 중요성을 말하는 장에서 이 문장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이 말이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일 것이다. 그도 상위 0.01%에 속한 축이라 할 수 있으니 그런 부류들이 받는 교육을 통해 습관이 되어 있었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건 없다. 그런데 와, 그리스어 원전으로 인문 고전을 그렇게 읽는 사람도 저런 식으로 세상을 말아먹는구나... 이렇게 생각되니 저자의 의도가 뭔지는 알겠지만 적절하지 않은 예를 든 것처럼 느껴지고, 책 자체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시비를 하나 더 걸자면, 이 책은 스탠퍼드라는 이름을 책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내용 자체가 요즘 나오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대안으로 인문학적 사고방식을 제안하고 독려하기 위한 책들의 내용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하고 있는 교육 방법이나 철학이 이 맥락에 부합하기 때문에 제목에 끌어온 것 같다. 물론 저자는 스탠퍼드식 창업연구소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스탠퍼드의 방식을 자기의 주장에 많이 녹여냈겠지만 상업적 의도가 짙다. 이 의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는 김에 하나 더 걸어보자. 이 책의 목적이 앙트레프레너십, 창업가 정신’, 혹은 기업가 정신으로 번역되는 이 정신을 독자들에게 권하고, 또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인문학적 자기 성찰과 삶의 현장에서의 적용 방법을 전달하기 위해 쓰였다는 것이 목적인지, 자기들이 하고 있는 교육사업, 즉 부모와 자녀를 함께 타깃으로 하는 자기들의 교육 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 최종 목적인지 조금 헷갈린다는 점이다. 물론 둘 다일 것이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도 사업의 목적이 이윤창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의 시작과 목적이 단순한 이윤추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것으로까지 발전해야 한다는 논지여서 마음에 든다.

 

이렇게 자기도 살고 남도 살리며, 사회와 국가의 성장과 발전에까지 영향을 주고 싶은 예비 창업자, 혹은 창업에 대해 진지하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저자가 바라는 것은 철저한 준비의 실천이라고 한다. 창업가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행동 지침서로 쓴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먼저 한국 사회의 잠재성을 갉아먹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창업식 교육을 제시한다. 이에 부합하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 스탠퍼드대학교이며, 유대인들의 교육방식인데, 이 내용은 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집단들이다.

 

2장에서는 스탠퍼드 출신의 사업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인물로, 성공한 수많은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한 리드 호프만이라는 사람이다. ‘실리콘밸리 연결의 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이 책이 추구하는 방향, , 사람을 중시하고 그로부터 사업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치관에 부합하는 인물로 다가온 것이다. 나중에라도 이 사람에 대한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3장에서는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인 앙트레프레너십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사업으로 구현해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가 정신 혹은 창업자 정신의 확산이 지금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장들에서 이를 가능하게 할 역량들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창업 역량이라는 테마로 묶어 세 장에 걸쳐 알려준다. 간단히 말하면 인문학적 성찰과 적용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다른 자기계발서들에서 다루는 내용들과 비슷하다. ‘인간 탐구’, ‘자기인식’, ‘질문의 힘’, ‘리더십’, ‘비전발견’, ‘이타적 삶의 가치’, ‘동기부여’,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사업적 철학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등을 다루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는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한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는 공부를 통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 필요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이를 창업이라는 형태를 통해 적용하도록 가르친다. 유대인들의 교육 철학은 하브루타(두 사람이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교육방법)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살아내는 힘을 기르며 세상에 영향을 끼치도록 하는 것인데, 세계의 주요 분야에서 유대인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교육 철학의 효용성을 입증한다. 책을 읽다 보면 생각당하지 않도록’, 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삶을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 제시가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적 성찰의 색깔을 띈 자기계발서들의 공통적인 결론인 것 같다. 뻔한 결론 같지만 그래서 진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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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는 습관 : 승률을 높이는 15가지 도구들 - 경기장 밖에서도 통하는 NBA 슈퍼스타들의 성공 원칙
앨런 스테인 주니어.존 스턴펠드 지음, 엄성수 옮김 / 갤리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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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중적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가수 송창식 씨가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많아진 것을 느낀다. 많다고 해봐야 몇몇 프로그램에 불과하지만, 상대성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송창식 씨가 나오는 방송들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적지 않은 나이와 경험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기타 스트로크를 정해진 시간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더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발성 연습도 그렇고, 아마 모든 기본기를 그런 식으로 자기 루틴에 따라 수행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 전 본 방송에서도 기타 E코드만 가지고 1시간 가까이 메트로놈 속도를 바꿔가며 연습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몸이 기억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번에 출간된 성공하는 습관: 승률을 높이는 15가지 도구들은 스포츠와 비즈니스 분야에서 코칭 전문가로 활동 중인 저자가 성공하는 인물들과 그렇지 않은 인물들의 결정적인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그 비밀은 사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행동으로 옮기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렇듯 성공을 위한 첫걸음은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실행하는 것의 격차를 줄이는 것, 실행격차를 줄이는 것에 있다. 앞서 송창식 씨가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본기를 끝없이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실천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송창식이라는 브랜드파워가 생길 수 있었을까? 그가 자만하지 않고 계속 훈련하고 연마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천했기 때문에 지금의 송창식 씨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론이 새로운 게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성공 공식이 자신이 몸담은 현장에서 누구에 의해 어떤 식으로 실천되고 있는지 그 사례들을 3부류의 범주로 나눈 다음, 각 범주 안에 각각 5가지씩, 15가지 항목으로 정리해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여기서 체계적이라는 말이 중요한데, 승리하는 습관을 갖추는 데도 순서가 있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선수-코치-, 혹은 직원-관리자/최고경영자-조직의 순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적용해보자면, 개인 차원에서 승리의 습관이 자리를 잡을 때, 그 개인이 리더의 역할을 할 때, 또 그 개인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일 때로 구분하여 각 단계에서 온전히 갖추어야 할 요소를 필요한 순서대로 5가지씩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즉 개인의 승리 습관이 어떤 집단의 리더가 되었을 때 집단의 승리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승리 습관이 되고,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하여 덩어리를 확대한 하나의 팀에 적용하면 팀 자체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승리하는 습관을 지닌 집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개인의 승리, 성공이 모두의 승리로 이어지는 것, 이런 그림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개인이 승리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필요한 첫 단계는 자기인식이다. 이는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잘 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올바른 자기인식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확실히 알고 있으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사랑 혹은 그 목표를 추구하게 하는 내적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힘들고 어려워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열정이 시작이 바로 자기인식에서 오는 것이다. 이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성취를 위해 필요한 훈련을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즉 반복에서 오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날아오는 비판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수용력을 키워준다. 이러한 마음가짐과 태도는 자연스럽게 진짜 자신감이 나오도록 한다. 꾸며내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나는 진정한 자신감이다.

 

이런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가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행동하게 하는 영감을 준다. 그리고 이런 동기부여를 위한 문화’, 즉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게 된다. 이것은 예전과 같이 강압적인 리더십이 아닌 섬기는 리더십으로 가능한다. 이러한 리더의 덕목은 누구나 따르고 싶은 인격으로 귀결되며, 나아가 따르는 사람들을 또 다른 리더로서 성장시킬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 누구나 개인 차원에서, 또 리더로서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자기인식을 통한 리더로서의 역량이 갖추어지면, 이제는 팀이라는 공동체 내에서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최대한의 성과를 추구할 수 있는 능력들을 더할 수 있게 된다. 먼저 팀원 간의 믿음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 하고 있는 일이 가치 있다는 생각의 공유는 성공의 중요한 토대다. 그리고 이런 상호 신뢰는 팀 성공을 위한 이타심역할 명료성으로 나타난다. 개인보다 팀을 중시하는 이런 요소들은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최적으로 배치되어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상보적인 관계를 통해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관심을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팀은 화합하게 된다. 이는 개개인의 힘을 합친 것보다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게 한다.

 

결국 모든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가장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기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본질적인 것을 말하며, 몸을 통해 하는 것은 기초 체력이나 바른 기본자세를 의미하는 것이며, 사람 차원에서는 바로 첫 번째 단계인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하는 자기인식이 가장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코비 브라이언트의 훈련 모습을 묘사한 것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45분간 나는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나는 45분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가 가장 기본적인 훈련들을 하는 걸 지켜봤다.

최고의 선수가 기본적인 볼 핸들링을 하는 것을 지켜봤다.

최고의 선수가 기본적인 풋워크를 하는 것을 지켜봤다.

최고의 선수가 기본적인 공격 동작을 하는 것을 지켜봤다.

최고의 선수가 기본적인 수비 동작을 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가 하는 모든 것은 정말 단순했다.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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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간 리셋 다이어트 시즌 2 - 빼고 싶은 곳만, 빼고 싶은 만큼 내 몸에 딱 맞춘 커스텀 다이어트 체간 리셋 다이어트
사쿠마 겐이치 지음, 이선정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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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날개에서 저자 사쿠마 겐이치 씨의 이력을 보면 깊은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통해 매우 효과적으로 사람들의 체형을 관리해온 전문가임을 느낄 수 있다. ‘바디 메이크 트레이너라는 직업명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잘못된 신체 습관과 살찌는 원인을 파악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고 돕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몸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건강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취할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일을 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시즌1이라고 할 수 있는 체간 리셋 다이어트는 이미 아마존에서 1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다이어트의 바이블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하니 더욱 신뢰가 간다.

 

전작인 체간 리셋 다이어트의 핵심은 불필요한 근육과 지방을 늘리는 잘못된 자세를 바로 잡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모델들은 알지만 일반인은 쓰지 않는다는 모델 체간근이라는 근육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만드는 운동법을 소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모델 체간근이란 목과 어깨에서부터 엉덩이, 허벅지까지 체형을 잡아 바디라인을 만드는 근육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체형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근육 부분에 대한 지식과 활용 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이 운동법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꿈 같은 얘기 같지만 성공담이 꽤 많이 올라오면서 유명해진 것 같다. 그동안 어째서 체간근이란 표현을 많이 들어보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그리고 전작의 후속격으로, 이번에 출간된 체간 리셋 다이어트 시즌2빼고 싶은 곳, 빼고 싶은 만큼을 모토로 맞춤형 다이어트인 커스텀 다이어트라는 개념을 내세우며, ‘체간근운동법으로 효과를 본 분들에게 더욱 발전된 형태의 운동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전체적인 다이어트만큼이나 특정 부위가 잘 관리되지 않는 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특정 부위를 효과적으로 다듬을 수 있는 운동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즉 이전 책에서 도움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당장 이 책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한 것이다.

 

다이어트 하면 주로 여성들의 외적 아름다움과 관련된 것으로 인식되지만, 건강의 측면에서 남자들에게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이 책의 후반부에 이 체간 리셋 다이어트가 평소 지방을 축적시키고 몸을 망가뜨리는 잘못된 자세와 체간근 활용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으며, 나아가 남자에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음을 설득하고 있다.

 

챕터1에서는 이소성지방이란 것이 무엇인지 먼저 설명한다.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하지방이나 내장지방 외에, 원래 있어야 할 곳이 아닌 부위에 비정상적으로 쌓인 지방을 의미한다. 비정상적 위치에는 근육 같은 곳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 지방의 특징이 타기 쉽다는 점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공략하여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목표물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특정 근육을 사용하여 다이어트 효과를 노리는 저자의 운동법에 비추어 보면, 합리적인 접근법이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즉 효과적인 체형 만들기의 첫걸음은 이소성지방을 소비시키는 것이다.

 

챕터2에서는 다이어터들에게 가장 많이 고민되는 곳인 배와 허리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복근이 짧게 수축되면 그것만으로도 허리가 굵어진다고 하는데,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체간근도 나이가 들수록 쇠퇴하는 부분이기에 곧게 펴 주는 준비가 필요하다. 허리 부분을 쭉 펴주고 충분히 움직이면 지방이 쌓이지 않고 연소되며 다시 쌓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역시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챕터3에서는 다리 다이어트 운동법을 알려준다. 허벅지의 경우, 허리에서 사타구니까지 뻗어 있는 근육인 대요근과 엉덩이의 가장 큰 근육인 대둔근을 사용해 골반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으로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부분이다. 종아리의 경우, 놀랍게도 어깨 근육 단련이 종아리를 날씬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어깨 근육이 약하면 견갑골이 위로 올라가고 갈비뼈가 아래로 쳐진 상태로 걷게 되어 발끝에 필요 이상의 힘을 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종아리 근육 트레이닝이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종아리가 단련되고 굵어진다고 한다. 이 챕터에서 재미있는 것은 다리를 꼬는 행위에 대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알려진 다리 꼬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알려준다. 양쪽을 골고루 적당히 꼬아주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 해당 부위 근육을 이완, 수축시킬 수 있어 유연성도 좋아지고 다리도 날씬해질 수 있다고 한다. 너무 지나치게 휘감지만 않는다면 다리는 꼬아도 된다. 물론 평소에 바른 자세로 걸어야 효과가 있다.

 

챕터4에서는 팔, 엉덩이, 등 부위를 다룬다. 팔 다이어트의 핵심은 어깨, 팔꿈치, 손목이 바닥과 수직으로 뻗는 자세로부터 시작된다. 의외로 일상생활에서 이런 자세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자세가 흐트러져 새우등이 되고 주변의 근육에 지방이 축적된다고 한다. 커다란 엉덩이는 근육이 유연성 부족이 문제인데, 평소에 움직이지 않는 부위이기 때문에 허벅지 안쪽부터 허리 위까지 함께 연동하여 움직이는 훈련을 통해 유연성도 높이고 지방도 연소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 한편 등의 경우, 골반 주변, 고관절 어깨의 유연성이 떨어지면 지방이 축적된다고 한다. 목 근육을 풀어주고 견갑골을 내려서 자극을 주면 등 근육을 탄탄하게 조이면서 움직일 수 있다. 등의 근육량이 줄면 골반이 기울고 견갑골도 위로 올라가 어디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등이 모든 각 부위별 운동을 할 때 가장 토대가 되는 핵심 부위라는 것이다.

 

챕터5에서는 전작의 체간 리셋 운동법을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정리하면서 본서의 커스텀 다이어트와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마무리한다. ‘몸의 이 부분을 이렇게 하면 이렇게 움직인다는 운동의 이치를 체득하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피력한다. 각 장마다 해당 운동법에 대한 설명은 깔끔하고 정확하며, 사진 자료도 풍성하고 알아보기 쉽게 촬영되었다. 더불어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동영상 QR코드를 제공하고 있어, 글이나 사진만으로는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들을 배려한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와닿는 부분은 사람 몸에 대한 지식과 그에 따른 자기 몸 상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평소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의 중요성이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가장 기본적인 것을 확실하고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으로, 행복한 바디 메이킹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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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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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철학은 서양인들의 언어, 그들의 언어철학함이 이루어진 철학이다. 그래서 번역으로 접하게 되는 서양의 철학은 물론이고 다른 학문들도 용어의 낯섦에서 일차적으로 이해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번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낯선 언어를 자주 접하면서 그 뜻을 문장의 맥락과 그 문화권의 역사적, 사상사적 배경이라는 전체적인 흐름에서 파악하려는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틸리 서양철학사는 훈련 교재로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번역이 비교적 매끄럽고 처음 읽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읽어나가면 적어도 그 흐름을 따라가기에 벅찬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원문의 탁월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뻔한 대답이 진리를 탐구하는 것혹은 진리 탐구의 도구일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것은 주체와 객체, 주관과 객관, 인간과 사물과 현상에 대해 생각하고 정의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은 그 어원을 살펴보면 지혜를 사랑한다는 의미다. 이것은 인간이 주체적으로 어떤 것들에 대한 지식을 열망하면서부터 생겨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쯤되면 진리 탐구라는 거창하고 진부한 답이 쉽게 나오면 안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철학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이다. 그 선물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리고 온 힘과 정성을 다해 사용한 철학자들의 흔적이 바로 이 틸리 서양철학사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보자.

 

그리스 철학이 발흥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두려움과 상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신화. 이것은 미신에 가까우며 지금의 관점으로는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이다. 이런 환경이 지속되면서 반복되는 현상과 사건에 익숙해진 인간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 의문이 체계적인 질문과 대답의 형태를 띄게 된 것이 철학의 기원이고, 이것이 그리스에서 시작된 것이다. 자연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최초의 철학 행위였다. 이 세상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어떤 원리로 운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곧 모든 것은 변화하는가 고정되어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보이지 않는 것의 실재(實在)의 존재 여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고,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선과 악, 윤리적인 문제로 발전하면서 인간에 대한 탐구로 나아간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곧바로 정치와 국가와 우주에 대한 문제로, 즉 인간을 둘러싼 유형, 무형의 관계들과의 문제로 확장된다.

 

그리스 철학의 시대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토대에서 발전했지만, 또 동시에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그리고 중세시대로 접어들면서 철학사의 주도권은 그리스도교 신학 중심의 중세 철학으로 넘어간다. 교회 중심의 천 년의 중세 시대가 신의 은총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채 카톨릭의 타락으로 점점 마지막을 향해 갈 때에 세상은 두 가지 거대한 변혁의 바람을 맞게 된다. 바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다. 이 시기에 철학은 비로소 인간 자체를, 개인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양상을 전면적으로 띄게 된다. 하늘에서 땅으로 관점이 이동한 것이다. 이 흐름은 장차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자본주의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의 꽃을 피우며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고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인류는 경험에서 이끌어낸 진리와 눈에 보이는 실용적인 것에 대한 맹신에 점점 빠져간다. 2차 세계 대전 이후로 완전히 새로운 양상으로 철학사는 이어지지만 이 책은 그 직전까지의 철학사를 다루고 있다.

 

이처럼 자연현상에서 시작해 인간과 사회, 국가, 종교, 다시 인간으로 이어지는 철학의 주요 관심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가 보이지 않는 실재가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치열한 사상들의 전투처럼 이어져 왔다. 가깝게는 인생의 의미에서부터 멀게는 우주의 근원, 존재의 본질까지 다루는 철학’, ‘철학함은 인간이 다른 어떤 존재보다 특별한 위치에 있게 해주었다. 역으로 어떤 존재보다 천박하고 가볍고 무의미할 수도 있음을 드러내주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철학사상의 역사가 우리를 새로운 차원의 지적 성취와 쾌락으로 이끌어줄 것이란 사실이다. 많은 독자들이 생각하는 능력을 가장 세련되고 고상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철학함의 방법을 이 책에서 처음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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