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죠 2004-06-11
판다님 있잖아요 # 오늘밤은 잠이 안 와요. 그러니까 아주 괘씸하고 이상한 밤이에요. 아침에 김치 담그는 엄마를 도와드리고 돈벌러 뛰어다니느라 오즈마의 큰 덩치가 얼마나 고단하다고요. 근데요 잠이 안 와요. 오늘은 새벽같이 일어나서 또 돈벌러 가야하는데. 돈 벌어서 맛난 것도 사먹고 책도 사보고 이쁜 때때옷도 사입고 엄마 용돈도 줘여 하는데 잠이 안와요. 그래서 놀러왔어요. 히힛 사실은 징징거리러 왔다는 게 맞을 거에요.
# 저는 그림을 볼 줄 몰라요. 김지님은 그래서 저를 데리고 늘상 미술관에 가주세요. 그래도 저는 그림을 보는 법을 모르겠어요. 그냥 그림 앞에 오래오래 서 있다가, 그 주위를 맴돌다가, 아따 그 색깔 한번 곱다 그러고 말아요. 그게 오즈마의 그림보는 방법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쥴님과 판다님 덕분에 오즈마의 그림보는 눈이 마구마구 커지는 것 같아서, 뭐 자랑할 건 못되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 못해 이렇게 들렀어요. 사실은 징징거리려던 것도 있고 이힛힛.
# 언젠가 판다님이 우리집에 놀러오시면 저는 된장찌개랑 우리 엄마가 기른 상추랑 해서 식사를 대접하고요, 누렇게 잘 쪄낸 옥수수를 뜯으면서 판다님이랑 배깔고 누워 그림책을 보겠어요. 그리고 판다님 생각이 나서 고른 판다 그림책 두권을 선물하겠어요. 그러면 우리 둘은 세상에서, 아니 알라딘에서 가장 행복한 서재주인장이 될 테니까요^ ^
제 몫까지 이쁜 꿈 꾸세요, 판다님. 아무래도 오즈마는 잠을 내일로 미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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