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니 그랑데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조명원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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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생을 재산 축적에만 올인 해온 수전노 그랑데 영감의 무남독녀 외동딸 외제니 그랑데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플롯은 소설이나 희곡의 단골 메뉴인 부(富)와 재산(財産), 명예(名譽), 권력 그리고 사랑, 배반 등이다. 이 책을 통해 발자크는 낭만주의 시대에서 사실주의 작가의 대열로 등재되는 계기가 된 동시에 작가로서의 성공을 확실시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나폴레옹이 실각한 뒤 다시 왕의 통치 체제로 돌아선 복고 왕정 시대가 그 배경이다. 소뮈르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낡고 음침한 저택을 무대로 펼쳐지는 10년 동안의 이야기는 대혁명이후 프랑스 사회의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자리 잡게 되는 신흥 부르주아지의 탄생 과정에 대한 실증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늘 억압되어 있던 두 여인은 고통의 영역에서 한순간 자신들의 천성을 자유롭게 드러내 보일 수 있었다.”

 

주인공의 지독한 구두쇠 아버지 그랑데 영감은 늙은 통장수이며 포도재배자이다. 그는 자신의 수확량에 따라 통을 천 개 만들어야 할지 아니면 오백 개 만들어야 할지 거의 천문학자처럼 정확하게 추산했다. 나름대로 재산 축적을 하는 데는 공을 들이고 노력하는 부분이 보인다. 문제는 얼마 되지도 않는 식구인 아내와 딸에게까지도 지나치게 인색함을 보이는 것이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하녀에게 창고 문을 열고 그 날의 양식을 겨우 요기할 정도만 내주는 격이니 이건 참 지나치다 못해 이해할 수 없는 소치이다.

 

그랑데 영감은 재정적인 면에서 호랑이와 보아 뱀의 특성을 두루 지니고 있었다. 그는 몸을 낮춰 도사린 채 먹잇감을 노려보고 있다가 한순간에 덮치는 법을 안다. 그리곤 지갑의 주둥이를 열어 한 줌의 돈을 삼키고 나서 태연한 얼굴로 냉정하고 꼼꼼하게 소화시키는 뱀처럼 조용히 드러눕는 것이다.

 

영감의 지독한 인색함과 질식할 것 같은 집안 분위기 덕분에 모녀는 아무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 지내는 생활이 이어지던 중 이 책의 주요 플롯이기도 한 영감의 딸 외제니의 사촌이 파리에서 이 집으로 오게 됨으로 긴박감이 더해진다. 사촌간이지만(예전 유럽 쪽에선 사촌간의 결혼이 공공연하게 의도적으로 행해졌다)서로 사랑의 마음을 품게 된다. 좀 더 선명한 설명은 외제니가 사촌 샤룰에게 연정을 갖게 된다. 샤를은 파리지엥이다. 온갖 사치와 환락의 세계에서 잠시 그의 큰아버지인 그랑데 영감에게 그의 아버지의 편지를 전해주러 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샤를의 아버지는 아들을 그의 형에게 보냄과 동시에 재정적인 이유로 권총 자살을 하게 된다. 그는 그가 죽고 난 후 아들의 장래를 염려하며 그의 형인 그랑데 영감에게 맡긴 것이다.

 

서로 사랑을 느끼면서 “영원히 그대에게!” 라는 말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샤를이 돈을 벌기 위해 인도로 떠나면서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7년 만에 부자가 되어 돌아온 그는 더 이상 외제니와 굳은 맹세를 나누던 때의 샤를이 아니었다. 그 동안 외제니에게 단 한 장의 편지도 보내지 않던 그는 인도에서 귀국을 앞두고 외제니와 결합 할 수 없다는 나름의 이유와 변명을 하며 부(富)의 유지와 신분 상승을 위해 다른 여인과 전략적인 결혼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편지를 보낸다.

 

발자크는 이러한 샤를의 모습을 그리면서 순진하고 유약한 한 청년이 사리에 밝은 냉혈한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 메커니즘과 당시 만연해 있던 부르주아적 결혼관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오노레 드 발자크는 쉰한 살이란 길지 않은 생애동안 100여 편의 장편소설과 여러 편의 단편 소설, 여섯 편의 희곡과 수많은 콩트를 써낸 정력적인 작가이다.

 

글을 읽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과 평가가 다르겠지만, 이 소설의 끝은 해피 엔딩으로 보고 싶다. 외제니와 샤를이 서로 결합되는 것은 아니다. 돈과 명예만을 쫒는 자의 삶의 결말은 일차적으로 그랑데 영감을 통해서 보게된다. 남겨 놓고 가는 돈이 너무 아까워서 제대로 죽지도 못한다.

가는 마당에 딸에게 오직 이 말을 남긴다.

 

“모든 것(재산)을 잘 간수해야 한다. 저승에 와서 내게 보고해야 돼”.

 

 

문득 떠오르는 유머가 있다. 그랑데 영감은 발치에도 못 미치는 더 지독한 탐욕가가 있었다. 딸린 자식과 식솔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임종 직전에 유언을 남긴다. “모든 재산을 현금화해서 내 관에 함께 넣어 줄 것!” 장례식날 입관 때 고인의 장남은 봉투 하나를 던져 넣었다. 그 안에는 [약속어음]이 들어 있었다. 저승에서 뵙게 되면 드리겠다는 추신과 함께..

 

아무리 돈에 미쳐서 날 뛰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도 주인공 외제니는 꿋꿋하다. 물려받은 유산을 지혜롭게 잘 관리하며 나눔을 실천한다.  ‘뭐 그렇게까지’할 정도로 사랑의 배신자이자 사촌인 샤를에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표현한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성품은 대체적으로 물질지향, 권력지향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에 비해 여인들은 사려 깊고 지혜롭다. 이는 아마도 발자크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난 후 그 궁핍의 시기에 수 없이 많은 여인들(주로 부인들)에게서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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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지만지 고전선집 661
스와보미르 므로제크 지음, 정정원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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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그 해 겨울은 원 없이도 눈이 많이 내렸다. 시장에서는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었다. 우선 큰 눈덩이를 굴렸다. 눈사람의 배가 될 부분이었다. 그 다음에 만든 좀 더 작은 눈덩이는 어깨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작은 눈덩이를 굴려서 눈사람의 머리를 만들었다. 검은 석탄으로 단추도 달아 주었는데, 다 잠글 수 있도록 위에서 아래까지 촘촘하게 박아 넣었다. 코는 당근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저 무심히 지나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줄지어 아이들의 집을 찾아온다.

 

처음에는 신문가판대 아저씨다. 눈사람의 당근 코가 문제였다. 본인의 빨간코를 빗댄 것이라고 한다. 기분이 나쁘단다. 추워서 그런 거지 보드카를 마셔서 그런 것이 아니란다. 한사코 본인은 술꾼이 아니라고 큰소리친다.

두 번째는 마을조합장이다. 눈덩이를 그렇게 쌓아놓은 것은 마을 조합에 도둑놈위에 도둑놈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기분이 몹시 나쁘단다.

세 번째 방문객은 지역회의 의장이다. 역시 눈사람이 화근이다. 아니 눈사람은 아무 잘 못 없는데 모두 난리다. “나는 집에서 단추를 풀고 다니는데 그건 내 사적인 문제요. 그러니 댁의 아이들이 그걸 우스갯소리 삼을 권리는 없단 말이오. 머리에서 발끝까지 촘촘히 붙어 있는 그 단추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소. 내 다시 말하오만, 내 집에서 내가 바지를 벗고 다니건 말건 그건 댁의 아이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오. 명심하시오!”

 

아이들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아이들 아빠는 사회적 분위기상 아이들에게 벌을 준다. ‘저녁을 굶기고 구석에 가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게 한다. 그 후 아이들은 다시 눈사람을 만들 기회가 되었다. 이제는 모델이 분명히 정해졌다. 신문가판대, 조합장, 의장아저씨를 만드는데 아이들의 의기가 투합 되었다. 그리고는 즐겁게 작업에 착수했다.

 

 

 

 

다소 썰렁한 느낌이드는 풍자적 단편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세상에는 감추고 싶지만 감춰지지 않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드러나지 않는 진실 또한 없다. 단지 시간이 개입될 뿐이다. 작금의 정당화는 차후엔 변명이 된다. 역사상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단편이 42편 실려 있다.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고 있다.

 

저자  스와보미르 므로제크

폴란드의 대표적 극작가이자 단편소설 작가, 만평가다. 1930년 폴란드 남부 크라쿠프 근처 보젱친에서 출생. 해외에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희곡 덕분이다. 므로제크의 희곡작품들은 도덕적 희곡 또는 철학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희곡작품과 매우 흡사한 자신의 산문 작품 속에서, 므로제크는 사회 현상에 대한 통찰 쪽으로 움직여간다. 부조리한 유머를 사용해 지역 정서와 진보 사이의 간극을 표현하고 있다. 저자의 작품들은 폴란드 계엄(Martial Law)시절 폴란드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았고, 지하 출판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1950년대 폴란드의 민초들이 당했던 상황은 1960년대 이후 70, 80년대의 암울했던 국내 상황과 흡사하다. 깨끗하고 정당한 방법의 권력 승계가 아닌 정권의 탈취는 언론, 출판, 집회 및 개인적 표현의 자유부터 접수한다.  그 어둠의 시기에 ‘타는 목마름’으로 봄날의 바람이 우리의 가슴속으로 들어와주길 얼마나 기다렸던가.

 

저자는 이 짧은 단편 속에 폴란드가 처했던 어둠의 시간 속에서 폴란드인들의 입가에 짧은 미소와 울창한 숲 속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희망의 햇살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라 믿고 싶다.

 

이 책을 번역한 정정원 교수는 대학원 시절 폴란드어를 공부하면서 한 편 한 편 번역을 하다가 결국 전편을 다 번역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번역본이 ‘좋은 추억’으로 컴퓨터 한 구석 ‘므로제크’ 라는 폴더에 수줍게 자리잡게 되었는데, 어느 날 다시 꺼내 읽으면서 묘한 재미와 독특한 감동이 몰려 왔다고 한다.

“1950년대 폴란드라는 나라, 폴란드 정부, 폴란드 관료주의, 폴란드 공산주의 등에 대한 풍자가 21세기 한국이라는 나라, 한국 정부, 한국 관료주의에 대한 풍자로 자연스럽게 투영되고 있었다.”

 

이 단편의 타이틀이 된 〈코끼리〉

코끼리가 없는 동물원이 배경이다. 이 동물원은 코끼리가 없는 대신에 토끼 3000마리로 대신해 보려고 하다가, 결국 의욕만 앞서는 과잉충성 동물원장의 아이디어로 공기를 가득 채운 그럴싸한 고무 코끼리를 만들어 세워두게 되었다. 특별히 굼뜨다는 안내문과 함께.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이 동물원으로 현장 학습을 오게 되는데, 그들은 4000킬로그램에서 6000킬로그램까지 나가는 가장 무거운 육상동물인 코끼리가 미풍에 실려 하늘 높이 올라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 이후 학생들은 술을 마시고 유리창을 깨는 건달이 되었고, 더 이상 코끼리를 믿지 않게 된다.

 

어디 코끼리만 못 믿었겠는가.

소설에는 언급이 안 되었지만, 학생들이 이러지 않았을까?

 

“이 세상에 믿을 넘 하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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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도 없는 무덤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피터 무누헤 카레이디 지음, 양철준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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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영국이 케냐를 식민 통치했던 시기에 케냐 원주민인 카쿠유족을 주축으로 그들이 전개한 무장투쟁 ‘마우마우(Mau Mau)’에 대해 피터 무누헤 카레이디가 사실에 기초해서 서사적으로 기술한 역사소설이다.

 

“비상사태 시기에 죽은 다른 많은 사람처럼 뭄비와 그녀의 아이가 묻힌 무덤에는 십자가도 이름도 없다. 그래서 누가 그곳에 묻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그가 살다간 흔적이 이 세상에 남아 있기를 바랄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에 삶이 피폐해져서 그런 꿈마저 꿀 여념도 없이 눈을 감을 수 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삶을 누군가 기억해주길 바란다. 십자가조차도 없는 무덤. 그 사람의 종교를 떠나서 위의 인용 글처럼 십자가조차도, 아무런 표식조차도 없는 무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마우마우’라는 용어는 바라보는 주체에 따라 견해와 해석이 다르다. 마치 한 동안 우리의 5.18이 ‘광주민주 항쟁’, ‘광주 사태’등으로 불렸던 것과 비교된다.

 

19세기 중엽 탐험가들과 독일 선교사들의 영향으로 동아프리카의 사정이 유럽에 비교적 상세히 알려지게 된다. 그 곳 원주민들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다. 유럽 열강들은 아프리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영국은 1894년에 우간다를, 이듬해인 1895년에 케냐를 보호령으로 선포했다.

식민체제의 수립 이전에는 토지의 사적 소유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던 케냐의 전통사회에서 백인 정착민들이 경계를 치고 토지를 사유화한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의 전주곡이었다. 백인들에게 토지를 불하하는 과정에서 강압적 토지수탈이 진행되었고 기존의 사회적 위계, 구조, 가치에도 커다란 변화가 초래되었다.

 

이러한 억압체제, 즉 식민지화 과정에서 세 부류의 사람들이 형성된다. 식민정부의 관리들에게 지나치게 협조하는 토착민 세력이다. 이들을 소설에선 ‘검은 백인’ 이라 부른다. 또 한 부류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저항세력이다. 이 저항 세력이 이 당시 케냐에선 ‘마우마우’이다.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인권이 유린된 상태에서 희생만 당할 뿐이다. 십자가도 없는 무덤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었다. 어찌 이러한 사례가 아프리카에서만 일어났겠는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도 일제 강점 기간 동안에 겪었던 부끄러운 과거이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메자 블루와 뭄비 라는 두 청년이 있다. 메자 블루는 제2차 세계대전에 동원되어 죽음을 무릅쓰고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고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함께 전투에 참여했던 백인들은 비옥한 땅과 좋은 직장이 제공되는 상황에서 단지 아프카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땅은커녕 직장조차도 구할 수가 없다. 뭄비라는 이름의 아가씨는 아버지가 역시 2차 대전에 참여해서 목숨을 잃었기에 홀어머니와 함께 산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그들의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각오하겠다는 그네들만의 맹세의식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메자 블루는 저항군에 합류하고, 뭄비는 이 일(맹세의식)로 고초를 겪게 된다. 급기야 식민정부의 충복으로 변모한 케냐 원주민 추장의 강간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던 중 아이와 함께 숨을 거둔다. 이 소설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이들과 같이 케냐인들의 많은 희생이 있은 후 1963년에 케냐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러나 케냐의 초대 대통령 조모 케냐타는 자유와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마우마우의 활동에 대해 과거의 일로 규정하고 그들에 대한 평가와 예우를 소홀히 했다.

그 뒤를 이은 대통령 대니얼 모이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마우마우와 대립관계에 있던 수구파들이 독립국가의 요직을 두루 차지하고 그들이 축적된 부와 권력을 든든히 해줬을 뿐이다.

 

망각된 역사,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역사는 불의한 구조가 새롭게 잉태될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식민 역사의 청산, 진실 규명, 역사 바로 세우기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진실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역사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무거운 짐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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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릭 - 아마존닷컴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4가지 비밀
리처드 L. 브랜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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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서점들의 등장은 수많은 오프라인 서점의 문을 닫게 했다. 꼭 부정적인 관점만은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속도 전쟁과 함께 원하는 것을 바로 찾아야 직성이 풀리게 만들었다. 온, 오프라인 서점의 차이는 가격경쟁에서부터 오프라인 서점이 하루에도 수없이 출판되는 도서들을 모두 구비 할 수 없다는 단점에서 시작된다. 보통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면 최소 3~4일 또는 그 이상이 걸린다. 때로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헛걸음을 할 때도 있다. 반면에 인터넷 서점은 일단 수초 만에 내가 찾고자 하는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내 손에 들리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마다 ‘겁나 빠른 배송’으로 서로 경쟁하고 있다.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창조해내려면 고집스러움과 융통성을 어느 정도 동시에 지녀야한다.

물론 어려운 점은 언제 어느 쪽 성향을 발휘해야 할지 판단하는 일이다. - 제프 베조스

 

 

아마존 닷컴은 인터넷 서점의 선발주자이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어떤 사람인가? 이 책에 추천사를 쓴 우병현(한국 IT 기자클럽 부회장)은 전 세계는 IT업계의 큰 별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다음 IT업계를 이끌 새 리더가 누구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동향과 문화에 정통한 『와이어드』지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미국 최상의 기술자임을 알게 될 것이며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이을 만한 인물이다.”

 

그러나 베조스는 한국사회에서 일반인뿐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베일 속의 인물’이다. 그 이유는 아마존 서비스와 킨들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한국 소비자가 극소수라는 점과 관련성이 많다고 한다. 종종 잡스와 베조스가 비교 되곤 하는데 잡스가 최고의 디자인에 집착했다면, 베조스는 고객에 집착한다. ‘원클릭 서비스’에서부터 책 추천 기능 등 아마존이 선보인 각종 혁신 서비스는 고객을 최우선시하는 베조스의 기업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아마존 창립자인 제프 베조스의 성장과정과 아마존이 태동하던 상황 그리고 그의 야심을 담고 있다. 베조스가 인터넷 마케팅 시장을 예측하면서 수많은 상품 중 클래식한 아이템인 [책]을 주력상품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궁금했다.

 

“나는 오로지 온라인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했습니다.

 물리적 세계에서는 모방 할 수 없기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말입니다.”

 

결국 그가 찾은 답은 책이었다. 책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가령 가전제품을 살 때는 싸구려 불법 복제품이나 모조품일까 봐 걱정할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 특정한 책을 주문할 때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베조스의 말을 들어본다.

“책은 한 가지 측면에서는 대단히 특이한 상품이다. 즉 현재로서는 그 어떤 카테고리보다도 책이라는 카테고리에 가장 많은 상품 개수가 존재한다.” 1994년에 판매된 도서 판매량은 5억 1300만권에 이르렀고 베스트셀러 17종은 100만권 이상 팔렸다. 그리고 1994년에 평균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도서 구입에 쓴 돈은 1인당 79달러였다. 반면 음반에 쓴 돈은 1인당 56달러였다.”

 

아마존이 문을 열 당시 최대 서점 체인 두 곳은 반스앤드노블과 보더스 그룹이었으며 이 두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25퍼센트였다. 체인이 아닌 독립 서점들(개인 서점)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1퍼센트였다. 나머지 책들은 서점이 아니라 다른 통로, 즉 슈퍼마켓, 대형 마트, 북클럽, 우편 주문 등을 총해 판매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대형서적 회사들이 홈페이지를 오픈 하고 나서 ‘북 리뷰’코너에 정성을 쏟은 것이다. 국내 인터넷 서점 중에도 오픈 후 몇 해 동안 리뷰를 올리면 리뷰 하나에 1,000포인트씩 누적시켜 준적도 있었다. 물론 포인트는 그 만큼의 캐시화로 전환이 되어서 도서 구입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를 보면 홈피 오픈 후 한 동안은 책의 저자의 가족, 친구 등 지인들이 호평위주로 올린 리뷰가 전부였다고 한다. 자연적으로 좋은 이야기만 올라가고 행여 혹평이 섞인 리뷰가 오르면 가차 없이 삭제를 하며 통제했다고 한다. 현 시대에는 먹혀들어가지 않는 행태지만 그 당시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나 보다. 그런데 아마존이 그 룰을 깬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 그 땐 별스런 행동으로 비춰져서 다들 회사 문을 닫을 것이라고 염려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았다고 한다. 결과가 좋았으니까 승승장구 했으리라. 악평과 혹평은 다르다. 아마도 앞서 그네들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책엔 아마존의 해피 스마일만 담겨 있진 않다. 타 대형서적회사들과의 소송, 원클릭으로 인한 긴 법정 싸움, 퇴사해서 나온 직원의 내부고발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가는 생각과 행동이 있었기에 지금의 아마존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제프 베조스의 모든 것을 다 좋게 봐줄 수는 없지만 그저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해해주고 싶다.

 

인터넷 상거래를 하고 있는 사람, 계획하고 있는 사람, 향후 IT흐름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읽다보면 뭔가 옆구리를 찌르는 느낌이 오리라 믿는다.

 

베조스의 사업철학

첫 번째, 고객을 먼저 생각한다.

두 번째,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창조하고 또 창조하는 것.

세 번째, 장기적인 시각.

네 번째, ‘언제나 처음처럼’ 이라는 마인드.

      (그렇다고 ‘처음@@’만 마시면서 시간 보내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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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성격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오토 바이닝거 지음, 임우영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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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과 성격(性格). 사실 이 주제는 예민한 부분이다.

이야기하는 주체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한 성(性)은 대체적으로 구분이 가능하나, 성격(性格)은 보다 복잡해진다. 외국사정은 어떠한지 모르지만 국내에서 부부간의 이혼 사유 중 1순위가 성격차이라고 한다. 웬수하고 사느니 혼자 맘 편하게 살겠다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니까 ‘성격차이’라고 답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성격차이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아마도 성(性)의 격차(格差)라고 표현이 되지 않을까?

즉, 성의 격(格)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외국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성(性)의 격(格)이 달라서 같이 못살겠다는 의식은 우리보다 더 할 것이다.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책이 제법 두텁다. 850쪽이나 된다. 읽느라고 머리 좀 아팠다. 그러나 쓰는 머리 역시 힘들었겠다. 저자의 초판 서문의 일부를 옮겨본다.

“이 책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비춰보려는 시도다. 이 책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특징적인 성격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거나 지금까지의 학문적 실험결과들을 종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에 남성과 여성의 대립적인 모든 것들을 하나의 원칙(Prinzip)에 따라 끌고 가려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이런 종류의 다른 책들과 구분된다. 이 책은 이곳저곳에서 한가하게 머무르지 않고 마지막 목적지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관찰에 관찰을 쌓아가지 않으면서, 남성과 여성의 정신적 차이점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을 것이다. 이 시스템은 ‘여성들’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적용된다. 비록 이 책이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피상적인 것을 계속 출발점으로 삼겠지만, 그것은 단지 모든 구체적인 개별 경험들을 해석하기 위해서 일 뿐이다. 이 책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귀납적 형이상학’이 아니라 ‘단계적인 심리학적 심화’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진다. 1부는 준비부분으로 성적 다양성에 대해 6장으로 이어진다. 생물학적이자 심리학적인 부분이다. 2부는 성적 유형들에 대해 기술한 부분이 14장이다. 심리학적이자 철학적인 부분이다.

 

“모든 남성적 특징들은 비록 약하게 발달했어도 어쨌든 여성에게서 증명해 낼 수 있다. 여성 특유의 성격들도 비록 남성으로 형성되면서 발달하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고는 해도 남성에게 어떤 식으로든 모두 존재한다.”

여성 같은 남성, 남성 같은 여성에 대한 설명이 되고 있다. 어느 여행 잡지에선가 유럽 여행 중 턱수염을 기른 여성을 본 적이 있단다. 남성에게 여성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 있거나, 그 반대일 경우에 트랜스 젠더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럼 성격은 어떤가? 저자는 “인간은 모두 생긴 대로 행동한다.”라고 하는데, 나는 반대 입장에 서고 싶다. 즉, “인간은 행동한대로 생긴다.”로 바꿔보고 싶다. 각각의 생각과 각각의 감정 속에 드러나는 이미지가 그 사람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생긴 대로 행동한다는 말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 생김의 양상(물론 내면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남이지만)은 변한다.

범죄자의 얼굴에서 평안함과 인자함을 바라보기 힘들듯이 그 마음에 담겨진 것과 주변 환경이 그 사람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그 사람이란 곧, 성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생각은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각 세포에 그 개인의 특성이 모두 숨겨져 있듯이, 한 인간의 심리적 충동에는 몇 가지 성격적 특징들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존재 전체가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 한 요소가 이런 특성으로 나타날 뿐이고, 다른 요소는 다른 특징으로 나타나게 된다.”

 

저자는 성격학이 심리학과 결합됨으로써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성격학이 역사적으로 자아의 개념과 운명적으로 연결할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느낌과 감정의 차이는 무엇인가? 뉘앙스 차이일까? 경험에 바탕을 둔 심리학에서 느낌과 감정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느낌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온다. 반면에 감정은 내부로부터 우러난다.

 

“사랑할 때 남자는 언제나 자기 자신만을 사랑한다. 이것은 자아 중심적 태도도 아니고, 모든 약점과 비열함, 중요하거나 사소한 것에 시달리는 존재인 그가 실제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는 모습, 그렇게 되어야 하는 모습,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심오한 지적 존재, 너덜너덜한 일상과 지상의 흙덩어리에서 모두 벗어난 모습이다. 이런 존재는 시간적 작용으로 감각적인 제한과 섞여서 더 이상 순수하게 빛을 발산하는 원래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 그는 자신과 분리 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가진 이상적인 존재를 다른 존재에게 투영하게 된다. 그 말은 그가 그 존재를 사랑한다는 의미가 된다.”

 

“인간은 사랑을 할 때 비로소 어떤 식으로든 온전한 그 자신이 된다.”

 

저자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원칙들을 형이상학적 이념이 아니라 이론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단순히 생리학적이고 성적인 차이를 훨씬 넘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을 이원론적으로 구분해서, 마치 생리적 활동이 나누어진 것처럼 상이한 기능들이 상이한 존재에 배분되어 있다는 견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에 또한 공감한다. 그러나 2부 13장 유대주의에 대한 챕터는 왠지 불편하다.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놀랠 분들이 있겠다. 나는 놀랬다. 저자 오토 바이닝거는 1880년 빈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903년 23세의 나이로 자살한 오스트리아 철학자다. 그러니까 이 논문은 불과 20대 초반에 쓴 것이다. 28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우리의 천재 李箱은 오토 바이닝거에 비하면 형님뻘이다. 바이닝거는 이 책 외에도 엄청난 이론을 쏟아놓고 너무 젊은 나이에 자살함으로써 신화가 되었고, 그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특히 철학, 심리학, 상담학, 발달학, 인지학 등의 전공자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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