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 유시찬 신부의 인생공감
유시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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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다보니 같은 톤의 책을 연이어 보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가 아닌 서 있는 위치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 봐야겠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몸을 위한 스펙을 쌓는 동안 마음과 영혼을 위한 스펙은 얼마나 쌓으셨나요?  삶에서 자신만의 진정한 목적을 찾으셨나요?"


이 책의 지은이는 "삶의 길을 찾기 위해 내면 깊은 곳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지은이 유시찬 보나벤투라 신부는 종교로 인한 학문의 닫힘을 경계하고, 유학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보다 넓은 사유를 추구한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책의 서문에서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詩를 소개합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앚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가 꽃자리라는 것을 알게 된 때, 아니 꽃자리로 만들었을 때 내 안에는 평안함이 가득찰 것입니다. '꽃자리'라는 것은 안주(安住)하는 자리가 아니지요. 그 자리에서 꽃향기를 내어 주위를 더욱 향기롭게 만드는 자리겠지요. 물론 그 자리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은 내가 그렇게 만들어야겠지요.


지은이는 출세나 성공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을 안타까워 합니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맑은 눈으로 '나'를 들여다보면 누구나 매일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이 겸허한 자세를 취해야 하듯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겸허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음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넓고 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은이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멘토(mentor)'에 대해 다른 생각을 나타냅니다. 멘토의 역할이 단순히 나에게 실용적이고 기술적이며 현실 지향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준의 멘토를 넘어선 인생의 등불 같은 참된 '스승'을 찾아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지은이는 조선 최고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과 그의 가르침을 따라 평생을 산 단 한명의 제자 황상과의 관계를 예로 듭니다. 황상은 '관 뚜껑을 덮을 때까지 한마음으로 공부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주 독자층을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두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조곤조곤하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젊은이 그룹에서 벗어난 세대에게도 필요한 조언들이 많이 있습니다. 삶의 여정에서 전진만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지혜로운 건축가는 여백을 먼저 그리고, 음악가는 쉼표의 기능과 역할을 두면서 작곡을 하듯이, 살아가며 멈춰 서서 내 자리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며 다시 앞을 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떠나라, 찾아라, 앉아라


사람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해야 할 일이 세 가지 있다고 합니다.


첫째, 떠나라. 

모든 익숙한 것으로부터 떠나야 한다 합니다. 무엇보다 부모를 비롯한 가족으로부터 떠나길 권유하고 있습니다. 향기 없는 조화 같은 삶에서 떠나 온갖 비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견딜 수 있는 향이 짙고, 아름다운 꽃 같은 삶을 추구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몸이 떠날 여건이 아직 안되었다면 마음으로라도 우선 그래야겠지요. 아울러 지금까지 배워온 온갖 가치관과 인생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합니다.


둘째, 접속하며 찾아라.

생명을 지니고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생명의 그물망을 형성해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익숙한 것으로부터 떠난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첫 걸음이지요. 떠남과 만남을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체험하고 새로운 환경을 접하며 끝없이 새로움과 접속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셋째, 앉아라

명상 수행을 위해 앉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우린 이미 너무 많은 일에 혼이 빠져 있습니다. 가만히 있는다는 것이 익숙하지 못합니다. 손이 바쁘던 눈이 바쁘던 발이 안보이게 움직이던 간에 가만히 있지 않아야 생명력이 있는 것으로만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지요. 앉아 있는 것. 내 안을 들여다보면서 참나를 찾는 시간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티브 잡스의 예를 듭니다.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일대 혁명을 일으키기 전에 인도에서 구루를 찾아다니고 일본 선사의 영적 지도를 받으며 오랫동안 참선에 몰두해 왔다는 사실을 소개합니다. 지은이는 일상의 삶에서 깊게 앉아 있는 시간을 갖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럴 때 삶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내적 에너지를 길어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발상이 샘솟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마련된다고 합니다. 


구상 시인의 詩를 다시 생각합니다.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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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연습
팀 번즈 지음, 정미현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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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中年)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함께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실년(實年) 입니다. 꽤 오래 전 일본에서 중년을 다른 단어로 표현하면 어떨까? 라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그 때 뽑힌 단어가 실년(實年)입니다. 열매 '實'을 사용했지요. 중년이란 다시 말해 열매를 맺을 시기라는 것이지요. 


좋은 뜻이지만, 한편으론 가슴을 치거나 어루만지게 됩니다. 맺고 싶은 만큼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다행히 열매가 많이 열렸다고 칩시다. 내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습니까. 그 열매를 나눔하겠다는 마음을 또한 잊지 말아야겠지요. 열리면 열린대로 아직 충분히 열리지 않았으면 또 그 나름대로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 바로 중년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면(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지금부터라도 해봅시다. 책 제목에 연습이라고 써붙였으니 연습하는 셈치고 해보시지요. 연습만 하다가 끝나게 될지언정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지나가는 시간의 뒷모습만 바라다보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중년 연습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장기적인 목적을 우선 순위로 두고 구체적인 목표와 활동으로 세분화한 다음 그 활동을 일정에 따라 실행하면 된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적당한 목표 설정. 두 번째는 자신이 무언가 제대로 일을 해냈을 때 스스로에게 보상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 세 번째는 자신의 장기적 목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 1에서는 이 시대 중년남자들이 처해 있는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현실을 조명해 봅니다. part 2에선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성공의 6가지 요소를 다룹니다. 열정, 목적, 힘, 계획, 관점, 인내 등이 그것입니다.  part 3에선 6가지 성공요소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7개 영역(정서, 경제, 직업, 관계, 건강, 지성, 영성)에 적용하여 튜닝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요한 절망 속에 살아간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저자는 어느 덧 중년기에 접어든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살아온 삶의 여정의 부침(浮沈)을 돌아봅니다. 내린 결론은 인생의 중간 지점에서 '인생 튜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펼칩니다. '균형감'을 자기계발 과정의 필수 요소라고 합니다. '균형감'은 제가 좋아하고 실천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젊게 보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자기 나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핵심이라는 부분에 공감합니다. 


"열정은 단순히 일이나 경제적 목표에 관한 부분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을 관통한다. 열정은 곧 생활의 기쁨이다. 꿈과 포부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삶의 단순한 경이로움을 만끽하며 감사할 줄 아는 유쾌한 자아와 관련돼 있기도 하다."  멋진 말입니다. 이런 생각을 담고 산다면 좀 덜 힘들어지겠습니다. 내 마음을 비우고 겸허해질 때 내 안에서 다시 불씨가 살아날 것입니다. 문을 열어야 바람도 들어오고 불도 붙여지겠지요.


그러나 열정에도 두 얼굴이 있습니다. 바로 건강한 열정과 해로운 열정입니다. 이 둘을 구별하는 지혜도 필요하지요. 해로운 열정은 어떤 대상을 향해 불건전한 몰입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집착'이지요.  열정과 집착이 때로 혼동이 많이 됩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깊고 너른 강이 자리잡는 계기도 되지요. 여기에 '중독'도 포함 됩니다. 딱 한번의 유혹에서 중독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사례입니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냉정과 평온을 유지하는 자세만큼 득이 되는 것은 없다."  - 토머스 제퍼슨


좀 속된 표현이지만, 소위 '뚜껑이 열려서' 나는 물론 주위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심각한 손상 내지는 돌이킬 수 없는 큰 화(禍)로 번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내 감정의 배선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정서적 건강 상태는 마음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기 때문에 잘 감지가 안되는 부분입니다. 저자는 정서적 튜닝 과정에서 감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나 자신이 정서적 건강의 주도권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온전하다는 것은 건설적인 방법으로 고통을 처리하고 그 고통을 끌어안을 수 있는 능력으로 입증됩니다. 


정서적 건강관리를 시작하기 위해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지원 단체에 들어가는 것을 권유합니다. 교회나 지역 원조 모임, 개인별 성경 공부 모임, 비영리 단체 등 다양한 지원모임 또는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면 도움이 되겠지요.

 

이외에도 저자는 보다 괜찮은 중년을 맞이하기 위해 경제적, 직업, 관계, 신체적, 지적, 영성 튜닝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원하지 않아도 오고야 마는 중년, 노년이기에 인생의 후반전을 잘 뛰기 위해서 다시 신발끈을 잘 묶는 시간도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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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알지만 남자는 모르는 20가지 - 성공하려거든 여자를 읽어라!
이승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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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선 '여성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라'가 모토입니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고는 볼 수 없지만, 대부분 그러합니다. 한국의 가장들은 봉급날이라고 해도 예전처럼 봉투조차도 못 만져봅니다. 아내가 갖고 있는 통장으로 입급되고, 아내가 갖고 있는 카드로 지출이 됩니다. 경제권은 아내의 몫 입니다. 


결혼 생활이 길어지다보면 아내를 여자로 생각하는 감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종종 부딪게 됩니다. 직장내에 여직원들과는 그런데로 소통이 되는 편인데, 후배나 동료들 이야길 들어보면 거의 같은 상황입니다. 아내가 여자라는 것을 종종 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내 아내도 여자구나. 내 아내를 찬찬히 잘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아내와 어머니들은 곧 팀장이자 경영자다. 그녀들은 구성원들에게 가장 자신 있는 메뉴를 선보이고 소통이라는 창구로 그들을 초대한다. 공감을 기반으로 배려를 혼합하고 격려와 지지의 참기름을 넣어 나물을 무친다. 포용의 프라이팬에 달걀물을 붓고 이해와 사랑으로 돌돌 말아 달걀말이를 만든다."

우선 남자와 여자는 부딪는 일상생활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는군요. 쇼핑에서, 직장생활에서, 아파트에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들여다봅니다. 남자들의 영역은 오직 사무실 안에서, 틀이 잡힌 규모에서 밖에 발휘를 못하지만, 여인의 활동범위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82.4세, 남성이 75.7세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6년 정도를 여성이 더 오래 산다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남성이 하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은 그 환경에 매몰되지 않고 또 다른 현실적인 요소를 찾는 경향이 있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조관일의 [비서처럼 하라]는 책을 간단히 인용합니다. 삼성그룹 사장단의 47퍼센트가 비서실 출신이라는 데이터를 내세우며 비서들의 행동방식에 주목하라는 내용입니다. CEO의 가장 측근에서 그들의 마인드와 판단력, 업무 습관, 생활 태도까지 고스란히 벤치마킹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바로 '비서'라고 강조합니다. 
"예리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상황에 맞는 뛰어난 대처능력을 보이는 여성들에게서 분명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비서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싶다면 관찰하고 또 관찰하라!"

'망원경으로 보는 남자'와 '현미경으로 보는 여자' 에 공감합니다. 허영심이 여자의 전유물이라고 하지만, 남자의 허황된 꿈은 가히 끝이 없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 만큼 여자들의 마인드는 현실적이라는 이야기지요. 남자들은 거시적, 장기적, 이상적이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여자들에겐 매번 참패를 당합니다. 현실에 발목을 잡혀서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요. 그 현실이라는 발목은 여자 손에 잡혀있지요.

여성들의 멀티 태스킹은 남자가 도저히 따라붙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미국 러트거스 대학의 인류학과 교수이자 성별 차이의 전문가인 헬런 피셔 박사는 여성의 멀티적인 능력의 과학적 근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여성들은 양쪽 뇌를 연결시키는 고속도로와 같은 기관이 남성들에 비해 크기 때문에, 양쪽 뇌 사이의 교통이 보다 원활해 모든 정보들을 환경적인 동시성으로 관찰하고 분석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여성들은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반면 남성들은 대개 한 번에 한 가지씩 해야 하는 특성을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저자는 여자들에게서 두드러지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겸손함', '끈기와 지성(至誠)' 그리고 '예' 라고 말하는 긍정의 자세라고 합니다. 남자만 있는 세상 또는 여자만 있는 세상은 살벌하던가 단조롭거나 또는 둘 다 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남녀가 같이 있어도 일어나는 현상이긴 합니다만, 남녀가 어울려 살아가게끔 만들어져있는 인류에게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좀 덜 피곤한 일상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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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9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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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상권 작가입니다. 작가의 동물사랑,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정겨우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책에는 4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삼겹살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로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좋아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인 [삼겹살]은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가 그냥 고기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청년이 군 복무중 온 나라를 기가막힌 상황으로 몰고 가고, 수많은 축산 농가를 하루 아침에 무너지게 만든 구제역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대민지원으로 살처분의 현장으로 내몰린 청년은 구덩이 속으로 속절없이 산채로 묻혀지던 돼지들이 눈에 어른거려 그 좋아하던 삼겹살만 먹으면 토하고 맙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먹는다는 행위를 가끔은 돌아보게 만듭니다. "근데 이렇게 토하면서 어처구니 없게도 삼겹살은 돼지의 몸에서 나오고, 돼지들도 우리 인간들처럼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생각을 하게 된거야. 그때 내 살에 몸을 비벼대면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던 그 돼지들, 그것들, 그것들이..."


[시인과 닭님들] 감동 실화입니다.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작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 테마입니다. 작가가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난 후 모란시장에서 산 다섯 마리의 토종 병아리(암)가 씩씩하게 자라서 우여곡절 끝에 마초 스타일의 수탉 한마리가 한 식구가 되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국을 휩쓴 조류독감에도 꿋꿋하게 버틴 이 토종 닭들은 어찌할 수 없는 사정으로 새 주인이 된 시인의 집에서 '닭님'대접을 받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닭이 '닭님'으로 불릴만 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 강인한 생명력과 암탉들의 모성애와 마초수탉의 부성애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보면서 한 수 배웁니다. 그 닭가족은 현재 700마리(더 늘어났으나 여건에 맞게 이 숫자에 조절)의 거대 그룹으로 성장되어 이곳저곳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순종 토종닭들이 되었다는군요.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전작이 수록되어 있는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작가는 아무래도 작가 어머니의 동물 사랑 DNA가 들어 있는 듯 합니다. 우연히 작가의 어머니 집에 들어온 다람쥐 한 마리가 주인공입니다. 어미 잃은 다람쥐를 고양이가 키웠네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한 스토리입니다. 이 이야기에선 애완동물, 자연에서 풀냄새를 맡고, 강바람도 맞아가며 성장해야 하는 야생동물들이 아파트 베란다나 거실에서 먹고 숨만 쉬며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살아 있는 그들의 생명의 나날인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작가 어머님의 동물에 대한 생각은 한 마디 한 마디 놓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젖]. 베트남에서 한국의 농촌으로 시집 온 쩐 투윗의 이야깁니다. 구제역이 휩쓸고 가며 수 많은 소들이 생도살 당한 그 때, 어떻게든 몇 마리라도 살려보겠다고 시어머니가 감춰놨던(결국엔 들켜서 모두 묻혀버렸지만..)임신한 암소들 중에서 송아지 한 마리가 살아남았군요. 그 송아지를 돌보는 쩐 투윗의 여리고 착한 마음이 그대로 그려져 있습니다.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살아있는 소들을 단 몇초만에 쓰러지게 하는 주사를 놓는 담당자들 또한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입니다. 그 당시 구제역 살처분에 참여 했던 수의사나 공무원들은 그 후로도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이 컸다고 하지요. 어쨋든 대비되는 상황입니다. 죽이는 사람과 어떻게든 살리려는 사람이 오버랩되면서 과연 이러한 상황이 어찌 일어난 일인가 답답해집니다. 초기에 적절하고 지혜로운 처리를 할 순 없었는지. 그 방법이 과연 최선의 방법이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작가의 글들은 큰 숙제를 남겨 줍니다.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과 집에서 기르는 가축이나 애완동물에게도 감성이 있기에 그 마음을 헤아려줘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더 나아가 그들 또한 소중한 생명이기에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것을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함께 마음에 담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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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 빙하기 6000만 년의 비밀을 파헤친 과학자들의 열정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김웅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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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난히 춥게 지나갔습니다. 우리나라도 올 겨울에 눈이 많이오고 한파가 잦았지만, 이웃 나라 일본도 동사한 사람들이 뉴스로 보도 되곤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과거의 지질학적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는 지금 빙하기에 살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세상이 오늘날처럼 추웠던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가 지금보다 더 추웠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을 빙하기라고 부르지 않으며, 지금보다 더 추웠던 그때를 빙하기라고 부릅니다. 현재 인류는 일시적으로 얼음이 줄어든 짧은 기간의 간빙기에 살고 있다는 표현을 합니다.

 

천체물리학자와 심리학자가 공저를 한 이 책은 빙하기의 주기를 발견하게 된 과정과 그와 관련된 지구상의 생물에 관한 이야기로 독자를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40억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지구의 일생을 고려 해볼 때 빙하기는 한낱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지구의 오랜 역사를 살펴 볼 때, 극지방에 만년빙이 존재하는 것은 아마도 유일무이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류가 출현하게 된 것도 그 만년빙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합니다. 해류는 적도 지방에서 극지방으로 더운 바닷물을 운반하는데, 만약 이 더운 바닷물의 흐름이 방해를 받는다면 극지방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거대한 남극 대륙이 남극점에 위치해 해류가 이곳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남극은 얼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의 반짝이는 하얀 표면은 지구에 내리쬐는 태양 에너지를 반사시켜 극지방이 차게 유지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만약 지구가 어떠한 이유로 식는다면, 어두운 해면은 입사하는 태양 에너지를 반사시켜 버리는 반짝이는 얼음으로 덮이게 되어 되먹임은 역으로 작용하여 기온이 더 낮아지는 데 일조를 할 것이라는 이론이 제기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현재 진행 중인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서유럽의 기온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북극의 만년빙이 녹기 시작한다면, 민물이 멕시코 만류의 표층 해수와 섞여 만류의 염분이 낮아질 것이므로 밀도 또한 낮아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빙하기 중 비교적 온난한 때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를 다시 추운 빙하기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은 지구 열평형의 아주 작은 변화일 수도 있다고 해석합니다. 이러한 20세기의 정보가 있었더라면 유럽의 암석에서 발견된 이상하게 긁힌 흔적과 원래 있었던 암석층에서 멀리 떨어져 퇴적된 커다란 자갈 더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아주 유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저자들은 만약 빙하기의 천문학적 주기가 없었다면 인간은 아직도 숲에 사는 유인원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군요. 인간이 지능을 갖게 된 것은 반복되는 동부 아프리카 숲의 건조와 회복 과정이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빙하기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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