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 시선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신석정 지음, 권선영 엮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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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날 노랗게 물드린 은행잎이 / 바람에 흔들려 휘말리듯이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  湖水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 구비구비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파 - 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해볕처럼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임께서 부르시면' 전문]


2. 다소 현 시점의 철자법에 안 맞는 단어가 눈에 띄시지요. 시집의 원전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옮긴 탓입니다. 저절로 마음이 스산해지는 계절에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詩입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임은 오래 전 또는 현재, 미래의 그 임(님)일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이 詩를 대하면서 내 삶의 여정의 가을을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표현 한 것이 어찌 그리도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3. 가을이 오면 내려놓는 것이 많아집니다. 정작 내려놓는 연습을 충실히 해야 할 내 인생의 여름(청년기)엔 그 욕심과 야망의 두께가 줄어들 생각을 안하지요. 그 기세가 하늘을 가리고도 남지요. 그래서 여름 날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햇살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지지요.


4. 그러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다 벗어놓게 됩니다. 겨울엔 눈이라도 덮어주지만, 가을은 앙상한 몸을 다 노출시키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겸손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깨의 힘을 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5. 그렇게 가을은 사람들의 마음을 겸허하게 해주지요. 그렇다면, 그 임이 계신 곳은 어딜까요? 아니, 그 님은 무어라 표현할까요. 나는 그 '님'이 결국엔 내가 돌아갈 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썼던 돌아간다는 말을 다시 생각합니다. 그 돌아가는 곳은 어디인가? 본향(本鄕)이라고 생각듭니다.  내가 이 땅에 왔으니 내가 기억을 못해도 분명 온 길이 있겠지요. 그 길로 다시 가는 것은 어쩌면 이 땅에서의 일상의 과정과는 다른 또 다른 無記憶속 행진일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그 님은 각자가 믿는 신(神)일 수도 있겠군요. 나를 이 땅에 보내 주신 분이니, 임께서 나를 다시 부르시면 가야지요. 그 분 앞에 서면 '애썼다' 하시면서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미소를 지어주시겠지요. 그리곤 포근히 안아주시겠지요.


6. 시집을 리뷰하면서 詩 하나 붙잡고 이렇게 길게 써 보는 것도 처음인 듯 합니다. 그러나, 막상 써놓고 보니 그런대로 괜찮네요. 여러 편의 시를 정신 없이 늘어놓는 것보다 훨씬 좋네요. 읽으시기엔 어떠신지 궁금해집니다.


7. 시인 신석정(辛夕汀)은 1907년 7월 7일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시인이자 한학자였던 조부와 부친 슬하에서 당시(唐詩)와 한학을 공부하며 엄격한 가풍 속에서 성장했다고 합니다. 첫 작품 [기우는 해]를 '소적'이라는 필명으로 1924년 11월 24일자 조선일보에 발표합니다.  1930년에 상경해서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불교전문강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불전(佛典)공부를 합니다.  서울에 있는 동안 '시문학' 제 3호에 [선물]을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 데뷔, 박용철, 정지용, 이하윤,김기림 등과 함께 순수시를 전개합니다. 


8. 시인이면서 동시에 존경받는 교육자였다고 합니다. 1974년 7월 6일 영면합니다. 시인의 시 세계를 김기림은 "유토피아를 흠모하는 목가 시인"이라고, 서정주는 "도교적 자연주의" 또는 "전원시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해방을 전후한 무렵부터는 이른바  지사 정신을 바탕으로 현실 참여적 성격이 강한 시편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합니다. 


9. 신석정 시 세계의 특징은 어렵고 난해한 용어 대신에 일상어, 우리말로만 시화(詩化)하는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 가슴 속에는 / 바람에 사운대는 꽃이파리가 있다. / 꽃이파리가 마련하는 머언 세월이 있다. // 내 가슴 속에는 / 五層塔을 넘어 石鍾을 스쳐 간 하늘이 있다. / 별들을 간직한 하늘의 착한 마음이 있다. // 내 가슴속에는 / 벚꽃 흐드러진 속에 젖먹일 업고 山菜ㄹ 캐는 '정상두'아낙네가 있다. / 그 아주머니의 싸늘한 젖꼭질 물고, 땅을 허비던 어린 것의 뭉캐진 손톱이 있다. //  내 가슴 속에는 / 바다같이 울던 金山寺 매미 소리와 귀촉도가 있다. 항상 異邦이라서 설리 우는 귀촉도의 더운 피가 있다."               - '내 가슴속에는' 第二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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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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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을 곁에 두고 며칠 동안 차마 첫 장을 못 열어봤습니다. 이미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적신 내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지요. 어렴풋이나마 후반부에 가선 꿇었던 무릎이 펴지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알았지만, 이야기의 첫 부분을 대면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2. 인간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인간같지 않은 존재와 같은 하늘아래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의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이라고 그저 무심히 넘겼던 일들이 더욱 나를 괴롭게 했습니다.

 

3. 이 소설에 등장하는 예쁜 아이의 이름은 지윤이지만 누구라도 금방 그 아이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겠지요. 예. 그 아이 맞습니다. 그 아이 때문에 이 소설이 씌여졌지요. 그 아픔과 고통(이런 단어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그 누구에게도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가는 한 글자, 한 단어 매우 신중하게 써 내려갔군요.

 

4.  한 사내의 더러운 욕망 앞에 한 가정의 행복과 따뜻함이 산산조각 납니다. 도무지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못해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분노, 낙심, 원망이라는 단어가 그냥 펼쳐집니다.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해보입니다. 그저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지요.

 

5. 책을 펼치면 나영이아빠가 쓴 추천사가 실려 있습니다. 가슴으로 읽어야 할 글이지요. "대변을 대신하는 주머니를 떼기 전, 아이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매일 똑같은 꿈을 꾸었는데, 친구들과 놀다가 괴물에게 쫓기는 꿈이었다. 친구들을 모두 숨겨놓고는 마지막에 자신만 괴물에게 붙잡혀 가는 꿈에 괴로워했다."라는 글로 시작됩니다.

 

6. 아이(나영)가 아빠에게 묻습니다. "아빠, 나쁜 아저씨 징역 얼마나 받았어?" 아빠는 힘들게 대답합니다. "12년". 책엔 안 나왔지만, 아이가 이 말을 들은 후 이렇게 말했다는 것을 신문에선가 인터넷에선가 본 기억이 납니다. "장난하나?". 그리고 아이가 그린 그림 중에 철창 속에 그놈이 들어앉아 있고, 천정에는 밥 그릇이 매달려 있는.. 아이의 내면의 마음을 표현해 준 그 그림을 보면서 참 마음이 쓰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7. 나영이 아빠의 말이 이어집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어떤 아이의 부모는 모두 지워버리고 새롭게 살고 싶다했다. 아이의 기억을 지워주겠다 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기억은 영원히 존재한다. 그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딱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이겨내야 한다. 잊히지 않는 기억이라면 이겨내야 한다.'"

 

8. 그저 나영이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이 책을 대한다면 부족하겠습니다. 우리 서로 살아가면서 힘든 일,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 용서 못할 일들 많고도 많지요. 많이는 내가 피해자가 되고, 더러는 본의 아니게 가해자가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요. 

 

9.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이 가정 만큼 크나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지요. 내 고통 만큼 큰 고통을 가슴에 담아두고 사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라며 가슴을 치는 사람들이 차분하게 이 글들을 읽으며 함께 분노하고, 함께 울고, 함께 웃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0. 예,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다시 웃고 있습니다. 다시 그 가정에 빛이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살아야지요. 아니 다시 웃고, 빛이 비춰지고, 상처가 아물고, 함께 손을 잡고 일어서야지요. 순서는 상관이 없습니다. 함께 손을 잡고 일어설 수 있으면 상처도 아물고, 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서로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겠지요. 또 그래야만 하구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조금은 무거운 마음이 덜어진 듯 합니다. 그래도 참 안타깝습니다. "사랑으로, 관심으로, 아낌으로 우리가 함께하여 더러운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줬으면 합니다." 나영이 아빠의 마지막 당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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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 때론 삶이 서툴고 버거운 당신을 위한 110가지 마음 연습
서천석 지음 / 김영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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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때로는 평범한 예화나 이야기가 진솔하게 마음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도 마음에서 어떤 거부감이 안 일어나거나, 굳이 머리까지 동원을 안 해도 될 내용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온전히 가슴으로 읽는 책 한 권 소개해드립니다.

 

2. 저자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입니다. 저자가 이름을 내걸고 시작한 MBC FM의 [서천석의 마음연구소]를 통해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얻은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 책엔 110편의 마음 연습이 실려 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면 서너 꼭지글을 읽게 될 정도로 간략한 글 모음집입니다.

 

3. 책은 6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꾸만 뒷걸음질치고 싶다면', '인생이 따뜻해지는 행복의 기술', '날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우리', '감정에 휩쓸려간 하루', '마음의 교과서, 삶의 순간들', '마음도 병에 걸립니다'.

 

4. 저자는 어느 해 새해 첫날 일출을 맞이하러 태백산 정상에 오릅니다. 힘들게 정상까지 올라갔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 땅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해를 못 본것이 아쉬웠답니다. 그 때 무거운 사진기 세트를 짊어진 사진 작가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는군요. "나는 수십 번올라왔지만 겨우 한 번 봤을 뿐입니다."  노력을 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란 법은 없지요. 힘들게 산에 올라왔다고 해가 '수고했어요. 나 여깄어요!'하고 맞이하란 법이 없지요. 그러나 산에 오르지 않았으면 확률은 완전 제로지요.

 

5. '오늘 집을 나올 때 어떤 말을 하셨나요?' 아, 이 말을 들으니 가슴이 뜨끔합니다.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가끔 안해도 될 말을 하고 집을 나선 적이 생각나서 그렇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어린 남매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습니다. 동생이 기차에서 신발을 잃어버렸지요. 누나는 동생을 꾸짖었습니다. "이 바보야, 자기 물건 하나 못 챙기고, 너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기차가 도착하고 둘은 헤어졌습니다. 동생은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누나는 운이 좋아 살아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동생을 보내고 살아 나온 누나는 다짐을 했습니다. "내가 남길 마지막 말이 될 수 있기도 하기에 앞으로 부족한 말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6. 좋은 습관보다 안 좋은 습관이 더 빨리 익숙해집니다. 쉽고 편하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내 안의 욕심과 맞물려 돌아갑니다. '뭐 어때'하는 자기합리화도 한 몫합니다. 저자는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선 새로운 행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오래된 습관이 고속도로라면 새로운 습관은 몇 사람 다니지 않은 산길과 같다고 합니다. 아마 네비게이션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군요. 좋은 습관은 오직 연습뿐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깊이 공감합니다.

 

7. "당신의 마음은 당신 편입니까? 마음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저자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앞에 앉은 분들에게 물어본답니다. 남에게 위로를 받고 힘을 얻기 전에 '나를 먼저 보듬어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자의 환자분들중엔 자신의 마음이 너무 무섭다는 사람도 있답니다. 자기 마음속에 무서운 괴물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예 자기 마음 문을 열어볼 생각도 못하고 있지요. 그대는 어떠신지요?

 

8. 저자가 소개하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세 가지 방법은 심플하면서도 강하게 느껴지는군요. "첫 번째는 스트레스를 만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 두 번째는 스트레스를 받는 나와 내 생각을 바꾸는 것. 세 번째는 스트레스를 만드는 문제를 아예 피하는 것." 세 가지 다 쉽지는 않군요. 그러나 머리만 움켜쥐고 있을 수 없으니 시도는 해봐야겠지요.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보다는 좀 현실적이지 않습니까?

 

9. '완벽주의' 라는 단어가 있는가 하면 '최선을 다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더러 사람들은 이 둘을 같은 과로 취급한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모두 완벽주의자는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려면 완벽주의와는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사실 주변의 완벽주의자를 보다보면 숨이 탁 막힙니다. 보는 사람도 그러할진대 본인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안 그런 척 하고 집에 가서 골방에 들어가 한숨을 쉬겠지요. 최선을 다하는 삶은 자기愛를 전제로 해야한다는군요. 캐나다의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의 [찬가]중 다음 구절이 이 뜻을 담고 있군요.  '모든 것에는 틈이 있다네. 그 틈이 있어 빛이 들어오지.'

그대 삶에도 '빛'이 들어서길 바랍니다. 어둠을 몰아내는 빛으로 채워지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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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재구성 - 하버드대 심리학자가 과학적 연구 결과로 풀어낸 셜록 홈스식 문제해결 사고법
마리아 코니코바 지음, 박인균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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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요즘 TV에서 '셜록 홈스'시리즈 보신 적 있나요? 재밋더군요. 책읽기가 우선인지라 TV시청은 뒤로 밀리지만, 가끔 봅니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영국판, 미국판으로 제작되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왜 다시 '홈스' 인가?

 

2. CSI 나 Bones 시리즈처럼 팀원들과 첨단 과학의 힘으로 무장한 프로들과 달리 홈스는 오직 그의 브레인으로 승부를 겁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홈스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 책의 키워드가 '셜록 홈스'이기 때문입니다.

 

3. 하버드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창작, 행정을 전공했다고 소개되는 마리아 코니코바는 이 책 [생각의 재구성]에서 저자가 배우고 익힌 심리학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셜록 홈스의 흥미로운 사건 해결 과정에 저명한 현대 심리학 연구가들의 실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접목시켜 홈스의 문제해결 사고과정을 분석한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과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는 안목과 사고력을 기를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4. 홈스의 곁엔 그의 파트너 왓슨이 있습니다. 미국판 홈스에선 왓슨의 자리에 동양계 서양여인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왓슨은 좀 느슨함으로 홈스의 그 '빠름'에 견제구 역할을 합니다. 저자는 왓슨의 사고 시스템을 '게으른 사고 습관'으로, 홈스의 사고를 '의식적 사고 습관'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만, 나는 이를 '평범한 사고 습관'과 '비범한 사고 습관'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5. 확실히 홈스의 사고 습관은 독특하다 못해 특출납니다. 홈스의 사고 방식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의구심과 호기심'입니다. 왓슨 시스템이 지배하는 사고방식에서 홈스 시스템이 지배하는 사고방식으로 옮아가기 위해선 의식적 사고에 동기가(즉, 많은 연습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합니다.

 

6. 홈스가 왓슨을 처음 만나는 장면입니다. 홈스는 왓슨의 사전 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태입니다. "보아하니 아프카니스탄에서 있다 왔군." 홈스가 확신에 차서 말합니다. 왓슨은 홈스가 한 말에 기가 막히다 못해 기절 할 지경입니다. 누가 자신에 대해서 홈스에게 말해줬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합니다. 그러나, 홈스는 그 특유의 관찰과 추리력을 동원했을 뿐입니다.

 

7. 홈스의 말을 들어볼까요?  "난 박사가 아프카니스탄에서 왔다는 걸 알았어. 오랜 습관으로 일련의 생각들이 순식간에 통과했기 때문에 중간 단계는 의식조차 못할 채 결론에 이르렀지. 물론 중간 단계가 있기는 하지. 추론의 과정은 이렇게 진행돼. "의료계에 종사할 것 같은 신사가 있어. 하지만 왠지 군인의 분위기를 풍기지. 그렇다면 분명 군의관이겠지. 얼굴은 검지만 손목은 검지 않을 걸로 봐서 원래 피부색은 아니고, 그렇다면 열대지방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어. 상한 얼굴을 보니 고생도 하고 병치레도 했던 모양이군. 왼쪽팔은 부상을 당했던 게야. 왼팔의 움직임이 뻣뻣하고 부자연스러워. 열대지방 중 영국 군의관이 부상을 당하고 심한 고생을 할 만한 곳이 어디일까? 분명 아프카니스탄이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통과하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아. 그런 후에 아프카니스탄에서 돌아온 모양이라고 말한 것이고, 박사는 깜짝 놀란거지."

 

8. 아서 코난 도일은 어린 시절 그의 우상이었던 철학자 겸 의사인 올리버 웬델 홈스 시니어에 대한 찬사의 의미로 의도적으로 홈스라는 이름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올리버 홈스는 헌신적인 의료 활동만큼이나 저술 활동으로도 많이 알려진 인물입니다. 하지만 셜록 홈스의 성격은 또 다른 멘토였던 조셉 벨 박사라고 합니다. 벨 박사는 섬세한 관찰과 진단으로 잘 알려진 외과의입니다. 코난 도일은 벨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이 늘 강조하셨던 연역과 추론, 관찰을 핵심에 두고 가끔은 의도적으로 그런 것들에 빠져드는 인물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9. 탐정이나 수사관이 되려고 한다면 모를까. 굳이 홈스처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피곤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뇌도 훈련시키기 나름이지요. 좋은 습관을 들이면 결국 그것이 내 삶에 도움이 되겠지요. 생각의 첫 구성이 되었든, 재구성이 되었든 생각을 위한 생각을 리셋하기 위해 이 책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 홈스는 멋진 사나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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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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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슬픈 일이다. 하루살이가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열정 때문이 아니란다. 분산돼 떨어지는 빛의 각도가 자꾸만 몸을 바로 세우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하루살이는 보다 크고 안정된 빛을 향해서 목숨이 소멸될 때까지 빛에게로 다가간다." 어찌 하루살이만 탓하랴. 욕망의 용광로에 금이라도 녹여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온 몸을 담그고 싶은 인간의 욕심은 어쩌랴.

 

2. 나에겐 [조드]의 저자로 남아있는 김형수 작가의 산문집이다. 우선 책의 제목부터가 몽골스럽다.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은 '바람이 지나고 남은 것들'보다 더 황망하다. 이런 표현이 좋다.

 

3. 몇 해 전 몽골에 한 번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우물쭈물하다가 그 기회를 놓쳤다. 언제 또 다시 그런 기회가 다시 올지. 헬기를 타고 물경 여섯 시간 동안 대평원을 날고 있었다는 표현으로 '넓긴 넓은가보다' 하는 마음을 지닐 뿐이다. "초원은 인간을 의롭게 만드는 곳이었다. 바다에서 표류하는 조난자의 마음처럼 모든 것을 애태워 그립게 하는 곳. 그래서 다들 지독한 고독의 냄새를 풍기는지 모르겠다."  아울러 초원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초원이 주는 그림은 심플하다못해 비어있다. 그 빈 공간에서도 생명력은 유지된다. 내 주변에 잡다한 물건들이 과연 내가 살아감에 없어선 안 될 품목들인가 돌아보게 된다.

 

4. "초원에서 인간에게 충동을 유발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필시 땅이 아니라 하늘일 것이다. 침묵하는 대지를 견딜 수 없어서 태양이 쏘아 보낸 그대로의 빛살이 내리꽂히는 자리마다 자연이 내뿜는 모든 원초성이 지상의 생명들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하늘을 닮아가고 싶어하던 남해안 바다가 생각난다.

 

5. "오늘날 지상의 모든 예술에서 드러나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인간의 시야에서 대지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무슨 소리인가. 잠시 생각하다 공감의 끄덕임으로 화답한다. 이미 자연이라는 존재는 살아 숨쉬는 대지는 인간의 욕심과 편의성에 의해 덮여져 가고 있다. 놀고 있는 땅의 꼴을 못 본다. 그 대지는 그냥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생명력을 뿜어내고 인수 인계 하고 있지만, 인간의 눈에는 그저 어떻게 저걸 활용할까 그 궁리다.

 

6. 저자는 현재까지 몽골을 11번 방문했다. 그래도 갈 때마다 새롭다고 한다. 내 주변에도 몽골인들이 많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별로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임금 수준에 비하면 한없이 낮다. 아니 우리 임금이 좀 높은가? 한반도의 일곱 배에 이르는 거대한 대지가 더 큰 대지에 갇혀 있어 언제나 목이 마른 곳이 몽골이라고 한다. 물이 없으니 공장도 없고 공장 노동자도 없다. 노동력을 팔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아야 하는 것이 그들이 맞이하고 있는 현대의 풍경이다. 울란바트르 대학의 교수 한 사람이 한국을 다녀간 후 그랬단다. 그 무서운 곳. 삼면이 바다로 싸인 그곳에서 어떻게 사냐구. 그 교수는 오직 인천 앞바다만 보고 갔을 뿐이란다.

 

7. 후반부엔 소설 [조드]를 쓰기까지의 과정과 그 후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저자는 그의 역작 [조드]를 구상하기까지 상당히 멀고 복잡한 길을 걸었다. 저자가 처음 초원을 순례한 것은 1999년이다. 우연한 계기로 몽골 여행기를 신문에 기고하게 된다. 그 과정 중 '침략자의 나라'를 미화한다는 지적에 가슴이 미어진다. 그 답답한 편견을 어찌 깨뜨릴까 고민하다가 [조드]를 쓰기 시작했다.

 

8. "칭키스칸은 전쟁을 '정복 활동'이 아니라 '생존 활동'으로 이해했다. 그런데도 칭키스칸 시대 이후 지금까지 동과 서를 막론하고 모든 강국이 칭키스칸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이건 무언가 이상한 현상이 아닌가 말이다). 어쨌든 이런 사실들을 내가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게 됐다는 점이다." 작가의 말이다.

 

9. [조드]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어린 테무진과 자무카의 조우 장면이다. 그다음에 테무진이 자무카와 헤어질 때 밤중에 동물 떼를 데리고 떠나가는 장면이다. 말이 앞장서고 그 뒤에 낙타가 따른다. 이동 중 잠깐씩 쉬어가기도 하는데 말들은 사람하고 비슷하다. 소나 양이나 염소는 애들처럼 오줌을 못 가리고 질질 싸며 가는데 말은 사람처럼 쉴 때 일을 처리한다. 휴식시간만 되면 사람과 말이 일제히 오줌을 싼다. 참았다가 쏟아내는 그 소리는 마치 폭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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