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 받는 힘 - 사람들 앞에 홀로 선 당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강헌구 지음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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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 제목인 '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받는 힘'을 볼 때 책 내용과는 무관하나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오래 전 '오프라 윈프리'쇼를 TV에서 시청하면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친 적이 있다. 오프라 윈프리가 꽤 많은 여성 방청객(싱글맘이던가, 가정폭력의 희생자들이던가, 아뭏든 그리 평안한 환경의 여인들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들 모두에게 신형 SUV 한대 씩을 깜짝 선물로 준다는 멘트를 하자 방청객은 박수는 물론 급감동의 쓰나미로 뒤덮였다.

 

2. 대단한 깜짝 선물을 전해줄 때는 굳이 말이 필요없지만 분야를 떠나 강의는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들 탓을 하고, 듣는 사람은 하는 사람 탓을 한다. 꽤 오래전 의학 세미나에 참석을 했는데, 새로운 내용도 없으면서 강의법이 어찌나 지루한지 강의자에게 참으로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자리에서 살짝 코를 골고 잔 적이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1/3은 그랬단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2박 3일(두 분 자고, 세 번 깨는)또는 그 이상 가는 경우도 있다.

 

 

 

 

 

3. 이 책의 저자 강헌구 교수는 자타가 인정하는 명강사이다. 그러나 이 분이 처음부터 명강사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프롤로그에선 저자가 초등학교 1학년을 두 번 다녔다는 과거지사부터 시작한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라 소소한 일에 상처를 많이 받았던 그 시절. 음악 시간이 시작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차마 그 이야길 못하고 참다 참다 결국 싸고 말았다. 그리곤 아예 학교를 안 갔다. 그리고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예전의 그 오줌싸개는 지금 5,000명, 만 명이 모이는 곳에 가서도 한 시간 이상 자유자재로 소신을 말하고, 수백만 시청자가 지켜보는 TV 생방송 특강을 하는가 하면, 세계 여러 도시로 강연 여행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4. 그렇다면 저자의 명강연 비결은 무엇일까? 나름대로 노하우도 많이 축적되었겠지만 '오직 연습만이 대가를 낳는다'고 한다. 그러나, 연습도 연습나름이다. 연습장에서 하루 종일 골프채를 휘두른다고 해서 필드에 나가 꼭 좋은 결과가 나오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5. 우선 각 챕터 제목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1부에선 - 선제기습 : 초반 3분에 대세를 장악한다. - 집중 :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 핑퐁 : 주고받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 대변인 : 청중의 가슴으로 말한다.  - 결행 :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그만두게 한다. 
2부로 넘어가선, CEO와 직장인을 위한 토크파워 공식과 백문 백독 백습, 프로강사의 조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가 강의를 위한 개론적인 설명이라면, 2부는 업그레이드를 위한 팁이라고 볼 수 있다.


6. "프레젠테이션의 성패는 초반 3분에 결정된다. 청중은 앞에 서서 말하는 사람이 첫마디를 시작한 지 3분 이내에 그날의 프레젠테이션을 경청할 것인지 아니면 대충 들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초반에 대세를 장악하지 않으면, 그날의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으로 이끌기는 쉽지가 않다." 초반 3분을 휘어잡기 위해서 저자는 짧은 한 토막 이야기로 청중의 귀가 번쩍 띄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고있다.

 

 

 

7. 아울러 "초반에 대세를 장악하기 위해선 '개소리'를 집어치워야 한다. 초청해주어서 또는 참석해주어서 감사하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열심히 하겠다. 협조를 부탁한다는 식의 말을 나는 가차 없이 '개소리'라고 부른다."  개소리에 대해선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8. "무대 위에 홀로선 그대의 최대 과제는 청중으로 하여금 잡념에 빠질 일말의 여유도 주지 않고 오직 그대에게만 눈과 귀와 마음을 집중케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대 위에서 그 결말이 너무 궁금한 무언가 특별한 퍼포먼스 또는 이벤트를 계속해서 연출해야 한다." 

 나 역시 강의를 할 때 가끔 써먹는 방법이다. 한 두 사람을 무대로 올라오게 해서 분위기를 회전시킨다. 올라온 사람은 올라온 사람대로, 앉아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대로 적당한 긴장과 깨어있음이 필요해진다.

 

 

 

 

9. "강의를 재미있게, 집중도 높게 이끌어가기 위해서 적당한 유머를 적재적소에 집어넣는다." 유머가 너무 많으면 개콘이 되어버린다. 너무 알려져 있는 유머도 피해야 한다. 비록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짧으면서도 반전이 깃든 유머는 청중들의 경직된 마음을 무장해제시켜 준다. 장례식장도 아닌데, 시종일관 심각하게 진행할 필요는 없다. 물론 진지하게 진행할 부분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너무 경직된 분위기는 강연자나 청중의 몸과 마음을 매우 피곤하게 한다.

 

어쩌면 그대가 알고 있는 유머일 수도 있겠지만, 맛배기로..

강연자가 청중에게 황선홍 이름 석자의 운을 떼라고 요구한다.

 

황 : 황선홍은 국가대표 축구선수입니다.
선 : 선제골을 넣어 한국을 살렸습니다.
홍 : 홍명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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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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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술, 예술작품이란 무엇일까? 나아가서 '예술가', '예술 창조', '독창성'. '창의적'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예술이란 것이 인간이 살아감에 어떤 도움과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도움이 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예술가들도 힘이 날테니까.


2. 이 책 [영혼의 미술관]의 저자는 알랭 드 보통이다. 국내에도 제법 팬이 많다. 좀 썰렁한 이야기가 될지 몰라도 그의 이름에 '보통'이  들어가지만, 여러모로 보통이 넘는 사람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일상과 감정을 정밀하게 포착해낸 우아하고 지적인 에세이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3. 이 책은 온전히 보통의 작품이 아니다. 그가 영국 출신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과 함께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라는 주제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알랭 드 보통이 집필한 책이다. 원제는 [Art as Therapy] 로 되어있다. 


4. 넓고 두꺼운 표지를 열면 제법 큰 활자체로(특별히 두 쪽만 효도 폰트) 이렇게 묻고 있다.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자는 예술이 너무 높이 올라가 있다고 한다. 눈높이로 내려와야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명화, 명작등을 직접 대면하게 될 때, 예상했던 감동이나 변화의 경험이 일어나지 않아 의아해한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선 실망하기도 한다. 어리둥절하다. 나아가선, 내가 무지하거나 무능한 탓이려니 하고 자책까지 한다. 그러니 예술은 점점 먼 그대가 되고 마는 것이다.


5. 그래서 보통이 나섰단다. 문제의 뿌리가 개인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류 예술계가 예술을 가르치고, 팔고 ,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래서 여태껏 불문률로 여겨온 예술의 존재 이유를 더욱 생각해보고 싶다 한다. 역시 보통 답게 하고 싶은 말도 많다. (예술의) 방법론, 사랑, 자연, 돈, 정치 등에 대한 이야기도 펼치고 있다. 


6. 141편의 사진이 글 읽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잘 배치되어있다. (이 점 중요하다. 그림과 사진의 배합과 조율이 안 된 책은 보다가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소위 명화급에 들어가는 그림이나 조각은 물론 근, 현대 건축물 또는 오래 된 광고 전단지까지 동원시켜 뒤집어도 보고, 흔들어 보기도 하고, 비틀어보기까지 한다.


7.  많은 이야기 중에서 보통이 열거한 예술의 일곱 가지 기능이 특히 마음에 든다.  


1) 기억 : "우리는 기억하는데 서툴다. 우리의 마음은 난처하게도 사실적이든 감각적이든 중요한 정보를 잘 잊어버린다." 글쓰기는 망각의 결과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고, 미술은 그다음으로 중요한 방편이다. 문자가 형성되기 전엔 그림이 앞섰다. 고대 동굴 벽화를 연상해보면 그렇다. 


2) 희망 : 가장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미술의 범주는 쾌활하고, 즐겁고, 예쁜 것들이다. 봄날의 초원, 뜨거운 여름 한 낮의 나무 그늘, 전원 풍경, 미소 짓는 아이들, 취향과 지성을 겸비한 사람들에겐 비호감이라고 한다. 


3) 슬픔 : 고통을 보다 잘 견디게 하는 법이 예술의 기능 중에 포함이 된다는 부분은 철학적인 경향이 있다. 좀 곁길로 빠지는 느낌이 들지만, 나는 '전쟁기념관'이라는 호칭이 너무 맘에 안든다. 기념할 것이 그리도 없어서 전쟁까지 기념인가? 그냥 '기록'이라고 하면 어떤가. 정 남기고 싶은 유물과 역사라면 '전쟁기록관' 까지는 봐주겠다. 그 아픔의 기록은 슬픔의 또 다른 이름이다.


4) 균형회복 : 지혜로운 삶은 균형감있는 삶이라고도 표현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예술의 한 역할이 우리의 정서적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데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각기 그 개성과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장르가 다르다는 이야길 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보통 그렇다.


5) 자기 이해 : 그대 자신을 잘 알고 있는가?  나는 누군가 나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단연코 'No~' 라고 답하련다. 묻는 그대가 나를 더 잘 알고 있을 수 있다. 복잡하게 일렁이는 마음을 제외한 대체적인 이미지는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알렉산더 포프는 詩의 한 핵심 기능을, 우리가 어설픈 형태로 경험하는 생각들을 붙잡아 거기에 명료한 표현을 부여하는 것이라 규정했다. 보통은 예술 작품에 그런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6) 성장 : 처음에 낯설게 느껴지는 예술작품의 가치는, 그런 예술을 통해, 익숙한 환경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우리 인류와 충분히 교류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생각과 태도를 만날 수 있다는데 있다. 바로 이질적인 것과의 연결점을 발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는 보통의 생각이다.


7) 감상 : 우리의 주된 결점, 우리를 불행에 빠뜨리는 원인 중 하나는 우리 주위에 늘 있는것을 알아채리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는 눈 앞에 있는 것의 가치를 보지 못해 고생하고, 매혹적인 것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종종 엉뚱한 갈망을 품는다. 저자는 예술은 이룰 수 없는 것을 미화하는 행위와 정반대의 작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인생을 이끌어가야 할 때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8. 어쨌든 예술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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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고서들의 반란 - 한 인문학자의 섭치 정탐기
장유승 지음 / 글항아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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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고를 때는 직감의 안테나가 작동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저자나 작가가 아니고 내용을 모를 때는 책 제목, 장정, 표지등에 시선을 줍니다. 이 책은 한 순간 내 안에 쏙 들어와버렸습니다. 책의 제목도 그렇고, 표지에 실린 책탑이 아련한 향수처럼, 그리움처럼 다가옵니다. 마치 나에게 읽혀졌던 책들을 다시 만난 듯 합니다. 


2. "제가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책들은 값을 매기기 어렵습니다. 얼마나 귀한 책이길래 값을 매기기 어렵냐구요? 아 ,그런 뜻이 아닙니다. 너무 흔하고, 또 너무나 보잘것 없어서 값을 매기기 어렵다는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소개할 책들은 휴지 취급을 받는 '쓰레기 고서'입니다."


3. 아, 귀한 고서들이 쓰레기 취급 받는 세상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고서(古書)란 두말할 나위없이 오래된 책을 말하지요. 진작부터 인쇄술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옛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고서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지요. 고서를 읽으실 수 있는 분들이 한 분 두 분 떠나시고 나니 고서의 처지가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4. 쓰레기 취급을 받는 고서들이 그래도 불에 태워지지 않고 그나마 품위를 유지하며 변모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바로 지공예(紙工藝)하시는 분들이 이를 재활용하신답니다. 수제 한지인데다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어 좋은 '재료'가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책을 낱장으로 해체하여 꼬고 자르고 다듬고 엮어서 '작품'을 만든다고 하네요.  작품으로 최후를 마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5. 저자는 그 스스로 "옛사람들이 남긴 글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규장각이나 장서각처럼 품격있게 대접 받고 있는 고서들도 많이 상대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쓰레기 고서를 잔뜩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팔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이 책들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희귀한 고서가 들려주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는군요. 그래서 이런 책들을 소개하는 글을 엮으며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이라고 지었답니다. '반란' 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그들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싶어할 것이라는 이유때문입니다.


6.  [쓰레기 고서]에서 건진 책들 치곤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훌륭합니다. 이 책에서 다시 생명력이 얻어진 책들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에세이 형식으로 저자의 생각과 주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서 이야기라고 해서 고리타분하진 않다는 것이지요.


7. 반란을 일으킨 책들이 꽤 많군요. 중국의 고사성어를 분류하여 엮은 사전인[백미고사(白眉故事)]를 비롯해서 15권이 소개됩니다. 중간 중간 고서들의 사진이 실려 있어 내가 아는 한자가 있나 더듬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8. 나는 특히 '한문을 배우는 방법'과 '인문학을 한다는 것'이라는 챕터에 마음이 많이 머물러지더군요. 동양철학은 한문을 모르는 상태에선 더욱 다가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나마 대충 읽을 정도는 되지만, 늘 한문 공부를 해야 할텐데 마음 뿐입니다.


9. "고전을 공부하려면 한문을 알아야 합니다. 한문은 한자와는 다릅니다. 한자는 낱글자이고, 한문은 한자로 이루어진 문장입니다. 한자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그들이 모두 한문을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한문을 외국어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체계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동감입니다. 이 챕터에선 사마광이 남긴 [자치통감]의 요약본인 [통감절요(通鑑節要)가 소개됩니다.


10. '인문학을 한다는 것' 챕터에선 논어(論語)가 등장하는군요. 저자는 인문학 열풍의 진원지는 기업이라고 합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인문학자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하면서 인문학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무차별적 시장 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이며, 그 주범은 다름 아닌 기업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기업이 이제는 '인문학 프렌들리'를 자처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는 이야깁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까 고서들을 보는 안목도 살짝 높아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고서가 인쇄되는 과정등 주변의 이야기들을 접하게 됩니다. 쓰레기 더미 속 진주를 찾아서 고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게 만든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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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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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사람은 누구인가? "셜록 홈스를 닮은 민완형사를 꿈꾸던 내게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경기대 부천시에서 일어난 '후기대 입시 시험지 도난 사건' 등 대형 사건을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무능력은 '실력이 있어야 정의를 구현 할 수 있다'는 숙제를 던져 주었고, 범죄 수사 전문교육을 받기 위해 영국 유학길에 오르게 했다".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 이름 석자는 낯이 익은 표창원. 이분을 소개하기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듯 하다. 


2. 여기서 키워드는 '무능력'이다. '무능력'이라 쓰고, 무의지, 무관심, 무책임이라고 읽으련다. 사회적 병폐는 시민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 관료 층에 만연해있다. 그들의 의식이 기본에만 충실해도 이 사회는 더 밝아질 것이다. 범죄율도 줄어들고, 자살률도 줄어들 것이다.


3. 이 책을 읽고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 소위 불편한 진실이 '속편한 진상'으로 바뀐다. 이 책은 '대화집'이다.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와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가 만나서 만든 이 시대의 작품이다. 글을 쓰는 작업은 모노 드라마다. 그렇지만 대화는 인원수에 상관없이 '수다 타임'이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박 3일도 모자란다. 나의 경우는 예외지만, 주변을 보면 대체적으로 그런 추측이 온다. 


4.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환상적 만남이라는 생각이 든다.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나 만만치 않다. 아니, 굳이 묻고 답한다는 표현도 좀 그렇다. 그냥 두 사람이 허심탄회하게 까발리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책임져야 할 자리에서 책임 있는 사과와 행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이기적 집단들의 양심전선 철조망이 끊어지게되길 기대한다. 이 사회와 국가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5.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적 범죄의 탄생', '연쇄살인을 복제하는 사회의 어두운 고리', '과학수사를 파괴한 사법 시스템의 죄악', '거대 국가 범죄에 가담한 경찰들', '차가운 분노, 그리고 뜨거운 희망' 등이다.


6. 이미 외국은 경찰 활동의 패러다임이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적인 차원으로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경찰과 시민이 불편한 관계이다. 오죽하면 강간 당하고 자살한 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모정이 동원하는 영화가 나오는가. 경찰과 시민의 관계가 회복되면 이 사회가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되리라고 믿는다.


7. "경찰이라는 조직 자체가,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권력의 도구로 이용돼왔었기 때문에 권력자의 진짜 의중은 무엇일까 하는 것을 자꾸 들여다보고 있는 거죠. (...) 언론 플레이를 하고, 시민한테 한 번 내보이는 시늉을 했다가 조금 있으면 다 없어져버리거든요."


8. TV 미드에선 단연 수사물이 대세이다. CSI, Bones 시리즈는 낮과 밤이 없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사반장' 프로가 인기몰이를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수사물은 찬,반의 대상이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과학수사에 대한 필요성을 알린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모방 범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미디어 소비자 교육 부분을 좀 더 폭넓게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영국에서 유학 할 때 많이 느낀거예요. 미디어상의 범죄도 범죄학의 중요한 분야라서 들어봤더니 그쪽은 초중고등 과정 내에서 미디어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는 거예요. (...) 그러니까 우리나라처럼 프로그램 하나에 휩쓸리고, 그것 하나 때문에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 부분들이 우리가 많이 취약한 상태예요. 그래서 더욱이나 방송을 장악하려고 나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9. "차가운 분노, 그리고 뜨거운 희망" - 국정원 댓글 사건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불신만 늘어나고, 어쩌면 또 다른 의로운 희생자(권은희 과장)가 생길지도 모르는 참 더러운 현실이지만, 희망은 버리지 말아야한다. 그네들이 영구히 이 나라를 이끌어가지는 못할테니까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3.8 %가 공정하지 않다'라고 답하고 있고, 청소년 대상 조사에서 44%가 '10억 원을 준다면 징역 1년 정도 살 짓을 저지를 수 있다'라고 응답하고 있는 이 일그러진 사회. 그 아이들은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표창원 이분 처럼 양심과 사명감에 따라 진실을 행하고 말해주는 참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똑똑한 판단과 따뜻한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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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학과 개별화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빌헬름 딜타이 지음, 이기흥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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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딜타이가 이해하는 정신과학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모두를 포함한다. 따라서 그의 관심은 언어학, 문학, 문화연구, 종교, 심리학, 정치학, 경제학 등 거의 모든 분야가 포함된다.


2. 빌헬름 딜타이는 1833년 독일 출생이다. 비스바덴에서 김나지움을 다녔고, 졸업논문으로는 [희랍의 고대 문화가 젊은이들에게 미친 영향 연구]였다. 이후 개신고 캘빈파 목사인 아버지의 권유로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 세 학기를 다닌 후 다시 베를린 대학교로 옮겨 역사학을 공부함.


3. 딜타이는 1864년에 해석학의 선구자인 슐라이어마허의 윤리학 관련 주제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고 1870년 '슐라이어마허의 삶'이라는 책을 필두로 많은 저술을 했다. 딜타이의 저서는 현재까지 그의 글들을 모아 놓은 총서인 딜타이 전집 26권에 집대성되어 있다. 


4. 이 책의 텍스트는 딜타이 전집 제 5권 [정신세계, 삶 철학 입문. 1부 : 정신과학 정초를 위한 논고] 이다.  주요 소제목은 '인간 본성의 동일성과 개별성', '인간의 개별화와 관련한 일반적 시각들', '인간 - 역사적 세계에 대한 최초의 개별성', '표현으로서의 예술' 등이다.


5. 칸트가 자연과학의 철학적 정초에 관심을 가졌다면,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철학적 정초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대상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자연과학과는 달리 인간, 사회, 국가에 관한 학문인 정신과학을 근본적인 대상의 이해로 간주했다.


6. 딜타이는 인간을 객체로 현현하는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로 설정한다. 이는 그에게 있어 인간은 정신적 주체가 아닌 삶의 주체로 현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이 슐라이어마허와 다른 것이다.


7. 딜타이가 학문적 활동을 하던 19세기는 낭만주의와 함께 반이성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대두되었던 시기였다. 이 흐름을 딜타이는 니체와 공유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 19세기는 또한 역사주의적 사고가 팽배했던 시기였다. 헤겔에 의해 주도되었던 이 흐름을 딜타이도 이어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사조는 딜타이의 '삶 철학적' 논의가 세부화 될 경우 심리론적, 역사론적 담론들을 허용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 책 속에서


8. "타자의 이해 역시, 타자에 내재해 있는 전체적 연관 관계를 추(追)구성해서 이로부터 타자들이 보여주는 각각의 의재화된 표현들을 설명하는 일에 기초해서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추상적 개념들의 연결망 형태로 표현되는 외적 자연의 연관들이 현상의 저 배후에 있는 것인 반면, 정신세계에서의 연관들은 이쪽 심적 세계에서 체험되고, 경험되고, 추(追)이해되는 성질의 것이다."                          (p.54)


9.  "심리학은 각 정신과학 이론들에 대해 일종의 기초학문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사실, 심리학이 하는 일은 기술하고, 분석하고, 비교하는 가운데 우리로 하여금 인간 - 역사적 세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근거 짓는 일을 수행한다. 심리학이 이러한 기능을 완수 할 수 있으려면, 그 자신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개별화 문제를 설명하는 원리들을 발전 시킬 수 있어야 한다."           (p. 81)



10. "목하 진행되고 있는 과도한 자연주의 방향의 문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일에만 집착한다. 이러한 경향의 문학에 정당하게 맞서, 문학의 또 다른 측면, 즉 심적 힘들의 총체성을 발판 삼아 현실을 이상화시키고, 심적 연관들을 형상화시키는 문학의 또 다른 측면을 주장한 권리가 요청되고 있다. 이런 권리가 오늘날, 그것이 새로운 상징주의의 형태가 되었든 아니면  더욱 신장되어 새로운 주류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이 방향의 문학은, 그 자신의 생명력을 부지하기 위해, 앞서 기술되었던 바의 문학적 발전들을 자체내에 받아들여 내면화 시켜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발전이 현실 속 깊숙이 뿌리 내리는데는 개별성에 대한 점증적 이해가 필요하다."  

       (p.17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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