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드의 손톱 동서 미스터리 북스 72
얼 스탠리 가드너 지음, 박순녀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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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 스탠리 가드너가 쓴 페리 메이슨 시리즈 첫작품이다. 페리 메이슨이 등장하는 가드너의 작품은 간단한 패턴을 유지하면서 독자들에게 재미를 준다. 우선 곤경에 처한 여자가 등장한다. 그 여자를 변호하기 위해 페리 메이슨이 나서다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된다. 그러다 마지막에 극적인 단서를 찾아 반전을 시키며 페리 메이슨의 승리로 끝이 나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작품이지만 서구에서나 일본에서는 아가사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의 판매고에 결코 뒤지지 않는 대단한 명성을 날리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페리 메이슨 시리즈가 80여권, A. A. 페어 시리즈가 29권 나왔다. 검사 세르비이 시리즈도 있다. 아주 재미있고 나름대로 독자군을 형성할 수 있는 작가인데 출판사의 홍보가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어느 날 페리 메이슨을 찾아온 한 여자. 그녀는 약혼자의 무죄를 입증해 달라 하지만 페리 메이슨이 언제나 조언을 구하는 비서는 그녀의 인상이 탐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에 약하고 한번 받아들인 사건은 끝장을 보는 성미를 가진 페리 메이슨은 사건에 뛰어든다. 또 하나 얼 스탠리 가드너의 작품의 장점이라면 절대 유혈이 낭자하지 않는다. 반드시 정의가 승리한다. 그리고 모두 해피엔딩이라는 점이다. 너무 미국적이라 거부감이 들지 모르지만 대중적으로 그 시대 인기가 있을 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우리는 페리 메이슨 시리즈를 모두 4권을 볼 수 있다. 물론 더 많은 작품이 출판되었지만 지금 볼 수 있는 작품은 이 작품의 다음 작품인 <토라진 아가씨>, <기묘한 신부>, <말더듬이 주교>의 네 작품들뿐이다. 이 작품들의 기본적인 특징 구조는 여자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 여자를 위해 페리 메이슨이 힘을 쓴다는 전형적인 기사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페리 메이슨이 그 여자들과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페리 메이슨은 철저한 독신주의자고 여자를 의뢰인으로, 사명감에 불타는 변호사로 도와주는 것이다. 이 시리즈에는 페리 메이슨을 돕는 페리 메이슨의 여비서, 같은 빌딩에 사무실이 있는 탐정이 작품을 끌어 나간다.  

작가가 이후 어떻게 사건을 이끌어 나갈지는 이 작품 한편만 보면 알 수 있다. 주인공은 물론 변호사 페리 메이슨이지만 사건 의뢰인이거나 사건에 관련되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여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본 작품들 모두 그랬다. 페리 메이슨은 트릭을 파헤치기 보다 몸으로 부딪혀 사건을 파헤치는 변호사다. 그래서 페리 메이슨 시리즈는 드라마적 요소를 눈 여겨봐야 한다. 이 점이 아가사 크리스티와 다른 점이지만 그래서 닮은 점이기도 하다. 아가사 크리스티 팬이라면 좋아하리라 생각된다.

페리 메이슨의 문제는 어떤 사람은 참 좋아할 만한 드라마틱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텔레비전 시리즈도 잘 된 모양이지만. 그것은 반대로 그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별 인기가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페리 메이슨이 우리 나라에서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이 작품 다음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한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한 점이다. 이런 점을 빼면 얼 데어 비거스보다 인기가 없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재미있는 추리 드라마가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한번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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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rlie 시리즈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1964)

 Charlie and the Great Glass Elevator (1972)

* Novels

The Gremlins (1943)

Sometime Never: A Fable for Supermen (1948)

James and the Giant Peach (1961)

The Magic Finger (1966)

Fantastic Mr. Fox (1970)

Danny: The Champion of the World (1975)

The Enormous Crocodile (1976)

My Uncle Oswald (1979)

The Twits (1980)

George's Marvelous Medicine (1981)

The BFG (1982)

Dirty Beasts (1983)

The Witches (1983)

The Giraffe and the Pelly and Me (1985)

Going Solo (1986)

Matilda (1988)

Esio Trot (1989)

Rhyme Stew (1989)

The Great Switcheroo (1990)

The Minpins (1991)

The Vicar of Nibbleswicke (1991)

My Year (1993)

The Mildenhall Treasure (1999)

* Collection

Over to You: 10 Stories of Flyers And Flying (1946)

 * Someone Like You (1953) 당신을 닮은 사람

Kiss Kiss (1959)

Selected Stories (1968)

Twenty-Nine Kisses from Roald Dahl (1969)

Switch Bitch (1974)

The Wonderful Story of Henry Sugar and Six More (1977)

The Complete Adventures of Charlie and Mr Willy Wonka (omnibus) (1978)

Tales of the Unexpected (1979)

Taste and Other Tales (1979)

More Tales of the Unexpected (1980)

A Roald Dahl Selection: Nine Short Stories (1980)

Further Tales of the Unexpected (1981)

Way Up to Heaven: And Other Stories (1981)

Roald Dahl's Revolting Rhymes (1982)

The Best of Roald Dahl (1983)

Boy: Tales of Childhood (1984)

The Puffin Roald Dahl Collection (1985)

Selected Works (1985)

Roald Dahl's Completely Unexpected Tales (1986)

Two Fables (1986)

The Roald Dahl Omnibus: Perfect Bedtime Stories for Sleepless Nights (omnibus) (1987)

A Second Roald Dahl Selection: Eight Short Stories (1987)

Ah, Sweet Mystery of Life (1988)

New Tales of the Unexpected (1988)

The Enormous Crocodile / The Magic Finger (omnibus) (1989)

The Collected Short Stories of Roald Dahl (1991)

The Complete Tales of the Unexpected (1991)

Edward the Conqueror: And Other Stories (1991)

Boy / Going Solo (omnibus) (1992)

The Vicar of Nibbleswicke and Other Stories (1992)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 James and the Giant Peach (omnibus) (1994)

Lamb to the Slaughter: And Other Stories (1995)

The Roald Dahl Audio Collection (1995)

The Enormous Crocodile and The Magic Finger (omnibus) (1996)

The Great Automatic Grammatizator: And Other Stories (1996)

Great Mouse Plot: And Other Tales of Childhood (1996)

Revolting Rhymes and Dirty Beasts (1996)

Roald Dahl Omnibus: BFG / Matilda / Georges Marvellous Medicine (omnibus) (1996)

The Roald Dahl Treasury (1997)

The Umbrella Man: And Other Stories (1998)

Skin: And Other Stories (2000)

Ten Short Stories (2000)

Charlie Novels Plus Henry Sugar (omnibus) (2001)

The Man from the South: And Other Stories (2002)

Four Favourite Stories (omnibus) (2004)

* Short Stories

Man from the South (1948)

The Wish (1948)

The Sound Machine (1949)

Taste (1951)

Dip in the Pool (1952)

Skin (1952)

Edward the Conqueror (1953)

Galloping Foxley (1953)

Lamb to the Slaughter (1953)

Neck (1953)

Poison (1953)

The Way Up to Heaven (1954)

Nunc Dimittis (1955)

Parson's Pleasure (1958)

A fine Son (1959)

Genesis and Catastrophe (1959)

Georgy Porgy (1959)

The Landlady (1959)

Pig (1959)

Royal Jelly (1959)

William and Mary (1959)

In the Ruins (1965)

Ah, Sweet Mystery of Life (1974)

The Hitch-Hiker (1977)

The Butler (1980)

The Umbrella Man (1980)

Vengeance is Mine Inc. (1980)

Bitch

The Boy Who Talked with Animals

The Champion of the World

The Great Automatic Grammatizator

The Great Switcheroo

The Last Act Lucky Break

The Mildenhall Treasure

Mr Botibol

Mr Feasey

Mr Hoddy

Mrs Bixby and the Colonel's Coat

My Lady Love, My Dove

A Piece of Cake

The Ratcatcher Rummins

The Soldier

The Swan

The Visitor

The Wonderful Story of Henry Sug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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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5-10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리 시리즈에 Charlie and the Great Glass Elevator도 있는데.. ^^;;

물만두 2004-05-1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잘못 적은 겁니다. 그거 맞습니다...
 

OLD HUNGARIAN FAIRY TALES, 1895

THE ENCHANTED CAT, 1895

FAIRYLAND'S BEAUTY, 1895

ULETKA AND THE WHITE LIZARD, 1895

THE SCARLET PIMPERNEL, 1905 빨강 별꽃

THE CASE OF MISS ELLIOTT, 1905 제 1 단편집 : 엘리어트 여의사 사건

- The Case of Miss Elliott 엘리어트 여의사 사건

  Tragedy in Dartmoor Terrace 다트무어 테라스의 비극

  The Murder of Miss Pebmarsh 페브마슈 살해

  The Lisson Grove Mystery 리슨 글로브의 수수께끼

  The Tremarn Case 트레먼 사건

  The Fate of the Artemis 상선 아르테미스 호의 위난

  The Disappearance of Count Collini 콜리니 백작의 실종

  The Aysham Mystery 에어셤의 참극

  The Tragedy of Barnsdale Manor 반즈데일 장원의 비극

  The affair of the novelty theatre

  The hocussing of Cigarette

  Who stole the black diamonds?

A SON OF THE PEOPLE, 1906

THE SIN OF WILLIAM JACKSON, 1906

I WILL REPAY, 1906 (빨강 별꽃 2편)

IN MARY'S REIGN, 1907

THE TANGLED SKEIN, 1907

BEAU BROCADE, 1908

OLD MAN IN THE CORNER, 1909 제 2 단편집 : 구석의 노인 사건집

- The Fenchurch Street Mystery 1901 팬처치 거리의 수수께끼

  The Dublin Mystery 1902 더블린 사건

  The Mysterious Death of the Underground Rail-Way 지하철 괴사건

  The Regent's Park Mystery 리젠트 파크의 살인

  The Mysterious Death in Percy Street 구석의 노인 마지막 사건

  An unparalleled outrage

  The de Genneville peerage

  The Edinburgh mystery

  The Liverpool mystery

  The robbery in Phillimore Terrace

  The theft at the English Provident Bank

  The York mystery

THE NEST OF THE SPARROWHAWK, 1909

LADY MOLLY OF SCOTLAND YARD, 1910 (Scotland Yard in lady Molly)

PETTICOAT GOVERNMENT, 1910

A TRUE WOMAN, 1911

THE DUKE'S WAGER, 1911

THE TRAITOR, 1912

THE GOOD PATRIOTS, 1912

MEADOWSWEET, 1912

FIRE IN THE STUBBLE, 1912

ELDORADO, 1913 (빨강 별꽃 3편)

UNTO CAESAR, 1914

THE LAUGHING CAVALIER, 1914

THE BRONZE EAGLE, 1915

A BRIDE OF THE PLAINS, 1915

LEATHERFACE: A TALE OF OLD FLANDERS, 1916

OLD SCARECROW, 1916

A SHEAF OF BLUEBELLS, 1917

LORD TONY'S WIFE, 1917 (빨강 별꽃 4편)

THE LEGION OF HONOUR, 1918

THE MAN IN GREY, 1918

THE LEAQUE OF THE SCARLET PIMPERNEL, 1919

HIS MAJESTY'S WELL-BELOVED, 1919

CASTLES IN THE AIR, 1921

NICOLETTE, 1922

LEATHERFACE, 1922

THE TRIUMPH OF THE SCARLET PIMPERNEL, 1922 (빨강 별꽃 5편)

THE HONOURABLE JIM, 1924

LES BEAUX ET LES DANDYS DE GRANDS SIÈCLES EN ANGLETERRE, 1924

UNRAVELLED KNOTS, 1925 제 3 단편집

PIMPERNEL AND ROSEMARY, 1925

THE MISER OF MAIDA VALE, 1925

A QUESTION OF TEMPTATION, 1925

THE CELESTIAL CITY, 1926

UNRAVELED KNOTS, 1926

SIR PERCY HITS BACK, 1927 (빨강 별꽃 6편)

SKIN O' MY TOOTH, 1928

BLUE EYES AND GREY, 1929

ADVENTURES OF THE SCARLET PIMPERNEL, 1929

MARIVOSA, 1931

IN TE RUE MONGE, 1931

A CHILD OF THE REVOLUTION, 1932

A JOYOUS ADVENTURE, 1932

THE WAY OF THE SCARLET PIMPERNEL, 1933 (빨강 별꽃 7편)

THE SCARLET PIMPERNEL LOOKS AT THE WORLD, 1933

A SPY OF NAPOLEON, 1934

THE UNCROWNED KING, 1935

SIR PERCY LEADS THE BAND, 1936 (빨강 별꽃 8편)

THE TURBULENT DUCHESS: H.R.H. MADAME LE DUCHESSE DE BERRI, 1936

DIVINE FOLLY, 1937

NO GREATER LOVE, 1938

MAM'ZELLE GUILLOTINE, 1940 (빨강 별꽃 9편)

PRICE OF RACE, 1942 WILL-O'THE-WISP, 1947

LINKS IN THE CHAIN OF LIFE,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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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의 노인 사건집 동서 미스터리 북스 63
에무스카 바로네스 오르치 지음, 이정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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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탐정들이 있다. 보통 탐정의 대명사인 셜록 홈즈처럼 돋보기를 들고 증거를 찾아다니는 탐정이 있는 가하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구석 노인처럼 머리로 상황을 생각해서 말을 하는 안락의자형 탐정도 있다. 그리고 회색 뇌세포의 포아로는 이런 두 가지를 갖춘 탐정이라 할 수 있고 하드보일드 작품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 안락의자형 탐정이나 셜록 홈즈류의 돋보기 탐정도 사라졌다. 대신 진짜 탐정같이 행동하는 루 아처같은 탐정이 등장했다. 

이 단편집은 특별히 꼭 읽고 싶었던 단편집이다. 물론 오르치 남작 부인이 좋아하고 심혈을 기울인 작품은 <빨강 별꽃> 시리즈라지만 그 작품보다 다방 구석에 앉아 우연히 만난 신문 기자가 말하는 사건을 참견하는 이 작품이 더 좋다.

이 단편집은 1905년에 출판된 첫 단편집 <엘리어트 여의사 사건>에서 9편과 1909년 나온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두 번째 단편집인 <구석 노인의 사건집>에서 5편을 모아 합친 단편집이다. 첫 단편집에서 <엘리어트 여의사 사건 The Case of Miss Elliott>, < 다트무어 테라스의 비극 Tragedy in Dartmoor Terrace>, <페브마슈 살해 The Murder of Miss Pebmarsh>, <리슨 글로브의 수수께끼 The Lisson Grove Mystery>, <트레먼 사건 The Tremarn Case>, <상선 아르테미스 호의 위난 The Fate of the Artemis>, <콜리니 백작의 실종 The Disappearance of Count Collini>, <에어셤의 참극 The Aysham Mystery>, <반즈데일 장원의 비극 The Tragedy of Barnsdale Manor>의 아홉 편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두번째 단편집에서 <구석 노인의 사건집>, <팬처치 거리의 수수께끼 The Fenchurch Street Mystery 1901>, <더블린 사건 The Dublin Mystery 1902>, <지하철 괴사건 The Mysterious Death of the Underground Rail-Way>, <리젠트 파크의 살인 The Regent's Park Mystery>, <구석의 노인 마지막 사건 The Mysterious Death in Percy Street>의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참고로 각각 12편씩 수록된 단편집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기다려야 할 작품은 마지막 단편집인 1925년에 발표된 <풀 수 없는 매듭>뿐이다. 물론 출판되리라는 기대는 없지만...

독특한 또 한 명의 탐정인 구석의 노인... 정체도 알 수 없는 노인... 그의 사생활에 대한 언급은 딱 한번뿐이지만 그것으로 그의 정체를 알아낼 수는 없다. 다만 여기자는 그에게 사건을 말하거나 그가 언급하는 사건의 전말을 듣고 수확을 챙길 뿐이다. 구석의 노인에게 수수께끼 놀이일 뿐이다. 어떤 사건에 대해 생각하거나 유추한다는 것은... 그것은 그가 언제나 손으로 매듭을 만드는 것과 같을 뿐이다. 이름도 없는 이 노인은 다방 구석에 앉아 - 물론 프랑스에서는 다방이 아니라 카페나 뭐 그런 곳이겠지만 -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 경험 많고 나이 많은 노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우리 나라 옛 속담을 연상시키는 기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쓰 마플이 등장하는 <화요일 클럽>과 비슷하다. 그 작품에서 미쓰 마플은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듣고 범인을 맞춘다. 구석의 노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기자에게 수상한 사건을 알려주고 범행의 전말을 설명한다. 범인을 지목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쩌면 그 노인은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간절히 원하는 상담자일지 모른다. 여기자에게 간절한 것은 사건의 기사다. 하지만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모두가 라이벌일 뿐이다. 이때 무심코 다방에서 한 노인을 만나게 되어 그에게서 도움을 받는다. 마치 누군가 그녀를 위해 마련해 놓은 것처럼... 오르치 부인이 원한 것은 이런 것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자도 남자가 아닌 여기자를 등장시킨 것이고 구석의 노인도 나이 지긋한 노인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역시 첫 단편인 <팬처치 거리의 수수께끼>와 가장 유명한 작품인 <더블린 사건>이 가장 좋은 작품으로 느껴진다. 미쓰 마플의 여운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읽어봄직한 단편집이다. 수수께끼형, whodunit형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제격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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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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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책이 아니다. 그림이다. 그림을 글로 옮겨 적은 것이다. 그래서 읽기가 어렵다. 또한 우리가 얼마나 이슬람 세계와 먼 거리를 유지했는지도 느끼게 되어 더 어렵다. 한 작품을 편견 없는 눈으로 작가가 쓴 길을 따라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이 작품을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 이 작품의 가장 독특한 점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화자가 따로 없고 각 단락마다 그 단락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하나의 작품이 이어진다.

하나의 그림이 있다. 그 그림은 어느 시대의 풍경화다. 그림 안에는 사람이 있고 개가 있고 나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숨결이 있다. 이 모든 것을 세밀하게 본다고 치자. 한 남자를 살펴보고, 그 옆의 여자를 살펴보고, 앉아 있는 개와 달리는 말과 나무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 화가를 그 모든 것을 종합해서 평가한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이슬람 국가가 쇄락하기 바로 전 그들의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과 전통을 벗어나려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러면서 그런 시대를 평범하게 살아간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이고 그 시대에 묵묵히 서 있던 나무와 함께 살았던 개와 말과 그림에 칠해지던 색의 이야기이다.

아주 세밀하게 읽지 않으면 쉽게 지치게 되는 작품이지만 다 읽고 나면 뿌듯함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공들여 읽으면 보상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읽어야 할 것이다. 책 한 권을 이렇게 오래 읽은 적도 없었고 한 권의 책으로 이렇게 좌절한 적도 없었다. 나의 무지가 이 작품을 읽는 동안처럼 슬펐던 적도 없었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앞장부터 다시 읽고 싶은 욕망을 느낀 적도 없었다. 이 작품의 진정한 진가는 읽는 사람 개개인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책이다. 차라리 한 장의 그림이 있다면 보여주고 싶을 뿐...

더 할 수 없는 글은 책 내용으로 대신하고 싶다. 1권 320쪽의 내용이다. 

색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색은 눈길의 스침, 귀머거리의 음악, 어둠 속의 한 개 단어다. 수천년 동안 책에서 책으로, 물건에서 물건으로 바람처럼 옮겨 다니며 영혼의 말소리를 들은 나는, 내가 스쳐 지나간 모양이 천사들의 스침과 닮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여기에서 당신들의 눈에 말을 걸고 있다. 이것이 나의 신중함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 동시에 나는 공중에서 당신의 시선을 통해 날아오른다. 이것이 나의 가벼움이다.

나는 빨강이어서 행복하다! 나는 뜨겁고 강하다. 나는 눈에 띈다. 그리고 당신들은 나를 거부하지 못한다.

나는 숨기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섬세함은 나약함이나 무기력함이 아니라 단호함과 집념을 통해 실현된다. 나는 나 자신을 밖으로 드러낸다. 나는 다른 색깔이나 그림자, 붐빔 혹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를 기다리는 여백을 나의 의기양양한 불꽃으로 채우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내가 칠해진 곳에서는 눈이 반짝이고, 열정이 타오르고, 새들이 날아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나를 보라.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를 보시라. 본다는 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다는 것은 곧 보는 것이다. 나는 사방에 있다. 삶은 내게서 시작되고 모든 것은 내게로 돌아온다. 나를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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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5-09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들여 읽으면 보상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 기회라...
섬뜻해지는구만요 ^^
빨강의 외침이 정말 거부할 수 없게 흥미를 돋우는데요?

책읽는나무 2005-05-05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찬찬히 님의 리뷰를 읽었습니다..^^
역시 바람구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한 마디말로 표현하고 싶군요!
역시 지존이십니다..^^

물만두 2005-05-0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책나무님 무슨 말씀을... 제가 얼마나 글을 제 맘대로 못쓰는데요. 쑥쓰럽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