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서 온 남자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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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바꿀 것인가?"

호러와 추리 장르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전건우 작가의 "어제에서 온 남자"를 읽었다. 요즘 인기가 있는 소재인 "시간 여행" 과 "평행우주"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간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은 먼 과거나 미래를 선택하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시간 여행은 고작 하루 전이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현재와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렸던 주인공 박진혁은 왜 하루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해야만 했을까?

주인공인 박진혁은 한때는 범죄 조직에서 잘나가는 축에 속하는 건달이었으나 현재는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사실 병의 진단을 받기 이전에 이미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었는데, 그 이유는 사랑하던 여자인 서희가 누군가에 의해서 잔인하게 살인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을 떠난 서희를 만나러 추모 공원을 다녀오던 길에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는 진혁. 그런데 교통사고를 일으킨 주동자와 실랑이를 벌이던 가운데 그의 차 트렁크에 여자들의 하이힐이 한가득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도대체 그가 하이힐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시간 여행을 다룬 책들과 영화는 지금까지 많이 있었다.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타임머신"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할 참이었는데, 강도 살인으로 인해서 여자 친구를 잃고 만다.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여러 번 과거를 돌아가 여자 친구의 목숨을 구하려고 하지만 그의 시도는 부질없이 끝난다. 하지만 결국 그는 먼 미래에서 타인들의 목숨들을 구하게 된다. "사랑의 블랙홀"에서 성격이 매우 까칠한 남자 주인공은 일종의 시간 여행처럼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겪게 되는데, 그러면서 조금 더 성숙한 사람으로 변모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 진혁은 과연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었을까?

"그날,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녀를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너무나 맹목적으로 보이는 주인공 박진혁의 시간 여행. 어쩌다 휘말리게 되는 시간 여행이지만 여자 친구를 살려내고 말겠다는 그의 순애보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한참 읽다 보면 이 책이 마치 "영화처럼 다가온다"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장면 전환이 대단히 빠르고 묘사도 생생하다.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게 되면 주인공 진혁이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는데, 이 부분도 매우 흥미롭다. 다른 세상에서 지금의 나보다 잘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느낌... 과연 질투가 생길까? 아니면 행복을 빌어주고 싶을까? 다른 세상의 "나"를 없애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무시무시한 조언을 듣게 되는 진혁....

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라고 이 책은 묻고 있는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을 넘나들면서 돈을 벌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자신이 끌리는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주인공 박진혁이 시간 여행을 하는 이유는 오직 사랑하던 여인을 위한 것.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진혁이 보인다. 스릴러로 시작하였지만 어쩐지 로맨스 소설로 끝난 느낌을 주는 소설 [어제에서 온 남자] 하루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짧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단편 독립 영화를 본 듯한 여운을 주는 소설 [어제에서 온 남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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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갈까마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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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의 슈루즈베리, 평화로워야 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교구로 새롭게 부임했던 에일노스 신부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는 원칙과 규율에만 집착하면서 정작 교구민들의 상처와 고통에는 무관심했던 인물.


죽음을 앞두고 있던 아기는 세례를 거부당하고

위로받지 못한 한 여인은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에일노스 신부의 가혹한 처사에 분노했던 교구민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서 전혀 안타까워하지 않는 상황

오히려 마을 분위기는 좀 더 좋아졌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죽음의 원인은 반드시 조사해야 하고

죽음을 일으킨 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일.

처음에는 모두들 이 사건을 단순 실족사로 바라봤으나

그의 머리에 난 상처는 이것이 사고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고...

특히 이 와중에 캐드펠 수사 앞에 머리카락 몇 올이 끼인 지팡이가 발견되는데...


이 소설은 미스터리라는 구조 위에 오래되었지만 깊이 있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좋은 영적 지도자란 어떤 사람인 것일까? 단지 규율을 따르는 사람인가? 아니면 공감과 자비,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진 사람인가? 저자 엘리스 피터스는 이 질문을 중심에 두고

공동체가 진정으로 바라는 영적 지도자의 모습이 무엇인지 

독자로 하여금 깊이 있게 고민하게 만든다.


<어둠 속의 갈까마귀>는 캐드펠 시리즈 중

가장 스토리 구조가 단순한 편이라서 미스터리적인 재미는 조금 덜하지만 

이야기에 담긴 인간관계, 공동체 윤리, 중세 사회의 종교성과 정치적 긴장이라는 요소는 

아주 치밀하게 짜여 있다.


그리고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 선혈이 낭자한,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다루기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중심에 둔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바로

캐드펠 시리즈가 추구하는 정의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법과 처벌에 기대어 죄인을 가혹하게 처단하는 것보다는

상처 입은 공동체를 회복하고 인간의 실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편을 택한다는 점.. 

부족한 인간으로서 우리가 늘 기억하고 있어야 할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이 좋다.


정의란 무엇인가? 죄인을 철저히 처벌하는 것보다는

기울어진 세상을 바로잡는 것이 아닐까? 를 말하는 듯한 소설

<어둠 속의 갈까마귀>


자극적인 반전보다는 잔잔하지만 깊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나 인간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싶은 분들.

그리고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미스터리 구조를 가진

소설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시작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 <어둠 속의 갈까마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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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 편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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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과 강이 어디에 있는지만 알아도

수천 년 켜켜이 쌓인 역사가 읽힌다!

유튜브 채널 <두선생의 역사 공장>을 운영하는 한영준 저자의 책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동양 편"을 읽었다. 강과 산맥 그리고 국경선으로 대표되는 지리로 역사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미 서양 편은 나와 있는 것으로 보이고 동양 편은 중국,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등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들이 소개된다. 이 책의 경우 일단 지도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컬러로 된 지도가 실려있고 거기에 표시된 강과 산맥, 해협과 바다가 바로 문명의 발달, 국가의 흥망 그리고 국가의 전파를 결정하는 역사적 인프라였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챕터로 나뉘는데, "지리가 만든 제국, 지리가 가둔 제국, 중국"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편이 소개된다. 중국은 '퐁당퐁당 역사'라는 표현에서 보이듯이, 분열과 통일이 반복되는 패턴을 지리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황하강과 양쯔강 그리고 유목민의 길목인 북방 초원이 한족의 확장과 주변국과의 갈등 구조를 설명해 준다. 챕터 2에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한국에서 쇠젓가락이 사용되는 이유와 일본에 신이 800만이나 존재하는 이유 같은 사소한 일상부터 한반도 분단이라는 지정학적이고, 복잡한 외교적 문제까지 다루어진다.

챕터 3에서는 남아시아와 중앙유라시아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지는데, 히말라야산맥의 압도적 존재감과 인도 파키스탄 갈등의 지정학적 뿌리 등이 소개된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이 하나의 나라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라는 강대국에게 정치적,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현재까지도 분쟁이 이어지는 점이었다. 챕터 4에서는 하나의 지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는, 대단히 복합적인 지역인 동남아시아가 소개된다.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등 각국의 독자적 성장 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에는 컬러 지도가 포함이 되어 있어서 그냥 읽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지정학적 개념이 쉽게 이해된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의 역사를 다룬 것만이 아니라 현재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설명된다. 예를 들자면 중국과 대만의 갈등,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러시아 의존 문제 등등 우리가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저자가 유튜브 채널을 오랫동안 운영해와서 그런지 설명이 매우 대중 친화적이다. 어른들뿐 아니라 학생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최근에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 그리고 중국 본토와 대만이 곧 전쟁을 할 거라는 뉴스 등등 세상은 서로 갈등하는 나라들의 뉴스로 가득하다. 이럴 때 지정학적 위치와 역사적 문제 그리고 현대의 갈등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설명해 주는 이 책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동양 편>을 읽으면 금방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도를 매우 좋아하는 학생이나 세계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초보 독자들이 읽는다면 정말 흥미진진하게 독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 공부 시작합니다! 일단 지도부터 펴세요" 역사와 지리 그리고 정치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 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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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요? - 딥페이크, 여론 조작, 가짜 뉴스, 댓글 부대… AI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신종 AI 범죄와 법
박찬선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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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AI 범죄를 얼마나 알고 있나요?"

챗 GPT, 미드 저니, 제미나이 등등 인공 지능은 이제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서 인간의 능력을 높여준다. 생성형 AI는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고 소설을 쓰기까지 하는 시대가 왔다. 우리들은 이 눈부신 혁신 앞에서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지만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분야가 있다. 바로 AI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범죄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 박찬선 씨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반드시 스스로 에게 물어봐야 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AI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밝혀지고 있는 다양한 AI 범죄 사례를 현장감 있게 다루고 있다. 예술품의 표절 논란 -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와 같은 작품 - 뿐 아니라 딥 페이크 정치 영상과 보이스 피싱까지...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내는 AI의 위험성을 아주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GPT 류 언어 모델에 의해서 가짜 뉴스가 생성되거나 악성코드가 제작되는 사례까지 조명하면서 AI 범죄의 규모화와 자동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고발하고 있다. 말하자면 기술의 진화에 의해서 범죄의 효율성까지 높아진다는 사실이 두렵게 다가온다.

기술은 이렇게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사실이 소개된다. 이 책은 AI 범죄에 대해서 현재 존재하는 형법 조항들을 소개하는 한편, 유럽 연합의 인공 지능 법처럼 선진국에서 진행 중인 제도적 논의들도 함께 제시한다. 내가 특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딥페이크 성범죄 물 부분인데, 우리나라 성폭력처벌법에는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제작, 편집, 유포, 판매, 구입, 소지, 시청 시 상당한 양의 벌금을 내야 하거나 심하게는 징역형에도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AI 범죄에 대한 논의가 이제서야 시작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저자가 AI 범죄에 대해서 다룬 방식이었다. 단순히 범죄의 위험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례로 우선 접근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평소에 접했던 여러 사건들, 서울대 N 번 방 사건 등 혹은 접하지는 못했지만 있을 수 있는 사건, 영국 유명 연예인 딥페이크 성범죄 물 피해 등등 을 제시하면서 기술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다. 또한 AI 범죄로부터 개인의 권리, 기업의 자산, 사회 전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대단히 주목할 만하다. 결론은 발전된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 문제인 것!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신중하게 활용하는 방법만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인 듯하다.

앞으로 AI 분야는 더욱더 발전할 것이고 여러 분야에 쓰일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보다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AI를 둘러싼 법적,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이자, 다가올 기술 중심 사회를 위한 성찰을 제공한다. 딥 페이크, 댓글 조작, 자동화된 사기 범죄 등등 우리는 더 이상 AI가 특수 계층에 속한 문제라고 볼 순 없다. 곧 우리의 일상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AI 사용이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으므로 AI 범죄에 대한 논의는 더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늦기 전에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AI 범죄 관련 법적, 윤리적 제도를 고민할 때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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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로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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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로는 어디에 있을까.

칠흑 같은 밤보다 까만 수수께끼의 날개에 올라타

더없이 무서운 피의 전율을 그린 기괴한 살인 미소년.

대체 그 녀석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으나

소름 끼칠 만큼 잔인한 살인자 미소년 신주로..

그러나 마치 네스호에 있다는 괴물처럼

눈 덮인 산꼭대기에 있다는 설인처럼

과연 존재하는 게 맞는지 알쏭달쏭 한 존재

마치 바람처럼, 번개처럼 홀연히 나타나

선혈이 낭자한 끔찍한 살인 현장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름처럼 진주처럼 빛나는 외모를 지녔으나

매우 섬뜩하고 광기 어린 과거를 가진 인간 “신주로”

그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대학 강사인 시나 고스케는 동료인 오쓰코쓰와 함께

N 호반에 있는, 은퇴한 의사인 우도 씨의 저택에서

여름휴가를 즐기기로 한다. 그러나 가는 도중에

버스에서 만난 꾀죄죄한 차림의 노파는 이들에게

불길한 예언을 던지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N 호수가 피로 새빨갛게 물들 거야...”

고요하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대저택.. 그런데 저택의 주인인

우도 씨와 조카딸 유미만이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3의 존재를 느끼는 시나. 창고에서

느껴지는 인기척과 한밤중에 들리는 쇠사슬 끌리는 소리..

그러던 어느 날 호숫가에 놀러나갔다가 돌아온 시나와 오쓰코쓰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경악할 만한 끔찍한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마는데....

이것은 일본 버전의 "프랑켄슈타인" 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소설. 희대의 악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과거 한때

유행했던 고딕풍 소설처럼 대단히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추리소설인데.. 이렇게까지 몽환적이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라면서 푹 빠져들었다가, 탐정 유리 린타로가 등장하는 소설의 중반부터

얼음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된다.

유리 린타로의 진두지휘로 살인 사건들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모든 정황이 밝혀지는 순간, 드디어 주인공 시나의 머릿속을 잠식했던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혼란함이라는 안개가 말끔하게 걷히게 되는데....

기묘한 예언, 고립된 저택, 정체불명의 아름다운 소년

그리고 이어지는 잔혹한 살인... 이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면

눈밭을 잠식한 핏빛처럼 아름답지만 잔혹한 소설 [신주로]가 완성된다.

탐욕적인 인간이 머리까지 좋으면 엄청나게 추악한 일도 스스럼없이 저지를 수 있다...

라는 교훈을 남기는 듯한 소설이다.

그러나 결국 인간은 자신이 쌓은 "악"이라는 태산에 깔려 죽거나

자신이 판 무덤에 들어가서 죽게 되는 법. 광기에 휩싸인 인간들이

벌인 죽음의 잔치... 그 본색이 드러난 순간 온몸에 돋는 소름과 전율..

트릭 위주에 상당히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요즘의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소설 내내 어둡고 기괴하고 불길한 분위기로 이끌어가지만

결국 완벽한 추리 & 미스터리 소설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 [신주로]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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