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러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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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끔찍하고 불행한 미래를 다룬 소설 [리사이클러]

그러나 이미 겪은 듯한 강한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어설프게 인간을 닮은 로봇에게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

와 비슷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부조리가 극에 달한 세상, 동등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계급화는 굉장히 노골적인 세상이 도래했다.

선택받은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 사이의 삶의 수준은 하늘과 땅 카스트 제도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듯한 소설 [리사이클러]

주인공 동운은 일종의 재난을 수습하는 회사인

에르트라는 곳에서 비상대응특수팀 소속 헬기 조종사로 일하고 있다. 병원 검진 이후 자신이 췌장암 말기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동운, 앞으로 몇 개월을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동운이 현재 머무르고 있는 세상은

이미 전 세계를 덮친 종말에서 겨우 살아남은 도시 서울.

"전국기업인연합" 즉 줄여서 전기련은 도시국가인 '뉴소울시티'을

세워서 1구역과 2구역으로 나눠서 철저한 계급 통치를

실시하게 되고, 영생이 보장된 1구역과 부속품이나 다름없는 2구역, 이 두 구역이 평등해질 일은 절대로 없다.

거친 일을 담당하는 동운에게 있어서

죽음이나 질병 등으로 더 이상 사회에 기여할 수 없는

인간의 육체로 만든 일종의 로봇? 혹은 안드로이드? 인

"리사이클러"라는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새로 구입하게 된 리사이클러는

마치 게임에서 버그가 발생하거나 영상에서 글리츠가 발생하듯

동운에게 이상한 소리를 자꾸 내뱉는데, 경악할 사실은

그 소리가 바로 동운의 비밀스러운 과거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 로봇이나 다름없는 리사이클러와 동운의 과거 사이 접점은 무엇일까?

일단 소설 [리사이클러]는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탄탄하게 깔려있고 서사의 흐름이

상당히 치밀하고 정교하게 펼쳐진다. SF 장르이지만

동운이 감추려는 과거와 현재 그가 맞닥뜨린 난처한 상황이

마치 스릴러와 호러물의 한 장면과 같기에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는데 이게 완전 꿀잼이다.

"인간의 물적화" 혹은 "인간의 기계 부품화"라고 해야 하나?

영혼과 지성의 결합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이

이 소설에서는 한순간에 고깃덩어리 혹은 하드웨어 정도로

전락한다. 전쟁이나 식민지 치하에서나 느낄 법한

존엄성의 말살이 느껴지는 "완벽한 디스토피아물"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SF 소설은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인간과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과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철학적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소설 [리사이클러]는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소설이자 동시에 완전 "롤러코스터"같은 소설

한마디로 읽는 내내 긴장과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이기원 작가의 디스토피아 트릴로지의 대단원에 해당하는 소설인데 읽고나니까 1,2편을 반드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디스토피아물에 열광하는 모든 독자에게 추천하는 소설 [리사이클러]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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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주머니
이정화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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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가 있는 단편소설집 [뒤집힌 주머니]

읽다 보면 간담이 서늘해지면서 그동안

내가 해왔던 잘못된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완전히 “권선징악”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릴 적 읽었던 우화나 동화를 다시 만난 느낌

그것도 다소 잔혹한 내용에 기묘함과 기괴함을

한 2스푼 더 첨가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은 20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다양한 장르 – SF, 오컬트, 판타지 등 –로 표현되었고

내용에 있어서 상상력의 한계가 없다.

말하자면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지면서

독자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저자의 기발한 상상이 빚어낸 세상을 탐험하게 된다.

그러나 기발하기만 하다면 무슨 재미일까?

각 이야기마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야 한다.

인간이 마음속 깊은 속에 숨겨놓은 어두운

마음 – 탐욕, 배신, 거짓, 위선 – 등을 고발하는 저자

함부로 남의 것을 탐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듯한

[빙의 능력자] 와 살고 있는 육지와 바다를 폐허로 만드는

인간의 탐욕을 고발하는 듯한 [용왕의 제안]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생명이 열리는 나무]

그리고 진짜 불행한 사람은 실제로 불행을

겪는 사람보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 [전국 불운 자랑]까지....

단편소설집 [뒤집힌 주머니]는 정상과 비정상의 자리를 뒤집는다.

그러는 순간 정상적인 현실, 낯익은 공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버선을 뒤집고, 물이 든 컵을

쏟아버리고, 거울 속 세상을 불러오듯, 정상적인 세상이 비정상을

만나는 순간 독자들은 잠자고 있던 양심과 영혼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세계를 굉장히 낯설게 만드는 소설

[뒤집힌 주머니] 이 설정 안에서 인간의 본성, 사회의 부조리, 불완전한 제도

등등이 고발된다. 어쩌면 독자들은 이 기묘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스스로의 내면이 발가벗겨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매우 독특하고 기발한 이야기들이 모인 단편소설집 [뒤집힌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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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강진아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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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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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정보라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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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책들에 대한 비평 모음집 [절대진공 & 상상된 위대함] 

처음엔 "과연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라고 의심했지만

결국 나는 저자 스타니스와프 렘의 "진심"을 찾아내고 말았다.

가벼운 듯, 매우 진지하고 정교하게 써 내려간 비평들.

읽다 보면 정말 이런 책들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고 믿게 된다.


"절대 진공" 속에 속하는 비평들은, 일종의 문학적 실험이다.

말하자면 "없는" 존재에 대한 글을 쓰다가 결국 "언어"를 뛰어넘은

작품이 탄생했음을 보여주는 비평 [ 솔랑주 마리오트 - 아무것도 아닌, 혹은 원인에 따른 결과]처럼.


저자는 어떻게 보면 조롱이나 유희적인 감성을 담은,

다소 장난스럽다 싶은 시도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각 작품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당시 문화적인 분위기나

문학 세계에 대한 매우 비판적이고도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유어 셀프 어 북]을 통해서는 당시 문학계에 팽배했던

엘리트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듯했다. 마치 "대중과 단절된 문학의 가치"를 묻는 듯. [사이먼 메릴 - 섹스플로젼]이나 [요아힘 페르젠겔트 - 페리칼립스]를 통해서는 자극적인 소비문화가 끝도 없이 확장되어 결국 "성"이나 "문학"조차도 소비할 대상으로 여긴 당시 문화를 비판했던 듯. ( 난해한 내용 때문에 일단 추측)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상상한 세계속에서 창조한 인물과도 갈등을 빚는, "타자"와의 충돌이 필연적인 인간을 희화화한 [로빈슨 연대기]나 현실 도피의 형태로 역할 놀이에 심취했다가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를 기만하는 인간들을 보여주는 작품 [루이 16세 중장]도 나는 재미있었다.


"상상된 위대함" 에서 렘은 "언어와 의식" "기술과 인간" 등의 주제를 다룬다. [후안 람벨레 외 - 비트 문학의 역사] 를 통해 우리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생성형 AI에 대해 예견하고 있는 듯한 저자. 그의 통찰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렘의 시선은 굉장히 날카롭지만 동시에 유머와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때때로 지나치게 관념적인 서술과 실험적 형식 때문에 독자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할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주제를 저자가 다양한 형태의 비평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인데 워낙 낯설고 실험적인 글이라서 독자들은 그가 쌓아 올린 거대한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는 느낌을 쉽게 가지게 된다.


어쨌든 스타니스와프 렘 작가는 "문학" 과 "창작 활동"을 너무나 사랑하는 작가였던 것 같다. 문학에 대한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어떠한 형태까지도 문학으로 수렴할 수 있는지, 심지어는 언어라는 형식조차 파괴한 문학도 문학의 범주에 들 수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한 듯한 천재적인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놀라운 비평집 [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


뭔가 독특하면서도 기존의 낡은 관념을 부수어버리는

그런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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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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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준비생의 홍콩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
이동진 외 지음 / 트래블코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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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이 끝나면 새로운 생각이 차오릅니다"

십 년도 더 전에 여행을 다녀왔던 홍콩. 당시 남들 다 간다는 주요 여행 명소에다가 마카오까지 둘러봤었는데, 나는 그저 예쁘고 낯선 경치에 취했던 기억 밖에는 없다. 그런데 이 책 [퇴사 준비생의 홍콩]은 남다른 시각과 생각을 가진 저자의 알짜배기 여행기를 보여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과연 나는 뭘 좋아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면 될까?" 그런데 이런 생각이 갑자기 "퇴사"라는 단어와 이어지게 되면 마음은 갈팡질팡한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기도 하지만 이후 마주할 불안이 걱정되기도 하는 마음.

이 책은 단순한 여행서라기보다는 일종의 "테마 여행기"라고 보면 된다. 홍콩에 있는 유명 브랜드 등을 소개하면서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그에 따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고 할까? 회사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저자는 홍콩이라는 도시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아주 냉철하게 접근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퇴사를 장려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퇴사 준비"를 권장하는 책이라고 하면 된다. 내가 시도해 볼 수 있을, 정말 다양한 사업이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사실.

책 속에는 홍콩에만 있는 여러 다양한 브랜드와 사업들이 소개된다. 우선은 홍콩의 잠 못 드는 밤을 해결해 주는 "캡슐 호텔" 인 슬립. 우리나라처럼 워커홀릭들이 많은 홍콩에 있어서 최적의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한약재로 만든 칵테일을 파는 "매그놀리아 랩". 우리에게도 한방은 급성 치료제라기보다는 약해진 체력을 보강, 회복시켜주는 존재로 여겨진다. 딤섬을 문화적 경험으로 만든 미식 공간 "룽딤섬" 과 티 캡슐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고객의 마음을 이끈 브랜드 "티 샤토"도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모든 브랜드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사업 아이템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몇몇 사업의 경우는 "과연 이게 사업이 될까? 싶은 회의감도 들게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마이너함 속에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개성"과 "자존감" 등을 엿볼 수 있었고 굉장히 감각적이라는 느낌도 느낄 수 있었다. 책 속 브랜드들을 훑어보는 가운데, 이런 아이디어는 내가 사는 지역 공간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겠다 싶은 것들도 있었다. 이 책은 "이 사업을 하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꼼꼼하고 철저하게 브랜드의 이모저모를 소개만 할 뿐. 이런 태도가 오히려 사람 마음을 끌어당기는 듯하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사업은 아무나 하나?" 그렇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 그러나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홍콩의 여러 브랜드들도 처음부터 잘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의 아이디어, 감정, 삶의 철학이라는 작은 씨앗이 공간과 경험을 만나서 싹을 틔웠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브랜드도 하나의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이 책 [퇴사 준비생의 홍콩]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스스로 물어보게 한다. 마음속으로 작은 가능성을 품게 만드는 매우 감각적이고 충실한 여행기 [퇴사 준비생의 홍콩]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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