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아, 뭐하니? - 움직이는 그림책
루퍼스 버틀러 세더 지음 / 웅진주니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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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에 갔을 때 오빠 집에서 영어 책으로 먼저 만났다.
오빠는 아이에게 무척 자상한 아빠였는데, 아이에게 온갖 의성어를 흉내내면서 리얼하게 책을 읽어주었다.
돌아와서 똑같은 책을 찾아보았는데 우리말 번역이 되어 있어서 무척 기뻤다.
냉큼 주문을 했지만, 우리 조카들은 이 책을 보기엔 이미 자라 있었다.

동영상으로 보여줘야 이 책의 진가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 텐데, 애석하게도 상품페이지에 동영상은 없다.
말로 설명하자면, 말아 뭐하니? 따가닥 따가닥 달려요~
라는 글과 그림 뒤에 검은 필름이 있고, 책의 각도를 좁혔다가 넓히는 과정을 반복하면 말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게 보인다. 빨리 접었다가 빨리 펼치면 그만큼 빨리 달리는 것처럼 보이고, 천천히 책을 접었다가 펼치면 그만큼 천천히 달리는 효과가 난다.
그러니 이 책을 읽어줄 때 음향효과는 필수다!

말과 닭, 개와 고양이가 나온다.
각각의 동물들이 어떻게 우는지,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학습된 의성어라고 할까.

이런 걸 흉내내어서 읽어주면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으며 까르르 좋아한다.
좀 오버하자면, 어떨 땐 이런 책만 읽어달라고 백 번씩 조를 때도 있다.
아이 앞에서 어른들은 만능 재주꾼으로 변신해야 한다.
독수리처럼 큰 날개를 퍼덕이는 척도 해주고,
침팬지처럼 무릎을 굽히고 걸어가주는 배려로 필요하다.

나비의 팔랑팔랑 날개짓은 아름다운데, 거북이 흉내는 바닥을 기어야 하나... 이건 그냥 이 책의 그림을 잘 보여주면 되겠다.
우리가 직접 기려면 거실이 보통 넓어서는 아니 되니까...

그렇게 한차례 동물들의 움직임을 보았다면,
이번엔 아가 차례다.
아가도 이 책의 동물들처럼 따가닥 따가닥, 쫑쫑쫑쫑, 성큼성큼 걸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가에게 딱 적당하다!
마지막에 별처럼 반짝이는 제 얼굴을 보면 아기 얼굴에 달덩이가 뜰 것이다.
아유 예뻐라...(>_<) 상상으로도 즐겁다!

아쉬워서 검은 부분만 오려서 움직이는 파일을 만들어 보았다.
원래는 각도를 달리해서 하나의 그림을 여러 장으로 돌려야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올 텐데, 사진을 그렇게 못 찍었으니 아쉬운대로 이렇게나마 즐겨보련다.

동 저자의 waddle과 swing도 궁금한데 이건 노부영으로만 있다. 친절하게 우리말 번역으로도 나오면 좋으련만... 큰 서점에 가면 매대에서 들여다 보고 냉큼 주문해주면 좋겠다. 함께 즐거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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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15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조카들은 이미 훌쩍 자랐으니 앞으로 태어날 마노아님의 2세를 위해서 보관해두세요.^^
마지막 움직이는 파일에 추천 꾹!!!!!!!

마노아 2011-08-15 11:59   좋아요 0 | URL
이미 아가에게 선물했어요.^^ 사실 선물을 작년에 했는데 리뷰를 내내 못 쓰다가 요번에 썼어요. 선물하기 전에 제가 사진은 찍어뒀거든요.ㅎㅎㅎ
 
소설로서도 역사로서도 서러운 이름, 소현
최종병기 활 - War of the Arrow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누구라도 영화 제목을 보면 弓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자막을 보니 活로 뜬다. 이중적 의미를 가졌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영화의 시작은 인조반정에서 출발한다. 한 때는 촉망받던 무인 집안이었지만 광해군을 따랐다는 이유로 이제는 역적의 집안이 되어 남이와 자인은 쫓기는 몸이 된다. 아버지는 절친이 있는 개성으로 두 아이를 보내고 칼을 받는다. 신궁이었던 아버지의 활은 아이가 장성할 때까지 맡겨진다. 아버지의 최후를 기억하는 남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떠난 것에 죄책감을 갖고 있는 자인. 두 아이는 그렇게 서럽게 성장하며 13년이 흐른다. 그러니까 1623년에서 1636년으로 건너뛴다. 인조반정에서 병자호란으로 가는 셈이다.  

어린 남이 역을 맡은 배우는 이다윗이다. 고지전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전선야곡을 불렀던 그 아이가 이젠 슬픔을 집어삼킨 서늘한 눈매의 남이로 분했다. 박해일 역시 쌍커풀이 없는 눈이어서 두 사람의 싱크로율은 상당히 높았다. 캐스팅 잘 골랐다.  

남이와 자인이를 키워준 분은 아버지의 절친이지만, 그의 부인인 안방 마님은 이들 남매가 버거웠을 것이다. 차마 내칠 수는 없지만 역모로 몰린 집안의 아이이니 바깥으로 소문이라도 나간다면 안 그래도 권력과 멀어진 집안이 더더욱 기울어갈 거라고 여길 것이다.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 서군(김무열)이 자인을 연모하고 있으니 복장이 터질 일이다. 그리고 그걸 잘 아는 남이 역시 사랑하는 자인이를 서군에게 보낼 수가 없다. 아버지는 충분히 어렸던 남이에게, 이젠 자인이에게 네가 아버지라고 했다. 남이에게 자인이는 사랑하는 동생이면서 딸자식과 마찬가지인 존재다. 세상에 의지할 수 있고, 또 세상에 지켜야 하는 유일한 피붙이였던 것이다.   

외유내강형의 자인 역할은 문채원이 맡았다. 사극과 인연이 많은 그녀다. 꽤 예쁘장하지만 인형같은 미모가 아니라 좀 더 생기 있는 미모랄까. 아직까지는 연기가 좀 아쉽지만, 스크린과 브라운관 안에서의 그녀는 충분히 빛난다. 이 작품에서는 활도 쓰고 칼도 쓰는데 활 쏘는 자세가 무척 근사했다. 시위를 놓았을 때 오른손이 등 뒤쪽에서 펴져 있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이 자세는 박해일(남이)에게서도 나왔는데 둘 다 그 자세를 배웠을 것이다.  

여차여차 과정을 거쳐 서군과 자인이의 혼인날! 얄궂게도 하필 그날 청군이 몰려온다. 혼인식이 진행되는 동안 홀로 산에 올라가 활을 쏘려던 남이는 몰려오는 청군을 보고 도망치다가 그들의 표적에 걸려 하마터면 죽을 뻔한다. 그의 신묘한 활솜씨에 놈들의 압박을 벗어났지만 절벽으로 떨어져 죽을 위기를 겪는다. 혼인 잔치는 아수라장이 되고 신부와 신랑이 모두 포롤 잡혀간다. 싸우다가 돌아가신 시아버지와, 못마땅해했지만 정작 며느리가 위기에 처하자 발 벗고 나섰던 시어머님도 돌아가셨다. 뒤늦게 집에 도착한 남이는 자신이 선물한 꽃신 한짝만 남았을 뿐이다. 이때부터 남이의 동생 찾기 여정이 시작된다.  

 

표적의 목을 꿰뚫고, 나올 수 없는 방향에서 휘어지는 화살을 쏘는 남이의 실력은 신궁 그 이상이었다. 영화가 내내 흥미진진했던 것은 활을 통해 내보이는 강렬한 액션에서 오는 쾌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흡사 '원티드'에서 휘어지는 총알을 보는 듯했지만, 그보다 더 짜릿했달까. 특히 시위를 떠난 활이 바람과 공기를 가르며 목표물에 명중할 때 들려오는 음향 효과가 대단했다. 이런 영화는 기술적 뒷받침이 되어주어야만 진정으로 완성될 수 있으리라 여긴다.  

동생을 잡아간 부대를 찾기 위해 홀로 청군을 상대로 싸우는 남이. 자신의 활은 살리기 위한 활이지 죽이기 위한 활이 아니라는 대사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적절하지 않은 멋부리기에 좀 당황스러웠다. 그렇다면 여태 죽인 놈들은 다 뭔가! 일부러 병사를 살려주었다고 보기에는 당시 남이의 입장이 너무 위험했으니 진정 살검이 아닌 활검의 마음이었다고 봐야 할 텐데, 얼핏 바람의 검심의 주인공 켄신이 떠올랐다. 남이가 자신의 활을 살리기 위한 활로 쓴 것은 사실이다. 그의 사랑하는 동생을 구하고, 동족을 구하고, 또 의로운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장면에서 죽음의 활을 거둔 것을 보면 말이다.  

 

영화에서 큰 매력을 담당한 또 다른 이는 류승룡이 맡은 쥬신타다. 만주어를 모르니 완벽하게 소화했는지는 내가 알 수 없는 바지만, 그의 입을 빌어 나오는 만주어는 진정 그를 만주의 사내로 보이게 만들었다. 단순히 외국어를 잘 소화하는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억양과 톤, 그리고 무게감까지 더해서 그를 용사 중의 용사로 변신시켰던 것이다. 늘 기대하지만, 기대한 것 이상을 보여주는 특별한 배우다. 그의 이름도 '주연' 칸에 나오는 것도 무척 기뻤다.  

오른쪽 사진은 쥬신타가 모시고 온 왕자 도르곤이다. 왜 하필 이름을 도르곤으로 했을까? 도르곤, 혹은 다이곤이라 불리는 인물은 누르하치의 열네 번째 아들이자 청 태종의 동생이다. 훗날 볼모가 된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를 대동하고 베이징 남정 길에 올라 중원에 입성하는 것을 목격시키는 실력자이다. 이 영화에서처럼 찌질한 인간은 아니었다. 도르곤 왕자 역을 맡은 배우는 추노로 얼굴을 익혔는데, 그때 배신자의 인상이 강렬해서 잘 생긴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악역으로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 이미지를 벗어내는 변신이 그에겐 숙제가 될 것이다.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 진행은 비교적 단순하다. 이런 영화에서 결국엔 누가 죽고 누가 살 것인지는 대체로 짐작 가능하지 않던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설들력 있게, 그리고 절절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감독은 영민하게 잘 보여준 듯하다. 남이가 지키려던 게 누이이자 딸같은 자인이가 아니라 연모의 대상이었다면 오히려 그 느낌은 덜 다가왔을 듯하다.  

여주인공을 청순가련으로 만들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문채원의 얼굴은 청순 그 자체이지만, 그 안에서 강한 액션도 소화할 수 있는 내공을 지닌 인물로 표현한 게 좋았다. 그리고 이 부분은 박해일의 캐스팅과도 상통한다. 두 배우 모두 얼굴이 선하고 유해 보이지 않던가. 박해일의 강점은 그런 얼굴을 지녔지만 눈빛이 살아 있어서 때로 연쇄 살인범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이렇게 활의 전쟁을 벌이는 신궁이자 천궁으로도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병자호란은 인재에 가까웠다. 일어나지 않아도 좋을 전쟁을 유발시킨 비루한 임금 인조는, 그 후로도 오래 살아남아 제 자식과 손주까지 다 잡아먹었지만, 제 백성을 살려 돌아올 노력 따위는 그닥 기울이지 않았다. 수십만의 백성이 포로로 끌려갔고,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고향에서 핍박을 받았다. 참으로 비참했던 역사였다. 그런데 그게 수백 년 전 과거의 일뿐이겠냐고 되묻게 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과연 하고 있는지...... 

영화와 함께 김인숙 작가의 '소현'을 추천한다. 아주 아름답고 슬픈 소설이다. 만화 바람의 검심도 같이 읽는다면 더 좋겠다.(애니로 보아도 좋겠다.) 

이미 보았으니 스토리의 전후를 다 알지만, 그럼에도 한 번쯤 더 보고 싶은 영화다. 나 역시 두려움을 직시하고, 바람을 극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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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08-1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현과 일맥상통한다면 이 영화도 왠지 무척이나 슬프겠네요. 마지막 "그게 수백년 전의 일뿐이겠는가"라는 부분에 많은 공감이 가네요.

마노아 2011-08-13 13:56   좋아요 0 | URL
그래도 책처럼 슬프지만은 않고 일견 웃음도 있고 통쾌한 액션도 있고 그래요. 7광구에 이어서 보았더니 더 만족스럽네요.^^

BRINY 2011-08-13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틸컷 멋진네요~ 마노아님 리뷰는 늘 영화를 보고 싶어지게 만드네요.

마노아 2011-08-13 23:25   좋아요 0 | URL
스틸컷 정말 잘 나왔죠? 포스터에서 이야기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아요. 좀 전에 울 언니도 이 영화보고 나서 아주 재밌다고 전화가 왔어요.^^

블루데이지 2011-08-14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요 영화 정말 평좋네요..
오늘 하루 여유가 있어 하루 종일 차안에서 라디오를 많이 들었는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참 소개 많이 하더라구요...평균 별 4개 수준으로다가...
마노아님 덕분에...저 오늘 영화 <활>, 책<소현> 두가지 건졌어요...
두가지 다 볼꺼예요..(주먹 불끈)

마노아 2011-08-14 23:11   좋아요 0 | URL
헤헷, 영화 최종병기 활과 책 소현 모두 추천작이에요. 블루데이지님도 재밌게 보실 것 같아요.
김인숙 작가님 문체는 무척 아름다워서 읽는 동안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주먹 불끈을 응원합니다!(응?)

하이드 2011-08-1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 주인공 나온 포스터가 정말 멋지네요. 매력있어요

마노아 2011-08-14 23:12   좋아요 0 | URL
저도 저 포스터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영화 속에서보다 포스터 속의 표정이 더 절절하게 나온 것 같아요!

timpark 2011-08-14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평 잘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숨겨진 심리묘사가 뛰어나시네요...
역사를 통해 현재를 보는 그 한줄이 마음에 와닿네요...

마노아 2011-08-14 23:12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한국 영화의 내공이 점점 깊어가는 걸 느꼈어요.^^

순오기 2011-08-16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박해일!!
난 박해일 나오는 영화는 거의 안 빼고 다 본 듯해요.^^
김인숙의 소현에선 다르곤이 꽤 괜찮게 나오는데~
이 영화는 꼭 봐야겠군요. 감사~~~

마노아 2011-08-15 11:57   좋아요 0 | URL
극락도 살인 사건을 못봤어요. 박해일은 정말 믿을만한 배우 같아요.
작품 고르는 눈도 좋구요. 신뢰를 주는 눈빛이에요.^^

순오기 2011-08-16 00:47   좋아요 0 | URL
아~ 나도 극락도 살인사건은 못 봤어요. 안 봤다는 게 맞지만...^^

마노아 2011-08-16 13:50   좋아요 0 | URL
당시 보고 온 울 언니가 재밌었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못 봤어요.
무서운 영화가 아니라면 나도 보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1. 월요일은 오리발을 착용하고 수영하는 날이다. 강습 막바지에 옆으로 누워서 팔을 상어처럼 물 위에 삼각형으로 띄워놓고 헤엄치는 것을 하다가 양쪽 종아리에 모두 쥐가 나고 말았다. 오리발 벗고 나서 금방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화요일에 강습받다가 갑자기 아팠고, 수요일에는 새벽부터 아팠고, 목요일이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아프다. 어제 수영할 때 일부러 풀리라고 더 열심히 운동했는데도 안 풀리고 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풀리지? 건드리기만 해도 자지러지게 아프다. 하아...ㅜ.ㅜ 

2. 화요일에는 야곱의 사무실에 들러 책을 한보따리 풀어놓고 돌려받을 책과 빌린 책을 다시 가방에 담아 강연장으로 향했다.  

확신의 함정 출간 기념으로 금태섭 변호사와 함께 하는 '국민참여재판 아카데미'에 참가한 것인데, 사람들의 진지함과 집중도가 엄청 높아서 무척 놀랐다. 초반에는 좀 썰렁한 분위기였는데 점차 몰입하게 하더니, 강연 끝나고 질문 시간의 열기는 어마어마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사례는 몇 가지 못 들어주었지만, 모두 경청할 얘기들이었고, 잘 몰랐던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다. 배심원에 선정되면 하루 일당이 10만원인데, 배심원후보가 되어도 5만원이라고 해서 한 번 신청해볼까? 이런 생각이 반짝 들었다가, 누군가에겐 몹시 중요한 재판의 순간인데 단순한 흥미로 참가해서는 안 될 것 같아 보였다. 혹 기회가 된다면 확신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이리라.   

3. 야곱은 빌려주는 책을 바로바로 금방 보는 편이지만, 금방 반납하지는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ㅎㅎㅎ 

이번에 돌려받은 책 중에 '운명이다'는 그 늑장으로 욕을 본 사례. 

표지가 하얀색이어서 빌려줄 때 집에 가져가지 말고 사무실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집에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책은 금방 때가 탄다. 지난 번에 돌려받은 만화책은 하도 먼지가 많아서 물수건으로 닦았더니 누렇게 흙먼지가 닦여 나와서 깜놀했었다.  

이 책은 사무실에서 고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다가 수해를 입었다. 이번에 비가 좀 많이 왔었나. 

아마 야곱의 다른 책들도 같이 젖었을 것 같다. 

 

단순히 젖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펴보니 책이 저렇게 분철되어버렸다. 아흐 동동다리...ㅜ.ㅜ 

4. 재밌게도, 이 책이 이리 돌아온 다음 날 택배가 왔다. 5월에 진행된 이벤트 당첨 선물이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더랬다. 사실 이벤트에 맞춰 리뷰를 썼던 게 아니라, 그분 기일이어서 그날 맞춰 썼던 리뷰가 이벤트 기간에 끼어 있었던 거였는데 깜찍한 선물이 왔다. 

 

카드 두장과 수첩 하나인데, 모두 실용성은 없지만 의미는 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란 문구가 오래 가슴에 남는다.  

5. 요새 알라딘 책을 배송해주시는 기사님이 두 분인데, 한 분은 내가 주문한 책을 가지고 오시고, 한 분은 내가 파는 책을 받으러 오신다. 밖에서 문을 열어도 안에서 잘 모를 때가 있는데, 두 분은 알아서 물도 떠 가시고, 알아서 상자도 회수해 가신다. 하긴, 나도 편의점에 알바 학생이 새로 오면 택배 상자 내주는 법을 몇 번 가르쳐주기도 했다. 다들 서당개 삼년인 게지... 

6. 다현양은 오늘도 응급실에 다녀왔다. 다행히 입원까지는 가지 않았는데 열감기인지라 좀처럼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걱정스럽다. 저녁 때 다녀왔는데 그래도 먹성은 어찌나 좋은지 전혀 아파보이지 않는데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에고, 어서 나으렴.... 

7. 7월 중순 경에 언니가 알려준 앨범 사이트가 있었다. 고해상도로 앨범을 편집해서 만드는 사이트였는데, 무슨 이벤트를 해서 33,000원 상당의 앨범을 무료로 제작해 주는 쿠폰을 주었다. 한 달 내에 신청을 해야 해서 지난 주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무척 고해상도의 사진을 요구했다. 갖고 있는 사진 중에 그만큼의 고해상도 사진은 없었다. 제일 높은 해상도의 사진은 그나마 이집트에서 내 카메라가 아닌 다른 사람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다.(내 카메라는 그때 망가져 있었지만, 멀쩡했어도 그보다 낮은 해상도로 찍었을 것이다.) 

좀 더 낮은 해상도의 사진을 몇 장 붙여서 편집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기존에 인화한 사진과 차별성이 없으므로 그냥 양페이지에 한 장의 사진을 박는 형태로 진행했다. 추가 요금을 내면 페이지를 더할 수 있었지만 해상도가 안 받쳐주므로 적은 페이지로 그냥 만족하기로 했다. 그 앨범이 오늘 도착했다. 

 

한쪽 면이 8인치니까, 양쪽으로 펼치면 16인치 정도 되는 너비다. 확실히 고가인 만큼 고급스런 양장에 화질도 좋다. 사진의 화질이 더 좋았더라면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이런 품질이라면 결혼 앨범을 직접 제작해도 좋겠다. 사진만 잘 찍어놓는다면 말이다. 그밖에 돌사진도 있을 것이고, 어떤 작품을 모아도 되겠다. 나로서는 배송비만 내고 좋은 앨범을 받았으니 행운이다.  

8. 어제 웬디님 40자 평 보고는 삘 받아서 다이어터를 처음부터 읽었다. 

주인공 수지가 열심히 운동해서 살 빼는 걸 보고는 자격지심도 들고, 급하게 빨리 빼면 늙는다는 코치의 말에 식겁하기도...  

그래, 근육이 너무 없어서 체력 달려 고생을 하고 있지. 좀 걸어야겠어! 라는 마음으로, 오늘 친구네 집에 파일 옮기러 갔다가 우리집까지 걸어왔다. 날은 덥고 몸은 힘들고, 돌아오니 어찌나 졸리던지... 게다가 언니네 집에 김밥 사들고 갔다가 컵라면을 반이나 먹고 말았다.(김밥도 먹고!) 아아, 그동안 두 달 동안 라면은 부대찌개에 들어간 것 외에는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쉽게 무릎을 꿇다니! 30분 걷고, 배불리 먹은 나는 바보! 아직도 배가 안 꺼지고 있다. 의사샘이 일찍 자야 살 빠진다고 했는데 일찍 자서 살 빼기는 너무 힘든 것 같다. 피곤한데도 잠이 안 와... 배불러서 또 잠이 안 와...ㅜ.ㅜ 

9. 최종병기 활을 보았다. 

7광구로 버린 눈을 정화시키고 왔다. 아쉬운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액션의 측면에서는 아주 흡족했다. 캐스팅도 훌륭해...  

요새 '공주의 남자'에 출연하는 문채원은 여기서도 비중 있게 나오는데, 연기는 많이 아쉬웠다. 똑같이 만주어 연기를 해도 류승룡의 연기와 그녀의 연기를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 아마 이 영화를 먼저 찍었을 텐데, 그래도 요새 드라마 보면 그 사이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 공주의 남자를 나는 며칠 전에 1회를 봤는데, 오늘이 8회 방송 나갔고, 벌써 계유정난이다. 진행 엄청 빠른 걸? 이거 10부작이야? 하고 찾아보니 24부작이다. 아핫, 김승유가 바로 죽는 게 아니라 복수까지 나가는구나. 그렇다면 단종복위운동까지는 진행되겠다. 사극을 보면 그 화려한 옷감의 색상들이 눈을 현혹시킨다. 아직까지는 무척 재밌게 보고 있다. 박시후는 눈매 때문인지 사극이 더 잘 어울려 보인다. 

10. 슈퍼스타 K 시즌3가 내일, 아니 오늘이구나. 시작하는 게 맞나? 그렇게 광고를 본 것 같다. 작년보다 더 재밌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기다리는 것은 위대한 탄생 시즌2지만... 위탄의 새 멘토는 이렇다. 이승환, 박정현, 이선희, 윤상, 윤일상. 음하하하핫, 매주 공장장님을 볼 수 있는 날이 한 달 뒤면 펼쳐진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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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2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1-08-1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광구 영아니었나요? 보고 싶다 했는데 ^^
전 아직 그분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요

마노아 2011-08-12 14:30   좋아요 0 | URL
이도 저도 아닌 영화랄까요. 최종병기 활 쪽이 훨씬 나아요.
그림 속에서 너무 환하게 웃고 계셔서 어쩔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마음이 아프지요.

2011-08-12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8-1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곳에서 꽃청년과 마주치셨다구요. 후훗. 꽃청년으로부터 소식 전해 들었습니다. 훗.
:)

마노아 2011-08-12 14:31   좋아요 0 | URL
아아아, 꽃청년이 가슴이 우람해져 있었어요! 두 달 전에는 안 그랬는데...^^ㅎㅎㅎ

마노아 2011-08-12 17:44   좋아요 0 | URL
참, 그 꽃청년 간밤 꿈에 나왔어요. 꺄아 ㅋㅋㅋ

섬사이 2011-08-1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열심히 사는 마노아님..@.@;;
저는 요즘 큰딸따라서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를 엄청 낄낄거리며 보고 있어요.
이래뵈도 고3과 고3학부모라는 것조차 망각하면서. ^^

마노아 2011-08-12 14:32   좋아요 0 | URL
보스를 지켜라가 이미 시작했군요. 영웅 재중 나온다는 기사만 본 것 같아요.
요새 재밌는 드라마가 참 많아요.
수험생과 학부모도 스트레스는 풀어야 해요.^^ㅎㅎㅎ

2011-08-12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송이 2011-08-12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와~~ 앨범 완전 멋져요.^^*
전,,,사실,,,저렇게 돌아올 녀석을 생각하면,,,
그래서 책 빌려주는 거 정말 시러요 ㅠ.ㅠ
슈퍼스타 K 시즌3~~!!!! 이승환 포에버~!!!! ㅋ ㅋ ㅋ ㅋ
마노아님 완전 좋으시겠다.^^ㅎ ㅎ ㅎ

마노아 2011-08-12 21:51   좋아요 0 | URL
실물은 더 고급스럽답니다. 제법 근사해요.^^
책 빌려주는 것 좋아하는데 가끔 저렇게 돌아오면 속상하죠.
하지만 이번 비는 정말 속수무책이긴 했어요.
앗, 이제 10분 후면 방송 시작하겠어요.
닥본사 하겠습니다.
뽀송이님 주말 즐겁게 보내셔요~

BRINY 2011-08-13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런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드네요. 디카로 사진을 찍고부터, 블로그나 미니홈피에라도 올리지 않으면 사진정리를 잘 안하거나 다시 안보게 되는 일이 많아서요.

마노아 2011-08-13 23: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러다가 디카 사진 한 번 날려버리면 홀랑 잃어버리게 되니 제때제때 인화해서 따로 보관해야 해요. 사진 사라지면 참 속상해요.

순오기 2011-08-1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명이다~~~~~는 비에 젖을 운명이었군요!ㅜㅜ
앨범은 정말 멋지네요~ @@
위탄은 언제 해요? 마노아님의 공장장님 때문에 보고 싶은데~ ^^

마노아 2011-08-15 11:59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나봐요.^^ㅎㅎㅎ
위탄은 9월부터 방송해요. 슈스케보다 한 시간 일찍 하니까 전 본방은 위탄 사수하렵니다.
케이블은 어차피 재방송도 자주 하니까요. 으하하핫^^

순오기 2011-08-16 00:48   좋아요 0 | URL
위탄 9월, 무슨 요일이고 시간은 언제인지...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ㅋㅋ

마노아 2011-08-16 13:50   좋아요 0 | URL
9월 2일 금요일이 첫방송이에요. 뉴스 끝나고 하니까 10시 방송일 거예요.
아, 얼마 안 남았어요.(>_<)
 
유홍준 선생님과 함께 한 부여 답사

일시, 장소 : 2011. 7. 26 서울 역사 박물관 7시.  

역사박물관 강당을 9시까지는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박경철 씨가 청중을 대변해서 질문을 하는 것에 양해를 구했다. 얼마든지요! 



박경철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을 통해 다시 돌아온 감회가 어떤가요?

유홍준 : 빨리 돌아오고 싶었지만 숭례문 화재로 죄인의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1년간 자숙하며 지냈다.
나의 본업은 미술사. 따라서 한국 미술사 강의 책부터 냈다. 분량상 3~4권 나올지 아직 모른다.
답사기는 충북, 경기, 제주, 서울 답사 못 써서 부채감 있다.

박경철 : <한국미술사강의>는 곰브리치처럼 재미없을 것 같다. 청중들 대부분 못 읽었을 거다. 나도 못 읽었다.

유홍준 :재미도 없고 피겨로 치면 쇼트 프리 같은 지정 종목인지라 순서대로 가야 한다. 삼국시대 나오면 고려, 그 다음에 조선... 이런 식으로... 답사기는 아이스쇼. 국보순례는 갈라쇼로 비교할 수 있다.
곰브리치 책 제목 story of Art다. history 말고 story 들어간 책으로 읽으라고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 조언을 들었다. 강단의 언어보다 대중의 언어가 큰 영향력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미술사 강의 영어 제목은 story of Korean art로 했다. 이 책이 책상에 앉아 읽는 게 아니라 소파에 기대서 읽는 책이 되길 바란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긴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미술사를 아이스 쇼나 갈라 쇼 수준으로 재미있게 소개하는 것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한국 미술사를 통해서 한국 문화사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 내 인생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박경철 : 답사기의 히트 이후 사람들이 유홍준의 프레임으로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여기에 대한 부담은 없으신지?

유홍준 :교육은 모방을 전제로 한다. 모방이 축적되어 자신의 것이 된다. 제가 제시한 프레임만 보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이지 따라하는 것은 충실한 생도라고 할 수 있다. ^^

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상권에 보면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님의 추천사가 있다.

"한때 유홍준의 신도였던 적이 있다. 그가 좋다고 말한 곳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그가 느낀 것과 똑같이 느끼고자 했고, 그가 언급하지 않은 문화재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려했으니까. 이제는 좀 다르다. 그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좋은 것은 좋다고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이라도 독자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것이 우리 마음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것을 방해하던 온갖 잡스런 것을 걷어내 준 그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여러 곳을 답사하고 온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쪽 문화재보다는 그쪽 사람들에 관해 언급한 것에 더 관심이 갔던 이유도 그의 이런 뛰어난 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박경철 : 그걸 뛰어넘는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려면, 끊임없는 관심을 쏟아 부어야만 한다. 그러나 보통 그저 한 번 소비하고 버리는 문화적 허영심 짙지 않은가? 왜 우리가 우리 문화유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설득이 잘 안 된다. 국수주의 시각으로 굳이 우리 것이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정말 더 아름답다고 여기는지?

유홍준 :그동안 우리는 남의 것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남의 것만큼 우리 것에도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93년도에 마이카 시대에 돌입했다. 당시 마이카족은 외국에 다녀와 본 사람들이었다. 나가보니 한국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를 알아야겠다는 욕구가 솟은 것이다. 그때 이 책이 가이드 라인이 되었다.

박경철 : 60년대는 서구 중심주의가 팽배했던 때. 그럼에도 민족주의적인 길이 가능했는지...  주류가 아닌 소수자, 어찌 보면 낙오가 되기 쉬운 선택의 동기는?

유홍준 :정수일 씨도 같은 질문을 했다. 4.19 이후 민족주의가 외가닥으로 흘러왔다(민족주의 비교 연구회). 쌩으로 7년 반을 재학했던 김지하 씨(군대 다녀와서가 아니라..;;;), 조동일 씨 등. 서울대 미학과에 67학번으로 입학하니 칸트 헤겔 등 관념주의 철학 가득. 지루했다. 졸업하기 위해서 공부했다. 첫구절 하나 밖에 기억도 안 난다. 당시 연극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김지하가 연출하면서 창작극을 올렸다. 선배가 꼬셔서 무대장치를 맡았다. 아서 밀러의 ‘다리 위에서의 조망’ 이런 걸 해야 연극이지 천승세의 ‘만선’을, 창작극을 한다는 건 촌스러운 일이었다. 그때 김지하가 와서 만선을 올렸다.

박경철 : 대체 미학이 뭡니까? 터무니없는 학문 아닌가?

유홍준 :8월 중순에 방송될 무릎팍 도사에서 강호동 씨가 똑같은 질문을 했다. ^^  
 

(무릎팍은 박경철이 선배! 내일 방송은 박정현이 출연하니 유교수님은 다음주나 다다음주 쯤 나오시지 않을까? 무척 기대된다!)

수없이 들은 질문이다. 꼭 몰라도 될 사람이 물어보더라. (ㅋㅋㅋ)그거 골치 아파 미술사로 옮겼는데, 한 마디로 미학은 미와 예술에 관한 학문이다.


진지하게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시니까 얘기해 보겠다.
사람의 이성적 사유를 체계화한 것이 논리학이다. 사람의 삶 속에는 감성적인 것이 있다. 그것을 미학으로 번역한 것이다. 원어는 ‘감성학, 감성적 인식론’이란 뜻이다. 이성적 논리학이 최고 형태로 나타난 것이 진리라면, 감성적 인식론의 최고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름다움’. 감성적 인식론이 아름다움에 관한 학문으로 바뀐 것이다. 이 아름다움은 관념과 객관적으로 존재하기도 하는데,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움이 예술이다. 모든 철학자의 마지막 저서, 혹은 미완성 책은 그래서 ‘미학책’이다. 미학자라는 독립된 인간 개체는 사실 서구에 없다.

철학 말고 예술... 있는 것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난 관념 말고 실체를 갖고 얘기하고 싶었다. 서양 미술사 공부하다가 우리 미술사에는 이런 재밌는 것이 없나, 컨텐츠가 부족한가, 해석이 부족한가... 이런 것을 알고 싶어서 이 길로 와서 아직까지 못 나가고 있다.

(박경철씨는 영남대 학생으로 교수님과 사제지간이기도 한데, 교수님은 영남대를 떠나게 된 사정도 얘기하셨다.)

유홍준 :  미술사학과라는 이름을 교육부가 인가해주지 않았다. 어디에서건 미술사학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 김원룡 선생님이 서울대에 고고학과를 만들면서 ‘고고미술사’라는 이름으로 미술사학과를 서자처럼 끌어안았다. 어느 학교든 인문대학에서 미술사학과를 만들면 가겠다고 결심했는데, 명지대에서 2000년에 토목공학과 20명을 빼서 우리 과를 만들어주었다.

박경철 : 교육부가 그런 짓을 할 줄이야!

유홍준 :너희 과 안에서 자체로 하는 것은 괜찮지만 새로 신설하는 것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어느 과에서도 자기 과 인원을 빼주려고 하지 않는다. 당시 명지대 총장이 토목과 출신이어서 토목과에서 빼서 해준 거였다. 지금은 30명이고, 대학원 석박사 과정은 100명이다. 사회적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성락 박사(아주대 피부과). 작년에 은퇴. 미술사학과 박사과정 입학. 인생 90까지라니 20년 어떻게 살까 세컨 라이프 설계하다가, 의학박사가 있어서 석사 건너뛰고 박사로 오셨다. 대표적 논문이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 연구. 역사박물관에도 초상화 전시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초상화를 그릴 적에 되도록 예쁘게 하는데 우리나라 초상화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추사 김정희 다섯 살에 천연두 앓아서 마마자국이 있는데 그의 초상화에 곰보 자국이 그대로 있다. 절대로 안 지워준다. 한국의 초상화만이 그런 논문을 가능하게 했다. 미술사는 피부과 의사마저 포용하더라.(웃음) 미술사학과를 만들기 위해서 영남대를 떠났는데 많이 울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더하거나 빼지 않는 정신, 놀랍다!)

박경철 : 시대를 고민하는 청년이셨다. 당시 서울대 분위기란 김지하가 등장하면서 안 봐도 분위기가 선하다.

유홍준 :당시 해마다 4.19 선언을 했다. 그런데 69년 3선 개헌 분위기 속에서 4.19 선언하기 힘들었는데 선배 꼬임에 넘어가 4.18에 초혼제 주도하다가 7월에 무기정학을 받았다. 미술사 공부하려 마음 먹었는데 정치적인 일에 연루되어 감옥까지 갔다. 그래서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하하!)

박경철 : 홍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술 전문기자와 미술 비평가로 활동도 했다. 비평적 시각으로 바라보다 보면 역사인식을 갖게 되고, 그 속에서 계승과 보전해야 할 것이 있지만 나아가서 반성과 진화의 관점에 설 수밖에 없지 않나. 전통의 맹목적 계승보다는 개혁, 진보 이런 개념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평소에 이런 걸 주장하지 않으셨습니까. 우리로서는 전통문화를 계승한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데, 전통문화를 어떻게 ‘개혁’합니까?

유홍준 : 우리는 보통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엇을 전통의 본질로 여긴다. 그러나 전통은 변한다. 그 시대에 맞게 변하기 때문에 이어진다. 언어도 그렇게 변했다. 우린 항상 전통을 고수, 지켜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전통을 개조해서 그 본뜻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전통의 본질을 잘 아는 사람, 다시 말해서 실력있는 사람이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의 발음은 중국의 천 년 전 당나라 송나라 때의 고어다. 갸들은 바꿔도 전래받은 사람은 못 바꾼다. 살아서 움직일 때 바꾼다.
안동의 제사가 얼마나 쎄냐!

박경철 : 징그럽죠!(ㅋㅋㅋ)

유홍준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권에 불천위 제사 나온다. (책을 꼭 참고하시라!) 과거에 퇴계 이황 등 절대로 위패를 옮길 수 없는 분들의 불천위 제사를 지낼 적에는 그 지방의 문중들이 다 모였다. 한 300명 쯤 왔다. 그런데 다 서울로 가 버리면서 30~50명밖에 안 오게 됐다. 제삿날이 음력으로 돌아오잖나. 그게 화요일일지 목요일일지 모르니 올 수 있는 사람이 적었던 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고집쟁이 양반 집안에서 불천위 제사를 당일이 아닌, 그 주 토요일 저녁에 지내도록 했다. 그랬더니 다시 100명, 200명으로 참석자가 느는 추세다. 본뜻을 살리기 위해서 변화를 주었더니 오히려 전통을 살릴 수 있었던 거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올 때 제사 문제를 유연하게 대처했다면 그 정도로 핍박을 받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교황청의 책임이 크다.)

이런 예도 있다. 워낙 종갓집 보존에 관심이 많아서 문화재청장 되기 전부터 '전국 맏며느리 사무총장 협의회'를 만들 생각까지 있었는데, 문화재청장 된 뒤에도 기억에 남아 '맏며느리 간담회'를 열었다. 60명이나 되는 맏며느리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들었다.

맏며느리로서 문화재를 지키고 있어서 구속받는 것 힘들어 했다. 거기서 "제사상 음식에 전을 빼면 일이 반으로 줄어들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랬더니 어느 집 맏며느리께서 "우린 할배 때부터 전 없애부렸어예." 하는 거다. 그랬더니 다른 한 분도 "우리 집도 안 부처예. 대신 피자를 올려예. 그랬더니 손주들이 좋아해예" 라고 거들었다. 뼈대 있는 종갓집이니까 전을 빼고 피자를 올릴 수 있는 거다. 제사가 갖고 있는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변화를 준 거다.

살아있는 전통을 만들기 위해서 개조, 개선해야지 인습적으로 고수해서는 안 된다. 한옥도 현대인이 살 수 있게 만들어야 계승할 수 있다. 일년 열두 달 불도 안 때면서 구들장을 지킬 수 없다. 전통에 대한 오해, 이해 부족이 문화재 지키는 데에 문제로 작용한다.

박경철 : 역시 누가 말씀하시는가에 따라 다르다.
유홍준 : 나도 어머니께 전 부치는 것을 없애자고 했다가 얼마나 혼났는지 아냐..;;;
박경철 : 모든 개혁은 실력 있는 사람이 해야 진행이 잘 되는데, 대개 힘 있는 사람은 향유만 한다..;;;;(그러게 말입니다..ㅜ.ㅜ)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려 하지만 중국에 가면 주눅 들고, 일본에게 큰소리 내는 모양새는 아닌지?

유홍준 : 한국 미술사 강의 서문에 적었다. 내 책을 안 읽어서 이런 질문하는 거다! (찔립니다!)

(객석에서 책 갖고 있는 사람에게 책을 받아 직접 읽어주셨다. 소름이 돋았다!!)

 

 

이 책은 비록 입문서이지만 한국미술사의 通史이기 때문에 나의 미술사관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 책을 쓰면서 강조한 것 중 하나는 ‘동아시아 미술사 전체 흐름’ 속에서 한국미술사를 이해하는 점이다. 기존의 한국미술사 책 첫머리는 대개 한국미술의 특질을 언급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한국미술 자체의 내재적 가치를 밝히는 노력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과 비교해볼 때 명확히 드러나게 된다. 장마다 당시 중국·일본과 비교해볼 때 명확히 드러나게 된다. 장마다 장시 중국·일본과의 교류를 이야기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 미술은 고대국가 형성기부터 10세기에 이르기까지 중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 때문에 간혹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의심받고 때론 문화적 열등의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적 영향이란 저절로 생긴 현상이 아니라 수용자의 적극적 선택이 가져온 결과이다. 중국이 제공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삼은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은 그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로 가름되지 않는다. 유럽 중세의 기독교 문화를 아무도 유대문화의 아류라고 말하지 않는다. 중국의 불교미술이 인도에서 왔다고 낮게 평하는 일이 없다. 한국의 불교 미술은 한국의 문화인 것이다. 발달한 문화를 받아들여 자신의 문화에 동화하지 못한 동아시아의 제 민족들은 역사상 이름만 남기고 다 사라져버리거나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했다.
세계문화사를 보면 하나의 문화권은 중심부 문화와 주변부 문화로 구성된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르네상스는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태어났지만 독일과 네덜란드의 문화적 정체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독일과 네덜란드의 동참으로 유럽의 르네상스 문화는 더욱 풍성해졌다고 말한다.
19세기 이전에 동아시아 문화를 주도한 중심부는 중국이었고 한국, 일본, 베트남, 티베트, 몽골 등이 중요한 일원이었다. 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동아시아 문화는 풍부한 내용을 갖추게 되었다. 고려 사람마저 청자를 만들지 못했다면 세계 청자의 역사는 중국 청자의 역사 하나로 끝날 뻔했다. 한국이 빠진 동아시아 문화사는 불완전한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한국은 동아시아 문화사에서 당당한 지분율을 가진 문화적 주주국가이다. 

 

(우렁찬 박수!!!!! 이 책을 아직 구입하지 못했는데 상품 미리보기에서 이미지를 다운 받아 한글로 옮겼다. ^^;;)

유홍준 : 주식 전문가니까... 이걸 액면가로 할 것인가 시세로 할 것인가... 고려청자의 생산량은 중국의 1/20정도. 그러나 세계 청자의 역사에서 고려청자의 지분은 25%는 된다고 본다. 종목에 따라서 지분율을 주장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박경철 : 저는 총기가 있어서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는데, 오늘날 재벌들의 노력으로 이만큼 잘 사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도 지분이 있다는 것과 상통하겠네요. (옳소!)

박경철 : 학자는 묵묵히, 관료는 결재를! 학자와 관료가 하는 일이 참 다른데, 학자로서 고민하던 부분이 있을 텐데, 문화재청장을 하면서 나아진 부분이 있는지... 소회 어떠신지?

유홍준 : 개인적으로 이미지 관리로는 손해다. 노대통령은 당선 전에 본 적이 없던 분이었다. 대통령이 답사기 재밌게 보시곤 인수위에서 찾아오셨다. 문화재청은 답답한 곳이다. 참여정부에서 나를 쓸 의사가 있다면 차라리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달라고 했다. 대신 국립중앙박물관장도 일급으로 되어 있어서 힘을 못 쓰니 차관급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내가 하면 안 되는 이유 500가지를 박물관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려... 공무원들의 자기 방어 의식. 그래도 끝까지 어필하면 될 수 있었다. 당시 문화재청장은 1급 공무원이었는데 이걸 차관급으로 올리게 했다. 해방 이후 박물관 사람들의 50년 숙원이었는데 이걸 왜곡시켜버렸다. 그래서 사퇴해 버렸다. 문화재청 안 하려는 이유가 뭐냐? 해서, 박물관은 동산 문화재이고 문화재청은 부동산문화재이다. 동산은 미술사적 실천이 가능하지만 부동산은 움직이지 못해서 관리만 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래서 나에게 부탁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답사기 쓸 때 문화재청 뭐하는 거냐고 많이 말하지 않았냐! 그래서 한다고 했더니 문화재청은 헌법기관이어서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차관청이 될 수 있었다. 당시 여소야대 형국이어서 1년 동안 단 한 개의 안건동 통과되지 못했고, 그 다음엔 탄핵 정국이었다. 다시 1년 6개월을 기다리고 나서야 임명. 그래서 사실 3년 6개월 근무했다.   

청장이 되고 문화재청 관리에 큐레이터십을 적용했다. 개방할 것은 개방하도록 했다. 대표적인 것이 경회루. 경회루 등 갇혀 있던 문화재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국제 행사 만찬장으로 활용했다. 또 전국의 가치 있는 문화재들을 찾아내 국보, 보물,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아무리 뛰어난 문화재라도 과거에 신청한 것들만 국보 혹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더 가치 있는 문화재들이 숨어있던 경우가 많았다. 초상화, 고지도, 달항아리 등등... 전국 늙은 매화를 조사해서 천연 기념물로 지정하고 전국 돌담길에서 복원 가능한 것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원 없이 일하고 원 없이 얻어터졌다. 내 잘못보다 참여정부 흠집 내기 위해 엄청나게 당했다. 덕분에 문화재청 인지도가 엄청 올라갔다. 지금은 조용하다.(어느덧 쓸쓸한 존재감...) 나는 만신창이가 됐지만 그로 인해서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졌다.

박경철 : 답사 기획은 처음에 어떻게 하게 되었는가?

유홍준 : 인생이 스케줄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계간 미술 기자를 하다가 어느 대학에서 석사 학위만 있으면 교수에 뽑는다고 했는데 전공이 적용되는 유일한 사람이어서 될 거라고 여겼는데 문제가 생겼다. 신원을 조회하니 ‘민청학련 긴급조치 4호로 징역 10년을 언도받고 형 집행으로 사면되었으나, 복권이 되지 않은 자'여서 사립대학 교수가 될 수 없는 신원이었다. 그래서 다시 회사로 들어갈까 하다가 엎어진 참에 쉬어 가자고, 미술 평론가로 살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름만 평론가지, 사실상 백수였다. (웃음)

그때 마침 주변에서 민중미술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고, 어쩌다 나도 신촌에 있는 '우리마당'에 '젊은이를 위한 한국 미술사'라는 포스터를 미술대학교에 붙여 놓고 강의를 시작했다. 꽤 많은 학생들이 왔는데, 8주 계획이었는데 그때도 하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고려도 안 가고 끝나버렸다. 다시 8주를 연장했다가 사설 강습법 위반으로 또 걸렸다 (웃음) 당시 학생들을 한국미술사로 전도하기 위해서 현장에 답사를 가곤 했는데, 그 중엔 판화가 이철수와 만화가 박재동도 있었다. 충실한 생도들이었다. 그 버스 안에서 나온 얘기들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된 것이다. 리허설, 임상실험을 그때 한 셈이다.

91년에 민주화되고 한길사에서 나오던 <사회와 사상>이란 월간지가 폐간되자 진보적 친구들이 각출해서 월간 <사회 평론>을 창간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교수만 하던 친구들이라 사업 망하는 것을 생각 안 해서 쫓아다니면서 말리다가 덜컥 문화 담당 편집위원장이 되었다. 잡지니까 재밌어야 하는데 원고료도 없으니 소설도 없고 팔리지 않아... 그래서 친구들이 버스 안 이야기를 쓰라는 얘기가 나왔다. 영악한 계산인지 몰라도 원고 청탁에 대해 하는 계산은 하나다. 이게 나중에 묶어서 책이 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 다음에 수락한다. 난 서울놈.(깍쟁이란 소린가보다. ^^;;) 조건을 달았다. 매수는 80매. 내 글 고치지 말 것. 그때 쓰기 시작한 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93년에 책이 되어 나왔다. 근데 회사는 망했다. 우연이 운명이 된 것이다.

박경철 : 듣고 보니, 저도 책 안 되는 원고 끊어야겠습니다.

박경철 :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인문학의 재발견, 붐... 답사기가 불씨가 되었다. 인문학 재조명, 재발견... 정상은 아니지 않습니까. 자산 불리기도 아니고, 일생에 도움 안 되는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 자칫하면 돈 쓰는 얘기인데... 이런 현상들에 어떻게 보십니까? 다양성의 측면입니까, 필연적인 움직입니까?

유홍준 : 공부 못하는 아이를 족집게 과외해서 15등까지 올릴 수는 있어도 거기서 한 등수 꺾기는 힘들다. 국영수만 갖고는 안 된다.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주요 20개국(G20)에 들었지만, 그 안에서 이탈리아, 캐나다 같은 나라들을 꺾을 수 있겠나. 우리에게 그런(인문학적) 뿌리가 없다는 사실을 이제 와서 알게 된 거다. 삼성전자에서 인문학 강의를 해 달라며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왜 찾아왔냐고 했더니 전자 제품이나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도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거다. 직원들도 기계공학과 출신만 뽑는 게 아니라 심리학, 역사학, 인류학 전공자들도 뽑아 같이 일한다고 하더라.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인문학적 통찰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래야 결국 제품의 질도 더 높아진다고 하더라. 그동안 우리가 몰라왔던 거라고.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그동안 우리가 인문학적 연구 성과가 없었던 게 아니다. 대중에게 전달이 안 됐던 거다. 알기 쉬운 '이야기'로, 또 독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생산해내지 못했던 게 이유다.

인문학자들의 자체 반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평전 없는 문화에 대해서. 나는 늘 전기(biography)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우리나라는 전기 전통이 너무 약하다. 서양의 베스트셀러는 전기 문학이 차지한다. 하지만 우리는 존경하는 이들의 전기조차 가져본 적이 없다. 화폐에 들어있는 세종대왕 전기, 이순신 전기, 율곡 전기? 없다. 칼의 노래는 소설이다.

전문가들끼리 통하는 얘기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감화할 수 있는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엔 인물의 삶과 학문, 예술, 삶 속의 정치 이야기와 그가 중요한 순간에 어떤 선택을 했는가가 다 들어 있다. 이기이원론은 수능시험용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삶의 모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출판에 전기의 전통이 살아나야 과거, 그리고 사람과의 교감이 가능해진다고 본다.

그래서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목표가 생겼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화가 20명의 전기를 쓰는 일이다. 그 첫 결과물이 <화인열전>이다. 거기서 여덟 명을 다루고 아홉 번째로 쓴 것이 <완당 평전>이었다. 그런데 이제 박수근 전기도 써야 하고, 동시대 민중미술 작가인 신학철의 전기도 써야 할 의무가 있다. 계속 해나갈 것이다. 나는 인문학의 성과가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기라고 생각한다. 


 

 


 

박경철 : 그러고 보니 우리가 <목민심서>는 자주 들어봤어도 정약용의 전기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미친다.

그런데 전통 시절에는 불충으로 보이지 않았는지?

유홍준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에 보면 선조가 율곡 이이에게 매월당 김시습의 전기를 써오라고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 전기가 요즘 A4 용지로 치면 세장이 안 된다. 그 속에는 매월당의 일생뿐 아니라 율곡의 평가까지 들어가 있다. 이이는 김시습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세상의 쓰임을 받지 못했다며, "재주가 그릇 밖으로 흘러넘쳐 스스로 수습할 수 없었던 것 아니면 그의 기상이 맑기는 해도 무게가 모자란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도 썼다. 어떻게 보면 논쟁적이란 얘긴데, 임금이 이런 인물에 대해 써 오라고 할 정도로 전기 문화가 존재하고 있었다.

연암 박지원 쓴 '열녀 박씨전'이라는 천하의 명문이 있다. 거기에 어느 과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사람이 선조 중에 과부가 있어서 청직에 나가는 길이 막혔다는 얘기를 듣고 한 과부가 자기 아들에게 동전을 하나 꺼내더니 이렇게 말한다. 이 동전 끄트머리가 마모돼있고 글씨가 다 사라져 있는데 왜 그런 줄 아느냐, 나도 널 키우다가 과부가 되었는데 내 몸인들 욕정에 뒤척이지 않았겠느냐, 한 여름에 비는 주룩주룩 오고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그걸 달래기 위해 동전을 쥐고 몇 번이나 돌리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잤다. 이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전기다. 비록 평범한 사람이긴 하나 이 얘기 속엔 그 당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 고뇌가 담겨 있다. 그런데 왜 이 시대엔 적어졌는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도 마찬가지 아닌가. 여러 사람들의 전기인 셈이다. 많은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독자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그래피의 전통을 확립해야 한다. 서양에는 아예 전기 작가라는 직업군이 있다.

(시골 살게 된 배경은 노대통령 덕분이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을 참조하시길! 엄청 재밌다!)

박경철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무엇으로 깜짝 놀라게 할 것인가?

유홍준 : 한국 미술사 강의는 4권까지 나올 것 같다. 현재 <월간 중앙>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계속 연재 중이다. 다음번에 묶여 나올 7권은 제주도 문화재에 대해서만 다뤄질 것 같다. 8권에선 경기도와 충청북도의 문화재에 대해, 9권에선 중국, 일본 다니면서 한국인 입장에서 본 문화재와 교류의 흔적에 대해 이야기 할 계획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갈라 쇼'에 해당하는 '국보 순례'가 8월에 책으로 묶여 나온다. 국보지정이 400개인데 100개 정도 다뤘다. 미술사 전도사로 충실히 살겠다. 선수권, 아이스 쇼, 갈라 쇼 모두 체력이 닿는 데까지 하겠다.  

(국보순례, 지난 주에 일주일 연기됐는데 오늘은 나오는 것 맞습니까??)

박경철 : 말씀 들어보니 정말 청년이다! 꿈이 있어야 청년인데 반성도 많이 했다. 좋은 강의, 말씀 잘 들었다. 재미를 위해서 버릇없는 투로 말씀 드린 것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고맙습니다. 박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어서 긴 장화를 신었음에도 신발 안으로 비가 들이치던 날이었다. 비를 뚫고 달려간 보람을 충분히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박경철 씨의 안동 사투리가 엄청 진했는데, 두 분의 입담이 쿵짝이 잘 맞아서 더 재밌었다. 사실 그날 콘서트 7080에 이승환 출연으로 신청했는데 떨어졌다. 그런데 당일에 누가 표가 생겼다고 데리고 간다고 했는데 유홍준 박경철 대화에 참여하려고 거절했다. 무려 9곡이나 불렀다고 해서 무척 속이 쓰리긴 했지만, 그 시간을 포기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만족감을 주었다. 교수님이 계획하신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하실 때까지, 건강히 오래 사시기를!! 그리고 나는 그렇게 만들어주신 작업물들을 열심히 소화시키겠다. 지금도 보관함이 빵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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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경철이 유홍준에게 묻다
    from 꿈이 있는 자유님의 서재 2011-08-14 00:25 
  2. 박경철이 유홍준에게 묻다
    from 꿈이 있는 자유님의 서재 2011-08-14 00:26 
    http://blog.aladin.co.kr/trackback/manoa/4987205
  3.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 한 창비 남도 답사 여행 첫째날!
    from 그대가, 그대를 2011-09-05 00:17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는 일을 목격하게 된다. 7월와 8월에 걸쳐 삼재가 꼈나 싶을 만큼 되는 일도 없고 뒤로 엎어져도 코가 깨지는 형상이 비롯되더니만, 그런 불운들을 다 엎어버릴 행운이 내게 찾아왔다. 바로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 하는 창비 답사 여행에 가게 된 것이다.계간 창비 인문사회팀과 편집 위원 교수님과 그들의 가족분들, 그리고 답사여행기 디자인을 맡은 비타 팀과 명지대 미술사학과 조교님들, 그리고 또 다른
  4. 유홍준 교수와 함께 하는 창비 답사 여행 둘째날!!
    from 그대가, 그대를 2011-09-18 13:30 
 
 
마노아 2011-08-0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락이 또 다시 제멋대로 이동을 열 번도 더 수정을 한 것 같다. 수정하다 지쳤다. 오타가 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점검해야겠다..ㅜ.ㅜ

비로그인 2011-08-0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걸 다 어떻게 치셨어요?
저도 요기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글로나마 읽을 수 있어서 좋네요. 고맙습니다 :)

마노아 2011-08-10 12:12   좋아요 0 | URL
좀 오래 걸렸어요. 어제 새로 다른 강연회를 가게 되어서 잊기 전에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순오기 2011-08-09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짝짝짝!!!
이걸 녹음했어요? 메모했어요?
나도 후기 꼼꼼하게 쓰는 편이지만 이 정도는 못해봤어요. 대단해요 마노아님!!
정말 다녀온 듯, 함께 자리한 듯 생생후기 감동입니다!!

마노아 2011-08-10 12:13   좋아요 0 | URL
현장에서 메모해 온 걸로 1차 정리하고, 녹음한 걸 다시 들으면서 빠진 부분을 채웠어요.
이중으로 했더니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근데 단락이 제멋대로 이동하는 오류가 또 발생해서 그거 수정하느라 또 오래 걸렸답니다. 털썩!

세실 2011-08-09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어쩜 이리도 생생하게 쓰셨을까요? 궁금해하는 세번째 사람.
무릎팍도사 꼭 챙겨봐야 겠네요^*^


마노아 2011-08-10 12:13   좋아요 0 | URL
무릎팍 도사 기대되어요. 오늘 박정현도 기대되구요.^^

순오기 2011-08-10 23:20   좋아요 0 | URL
요 댓글 보고 TV켰더니 황금어장 할려고 광고하네요.
앗싸~~~ 안 놓치고 처음부터 보겠당!^^

마노아 2011-08-11 00:22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댓글을 보고서야 TV를 틀었어요. 앞에 조금 놓쳤지만 그래도 볼 수 있었답니다.
다음주가 더 기대되어요. 유홍준 교수님 편은 덕분에 한 주 더 밀리겠지만요.^^

코코죠 2011-08-10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자리 저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녹취하셨나 봐요@,@;;; 귀로 들은 저도 기억이 다 안 나는 이야기를;;; 이걸 메모와 메모리로 썼다면 마노아님은 천재!!!

마노아 2011-08-10 12:14   좋아요 0 | URL
놓치고 싶지 않아서 녹음도 같이 했어요. 메모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는데 그래도 자세한 얘기는 아무래도 도움을 받았죠. 저는 천재가 아닙니다. ㅎㅎㅎ

섬사이 2011-08-1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
덕분에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받은 것 같아요.
국보순례, 저 책, 무지 끌려요. ^^

마노아 2011-08-10 12:14   좋아요 0 | URL
출고완료 문자가 왔어요. 내일쯤 도착하지 싶어요. 무척 기대하고 있답니다.^^

블루데이지 2011-08-1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열정에 큰 박수를 곱배기로 얹어서....보내요~~
덕분에 호강한 1人

마노아 2011-08-10 16:17   좋아요 0 | URL
좋은 강연은 같이 듣자구요.^^

paviana 2011-08-1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깜놀랐어요.너무 수고하셨어요.
마노아님의 수고덕분데 좋은 말씀 듣고 갑니다.
감사해요.

마노아 2011-08-10 16:18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저도 기뻐요. 헤헤헤헷^^

무스탕 2011-08-1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웬일이래요!!! 마노아님이 한 타 한 타 찍어주시고 올려주셔서 내 집에 앉아서 강의 다 들었네요.
박경철과 안철수의 자분자분 나누는 대화도 재미있는데 이것도 정말 재미있어요.
감사해요~ :D

마노아 2011-08-10 18:24   좋아요 0 | URL
헤헷, 우리가 좋은 강연을 같이 공유하고 있어요. 기뻐요.^^ㅎㅎㅎ

자하(紫霞) 2011-08-10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강연회가려고 준비 다 하고 있었는데...그날따라 비가 엄청나게 왔지요.
저희 동네는 천둥, 번개에, 엄청난 비가 쏟아져서 못 갔어요.
너무 아쉬웠는데 마노아님이 글 올려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노아 2011-08-10 23:15   좋아요 0 | URL
이날 정말 무섭도록 비가 왔어요. 그나마 저는 가까운 편이어서 다행이었는데, 멀리서 오시는 분들은 엄두가 안 났을 거예요. 그날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니 기뻐요.^^

風流男兒 2011-08-1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날 옷 다 젖어 갔었는데, 그새 거의 다 잊혀진 기억을 확실히 다잡아주시니 그저 감사하네요.

굉장히 재밌었던 후기로는, 박경철 선생이 스스로 총기있음을 공표하는 대목에서 뭔가 깨달았던 표정을 함께 지으셨는데 대기업과 노동자와 관련하여 유홍준 선생의 가치이야기를 더해 그 주 토요일인가 경향신문에 관련 글을 실으셨더라구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7281859045&code=990000
아마 요 글이었던듯해요(이미 보셨다면 ;;;)
정말 발빠르게 글 쓰신 걸 보고 또 한번 놀래버렸더랬지요.

아 그리고 소름 돋으셨다는 그 왜 독자의 책을 받아 읽으셨다는 때, 저는 그 책주인 바로 뒤에 앉아 있었는데요,
뭐라해야하지.. 그냥.. 보기드문 광경이라 참 신기하더군요.

어쨌거나, 다시 대화를 복기하게 되니 기분이 좋아서 초면에 주접이 많았습니다.
이해해주시리라 믿고, 감사합니다 ^^

마노아 2011-08-11 21: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풍류남아님! 반갑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강단 가까운 쪽에 앉으셨군요.
저는 비에 쫄딱 젖은 채로 늦게 도착해서 좀 뒤쪽에 앉았더랬어요.
옆에서 자꾸 과자를 먹어서 무척 신경이 쓰였답니다...;;;;

링크 걸어주신 기사는 그 주에 읽었는데 강연에 대한 작용으로 나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지금 다시 읽어봐도 딱히..^^ 그냥 평소 생각이란 생각을 했거든요. 아하하핫^^
강연회를 종종 갔지만 녹음까지 해온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다시 곱씹어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시간을 더불어 가졌어요. 우리의 행운입니다.^^

風流男兒 2011-08-12 09:27   좋아요 0 | URL
아 그쵸 ;;; 네 물론 평소에 이런 생각을 안하실 분은 절대 아닌데,
그냥 뭐라하지.. 그냥 인터뷰를 보고 며칠 지나지 않아 글이 올라온 걸 보다보니
괜히 그 때 짓던 표정이 급 떠올라서 요런 생각을 조금 더 강하게 했었나봐요 ㅎㅎ

(사실 저도 늦게 왔는데, 도저히 뒤에는 앉을만한 자리가 없어서 쪽팔려도 일단 가다보니
앞에 앉게 되었어요 ;;;)

여튼 좋네요 ㅎㅎ

마노아 2011-08-12 10:48   좋아요 0 | URL
그래도 당당히 앞자리에 가서 앉으시고, 진정 용자십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마음은 앞에 가고 싶었는데 저는 슬며서 뒤쪽으로 앉았어요.
사진 찍을 때 보니 확실히 너무 뒤쪽이라 앞사람 머리도 나오고 그랬지 뭐예요.^^ㅎㅎ

희망찬샘 2011-08-1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글이네요. 나갈 일 있어 다 못 읽고 갑니다. 나중에 다시 읽어야겠어요. ^^

마노아 2011-08-12 14:33   좋아요 0 | URL
좀 길지요? 나중에 찬찬히 읽어보셔요.^^ㅎㅎ

복호 2011-08-1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히 미안한 말이지만 유홍준씨는 ,<답사기>의 많은 판매부수 이후 교양과 양보를 잃어 버리고 교만해 졌음이 문화계의 중평이다. 먼저 인간이 되고 나서 좋은 책을 저술하여야 할 것이다. 자기만이 제일 많이 안다고 우쭐함은 정말 보기 좋은 것이 아닐것이다. 오동명의 <당신 기자 맞아>란 책을 읽기를 권하면서.

마노아 2011-08-14 23:14   좋아요 0 | URL
이런 말을 남기는 분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음이 참으로 유감이네요.

책거미 2011-08-1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것은 좋은 대담이다! 옮기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노아 2011-08-15 00:14   좋아요 0 | URL
더불어 누릴 수 있어서 저도 기뻐요.^^

tsc 2011-08-1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일하려고 나온 사무실.. 첫업무로 늘 메일을 확인하는데.. 다른 날 같으면 그냥 읽은편지 처리였을 테지만 광복절이라 읽다가 기분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마노아님 덕분에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마노아 2011-08-15 12:00   좋아요 0 | URL
일하는 휴일이군요. 기분이 좋아졌다니 저도 기뻐요. 광복의 하루를 보내셔요.^^

ob1hyuks 2011-08-15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연휴 마치고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잘 해 놓으셔서 재미있게 읽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

마노아 2011-08-16 00:13   좋아요 0 | URL
연휴 끝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주었다면 좋겠어요.^^

2011-08-16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6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kan 2011-08-1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참석 못한 아쉬움을 이렇게 달래네요.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좋은 대담을 한자 한자 옮겨주시느라 너무 애쓰셨어요.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1-08-16 19:39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같이 누렸으면 하는 좋은 강연이었어요. 제 보람이 큽니다.^^

달사르 2011-08-16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번이나 읽어도 잼있어요! 고 박완서 선생님의 귀여우신 추천사에 공감도 되구요.
마노아님의 노고 덕분에 강연회 가지 않은 사람들도 강연회에 간듯한? ^^ 잘 읽고 있어요~ 몇 번 더 읽을 거 같애요. ㅎ

마노아 2011-08-16 19:40   좋아요 0 | URL
우와, 몇 번이나 읽으셨어요? 저보다 많이 읽으셨을 거예요. 저는 쓰다가 지쳤어요.^^;;;

구름마법사 2011-08-1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너무 재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집에는 3권의 책도 다시 한번 더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전 이 시리즈가 6권까지 있는지 몰랐네요 6^^
오후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1-08-18 23:21   좋아요 0 | URL
전 이제야 나의문화유산답사기 6권을 다 읽어가요. 내일 조금만 더 읽으면 마무리가 될 거예요.
차분히 앞권부터 잘 봐야겠습니다.^^

oren 2011-09-0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 긴 글이네요. 뒤늦게 와서 빠짐없이 재미있게 다 읽었습니다. ㅎㅎ
안 그래도 오늘 저녁에 '安東高' 동기 녀석들끼리 와장창 모여서, 10월 초에 안동에서 1박2일로 진행될 예정인 '졸업 3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한답시고 '안동 사투리'로 엄청 시끄럽게 떠들다가 왔는데, 마노아님의 서재에 와서 박경철 원장의 안동 사투리까지 잔뜩 듣고 갈 줄은 몰랐네요..ㅎㅎ

마노아 2011-09-07 10:51   좋아요 0 | URL
오, 안동분이시군요. 저는 박경철씨 얘기하는 걸 글로만 보고 무릎팍에서는 사투리를 잘 안 서서 몰랐는데 작정하고 쓰면 억양이 엄청 세다는 걸 알았어요.^^ㅎㅎㅎ
지난주 금요일의 강연은 가지 못했지만 녹음만 부탁했는데 녹취가 잘 되었는지 아직 확인도 못했네요. 시장 출마 얘기가 나온 직후의 안철수-박경철 강연이라 더 관심이 가는데 요며칠 바빠져버렸어요.(>_<)
 
비야, 안녕! - 2011년 제1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39
한자영 글.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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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표지의 그림이다. 내리는 비의 모습이 글자 '보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조금 거리를 두고서 내리는 비의 모습을 보면 정말 보슬보슬의 느낌이다.

지렁이의 머리 위로 툭!하고 빗방울이 떨어졌다.
지렁이의 몸체 수준에서는 저 빗방울이 마른 하늘의 물벼락처럼 아주 컸을 것이다.
그렇지만 뜨겁게 달구어진 지표면 위로 올라와 있었더라면, 아주 단비처럼 느껴졌을 테지.

빗방울이 톡토도독! 하고 떨어지는 모양새가 음악을 연상시킨다.
지렁이는 빗방울 연주에 맞춰 춤이라도 춰야 할 것 같다.
꼬물꼬물 꼬물꼬물~
나름대로 솜씨를 부린 지렁이의 댄스랄까.

지렁이만 신난 게 아니다.
달팽이도, 거북이도, 지렁이도...
모두 모두 빗방울에 제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탄다.
어떤 물방울은 머리 위로 떨어졌다가 튕기면서 근사한 왕관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비를 좋아하는 꼬물꼬물 삼총사가 빗방울에 제 얼굴을 비춰보고 있다.
발그레 상기되어 있을 것이다.

이 그림책을 본 날, 정말 저렇게 커다란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져서 순식간에 뜨겁던 대지를 하얗게 식혀주었다.
그대로 맞고 있을 수 없어서 실내로 피신하기는 했지만 떨어지는 빗소리가 오래도록 시원하게 들렸다.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이 물냄새가 가득했고, 글씨도 많지 않고 동물 친구들의 꼬물거리는 모양새가 아기들을 기쁘게 한다. 유아용 그림책으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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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8-0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참 좋았어요 그런데 님 님 사진 넘 이쁘네요

마노아 2011-08-10 12:11   좋아요 0 | URL
적게 보여주고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칭찬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1-08-09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과 견줄만하겠네요.
황금도깨비상을 그림책에도 주나 봅니다~ 아니면 그림책 분야를 따로 시상하는 걸까요?

마노아 2011-08-10 12:12   좋아요 0 | URL
황금도깨비상을 그램책에만 주는 줄 알았어요. 칼데콧 상도 소설에도 주는 것 같던데 이것도 통틀어 주는 걸까요?

순오기 2011-08-10 23:22   좋아요 0 | URL
나는 황금도깨비상은 동화책에만 주는 줄 알았는데...^^

마노아 2011-08-11 00:2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역시 쿵짝이 맞아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