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 일찍 D고등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급하게 시간강사가 필요하다고. 위치를 물어보니 꽤 멀었다. 내가 이력서를 넣었다면 멀어서 패스했을 가능성이 큰 학교다. 하지만 사람 구한다고 전화가 오면 다른 곳이랑 중첩되지 않는 한 보통 간다고 한다. 이번에도 가겠다고 말하고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Y고등학교에도 이력서를 우편으로 부쳤다. 휴일 다음날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익일특급으로 보냈다. 잘 도착하겠지 뭐...
2. 버스를 한 번 타고, 다시 지하철을 두 번 타고 가는 도중에 이번엔 J중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일전에 내가 이력서를 보낸 곳인데 오늘 3시에 면접이 있으니 오란다. 두 학교가 겹쳤으니 힘들 것 같았지만, 그래도 용케 두 학교가 모두 7호선 라인에 있기에 오후 수업이 겹치지 않으면 참석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3. D고등학교는 4번 출구로 나가서 500미터만 가면 된다고 했는데, 이정표도 없고 학교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물으니 4번 출구로 나와서 뒷편으로 꺾어 돌아가야 나오는 학교란다. 아씨, 그런 건 전화로 미리 알려줬어야지.... 전화 주신 분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분이 아닐까...;;;;
4. 어떤 사연인고 하니 담당 선생님이 1정 연수 들어가셔서 이번 주에 끝난다고 한다. 헐! 그런 건 방학 전에 미리 알았을 텐데 개학 당일날 사람을 구하다니, 담당자들이 참 정신 없다. 도착했을 때는 4교시 진행 중이었는데 곧 이어 점심 시간이었고, 내게 준 시간표에는 오후 수업까지 모두 '결강'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잠시 일하게 된 부서의 부장님도 오늘 수업이 없으니 이만 돌아가라고 했다. 해서 점심도 먹지 않고 나왔다.
5. J중학교 면접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서 기뻤다. 다만, 근무 일이 겹치는지가 관건인데, 내가 일하게 된 자리 선생님은 노트북 사용자인데 노트북을 사물함에 넣어놓고 잠그신 채 학교를 못 나오셔서 컴퓨터를 쓸 수가 없었다. 언니는 외출중이었고, 알아볼 방법이 없어서 근처 피씨방으로 갔다. J중학교까지는 한 시간이면 갈 수 있고 아직 두 시간이 남았으니까.
6. 첫번째 앉은 자리에서 연달아 블루스크린이 떠서 리부팅을 두 번 했음에도 컴을 쓸 수 없었다. 옆 자리로 옮겨서 컴을 써보는데 열라 느리다. 우리집 컴보다도 느리다. 환장하겠다. 게다가 화면 바뀔 때마다 바이러스가 있다고 창이 뜬다. 게다가 웬 스팸성 팝업은 주르륵 뜨는지, 이런 우라질 소리가 절로 나온다.
7. 애석하게도 J중학교는 내일부터 출근해야 하는 학교다. 면접을 잘 봐도 두 학교의 수업이 겹치니 갈 수가 없다. 그 학교는 6개월 계약이지만, 내가 오늘 간 학교는 달랑 이번 주 금요일까지만 일하는 거니 마땅히 J중학교로 가고 싶지만, 먼저 전화 온 곳은 하필 D고등학교. 정말, 운도 지지리도 없다. 내가 신의를 지키는 만큼 너희도 나한테 제발 지켜달란 말이지....
8. 피씨방에서 털고 일어난 게 51분이었다. 1100원 나왔다. 여긴 50분에 천원이란다. 쳇, 리부팅하다가 걸린 시간이 1분 이상은 될 텐데...;;;
9. 집으로 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일곱 정거장인가 지났는데 D고등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오후에 수업 있는데 어디 가냐는 거다. 얼씨구! 나한테 결강 스케줄 잡힌 시간표를 줬다고 하니까 그건 결근한 선생님 시간표란다. 아씨, 뭐라는겨! 일을 제대로 했어야지! 시간을 보니 30분 뒤에 7교시 시작이다. 전철을 바꿔 다시 되돌아갔다. 비는 내리고, 7cm굽의 샌들을 신고 내달으니 물집이 잡혔는지 아프다. 교무실에 다시 도착하니 7교시 시작 종이 친다. 하아...
10. 교실 위치를 물으니 학생이 가르쳐준다. ㄷ모양으로 삐잉 돌았다. 건물이 ㅁ 형태라서 처음에 물어본 자리에서 왼쪽으로 알려줬으면 몇 걸음만 걸으면 되는데, 오른쪽으로 알려줘서 크게 원을 돌아 교실을 찾을 수 있었다. 하루 온종일 삽질의 연속이다.
7교시 수업을 마치고 나와 보니 J중학교에서 부재중 전화가 왔다. 죄송했다. 그래서 학교에 전화를 걸어서 부장샘과 통화를 했다. 이러저러해서 못 가서 죄송하다고 했고, 전화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부장님은 면접불참 안내 메일까지 보내셨다고 한다. 친절한 학교네. 여러모로 아쉽다.

최근에는, 정말 되는 일이 없었다. 길 잘 못찾는 거야 길치의 숙명이라지만, 전자제품 하나도 사는 것마다 말썽이었고, 보험 문제도 열 받았고, TV가 준 스트레스하며, 각종 안 풀리는 일들... 어제는 TV리모콘이 말썽이어서 그거 갖고 씨름하다가 예매한 영화를 10분 늦게 봐야 했다.
알라딘에서 보낸 메일을 보니 유홍준의 국보순례를 구입시 적립금 천원과 알사탕 500개를 준다고 한다. 예약 구매자에겐 저자 사인본과 적립금 2천원이었다. 난 사인본에 별로 목 매는 인간이 아닌지라 알사탕이 더 좋은데 아쉽다. 지금 펼쳐보니 사인이 아주 멋드러지긴 했지만...
문득, 지난 번 알라딘 로또에 13차례 연속 꽝 먹은 게 생각난다. 요새 정말 왜 이리 풀리는 게 없지. 속상해라. 기분이 확 풀리게, 뭔가 행운이 따라와줬음 좋겠다. 고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