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구가 유럽에 가 있는 동안 나는 대신 알바를 했고, 친구는 돌아오면서 내게 선물을 사왔다. 비타민과 칼슘제, 그리고 오메가 쓰리를 사왔지만 오메가는 선물이 모자라는 바람에 친구의 이모부님께 돌아갔고, 내게 온 것들은 이것이다. 

 

엽서도 더 사왔지만 같이 여행한 동료에게 맡겼다가 못 찾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ㅎㅎ 

아무튼, 비타민을 하루에 하나씩 맛있게 먹고 있다가, 너무 피곤한 날 칼슘제를 드디어 하나 먹었다. 아아아악, 너무 셔!!!!! 

이게 웬 사단! 알고 보니 물에 타서 먹는 거란다. 흑... 난 입에서 폭죽이 터지는 줄 알았어...ㅜ.ㅜ 

2. 며칠 전에 그루폰에서 더 페이스샵 5천원 쿠폰을 2천원에 판매했다. 내게 필요한 것들을 사자면 대략 2만원 어치면 될 것 같아서 4장을 구매했다. 내일까지 등록해야 하는 거라서 오늘 회원가입하고 쿠폰을 등록했는데 아뿔싸! 1회 주문에 쿠폰 하나씩 밖에 못 쓴단다. 배송료를 없애려면 1회 9900원씩은 주문해야 하니, 나는 총 4회에 걸쳐 주문을 해야 한다. 그것도 9월 26일까지. 아씨, 이럴 줄 알았음 쿠폰 두 장만 사는 건데... 흑....ㅜ.ㅜ 

3. 또 며칠 전에는 세무서에서 35,610원이 환급되었다. 내역이 잘려서 무슨 명목으로 돌려준 건지 모르겠지만 나한테서 세금을 더 걷어갔는가보지 뭐... 올해는 수입이 적어서 옛다! 하고 돌려주는 건가? 뭐 암튼! 그걸로 워커힐을 사고 싶었다. 그러니까 올 가을 내가 목표로 삼는 패션이 있는데 가죽 재킷에 롱치마, 그리고 워커힐이다.(사실은 이렇게 코디해 놓은 옷을 쇼핑몰에서 봤는데 이쁘더라궁... 가죽 재킷은 언니가 두고 간 옷 두 벌 있다. ㅎㅎㅎ앗, 도로 가져가면 어쩌지????)  

가격대가 많이들 차이가 났는데 하나를 찜해 놓고 마침 들어온 환급금으로 지를까 하다가 그래도 9월은 되어야 가을 분위기지! 하며 며칠 미뤘더니 그새 품절이 됐다. 그것도 내 사이즈만... 씨이...;;;;; 

4. 오늘은 새달의 1일. 현재 신한카드에서 5% 할인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1일은 6% 할인이니까 반드시 질러주는 어떤 암묵적인 약속이 되어 있다.(스스로..;;;;) 그래서 오전에 장바구니 놀이를 한참했다. 이것저것 많이 담아놨지만 당장 필요하지도 않고 아주 크게 궁금하지도 않은 책은 싸더라도 좀 덜어내고, 그래도 좀 볼 것 같은 책들로 채워놓으니 4만원어치였다. 신간 한 권만 더하면 딱 좋겠는데 마땅한 게 없어 고민을 했는데 친구 덕분에 이 책을 담았다. 

 며칠 전부터 이 책 광고하는 것을 보았는데 무심코 보았던지라 레볼루션 넘버 쓰리라고 여겼다. 개정판을 왜 이리 요란스레 광고하지? 이러고 지나쳤는데 다시 보니 제목이 다르다. 넘버0가 아닌가! 더 좀비스의 마지막 이야기라고 하니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의 이야기가 끝이라고 생각하니 아쉽지만, 너무 오래 끌어도 매력이 떨어지는 법! 도착하면 재밌게 읽으면 되겠다. 난 가네시로 카즈키 책을 대체로 다 좋아하지만 레벌루션 넘버 쓰리를 가장 먼저 만났고, 그 책이 가장 좋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알라딘 서재에 본격적으로 둥지를 틀었던 게 동 작가의 스피드가 이주의 마이 리뷰 당선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무려 5만원을 주던 전설적인 때가 있었지. ^^ㅎㅎ 그나저나 바뀐 저 표지는 여전히 적응 안 된다. 마음에 안 들어...ㅡ.ㅡ;;;; 

5. 내일이면 위대한 탄생 씨즌 2가 방송될 거라고 마구 광고를 했는데, 2주 연기됐다고 한다. 하아... 매주 공장장님을 보는 영광을 2주 양보해야 한다. 사실 슈스케3가 너무 재밌어서 덜 겹칠수록 좋기는 하다. ^^ 

6. 요새 드라마 볼 때마다 반지 하나씩 만들고 있다. 퍼즐 맞출 때처럼 은근 중독성 있다. 

 

요건 지난 주에 만든 것들이다. 이 중에서 반지만 골라서 남도 답사 여행 때 들고 갔다.  같은 방을 쓴 나의 파트너에게 먼저 하나 고르라고 했더니 기어이 두 개를 고르지 뭔가. 그래서 순오기님과 따님께도 두 개씩 선물했다. 이것은 인증샷!

 

내 손도 하나 끼어 있지만 반지는 내게 없다. 누구 손인지 맞춰보시라..ㅎㅎㅎ 

(순오기님 3모녀의 인증샷도 기대하겠음돠!!) 

7. 그저께 영화 '통증' 시사회 당첨되어서 친구와 함께 보고 왔다. 영화 보기 전 밥 먹으려던 찰나에 친구에게도 반지를 골라보라고 했다. 보라색을 좋아하는 녀석인지라 보라색을 세 개 만들어서 하나 골라보라고 했더니 세 개 다 가져갔다. 욕심쟁이. ㅎㅎㅎ 

 

그렇지만 왼쪽 끝에 큰 보석 박힌 것 빼고 그 옆의 잎사귀 같은 반지는 엄마께, 그리고 반대편 손의 반지는 오늘 직장 동료에게 넘어가고 말았단다. 친구 손가락이 가늘어서 몹시 작게 만든 녀석들인데 다들 손가락이 가느다랗구나. 부럽다. 

8. 오늘도 공주의 남자 보면서 하나 더 만들었다.  

 

파랑색이 오늘 만든 것이고, 초록색과 흰색 구슬은 어제 만든 것이다. 셋 다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감이 안 와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대강 만들어진 것들이어서 다시 재현은 안 되는 것들이다. 그것도 개성이라고 우겨볼란다. 

손톱 색깔이 다른 것은 원래 푸른색으로 다 칠해져 있었는데 머리 감을 때마다 가운데 손가락 세 개가 자꾸 벗겨졌다. 신경질 나서 그 세 손가락만 다른 색을 발랐다. 요새는 다른 색으로 바르는 게 유행이라던데, 뭐 유행을 따라간 것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그나마 처음에 벗겨졌을 때 한겹 더 바르고 강화제까지 발랐던 터라 리무버로 잘 안 지워져서 손톱이 자라나 저절로 잘려나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주말 지나면 푸른색 찌꺼기는 다 지워질 것이다. 오늘 더 페이스샵에서 리무버도 주문했다...;;;  

9. 리브로 만화몰에서 셜록 팬시 제품을 구매했다. 이런 팬시제품은 왜 죄다 리브로에서만 판매하는 것일까. 독점인가?? 

 

셜록 양장본 노트가 두 권 나왔는데 그 중 내지가 더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고, 마우스 패드는 대형은 무려 36cm도 팔지만, 8천원짜리 마우스 패드는 과한 것 같아서 3천원 짜리로 골랐다. 노트는 8천원이다.  

 

마음 같아선 암 투병 중이신 킹교샘 힘내시라고 시리즈를 다 사고 싶지만, 너무 비싸서 이렇게 두 개만 골랐다. 모셔놓고 쓰지 않을 가능성이 200%지만, 기념이라고 생각하자.   

 

요건 책사고 받았던 마우스패드와 함께 찍어본 것이다. 책 속에서 이미 본 컬러 그림이지만 그래도 애정을 담아~

 에코백이 조금만 더 쌌어도 질렀을 텐데, 에코백 특유의 품질을 생각하면 값이 센 것 같아서 그건 관뒀다. 파우치도 무려 8천원이나 하던데, 집에 파우치 많아서리 역시 참았다. 요새는 선생님 일기도 잘 안 올라와서 걱정이다. 항암치료가 많이 힘드실 텐데 부디 파이팅 하시기를!! 

 

 

10. 창비 정기구독을 가지고 고민 중이다. 

예전에 창비 어린이를 1년 정기 구독했었는데 언니가 책을 잘 보지 않아서 1년 뒤에 끊었다. 그때 좋았던 점은 창비의 다른 책들을 4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거였는데, 당시 야곱에게 더블을 40% 할인된 가격에 선물하려고 했는데 마침 1년이 지나서 할인을 못 받고 대신 내가 산 책을 선물했더랬다. 그랬다가 지난 번 답사 다녀온 후기를 창비 블로그에 싣게 되면서 더블을 선물로 다시 받았다. (책 한 권 고르랬는데 내가 고른책이 2권으로 묶인 책이어서 전화 거신 분이 급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창비로 검색하니 제일 먼저 뜬 책이 더블이었다능!) 

난 미용실에서도 잡지가 눈에 잘 안 들어오는 인간. 계간지를 좀처럼 못 읽고 있다. 창비 어린이 1년 구독료와 창작과 비평 1년 구독료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아무튼 오만원권 지폐 한장은 써야 하는 금액인데 이걸 고민하게 된 것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면 개정판이 나오면서 나는 6권만 신간으로 갖고 있고, 나머지는 구간으로 있는데 읽기는 6권만 읽었다. 개정판은 사진이 모두 컬러로 바뀌었고, 페이지수도 거의 100페이지나 차이가 날 만큼 변화가 크다. 이미 읽은 책이라면 모르겠지만, 아직 읽기 전인데 새로 바뀐 책이 아닌 옛 책으로는 안 봐질 것 같다. 기념으로 소장은 할지라도....  

그래서 책을 새로 구입하고 싶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정기구독을 해서 40% 할인을 받으면, 정기구독료 때문에 쌤쌤이지만, 그래도 다른 책들도 4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거니까 자꾸 마음이 요동친다. 울 언니는 당장 가입하라고 옆에서 부채질 중이다.ㅎㅎ 어쩌지? 어쩌지? 계속 고민되고 있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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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2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9-0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할인쿠폰 겹치기 적용 안되는 걸 마노아님이 몰랐다니... ㅠㅠ
오~ 가을패션 멋져요, 다이어트에 성공한 마노아님한테 잘 어울릴 거 같아요. ^^
손가락이 예뻐야 반지가 돋보이는데 내 손은 정말 시커멓게 타버렸군요.ㅋㅋ
내 손에 낀 저 반지가 안보여~ 우리 큰딸이 가져갔나 확인해봐야겠어요.
3모녀의 인증샷을 생각 못했다는...ㅜㅜ

반지 낀 손도 예쁘지만, 나의 형 빈센트도 눈에 쏙 들어와요~ ^^

마노아 2011-09-02 21:42   좋아요 0 | URL
한 달 전쯤에 티몬에서 진행한 아리따움은 쿠폰을 여러 장 한꺼번에 쓸 수 있었거든요.
이번에도 한번에 쓸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어쩐지 많이 깎아준다 했습니다. 크흑...;;;
오늘은 내일 주문할 책이 있어서 절판된 책 하나 품절될까 봐 다음주 출고 예상되는 책과 함께 주문 넣었는데 벌써 출고 준비중이에요. 에잇, 그렇다고 책이 일찍 오는 것도 아닌데 왜 넘어가가지고...ㅜ.ㅜ
12시 넘으면 취소하고 한꺼번에 주문하려고 했는데...ㅜ.ㅜ 하루도 삽질이 멈추질 않아요..;;;;

반지 사진 보면서 제 손이 하얗구나 싶었어요. ㅎㅎㅎ 주말 되면 3모녀 인증샷 아리땁게 올려주세요. 정겨울 거예요.^^
나의 형 빈센트를 바닥에 깔면서 순오기님이 알아봐 줄 거라고 짐작했지요. (^___________^)

2011-09-02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2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1-09-0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킹교님 암투병중이세요? 하드를 다시 깔아서 킹교님 홈피에 한동안 못들어갔더니, 그런 일이... 그래서 그렇게 아프다, 힘없다고 하셨던 거군요. 어째요 ㅠ.ㅠ

마노아 2011-09-02 21:44   좋아요 0 | URL
대장암 수술 받았어요. 지금 항암 치료중인데 체중이 36... 막 이렇대요...;;;;
원래도 가느다란 분이라 더 걱정이랍니다.
작품이 문제가 아니라 어여 털고 일어나셔야 할 텐데요..ㅜ.ㅜ

BRINY 2011-09-03 09:07   좋아요 0 | URL
헐레벌떡 교월드 가봤습니다. 정말 여름새에 그런 일이... 교정님 단행본을 거의 다 갖고 있는 팬으로서 면목없지 뭐에요... 조공카페 가봤더니 모금은 마감하셔서 저도 팬시제품을 구입하려구요.

마노아 2011-09-04 16:24   좋아요 0 | URL
소박하게나마 마음을 보태는 거지요. 어여 털고 일어나시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ㅜ.ㅜ

pjy 2011-09-02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솜씨도 좋고 마음도 이쁘셔라! 개중에 맘에 드는건 보라반지들~특히나 알 쫌 큰것들이요^^ 많이 탐나네요ㅋ

마노아 2011-09-02 21:44   좋아요 0 | URL
알 큰 게 좋아 보입니까? ^^ㅎㅎㅎ
저는 블루 계열이 더 좋았는데 이제 가을 다가오니 보라색도 좋을 것 같아요. 견물생심!
저도 보고 있으면 제가 다 끼고 싶어한답니다.^^

무스탕 2011-09-02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킹교님 아프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암이셨어요? ㅠㅠ
제발 잘 이겨내고 모두 탈탈 털어내고 건강 찾으시길 바랍니다 ㅠㅠ

전 손가락이 짧고 뭉툭해서 반지가 어울리지 않는 손이에요. 저 이쁜이들이 다 그림의 떡이라구요 ㅠㅠ

마노아 2011-09-02 21:45   좋아요 0 | URL
팬들이 건강식품도 막 보내주고 그런다네요.
한동안은 모금 운동을 하자! 막 이런 움직임도 있었고요.
저는 팬시제품을 구매하면서 작은 응원을 보태봅니다.
제 손가락은 굵고 투박하며 주름도 많아서 예쁘진 않지만 반지를 끼면 더 예뻐보일 거라고 마구 주문을 걸고 있어요. 무스탕님도 도전!!!

같은하늘 2011-09-05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이 직접 만드신 반지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니 선물 받으신 분들은 복받으신거네요.^^
근데 창비 정기구독하면 40%나 할인해줘요?ㅜㅜ
그럴줄 알았으면 창비에서 구입하고 마노아님께는 다른책을 부탁드릴걸~~~

마노아 2011-09-05 09:17   좋아요 0 | URL
창비의 할인률은 정말 유혹적이죠? 근데 3만원 이하는 배송비가 3천원이라서 저도 그냥 주문했어요.ㅎㅎㅎ

2011-09-05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5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학기엔 책도 많이 필요해. 허리끈 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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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말이 살쪄 가는 계절. 열심히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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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3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3부의 주인공은 명백히 영국인 스미스 씨다. 앙카라로 떠나기 위해 안내인을 만나기로 했지만 안내인은 보이지 않고 설상가상, 기둥에 묶어놓은 당나귀와 짐이 모조리 사라졌다. 그리고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말을 잃어버린 한 여인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말을 찾기 위해서 시장장을 찾아가고, 자신의 구역(?)에서 도둑질은 용서할 수 없다는 시장장의 신념 및 명령 아래 두 사람은 짐과 말을 모두 찾는다. 말을 찾던 여인의 이름은 탈라스.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스미스에게 자신의 집에서 묵어가라고 청한다. 오랜만에 손님을 맞이한 탈라스의 시어머니는 무척 기뻐한다. 알고 봤더니 그녀에게는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탈라스는 첫째 아들에게 시집을 왔다가 큰 아들이 병사하고 이어서 둘째 아들에게 다시 시집을 갔고, 둘째 아들이 절벽에서 실족사하자, 셋째, 넷째, 그리고 다섯째 아들에게까지 연이어 시집을 갔지만 그들은 모두 죽고 말았다. 이름하여 형사취수제였다. 스미스에게는 놀랍고 기이한 경험으로 목격한 것을 받아적기에 바쁘다. 

 

탈라스와 그녀의 시어머니를 통해서 작가는 유목민 여자의 생활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스미스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전개되지만 독자도 궁금하고, 작가는 그려서 표현해내고 싶고, 우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자신마저 죽고 나면 며늘 아가가 어찌될지 걱정이 많은 시어머니는 초면인 스미스에게 다짜고짜 며느리와 혼인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나선다. 서양인인 스미스씨에게는 당황스럽고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탈라스가 예쁘긴 하지만, 또 탈라스의 의중이 어떤지도 알 수 없고,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의 난처함을 이해한 탈라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을 나왔지만, 이번엔 심술 궂은 숙부님 덕분에 영국인 첩자로 모여 자칫 처형당할 신세가 되어버렸으니, 스미스씨의 인생도 참 험난하다.  

하지만 극적으로 등장한 스미스 씨의 안내인 알리! 게다가 만능 재주꾼에 입담꾼이다.

 

스미스를 구했을 뿐아니라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말 몇 마디로 모두 구해내는 저 수완을 보시라! 어디 가서도 밥은 안 굶고 살아갈 청년이다. 문득 식객의 성찬군이 떠올랐다.^^  

한편, 스미스씨가 처한 위험을 전해듣고 도움을 주러 달려온 어린 신랑 카르르크와 아리따운 신부 아미르. 덕분에 일행이 많아져서 이들의 한끼 식사 문제가 대두된다. 여자들은 길거리에서 군것질하는 것이 금지된 문화 덕분에 찻집의 방 한칸을 빌려 진수성찬을 차려낸다. 물론 다 사온 음식들이지만, 이 음식들이 조리되는 과정과 조달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또 제법 컸다.

 

그림만으로도 식욕이 돋지 않는가. 게다가 왁자지껄한 시장의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어 음향효과를 듣는 기분이다.   

극적인 순간을 맞닥뜨리고 나니 감정이 확인되는 법! 스미스 씨는 탈라스씨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되돌아올 것을 약속하지만 여기에 또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겨버린다. 당장에 스미스 씨와 탈라스 씨가 부부연을 맺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뒷일은 알 수 없는 법!

 

앙카라까지 갈 수 있는 세 가지 길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 위치가 어디쯤인지 알아볼 수 있어 반가운 지도다.  

 

약속의 증표였던 금시계는 사막에 버려진 채 방치되었지만, 혹시 또 모른다. 저 금시계가 누군가의 손을 타고 타고 또 타서 탈라스에게 다시 전해질지. 그리하여 두 사람의 끊어진 듯한 인연이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천생연분일 것이다. 영국의 학자와 유목민 아내가 인도에서 새살림을 차린다면... 아, 참으로 이색적이다.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 테지만, 그게 뭐 대수일까! 

3권의 초판 부록은 스티커다.  

 

이전에 나왔던 책의 그림을 그대로 찍어서 스티커로 만들었다. 새로 그린 게 아니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선물이다. 

 

한 페이지에 두 장씩은 스티커가 나오니까 아주 큰 그림들은 아니다. 4x6사이즈 포토 앨범에 붙여볼까 생각중이다. 아, 붙여놓고 사진을 찍을 걸 그랬다. 아무튼 이제부터는 4권을 기다릴 차례다. 

 

(기어이 사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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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1-09-0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권도 무척 기다려지지 않나요? 스미스씨 처음엔 완전 단역이었는데, 이렇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네요. 두 사람이 재회해서 잘되면 좋겠어요~~~

마노아 2011-09-01 22:05   좋아요 0 | URL
스미스씨 완전 재밌어요. 얼빵한 표정 짓는 모습도 재밌고요. 다음에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2011-09-01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2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는재로 2011-09-03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우월하죠 모리 여사의 그림체는 그림 그리는 동영상을 한번 본적있는데 진짜 대단하데여 이번권의 스미스 진짜 안습 시계를 던저 버리는데 다음권에 과연 어떻게 될지 행복해졌으면 다음권도 스미스가 주인공이네요 또다른 모리여사의 메이드물도 발매 해주면 좋을텐데

마노아 2011-09-04 16:25   좋아요 0 | URL
우와, 그림 그리는 동영상도 있군요. 완전 신비로울 것 같아요!
스미스 씨 안경 속 헤롱거리는 눈으로 보일 때와 느낌이 엄청 달라요.
모리 여사님의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 앞으로도 쭈욱 이어졌으면 해요.^^

2011-09-05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5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귀가도
윤영수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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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 문성현'으로 처음 만났던 윤영수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다. 착한 사람 문성현 때도 앞의 세 작품은 연작소설이었는데, 이번에도 앞의 세 작품은 '귀가도'라는 제목으로 묶이어 1,2,3의 소제목이 따라붙었다. 여전히 소시민들의 오밀조밀한 삶의 모습을 아주 자세히 묘사하고 있고 전작보다 유머러스함은 더 보태었다.  

첫번째 귀가도가 제법 무겁게 진행되었는데 두번째 귀가도에서 해학을 만났다. 지하철 2호선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정거장이 바뀔 때마다 서로 다른 사람을 시점으로 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작은 230 번호를 붙인 신림역에서 시작됐다. 노약자석의 ㄱ 노인이 선 채로 졸고 있는 청년 ㅈ에게 빈 자리를 권했던 것이다. 아직 두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에 한 자리쯤 차지해도 무방하겠거니 여긴 ㅈ은 한 번 사양하고 두 번째에 자리에 앉았다. ㄱ 노인은 자리값이라도 되는 양 자기 이야기를 주욱 풀어냈지만 어느새 잠이 든 ㅈ 때문에 무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226사당 역에서 사단이 났다. 두 노인이 노약자 석 앞에 섰고, 좀 더 몸이 빨랐던 ㄴ 노인이 자리에 앉았고 가장 나이가 많았던 ㄷ 노인은 선 채로 난감하다. 그러자 보다 젊지만 앉아서 무안했던 ㄴ노인이 ㅈ에게 버럭 고함을 쳤다. 잠에서 깬 ㅈ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일반석으로 갔는데 때마침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갈 수 있었다.  

이제 225방배역이다. 노약자석의 ㄱ,ㄴ,ㄷ 노인은 요즘 젊은이들의 뻔뻔함을 성토하느라 바쁘다. ㄱ노인은 자신이 권해서 앉았다는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혼자 떠들었던 무안함에 대한 복수라도 하려는 듯 보인다. ㄴ노인이 가장 목소리를 높이니, ㄷ노인은 그 덕분에 자신이 자리에 앉은 것처럼 느껴져서 불편하다. ㄴ의 기세를 보니 가장 나이 많은 자신이 쫓아가서 ㅈ을 혼내줘야만 할 것 같다.  

222강남역에서 아기 엄마가 탔다. ㅈ이 일어나 자리를 권한다. 아까는 밤을 새워 정신없는 와중에 ㄱ 노인의 권유로 앉았지만 아기 엄마를 외면할만큼 뻔뻔한 인사는 아니었다. 노약자 칸의 분노 게이지 상승과 달리 일반석의 아기 엄마 주변에선 아기가 예쁘다며 호호하하 웃음소리 가득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그런 분위기를 알지 못하고 ㄴ노인의 눈치를 보던 ㄷ노인이 달려와 ㅈ에게 성을 버럭 내니, 놀란 아기는 자지러지게 울고 아주머니들은 노인네가 노망났다고 또 성토하는 분위기다. 자신에게 처음 성질을 부렸던 건 ㄴ노인이었는데 ㄷ 노인이 다가와 뭐라뭐라 하니 ㅈ은 또 난감하고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좌불안석이다. 그런 ㅈ이 측은하게 여겨졌던 깍두기 행색의 청년 ㅊ이 ㅈ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위압적인 얼굴의 ㅊ때문에 자리에 앉기는 했지만 ㅈ은 이러다 자신이 어디로 끌려갈까봐 불안하고 무서워주겠다. 그렇지만 ㅊ은 약자를 보호해준 자신의 선행에 스스로 만족스럽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220선릉역. ㄷ노인의 뜨뜻미지근한 행태에 부아가 치민 ㄴ노인이 다시 총대를 메고 ㅈ앞에 와서 한 소리 하다가 ㅊ에게 제지당한다. 그 바람에 아기는 잠에서 깨어 또 자지러지게 울고, 노해버린 아기 엄마는 지하철에서 내려버린다.  

장면을 잠시 바꿔보자. 218종합운동장 역에서 한 학생이 가방을 두고 내리고, 그 가방을 챙겨주려던 중년 사내는 분실물센터를 믿을 수 없다며 지하철 역사에 전화를 해서 역무원을 보내라고 호통을 친다. 그 와중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모두 한 마디씩 보태어 지하철 안은 어느새 아줌마 곗날 분위기 마냥 왁자지껄해진다.  

215성내역에서 한 번 더 쐐기를 박으려던 ㅊ은 노인들이 모여서 아직도 ㅈ 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ㄴ노인은 노약자석이 자신들의 홈그라운드라 생각하고 일부러 목청을 키워본다. 마침 내리려고 문앞에 섰으니 금세 내릴 게 아닌가. 그러나 이런 젠장! 하필 지하철이 연착을 하네. 이런 식으로 윤영수의 입담은 잠시도 멈추지를 못하게 독자를 끌어당긴다. 이건 5분만 더 버티면 연속극 끝나니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을 결사적으로 참는 그런 모양새라고 할까. 

이야기는 강변역을 지나 구의역에서 마무리된다. 입이 근질거리지만 더 이상은 얘기하면 안 되겠지. 지하철을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이 적절했다. 게다가 그 이야기는 순환선인 2호선일 때에야 더 실감 난다. 그 사람 많아 북적거리는 2호선이니만큼, 더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이 모일 것이고, 그만큼 이야기는 극적이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다이나믹한 것이 뉴스고, 우리의 실제 현실이 아니던가. 

두번째 귀가도는 나름 착한 일을 해보려고 했던 사람들의 낭패담을 담았다면 세번째 귀가도는 보다 심각해진다. 개척교회 목사와 사모로 긴 시간을 섬겼지만 남편이 낸 사고로 딸 아이가 한쪽 눈을 실명하고, 이어 자살까지 이어지자 별거 생활에 들어간 부부 이야기가 나온다. 부부 사이를 붙여주는 아이도 있지만, 그 아이의 부재로 인해 부부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도 분명 많다. 더구나 둘 중 한 사람의 과오가 아이와의 이별을 부채질 했다면 그 가정이 온전하기는 힘들 것이다. 오랜만에 남편을 만나 하룻밤 자고 올 생각이었지만, 만난지 한 시간만에 짐을 들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아내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아들의 혼사와 자신의 건강 진단 문제로 의논할 것이 있었지만, 남편의 살림을 돌봐주는 이웃 과수댁의 존재와 자신을 잡지 않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까지 겹쳐 빗속에서 그녀는 더 떨어야 했다. 하지만 기막히게도 옆자리에 앉은 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젊은 아가씨의 따스한 수다가 그녀의 마음을 녹여버린다.  

딸 아이의 사고가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밀어붙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자신의 잘못을 마주볼 용기가 없던 남편의 괴로움을  뒤늦게 인식하는 그녀의 마음이 아파온다. 딸을 다치게 한 장본인으로서 남편은 분명 더 힘들었을 텐데, 무너져가는 가정을 붙잡지 않은 책임은 자신에게도 있음을 기어이 인정하게 된 것이다. 옆자리의 아가씨는 아프리카에 가서 미용실을 차리겠다며 한껏 환상의 나래를 폈지만, 그 모든 것이 그저 소망이고 이상일 뿐이라고 스스로의 입으로 고백한다. 서러운 일을 경험하고 그 마음을 잊고자 부러 밝은 이야기만 했던 그 마음결에 전직 사모가 더 울컥해버린다. 서로의 체온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들, 그러니 아직 살아 있어 고마운 사람들이기에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이 전만큼 서럽지는 않을 것이다. 오해의 다른 면이 이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6편의 단편 중 가장 문제적 소설은 바로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이 되겠다. 읽다가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다. 너무너무 착한 유순봉씨.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그저 성실함과 착한 마음씨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그는 '어머니 고맙습니다!'를 늘 달고 산다. 그런 그의 집에 어느 날 낯 모르는 남자가 들어섰다. 처음엔 아내의 친척인줄 알았고, 아내는 남편의 친척이거니 했다. 알고 보니 생전 모르는 사람이었다. 저녁밥을 먹은 뒤엔 갈 줄 알았는데 윗목에서 잠을 청한다. 단칸 방에서 아이둘과 네식구 자기도 빠듯한 살림이었다. 추운 겨울이니 차마 내칠 수 없어 다음 날은 나갈 줄 알았는데 그렇게 들어선 기천웅은 벌써 3년 이상 유순봉의 집에서 기생하며 오히려 이들 식구들을 호령하고 있다. 이런 사정이 방송국 귀에까지 들어가 취재를 나왔다. 기천웅이 전과자라며, 그를 내쫓고 싶냐고 다그쳐 묻는 피디에게 유순봉은 전과자라고 다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오히려 두둔하고 나선다.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는 설상가상, 일파만파다. 유순봉이 착한 것도 알겠고, 늘 감사하며 사는 그보다 그런 그를 이용해 먹는 이 사회의 영악한 인사들이 더 나쁜 거라고 분명히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유순봉에게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신이 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똑똑하기도 하고 현명하기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래서 착한 사람을 봉으로 여기는 풍토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피해자인 그를 닥달하고 있으니, 나 역시 착한 사람을 답답하게 여기는 똑같은 속물이 되고 만다.  

제일 나쁜 것은 기천웅이었지만, 유순봉을 이용해 먹는 피디의 행태도 그 못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일요일이라 영장이 안 나온다는 한 마디는 심각한 와중에 한숨 섞인 웃음을 짓게 하면서 잠시 쉬어갈 짬을 내준다. 착하게 사는 것 외에 그 어떤 세상살이에 대한 답이 없는 유순봉 씨에게 세상은 너무도 잔인하고 두려운 대상이다. 그러니 그의 '어머니 감사합니다!'라는 혼잣말은 그를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주문 같이 들린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곧 무너질 것 같은 초라하고 버거운 가장의 심사 말이다.  

너무 착해서 답답한 유순봉 씨 얘기 다음에는 너무 못됐지만 어이 없어서 웃게 만드는 명구 씨가 등장한다. 바로 다섯 번째 단편 '떠나지 말아요, 오동나무' 편이다.  

아내 혜순 씨의 표현에 의하면 '개도 안 물어갈' 명구 씨는 아내를 그저 밥해주는 식모정도로만 여기고 있을 뿐이고, 결혼하고 수십년 동안 오입질로 날이 새는 인물이다. 게다가 똥오줌 다 받아내야 하는 시어머니까지 건사해야 하니 혜순씨의 일상이 얼마나 고단했겠는가. 그런 혜순 씨의 유일한 낙은 어릴 적에 잠시 스쳤던 친구 성희의 오빠에게 환상을 갖고 편지를 쓰는 일이다. 편지 속에서 혜순 씨는 성호 오빠를 여보라고 부르며, 당장이라도 그가 있는 미국으로 갈 것처럼 덤빈다. 나중에 아내의 여권과 편지를 발견한 명구 씨는 온갖 구타와 패악질을 쏟아내고는 집을 뛰쳐나온다. 나오면서 아내의 공책들을 다 들고 나온 명구 씨는 뒤늦게 아내의 오랜 기록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혜순 씨의 지난 삶을 되돌아 보며 연민을 느낀다. 그리하여 대인배의 마음으로 미국의 성호에게 아내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 마음을 편지로 적으며 스스로를 시인 혹은 문필가로 느끼는 명구씨. 집으로 돌아와서는 병든 어머니께 올리는 편지에서 스스로를 기구한 인생역경을 거친 불우한 사내로 표현하며 또 망상에 빠져든다. 너무 착해서 문제였던 유순봉과 비교되는, 스스로를 착하다고 믿고 있는 어이 없는 사내의 원맨쇼를 보는 인상이었다. 혜순 씨를 생각하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인사이건만, 이 남자의 행태가 너무 우스워서 독자는 미워하는 마음을 먹기도 힘이 든다. 이렇듯 개도 안 물어갈 인간에게조차 유머와 해학을 함께 불어넣는 것이 윤영수 작가의 미학이기도 하다. 

그녀의 글은 늘 따뜻했다. 여섯 번째 단편에서도 세상사에 찌든 외롭고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지만, 돈밖에 모르며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몹쓸 아버지가 등장하지만, 그렇게 발 디딜 틈 없이 위태위태한 인생 가운데 서로 기대어 살며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은주 씨를 등장시키지 않던가. 세상살이의 척박함과 살벌함을 포장해서 가리지 않지만, 그것들을 그저 냉소적인 시선으로 차갑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녀의 글은 힘이 있다.  

착한 사람 문성현을 읽을 때는 순수 우리말을 많이 써서 부끄럽게도 문장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이번 책에서는 부러 많이 쓰는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전작과 닮아 있지만 전작보다 한 발 앞서 나간 문장과 이야기가 반갑기만 하다. 그렇지만 표지 디자인은 대략 난감하다. 표지 때문에 책을 살 것인가 몹시 고민했다는 고백을 해둔다. 

덧글) 269첫줄 위선을 가면을 >>>위선의 가면을 

오타를 하나 더 발견했는데 북클립을 한꺼번에 떼내는 바람에 어디에 표시를 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아무튼 책이 많이 찍혀서 다음 번에는 고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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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