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 빈센트 쪽빛그림책 7
이세 히데코 글.그림,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6월
절판


내가 참 좋아하는 이세 히데코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양장본에 같이 겹쳐 나오는 이중 커버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책 표지와 겉껍데기의 표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질 때는 어쩐지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노란 겉표지는 빈센트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노란색이지만,
커버를 벗겨낸 뒤의 푸른색 표지는 그의 우울했던 정서와 고독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색감을 보여주고 있다.
리뷰 쓰려고 사진을 찍어둔지 꽤 되었는데 그사이 바빠져서 잠시 방치해 두었더니 언니가 노란 겉표지로 부채질 하다가 하단 부분을 찢어먹었다. 아, 부들부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의 화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 테오다.
빈센트에게 있어서는 영혼의 반려자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테오에게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나에게는 형이 있었습니다.

-라며 이 책은 시작한다. 형의 무덤 앞에 형이 좋아했던 해바라기를 놓는 테오의 그림자가 무척 어둡고 무겁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황금빛 밀밭 춤추는 물결 속에서 베어진 밀 냄새와 형의 냄새를 모두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형은 어디에 있는가?
서늘한 느낌으로 첫 장을 열어본다.

시작은 네덜란드, 그들의 고국에서 출발한다.
마을에 하나밖에 없던 조그만 교회의 목사였던 아버지는 서재에서 늘 성경을 읽고 계셨지만 밤이 되면 어린 형제들에게 디킨스와 안데르센의 책을 읽어주곤 하셨다.
형이 유난히 좋아하던 크리스마스 캐럴...

봄이 지나고 밀이 쑥쑥 자라는 여름이 되었다.
형과 함께 밀밭 사이를 뛰놀던 추억이 어른거린다.
형은 지금 그 밀밭 사이에 숨어 있는 것일까.
나처럼 떠나지 못하고 내 곁을 서성이는 것일까.

형은 아버지처럼 되고 싶어했다.
기숙학교로 떠날 때 형은 열한 살, 나는 일곱 살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살아갈 것에 대해 형은 불안과 외로움으로 떨었겠지만, 나는 형이 아버지와 단둘이 비밀 여행을 떠나는 줄 알고 부러워했다.
철없던 시절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형은 도시의 화랑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림에 둘러싸여 일하는 즐거움이 편지에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형이 화가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아버지는 형이 가난한 목사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나 역시 열여섯 살이 되자 곧바로 화랑에 취직했다.

하지만 형은 끝내 아버지처럼 목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했다.
화집에 숨겨 몰래 성서를 읽고, 하숙집 벽을 종교화로 가득 메우던 형은 화랑에서 쫓겨났고, 몇몇 직장에서도 정착하지 못했다.
마치 세상에는 형이 앉을 의자란 없는 것만 같았다.
가난한 탄광 사람들을 위해 전도사가 되겠다는 형의 주장에 아버지는 한숨을 쉬셨다.
형은 탄광에 들어가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들 가까이 다가갔다.
가진 것을 모두 내주었고 맨발로 설교했다.
하지만 태양을 잊은 칠흑 같은 땅 속에서 형은 오히려 자신의 참 바람을 찾고 말았다.
화가가 되겠다는 형의 외침 속에는 자유의 냄새가 나기까지 했다.
스승이 없었던 형은 자신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칭찬하는 살마도, 갖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는 그림이었지만 형은 열심히 그렸다.
내가 보내주는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형은 여행을 계속했다.
풍경 속을 떠도는 눈은 화가로서 형을 성장시켰지만, 고독은 더욱 깊어갔다.
나는 파리에서 그림을 파는 장사꾼이 되었다.
형은 파리의 내 아파트에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며 논쟁을 벌였다.
아파트는 그림들로 가득찼고, 형은 쉴 새 없이 자화상을 그려댔다.
그 얼굴은 형이었고, 곧 나였다.
내게 있어 이기적인 형은 동경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미움의 대상이었다.

형은 다시 남쪽으로 떠났다.
남프랑스에 정착한 형은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내가 보내준 돈을 작품으로 돌려보냈다.
감사와 요구의 편지를 보내는 형은 타고난 화가였고,
그림을 파는 나는 슬픈 장사꾼이었다.
나는 형의 그림을 한 장도 팔 수 없었으니까...

형의 아틀리에를 찾았던 유일한 한 사람이 있었다.
두 예술가는 서로를 질투하며 치열하게 그림을 그렸고, 양보하지 않았다.
마침내 싸움이 벌어졌고, 친구가 떠난 자리에는 텅빈 두 개의 의자와 형의 오른쪽 귀가 남았다.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없었던 형은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혔다.
"내 영혼에 조그만 난로가 있는데, 아무도 불을 쬐러 오지 않는구나."
형은, 자신만이라도 그 조그만 난로의 열기로 몸을 녹일 수 있었을까.
부디 그랬었으면 한다.
형의 열정과 고독과 외로움은 형을 파고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림 속에서만 형은 자유로워 보였다.

보이나요, 소나무 숲과 안개에 둘러싸인 마을의 교회가,
구름을 가르고 쏟아지는 봄빛이, 솜털 같은 밀의 새싹이,
역광에 금빛으로 빛나는 히스 들판이며 까치둥지가.

들리나요, 새의 노랫소리가,
하늘 높은 곳에서 형, 형, 형 하고 부르는 노랫소리가.
아아, 단 하나뿐인 나의 형......


알다시피... 빈센트 반 고흐가 죽고 나서 그의 동생 테오도 6개월 만에 형의 뒤를 따른다.
그래서 더더욱 그둘 사이는 영혼의 반려자라는 느낌이 강렬하다.
이 그림은 고흐가 그린 자화상인데, 왼쪽의 인물은 테오라고 암스테르담 박물관이 결론을 내렸다.
실로 닮은 두 사람이다.

이세 히데코는 오래도록 고흐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가 그려낸 그림은 고흐의 느낌을 잘 살렸으며 자신의 색깔을 잃지도 않았다.
어딘가에서 이세 히데코가 한쪽 눈을 잃었다고 보았는데, 그래서일까 더더욱 한쪽 귀를 잃은 고흐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다.
그리움과 외로움을 가득 담아 이 책을 재차 읽어본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형제의 이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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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9-09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유일하게 대출하지 않는 책은 이세 히데코에요.
작은도서관이 되어도 이세 히데코는 밖으로 내돌리지 않을거에요.
아름다운 형제, 노랑과 파랑과 보라처럼 어울리는...

마노아 2011-09-10 10:20   좋아요 0 | URL
이세 히데코는 너무 소중해요.
순오기님의 작은 도서관에서 이세 히데코를 대출하려면 책이 스페어로 하나 더 있어야겠어요.
중고책으로 하나 더 장만하세요.^^
저는 이 책은 아무래도 알려진 이야기니까 큰 기대 없이 보았는데 너무 좋아서 막 가슴이 시린 거예요.
어휴, 이세 히데코 최고예요. 고흐 형제도 최고구요!

순오기 2011-09-10 13:51   좋아요 0 | URL
어흐~ 나도 이 책 보면서 맘이 막 아팠어요.ㅜㅜ
금슬 좋은 부부도 한사람이 먼저 떠나면 곧 뒤따라 가던데,
고흐 형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곳에서 만나 같이 지내지 않을까 생각하면 조금 위로가 돼요.^^
기웃거려보는데 이세 히데코는 알라딘 배송 중고샵엔 안 나와요.ㅜㅜ

마노아 2011-09-11 09:05   좋아요 0 | URL
저 이 책 중고로 구매했어요. 꺄우~(>_<)
중고 알림 설정해 놓고 진득하게 기다리면 언젠가 또 나올 거예요.
이미 한 권 갖고 있으니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을 거예요.
고흐 형제의 각별함은 시대를 넘어 영원한 전설이 될 거예요.
 

 

1. 아침에 확인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맞아! 어제도 주문했었지. 그제도 주문했었지... 이러면서 매일매일 이런 제목의 메일을 받는다. 그나마 3개월 지나서 금액이 밀려 조금씩 떨어지면 다소 안심했다가 다시금 새 메일이 오면 화들짝 놀라고의 반복이다.  

3으로 나누면 월 25만원 이상을 구입한 셈이구나. 과거에 100만원 넘긴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불안하다. 정신차려!! 

2. 지난 주에 더페이스샵 쿠폰 삽질하는 바람에 하루에 3건을 주문했었는데, 마지막 주문이 도착하지 않아 배송조회를 해보았다. 결과적으로 오늘 받긴 했는데, 그때 오케이 캐쉬백 적립해준다는 문구가 있길래 전에도 봤지만 오늘은 무시하지 않고 클릭해 보았다.(물론 대한통운 회원가입!) 오, 건당 50원씩 적립되는 게 아닌가! 최근 일주일 안에 받은 주문 건만 해당되므로, 몇 개 찾아서 250원 적립받았다. 흐뭇한 걸! 

3. 그러다가 스폰서 적립이었나? 암튼 뭘 잘못 눌렀는데 무려 10000원의 해피머니 상품권을 준다지 뭔가! 오, 보험 가입 권유 전화 한통 받아주고 만원이면 괜찮은데? 하고는 상품권을 바꿔서 알라딘 계정에 바로 넣었다. 앗, 그런데 천원만 적립되는 게 아닌가! 다시 확인해 보니 내가 0을 하나 잘못 본 거였다. 처음부터 천원이었다. 아, 김새네. 보험전화 많이 오면 어쩌지?ㅡ.ㅡ;;;; 

4. 프로필 사진 변경했다. 다음주로 연기되었던 위대한 탄생이 다시 이번 주로 땡겨졌다. (대체 몇 번을 바꾸는 게냐!) 

덕분에 공장장님을 한 주 먼저 보게 되었다. 슈스케가 슈퍼 위크 들어가서 무척 재밌어질 때라 쪼오끔 아쉽지만, 그렇다고 보스를 포기할 수는 없지! 

 

5. 그리고 오늘 빵 터진 사진 하나. 

미성년자 배드신 장면이란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6. 신은경 양악수술 후 사진을 오늘 처음 보았다. 오! 정말 알흠다워졌는걸! 그동안 강혜정이나 신이 등은 수술 후 얼굴이 너무 달라져서 매력이 떨어져 보였는데 신은경은 무척 부드러워 보이고 어려보이는 것이 수술 결과가 좋아보였다. 나도 모르게 나의 각진 턱을 만져보게 된다. 호오오....! 

7. 오늘 낮에 오랜만에 큰 씨스터가 다녀갔다. 그리고 나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비즈 반지 마구 퍼주지 말라고. 헐! 둘째 씨스터가 그새 일렀구나..;;;; 반항하는 마음으로 공주의 남자 보면서, 연이어 무릎팍 도사 장근석 편을 보면서 반지를 세 개 만들었다. 마지막 하나는 사이즈를 잘못 만드는 바람에 내 손가락에 안 들어가네. 아뿔싸! 

8. 오늘 버스에 앉아 있는데 뒷자석으로 가던 아주머니가 가방으로 내 머리를 강타했다. 막 잠이 들려던 찰나였는데 날벼락! 요새는 지하철에서도 발을 밟히기 일쑤고, 버스안에서도 자주 가격을 당한다. 아무도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을 안 하고 있다. 씨이!! 

9. 지난 토요일에는 친구와 영등포에 있는 워터파크에 다녀왔다. 내 친구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친구와 워터파크 가는 거였다. 알고 지낸지 11년 만에 드디어 서로의 알몸을 트는 순간이 왔달까. 연예인 공식 몸무게(48kg)을 자랑하는 친구였지만 내게는 다행스럽게도 안경 벗으면 반장님이기 때문에 용감해질 수 있었다. 딱히 여름 휴가랄게 없었던 지난 여름이었는데, 그래도 물놀이 한 번은 다녀왔구나 생각하니 무척 기쁘다. 거리가 가까우면 조카들 데리고 다녀오면 좋겠는데 넘흐 멀다. 조그마한 워터파크도 이리 재밌는데 캐리비언 베이 가면 너무 신나서 기절할지도 모르겠다.  

10. 지난 금요일에 박경철-안철수 강연회를 언니가 간다기에 녹음을 부탁했는데, 요며칠 갑자기 바빠져서 아직 파일을 들어보지 못했다. 시장 출마 관련해서 시끄러웠던 시점이어서 궁금했는데 어느새 일주일 가까이 흘러버렸다. 하지만 나꼼수부터 들어야지. 그게 더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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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9-08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두루두루 웃음주는 마노아님 페이퍼도 재밌는데 태그야말로 종결자!!^^
어젠 아침부터 교육청 연수에 꽤 빡빡한 일정이라 고단해서 초저녁부터 잠들었어요.ㅜㅜ
덕분에 새나라의 어린이퍼럼 일찍(5시)에 일어났어요.^^

마노아 2011-09-08 08:1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몹시 바쁜 일정을 소화했군요. 저는 오늘 한 시간 더 자고 일어났더니 좀 살 것 같아요. 눈도 덜 뻑뻑하구요.^^ㅎㅎㅎ

프레이야 2011-09-08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 웃으며 읽어내려가다가 버스에서 머리 강타 날벼락에서 빵 터져요.
마노아님은 무지하게 아팠을텐데 전 왜 이케 웃음이 ㅋㅋ ㅜㅜ 미안요.
그래놓고 미안하다는 말도 아무도 안 하다니요. 에구..

마노아 2011-09-08 08:13   좋아요 0 | URL
진짜 아팠어요. 가방도 대따 컸어요. 그 아줌마가 다시 앞으로 가면서 휙 지나가는데 무서워서 피했다니까요..ㅜ.ㅜ

2011-09-08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8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8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8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11-09-0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며칠 전에 지하철에서 일어나다가 제 앞에 서서 책 읽는 여자분의 책에 이마를 찍은;;

마노아 2011-09-08 12:54   좋아요 0 | URL
아, 초민망한 상황! 그래도 곧 내린 거죠? 다행이에요..ㅜ.ㅜ

달사르 2011-09-0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 ㅋㅋㅋ 지름신의 강림을 우리가 어찌 막으리오! 게다가 주위 알라디너들이 멋진 포스팅으로 자꾸 구매를 부추기기까지 한다면야! ㅎㅎㅎㅎ 알라딘에서 저런 메일 받으면 정말 화들짝, 하겠어요.

ㅋㅋㅋㅋ 알몸을 트는 사이, 와~ 두 분의 우정이 왠지 더 돈독해졌을 것 같애요. 영등포에 있는 워터파크..외워놔야징. 서울 가면 저기 가봐야징~

마노아 2011-09-08 12:55   좋아요 0 | URL
저는 중고샵 생긴 이래로 지름신이 세 배는 강림한 것 같아요.
지금도 내가 설정해 놓은 책들이 중고로 떴다고 알림 문자가 수두룩하게 왔어요.
검색하는 게 두려워요. 아침에 주문 하나 했는데 또 할 것만 같아요.ㅜ.ㅜ
영등포 워터파크 씨랄라~라고 합니다. 재미나던걸요.^^

카스피 2011-09-0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정말 무서운 메일이네요 @.@

마노아 2011-09-08 12:56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동시에 받고 있는 무서운 메일이에요...;;;;

pjy 2011-09-0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겁나 쪼잔한 마일리지가 배보다 더 큰 배꼽을 낳는 상황이지요^^;
저도 이번주엔 유난히 밟히고 찍히는데요.. 요새 다들 환절기라 뇌가 외출하나봐여~~
기냥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죄송하시죠? 쫌 아프지만 괜찮아요~" 이럴까봐요ㅋ

마노아 2011-09-09 10:14   좋아요 0 | URL
지하철에서는 왼쪽 여자가 왼쪽 발을 밟고, 오른쪽 남자가 오른쪽 발을 밟았는데 둘 다 사과 안 해서 무지 화가 났어요...;;;
어제도 버스에서 사건이 하나 있었지요. 하아...;;;;
버스 지하철 안의 여러사례 모음집을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스탕 2011-09-08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7월에 한번 8월에 한번 주문장 제출한 사람입니다. 하하하~~~
덕분에(?) 골드로 강등되어 혼자 히죽거리고 있지요. 아.. 나 플래티넘 벗어난 여자야~~ 그러면서요.
어제 장근석 보면서 내가 여지껏 알았던 장근석은 껍데기였구나.. 했어요. 생간을 주장하던 모습이라니 ㅋㅋㅋ
근데 어제오늘 분위기로 봐서는 강호동이 제대로 활동을 못할 분위기던데 다음주 1박2일이나 무르팍도사가 걱정되던걸요? 이러다 벌려놓은 프로그램 제대로 마무리도 못하고 하차하겠네.. 싶어서요.
(강호동을 옹호하는게 아니고 프로그램이 걱정 되어서요;;;)

마노아 2011-09-09 10:16   좋아요 0 | URL
오오오, 대단한 무스탕님! 골드로 강등되셨다니, 무한도전을 하셨습니다.^^ㅎㅎㅎ
저도 예전에 딱 한 번 골드로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잠시 방심했더니 순식간에 플래티넘이 되어서는 수년째 못 내려가고 있어요.ㅜ.ㅜ
장근석은 천상 연예인을 해야 할 친구더만요. 끼가 넘치고 스스로 그것을 즐겨요. 뭐, 좋은 일이죠.ㅎㅎㅎ
강호동은, 터질 게 터진 것 같은데 늘 타이밍이 수상하다고 여기긴 합니다. 어휴...;;;

yamoo 2011-09-0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3번, 8번 읽고서 웃음이 멈추지 않아요...ㅋㅋㅋ

마노아 2011-09-09 10:16   좋아요 0 | URL
3번이 큰 웃음을 줄줄 몰랐어요.ㅋㅋㅋ

꿈꾸는섬 2011-09-08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께 무례하게 군 사람들이 얄미워요.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저도 예전에 출퇴근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만원 버스 혹은 지하철에서 발도 엄청 밟히고 잠들려는 찰나 부딪히고...
답사 후기 기대하고 있어요.^^

마노아 2011-09-09 10:17   좋아요 0 | URL
답사 후기를 오늘은 꼭 써야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봅니다. 기다려주세요.^^ㅎㅎㅎ

비로그인 2011-09-08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마노아님 서재 들어오면, 삽질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여서 매번 웃고가요 ㅎㅎ
버스 아줌마의 일격 - 요거 복병이죠. 지하철 아줌마의 요이땅 - 요것도 그에 못지 않구요.
저는 오늘 지하철에서 서서 책 읽고 있는데 앉아 있는 아주머니가 손짓을 하시더라구요.
알고 봤더니 그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는... 아, 고마우셔라! (감동했답니다 ㅠㅠ)

마노아 2011-09-09 10:17   좋아요 0 | URL
자칭 타칭 삽질의 여왕이 되어가고 있어요. ;;;;
저는 어제 할아버지께 자리 양보했는데 이분이 기어이 거기 안 앉고 맨 뒷자리 올라가시다가 떨어지셔서 옆에 분들이 엉덩이 받아주었답니다. 아, 정말 놀랐어요..ㅜ.ㅜ

토토랑 2011-09-09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3번은 앞으로 메일이 조큼 많아지실거에요~

저는 5번 보고 빵~~ 첨엔 모지모지 하다가 뒤늦게 아하~ 하고 크크크했다는..

마노아 2011-09-09 10:18   좋아요 0 | URL
메일이 좀 늘어나는 정도면 차라리 낫네요. 전화보다는요.^^ㅎㅎㅎ
앙, 아가가 귀여워요. 요새 배는 금값!!
 
라디오 지옥 紙屋 - 신청곡 안 틀어 드립니다
윤성현 지음 / 바다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신청곡 안 틀어주는 까칠한 피디의 라디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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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간이 - 3 Idiot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mm가 km가 되는 주문, 알 이즈 웰(All i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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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09-0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별이 다섯개!!!!! (그래서 느낌표도 다섯개. ㅋㅋ)

마노아 2011-09-05 23:16   좋아요 0 | URL
용기와 위로를 전해주는 유쾌한 영화였어요.^^ㅎㅎㅎㅎㅎ(나도 다섯개!!!!!)

oren 2011-09-07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개봉하자 마자 봤어요...
저는 이 영화를 보던 그 날 온종일 일도 잘 안되고 해서, '퇴근 후에 최종병기 활이나 같이 보자'고 했는데,
제 아내가 엉뚱하게도 그거 말고 '세 얼간이'를 보자고 하더라구요.
(저는 몹시도 못마땅했지만 겉으로 내색은 못하고 속으로 꾹~~ 참으면서) 그러지 뭐.... 하면서 봤는데,
엄청 재미있는 거에요... 제 아내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안 봤을 영화였죠.. 제목이 너무 구려서 말이지요..ㅎㅎ

그런데, 어제도 마침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도 잘 안 풀리고 해서, 저녁에 '최종병기 활'이나 보자고 했더니....
이번에는 아내가 영~ 별로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마지 못해 그러지 뭐... 하더군요...

결국 아내는 영화가 시작되자 말자 '괜히 왔어... 괜히 왔어...'를 수도 없이 반복하더군요.
'활'은 제 아내에겐 너무 잔인한 영화더군요. 쩝...
세 얼간이 강추입니다!!! 알 이즈 웰!!

마노아 2011-09-07 10:48   좋아요 0 | URL
제목은 꽤 비호감이지만 영화가 참으로 유쾌하죠? 인도 영화의 즐거움이 과하지 않게 표현되고 메시지도 귀담아들을만 하고요.
어쩐지 헐리우드 영화와 발리우드 영화가 적절히 조화된 느낌인데 보고 나서 무척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아, 저는 '활'을 보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꼈는데, 순간 제가 무척 잔인하단 느낌이 들어버립니다.^^;;;

비로그인 2011-09-0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개봉하기도 전에 수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그 영화군요 ( '')~
진짜 대학에 이런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있다면 나도 그 친구들하고 친해질텐데!
그럼 오늘도 내일도 알이즈웰입니다 :)

ps. TTB에 올려진 책 중에 낯 익은 아저씨 한 분이 있네요 ㅋㅋ

마노아 2011-09-07 10:49   좋아요 0 | URL
개봉도 하기 전에...ㅎㅎㅎ
바로 그 영화 맞습니다.
인도의 교육 현실이 우리와 이리 닮아있을 줄 몰랐어요.ㅋㅋㅋ
낯 익은 아저씨는 혹시 파울로 아저씨인가요? ^^
 
유홍준 선생님과 함께 한 부여 답사
<답사기>의 유홍준과 시골의사 박경철의 대화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는 일을 목격하게 된다. 7월와 8월에 걸쳐 삼재가 꼈나 싶을 만큼 되는 일도 없고 뒤로 엎어져도 코가 깨지는 형상이 비롯되더니만, 그런 불운들을 다 엎어버릴 행운이 내게 찾아왔다. 바로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 하는 창비 답사 여행에 가게 된 것이다.  

계간 창비 인문사회팀과 편집 위원 교수님과 그들의 가족분들, 그리고 답사여행기 디자인을 맡은 비타 팀과 명지대 미술사학과 조교님들, 그리고 또 다른 팀이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일정이 겹쳐서 결원이 생겨버렸다. 거기에 초대받은 블로거가 순오기님과 나였다. 처음에 나는 순오기님과 내가 파트너로 가나 했는데 순오기님은 따님을 데려오기로 했다고 해서 야곱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애석하게도 야곱은 가족 여행 날짜와 정확하게 겹쳐서 갈 수가 없었고, 그리고 나서도 프리로 일하는 사람들, 혹은 직장에 휴가 내기가 수월한 사람에게 차례로 전화를 해봤지만 모두들 운대가 맞지 않았다. 무려 9번째 전화로 연락한 언니가 갈 수 있다고 답이 왔다. 대학 동창인데 우리는 만나면 곧잘 우리끼리 답사 가자고 입은 자주 맞추었지만 정작 어딜 가보질 못했던 터였다. 그랬던 우리가 뜻밖에도 멀리 남도까지 가게 된 것이다. 역시나 하나의 문이 새로 열리는 법!  

금요일 오전 7시 50분에 압구정 쪽에서 집합해서 8시 20분쯤 출발했던가? 두 분 교수님이 늦게 오셨다는 소문만 들었다.ㅎㅎㅎ 

전전날 무릎팍 도사 출연 효과로 천안 갤러리아 명사 초청 강연회에서도 갑작스레 350명 정도가 몰렸다고 하니 역시 공중파이 힘은 대단하다. 내게 답사 여행에 동참하겠냐고 연락을 주셨던 창비 팀장님도 책 주문이 몰리면서 답사에 불참하시게 되었으니 눈에 보이는 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의 목적지는 보길도와 완도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6권까지 나왔는데, 7권은 올곧이 '제주도'에 바칠 듯하고, 지금 가는 보길도와 완도 등은 8권에나 소개될 것으로 예상하신단다. 대한민국의 3,000여 섬 중에서 문화유산 관련 섬은 완도, 진도, 보길도 정도 해당되는데, 보길도 옆 청산도는 배편 연결이 쉽지 않아 2박 3일은 잡아야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서편제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고 하니 호기심이 돋는데, 정작 나는 서편제도 보지 못했구나. 뮤지컬 어워드에서 서편제의 한대목만 지켜봤는데 나는 가수다에 피쳐링으로 참가했다가 급 떠버린 차지연의 연기에 소름 돋았던 기억이 난다.  

 

 

노대통령께서 재임 시절에 유청장님께 그리 말씀하셨단다. 거제도를 갔을 때 눈물나게 아름답다고 여겼는데 외국 섬에 가서는 그런 기분을 못 느끼셨다고... 그럼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하셨단다. 그래서 대표섬 4,5개를 관광섬으로 지정해 보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시니 유청장이 해보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추진한 것이 '가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 프로젝트. 

우리가 도착할 보길도와 윤선도, 그리고 나주 관아에 대한 짧은 설명들이 이어졌지만, 그것들이 금세 40여 분 정도를 채웠다. 역시나 건재한 입담이시다. 원래 계획은 황석영, 방배추를 모두 초청하는 거였는데 불발되었다고 하신다. 아,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역사적인 구라 라이브를 볼 기회를 놓쳐버렸다. 방배추 씨는 현재 경복궁 야간 근무 중이신데, 이 자리에 참석하려면 두 명 정도가 근무를 바꿔야 해서 공직근무 중에 그럴 수 없다고 마다하셨단다. 하하핫, 성실하셔라.^^ 

방배추 이름의 유래는 설명하기 귀찮아서 배추 몸처럼 생겨서 그렇게 되었다고 방송에서 말씀하셨지만 실제 이유는 달랐다고 한다. 녹화 마치고 전화해서 앞으로 방배추 이름의 유래는 방송용처럼 가자고 입단속도 시키셨다고...ㅎㅎ 

1권 답사 시절에 황석영이 마이크 잡고 1시간을 못 채웠던 것을 유교수님은 무려 7시간을 연속으로 말씀하셨다고 한다. 11시간 여정 중에 그렇게 8시간이 입담으로 채워졌다니 가히 전설이 될 만하다. '구라' 반열에 올라가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지난 부여 답사 때도 틀어주시던 음악이 참 좋았는데 이번에도 음악 감상을 덕분에 맘껏 했다.  

이번 답사 여행 때 나를 즐겁게 한 또 하나의 시간은 간식 타임이었는데, 지난 몇 달 간 다이어트 한다고 구경조차 하지 못했던 달달한 것들이 가득했다.  

 

가장 신선했던 것은 커피였다. 다이어트 중에 가급적 자제했지만 조금씩은 금지 식품들을 먹었는데 유일하게 100% 안 먹은 것이 커피였다. 난 데미 소다 달라고 한 거였는데 간식 주시던 분이 잘못 알아들으시고 커피를 주셨는데, 그게 너무 유혹적이어서 그냥 홀랑 마셔버렸다. 아,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역시 커피는 진리였어! 

정안 휴게소에 들러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재촉했다. 버스에 탑승하고 계신 여러 인사들을 소개해 주셨다. 제일 위에 이름이 올라 계신 분이 백낙청 교수님이셨는데 혹시 이게 나이순??? 이번 여정에 인상을 보고 깜짝 놀란 분이 몇 분 계셨는데 그중 한 분이 백낙청 교수님이셨다. 너무 선하게 생기셔서 이분은 시를 써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어느 것 하나 막히지 않는, 인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셨다. 내기 바둑을 위해 참석하셨다는 임재경 선생님과 유교수님이 윤선도에 대해 허튼 소리를 할까 봐 감시 차 참석하셨다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님, 그리고 유교수님이 직접 딸의 주례를 선 이후 함부로 못하고 계시다는 김정헌 화백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유인태 씨와 지난 부여답사 때도 눈도장을 찍은 눌와 김효형 대표님, 그리고 여러 대학의 여러 교수님들이 각자 자기 소개를 하셨다. 그 중에는 21년 전에 보길도에 왔다가 파도 소리에 홀려 결혼을 결심하셨다는 부부도 계셨고, 논이 없던 제주도를 진도가 먹여 살렸다며 진도 쌀을 소개하신 분도 계셨다. 오호라! 제주도가 진도에 그런 빚을!
하여간, TV나 신문에서나 이름을 볼 법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블로거란 이름으로 자리한 나는 유일한 민간인이 된 기분으로 앉아 있어야 했다. 아, 뻘쭘하여라..;;;;  

유인태씨는 대학 때 물에 빠진 유교수님을 구해준 일화가 있다고 하신다. 그 공으로 현상금 붙은 친구를 숨겨주었다가 민청학련 사건 때 걸렸다는 유교수님. 빚은 그때 갚았는데 평생 우려내는 중이라고... 하핫! 길이길이 기억될 명 추억이 되겠다. 

지난 번 서울역사박물관 대화 때도 들었지만, 신촌 우리마당에서 진행한 우리 미술 수업은 16주로 끝나지 않아서 다시 16주를 연장했는데, 그 바람에 사설강습소법 위반으로 걸렸다고 하신다. 연속 30주 이상은 등록을 해야 한다고... 그래서 장소를 물색하다가 어느 포교원에 자리를 잡으셨단다. 부처님 불상 앞에 스크린을 걸고 수업을 하셨는데, 하필 그때 그림이 김홍도 신윤복 차례로 유명한 춘화가 차례로 등장했단다. 하하핫, 부처님이 졸지에 쉽지 않은 구경을...ㅎㅎㅎ 

우리가 첫날에 머무를 보길도는 무려 1000만 평이나 된단다. 흔히 평수로 이야기할 때 기준이 되곤 하는 여의도가 80만 평에 해당하고, 서울이 2억 평, 제주도가 6억 평, 그리고 남한 전체는 약 300억 평에 해당한다고 하신다. 끝발 있는 ~청은 모두 서울에 있다고 하는데 끝발 없는 ~청은 모두 대전에 있다고 썰~을 푸시는 유교수님! 

산림청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고 한다. 면적이 너무 넓어 관리하기 힘들다고... 대략 200억 평쯤 된다고 한다. 국토의 2/3가 산이라고 배웠던 기억을 살려도 맞아 떨어지는 수치다. 그러자 경찰청장은 사람 사는 곳을 다 쳐야 하니 300억 평이라고 엄살을 늘어놓으셨다고... 그러자 해양청장이 바다는 육지의 4배라며, 1200억 평이라고 으름장을 놓으셨다고 한다. 이제 유교수님이 나설 차례다. 문화재청장은 등기등본 상 직할만 약 1억 평이라고 하신다. 여기에 매장문화재는 육지와 바다 모두 해당되는데, 이중 바다는 3년에 하나 건져 올리므로 다 올리려면 600년이 걸린다고... 게다가 몽골, 태국 등등 해외에 나가 있는 문화재까지 생각하면 근무하기 가장 고달픈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셨단다. 하지만 인생도처유상수! 더 큰 고수가 등장했다. 바로 기상청장. 자긴 계산조차 할 수 없다고 하신다. 하핫, 하늘과 우주 앞에 누가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있으랴! 

버스가 나주에 도착하면 거기서 점심을 먹고 순오기님 일행과 나의 일행이 합류하고, 그쪽으로 오신 몇 분이 더 합류하게 되어 있었다. 나주는 정약용과 정약전 형제가 유배길에 올랐다가 헤어진 길목이신다. 그렇게 헤어져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고 끝내 불귀의 객이 되었으니 참으로 아픈 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 작년에는 강진에 무척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갔던 기억이 난다. 역시 강진에도 한 번 가봐야 해.... 

차에서 내리기 전에 유교수님이 내게 메일로 글 잘봤다고 하셨다. 어떤 메일인지? 아마도 박경철-유홍준의 대화 포스팅 말씀하신 듯하다. 알라딘 뉴스레터에 실렸고, 창비쪽에서도 링크를 건다고 했으니 말이다. 아, 쫌 쑥스럽다.^^ 

나주에 예약된 식당은 '하얀집'이란 이름의 곰탕집이다.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고르셨다고... 

 

먼저 도착한 순오기님과 민주양, 그리고 나의 일행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오기 전에 멀미가 나서 고깃국물을 먹을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는데 아주 맑은 국물이었고 시원한 맛이어서 속이 오히려 편안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섬으로 가기 전에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답사기 6권에 보면 조선시대 관아의 비극적 운명에 대해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관아가 제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게 없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신시가지 형성 과정에서 훼손되어버렸고, 관리되지 않은 한옥은 필연적으로 허물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또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더구나 전국 관아 터에 모두 초등학교가 들어서고 해방 후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져 버렸다. 당시 문교부 관할 건물은 문교부 땅에 지어야 했으므로 오늘날의 문화재청이 가장 유적을 훼손한 셈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 중 제대로 복원 가능한 곳이 7곳 정도였고 이중 나주 관아가 복원 진도가 가장 빨랐다고 한다.  

서울의 형상과 가장 닮아 있다는 나주는 왜구 문제로 시끄러운 곳이었다. 때문에 서울 다음에 중요한 곳으로 인식되어 나주 목사는 주로 무관을 임용했다고 한다.  

  

나주 향교를 찾기 위해서 길을 빙글빙글 조금 헤매어야 했다. 해가 들어간, 조금은 컴컴한 날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뜨거운 날이어서 옷이 흠뻑 젖고 말았다. 날이 화창했으면 사진이 좀 더 잘 나왔을 텐데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향교는 지방의 교육 기관으로 유교 선현에 대한 제사 기능과 교육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나주 향교의 건물 배치는 서울의 문묘와 같은 형식은 전묘후학을 이루고 있다. 즉 앞쪽에는 제사 공간, 뒤쪽에 학습공간이 위치한다.

 

보물 제394호로 지정된 대성전이다. 공자를 중심으로 한 27위의 위패를 모신 공간으로 단연코 향교의 중심 건물이라 할 수 있다. 건물이 무척 커서 늠름해 보인다.  

 

향교 옆엔 꼭 있다는 은행나무가 이곳에도 역시 600년 수령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다. 사진에 찍힌 인물들을 모자이크 처리했더니 나무의 기상이 죽어버린다. 아흐 동동다리~

박석무 이사장님의 걸걸한 목소리로 나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땅끝마을로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려 배에 탑승했는데, 버스도 배에 실려서 이동했다. 우와, 배가 생각보다 크구나!

 

'땅끝'이라는 글자보다 더 땅끝을 느끼게 해준 건 등대였다. 

 

날이 어두웠기 때문에 바닷물이 반짝이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분위기 있는 빛깔을 보여주었다. 

(사진 펑!) 

목에 걸린 볼펜은 나의 동행 언니가 선물해준 거였다. 나는 답례로 팔에 차고 있는 팔찌를 주었다. ^^ 

 

배 위층에서 때아닌 맥주 선상 파티가 열려버렸다. 맥주 권할 때 생각 없어서 거절했는데 뒤늦게 아쉬움이 밀려와 버스 안에서 다시 맥주를 받아놨다. 유교수님은 술을 전혀 안 드시는 줄 알았더니 맥주를 드시고 계셔서 반사적으로 찰칵! 나중에 조교님께 물어보니 술 잘 안 하시는데 집필하실 때 한 잔 정도 즐기시는 정도라고 하신다. 최근 담석 제거 수술을 받으셨다던데 건강 유의하셔요!!! 

선생님 오른쪽으로 찍힌 선글라스 쓰신 분은 유인태 전 정무수석님? 끊임없이 담배를 물고 계시던데 그게 금연초인지 전자 담배인지... 오실 때는 버스 안에서도 피우시더만...ㅜ.ㅜ 

 

구름과 바다와 그 가운데 섬이 한폭의 그림 같다. 누구 작품인지 절경이다. 

 

여러 섬들을 하나씩 거치면서 승객을 태우는 것 같았다. 보길도행 페리호에 타고서 한 시간 정도를 가고 나서야 드디어 보길도에 도착했다. 

 

버스 안에서는 다시 간식 타임! 맥주는 쟁여뒀다가 밤중에 먹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은 이미 날아간 상태! 

 

보길도가 사랑받게 된 데에는 윤선도의 공이 크다. 제주도로 유배를 갈 때는 완도에서 출발하기 마련인데 날씨가 좋으면 하룻길에 제주까지 닿지만 풍랑을 만나거나 하면 보길도에서 쉬어갔다고 한다.  윤선도의 경우는 보다 극적이다. 병자호란 당시 해남에 낙향해 있던 윤선도는 가솔과 노비들을 이끌고 올라가다가 인조의 항복소식을 듣고는 뱃머리를 돌려 제주도에 은거할 뜻을 세운다. 남쪽으로 내려가던 윤선도는 도중에 어느 섬에 들렀는데 풍광이 하도 아름다워 은신처를 잡게 되었으니 그곳이 바로 보길도다. 유교수님의 국보순례에도 이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언니가 찍은 사진인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바탕화면으로 써도 좋겠다고 생각한 사진이다. 운치 있다! 

 

마치 연꽃이 피어나는 듯한 지세라고 해서 이곳 이름을 '부용동'이라 지은 윤선도는 이곳에 거처할 집을 짓고 그에 딸린 정자와 연못도 만들었다. 계곡물을 판석으로 막아 연못을 만들고, 연못물을 끌어들여 인공연못도 만들고, 그 사이에 섬을 축조하고 세연정을 지었다. 못 가운데에는 육중한 자연석 일곱 개를 배치하였다. 실로 장대한 스케일이라 할 수 있다.  

 

세연정 전경이다. 3칸짜리 정자인데 몹시 크다. 

 

정자 한쪽 끝에 조금 올라간 부분은 불을 때울 수 있는 공간 같다. 그 위에 밀짚 모자 쓴 민주 양이 보인다. 문 열어보는 이가 유교수님! 

 

주변을 한바퀴 빙 돌고는 반대편에서 세연정을 찍어보았다. 이곳을 둘러싼 모든 산과 계곡을 모두 정자 안으로 끌어당기는 건축 구조라니, 호방한 기상이 마구 솟구친다. 이런 자리에 앉아 있으면 절로 싯구가 떠오르지 않을까? 

 

여섯 어르신들도 한 자리에 모여 찰칵! 왼쪽부터 유홍준, 김정헌, 백낙청, 박석무, 유인태, 임재경(아마도..;;;;) 선생님.

  

그리고 이어진 산행. 10여분 정도로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길이 미끄러워서 무척 조심스러웠다. 저 커다란 바위는 마치 장금이를 촬영한 장소 같잖아! 

 

오르는 길은 꽤 힘들었다. 이렇게 힘든 길은 미리 말해줬어야 했다는 어르신들의 아우성이 빗발칠 때에야 옥소대에 도착했다. 꼭대기에 올라서 아래를 휘둘러 내려보니 없던 호연지기도 생길 판이다.(아, '호연지기' 하면 나꼼수의 가카가 생각나...;;;;) 

(사진 펑!) 

산에서 내려와 정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을 때에 유교수님이 슬쩍 들어오셔서 내 옆에 서셨다. 너무 좋아서 표정 관리가 안 되어버렸다. ㅎㅎㅎ 이때부터 많은 참가자들과 유교수님의 포토타임이 시작되었다.^^ 

 

세연지의 저수를 위해 만든 판석보는 일명 '굴뚝다리'로 불린다. 건조할 때는 돌다리가 되고 우기에는 폭포수가 되어 일정한 수면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고 하니 신비롭다. 인물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모자이크 처리는 패쓰!

 

날이 흐려도 물에 비친 나무 그림자를 가릴 수는 없다. 마음까지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진다. 

 

4번 사투암은 '옥소대를 향하여 활을 쏘는 데 발받침 역할을 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유교수님이 활쏘는 시늉을 해보이셨는데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다. 어디 갔지??? (나중에 찾아보니 활쏘는 자세를 취한 것은 다음날이었다. ㅎㅎㅎ)

 

역시 윤선도를 떠올리게 하는 보길도답게 '어부사시사'라는 이름이 제격이다. 

(아악 쓰다가 다운 되어서 글이 날아갔다..ㅜ.ㅜ 미텨미텨...;;;;;)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ㅜ.ㅜ 

 

버스를 타고 조금 이동해서 올려다본 동천석실이다. 산중턱 절벽 위에 지은 1칸 짜리 정자인데 여기서 독서하며 사색을 즐겼다 한다. 음식물은 직접 개발한 도르래를 이용해서 올려받았다고 한다. 한 번 올라가면 좀처럼 내려오기 힘든 곳이니 그야말로 공부 외에는 할 게 없는 곳! 고시라도 준비해야 마땅한 집이 되겠다. 저곳에서 내려다보면 주변 장관이 오죽 대단할까. 하늘과 산과 계곡을 모두 품어안은 곳이니 그 자신의 세계에서 제왕이 되고도 남음이 있겠다. 평생을 당쟁에 시달리며 고단하게 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마어마한 재력으로 풍류남아 기질을 제대로 발휘하며 호연지기를 내보였다.(아, 또 호연지기;;;;;)  

보길도 위쪽의 섬은 '노화도'라고 하는데 풍문으로는 윤선도에 반발한 노비들이 불을 질러서 노화도라는 소리가 있다. 박석무 이사장님은 이런 전설에 노발대발 하셨는데 사실인지 소문일 뿐인지 알쏭달쏭하다. 당대에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지은 것들이 후대에 후손들에게 떠받들어지는 유산이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유교수님은 사치스럽지 않고서 문화유산이 될 수 있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100년 후에 지정될 문화재가 이 시대에 생산되지 않고 있다”

▶정재승 : 지난 20년간 나온 예술 작품 중 전 시대의 수준을 넘는 것이 많은가요. 우리가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유홍준 : 사실, 걱정스러운 면이 많습니다. 문화재청장 떠날 때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100년 후에 지정될 문화재가 이 시대에 생산되지 않고 있다.”

우선 국민정서를 바꿔 부자들이 호화주택을 짓게 해야 합니다. 지금도 3대에 걸쳐 상속세 세 번만 맞으면 재산가치가 제로로 됩니다. 국가로 귀속되죠. 그런데 왜 호화주택을 짓지 못하게 합니까. 국민 정서라는 주위의 시선 문제 때문이기도 하죠. 이상하게 사람을 좌우로 가르고,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분리시켜 보는 시선이 있잖아요. 현재 주택법으로도 200평 이상의 대지는 호화주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중과세 대상입니다. 멋있는 집을 지으면 일단 사치로 봅니다. 그런데 사치가 들어가지 않고 문화유산이 나올 수 있을까요? 평범한 것은 문화재가 될 수 없어요.  

희망의 인문학 캠페인 중에서 

양날의 칼 같은 느낌이다. 노비들에게는 그의 기질이 부담스러웠겠지만 후손들은 그 덕분에 그 시대의 한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하여간 이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보니 해남 윤씨의 재력이 보통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효종이 수원에 그에게 지어준 집이 기울자 목재를 해체해서 해남까지 싣고 와 다시 지었다고 하는데, 임금에 대한 충정도 높이 살만하지만, 그걸 운반해올 수 있었던 그의 집안 재력이 더 대단하다.  

이참에 그의 대표 시조 '오우가'도 한 번 감상해 보자.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것이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 빛이 깨끗하다 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가 맑다 하나 그칠때가 많구나
깨끗하고도 끓일 때 없는 것은 물 뿐인가 한다 

꽃은 무슨 일로 피었다 빨리 지며
풀은 어이하여 푸르자 마자 누러지는가
아마도 변하지 않은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
깊은 땅 속에 뿌리 곧은 줄을 그것으로 하여 안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게 사철이 푸르니 그를 좋아 한다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중의 달빛이 너만 한 것이 또 있겠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는 내 벗인가 하노라

 

버스를 타고 해변을 따라 달려 도착한 곳은 망끝 전망대다. 예전보다 길이 좋아져서 버스를 타고 좀 더 멀리 돌 수 있게 되었지만 섬을 완전히 한바퀴 돌 수는 없어서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공룡알 해수욕장 가는 길에 만난 토종닭! 빨간 벼슬이 인상적이었다. 생각보다 걸음이 빨라서 사진 찍을 때 애먹었다. 저러다 날아가는 것 아닌가 싶을 만큼 빠르더라.^^ 

 

축대의 돌도 큼직하다. 공룡알 해변은 정말 '공룡' 알이 발견되어서가 아니라 돌이 큼직해서 공룡알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크기 비교를 위해서 내 발과 함께 찍어보았다.  

 

하얀 파도가 근사하다! 

  

누군가가 쌓아놓은 자그마한 돌탑이다. 저 돌 사이사이에 무수한 소망들이 담겨있을 테지...  

 

돌은 주워오지 못했지만 소라 껍데기는 주워왔다. 순오기님의 조언대로 락스 물에 담가서 나름 표백을 했는데 그래도 물이끼는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 책장 위에 올려놓으니 다현양이 갖고 싶다고 탐난다. 그리고는 돌아서서는 잊어버렸다능!

 

하늘이 온통 어둑어둑한 가운데 구름인지 안개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가로등이 운치 있어 보여서 한 컷 찍었다. 

 

전복으로 유명한 곳 답게, 저녁 메뉴는 전복 회!! 그렇지만 나는 회 못 먹는 여자 사람!! ㅠ.ㅠ 

 

전라도에서만 판다는 잎새주를 한 컷 찍고, 이날 내 배를 채워준 고마운 고구마도 한 컷! 다이어트의 절대 법칙이 탄수화물을 가급적 제한하는 거였는데, 고구마를 맘껏 먹은 날이었다. ㅎㅎㅎ 

 

식사를 마치고 나와 보니 해가 저물어 검은 바다가 되어 있다. 섬으로 들어오니 일정이 빨리 끝날 수밖에 없어 일찍 숙소로 들어간다는 강점이 있다. 펜션과 민박에 나누어 숙박했는데, 이름은 달라도 숙소의 생김새는 비슷비슷...^^  

더워서 땀도 많이 흘렸지만 바다를 건너는 동안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온통 엉켜있었다. 빨리 샤워를 하는 게 급선무였는데 처음에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 애먹었고, 나중에 온수가 나올 때는 너무 뜨거워서 또 애먹었다. 아주 차갑거나 뜨겁거나! 중간이 없는 물이었다.(성경구절이 하나 떠올랐는데 그게 어디더라... 일곱 교회 얘기할 때 나온 것 같은데...;;;) 

다 씻고 나왔지만 이대로 잠드는 것은 뭔가 억울하다. 이곳 예송리 해수욕장의 해조소리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그게 듣고 싶어서 비가 오는 데도 해변가로 나가보려고 했다. 나의 일행은 방에 있겠다고 해서 혼자 나왔는데 마루 위에서 이미 맥주 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잠시 동승해서 맥주 한캔을 시원하게 마셨다. 아, 오비는 카스보다 뭔가 약해... ㅎㅎ 

눌와의 김효형 대표님은 이미 불콰하게 취하신 것 같았다. 국보순례가 눌와에서 나온 책인데 예약 주문의 사인본에 대해서 질문을 드렸다. 그거 직접 쓰신 거냐고! 

 

하하핫, 직접 다 썼다고 하기엔 너무 대단한 문장이지 않은가. 저 작품은 낙관을 무려 세개나 찍은 거라고 한다. 물론 교수님이 아니라 김효형 대표님이...^^ㅎㅎㅎ 답사 여행의 오랜 파트너로서, 또 눌와에서 나온 책이다 보니 몸소 수고를 하셔야 했다. 게다가 무릎팍 도사 출연 이후 주문 폭주로 전날까지도 계속 낙관 찍었던 터라 손이 너덜너덜 하셨다. 안쓰러버라...;;; 다음권 답사기 때는 더 멋진 낙관 한 다섯 개쯤 부탁한다고 하니 옆에 있던 창비 부장님 표정이 일그러지신다. 절대 사양하시는 두 분...^^ 

무릎팍 도사 촬영기도 질문했다. 때마침 방송국에서 먼저 출연 섭외가 들어와서 내심 기대했던 와중에 반가웠다고 한다. 녹화는 모두 6시간 동안 찍었는데 방송은 1부 50분, 2부 50분 해서 100분 정도 방영될 거라고 했다. 부여 답사 때에 부여로 내려가게 된 계기를 무척 재밌게 들었는데 그 이야기가 나오면 노대통령 얘기도 나오기 마련이어서 혹시 편집된 거냐고 물으니, 정치적인 얘기는 모두 편집 되기 때문에 애초에 하지 않았다고 하신다. 흐음, 그랬구나. 워낙 입담이 좋으신 분이라 방송 녹화 실황이 더 재밌었다고 하신다. 당연히 그랬겠지. 그래도 6시간이면 비교적 짧게 끝난 게 아닌가 싶다. 강호동은 10시간 녹화... 뭐 이런 걸로 워낙 유명하니까.^^ 

방송 직후 답사기 6권 세트의 매출이 대략 6배 정도 늘었다고 하신다. 우와, 대단하구나! 

눌와 대표님은 좋은 책을 만들고 있다 자부하는데 영업이 너무 힘들다고 하신다. 글쎄요... 그건 창비 부장님께 조언을 들으셔야겠네요..^^ 

대표님이 소개한 눌와의 책 한 권 '그늘에 대하여'는 일단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할인률이 적군요. 흑...;;;;

 

 더 앉아 있다가는 해조음을 못 들을 것 같아서 양산을 우산 삼아 쓰고 해변가로 나갔다. 어두워서 소리가 더 잘 들릴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작았다. 물 들어오는 시간대의 차이 때문일까? 

 

어두운 가운데 찍어보았다. 파도에 떠밀렸다가 다시 떨어지는 돌 구르는 소리에 한껏 취했다가 혼자 남아있는 동행이 신경 쓰여 먼저 방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쌓인 밀린 얘기들을 아직도 젖어있는 머리칼을 말리며 나누었다. 그러다가 순오기님과 민주양을 불러서 반지 나누기! 

 

첫번째 사진이 그날 찍은 우리들의 손이고, 두번째는 그 다음주에 만난 친구 손, 그리고 세번째는 어제 만난 친구 손, 네번째는 오늘 만든 반지다. 요새 반지 삼매경에 푹 빠졌달까...  

또 다시 우리끼리 얼마간의 담소를 나누고 취침을 위해 헤어졌다. 몇 시간 사이 욕실이 엄청 습해서 두루마리 휴지가 흥건히 젖어 있었다. 게다가 바퀴벌레가 출몰해서 나의 동행은 비명을 질렀고, 벌레 나올까 무섭다고 해서 불을 켜고 잠을 자야 했다...;;; 그렇게 남도의 밤은 깊어갔고, 밖에서는 아직도 맥주 파티의 여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같이 잠든 언니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고 하던데, 무뎠던 나는 방안에서는 파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벅찼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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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shot 2011-09-05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거의 답사를 갔다온 거 갔네요^^

마노아 2011-09-05 09: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최초에 글 날릴까 봐 저장했던 게 오후 6시인데 막상 글은 12시 넘어서 올라갔으니 쓰는데 엄청 오래 걸렸어요. 물론, 중간에 나가수를 보긴 했지만요...;;;

같은하늘 2011-09-05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너무 부러운 답사여행이예요.
직접 다녀온것처럼 생생해요.^^
안타까운건 아래쪽 사진이 안보인다는거...
내일 컴으로 다시 봐봐야겠어요.
그리고 접힌부분 처음 펼치면 둘째줄에 광광섬이라고 오자가...^^;;
참!! 보내주신 책은 어제 저녁에 잘 도착했어요. 고마워요.

마노아 2011-09-05 09:18   좋아요 0 | URL
사진 지금도 안 보이나요?
오타는 수정했어요.
같은하늘님이 저보다 답사기 먼저 읽으실 것 같아요. 책 재밌게 읽으셔용^^ㅎㅎㅎ

순오기 2011-09-0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경운동가 최열씨는 참석하지 않았고,
유인태 전 정무수석이 피우던 담배는 니코틴 액을 넣어 피우는 전자담배였어요.
밧데리 사망(?)으로 미황사는 못 찍었나요?
버스에서의 상황은 마노아님 후기 아니면 끝내 알지 못했을 내용이네요.^^

마노아 2011-09-05 09:19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누군지 모르겠던 거였군요. 최열씨 이름은 삭제했어요.
전자담배가 맞군요. 차 안에서 냄새는 잘 모르겠는데 연기가 무럭무럭 나서 무척 당황했어요.
미황사는 거의 못 찍기도 했지만 쓰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이튿날 답사후기는 새페이퍼에 쓰려고 해요.^^

hnine 2011-09-05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좋고, 자세한 여행 기록도 좋고, 마노아님 환한 얼굴 표정도 좋고, 다 좋아요.

부용동의 연못은 모네의 그림 같고요, 산 중턱의 동천석실은 석굴암을 떠올려요. 향교 입구의 돌간판도 재미있네요 ^^

마노아 2011-09-05 09:19   좋아요 0 | URL
모네의 그림이라니, 진정 그림같은 표현입니다. 석실에 돌간판에, 돌다리에... 돌로 만든 대단한 것들이 가득했어요.^^

조선인 2011-09-05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이건.... 정말... 부럽습니다. 철푸덕.

마노아 2011-09-05 09:20   좋아요 0 | URL
9월에도 부여답사가 눌와와 부여문화원에서 진행된다고 들었어요.
알아보시고 다시 한 번 도전을!!!

무스탕 2011-09-05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반지 사진에 제 손이 없는게 두고두고 아쉽네요. 같이 돌아댕겼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ㅠ.ㅠ
읽으면서 확실히 어디를 여행하거나 답사를 다닐땐 전문가랑 같이 다니는데 좋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암것도 모르는 저같은 사람들은 아무리 다녀도 경치 구경만 하다가 오는게 다거든요. 뭐 하나 남는게 없이 그냥 '거기 좋았어'로 끝나니 수박 겉핥기가 따로 없어요.
둘째날도 잔뜩 기대중이에요 :D

마노아 2011-09-05 18:04   좋아요 0 | URL
정말 이런 좋은 자리에 참석하게 된 것이 고맙고, 같이 왔으면 좋을 얼굴들 생각에 아쉽고 그랬어요.
제가 맨 처음 답사를 갔을 때도 그저 경치구경만 하고 왔거든요. 도무지 아는 게 있어야 말이죠.
둘째날도 언능 써야겠어요.^^

하늘바람 2011-09-0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 부러울 수가요.

마노아 2011-09-05 18:04   좋아요 0 | URL
모처럼 제게도 남이 부러워할 일이 생겼어요.^^

paviana 2011-09-0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부러워요. 흑흑
표정 관리 안 된거 확실해요. 너무 방끗 웃고 계시네요.ㅎㅎ

마노아 2011-09-05 18:04   좋아요 0 | URL
티나죠? 아, 갑자기 너무 좋아서 입에 완전 벌어졌어요.^^ㅎㅎㅎ

세실 2011-09-18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진 여행기네요. 풍경들이 눈에 선합니다.
보길도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 님 덕분에 사전 답사한 느낌이 드네요. Good!!
참 유홍준교수님이랑 찍은 환하게 웃는 님 사진, 참 예뻐요^*^

마노아 2011-09-18 14:44   좋아요 0 | URL
보길도 참 좋았어요. 뜻하지 않은 행운을 거머쥐고 다녀온 남도 답사가 오랜 우울에 치료제가 되었답니다.^^
저때 표정관리가 안 되어서 좋아하는 티가 너무 났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