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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0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더 좀비스 시리즈의 완결판이지만, 이들 이야기의 최초 지점에 해당하는 책이 나왔다. 레벌루션 No. 0다.
이야기의 첫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더 좀비스'란 별칭도 아직 생기기 전이고, 좀비스다운 맹활약도 무척 약하다. 아이들은 일류고등학교에 둘러싸인 삼류고등학교에 막 진학한 상태이고, 사회와 가족, 그리고 스스로 둘러친 울타리 안에서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는 상태였다.
사건의 시작은 학교의 1학년 전체 합숙 훈련이었다. 난데 없이 학생들을 3박4일 동원 훈련을 시키는데 그 강도가 거의 짐승 부리듯 하는 게 아닌가. 기합을 위한 기합, 때리기 위한 규칙, 낙오자를 만들어내서 퇴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폭력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학교 선생님으로 두고 있는 노구치 덕분에 학교 쪽의 음모를 알아차리게 된다.
학교에서는 낡은 체육관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기로 했는데,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입학생을 정원보다 무려 200명이나 더 받았다. 그 학생들은 수업료와 운영비의 공급자일뿐, 학교가 소화시킬 마음을 먹지 않은 학생들이었다. 일부러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받은 것도 그때문이었다. 그리고 그후 지금까지 학생들을 퇴학시킬 명분을 두루 찾던 중, 확실하게 스스로 나가게 만들 건수로 합숙 훈련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가슴 아픈 건, 사회의 코너에 몰려있는 이 아이들은, 학교를 떠날 때에도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지 자신이 음모에 의해 쫓겨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어. 일부러 성적이 나쁜 학생 200명을 골라서 입학시켰다고. 그런 학생들은 정학을 당하든 퇴학을 당하든, 본인이나 학부모나 자기들을 탓하지 학교 탓을 하지 않기 때문에 클레임도 걸지 않는다고. 그래서 안심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오랜 시간을 두고 세뇌된 '너는 공부를 못한다.'는 열등감과 죄의식이 더러운 술수에 이용되어 보다 깊게 뿌리를 내린다. 우리의 말이 그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가능하지 않다.– 71쪽
아이들은 학교 쪽의 시커먼 속을 알아차렸지만,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폭력 체육 교사 사루지마를 돌려서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약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소한 곳에서 시작된 용기가 하나의 횃불이 될 때가 있다. 아이들은 합숙소를 도망치기로 결정했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머리를 모으고 용기를 끌어안았다. 그 과정에서 이미 더 좀비스의 애독자라면 익히 알고 있을 멤버들의 특징과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었다.
사실 기존에 나왔던 레벌루션 넘버3나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만큼 이 책이 유쾌하고 재밌지는 않았다. 분량도 훨씬 적었고 이미 앞서의 작품으로 높아진 기대치를 채우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도 애정은 무시할 수 없는지, 순간적으로 안기고 싶어졌다는 아기에 대한 묘사나, 여전히 머피의 법칙을 몰고 다니는 야마시타, 그리고 한 카리스마 하는 순신의 존재는 반갑기 그지 없다. 그리고 아들 앞에서 센 척해 보지만, 폭력 교사에게 1대1로 대항할 마음은 감히 먹지 못하는 미나가타 아버지의 이중성에서 어른의 비겁함에 대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이 비단 그 사람 하나의 모습은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또 삼류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이미 루저로 낙인 찍혀버린 모습은 비단 그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또 다시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비록 이 아이들이 당찬 구석이 있고, 앞으로 꽤나 시원스런 모험을 즐길 거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만으로 아이들의 미래가 밝아지지는 않는다. 오늘날의 사회란 소수를 제외하고는 10대와 20대, 사실은 그 이상의 나이에게 모두 가혹하기만 하니까.
하지만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도전하고 깨지고 다시 일어선 그 용기에 대해선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당당함만은 언제든 빛이 나는 법이니까.
덧글) 48쪽에 이렇게 길들어 간다.>>>길들여 간다가 맞지 않나?
54쪽 5줄. 우리는 코와 입에서 흐르는 피를 흙 묻는 체육복 소매로>>>흙 묻은
표지 이야기 잠깐! 새로 바뀐 이 시리즈들의 표지가 참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번 편을 읽으면서는 '더 좀비스'의 장난스럽고 치기어리지만, 그래도 꽤 지지해주고 싶은 깜냥에 어울려 보이기도 했다. 이젠 옛날 디자인을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겠다. 뭐, 그때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불만이었던 것도 아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