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토요일에는 멀리 남쪽에서 오랜만에 친구가 올라왔다. 친구는 7년 전인가 갑자기 출가를 해버렸는데, 너무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어서 우리는 꽤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가 몸이 불편하시던 터였기에 혹시 갑자기 변을 당해서 이 친구가 세상을 등졌나... 뭐 별별 상상을 다했는데, 알고 보니 그저 신심이었다. 불심이 너무 깊어서 세상을 등지더니 지금은 승려가 되어 있다. 만나면 합장 자세를 먼저 취하려고 결심했는데, 오랜만에 보자 서로 너무 반가워서 두 손 잡고 폴짝폴짝 뛰었다. 아, 해탈을 지향하여도 습관이란 무서운 법!
애슐리가 2시간 밖에 못 있는다고 해서 아웃백에서 뭉쳤다. 오래오래 수다를 떨고 마지막에는 떡볶이도 먹고 헤어졌다. 친구가 맞춰서 가져온 케이크에는 우리 만남의 시작이 되어준 인물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카페 메인에 걸려 있는 사진만으로 급하게 주문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사진이 제법 잘 나왔다.
옆면까지 디테일하게 진심을 담았다. ㅎㅎㅎ
이런 종류의 케이크는 맛이 없기 마련이었는데 뜻밖에도 무척 맛났다. 더 먹고 싶었지만 이미 포화상태. 아이를 데리고 온 언니의 남편이 아이를 픽업해 가면서 케이크도 픽업해 갔다. 아, 케이크 생각 난다. 둥둥!!
나는 이날 읽었던 시집을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고, 친구는 절에서 파는 팔찌와 보리수 전자파 방지 스티커를 선물해 주었다.
이거 보고 삘 받아서 늘어나는 낚싯줄도 돌아오는 길에 구입했다. 저런 팔찌 나도 만들어보리!
2. 일요일에는 엄니와 함께 도가니를 보았고, 월요일에는 의뢰인을 혼자 보았다.







도가니는 이미 리뷰를 썼으니 패쓰! 의뢰인은 마지막 재판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지루하게 전개됐다. 한 10분 정도 타이트 했으면 하는 아쉬움. 이야기 구조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와 무척 흡사했다. 증거가 오염됐다고 하는 대사도 그랬고, 반전 구조나 마무리까지도. 그렇다 해도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해서 나쁘지 않았다. 하정우 캐릭터는 마이클 코넬리의 캐릭터보다도 더 근사했다. 반면 박희순은 좀 전형적으로 느껴져서 다소 식상했다. 장혁은 노코멘트!
그리고 어제는 킬러 엘리트를 보았다. 내가 요새 아주 마음에 안 들어하는 대한극장의 마일리지를 털어버리고 연 끊을 생각에 부러 거기서 보았는데, 연휴 지내고 일하니 몸이 놀랐는지(...;;;;) 영화 보는 내내 졸았다. 무려 70분이나. 그나마 뒷좌석에 앉은 남정네가 자꾸 발로 차지 않았더라면 엔딩 크레딧과 함께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마지막에 의자에 묶인 채 싸우는 액션 씬 하나는 건졌다. 하아...;;;;;
이제 볼 영화는 '삼총사3D'인데, 포스터는 심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삼총사'니까 관심을 아니 가질 수 없다. 더불어 뽀대나게 나온 양장본 삼총사도 눈독을 들여본다. 책장에서 진정 '폼'나는 자태를 자랑할 것 같은데 그래도 참아야지. 조금 더 힘을 내!
3. 어제 신은 구두는 오픈 토우였는데, 처음 신은 신발이었다. 이 신발은 수년 전에 형부의 사촌형님이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할 때 디피용으로 갖고 있던 것을 사업 접으면서 어쩌다가 우리집으로 흘러들어온 거였는데 사이즈가 240이었다. 난 평소 245를 신는데 오픈 토우여서 맞겠거니 했다. 신어보니 작을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커서 문제였다. 껄떡이는 신발을 신고 1시간 20분 거리를 통근하고, 중간에 영화시간 늦었다며 뛰어서 극장을 갔으니 하루가 더 피곤할 수밖에. 신발은 밑바닥에 깔창을 깔아보고 발등이 아프다면 뒤꿈치 부분에 천을 덧대는 수선을 맡길 생각이다. 깔창 쯤은 내가 깔 수 있지만 덧대는 수선은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4. 지난 봄에 친구가 선물해준 예쁜 시계가 있었다. 하얀 줄이었는데 차고 다니면서 예쁘단 소리를 많이 들었다. 가을이 되니 하얀 줄이 추워 보여서 갈색 줄로 갈아 끼웠다.
나, 시계 약에 이어 시계 줄도 가는 여자 사람. ㅎㅎㅎ
5. 계절이 건조해 지니 손과 발이 아우성이다. 발바닥은 날마다 바세린 바르고 양말 신고 자는 노고 끝에 건조함이 많이 가셨으나 손끝은 제어가 잘 안 되고 있다. 물과 공기 접촉이 더 빈번하다 보니 그럴 것 같다. 더구나 손은 답답해서 장갑끼고 자는 게 힘이 든다. 자고 일어나면 꼭 벗겨져 있어서 이불에 바세린 다 묻히고...;;;;; 그래서 스타킹 신을 때 입구를 잡다가 손에서 기스가 날때가 많다. 이를 어쩌나... 세타필로 해결이 되려나...
오늘은 며칠 전에 레깅스와 같이 주문한 양말을 신었다. 어두운 하늘색인데 파랑은 아니고... 이런 걸 무슨 컬러라고 하지? 암튼, 신으려고 발을 끼워보니 발등에 아주 작은 구멍이 있었다. 발목을 접으니 보이지 않아서 내버려두었는데, 오늘 병문안 갈 일이 있어서 남의 집에 들어섰더니 발바닥 느낌이 이상한 거다. 뒤집어 보니 발가락 밑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있고 뒤꿈치 쪽으로도 구멍이 하나 있다. 새 양말에 무려 구멍이 3개! 이런 비러머글!!! 안 신었음 당장 반품이지만, 난 이미 신었고, 게다가 구매 확정도 눌렀고! 승질 나는구나...ㅡ.ㅡ;;;;;
6. 며칠 전에 둘째 언니 왈, 요새는 아이들 옷 쇼핑몰에 제목이 '이모 이 옷 사줘!'로 되어 있단다. 웃자고 한 말 속에 옷 사달라는 깊은 뜻이...;;;; 요새 다현양 입을 옷이 없다고 해서 다현이 옷을 사고, 세현이 섭섭할까봐 세현이 티도 하나 같이 샀다. 아직 도착 전인데 도착하면 언능 들고 가서 생색내야지. ㅎㅎㅎ 혹시 쇼핑몰에 '고모'로 되어 있는 곳은 없으려나? 문득 궁금!
7. 알라딘 직배송 중고책을 2만원 이상 사면 주던 1,000원 쿠폰이 9월로 끝났다. 아쉽구나. 자주 이용했는데... 알라딘 중고샵이 꽤나 궤도에 올라 안정적이라는 느낌이다. 몇 년 지났으니 이제는 그럴 때가 됐지. 근데 중고 등록 알림 서비스 목록에는 없는데 문자가 오는 책들이 있다. 내가 설정해 놓았으니까 문자가 오는 게 당연한데 나의 계정 리스트에서 확인이 안 되는 게 이상하다. 오류 문제인가 싶어 문의를 넣어놨는데 동문서답 대답을 주셨다. 다시 질문 넣었다. ㅎㅎ
8.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 전시전으로 "초상화의 비밀"을 하고 있다. 입장료는 5천원. 조만간 다녀올 생각이다. 내일 채점에 문제가 없다면 다녀오고 싶다.
9. 그리고 10월 9일까지 고궁 야간 개장 기간이다.
밤에 보는 고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이것도 다녀와야겠다. 나 수영 안 빠지고 엄마 수영 안 빠지려면 주말에 가야겠다. 사람이 많겠지? 그래도 가고 싶다. 저녁에는 추우니 온 단단히 입고서 편한 신발 신고 갔다 와야지...
10. 어제는 시험 감독 마치고 바로 영화를 보는 바람에 4시 반이 넘도록 점심을 먹지 못했다. 극장 앞 던킨 도너츠에서 오리지널 커피와 도너츠를 두 개 시켰다. 그런데 할로윈 데이 이벤트 중인게 아닌가. 7등 당첨! 1,000원 상당 도너츠가 추가되었다. 오홋, 좋은 걸! 다음엔 커피만 먼저 시키고 당첨 결과를 확인한 뒤 도넛을 살까 봐!
오늘은 시험 마치고 병문안 다녀오고 나온 시간이 3시 반. 누가 일행의 차 뒤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전화번호도 없이 사라졌다. 사이드 기어라고 하나? 그것도 내려져 있지 않아서 밀수도 없고... 40분을 실랑이 하다가 차를 포기하고 나왔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광화문에 도착한 것이 4시 반. 아, 배고파 죽을 뻔 했다. 아침을 6시에 먹었던 말이다...ㅜ.ㅜ 교보 근처에 떡볶이 포장마차가 있었더랬는데 보이지 않는다. 재개장 하면서 사라졌나?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고... 절망감을 느끼며 버스 정거장을 향하다가 모퉁이 안쪽에서 포장마차 발견! 급 달려가려는데 누군가 붙잡는다.
"수도하는 사람인데요, 공덕이 많게 생기셨어요."
아씨, 뭐라는겨, 배고파 죽겠는 사람 앞에서! 쌩까고 포장마차 앞으로 돌진. 떡꼬치를2개 먹고 오뎅도 2꼬치를 먹어주었다. 포만감이 느껴지자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아까 그 여자가 다시 붙잡는다.
"공덕이 많게 생기셨다니까요."
아놔, 나 기다린겨??? 하지만 나는 이미 배부른 몸! 너그럽게 웃으며 무시하고 나와줬다. 당신 복부터 챙기세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