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47 호/2011-10-03

남색을 발명해서 노벨상을 받았다고?
오늘날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의류 아이템 하면 ‘청바지’를 빼놓을 수 없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겨 입는 청바지는 실은 광부나 농부, 목동들이 즐겨 입던 작업복이었다. 1930년대, 실용성을 인정받아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보급되면서 디자인과 색상이 수 없이 다양해졌지만 청바지 색의 기본은 바로 ‘남색’이다. 그런데 남색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법을 발명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있다.

1835년 10월 31일 독일에서 태어난 아돌프 폰 바이어(Johann Friedrich Wilhelm Adolf von Baeyer)가 그 주인공. 그는 1875년 뮌헨 대학교의 교수가 된 이후 40년 간 대학에서 다양한 연구에 몰두했다. 포름알데히드의 축합반응, 하이드로벤젠, 녹색 식물에 의한 탄소동화작용 등 유기화학 연구논문을 많이 발표해 유기 합성 화학에 특히 많은 업적을 남긴 그는 색소에도 관심이 많았다.

바이어는 한해살이풀인 ‘쪽’이라는 식물에서 나는 남색을 연구해 1880년 합성에 성공했다. 그때까지는 남색의 정확한 화학구조를 밝히지 못했는데, 연구를 계속해 1883년 남색의 화학구조도 밝혀냈다. 남색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1881년 영국 왕립학회에서 주는 데이비 메달을 받았으며 1905년에는 노벨화학상까지 받았다. 남색을 발명한 것이 노벨상을 받을 만큼 대단한 걸까?



[그림 1] 남색 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폰 바이어.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합성염료가 개발되기 전에도 인류는 남색을 비롯한 다양한 색의 염료를 사용했다. 가장 흔히 사용한 재료는 꽃과 열매, 뿌리, 잎 등의 식물이었다. 그밖에 동물의 피나 분비물 등 동물성 염료나 철, 크롬, 황토와 같은 광물성 염료도 사용했다. 하지만 이런 천연재료를 사용해 염색을 하면 불순물 때문에 선명한 색을 얻기 힘들었고, 무엇보다 대량으로 생산하기 힘들었다.

일례로 고대에는 붉은 보랏빛인 티리안 퍼플(Tyrian purple) 염료를 1.2g 얻기 위해 지중해 조개를 1만 2,000마리나 잡아야 했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붉은 빛인 코치닐 염료 1kg을 얻기 위해 연지벌레 암컷을 10만 마리나 잡았다. 이렇게 잡은 연지벌레를 가루로 빻아서 군복 바지를 물들였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희생이 뒤따르는 작업이었다.

재료만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천연재료로 옷감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재료 외에 백반과 같은 매염제가 필요했다. 매염제는 옷감에 색소를 고착시키는 물질을 말한다. 때문에 황제나 귀족들이 아니고서야 염색된 옷을 입기 힘들었다.

남색을 내는 인디고 염료는 인도에서 나는 향료 식물 ‘쪽’에서 얻었다. 쪽 속에 존재하는 글리코사이드인디칸이라고 하는 인독실배당체를 추출하고 발효시키면 글루코오스와 인독실기로 가수분해된다. 이렇게 얻은 인독실기를 공기 중에 산화시키면 인디고로 전환된다. 이 방법은 고대부터 1900년대까지 사용됐는데, 1900년대에는 식량생산에 쓰일 경작지가 일부 귀족들을 위해 쪽을 재배하는데 쓰이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지기도 했다.

값 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합성염료가 개발되면서부터는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하는 색깔의 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 바이어가 남색 합성에 성공하면서 독일의 염료 공업도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합성염료의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남색의 색소인 아닐린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을 당시는 천연염료로 남색을 얻을 때보다 그 비용이 훨씬 많이 들었다.

따라서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고, 1897년 독일의 종합화학회사였던 바스프(BASF)에 의해 상업적으로 실용화될 수 있었다. 남색 합성염료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부터 특히 청바지나 푸른색의 작업복을 생산하는데 많이 쓰였다. 남색 염료는 현대에도 중요한 합성염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합성염료의 발명은 단순히 염료의 발전만 가져온 것이 아니다. 현대 화학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의약품도 동물이나 식물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다. 때문에 대량생산이 쉽지 않았는데, 합성염료를 실용화하기 위한 연구 과정 중 아닐린의 방부효과를 발견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일부 염료회사들은 제약 상품도 함께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합성염료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은 화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합성 의약품을 대량생산하는 시대를 맞게 된다. 결과적으로 남색의 발명은 현대의 염료 및 의약품, 화학공업 발전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발명이었다.

오늘날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합성염료를 이용한 염색 역시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친환경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함성염료를 대량으로 생산하다보면 환경오염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디지털 날염 방식을 개발했다. 디지털 날염은 컴퓨터로 그린 그림을 천에 인쇄하는 방법으로, 전체공정을 컴퓨터로 처리하기 때문에 염색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또 염색공정에 약품이나 용매, 열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유전공학과 세포 융합기술을 섬유 염색에 활용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유전공학과 세포 융합기술을 섬유 염색에 활용해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피부에 자극도 줄이고 물도 빠지지 않는 염료를 개발하고 있다. 폰 바이어에서 시작된 합성염료 발명은 화학공업의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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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8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1년 2월
구판절판


사이 좋은 늑대 형제 다섯 마리가 점심을 뭘로 먹을지 의논하고 있다.
바루는 노란 달걀로 도르르 감싼 보들보들한 오믈렛을 먹고 싶다고 했고,
비루는 새빨간 사과를 껍질째 와삭 베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부루는 따끈따끈한 밥에 큼지막한 새우를 얹어 먹고 싶다고 했고,
베루는 감자를 캐서 입에서 살살 녹는 크로켓을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보루는 기름이 자글자글한 꽁치를 먹고 싶다고 했다.

저마다 다양한 식성을 자랑하는 가운데 '돼지'로 통일을 보기로 했다.
'찬성'이라고 격하게 반응하는 사이 좋은 늑대 다섯 형제!
그리고 때마침 그곳을 지나다가 늑대들의 진수성찬이 될 새끼 돼지 다섯 마리가 이들 형제들 손에 잡히게 된다.

군침을 다시며 큰 입을 쩍 벌려 새끼 돼지를 먹으려던 찰나!
비루가 "좋겠다......"라며 부러운 듯 중얼거렸다.
순간 얼음이 되어버린 부루!
알고 보니 비루는 자신이 노렸던 새끼 돼지를 놓치고 만 것이다.
돌멩이를 툭 차버리는 저 다리 모양새와 눈동자의 위치를 확인하시라.
반면 부루의 머리 위로는 까마귀가 까악까악~하며 울고 지나가야 할 것만 같다.
졸지에 다른 형제들도 모두 새끼 돼지를 먹지 못하고 얼음이 되었다.

부루는 비루에게 새끼 돼지를 양보하려고 했다.
그러자 이 사이 좋은 다섯 형제들이 저마다 양보를 못해서 안달이지 뭔가.
베루도 비루도 보루도 모두 자신은 새끼 돼지를 먹고 싶지 않다며 비루에게 제 몫을 주려고 했다.
그렇게 모두 양보만 하니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이제 먹히나 저제 먹히나 긴장하고 있을 새끼 돼지들에겐 참으로 잔인한 시간이다.
하지만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지니!
늑대 형제들은 비루가 맨 처음 먹고 싶다고 했던 사과를 먹기로 의견의 통일을 본다.
누구 하나 토를 달지 않고 이번에도 '찬성'을 외치는 정말 사이 좋은 늑대 형제들!
졸지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 새끼 돼지들은 철저하게 조연으로 등장해서 대사 한 마디 없이 멀뚱멀뚱 서 있다.
먹고 싶던 돼지고기가 아니더라도 사과 한 알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멋진 늑대 형제들이다.
이런 예쁜 이야기에 늑대는 육식 동물이라며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면 또 곤란하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기꺼이 찬성!을 외치며 제 몫을 양보할 수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어린이 친구들이 참 좋아할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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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08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미야니시 타츠야 포토리뷰가 줄줄이 올라왔네요.
익숙한 캐릭터 반가워라~ 사랑스러워라!!^^

마노아 2011-10-08 21:21   좋아요 0 | URL
헤헷,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일주일이 넘도록 리뷰를 못 썼어요. 도서관에 책 반납하기 직전에 리뷰를 주르륵 올린 거랍니다.^^;;;
 
고양이가 찍찍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동화
미야니시 다츠야 글.그림, 이영미 옮김 / 어린이나무생각 / 2011년 1월
품절


들판에서 새끼 쥐 세마리가 신나게 놀고 있었다.
지나던 쥐마을 촌장님은 너무 시끄럽게 '찍찍' 떠들면 고양이가 나타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쥐 세마리는 떠드는 것이 겁이 나서 조용히 낮잠을 자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자다가 깨보니 코앞에 커다란 고양이가 눈을 번쩍번쩍 빛내며 서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고양이는 '쥐'를 모른다.
쥐들은 지혜를 모아서 이 위기를 피해가기로 했다.

쥐들은 고양이를 오히려 압박해가며 질문을 던진다.
"아저씨, 우리가 누구일 것 같아요?"
"쥐, 쥐는...... 아니겠지?"
"우리가 쥐라면 아저씨가 벌써 잡아먹었겠죠."
엄포 놓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쥐를 본 적이 없는 고양이는 주눅이 들어 있다.
쥐들이 묘사하는 '쥐'의 모습이 가관이다.
귀는 뾰족하게 서 있고, 입은 커다랗게 찢어져 송곳니가 삐쭉삐쭉 나 있고, 털은 철사처럼 날카롭다고 하지 뭔가.
그림 속 저 모습이 바로 고양이가 떠올린, 쥐들이 묘사한 쥐의 모습이다.

천적 중의 천적인 이들은 어느새 친구가 되었다.
고양이는 쥐들과 함께 바나나를 따먹으러 갔다.
바나나가 나는 곳에서도 쥐와 고양이는 살 수 있겠지? 아마도...;;;
새끼 쥐 한 마리가 맛있게 바나나를 먹다가 저도 모르게 '찍찍' 소리를 냈다.
그래서 이 소리는 '아주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둘러대었다.
우리는 아저씨를 정말정말 '찍찍'해요!라고 말하는 짓궂은 쥐 친구들!
하지만 순진한 고양이는 그 말을 진짜로 알아듣는다.

높은 곳에 있는 바나나를 따려다가 그만 떨어지고 만 쥐 친구.
다행히 도와주려던 고양이의 배 위로 떨어져서 안전했지만,
고양이는 충격을 받았는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고양이가 떨어지기엔 좀 낮은 높이였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고양이를 도울 수가 없자, 쥐 친구들은 입을 모아 '찍찍' 외쳐댔다.
그 소리를 들은 다른 고양이들이 달려올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이 나타나자 쥐 친구들은 도망쳤다.
정신을 잃은 고양이는 새롭게 나타난 고양이 친구들이 돌봐줄 수 있을 테니까.

고양이와 쥐의 우정은 그렇게 하룻동안의 에피소드로 끝났다.
그렇지만 멀리서 찍찍'하고 외쳐대는 고양이의 우정을 쥐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가부와 메이 시리즈에서 염소와 늑대가 나눈 우정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이야기에 생태계의 균형과 먹이사슬 운운하며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하다.
'찍찍'이라는 짧은 의성어에 담긴 따뜻한 마음씨를 기억한다면 충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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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08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고양이와 쥐 캐릭터는 처음 봐요.
나도 마노아님을 '찍찍'해요!ㅋㅋ

마노아 2011-10-08 21:21   좋아요 0 | URL
우헤헷, 우리의 공통 언어 '찍찍'이에요. 저도 순오기님을 찍찍~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
기무라 유이치 글,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 양선하 옮김 / 효리원 / 2009년 10월
품절


승냥이 구는 엄마가 싫었어요.
엄마가 족제비라서 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거든요.
엄마 아빠를 잃은 어린 승냥이 구를 데려다 키워준 고마운 족제비 엄마였지만,
아직 철없는 구는 족제비 엄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구는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놀았어요.
그곳 친구들은 구의 엄마가 족제비라는 사실을 모르니까요.
마음놓고 신나게 놀던 날은 족제비 엄마가 마중을 나왔어요.
그러면 철딱서니 없는 구는 엄마에게 화를 내며 투덜거렸죠.
엄마 족제비는 구를 나무라지도 않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돌아왔어요.

시간이 흘러서 구는 마을에서 가장 힘센 승냥이가 되었어요.
힘센 승냥이가 되었어도 엄마 족제비는 여전히 구가 걱정이 되었지요.
그래서 이따금씩 구를 마중 나왔답니다.
구는 승냥이들을 이끄는 대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아직도 족제비 엄마를 창피하게 여겼던 겁니다.
힘이 세졌다고 해서 철까지 같이 드는 건 아니거든요.

어느 날 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다른 승냥이 무리가 구를 공격했어요.
힘으로 이길 수 없다고 여긴 이들은 구가 지나가는 길목에 몰래 숨어 있다가
커다란 돌덩어리를 굴려 떨어뜨린 겁니다.
구는 함정에 빠진 거예요.
재빨리 피하려고 했지만 커다란 돌덩이에 한쪽 발이 깔리고 말았어요.
구가 꼼짝 못하게 되자 승냥이 떼들이 한꺼번에 덤벼들었어요.
다섯 마리 승냥이가 구를 마구 짓밟고 때린 겁니다.
구가 정신을 잃을 무렵 누군가가 뛰쳐 나와 승냥이 떼들에게 덤벼들었어요.
작고 거무스름한 그것은 승냥이 떼들에게 맞아도 달아나지 않고 다시 덤벼들었어요.
그 기세가 얼마나 당당했던지 오히려 승냥이들이 씩씩거리며 도망치고 말았답니다.

구의 친구들이 뒤늦게 달려와 구를 도와주었어요.
가까스로 눈을 뜬 구는 바위 뒤쪽에 쓰러져 있는 거무스름한 것을 보고 말았지요.
설마 설마 했는데, 그것은 족제비 엄마였던 겁니다.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을 해준 족제비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구의 마음을 사무치게 했어요.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랑곳 않고 엄마라고 외치며 울부짖었죠.
족제비 엄마는 구가 처음으로 친구들 앞에서 '엄마'라고 불러준 것이 기뻤어요.
이렇게 좋아해주는 엄마인데, 진즉에 그 이름 한 번 불러주지 못했다니, 구의 후회는 또 얼마나 깊을까요.

이제 구는 뒤늦게 철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우리 엄마가 족제비라는 것을 당당히 밝히게 된 겁니다.
자부심이 느껴지는 저 표정을 보세요. 족제비 엄마가 이 모습을 지켜본다면 무척 흐뭇하게 웃으실 겁니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익숙한 패턴이지만, 동물들에게 대입해서 이야기를 들으니 느낌이 또 다릅니다. 어린이 친구들에게는 이런 비유가 더 가깝게 느껴질 겁니다.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은 엄마가 족제비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부끄러워 했던 자신일 테지요. 이제라도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았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제목도 바꿔야겠어요. 승냥이 구의 '자랑스런' 비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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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08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체성과 성장통~~~ 놀라워요!!
그림책 작가들은 정말 대단해요,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요렇게 쉽게 보여줄 수 있다니....

마노아 2011-10-08 21:22   좋아요 0 | URL
그치요? 이렇게 어려운 주제를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어요.^^
 

1. 지난 토요일에는 멀리 남쪽에서 오랜만에 친구가 올라왔다. 친구는 7년 전인가 갑자기 출가를 해버렸는데, 너무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어서 우리는 꽤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가 몸이 불편하시던 터였기에 혹시 갑자기 변을 당해서 이 친구가 세상을 등졌나... 뭐 별별 상상을 다했는데, 알고 보니 그저 신심이었다. 불심이 너무 깊어서 세상을 등지더니 지금은 승려가 되어 있다. 만나면 합장 자세를 먼저 취하려고 결심했는데, 오랜만에 보자 서로 너무 반가워서 두 손 잡고 폴짝폴짝 뛰었다. 아, 해탈을 지향하여도 습관이란 무서운 법! 

애슐리가 2시간 밖에 못 있는다고 해서 아웃백에서 뭉쳤다. 오래오래 수다를 떨고 마지막에는 떡볶이도 먹고 헤어졌다. 친구가 맞춰서 가져온 케이크에는 우리 만남의 시작이 되어준 인물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카페 메인에 걸려 있는 사진만으로 급하게 주문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사진이 제법 잘 나왔다. 

 

옆면까지 디테일하게 진심을 담았다. ㅎㅎㅎ 

이런 종류의 케이크는 맛이 없기 마련이었는데 뜻밖에도 무척 맛났다. 더 먹고 싶었지만 이미 포화상태. 아이를 데리고 온 언니의 남편이 아이를 픽업해 가면서 케이크도 픽업해 갔다. 아, 케이크 생각 난다. 둥둥!! 

나는 이날 읽었던 시집을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고, 친구는 절에서 파는 팔찌와 보리수 전자파 방지 스티커를 선물해 주었다.  

 

이거 보고 삘 받아서 늘어나는 낚싯줄도 돌아오는 길에 구입했다. 저런 팔찌 나도 만들어보리! 

2. 일요일에는 엄니와 함께 도가니를 보았고, 월요일에는 의뢰인을 혼자 보았다. 

 

 

 

 

도가니는 이미 리뷰를 썼으니 패쓰! 의뢰인은 마지막 재판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지루하게 전개됐다. 한 10분 정도 타이트 했으면 하는 아쉬움. 이야기 구조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와 무척 흡사했다. 증거가 오염됐다고 하는 대사도 그랬고, 반전 구조나 마무리까지도. 그렇다 해도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해서 나쁘지 않았다. 하정우 캐릭터는 마이클 코넬리의 캐릭터보다도 더 근사했다. 반면 박희순은 좀 전형적으로 느껴져서 다소 식상했다. 장혁은 노코멘트! 

그리고 어제는 킬러 엘리트를 보았다. 내가 요새 아주 마음에 안 들어하는 대한극장의 마일리지를 털어버리고 연 끊을 생각에 부러 거기서 보았는데, 연휴 지내고 일하니 몸이 놀랐는지(...;;;;) 영화 보는 내내 졸았다. 무려 70분이나. 그나마 뒷좌석에 앉은 남정네가 자꾸 발로 차지 않았더라면 엔딩 크레딧과 함께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마지막에 의자에 묶인 채 싸우는 액션 씬 하나는 건졌다. 하아...;;;;; 

이제 볼 영화는 '삼총사3D'인데, 포스터는 심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삼총사'니까 관심을 아니 가질 수 없다. 더불어 뽀대나게 나온 양장본 삼총사도 눈독을 들여본다. 책장에서 진정 '폼'나는 자태를 자랑할 것 같은데 그래도 참아야지. 조금 더 힘을 내! 

3. 어제 신은 구두는 오픈 토우였는데, 처음 신은 신발이었다. 이 신발은 수년 전에 형부의 사촌형님이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할 때 디피용으로 갖고 있던 것을 사업 접으면서 어쩌다가 우리집으로 흘러들어온 거였는데 사이즈가 240이었다. 난 평소 245를 신는데 오픈 토우여서 맞겠거니 했다. 신어보니 작을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커서 문제였다. 껄떡이는 신발을 신고 1시간 20분 거리를 통근하고, 중간에 영화시간 늦었다며 뛰어서 극장을 갔으니 하루가 더 피곤할 수밖에. 신발은 밑바닥에 깔창을 깔아보고 발등이 아프다면 뒤꿈치 부분에 천을 덧대는 수선을 맡길 생각이다. 깔창 쯤은 내가 깔 수 있지만 덧대는 수선은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4. 지난 봄에 친구가 선물해준 예쁜 시계가 있었다. 하얀 줄이었는데 차고 다니면서 예쁘단 소리를 많이 들었다. 가을이 되니 하얀 줄이 추워 보여서 갈색 줄로 갈아 끼웠다. 

 

나, 시계 약에 이어 시계 줄도 가는 여자 사람. ㅎㅎㅎ 

5. 계절이 건조해 지니 손과 발이 아우성이다. 발바닥은 날마다 바세린 바르고 양말 신고 자는 노고 끝에 건조함이 많이 가셨으나 손끝은 제어가 잘 안 되고 있다. 물과 공기 접촉이 더 빈번하다 보니 그럴 것 같다. 더구나 손은 답답해서 장갑끼고 자는 게 힘이 든다. 자고 일어나면 꼭 벗겨져 있어서 이불에 바세린 다 묻히고...;;;;;  그래서 스타킹 신을 때 입구를 잡다가 손에서 기스가 날때가 많다. 이를 어쩌나... 세타필로 해결이 되려나...  

오늘은 며칠 전에 레깅스와 같이 주문한 양말을 신었다. 어두운 하늘색인데 파랑은 아니고... 이런 걸 무슨 컬러라고 하지? 암튼, 신으려고 발을 끼워보니 발등에 아주 작은 구멍이 있었다. 발목을 접으니 보이지 않아서 내버려두었는데, 오늘 병문안 갈 일이 있어서 남의 집에 들어섰더니 발바닥 느낌이 이상한 거다. 뒤집어 보니 발가락 밑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있고 뒤꿈치 쪽으로도 구멍이 하나 있다. 새 양말에 무려 구멍이 3개! 이런 비러머글!!! 안 신었음 당장 반품이지만, 난 이미 신었고, 게다가 구매 확정도 눌렀고! 승질 나는구나...ㅡ.ㅡ;;;;; 

6. 며칠 전에 둘째 언니 왈, 요새는 아이들 옷 쇼핑몰에 제목이 '이모 이 옷 사줘!'로 되어 있단다. 웃자고 한 말 속에 옷 사달라는 깊은 뜻이...;;;; 요새 다현양 입을 옷이 없다고 해서 다현이 옷을 사고, 세현이 섭섭할까봐 세현이 티도 하나 같이 샀다. 아직 도착 전인데 도착하면 언능 들고 가서 생색내야지. ㅎㅎㅎ 혹시 쇼핑몰에 '고모'로 되어 있는 곳은 없으려나? 문득 궁금! 

7. 알라딘 직배송 중고책을 2만원 이상 사면 주던 1,000원 쿠폰이 9월로 끝났다. 아쉽구나. 자주 이용했는데... 알라딘 중고샵이 꽤나 궤도에 올라 안정적이라는 느낌이다. 몇 년 지났으니 이제는 그럴 때가 됐지. 근데 중고 등록 알림 서비스 목록에는 없는데 문자가 오는 책들이 있다. 내가 설정해 놓았으니까 문자가 오는 게 당연한데 나의 계정 리스트에서 확인이 안 되는 게 이상하다. 오류 문제인가 싶어 문의를 넣어놨는데 동문서답 대답을 주셨다. 다시 질문 넣었다. ㅎㅎ 

8.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 전시전으로 "초상화의 비밀"을 하고 있다. 입장료는 5천원. 조만간 다녀올 생각이다. 내일 채점에 문제가 없다면 다녀오고 싶다.  

9. 그리고 10월 9일까지 고궁 야간 개장 기간이다. 

 

밤에 보는 고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이것도 다녀와야겠다. 나 수영 안 빠지고 엄마 수영 안 빠지려면 주말에 가야겠다. 사람이 많겠지? 그래도 가고 싶다. 저녁에는 추우니 온 단단히 입고서 편한 신발 신고 갔다 와야지...  

10. 어제는 시험 감독 마치고 바로 영화를 보는 바람에 4시 반이 넘도록 점심을 먹지 못했다. 극장 앞 던킨 도너츠에서 오리지널 커피와 도너츠를 두 개 시켰다. 그런데 할로윈 데이 이벤트 중인게 아닌가. 7등 당첨! 1,000원 상당 도너츠가 추가되었다. 오홋, 좋은 걸! 다음엔 커피만 먼저 시키고 당첨 결과를 확인한 뒤 도넛을 살까 봐! 

오늘은 시험 마치고 병문안 다녀오고 나온 시간이 3시 반. 누가 일행의 차 뒤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전화번호도 없이 사라졌다. 사이드 기어라고 하나? 그것도 내려져 있지 않아서 밀수도 없고... 40분을 실랑이 하다가 차를 포기하고 나왔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광화문에 도착한 것이 4시 반. 아, 배고파 죽을 뻔 했다. 아침을 6시에 먹었던 말이다...ㅜ.ㅜ 교보 근처에 떡볶이 포장마차가 있었더랬는데 보이지 않는다. 재개장 하면서 사라졌나?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고... 절망감을 느끼며 버스 정거장을 향하다가 모퉁이 안쪽에서 포장마차 발견! 급 달려가려는데 누군가 붙잡는다. 

"수도하는 사람인데요, 공덕이 많게 생기셨어요." 

아씨, 뭐라는겨, 배고파 죽겠는 사람 앞에서! 쌩까고 포장마차 앞으로 돌진. 떡꼬치를2개 먹고 오뎅도 2꼬치를 먹어주었다. 포만감이 느껴지자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아까 그 여자가 다시 붙잡는다. 

"공덕이 많게 생기셨다니까요."

아놔, 나 기다린겨??? 하지만 나는 이미 배부른 몸! 너그럽게 웃으며 무시하고 나와줬다. 당신 복부터 챙기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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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1-10-0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궐 야간 개방! 딱 저 시기에 서울가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1-10-06 23:55   좋아요 0 | URL
헤헷, 도움 되었다니 저도 기뻐요.^^

개인주의 2011-10-0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덕녀자님.
기다리기까지 하다니. ㅋㅋㅋ

마노아 2011-10-06 23:55   좋아요 0 | URL
아주 집요한 수도자였습니다..;;;;;

비로그인 2011-10-0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글 읽으니까 꼭, 일일드라마 챙겨 본 기분이에요. 야간 고궁은 정말 심하게 땡기네요. 고궁을 사랑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번 기회에 고궁 투어라도 시켜달라고 해야겠어요. 아파트 불빛도 나름 아름답지만, 밤에 보는 고궁은 훨씬 아름다울 것 같아요 +_+

그런데 '공덕 많게 생겼다'는 소리는 좀 부럽네요 ㅋㅋ 순수한 의도로 한 말은 아니겠지만...

마노아 2011-10-06 23:56   좋아요 0 | URL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면 5일치니 정말 일일드라마네요.^^ㅎㅎㅎ
밤에 보는 고궁이 어떨지 무척 궁금해요. 이번 기회에 꼭 다녀와야겠어요.^^
공덕 많게 생겼다는 것이 혹시 후덕하게 생겼다는 걸까요? ...;;;;

순오기 2011-10-0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모님과 전화통화하면서 우린 마노아님의 따뜻한 성품과 댓글에도 감동받는다는 말을 했어요.
그게 다 '공덕이 많게 생긴'데서 나오는 거였군요.^^
야간개장은 욕심나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마노아 2011-10-06 23:57   좋아요 0 | URL
너무 멀지요? 그래도 창덕궁이 부르는 날이 꼭 올 겁니다.
창덕궁은 유네스코 지정이어서인지 이번에 야간 개장은 안 하네요.
뭐, 다른 고궁으로도 고마운 일이지만요.^^
모님이 누구십니까. 제가 가서 호~하고 입김 불어드리겠어요.ㅎㅎㅎ

pjy 2011-10-0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한쪽 입술한쪽 이럼서 케이크를 드신건가요^^;
대세는 역시 '이모'입니다~ 고모는 열심히 조카들을 위해 뜨개질삼매경입니다요ㅋ
궁궐야간개장~ 오홋~~~ 아주 유용한 정보입니다! 근데 모기가 아직 있던데요....
버스테러는 여전히 극복되기 힘들군요-_-;

마노아 2011-10-06 23:58   좋아요 0 | URL
그 옛날에는 입술 쟁탈전도 벌어졌지만 이젠 잠잠해져서 그 지경은 아니었답니다.
덕분에 입술은 저의 차지..ㅎㅎㅎㅎ
고모가 뜨개질을 공개하는 순간 이모는 찌그러져 있겠습니다.^^
버스 테러는 갈수록 극성이에요. 흑흑..;;;

무스탕 2011-10-0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케익 아까워서 어떻게 먹어요? +0+
전 첫 조카가 이모가 아니고 고모였기에 오빠네 조카들한테 더 잘 해줬던것 같아요. 언니네 조카들한테 잘 해 줄 시기가 되자 지성정성이 태어나서 신경이 덜 쓰였고요 ^^;;;
저도 궁궐야간개장 정말 가보고 싶어요. 아아~~ 어떻게해야 저길 갈까요. 엉엉엉...

마노아 2011-10-06 23:59   좋아요 0 | URL
아깝지만 먹게 되더라구요. 끝까지 못 먹은 게 더 아까웠어요.ㅎㅎㅎ
궁궐 야간개장은요.
무스탕님, 놀토를 이용해 보셔요! 모험을 하시는 겁니다.^^

yamoo 2011-10-0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습관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군요..ㅎㅎ

아, 근데 애슐리는 시간 제한같은 거 없지 않나요? 매번 가도 3-4시간씩 있어도 나가란 말 없던뎅~

마노아 2011-10-06 23:59   좋아요 0 | URL
애슐리가 프리미엄이 붙은 곳은 시간 제한이 있나봐요. 명동을 알아봤는데 중심가여서 그런지 시간 제한이 있더라구요. 우리 동네는 그런 것 없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