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 흑인 민권 운동의 역사를 새로 쓴 한마디 더불어 사는 지구 37
파올라 카프리올로 지음, 김태은 옮김, 이우건 그림 / 초록개구리 / 2011년 9월
절판


흑인이 미국 군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감사나 존경은커녕 오히려 더 엄한 벌을 주는 빌미가 되었다. 흑인 전쟁 용사들은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못한 대우를 받았다. 선거인 명부에 등록하려고 하면 여지없이 거부당했다. 조국을 위해 싸웠다고 해서 ‘무례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버르장머리 없는’ 흑인들을 본래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만 한다고 여겼다.

-45쪽

미국 유색인 지위향상 협회는 운송 회사에 흑인 승객을 존중해 달라는 청원서를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청원서를 내야 할 때가 되자, 로자는 더 이상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신념이 굳은 로자는 종이 한 장 달랑 들고 백인을 찾아가서 애원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당당히 맞서 싸워서 권리를 찾아야지, 친절을 조금만이라도 베풀어 달라고 구걸하러 가고 싶지는 않았다.

-60쪽

로자는 창가 자리에 계속 앉아 있을 작정이었다. 너무 늙어서도 아니었고, 고된 하루 일을 마치고 몇 정거장도 서서 갈 수 없을 만큼 피곤해서도 아니었다. 로자가 정말로 진저리가 난 것은 백인들의 횡포에 흑인들은 언제나 항복하거나 포기해야만 한다는 사실이었다.

-70쪽

버스는 이제 반쯤 비어 있었다. 겁에 질린 흑인 승객 몇몇과 화가 치민 백인 승객들만이 조용히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의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의는 이루어졌다. 그러나 남부의 방식대로였다.
"왜 잘에서 안 일어났죠?"
경찰 한 명이 로자에게 매섭게 물었다.
그러자 로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
"왜 당신들은 우리를 학대하는 거죠"
한 번도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경찰은 어리둥절해졌다.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요."
경찰은 결국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러나 법은 법이니까 당신을 체포하겠어요."
-71쪽

경찰차 안에서, 두 경찰 중 한 명이 로자에게 다시 물었다.
"왜 안 일어났죠?"
그러나 이번에 로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로자는 아주 위대한 행동을 했다. 비록 얼핏 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은 결정적인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로자는 아직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로자는 자신을 순교자나 영웅으로 여길 만큼 건방지지도 않았다. 그저 진저리가 났던 것이다. 로자는 포기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 흑인 여성이었을 뿐이다.
-73쪽

닉슨의 말이 옳았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인종 분리 버스를 타서는 안 되었다. 로자가 자기 자리를 내주는 걸 거부한 것은, 그날 그 버스에서만 그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원히 그러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한 일이었다. 그 자유란, 미국의 역사가 로자에게 가르쳐 준 대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권리였다. 그러한 행동을 한 이상 이제 뒤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81쪽

여러분은 100년 전부터 로자와 같은 불쌍한 여자들 덕에 먹고 살고 있어요. 그러나 그들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겁에 질린 학생들처럼 굴지요. 그래요, 맞아요. 우리는 평생을 교복을 입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복을 벗어 버릴 때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진정 인간이 되려면, 지금 당장 되어야 한단 말입니다.
-96쪽

(마틴 루서 킹)
"오랫동안 우리는 정말 놀라울 만큼 큰 인내심을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녁 우리는 자유와 평등보다 덜 소중한 것에 만족하려는 우리의 인내심에서 벗어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있는 권리입니다. 여러분이 용기 있게 싸운다면, 우리가 우리의 존엄성과 기독교적인 사랑으로 함께 싸운다면, 우리의 투쟁을 역사책은 다음과 같이 기록할 것입니다. ‘위대한 민중이 살았다. 그들은 문명의 핏줄에 새로운 의식과 존엄성을 가져온 흑인 민중이었다.’라고. 이것이 우리의 도전이요, 우리가 꼭 이뤄 내야 할 책임입니다."
-99쪽

사실 로자는 이제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결정적인 말은 이미 지난 목요일 버스에서 다 했기 때문이다. 그 확고하고 절대적인 "싫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이제는 마침내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02쪽

1975년 12월, 승차 거부 운동이 일어난 지 20주년이 되던 해에 로자는 마침내 몽고메리로 돌아갔다. 로자의 나이 62세였다. 믿기 어렵겠지만 몽고메리 시 당국의 초대를 받아서였다.

-123쪽

로자의 유해는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비행기로 몽고메리로 옮겨진 뒤에 다시 워싱턴으로 옮겨져 국회 의사당의 원형 건물에 안치되었다. 여성을 이처럼 우러러 받드는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865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유해가 놓였던 바로 그 관대 위에 놓인 로자의 관을 보초병이 말없이 지키는 가운데, 5만 명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다가가 ‘민권 운동의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그로부터 3년 뒤에, 검은색 피부를 가진 남자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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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1-0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책 읽고 싶었어요.

마노아 2011-11-01 15:16   좋아요 0 | URL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책이었어요. 뭉클했답니다. :)
 
자석 강아지 봅 -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프란치스카 비어만 글.그림,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 먹는 여우'의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신작이다. 이름만 들여다봐도 여자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지금껏 나는 남자 작가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처음 만났던 작품 '책 먹는 여우'의 그림체 때문이었나보다. 책 뒤의 작가님 사진을 보니 아리따운 여자분이었다. 그제서야 작가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둔감할 데가...;;;; 

 

책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경고부터 한다. 마치 TV화면의 경고문을 보는 기분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이 당부의 의미를 이해한다. 지당하고 올바른 경고문 되시겠다. 친절한 작가님 같으니라고! 

 

어느 화요일, 아기 봅이 태어났을 때 온 식구가 기뻐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동통하고 귀여운 강아지가 태어나니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와 고모부, 사촌누나까지 모두 기뻐했다. 엄마 아빠와 누나도 물론 봅이 태어난 것을 함께 축하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누나 에트나의 기쁨은 사라지고 말았다. 남동생이 태어나면 함께 뼈다귀를 숨겨둘 구멍을 파고, 배드민턴도 같이 치려고 했지만, 아기 봅이 당장 그 일들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아기 봅은 아기 특유의 특징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잠만 자고 깽깽거리고, 침을 질질 흘리고, 쩝쩝거리며 먹고, 오줌도 싼다! 이 모든 것들이 에트나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에는 '에트나'라는 이름의 화산도 있다고 하는데 지금 에트나의 마음이 꼭 그럴 것이다. 분출하는 온갖 잡동사니 더미 속에 알파벳이 눈에 띈다. 

 

에트나는 봅 때문에 몹시 우울했지만 식구들의 봅에 대한 애정은 나날이 무르익어간다. 스트레스가 꽉 찬 에트나는 봅이 망가뜨리는 제 물건과 사라지는 물건들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그래서 나름 묘안을 짜낸 것이 봅의 입에 아기용 입마개를 씌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식구들의 공분을 샀고, 에트나는 벌로 이틀 동안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못했다. 이래저래 에트나의 마음 고생이 심하다. 그러던 와중에, 에트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차린다. 봅의 몸에 이것저것 물건들이 붙는 것이 아닌가! 

 

갖은 실험 끝에 쇠붙이만 붙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에트나! 봅의 몸은 그 자체로 '자석'이었던 것이다. 에트나는 그 즉시 머릿 속에 떠오른 생각을 실천한다. 봅을 데리고 놀이터로 놀러나가서는 봅을 이용해 쇠붙이 탐사에 나선 것이다. 봅의 몸에 찰싹 달라붙는 온갖 물건들. 그 사이에는 동전도 있고, 예쁜 개목걸이도 있었다. 본의 아니게 보물찾기 놀이가 되어버렸다. 에트나도 신났고, 영문도 모르는 봅 역시 신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에트나는 이후 봅과 함께 지내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친구들도 봅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함께 즐거워했다. 뭘 모르는 봅도 이 놀이들이 싫지 않다. 날마다 지치도록 돌아다니고 즐겁게 자석놀이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에서 돈을 훔쳐서 달아나는 강도와 에트나 일행이 맞닥뜨린다. 

 

강도 입장에서는 몹시 재수 없게도, 돈가방에 봅이 착! 달라붙었고, 봅을 달고 달리는 와중에 지나친 쇼핑몰 앞에서 쇼핑 카트 여섯 개가 따라 붙었고, 그밖에도 지나는 길목마다 온갖 쇠붙이가 봅의 몸에 달라붙었다. 이 강도, 임무 완수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에도 '본의 아니게' 강도를 잡고 상까지 받게 된 봅 일행! 덕분에 이젠 가족들도 모두 봅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의 정체를 지혜롭게 밝혀내는 엄마의 활약이 이어진다.  

책의 맨 앞에 제시한 경고문만 숙지한다면 아주 유쾌하고 재밌는 상상 모험담이다. 작가분의 탁월한 감각에 이번에도 감탄하고 말았다. 게다가 색감마저도 어찌나 유쾌하던지... 비어만 작가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 인데, 그러고 보니 모두 동물이 주인공이다. 동물을 의인화해서 친숙한 캐릭터로 만들 때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친밀도는 더 깊어지는 듯하다. 이래저래 아이디어도 훌륭하고 감각도 훌륭한 멋진 작가님이시다.  

6~7세나 초등 1~2학년 정도라면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초등3학년인 큰 조카에게는 이야기가 좀 어리게 느껴질 것도 같지만 이렇게 유쾌한 상상력이라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선물 미리 확보해 두었다. 씨익! 

덧글)옥의 티가 있다. 역자 분의 작품 목록에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식'으로 나와 있는데 '장례식'이 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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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0-3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가 남자라고 생각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마노아 2011-10-31 13:16   좋아요 0 | URL
하핫, 저와 통했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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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이제 한 장 써 보았는데 건조해진 요즘 날씨에 자주 이용할 생각이다. 내 피부는 수분을 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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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단종


콜라겐을 먼저 구입해 보았다. 사용감이 나쁘지 않다. 다 쓰면 달팽이 세럼과 비타민 C 세럼도 써 볼 생각이다. 스포이트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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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생리대를 쓰지만 때로 일회용이 필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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