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는 열 다섯 권을 읽은 게 전부다. 그나마 10월의 마지막 날에 3권을 보았다. 

양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질을 우선하는 인간도 아닌지라 지나치게 저조한 성적에 잠시 반성을 해본다. 

요새 나는 뭐하고 지내는 거지? 왜 이리 바쁘고 피곤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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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진실 한 조각
더글라스 우드 지음, 존 J 무스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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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왕 짜증 나는 날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지음, 레베카 도티 그림, 유경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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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화해하기 보고서- 은지와 호찬이 1
심윤경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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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 앤 새디 vol.1- 마린블루스 정철연의 미치도록 재미난 생활툰
정철연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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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1-0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면 한권도 못 읽을 수 있는데 그래도 읽으시잖아요?
힘내세요

마노아 2011-11-01 15:03   좋아요 0 | URL
많이 못 읽어서 의기소침해진 것은 아니지만, 요새 좀 넋을 놓고 산다는 기분이 들어서 반성하고 있어요.(>_<)

moonnight 2011-11-0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15권 읽으셨는데 저조한 성적인가요? 제 2배이신데요. ^^; 저는 이만하면 괜찮다고 뿌듯해하고 있었다는. -_ㅠ;;

마노아 2011-11-01 23:18   좋아요 0 | URL
저 중에 절반은 만화책과 그림책이어서 말이지요.^^;;;;

울보 2011-11-0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너무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매일 반성하고 열심히 읽으려 노력중이랍니다,,ㅎㅎ 요즘 따라 갑자기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많아져서요,,,

마노아 2011-11-02 08:22   좋아요 0 | URL
독서만 밀리는 게 아니라 리뷰도 밀리고, 밑줄긋기도 밀리고, 여려모로 연체(?) 중이랍니다.
마음을 좀 비워야겠어요.^^
 
로빈슨 크루소 - 아후벨의 그림 이야기
알베르토 모랄레스 아후벨 지음, 고인경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10년 4월
품절


재밌는 그림책이다. 77장의 판화 그림으로 뒤덮여 있는데 글자가 없다.
글은 없지만 워낙 유명한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짐작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볼 수가 있다. 나의 읽기가 당신의 읽기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재밌는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색채가 없는 흑백 펜선은 어린 로빈슨 크루소가 아닐까 짐작한다. 바닷가에서 자라면서 늘 바다를 동경하며, 언젠가 자신도 저 바다로 가야만 한다고 여기지 않았을까. 로빈슨 크루소는 20년도 훨씬 전에 읽은 책이어서 그가 바닷가에서 태어났는지는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시작한다.

그의 꿈속으로 달려드는 넘실대는 파도와 커다란 배들, 그 속에는 모험과 우정과 낭만이 가득할 거라고 멋대로 짐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선원이 된 로빈슨 크루소!

하지만 애석하게도 바다는 결코 신사적이지도 않았고, 우아하지도 않았다.
거친 풍랑에 배가 뒤집히고 순식간에 생과 사가 결정된다.
난파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로빈슨 크루소.
그가 떠밀려간 곳은 무인도였다.

눈을 뜸과 동시에 밀려오는 고독과 불안과 공포!
이 낯선 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제일 무서운 것은 언제까지 여기서 홀로 살아야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낯선 환경을 자랑하는 섬의 낮은 찬란했다.
온간 진기한 풀과 열매들이 눈을 자극했을 것이다.
하지만, 뜨겁던 태양이 지고 흑암이 몰려오면
다시금 고독과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한다.
박쥐 떼라도 잘못 건드리면 크나큰 낭패!
이 모든 난관들을 기억하고 알아서 피해가려면 무수한 경험과 실패와 도전이 필요하다.

가끔 난파선이 떠밀려 오면, 인적이 있을까 기대해 보지만 어김 없이 실망만 하고 만다.
그래도 배 안에서 가져오는 식량과 옷가지와 책, 무기 등등은 모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맞닥뜨린 또 다른 생명체는 개였다.
비록 대화가 통하지는 않지만 체온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로빈슨에게는 커다란 은총이었다.
시간은 어김 없이 흐른다. 얼굴엔 수염과 주름이 함께 뒤덮인다.
그가 그 섬에서 몇 년을 살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28년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그는 결코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루하루 잘 살아내었지만, 위기가 왜 오지 않았겠는가.
하늘을 향해 원망도 쏟아보고 비난도 해보지만,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빗금 여섯 개에 반대 방향의 빗금을 하나 그어서 일곱 개를 완성한다.
일주일의 표시다. 이런 일주일의 표시가 52개가 나오면 한 해가 간다.
그렇게 스물 여덟 해를 보내야 한다.
막막한 숫자다.
시간만이 충분히 많은 그에게 책이 없었다면 얼마나 끔찍했을까.
어디서든 책은 꼭 필요하다. 반드시!!

쓰지 않으면 글도 말도 모두 잊어버린다.
펜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무엇이든 끄적인다.
일기도 되고, 일지도 되고, 상식도 되고, 역사도 된다.
그렇게 그의 표류기가 완성되어 간다.

그리고 또 다른 인간의 출연!
식인종들 사이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한 사내를 구해낸다.
금요일에 만난 그 사나이의 이름을 프라이데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생활이 달인 프라이데이!
그를 얻은 것은 1박2일에서 이수근을 얻은 것과 진배 없다.
야생에서 그가 준 도움은 깊고도 높다.

그리고 마침내 등장한 해적선 하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뭍으로 돌아가게 되는 로빈슨 크루소.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막을 내리고, 세상은 이 기적의 사나이를 찬양하게 된다.
오래오래, 300년이 다 되도록...

동화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어린이 친구들이 로빈슨 크루소를 미리 읽지 않았다면 그림을 해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쪽이 더 맞는 표현으로 보인다.

어릴적 읽었던 기억을 잠시 접어두고, 새롭게 로빈슨 크루소를 읽어낸다면, 그 안에 깃든 여러 풍자와 교훈과 한계까지도 함께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젠 로빈슨 크루소가 섬에 갇혀 산 시간보다 더 살았으니까.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혹은 태평양의 끝'도 함께 추천해본다. 풍자에 풍자에 역설의 역설이 이어질 것이다. 통쾌하게, 혹은 씁쓸하게.

강렬한 색채의 그림이 몹시 인상적이긴 한데, 예쁘다기보다는 기괴한 편이다. 누군가에게는 취향이 아닐 수도 있지만, 독특함 하나만은 누구라도 인정할 것같다. 반가운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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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1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1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11-0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림이 독특하네요~~ 좀 무서운 느낌도 들고요.

마노아 2011-11-01 23:18   좋아요 0 | URL
좀 기괴하지요? 그래서 어린이보다는 역시 어른들이 볼만한 그림책 같아요.
 
인종 이야기를 해볼까?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4
줄리어스 레스터 글, 카렌 바버 그림, 조소정 옮김 / 사계절 / 2007년 7월
절판


소설 헬프와 영화 헬프를 만나고, 그 다음엔 로자 파크스의 이야기를 다룬 '싫어요!'를 읽었다. 내친 김에 인종 이야기를 해볼까?를 꺼내들었다.
'자유의 길'로 깊은 감동을 준 줄리어스 레스터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볼 차례다.

나는 하나의 이야기.
너도 하나의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하나씩의 이야기.
내 이야기든 네 이야기든 시작은 다 똑같아.
"나는 언제 어디서 태어났다."로 시작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나는 아직 20세기이던 시절에 서울에서 태어난 여자 사람이지.

내 이야기나 네 이야기나 많은 것을 담고 있지. 이런 것들 말이야.
좋아하는 음식? 나는 두부와 계란 요리를 좋아해. 우유도 완전 사랑하지.
취미? 책 보고 리뷰 쓰기. 공연장 가서 열광하기!
특기는 길 못 찾고 헤매기라 쓰고 '삽질'이라고 읽지.
좋아하는 색깔? 원색을 좋아하지만, 내게 잘 어울리는 색깔은 파스텔 톤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종교는 기독교이고, 국적은 한국인.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때는 잠들려고 잠자리에 누워서 고요가 깃드는 시간이야!

이제 이런 이야기도 해볼까?
내 이야기와 네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것이야.
바로, 우리가 어떤 인종이냐는 거지.
작가 줄리어스 레스터는 흑인, 나는 황인종.
백인들은 우리더러 '유색인'이라고 하겠지만,
중국인들은 그런 백인들을 '유색인'이라고 부른다는군.
하여간 우리는 모두 어떤 인종에 속해 있어.

내가 하나의 이야기이고 너도 하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인종 또한 하나의 이야기야.
흑인도, 아시아인도, 히스패닉, 백인, 아랍인도 인종은 저마다 이야기를 갖고 있어.
"우리 인종이 너희 인종보다 더 나아."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좀 모자라다고 속으로 흉을 봐도 돼~)

왜 어떤 이들은 자기네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낫다고 말하는 걸까?
그건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거야.
무언가 두려워서 그러는 거지.
히틀러가 퍼뜩 떠오르네. 못난이 히틀러!

우리는 모두 갖가지 이유를 들어 자기가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학벌을 두고, 부모의 재산을 두고, 그리고 피부색을 가지고도...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참이 아니야.

우리의 모습에서 옷을 벗고, 살갗을 벗고, 머리카락도 벗고 밖으로 나간다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모두 똑같은 해골로 보일 거야.
이 모습대로라면 누가 남자고 여자인지, 누가 백인이고 흑인인지,
히스패닉인지 아시아인인지 구별할 수 없을 거야.
(전문 학자가 아니라면 말이지)

살갗 한꺼풀만 벗기면 다를 게 없는 우리인데, 왜 피부색과 눈모양과, 머릿결... 이런 이야기들만 보는 걸까?
우리가 궁금해야 할 것들은 그런 게 아니야.
너의 이름이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디서 사는지,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너를 알고 싶어서 궁금해지는 많은 것들이 있는데, 너의 질문들이 이미 편견을 포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으면 해.
숫자만 좋아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왕자의 마음으로 말이야.

네가 어떤 인종이라는 것이 네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야.
내가 어떤 인종이라는 것이 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야.
나는 어떤 인종이라는 것 말고도 아주 아주 많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
나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너는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모아야만 하지.
그래, 한 꺼풀만 벗으면 우리는 서로 다를 게 없어.
너와 나는 말이야.
우리는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어. 한 꺼풀만 벗어낸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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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1-0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멋진데요. 역시 사계절 마인드가 느껴지는 책!^^

마노아 2011-11-01 23:22   좋아요 0 | URL
사계절 마인드! 훌륭한 단어 선택이에요. 좋은 책을 만드는 좋은 출판사,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뮤직 네버 스탑 - The Music Never Stopp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느 날 집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 가출한지 20년이나 지난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이다. 그렇지만 아들은 오랜 노숙자 생활로 뇌종양 수술을 받고 기억이 15년 전에서 멈춰져 있다.  

 

무언가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하지만 멍한 아들의 눈빛은 초첨을 맞추지 못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은 구조조정으로 실직을 해버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린 아내는 남편을 내친 회사의 간부를 찾아가 담판을 짓는다. 남편은 30년 이상을 이 직장에 헌신했고 딱 두 번 결근했다고 한다. 하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렇게 성실한 남편을 내친 바람에 가족은 경제적으로 위기를 맞게 되었고, 회사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다. 그리고 그녀가 내세운 것은 자신의 취직이었다. 평생 전업주부로 살았지만 대학을 졸업했고, 비서직을 기꺼이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당찬 그녀의 요구를 회사는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아내는 출근하고, 남편은 아들을 돌보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아들은 15년 전의 기억은 그대로 갖고 있지만, 새로 맞닥뜨리게 되는 것들은 기억해내지 못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병실에 아빠가 오전 10시에 온다고 메모를 적어놓았다. 뇌기능 손상 환자에게 음악이 좋은 치료가 된다는 기사를 접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러저러한 음악들을 들려주지만 아들은 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평행선을 긋던 두 사람에게 변화를 준 것은 비틀즈의 노래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옛 노래들에 아들이 반응했던 것이다. 어려서 음악을 하고자 했던 아들과, 그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는 사사건건 부딪혔었다. 서로의 진심이 전달되지 못하고 오해가 오해를 불러 마침내 아들은 집을 떠났고, 상처받은 마음 그대로 기억은 멈춰져 있다.  

이제 아버지는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기억이 멈춘 아들에게, 추억이 멈춰버린 자신이 다가가려고 애쓰는 것이다. 음악이라는 징검다리를 밟으며...  

자신의 취향이 아니던 록음악들을 듣고, 하나하나 정복(!)해 나가는 아버지. 아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아들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눈물겨운 몸부림이다. 이미 매진된 라이브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아버지의 모습은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함께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미 고령이었다. 예순 다섯의 나이. 심장에 무리가 왔고, 라이브 콘서트 티켓을 거머쥐었어도 의사 입장에서는 허락해줄 수 없는 여정이었다. 그러나 지금 가지 않으면 아들의 기억 속에 자신과의 추억을 심을 수가 없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그 아들에게 중요한 순간으로 남고 싶은 아버지의 절절한 마음은 관객들의 마음을 한껏 적시고 만다.  

영화가 독보적인 것은, 이들의 대화와 추억, 그리고 상처와 치유의 과정에서 소개되는 전설적인 음악들의 잔치 때문이었다. 비틀즈, 롤링스톤즈, 밥 딜런, 그레이트풀 데드, 크로스비 등등... 시대를 넘나드는 전설의 명곡들이 적재적소에서 울려퍼진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영화에 사용된 뮤직 넘버들이 자막으로 쭈욱 올라간다. 그리고 그 음악을 만들어낸 뮤지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스페셜 땡스투가 또 다시 그들의 이름과 함께 올라간다. 어려서 팝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란 편이 아님에도, 그 이름들과 그 노래 제목들이 올라가는 순간 경외감이 들었다. 저런 노래들이 울려퍼지는, 그런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벅찬 감동과 고마움을 느꼈다.  

영화의 엔딩에서 보여준 뜨거운 완성도는 이 영화가 추구한 '힐링무비'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힐링 뮤직에 힐링 무비다.  

애석한 것은 이렇게 훌륭한 영화의 개봉관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에 원래 내가 예매한 영화는 '트루 오브 라이프'였다. 그런데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서울에 한 군데 밖에 없고, 볼 수 있는 시간대가 주말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앞서 예매했던 영화를 취소하고 얼른 갈아탔다. 65명 좌석을 가진 영화관에 이미 팔린 표는 15석 정도였다기에, 직장 동료와 함께 현장 예매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동료가 보자고 먼저 권했던 것이 고마워서,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맛있는 바닐라 라떼로 고마움을 전했다. 따뜻하고 달콤한 향이 오래오래 내 주변에 머물렀다. 음악의 힘이다. 그리고 사랑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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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1-01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기나 흥행과 상관없이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공공영화관 같은 걸 만들면 안될까요?
리뷰만 봐도 좋은 영화라는 필이 와요~~~~~~

마노아 2011-11-01 23:2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에요. 그런 상영관이 존속해야 영화 산업과 문화의 발전도 보장될 텐데 말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워요. 좋은 영화를 같이 누리지 못해서요...
 
싫어요! - 흑인 민권 운동의 역사를 새로 쓴 한마디 더불어 사는 지구 37
파올라 카프리올로 지음, 김태은 옮김, 이우건 그림 / 초록개구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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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로자 파크스의 실화를 동화로 표현한 책으로 '사라, 버스를 타다'가 꽤 유명하다. 하지만 로자의 이야기를 사라라고 하는 어린 아이에게 대입시켜 쉽게 설명했을 뿐, 로자 파크스가 해냈던 일들에 대해서 알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이 책은 바로 그 로자 파크스의 이야기를 전후좌우를 다 살펴서 이야기하고 있다. 시작은 로자 파크스가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운전 기사의 요구에 "싫어요!"라고 거절하면서 출발한다. 운전 기사가 경찰을 부르러 간 사이 로자 파크스는 자신을 키워주었던 외할아버지를 떠올린다. 어느 누구의 학대도 참아서는 안 된다고 로자에게 처음으로 가르쳐 준 이가 바로 외할아버지였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레 로자의 어린 시절로 흘러간다. 어려서부터 줄기차게 받아왔던 인종 차별, 그 안에서 부당함을 느꼈던 어린 로자의 마음들이 하나씩 하나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버스 안에서 로자는 남편 파크스를 떠올린다. 처음 만났을 때에 이미 미국 유색인 지위향상 협회의 회원이었다. 그 무렵에 파크스는 '스코츠버러 소년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는데, 자연스레 독자는 로자 파크스 버스 사건과도 맥이 통하는 또 다른 흑인 인권 차별 사건과 맞닥뜨리게 된다.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자행되었던 캄캄한 시절을 로자와 그녀를 비롯한 많은 흑인들이 감수하며 살았다. 로자에게서 '싫어요!'라는 한 마디를 끌어낸 인종 분리 버스의 규칙은 이렇다. 

1. 모든 승객은 앞문으로 타서 표를 사야 한다. 그러나 흑인은 표를 산 뒤에 버스에서 내렸다가 뒷문으로 다시 올라타 버스 뒤쪽의 흑인 자리에 앉는다. 

2. 흑인 승객은 흑인 맨 뒤 몇 줄에만 앉을 수 있다. 앞줄은 백인만 앉을 수 있다. 백인이 타고 있지 않더라도 백인 좌석은 빈 채로 놔두어야 한다. 

3. 중간 줄은 백인이 먼저 앉는다. 흑인은 자리가 비어 있을 때에만 앉을 수 있다. 

4. 중간 줄에 앉았다 하더라도 흑인은 언제든 백인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흑인이 80세의 노인이든 임산부이든 상관없이 이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백인이 젊은이여도 흑인은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5. 백인이 중간 줄에 앉으면 그 줄(통로 반대편 줄 포함)에 앉아 있는 모든 흑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자리를 찾든가, 아니면 서 있어야 한다. 이것은 '우월한 인종'이 흑인 옆에 나란히 앉아 가야 하는 '모욕'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실제로 버젓이 적용되었던 규칙들이다. 저걸 당연하게 누려온 백인들은, 이후로도 그 사실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느꼈을까?  

로자 파크스는 의외로 몹시 조용한 성격의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조용히 끓어올라 오래 지속되는 성미를 지녔다. 로자가 자신을 둘러싼 막을 깨버리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준 이들 중에는 백인 친구들도 있었다. 10대 시절에 다니던 학교의 창설자인 앨리스 화이트라는 백인 여성이 로자에게 큰 영향력을 끼쳤고, 흑인을 변호하다가 백인 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던 변호사 클리퍼드 더르와 그의 아내 버지니아도 로자의 좋은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버지니아의 도움으로 '인종 분리의 해소'라는 세미나에 참석했던 로자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흑인 여성을 태우러 온 백인 운전사를 보고 깜짝 놀랐던 로자는 백인 직원들의 접대까지 받으며 말문이 막히고 만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인물이 등장한다. 마틴 루서 킹! 아직 이십 대의 젊디 젊은 이 목사의 웅변은 로자의 영혼 깊숙한 곳까지 흔들고 말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로자 파크스의 버스 사건은 마틴 목사의 인권 운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준 것이다. 진실이 가져다 준 정직한 힘이라고 할까.  

   
 

오랫동안 우리는 정말 놀라울 만큼 큰 인내심을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녁 우리는 자유와 평등보다 덜 소중한 것에 만족하려는 우리의 인내심에서 벗어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있는 권리입니다. 여러분이 용기 있게 싸운다면, 우리가 우리의 존엄성과 기독교적인 사랑으로 함께 싸운다면, 우리의 투쟁을 역사책은 다음과 같이 기록할 것입니다. ‘위대한 민중이 살았다. 그들은 문명의 핏줄에 새로운 의식과 존엄성을 가져온 흑인 민중이었다.’라고. 이것이 우리의 도전이요, 우리가 꼭 이뤄 내야 할 책임입니다.  -99쪽

 
   

버스 운전 기사 이야기도 나온다. 로자와 악연을 맺은 그 운전 기사는 이미 12년 전에도 로자에게 상처를 주었던 인물이다. 그렇지만 로자는 자신의 영혼까지 병들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렇게 강인하게 지켜온 존엄함은 마침내 12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로자의 버스 사건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었지만, 이 일이 어떤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다른 흑인들의 연대 투쟁이 필요했다. 그녀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버스 승차 거부 운동에 동참했던 일이 바로 그것이다. 집이 멀어서, 다리가 아파서, 혹은 백인들의 보복이 두려워서 등등... 도망가고 싶은 이유야 얼마든지 많았겠지만, 그렇게 주춤거리고 머뭇거리다간 그들이 원하는 진정한 평등과 자유는 결코 가질 수가 없다. 내일이 아니고 모레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 움직여야 했던 것이다.

여러분은 100년 전부터 로자와 같은 불쌍한 여자들 덕에 먹고 살고 있어요. 그러나 그들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겁에 질린 학생들처럼 굴지요. 그래요, 맞아요. 우리는 평생을 교복을 입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복을 벗어 버릴 때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진정 인간이 되려면, 지금 당장 되어야 한단 말입니다.  -96쪽 

몽고메리 지역의 승차 거부 운동은 1년 이상이나 지속되었다. 백인들은 갖은 법안을 올려서 이들의 연대 투쟁을 방해했지만, 그럴 때마다 또 다른 지혜와 협력을 동원해서 버티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몽고메리의 지역 법원 재판관들은 버스에서의 인종 분리가 위헌이라고 판결을 내린다.  참으로 뜨거운 승리였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람들의 뇌리 속에 박힌 인종 차별의 뿌리가 쉽사리 사라질 수는 없었다. 로자는 익숙한 고향을 떠나 북부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했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되돌아올 때 그녀의 입장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무려 '몽고메리' 시 당국의 초대를 받아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감았을 때에, 그녀의 유해는 링컨 대통령의 관이 모셔져 있던 자리에 놓인 채 5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조문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 후에는 검은 피부를 지난 버락 오바마라는 남자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참으로 극적인 반전이라 할 수 있겠다. 짜릿한 감동을 주면서 작품을 마무리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에, 우리도 막 대선을 치른 직후였기 때문에 난 미국 시민들이 부러웠었다. 기꺼이 오바마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에게 부럽다라는 얘기를 했더니 더 두고봐야 알 일이라고 그는 대답했다. 당연히 공감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불가능으로 보이던 것을 가능으로 바꾸는 일이 인류가 나가야 할 진보의 첫 걸음이고 위대한 한발자국이 아니던가. 버스 의자에 앉는 것조차도 오랜 투쟁이 필요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로부터 50년 뒤에는 대통령 자리를 앉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 자체로도 일단은 감격이다. 그리고 그 안에 깃들어 있는 많은 땀과 눈물과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때문에, '싫어요!'라는 단순한 한 마디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신경질적인 목소리의 싫어요!가 아닌, 마땅히 거부해야 할 것을 거부한 당당한 한 마디였다. 역사를 바꾼, 역사를 움직인 소중한 한 마디였다. 용감했던 로자 파크스와, 그녀와 뜻을 같이 했던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과 존경의 박수를 보내본다. 

덧글) 오타가 하나 있다. 96쪽 그러나 그들은 위해서 >>>그들을 위해서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이 책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도 해보지 않고 이기려는 노력조차 포기해 버릴 까닭은 없어."라는 명문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앵무새 죽이기가 기꺼이 소화가 되었다면 '헬프'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 따뜻한 감동이 오래오래 가슴을 적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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