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총240매★칼미아 클렌징티슈120매×2개/녹두+오트밀/순면티슈/피톤치드/트러블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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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사이즈, 적절한 클린징, 적정량의 매수까지, 완벽한 3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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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 일본의 숨겨진 맛과 온천 그리고 사람 이야기
허영만.이호준 지음 / 가디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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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여행 좋아하고 산 좋아하는 허영만 화백. 이번엔 일본의 온천에 푹 빠졌다. 2년 동안 발과 혀로 찾아내고 탐구한 일본의 기막히게 쉬기 좋은 온천들을 두루 담아냈다. 글은 식객에서 자주 등장한 이호준 팀장이 썼고, 선생님은 캐리커쳐와 모델(?)로 등장하신다. 목차를 살펴보니 이들 일행의 자취가 담긴 곳은 이렇다.

 

1장 번잡한 마음을 씻어보내는 치유온천 - 아키타
2장 옛것 그대로 시간이 멈춘 료칸에서의 하룻밤 - 시즈오카
3장 불편도 즐기게 되는 곳 - 아오모리
4장 자연의 거대하고 신비로운 힘이 펼쳐지는 곳 - 가고시마
5장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지옥 순례 - 오이타·기타큐슈
6장 음과 양의 조화 속에서 - 이바라키
7장 이슬과 하늘, 바람과 음률이 한데 어울린 노천온천 - 나가사키
8장 창문을 열면 낭만과 운치가 가득한 곳 - 오카야마·시마네·돗토리
9장 봇짱과 센과 치히로와 함께 순례길에 오르다 - 에히메
10장 마음으로 먹고 온몸으로 고독을 즐기다 - 와카야마
11장 이방인들을 설레게 하는 미소라멘과 삿포로 맥주 - 훗카이도

 

온천을 주제어로 묶다 보니 내게 익숙한 지명은 손에 꼽고, 대개는 낯선 곳이다. 그 쪽이 설렘과 기대를 더 주기는 했다.

 

우리 말로는 여관으로 번역될 '료칸'이 일본에서는 호텔보다 더 큰 명성을 얻고 있다는 것, 실제로 료칸에 간다고 하면 자랑까지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심지어 어떤 료칸은 건물이 국가유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기까지. 건물의 가치를 먼저 따져야 하는데 우리는 용도 혹은 편견을 먼저 심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했다.

 

산업구조도 내수비율이 높은 일본 답게 온천 관광객도 자국민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특히 가족 단위로 온천을 찾는 것이 특징. 휴식과 보양의 장소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3대가 함께 온천을 즐기는 풍경은 무척 개인주의 성향이 높은 일본의 스타일과 달리 훈훈함을 느끼게 한다.

 

가와유 온천에서는 식사 시간에 요리가 놓일 때마다 해당 요리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준다고 한다. 외국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아주아주 배가 고프다면 수업종이 치기를 기다리는 점심시간 직전의 마음과 닮아 있을 테지만... 문득, 한복을 입고 호텔 식당에 들어갔다가 입장을 저지당했던 어떤 분의 일화가 떠오른다. 해외 토픽감이었지...;;;;

 

사쿠라지마의 심수관 가마는 정유재란 당시 포로로 잡혀 온 조선 도공 심당일이 자리를 잡은 가마터라고 한다. 그후 무려 400여 년 동안 명맥을 이어와 일본 도자기를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았다. 애석하게도 그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는 맥이 끊겼다. 그때 전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은 의미가 없으니 이같은 가정은 허무하기만 하지만, 그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이 조선의 혼을 일본에 심게 되었다고 애석해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기술자를 대접해주는 문화가 조선에서는 없었으니. 그들은 일본 땅에서 오히려 새출발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라도 기술이 전수된 것은 다행인 일이다. 씁쓸함은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섬나라에다가 지진과 화산 활동까지 활발한 일본이다 보니 온천도 발달하였고 그것을 이용하는 일본인들의 마음가짐도 우리와는 남다르겠지만, 그래도 부러운 부분들 혹은 대견한 부분들이 있었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만약 같은 경우 우리나라였다면 개발의 삽질 아래 무너졌을 것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보호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럽고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홋카이도의 하얀 눈은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러브레터의 추억에 젖어서 부러운 부분으로 같이 묶어버렸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매년 인구가 증가하는 곳이 홋카이도라니, 저 새하얀 설경을 로망으로 여기는 사람이 아주 많은가보다.

 

생선시장의 바닥에서조차 물기 하나 없다는 것에서 저자는 큰 충격을 받았는데 독자 역시 놀랍다. 하긴, 상해의 오빠 아파트에는 욕실 바닥에도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어서 물기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헉 소리가 났더랬지. 그래도 생선시장의 물기 없는 바닥이 더 대단하다!

 

 

 

책은 글과 사진, 그리고 그림이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정보를 알려주는 소정의 목적과 유머 감각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어부이지만 고기를 너무 못 잡아서 방송에 소개되기까지 한 인물의 못 잡는 것도 실력이라는 태평한 소리에 피식 웃고 말았다. 두번째 그림은 사진을 묶다 보니 윗부분이 잘렸는데 피부를 좋게 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온천인데도 피부과 병원이 있길래 지나면서 허허~하는 장면이다. 뭐,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가 진리이니까.^^

 

세번째 그림은 호오~ 하게 된 장면. 만화가로서 뼈를 묻으신 분인 건 알았지만 무려 44년이란 대단하다. 이제 해 넘기면 45년. 반 세기 이상은 거뜬히 현역으로 뛰실 분이니 이 역시 가슴이 벅찬 부분이다. 한 분야에서 이 정도로 열정을 불태우는 건 장인 정신의 나라 일본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뭐, 전체 양으로 따지면 할 말이 없지만....

 

마지막 그림은 오바마의 당선을 오매불망 원했던 일본의 한 어촌 이야기가 배경이었다. 알고 보니 그곳 마을 이름이 '오바마'였던 것이다. 온천욕을 마치고 오바마 얼굴이 인쇄된 수건으로 젖은 발을 씻고 나온다고 한다. 하하하... 우리나라엔 각하 이름을 딴 온천 어디 없을까? 그분께 헌신하는 마음으로 발을 닦아드릴 수 있는데 말이다.

 

고야산의 본당은 1200년 전부터 짓기 시작했다는데, 80년 걸려 지은 건물이 50년 지나서 벼락으로 소실되었고, 다시 짓는데 100년이 걸렸는데 50년 후 또 벼락을 맞았다고 한다. 그렇게 재건에 재건을 7번 거듭.... 세상에... 허영만 샘 반응처럼 정말 신앙심이 부족했나???

 

마쓰야마 성은 17세기 초에 세워졌는데, 천수각을 비롯한 21채의 건물이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단 한 번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 보존 상태가 전국에서 으뜸인데, 안타깝게도 천수각은 낙뢰로 소실됐다가 1854년에 재건됐다고... 이래저래 불이 무섭다. 끙!

 

 

 

호기심 충만한 허영만 선생님은 직접 앞치마도 두르셨는데, 식객호의 선장 답게 태가 멋지다. 아래쪽 사진은 돈까스처럼 보이지만 속에 든 것은 참치다. 사진이 광택이 없어서 대체로 미감을 자극하진 않지만 이 녀석만큼은 무척 군침이 돌았다. 그리고 오른쪽 기다란 그림은 삼나무를 그린 것인데 그림에서 빛이 났다! 유머 감각을 동원한 그림이 아니라 화가처럼 그렸다. 삼나무가 얼마나 곧고 큰 나무인지 실감이 났다.   만화가 신일숙의 '정령을 믿으십니까?'도 살짝 떠올랐다. 수령 7200년을 자랑하는 삼나무도 있다고 하니 정령이 살고 있다고 해도 그럴싸 하지 않을까.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고 회를 먹지 않는 나로서는 초밥도 즐기는 편이 아니다. 게 중에 먹는 거라면 날치알초밥 정도? 그래서 초밥을 먹는 고수의 방법 따위는 그닥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재밌어서 한 컷 찍어봤다. 초밥의 달인 등장이요!

 

남녀혼탕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각별하다. 잘못 알려진 사실도 많고, 일본 내에서도 변화가 있었기에 혼란은 더 컸을 것이다. 친절한 안내문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실내 온천에 자연석을 두어서 마치 야외에 나가 있는 느낌을 준 게 좋아보였다. 난데없이 안압지가 떠오르지 뭔가.

 

마지막 그림은 허걱 했던 장면이다. 저 한 칸에 무려 4명이 앉는다니, 내 보기엔 혼자 앉으면 딱 좋을 크기구만! 무릎 꿇고 앉아야만 넷이 앉을 수 있겠다.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무릎 꿇고 앉는 것에 익숙한 일본 사람들의 다리 체형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없을까? 혹시 안짱다리가 그래서 생기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돛을 활짝 펴고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배가 근사해 보였다. 주름이 가득한 것이 여인의 치마 자락같기도 했다.

일본인의 성이 메이지유신 이후에 생겼다는 것은 꽤 충격이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이기에 우리처럼 오래 되었을 거라고 여겼는데 말이다.

 

몇몇 정보들도 신선했다.

 

낫토는 스님들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절의 부엌인 낫쇼(納所)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따고 한다.  -123쪽

카스텔라는 16세기에 나가사키에서 활동하던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먹던 스펀지케이크의 일본식 변형이다. -141쪽

도미는 참치와 장어를 제치고 일본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생선이다. 에도 시대에는 도미의 붉은색을 귀족색으로 여겨 귀족이나 사무라이 등이 즐겨 먹었던 것에 영향을 받은 탓이다. -179쪽

우리와 달리 일본인들에게 일 년이 시작되는 달은 4월이다. 이는 국가와 회사들의 새 회계연도와 함께 대학교 신입생들의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189쪽

1950년대에는 본토에서 삿포로로 발령받은 직장인들이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단신으로 홋카이도에 왔는데, 혼자 생활하다보니 늘 식사가 부실했다.  식당에서는 혼자 온 손님들이 많아져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주문이 점차 늘었다. 아지노산페에서는 미소 국물이 먹고 싶다는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홋카이도 원주민들이 먹던 돼지뼈 국물에 미소를 넣어 대접했는데, 어느 날 한 손님이 그 국물에 면을 넣어달라고 한 것이 미소라멘의 시초다. -220쪽

 

일본이 온천의 나라이긴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 앞에 버틸 장사란 없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동력을 끌어들였고, 그 바람에 원천수의 질은 떨어지고 온도마저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게 된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과학향기에서 보니 댐과 채굴로 인한 지진이 무척 많다고 했는데, 가뜩이나 지진이 잦은 일본이니 그런 것들이 곧 화가 될 수 있으리라.

 

추운 겨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예년 기온에 비해 지나치게 따뜻한 요즘 날씨가 걱정스럽다. 올 여름에도 내내 덥지 않다가 갑자기 폭염이 몰려왔고, 전력대란을 겪지 않았던가. 이렇게 춥지 않다가 갑자기 오지게 추울 것만 같다. 지구가 그만큼 신음하고 있다는 의미일 테지.

 

일본여행은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올 2월에 그 마음이 최고조였는데 가지 못했고 3월엔 후쿠시마 사태가... 그래서 당장에 일본 여행은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간다고 해도 료칸은 너무 비싸서 역시 침도 못 흘리겠지만, 책을 통해 대리 만족이라는 것으로 허기를 좀 채워본다.

 

책은 즐겁게 읽을 수 있었는데 옥의 티는 역시나 잦은 오타들이었다.

 

62쪽 미국 선교사 의해 일본 최초로

66쪽에는 오마치 게이게쓰로 나오고 67쪽에는 오오마치라고 나온다.

70쪽 각종 각종 부재료와

71쪽 맑은 호수와 파란 하늘이 연중 내내-연중에 '내내'의 의미가 들어 있다.

191쪽 역사의 흔적은 거의 없다. 온천이라곳도...

 

그렇지만 반면, 아주 예쁜 우리말도 나와서 달달할 때도 있었다. 223쪽에 등장한 '달보드레한'이란 단어다. 약간 달큼하다-란 뜻인데, '달보드레'라니! 달샤베트 같이 달콤함이 뚝뚝 떨어지는 예쁜 말이 아닌가.

 

작품 속에는 선생님의 신작 대박나라며 순례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인 친구가 등장했다. 기도의 효과가 떨어질까 봐 여행길에서 마주쳤을 때에도 목적을 말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이런 친구가 있으니 허영만 샘이 승승장구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신작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진다. 사람이 힘든 일을 했으면 좀 쉬어갈 필요가 있으니, 샘의 신작이 마무리 되고 나면 다음 여행지에서의 맛 기행이 또 이뤄지지 않을까. 일본도 좋고 다른 나라도 좋다. 어디든 즐겁게 기다리리라. 그 사이 나도 일본 한 차례 정도는 다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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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12-14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나오자마자 샀는데 아직도 못 읽었어요. 마노아님 리뷰로 아쉬움을 조금 달랩니다. 조만간; 꼭 읽어야지!

마노아 2011-12-15 14:42   좋아요 0 | URL
달밤님 마음이 좀 여유로워졌을 때 읽으세요. 요즘은 정신 없어서 마음이 조급해질 거예요.(>_<)

BRINY 2011-12-1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사놓기만 하고 못읽었어요. 학년말 핑핑 돌아가서요. 1월에 느긋하게 보면서 여행계획 짜고 싶어요.

마노아 2011-12-15 14:42   좋아요 0 | URL
브라이니님 버전의 여행기를 보고 싶어요. 허영만 샘보다 더 구석구석 소개해주실 수 있을 거야요.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1-12-1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료칸에 가서 자봤어요! 떡하니 푸짐한 한상도 받았구요.
차려진 한 상에 해산물이 많아서 정말 인상 깊었고, 보글보글 찌게도 불에 올려 사람마다 각자 주어서 신기했어요.
아우, 온천 가고 싶다, 해외 여행 몇군데 안 해봤지만, 저는 일본이 가장 편안했던거 같아요.
딸아이랑 둘이 달랑 가도, 치안 걱정 안해도 되구....
저는 이 책 읽으면 당장 여행가고 싶어서 우울할까봐 손 안 댈거예요, ㅋㅋ

마노아 2011-12-15 14:43   좋아요 0 | URL
오오오, 소문의 료칸에 가보셨군요!!
일본은 환율도 세지만 료칸은 게다가 또 센 가격이어서 감히 엄두도 안 나네요.
여러모로 당장에 일본 여행은 무리라고, 이 또한 신포도라고 마음을 달래봅니다. ㅎㅎㅎ

pjy 2011-12-1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료칸, 살짝 가보긴했었지요^^; 아무래도 가까운게 젤 장점인데요~ 천재지변보다 무서운게 인재라서 당분간은 일본은 모르겠습니다~

마노아 2011-12-15 14:44   좋아요 0 | URL
여기도 료칸 사용자가!
미리 가본 사람들이 부러워요. 당분간은 침만 삼키게 생겼어요.^^
 
서찰을 전하는 아이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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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곳을 확실히 찾은 것 같구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도 그 길을 잃지 마라."-102쪽

나는 '행복'이란 말을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었다. 또한 내 앞에서 아무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와 함께 장터를 옮겨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들은 항상 힘들고 고단했다. 그래서 누구도 행복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나는 그런 말들은 양반들의 말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천주학 어른이 처음으로 내게 행복이란 말을 쓴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정말 행복한 것처럼 느껴졌다.-102쪽

"아이아, 행복하다는 말...... 난 칠십 평생을 살면서 그 말이 양반의 것인 줄 알았다. 네가 그 말을 쓰는 걸 보니 동학 농민군의 말처럼 좋은 세상이 오려나 보다."-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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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찰을 전하는 아이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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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역사 동화가 나왔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다. 역사적 실체에 다가가는 것과 이야기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어떻게 엮어나갔을까 궁금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성공이다!

 

주인공은 현재 보부상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가 기억하는 어릴 적 최초의 기억은 열 세살 때부터다. 무척 늦은 나이 같지만, 그 나이 때에 겪었던 사건이 워낙 큰 일이었던지라 다른 기억들에게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

 

그가 아직 열 셋이었을 때, 그리고 그의 보부상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부터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는 북한산의 어느 노스님에게서 서찰을 한 장 전해 받고, 그 서찰을 전하기 위해서 전라도로 가야 한다고 하셨다. 엄청 중요한 서찰인지라 아들에게조차 누구에게 가는 것인지 자세한 내막을 알리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구하고, 때로는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셨다. 어린 아들도 그 중요성을 짐작하고 자세히 캐묻지 않았다. 하지만 수원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묶던 날,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말았다. 세상 천지에 홀로 떨어진 아이의 두려움과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의지할 곳 없는 아이는 목표를 세워 달려나가야만 했다. 그 목표란 아버지께서 완수하지 못한 서찰을 전달하는 임무다.

 

 

 

 

아이는 수원에서 오산, 평택, 아산까지 이른다. 서찰은 한문으로 적혀 있었고 영리했던 아이는 서찰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서찰 속 10글자를 끊어서 알아낸다. 그 과정에서 세상에 공짜란 없다-라는 아주 중요한 명제를 온 몸으로 깨닫는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대가를 지불했고, 값을 지불한 글자는 온전히 아이의 것이 되어버렸다. 처음엔 값을 요구한 어른들이 무척 야속해 보였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가져가는 깨달음이 더 컸기에 오히려 어떻게 전개될지 더 흥미진진하게 보게 되었다.

 

더불어, 아이가 자신의 값어치로 흥정을 하게 되었을 때는 신이 나기까지 했다. 아이는 남다른 재주가 있었고, 그 재주가 사람들에게 값을 지불해도 좋을 충동을 일으켰다. 아이는 많은 것을 배웠고, 배운 그 이상으로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었다.

 

작품 속 배경이 '동학농민운동/전쟁/혁명'인 까닭에 일본군과 청나라 군이 싸우는 대목이 나온다. 전력적으로 일본군이 훨씬 우세했고, 실제로도 일본군의 승리로 끝났던 그 싸움에서 사람들은 동학농민군을 편들기도 하고, 그들의 죽음을 애달퍼 하기도 했지만, 누구도 임금과 관군이 옳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부분이 참 쓰디 썼다. 제나라 백성을 제압하기 위해서 외국 군대를 툭하면 끌어들이는 임금이라니, 어느 백성이라고 그런 임금과 그런 명에 움직이는 관군을 역성들 것인가.

 

주인공 아이가 글자를 알아내기 위해서 거래를 한 사람 중에는 양반 도련님도 있었다. 아이와 마찬가지로 열 셋 동갑이었고, 세상이 변해가는 만큼 그도 다른 양반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지만, 그래도 올곧이 양반의 허영을 벗지는 못했다. 아쉽지만, 그 편이 더 설득력 있었다. 갑오개혁으로 신분제도가 사라진 뒤에도 양반과 노비의 차이는 오래도록 하늘과 땅 만큼의 거리가 있었으니까.

 

아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대목에서는 무척 감동스러웠다. 열 셋 나이에 처음으로 물에 비친 제 얼굴을 바라보았던 아이, 날마다 장돌뱅이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고된 일상을 살았을 이 아이가 어느 대목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았겠는가. 비단 아이뿐 아니라 그 시절 힘없고 가난한 백성으로 살던 이들 중 누가 감히 행복이란 말을 입에 담으며 살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 아이가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그 행복이라는 감정을 전달하고 퍼뜨렸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살벌한 시대였고, 각박한 때였던 만큼, 인심도 그같은 세태를 닮아 있었다. 주막집에 어른 없이 아이 혼자 들어서면 주모들은 동냥하는 아이가 왔나 해서 경계하는 모습부터 보였다. 아이가 돈을 내밀고 나서야 손님 대접을 해주곤 했다. 그렇지만 그들도 인정이라는 게 있었다. 일본군과의 전투가 있던 날, 주막을 나선 아이가 무사히 돌아오자 아이가 살아온 것만으로도 기뻐서 방값을 대신해주지 않았던가. 게다가 먼 길 떠나는 아이를 위해 따뜻한 옷을 준비해 준 이들도 있었다. 그 고마움을 아이는 분명 갚았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말이다. 때마침 아이 역시 보부상으로 성장했으니, 그 길들을 다시 되짚으며 고마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에 아이는 제 직업과 소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또 행복해 했을 것이다. 넘겨 짚는 이야기건만, 그렇게 생각하니 독자의 마음도 훈훈해진다.

 

 

 

키가 작았던 녹두장군 전봉준. 허나 큰 마음과 의젓한 기개를 가졌던 그의 영혼은 그림처럼 거인이었을 것이다. 그 마음이 배신을 당할지라도 스스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역사의 큰 별 하나. 이미 그가 관군에 체포되어 처형당했다는 역사적 진실을 알고 있기에, 아이의 임무가 성공한다 할지라도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어쩌다가 그런 결과를 낳았는지, 또 아이는 그런 결말을 어찌 받아들일지 자꾸 책장을 재촉하게 했다. 바쁜 마음을 달래며, 이야기는 가장 아름답게, 그리고 완성도 있게 마무리 된다.

 

 

책의 마지막에는 역사적 배경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같은 시간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아이가 서찰을 전하느라 이동했던 경로와 동학농민군의 진로를 지도에 담아 설명해 주었다. 어린이 친구들의 이해를 돕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이다.

 

168쪽에 옥의 티가 하나 있다. 정약용이 지은 '애절양'의 일부에서 '쌀 한 톨, 배 한 치도 바치는 일 없으니' 라고 썼다. 원문은 비단이지만 '베'로 쓰는 쪽이 세금의 의미로 더 낫다고 동의한다. 하지만 '배'가 아니라 '베'라고 써야 맞다. ^^

 

책이 재밌어서 버스 안에서도 읽으면서 귀가했는데, 대학로를 지날 무렵 연극 포스터 '수상한 궁녀'를 보았다. 작가 한윤섭의 작품을 연극으로 올린 게 아닐까 궁금해졌다. 작품 목록에 흥미를 돋우는 제목들이 꽤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작품들을 찾게 만들었으니, 이야기의 힘이 참으로 컸다. 게다가 감동 주머니까지! 이만하면 아주 흡족한 독서가 아닌가. 고맙고 보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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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직전 껌 씹으면 성적 ↑

 

제 1496 호/2011-12-12

시험 직전에 껌을 씹으면 뇌가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세인트로렌스 대학의 서지 오나이퍼 심리학과 교수팀은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했다. A그룹은 시험 직전 5분간, B그룹은 시험을 치는 동안 내내 껌을 씹게 하고 나머지 C집단은 껌을 씹지 않았다. 시험 문제는 분별력, 판단력을 검사하는 인지적 과제였다. 그 결과, A그룹의 성적이 나머지 두 그룹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체 활동을 약간만 해도 인지 능력 시험의 성적이 올라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시험 도중에 껌을 씹는 것은 효과가 없었다. 오나이퍼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씹는 일과 인지 과제 처리에 두뇌활동이 분산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11년 12월 ‘식욕(Appetite)’저널에 발표됐다.

 

 

인간이 일으키는 지진이 있다?

제 1495 호/2011-12-12

 

 

자연재해로만 알고 있는 지진. 그런데 인간도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 인간은 석유나 가스, 기타 광물자원들을 얻거나 댐과 같은 큰 건축물들을 세우기 위해 땅을 판다. 컬럼비아대학에서 인공 지진을 연구하는 크리스찬 클로스는 인간 활동 때문에 지난 160년간 발생한 규모 4.5 이상의 지진만 200건이 넘는다고 전했다.2008년 중국 쓰촨성의 지핑푸 댐으로 인해 생긴 지진이 대표적인 예다. 지핑푸 댐에는 1조 1,970억L의 물이 저장돼 있다. 이 엄청난 규모의 물이 규모 7.9의 강진을 발생시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핑푸 댐에 있는 3억 2,000만 톤 무게의 물이 지하 단층선을 눌렀고, 그 힘은 지진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응력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댐이 완공된 후 2년 만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점, 진앙이 댐으로부터 불과 5km 떨어진 곳이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밖에 수 km 깊이의 지각 밑 암반을 파서 에너지원을 찾는 지열발전소 건설, 석탄 채굴 등도 지진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까지 인간이 일으킨 지진 중 댐이 일으킨 지진은 76건, 채굴작업으로 발생한 지진은 137건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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