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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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줄곧 투쟁의 역사였다. 주린 배를 채우고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자연과의 투쟁이 그러했고, 지배자의 억압에 저항해 온 긴 역사가 있어 왔다. 그리고 법적으로 '신분제도'라는 것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은 자본가가 가진 폭압적인 힘에 대항하기 위해 지금껏 싸워왔다. 이 책의 배경인 1912년의 미국에서도 그랬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산업혁명은 최정점을 찍고 있었다. 자본가들은 높은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낮은 임금을 받고도 일할 수 있는 이주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했다. 매사추세츠 주 로렌스의 거대 방직 공장에는 유럽에서 넘어온 많은 가난한 노동자들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도 가족의 하루 식량을 위해서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하고 있었다. 매사추세츠 주의회는 공장주들에게 여자와 어린이의 노동시간을 주 56시간에서 54시간으로 단축하라는 명을 내렸고, 공장주들은 줄어든 작업시간으로 인해 발생한 이윤 손실을 임금 삭감을 통해서 메우려고 하였다. 이러한 사측에 반발해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대항했다. 이때 등장한 유명한 구호가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였다. 주린 배가 가장 1차적인 목표 대상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지혜롭게도 그들은 알아차렸고, 그리고 요구하였다. 이 책의 저자 캐서린 패터슨은 이때의 파업에 동조하여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파업 노동자들의 자녀를 대신 보호해 주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3년 간의 자료 조사 끝에 이 소설이 탄생했다. 소설은 파업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서 자본가들의 폭력과 거짓말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해 낸 모습을 풀어 나가며 로사와 제이크라는 두 어린 아이를 내세워 어두운 사회의 제일 밑바닥에 자리한 가장 힘없는 약자들의 고군분투를 그려냈고, 그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과 이 아이들이 받아 마땅한 관심과 보호,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담담하지만 찡하게!

 

소년과 소녀가 처음 만났던 곳은 골목길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였다. 2년 동안 일도 하지 않고 어린 아들이 벌어온 돈으로 술만 진탕 마셔대면서 툭하면 아들을 죽도록 패는 아버지, 그 아버지에 대한 증오로 추위를 떨쳐내려 애쓰는 제이크가 로사와 마주쳤다. 다 찢어져서 구멍이 난 구두 대신 새 구두가 필요했던 로사는 제 구두를 숨겨두면 혹시 엄마가 구두를 사줄까 하는 마음으로 쓰레기 더미 속에 자신의 신발을 숨겨두었던 터였다. 하지만 엄마는 종일 공장에서 서서 일하는 언니 애나에게 구두가 더 필요하다고 여겼다. 결국 로사의 계획은 실패했고, 아무 보온 효과도 없을지언정 맨발로 지낼 수는 없으니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신발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노숙을 하고 있는 소년이 가여워서 자기네 집 부엌에서 하룻밤을 재워주며 인연을 갖게 된다. 비록, 도움을 받은 제이크는 다음 날 집에 있는 유일한 식량이었던 빵 한조각을 훔쳐 달아나는 것으로 보답했지만.

 

로사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였다. 이탈리아에서 이주해 온 가정의 아이였고, 교양있는 미국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삶의 목표였다.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언니는 일찌감치 공장에서 일하는 쪽으로 길을 틀었고, 로사는 자신이 소유한 한 권 뿐인 역사책만 가지고도 학급에서 1등을 하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그런 로사는 엄마와 언니가 파업 투쟁에 참여한 것이 불만이었다. 노동이 없으니 급여도 없고, 당연히 생활은 더 어려워질 것이었다. 아빠는 돌아가셨고, 막내 리치는 이제 돌을 좀 지났을 뿐이다. 게다가 파업 행진은 지나치게 위험했다. 학교에 오면 노처녀 핀치 선생님의 신경질적인 경고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어리석고 무책임하다고 말씀하셨고, 아이들의 교육에 무관심하다고 일갈하셨다. 또 그들이 야학에 등록하지 않는다며 현실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게으름을 타박했다. 그녀의 사고 체계에서는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도 집에 돌아오면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부모님이 야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는 일은 아주 사치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녀에게는 파업 투쟁의 대상인 공장주 빌리 우드가 근면과 성실,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지금의 자리에 올라간 자랑스러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순진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다.

 

"저기요, 선생님." 되바라진데다 아일랜드인이기도 한 조 오브라이언이 말했다. "빌리 우드가 사장이 된 건 공장주의 딸이랑 결혼했기 때문이잖아요." -30쪽

 

이쯤 되면 뭐든 안 해 본 게 없다고 늘 주장하시는 어느 국가 지도자가 떠오른다.

 

열 세 살 제이크는 파업의 대의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제이크의 관심은 오로지 오늘 밤 어디서 잠을 잘 수 있느냐와 어찌 배를 채울 것인가에만 몰려 있다. 파업 중에는 돈을 벌 수 없어서 아버지께 술을 사 드릴 수 없고, 아버지는 그것을 허리띠 채찍으로 앙갚음하셨다. 본의 아니게 파업 행진 대열에 끼어 소방 호수로 물대포물 세례를 받던 날, 제이크는 안젤로 아저씨네 집에서 저녁을 얻어 먹고 젖은 옷 대신 체구가 작은 룸메이트 아저씨의 옷을 빌려 입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날도 남의 옷이 피투성이 될 만큼 맞고 말았다. 제이크는 성당으로 몸을 피했고, 그곳의 온기에 취해 퍼뜩 잠이 들었다가 헌금함을 깨서 돈을 훔쳐 달아났다. 이러한 일상은 제이크에게 낯설지 않다. 들지키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더 할 각오였다. 제이크가 로사네 집에서 두 번째로 신세를 지던 날은 식탁 위의 빵을 훔치는 대신 1페니를 두고 갔다. 훔친 돈이었지만 본인은 하룻밤 신세진 값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위험한 제이크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은 어느 신부님께 붙잡힌 뒤였다. 신부님은 고약한 냄새에 찌든 제이크를 빡빡 씻기게 했고 맛있는 저녁도 대접해 주었다. 거의 한 소년을 가톨릭 신자로 바꿔놓는 건 물론이고, 신부가 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서 신부가 베푼 선에 대해서 잠시 한숨을 쉬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는 자신과 한 테이블에서 소년이 식사하도록 하지 않았다. 소년을 배려해서였을까? 글쎄, 예수님이었다면 기꺼이 이 소년과 한 식탁을 나누었을 것이다. 신부는 소년이 돌아가기 전에 무려 50센트라는 거액의 은화를 내주지만, 이 파업은 악마가 꾸민 소행이라는 것을 부모님께 전하라는 밀명을 내린다. 아아, 어찌 백년 뒤 한국교회가 자본가와 노동자들에게 대하는 태도와 이리도 닮았을까.

 

이야기의 전환은 아이들이 버몬트 행 기차를 타면서 시작된다. 아이를 맡긴다는 부모의 서명을 받은 뒤에야 기차를 타고 이웃 도시로 갈 수 있었는데, 원래 로사가 갈 곳은 뉴욕이었다. 그리고 뉴욕을 제 인생의 새출발 기지로 여긴 제이크는 서명을 위조해서라도 그 기차에 탈 생각이었다. 그러나 로사는 큰 도시가 아닌 작은 도시가 덜 외로울 거라는 엄마의 판단으로 버몬트로 가게 되었고, 글을 읽을 줄 몰랐던 제이크는 로사가 탄 기차가 뉴욕행이라 확신하고 의자 밑에 몰래 숨어들어갔다. 그리하여 정말 원하지 않았건만, 두 아이들은 남매 행세를 하며 제르바티 부부의 집에 맡겨진다.

 

아이들은 평생동안 입어보지 못했던 따뜻한 옷을 입고, 따뜻한 집에서 따뜻한 밥을 무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그 사이사이엔 간식까지 먹는 호사를 누려본다. 그렇지만 로사는 여전히 로렌스에 남아 있는 엄마와 언니, 그리고 동생 리치가 걱정이었고, 아버지의 일로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이크는 호시탐탐 이 댁의 돈을 훔쳐서 뉴욕으로 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로렌스에서는 파업 노동자들에게 경찰이 가한 폭력 소식이 들려왔고, 엄마와 언니가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에 로사는 애가 타서 견딜 수가 없다. 비록 잘 마무리 되어서 이들의 투쟁은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역사적 결과로 귀결되지만, 그 사이사이에 아이들은 나락에서 천국을 거듭 왕복해야 했다.

 

책 속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저마다의 진심과 정의를 내세운다. 로사는 교육받은, 교양이 넘치는 미국인이 되는 것이 목표였고, 엄마가 흥분해서 말투가 외국인처럼 변하는 것을 싫어했다. 로사의 기준에 거칠고 교양 없는 외국인들은 비록 가난할지언정 자신의 가족보다 더 아래에 위치한 사람들이었다. 제이크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으로 타본 자동차를 로사가 신기해하자 그 감탄하는 꼴 때문에 자신 역시 방금 3등 칸에서 내린 하층민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하층민 생활을 하고 있었더랬지만, 도둑질에서 수치심을 느끼지는 못하면서 쪽팔린 건 더 싫어하는 허세를 갖고 있었다. 이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탓하고자 함이 아니다. 배우지 못하고 부모의 배려 속에서 살지 못한 제이크가 굶어죽을지언정 남의 것에 손을 대는 건 나쁜 일이야!하며 도덕심을 내세우는 아이라면 이 책의 주인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자연스럽지 않으니까. 아이들은 비록 철저히 이기심으로 움직이던 때가 있었지만,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 점차 성장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연대 투쟁해서 파업을 성공적으로 끌어가는 것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내다본다. 그리하여 나 혼자만이 아니라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을 소원하게 되고,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삶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달려나가는 삶을 꿈꾸게 된다.

 

핀치 선생님은 또 어땠는가. 그녀의 좁은 사고 폭으로는 파업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가련한 처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그리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로사를 진정으로 응원했다. 비록 초기에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무척 실망스러운 것이었지만, 이들의 파업 투쟁이 역사를 어떻게 움직였는가를 눈으로 목격했으니, 그녀의 굳은 머리도 분명 조금씩은 변해갔을 것이다.

 

가장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준 이는 제르바티 씨였다. 아들을 잃은 뒤 마음의 상처를 싸매쥐고 살아왔던 석공 기술자, 아니 예술가인 이 사장님은 '어른됨'의 진면모를 보여준 멋있는 캐릭터였다. 아이들은 먼저 보호해줘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배고픈 아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사고를 일으켜도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보고 들어줄줄 아는 사람, 그리고 어려운 부탁을 꺼내기 전에 알아서 해결해줄 수 있는 힘있고 강한 어른이었다. 그의 힘은 비단 그가 가진 경제력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제이크의 아버지와도 달랐고, 로렌스의 공장주 빌리 우드와도 달랐다. 그리고 그런 어른됨됨이를 보여주면서 그 역시 자신이 가진 상처로부터 회복되는 기적을 맛보았다. 아름다운 만남이고 소중한 인연이다.

 

1929년에 원산의 부두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였을 때, 식민 지배국이었던 일본의 노동자들이 조선의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뻗어왔다. 비록 파업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보내주었던 따스함은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미국 전역에서, 그리고 또 다른 세계에서 이들의 파업을 지켜보고 함께 분노해 주었다. 그리고 응원해 주었다. 그 응원이 노동자들이 더더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실어 주었다. 이들은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투표'를 통해서 자신들의 일보 전진을 결정했다. 그렇게 그들은 역사가 되었다. 자본가와 노동자가 벌인 대립과 투쟁의 역사는 지난했다. 백년이 지난 지금도 그와 같은 반목은 여전히 목격된다. 그리고 이 싸움은 앞으로도 꽤 오래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언제나 더 가진 자가 강했고, 더 비겁했다. 이 책에서 나온 것처럼 눈뭉치를 던진 사람은 감옥을 가도,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서 노동자들의 짓으로 위장을 했던 자는 보석금으로 풀려났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그랬기에, 우리는 여전히 지혜롭게 대응하고, 우직하게 똘똘 뭉쳐야 한다. 우리가 대범해지는 만큼 더 사악해지는 자들을 향해 '쫄지마!'를 외치며 단단히 연대해야 한다. 일선에 나설 수 없다면, 이 책에서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고 응원을 그치지 않았던 다른 도시의 사람들처럼 간접적으로 연대할 길을 찾아야 한다. 실례로 지난 FTA반대 집회로 엄마들이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되자 커뮤니티의 다른 엄마들이 아이들을 대신 돌봐준 사례가 있었다.

 

만약 이 책이, 그리고 실제 역사 속에서 노동자들이 원했던 것이 단지 '빵' 만이라면, 그들의 투쟁은 지쳐서 금방 나가 떨어졌으리라. '장미'를 함께 원하는 인간 본연의 갈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연대의 구호 역시 공허한 것이 되었으리라. 우리 모두에겐 빵과 장미가 함께 필요하다. 그리고 어린이들에겐 보호와 관심, 그리고 사랑이 필요하다. 우리가 쏟아부어야 할 그 감정은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지펴줄 소망의 싹이 될 것이다. 우리 사는 이 세상을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의 싹이!

 

"내 생각엔," 엄마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단지 우리의 배를 채워줄 빵만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빵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죠. 우리는 우리의 가슴과 영혼을 위한 양식도 원해요. 우리가 원하는 건 -그걸 뭐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원하는 건, 그 뭐냐- 푸치니의 음악 같은 거예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것들도 어느 정도 필요해요.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엄마는 몸을 숙여 손가락에 감긴 곱슬머리에 키스했다.

"우리는 장미도 원해요......"  -114-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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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 노동자가 더욱 고단한 이유... 『노동의 배신』
    from 도서출판 부키 2012-06-10 14:50 
    1908년 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노동조합 결성권, 투표권을 요구하며 시위와 파업을 벌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3월 8일은 여성의 날,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날이 되었지요. 그로부터 1백여 년이나 지났건만 대한민국에는 ‘빵과 장미’가 필요한여성들이 많습니다. 2007년 ‘이랜드 사태’는 비단 비정규직 문제만이 아니라 비정규
  2. 연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원
    from 그대가, 그대를 2014-06-21 00:39 
    26년, 노리개, 슬기로운 해법이상은 내가 제작 두레에 참여한 영화들이다. 그리고 어제 또 다른 작품의 제작 두레에 참여했다. 제목은 "귀향"이다.최근 무슨 똥배짱으로 버티는지 이해할 수 없는 국무총리 지명자 때문에 더더욱 마음앓이를 하고 계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을 영화이다. 정부가 나서서 더 보듬고 책임을 져야 할 분들이지만 늘상 이분들을 챙겨주는 것은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었다. 몇 달 전에는 근무하는 곳 인근 대학의 청소 노동자
 
 
쿠자누스 2011-12-2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 도서로 이만한 책이 있고 또 번역까지 되었다는 게 `어린이를 위한 한비야`가 나온 것만큼 놀랍네요 http://blog.aladin.co.kr/cusanus/2457183

마노아 2011-12-20 23:35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링크 글을 보니 뭔가 섬뜩하네요. 사실이라면 말이죠. 거기서 더 링크된 글은 아직 못 읽어봤어요. 길어서 출력해서 봐야겠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한비야`가 나온 것만큼 놀랍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이 책은 청소년 성장소설로 꽤 훌륭하거든요.

루쉰P 2011-12-2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정말 굳 책이네요 ^^ 제가 읽고 싶은 책이에요 마노아님의 리뷰 덕분에 제가 책을 더 산다는 ㅋ '신 신'도 살려고 저장 중 ㅋ 이를 어쩌나 책만 쌓여 가네여 ㅋㅋㅋ

마노아 2011-12-21 01:40   좋아요 0 | URL
청소년 성장도서들 중에는 감탄할 만한 좋은 작품들이 꽤 많았어요. 그런 책들은 읽고 권해도 실패할 확률이 적더라구요. 요새 그리움만 쌓이네~윤민수 버전으로 많이 들었는데, 책이 대신 쌓이고 있어요.^^ㅎㅎㅎ

머큐리 2011-12-2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네요..^^ 그런데 왜 난 이 소설을 청소년 성장도서로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애들을 너무 어리게만 본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ㅎㅎ

마노아 2011-12-21 11:05   좋아요 0 | URL
등장인물이 너무 어려서 그런가봐요. 저도 어린애들이 주인공이면 아이들 대상으로 생각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저 시대의 십대 초반은 지금의 십대 후반보다 어른스러웠던 것 같아요. 일단 경제적으로 말이지요.^^;;;;
 
고양이야, 미안해!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68
원유순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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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편의 단편이 실린 동화집이다. 모두 서로 다른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아이다운 천진함과 철없음, 순수한 마음과 모난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바로 우리 주변의, 그리고 우리가 어렸을 적 모습들이다.

 

첫번째 이야기에는 도도라는 이름의 진돗개가 등장한다. 순종 진돗개가 흔치 않기 때문에 잡종으로 의심을 받고 있지만 따스한 마음으로는 누구보다 순종인 도도였다. 오소리가 잠깐 등장했는데, 오소리가 어찌 생긴 동물인지 퍼뜩 떠오르지 않았다. 언뜻 '너구리'가 떠올랐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검색을 해보니 족제비 과에 속했다. 음, 오소리 아저씨 그림책을 먼저 읽었으면 바로 알았으려나...

 

두번째 이야기에선 앙심을 품은 학급 친구에게 복수를 하려고 벼르던 녀석이 너무 쉽게 마음이 풀어지는 나름의 '반전' 드라마가 연출되었다. 그런데 그 마음이 아주아주 이해가 잘 되었다. 못 견디게 미운 녀석이라도 나를 필요로 하거나 뭔가 친절한 모습이 보이면 금세 마음이 풀어지는 그런 상황 말이다. 내 경우에는 가족 사이에서 좀 자주 있었던 일이다.^^

 

세번째 이야기가 표제작인 '고양이야, 미안해!'다. 아파서 끙끙대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지만 무섭고 더러워서(꼬리에 똥이 묻어 있었다.) 차마 만지지 못한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다. 동물병원에 신고했지만 데리고 오라는 소리에 식겁했고, 동물을 사랑한다고 자랑하는 절친에게 부탁해 보았지만 역시 찬 바람만 쌩쌩. 친언니조차도 신경쓰지 말라는 소리만 듣는다. 마음은 쓰이지만 몸으로 움직일 엄두가 안났던 그 모습에 언니가 제대로 한 방을 먹인다. '죽은 휴머니스트'라는 것이다. 어려운 표현일 수 있는데 친절하게 아이의 목소리로 설명도 해준다. 행동은 하지 않고 동정만 하는 사람! 문득, 가슴 한켠이 서늘해진다. 많은 경우 죽은 휴머니스트가 되곤 하니까. 고양이야, 미안해!라는 말은,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많은 사례에서 자주 하게 되는 말이었다. 나야말로 정말, 미안한 일이다.

 

네번째 이야기는 미국 사람과 결혼한 작은 아버지의 아들, 그러니까 사촌동생이 한국에 오면서 부딪치는 문화충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서로의 진심이 전달되지 못하고 사소한 오해가 마음의 금이 된 이야기. 그렇지만 역시나 사소한 반전으로 훈훈하고 재밌게 끝나버렸다. 더불어 재채기에 대한 나라별 반응이 다른 현상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또 재밌었다. 오호라, bless you!!!

 

다섯번째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우아하고 고상한 우리 할머니'라는 제목인데, 어려서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꿈을 접어야 했던 외할머니가 노년에 작품 전시회를 갖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딸인 엄마도, 그리고 손녀딸인 주인공 아이도 모두 할머니가 무슨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며, 할머니의 꿈과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우습게 여겼다. 다행히 그런 시각은 수정되지만, 이런 실례를 우리들도 많이 저지를 것이다. 편견을 갖지 않고 존중하는 법을 책을 통해서 어린이 친구들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이야기에는 이주 노동자가 등장한다. 우리한테 익숙한 풍경은 악덕 고용주에게 실컷 이용당하고 급여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거나 몸이 상하는 모습이지만, 여기서는 반대로 선의를 등쳐 먹은 그런 노동자가 나온다. 물론, 그에게는 사정이 있었고, 그 사연은 참으로 눈물겨운 것이었다. 딱히 어떤 해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야기도 그래서 조금은 어정쩡하게 끝난다. 무책임하다기보다는, 그 다음 문제에 대한 생각은 각자의 몫이라 생각했다. 저럴 수 있지. 저럴 경우 어찌 해야 하는가...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담다 보니 통일성은 없다. 그래도 주변에서 마주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아내었고, 부족함이 많지만 거기서 한 걸음 성장해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인물들이 나와서 마음이 편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줄 수 있어서 또 좋았다. 답을 내리기 어려워도, 때로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묻는 것을 마다해서는 아니 될 테니까.

 

덧글) 27쪽에 오타가 있다. 밑에서 네번째 줄에 '지호은 반에서 싸움짱이다.'>>>>지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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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행복한 미술 선생님 엄마와 행복한 미술 시간
바오.마리 지음 / 진선아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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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을/사람을 잘 그려요 시리즈를 재밌게 보았다. 똑같이 그림을 쉽게 그리고 즐겁게 그리게 하는 안내 책이지만 이 책은 미술 지도가 왜 필요한지,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무척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책을 시작한다. 좀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크게 공감이 가서 옮겨 보았다.

 

미술을 지도할 때 창의성이나 EQ,감성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시는 분들이 흔히들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안 보고 그려야 창의성이 생긴다?

코알라를 보지 못한 아이가 코알라를 잘 그릴 수 있을까요? 어떤 모양인지 모른다면 그림으로도 표현할 수 없겠지요. 오랜 경험으로 사물의 모습을 외워 버린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그런 경험이 많이 부족하니까요. 아이들의 눈을 가리기보다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사물을 자유롭게 관찰하고 특징을 발견하는 시간이 아이에게는 또 다른 행복과 즐거움이 됩니다.

 

실물을 보고 그려야지, 또래의 그림은 도움이 안 된다?

아이들은 아직 화가가 아니랍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처럼 실물을 보고 그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 힘들고 어려운 방법이에요. 미술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닌, 즐겁고 행복한 놀이가 되어야겠지요? 아이들은 실물을 똑같이 그려 낼 수 없기에 대상을 단순화하여 표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동화를 그리는 시기에 가장 좋은 참고 그림은 바로 또래 친구들의 멋진 그림입니다. 그림 속에 담겨 있는 친구들의 재미있고 행복한 모습은 그림을 보는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행복감을 느끼게 합니다.

 

남의 그림을 보고 그리면 다 같은 그림이 된다?

같은 노래를 불러도 다 다르게 들리듯이,같은 그림은 참고해도 아이들은 서로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배워 갑니다. 아이들은 본 것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으로 재구성하여 표현하기 때문이지요. 무엇을 더하거나 빼기도 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싣고 얹어서 독특한 그림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미술은 실기력보다 창의력이다?

'미술'이란 어떤 뜻일까요? 아름다울 '미’와 재주 ‘술'이 합쳐진 '미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미적 감성과 이를 드러내는 표현력,이 두 가지가 하나가 되어야 하지요. 따라서 마음속의 넘쳐나는 창의력을 마음껏 표출하기 위해서는 실기력을 튼튼하게 기르는 것이 우선입니다. 미술이라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게 하려면,하늘을 날 수 있도록 멋진 날개를 먼저 달아 주세요. 행복하게 날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기대되지 않나요?

 

요새 조카들은 미술 학원에 다닌다. 언니의 말로는 초등 저학년 때는 상장의 대부분이 미술 관련이라나. 그래서 뒤늦게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그리고 둘째 조카 다현이는 워낙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 집중력이 부족한 편이라 일주일에 두 시간을 가지만, 내년에 일곱살이 되면 일주일에 세 번으로 늘어난다고... 아무튼, 화목 이틀을 다니는데 이것저것 그리고 만들고, 아주 신나하고 있다. 손이 잔뜩 지저분해져서 돌아오지만 아이의 상기된 표정에서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옛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나도 꼭 그랬다. 공책마다 그림을 그렸고, 엄마 따라 교회에 가면 예배 시간 내내 찬송가 뒤쪽에 그림을 그렸다. 나중엔 낙서하지 말라고 엄마가 아예 스케치북을 갖고 오시기도 했다. 그게 늘 나의 놀이가 되다 보니 나중에는 만화가를 장래 희망으로 삼기까지...^^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한 까닭에, 계절에 따라 나무들도 옷을 바꿔입는다.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차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 여러가지 꽃과 곤충, 그리고 동물과 바닷속 생물까지도... 오른쪽 면은 사진을 못 찍었는데, 어린이 친구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같이 실었다. 어린이의 솜씨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꽤 수작들이 많았다. 마지막 사진의 열대어 그림이 참 탐난다!

 

 

여러가지 교통수단, 여러가지 과일과 야채, 또 여러 가지 표정과 얼굴 방향, 그리고 몸의 방향까지 무척 디테일하게 접근한다. 오른손잡이인 나는 항상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약간 비틀어서 오른쪽을 보고 있는, 즉 왼쪽 뺨이 드러나는 여자의 얼굴만 그렸더랬다. 방향을 바꾸서 그리면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고, 정면으로 그리면 같은 얼굴로 보이지 않았다. 늘 얼굴만 그렸으니 몸통이 어색했고, 어쩌다가 그려도 입체감이 살지 않았다. 디자인 감각도 전무하여서 따라 그리지 않으면 당최 입을 옷 수준이 되질 못했다. 그래서 무척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만화가는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이십 대 초반에 깨달았다. ㅠ.ㅠ

 

  다양한 그림 그리기의 실례와 색상을 이해하는 법을 같이 설명해 주었는데, 미술학원 광고할 때 꼭 등장하는 그림들을 보는 것 같았다. 포스터 물감으로 그리곤 하던 저 선명한 경계들의 그림을 참 좋아했다. 저렇게 그려본 적은 없지만...

 

 

1부가 소재 그리기라면, 2부는 주제 그리기이다. 다양한 주제들이 소개되어 있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진 그림들이 나올 수 있게 되어 있다. 즐거운 명절은 단골 소재이지만, 아프리카 원주민이라니! 왜 나는 이런 그림들은 못 그려본 것일까!

 

 

시화 만들기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다. 수채화 물감을 풀어서 도화지에 대강 칠하고, 그 종이를 구기는 것이다! 그리고 반쯤 말랐을 때 다리미로 다려준 뒤 그 위에 시를 쓰고 장식을 한다고! 오오오, 파스텔을 동원하지 않고도 저런 은은한 그림이 연출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문자 꾸미기는 나도 많이 했었다. 중학교 때 같은 교회에 다닌 언니가 저런 쪽으로 무척 재능이 좋았는데, 그 바람에 입체적으로 글씨 쓰는 거랑 동그라미와 네모가 많은 한글의 자음 꾸미기 등등을 좋아했다. 아, 카메라가 있으면 하나 해서 사진을 찍었을 테지만, 여전히 휴대폰으로 찍고 있기 때문에 힘들어서 패쓰..;;;;;;

 

비 오는 날은 정말 빗줄기가 흐르는 효과를 연출해 내었는데, 이 또한 신기했다. 유치원 시절에 크레파스 칠해 놓은 것 위에 새까만 크레파스로 다시 덧칠하고 칼로 긁어냈을 때 나오던 오묘한 색에 환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마지막 사진은 기억을 더듬어서 찾아낸 앨범이다. 초등학교 2,3학년 무렵일 거라고 여겼는데 연도를 보니 무려 6학년 때 그림이다. 열 셋에 저 정도밖에 못 그렸구나...;;;;;; 샹카? 그런 이름이었나보다. 무슨 국제 미술 대회였는데, 동상이라고 해서 무척 기뻐했다. 그러면서 그림 표구 값으로 얼마를 걷어갔는데, 내 그림을 액자에 담아준 게 아니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왔다. 헐! 국제대회라고는 했지만, 참가비만 내면 누구나 다 입상하는 그런 대회가 아니었을까 지금 막 의심 중이다.

 

하여간, 저 시절에 무슨무슨 그림 대회는 모두 나갔다. 그게 추천 받아 가는 게 아니라 지원하면 누구든 갈 수 있는 대회였으므로...^^

 

까마득하게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것도 모두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오랜만에 떠올려 보니 그립고 재밌다.

 

이 책의 제목은 '엄마는 행복한 미술 선생님'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집에서 얼마든지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그런 책이다. 가족과 함께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 얼마나 낭만적인가. 여유로워지면 피아노 학원을 다시 가고 싶었는데, 이 책을 보니 어른을 위한 미술 학원을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도 뭉게뭉게 피어난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 하나 소장해야지 싶다. 탐나는 그림이 많다. 조카들이 상장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겁고 재밌어서 미술학원을 열심히 다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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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니? - 다문화 시대의 재미있는 이주 이야기 더불어 사는 지구 17
리비아 파른느 외 지음, 이효숙 옮김, 윤인진 감수 / 초록개구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어제 '못 말리는 까미 황마훔'을 읽은 뒤라서 얼핏 다문화 가정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다문화 이야기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보다 폭넓은 '이주'의 역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책이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인간의 역사가 유럽으로, 다시 아시아로 퍼져 나간 모습을 지도로 표현해 놓았다. 저렇게 붙여 놓으니 우리 사는 지구가 지구 같지 않고 무슨 세포 같아 보인다.

먼저 자연 환경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주를 하면서 인류는 지구 곳곳으로 퍼져 나가 살게 되었고, 계절이나 기후에 따라서 사람들의 생김새도 달라졌다. 주로 피부색, 얼굴 생김새, 그리고 체격이 달라졌다. 책의 곳곳에는 퀴즈 형식으로 질문하는 일이 많았는데, 문제를 주고, 해당 되는 인물이 지도의 어느 지역에서 살고 있는지를 맞추는 게 위 그림의 내용이다. 여섯 명의 인물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몽골 사람, 이뉴이트족과 폴리네시아 사람, 또 스칸디나비아 사람과 피그미 종족이다. 그들의 생김새, 사용하는 도구, 피부색과 키 등등에 이유를 부과했다.

정보를 알려주는 퀴즈들이 참 좋다. 제왕나비는 해마다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데, 석 달 동안 무려 4000km를 날아간다고 한다. 비행실력이 가히 '제왕' 감이다.

 

철새들이 V자를 그리면서 나는 이유, 또 베링 해협을 어떻게 건넜을 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전에 철새들이 나는 모습도 좀 보여주고, 베링 해협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확인해 본 뒤 질문을 한다면 좋겠다. 도시에서만 내내 살았다면 철새들이 떼지어 날아가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도 TV에서나 보았지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책 속에는 역사 속에서 등장한 다양한 사례의 이주 이야기가 나오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이주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1880년부터 유럽 곳곳을 누빈 이주자는 연평균 100만을 넘겼다고 하는데, 당시의 인구 규모 등을 떠올려 보면 아주 역동적인 흐름이었다고 보여진다. 19세기 말이면 제국주의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고, 산업혁명도 절정에 이른 때였으니 그 기운이 눈에 선하다. 그러한 때에 조선의 운명이란 참으로 바람 앞의 등불 같았다는 느낌에 한숨부터 나온다. 문을 안 열수도 없지만, 여는 것도 쉽지 않았던, 내 스스로 안전하게 열기란 더 어려웠던 그 시절의 분위기 말이다.

 

첫번째 사진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모습이다. 쿠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무척 다른 느낌의 건물들이어서 한 컷 찍어보았다. 두번째는 캐나다. 저 사진의 집을 보는 순간 빨강 머리 앤이 바로 떠올랐다. 초록 지붕은 아니지만 다락방이 있는 전경이 금세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서 에펠탑이 보이는 프랑스 파리의 모습과, 호수에 그림자가 예쁘게 비친 벨기의 사진이, 또 오페라하우스가 정면으로 보이는 호주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모습이다.

 

이 사진들에는 해당 지역으로 이주한, 혹은 이주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각각의 지역을 설명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 이주민들이 많이 오는지, 어떠한 이유로 오게 되었는지, 그렇게 떠나온 사람들이 어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서로 떨어진 지역이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데에서 과거 식민 지배의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도 더불어 알아차릴 수 있다.

 

더 잘 살기 위해서 이주하는 사람들이 있고, 정치적 박해를 피해서 안전한 곳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고, 제 나라에선 펼치기 힘든 꿈을 이루기 위해서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활발한 이주는 가난한 나라들에게 재도약의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두뇌유출'처럼 기껏 키워놓은 인재가 선진국으로 빠져나가 자국의 손해로 남는 경우도 있다. 종교 때문에 어찌할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이주가 있는가 하면, 종교 때문에 쉽게 받아들여진 이주도 있다. 이를테면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교를 믿는 사람이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따지지 않고 자기 나라에서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역시 이스라엘 답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정보들을 적어보자.

 

미국의 루이지애나는 프랑스의 루이 14세 왕의 이름을 본떠 지은 이름이다.

뉴올리언스는 프랑스 말로 '누벨 오를레앙'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왕족인 오를레앙 가문에서 나온 이름이다.

미시시피 강은 루이지애나를 가로질러 길게 흐르는데, '미시시피'라는 말은 어느 인디언의 이름에서 따왔다. '물의 아버지'라는 뜻이다.

'네덜란드'는 '땅이 낮은 나라'라는 뜻이다. 그래서 물을 퍼내기 위해 풍차가 발달하였다.

전 세계 망명자의 반이 여성과 어린아이다.

유럽에서는 집시를 '찌간' '보헤미안', '로마니셸' 따위로 부르는데, 집시는 스스로를 사람을 뜻하는 '롬'이라고 한다. 집시는 인도에서 출발하여 루마니아, 헝가리를 거쳐 유럽 여러 나라로 흩어졌다. 오늘날 유럽 대륙에는 집시가 800만~1200만 명 정도 있다. 그들은 인도를 떠난지 100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떠돌아다니며 산다.

숫자는 인도에서 처음 발명되어 아라비아 상인들을 통해 아라비아에 전해졌고, 다시 유럽에 전해졌다. 그래서 오늘날 이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라고 한다.

 

퀴리 부인으로 흔히 불리는 마리 퀴리는 여자로서는 유일하게 프랑스의 팡테옹에 묻히는 영광을 누렸다고 적혀 있다. 남경태의 타박타박 세계사에서 들은 바로는, 이 팡테옹은 죽은 뒤 최소 10년은 지나고 나서야 묻힐 수 있는, 아주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곳이고, 묻힌 사람의 지위 여부를 따지지 않고 똑같은 면적을 제공한다고 했다. 삼총사의 작가 뒤마는 죽은 뒤 130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팡테옹에 안치되었다고... 폴란드 출신의 퀴리 부인이 팡테옹에 묻힌 것은 정말 대단해 보인다. 우리나라 국립묘지에 묻혔다가 말썽을 일으키는 숱한 사례들이 떠오른다.

 

자기 나라에 돈을 가장 많이 보내는 이민자는 미국에서 일하는 멕시코 사람들이라고 한다. 가깝기도 하지만, 그만큼 나프타 이후 멕시코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워진 거라는 생각에 앞이 깜깜하다. 남의 일이 아니라니까....

 

대한민국 국민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부모 중 적어도 한 사람이 한국인인 경우에는 출생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속인주의)

-부모가 모두 분명하지 않거나 국적이 없을 때,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경우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한다.(속지주의)

-외국인이 귀화하여 한국 국적을 얻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

 

얼마 전에 지구의 인구는 70억을 돌파했다. 늘어나는 인구가 확실히 세계 곳곳으로의 이주를 부추기지만, 앞으로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어쩔 수 없는 이주를 강요할 것이다. 투발루의 국민들이 그래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다. 남의 나라 일일 뿐이야~하고 느긋하게 생각하거나 무심하게 볼 일이 절대로 아닌다.

 

우리가 한참 어려울 적에 다른 나라에 가서 힘들게 일하며 고국의 가족을 부양했던 것처럼,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척 해서는 안 되겠다. 다문화사회로 가는 길은 점점 더 가팔라질 것인데, 정서적인 교화, 교감도 그만큼 속도를 붙여야 하지 않을까.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무척 큰 재미를 주지만, 그것말고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여러 여지를 주는 점에서 기획이 돋보인다. 다만 출간된지 몇 년 지났기 때문에 숫자적인 부분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그리고 24쪽에 원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지폐를 사용했다고 적혀 있는데, 현재까지는 '송나라' 때 가장 먼저 지폐가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수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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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01 호/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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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찬바람과 건조한 공기는 피부의 적이다. 실내에 가습기를 틀어놓고 피부 관리에 신경을 써도 피부를 망치는 음식을 수시로 즐긴다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미국 뉴욕시의 피부병학자 데보라 와텐베르그 박사는 매일 마시는 커피가 피부를 노화시키는 주범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커피보다 더 피부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담배다. 니코틴 등 담배에 함유된 화학물질들은 피부의 엘라스틴과 콜라겐을 파괴시켜 주름을 유발한다. 또 피부의 혈관도 손상시켜 혈색이 나빠진다.

그밖에 술, 정크 푸드도 피부를 망가뜨리는 음식이다. 알코올과 카페인, 정크푸드에 함유된 방부제는 이뇨제와 비슷한 역할을 해 신체의 수분을 빼앗아간다. 때문에 술이나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피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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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1-12-1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보니 거의 매일 커피 마시다보니 얼굴이 까매진거 같아요 -_-;; 예전엔 과일만 먹었었는데..

마노아 2011-12-19 13:36   좋아요 0 | URL
이 글 올리고 나서 저도 커피 마셨어요. 커피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아요..;;;;
사과를 아주 얇게 썰어서 눈밑에 붙였다가 15분 뒤에 떼면 5일 후부터는 다크써클이 준다는 문자를 어제 받았어요.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해야겠어요.ㅎㅎ

다락방 2011-12-19 14:19   좋아요 0 | URL
다크써클은 저의 고민이기도 한데 말입니다. 사과...라.....

마노아 2011-12-19 14:22   좋아요 0 | URL
우리 같이 피부미인으로 거듭나요. 유후~

moonnight 2011-12-1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코올과 카페인. (의기소침;;;;)
거기다 저는 물도 많이 안 마셔요. 으흑 (엎드려 운다. ㅠ_ㅠ)

나도 나도 사과!!! +_+ 마노아님 피부 좋으신 거 같아요. 얼굴에서 막 광채가 나는데요!!! 부러워요. 피부미인. ^^

마노아 2011-12-19 16:33   좋아요 0 | URL
올라오는 사진은 일단 뽀샤시 효과를 거치기 때문에 심지어 점도 보이질 않아요.ㅎㅎㅎ 포샵발이라고 할 수 있죠.;;;;;
알코올과 카페인! 너무 쉬운 유혹이에요.(>_<)

sweetrain 2011-12-1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술도 잘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커피도 거의 안 마시는데 대체 피부가 왜 이런 걸까요...ㅠ.ㅠ
요즘은 완전히 악건성 피부가 돼서, 크림을 두 겹 발라도 얼굴이 당겨요.;

마노아 2011-12-19 23:2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남은 건 정크푸드일까요? 전 밀가루가 주범이지 싶어요. 밀가루를 제한하면 피부가 좀 숨을 쉬는데, 과다 섭취하면 투정을 부리더라구요. 건조한 이 계절에 피부가 비명을 질러요.;;;

비로그인 2011-12-2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면서.
알면서.
알고만 있으면서.
또 원샷.
아아아 커피는 왜 이렇게 좋은 겁니까.

마노아 2011-12-20 11:10   좋아요 0 | URL
진정 커피는 악마의 음료일까요? 이 검은 매력이 너무 유혹적이에요!!!

무스탕 2011-12-2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끊느니 늙겠어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늙기도 싫고 커피를 끊기는 더 싫으니 어쩌면 좋아요 ㅠㅠ

마노아 2011-12-20 23:38   좋아요 0 | URL
분명, 노화방지를 해주는 커피가 나올 거예요. 지금 만들고 있을 거예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