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얼마 전에 만든 핫케이크다. 아주 오랜만에 프라이팬을 달군 날이었는데 특별히 베이킹용 핫초코 가루도 썼더랬다. 이걸 쓰면 더 맛있어질 줄 알았는데 색은 더 시커매지고 맛은 심지어 쓰기까지! 세 장을 구워서 한 장을 내가 먹고 두 장이 남았는데 엄니가 한 입 드시더니 쳐다도 보질 않으신다. 하필이면 이날 누가 호두 케이크도 사오는 바람에 더더욱 찬바람. 나의 핫케이크는 그렇게 이틀을 더 방치되더니 어느 순간 사라졌다. 쓰레기비닐로 간 것 같다. 핫케이크에게 애도를...;;;;

 

 

 

 

2. 가끔 중고책 판매신청이 들어오면, 한 권일 경우 편의점 택배를 이용한다. 지난 주에는 내가 팔 책을 택배로 신청하려다가 두 권 밖에 되질 않아서 편의점 배송으로 선택하였다. 아주 추운 날이었는데 편의점에 가서 택배를 맡기고 돌아오다가, 문득 생각이 나버렸다. 판매하는 책이 만원이 넘을 경우 알라딘 지정 택배는 공짜지만, 편의점택배는 1,000원 차감이라는 것을! 아뿔싸. 편의점에 전화를 걸었는데 하필 연결이 되질 않고 자꾸 팩스로 넘어간다. 추운 날, 다시 쭐레쭐레 편의점으로 가서 포장을 잘못했다고 하고 되찾아왔다. 중고책 정산 대금은 예치금으로 열심히 모으는 중인데, 이거 모아서 아이패드2를 사는 게 목표다. 현재 6만원 모였다. 앞으로 58만원 남았다. 하아... 2012년에는 살 수 있을까?

 

3. 지난 2주 동안은 언니가 내 카메라를 가져가는 바람에 핸드폰으로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내 핸드폰에 셀카 기능이 있었던 것이다. 오오옷, '전환' 버튼 하나 누르면 바꿀 수 있는 거였는데 이 핸드폰을 사용한 지 23개월 만에 알게 되었다. 또 며칠 전에 알게 된 건데, 셀카 기능으로 찍은 사진은 가로 사이즈가 320 밖에 되지 않는 초저화질이라는 것! 뒤쪽에 달린 카메라와 앞쪽에 달린 카메라의 성능이 다른가 보다. 요새는 핸드폰이 나도 모르게 자주 꺼져 있어서 이게 고장인지, 내가 무슨 버튼을 잘못 눌러놓은 건지 헷갈리는 상황인데, 노예 계약 2년이 끝나가는 와중에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차리고 있다. 쿨럭...;;;;

 

4. 지난 주에 버스에서 한컷 찍었다.

 

 

 

천장에 왜 저런 걸 써놓았을까 싶었는데, 바로 뒤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난 운전석 쪽 맨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 좌석 가운데에 앉으려던 어떤 아저씨가 계단 올라서면서 한 번, 방향 틀면서, 한 번, 자리에 앉으면서 또 한 번, 이렇게 연속 세번 머리를 천장에 부딪혔다. 둔탁한 소리가 3연속으로 울리는데 웃을 수도 없고...;;;; 이렇게 많이 부딪히나 보다. 저렇게 친절하게 써놓은 것을 보면...ㅎㅎㅎ

 

5. 일요일에는 이승환 콘서트를 다녀왔다. 게스트로 위대한 탄생의 메티 최정훈과 에릭이 나왔고, 톡식이 나왔고, 그리고 예정에 없던 박신양이 나와서 '사랑해도 될까요'를 불렀다. 박신양은 배우들의 콘서트를 오늘과 내일 연출했다고 하던데 겸사겸사 홍보 차 온 게 아닐까. 가수처럼 매끄럽게 부르지 못하고, 음이탈도 있었지만 무척 반가운 등장이었다. 얼마든지 사랑해주세요!라고 마구 외치고 싶은 마음으로 응원했다.

 

 

 

 

 

네시간에 걸친 공연은 아주아주 퍼펙트했다. 내가 그의 공연을 쫓아다닌 십 수년 동안 처음으로 목상태가 아주 많이 나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겁고 뜨거운, 타오를 것 같은 무대였다. 요즘 드림팩토리 게시판에는 신생 팬들이 대거 등장해서 돌땡이들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사흘에 걸친 무대가 그런 신생 팬들을 낳게 했으리라. 단 사흘로 내리기엔 너무 아깝다. 전국 투어가 꼭 성사되었으면 좋겠다.

 

무대가 너무 좋았고, 노래가 홀릴 만큼 아름다워서, 이날이 크리스마스였고, 크리스마스날 내가 밥 먹을 데가 없어서 편의점에서 왕뚜껑을 하나 샀고, 사람이 너무 많이 65도 밖에 되지 않는 온수로 녹지 않는 라면을 과자처럼 씹었고, 그마저도 실내에 공간이 없어서 얼어붙은 발로 밖에서 혼자 먹었다는 비극적인 사건은 접어두기로 하자. 아주아주 아름답고 외로운 크리스마스였다는 것은!

 

6. 그저께 새벽에 언니가 보내준 이메일에는 어느 사이트에서 특가로 계란과 과일과 멸치와 감자를 판다는 정보가 담겨 있었다. 각각 5천원 쿠폰을 발행해 주어서 오메가3 달걀 40알이 4천원이 안 되는 금액에 무료배송이었고, 배는 한 상자에 12,000원 정도, 천연조미료 멸치가루와 황태 가루도 무척 싸게, 감자도 아주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그것들이 어제 배송되기 시작했는데 대구 우체국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주소가 대구인데 전화번호가 서울이라고....;;;;;

그러게 말이다. 왜 대구에서 연락이 왔을까. 알고 보니 업체가 송장 주소를 모두 한 줄씩 밀리는 바람에 배송 대란이 벌어졌다. 당연히 항의전화가 폭주했을 것이고, 업체는 전화기를 꺼놓고 발을 굴렀나보다. 우체국 택배 기사님은 내게 확인 전화를 세 차례 하셨고, 대구 쪽에도 같은 계란을 주문한 사람이 있어서 맞교환을 하면 될 것 같긴 한데 업체 확인을 아직 못했으니 서울에서도 물건 받아놓고서 뜯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하셨다. 그게 네번째 전화. 나도 업체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전화기는 꺼진 상태. 그래서 쇼핑몰 쪽에 문의글을 넣었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물건은 모두 같은 거지만 주소를 잘못 적어서 이름만 다르게 갔으니 그냥 받아달라고. 계란이 너무 작아서 우리집 특란의 절반 크기였고, 그마저도 두 개는 깨져서 도착했지만 어쩌랴.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우체국 기사님과 다섯 번째 통화를 하면서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서로 어처구니 없어 웃으며 훈훈하게 마무리. 다섯 시간 걸렸더라능...;;;;; (먼저 주문한 울 언니 달걀은 아직 도착하지 않음...;;;)

 

7. 그리고 역시 어제 언니가 보내준 모 사이트는 25,000원 상당의 포토앨범을 무료 제작에 무료 배송까지 해준다는 정보! 사진 찍는 것 좋아하고 앨범 만드는 건 더 좋아하는 나는 오전에 세 시간을 들여 냉큼 주문을 했는데, 저녁에 언니한테 문자가 왔다. 그 사이트가 보험 가입자에게만 무료로 만들어주고 있으니 당장 탈퇴하라고... 헐! 밖이어서 어쩌지 못하고 귀가 후 확인을 해보니, 보험 가입자에게 주는 무료 쿠폰 번호가 유출이 되었고, 그 번호만 있어도 쿠폰이 발급되어서 주문 폭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험 무가입자는 1월 1일부터 쓸 수 있는 5천원 쿠폰을 주겠노라고 회원들을 달래고 있는 상황. 하하하.... 나의 세 시간 삽질을 어쩔겨...;;;;;

 

8. 그저께와 어제는 5개월 만에 다시 방을 싹 뒤집고 책장 정리를 했다. 방에 있던 수납장을 안방으로 옮기고, 안방의 책장을 옮겨와서 책을 2겹으로 꽂았다. 이미 읽은 책을 뒤쪽에 쌓고, 앞쪽에 안 읽은 책을, 자료 보관용 시디를 뒤쪽에 깔고 앞쪽으로 책을 쌓는 수법으로 책들을 정리했다. 그 결과 바닥에 어지러이 있던 짐들을 깨끗이 치울 수 있었다. 12시간 걸렸다. 안 그래도 일주일 이상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데 몸살이 났는지 밤새 기침하고 목도 확 붓고 컨디션은 엉망진창. 그래도 해 넘기기 전에 깨끗하게 정리해서 다행이다.

 

9. 그런데 오늘 눈썰매장을 같이 가자는 언니의 호출이 어저께 있었다. 세현군이 태권도 학원에서 썰매장을 가는데, 다현양은 우리가 데리고 가서 사진 찍어주자는 이야기. 다현양은 현재 유치원 방학 중! 컨디션은 난조였지만 어쩌랴. 일찍 일어나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옷도 두텁게 껴입고, 젖은 옷을 갈아입을 경우를 대비해서 위아래 옷과 양말까지 하나씩 챙기고, 가방은 배낭으로 바꾸고 화장도 다 마쳤는데 전화가 왔다. 다현양이 콧물을 잔뜩 흘리고 있으니 나중에 가자고... 하아.... 이번 주에 울 언니가 나한테 시킨 삽질은 대체 몇 개인가!

 

10. 알라딘 연말통계라는 게 생겼다. 책장 정리하느라 남들보다 늦게 알아차리고 뒷북으로 신기해 하는 중이다.

 

2011년 마노아님이 작성해주신 글은 총 673개이며, 작성해주신 글자수는 1,567,352자 입니다. 이는 <엄마를 부탁해> 같은 단행본으로 만든다면 13.61권을 출간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마노아님은 전체 알라디너 중 25번째로 글을 많이 작성해주신 알라디너십니다.

 

서재 활동 : 1년간 총 673개의 글을 작성해주셨습니다.
마이리뷰 173
마이페이퍼 204
마이리스트 42
포토리뷰 86
100자평 114
밑줄긋기 54
총 합계 673
내가 작성한 댓글수 1,057
내 글에 달린 댓글수 1,996
내가 추천한 수 875
내 글에 추천 받은 수 5,974
Thanks to 한 수 131
Thanks to 받은 수 1,622
TTB2 받은 적립금 129,650

올 한 해 나의 키워드를 고르라면, 어쩌지.... '삽질'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실제로 댓글을 가장 많이 받은 글들도 거의 '삽질' 시리즈였다. 하아.... 어쩜 좋아...;;;;

 

그리고 1년 동안 내게 가장 많은 댓글을 안겨 주신 고마운 분들 3인방은 순오기님, 무스탕님, 다락방님이다. 창의력 있는 이벤트를 열고 싶지만, 재주가 메주인지라, 예쁜 이벤트 릴레이라고 여기며 세 분께 책 선물을 하겠어요.(>_<) 데이터는 5인까지 알려주었지만 배고픈 방학이므로 3인으로 긴축! ㅎㅎㅎㅎ

 

세분께서는 2012년에 처음으로 읽고 싶은 책, 혹은 처음으로 소장하고 싶은 책과 주소3 종세트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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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12-30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홍 제가 릴레이의 선두주자가 된 거 같아 왠지 어깨가 으쓱으쓱한데요?
좋은 꿈으로 새해 여시고 복 많이 돌려받으시길.

마노아 2011-12-30 16:57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이 멋지게 릴레이를 열어주셨어요. 조선인님의 공이 큽니다.
새해 건강하게, 가족 모두이 평안을 기원해요.^^

무스탕 2011-12-3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두케이크와 너무도 비교되는 핫케이크였어요 ㅠㅠ
공장장님 콘서트에 박신양이 오다니 이런 이쁜 신양을 봤나요! (신양 하니까 여자같아요. ㅎㅎ)
마노아님의 삽질은 우리의 기쁨(이라 했다고 돌 던지지 마시고요)이옵니다. 졸업은 유예시키시고 수위 조절만 쫌 신경써 주세요 =3=3=3

글구, 제가 마노아님께 저렇게 수다를 떨었군요. 으하하하~~~
뭐가 보고 싶은지 생각해 볼게요. 같이 수다 떨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노아 2011-12-30 16:58   좋아요 0 | URL
비쥬얼과 맛 모두에서 상대가 되질 않았어요. 아흐 동동다리~
박신양(정말 여자 같네요.ㅎㅎㅎ)이 나왔을 때 얼마나 소리를 지르던지...(실은 저도 포함....;;)
박신양 콘서트로 착각할 뻔했어요.ㅋㅋㅋㅋㅋ
삽질 졸업 못하고 유급되는 건가요? 아아, 낙제점은 싫어요.(>_<)
우리의 건전한 수다 신공이 엔돌핀을 돌게 해요~
1월 1일에 주문할 생각이니까 너무 늦지 않게 알려주세요.^0^

다락방 2011-12-30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하.
저는 골랐어요, 골랐어요. 어제 브론테님의 서재에서 보았던 [드리나 강의 다리]요!!!! 1일이 되기전에 알려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히히.

마노아 2011-12-30 21:21   좋아요 0 | URL
오,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1일날 냉큼 주문하겠습니다. 역시 브론테님은 발동 걸리게 하는데에 일가견이 있어요.^^ㅎㅎㅎ

2011-12-30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30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12-31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핫케이크는 왜 진화하지 않을까요?^^
변함없는 이승환 사랑은 앞으로 영원히 지속될 것이고
마노아님의 삽질도 2012년에도 기대할래요~~ ㅋㅋ

내가 여기저기서 댓글 1위인 걸 보니 참 열심히도 댓글을 달았나 봐요.ㅋㅋ
책선물을 서로 주고 받게 되었네요. 하하~~~~~~

마노아 2011-12-31 13:07   좋아요 0 | URL
저의 핫케이크가 코코아 가루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해가 바뀌면 조금 나아질까요? ㅎㅎㅎ
여기저기서 댓글 1위를 누비고 계신 순오기님. 이러니 에너지 여사시지요.
심지어 지난 밤에는 제 꿈에도 나타나셨답니다.ㅎㅎㅎ
2012년에도 기대할게요. 그리고 책 골라주세요!!

세실 2011-12-3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호두케이크! 제가 좋아하는 호두케이크. 먹고 싶어라~~~
2012년도엔 꼭 아이패드가 생기시길 빌어요. 그냥 10개월 무이자로 확 지르시징. ㅋ
이승환 콘서트에 박신양. 특별 보너스네요.
제가 갔던 부활 콘서트엔 박완규가 깜짝 등장 했어요. ㅎ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12년 좋은 일 많이 많이 생기시길 빕니다^*^


마노아 2011-12-31 14:37   좋아요 0 | URL
아이패드 가격만큼 모은다음 카드로 결제할 거예요. 그래야 할인을 많이 받죠. ㅎㅎㅎ
박완규! 요새 나가수에서 박완규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파워 보컬이에요. ㅎㅎㅎ

세실 님의 2012년과 저의 2012년 모두 축복으로 가득하길 함께 소망해요.^^
 

제 1505 호/2011-12-26

추운 겨울이 오면 식욕이 증가한다는 사람이 많다. 특히 기름진 음식이 많이 생각나는데,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 걸까?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호르몬이 감소하면 사탕이나 케이크, 피자 등과 같은 탄수화물의 소비가 증가한다.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하는데 체내 세로토닌이 결핍될 경우 계절성정서장애를 앓기도 한다.

고칼로리의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탄수화물은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한다. 때문에 탄수화물이 먹고 싶어지는 것은 세로토닌이 계절적으로 감소되는 데 대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기름진 음식은 먹고 싶고 살이 찌는 건 싫다면 야채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우유도 저지방우유로 바꾸는 것이 좋다. 또 피자가 먹고 싶다면 통곡밀로 만든 반죽에 탈지 치즈와 각종 야채를 사용해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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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0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30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FUSION 과학

제 1508 호/2011-12-26

추운 겨울, 차(茶)로 다이어트 하는 법

“자연에서 멀어질수록 병에 가까워지고, 자연에 가까워질수록 병에서 멀어진다.”
― 지슨 박사(Dr. Marx Gurson)

추운 겨울, 기온이 내려가고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차(茶)가 생각난다. 요즘은 커피에 밀려 그 수요가 줄었지만 차는 여전히 인기 있는 기호식품이다. 게다가 건강에도 좋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있을 만큼 차의 효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차는 세계의 음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중국의 당나라 육우(陸羽, 727~803)가 쓴 다경(茶經)에 따르면 기원전 2700년경의 신농(神農) 시대부터 차를 마셨다고 하니 그 역사가 5000년에 이른다. 차는 처음부터 기호음료로 마신 것이 아니다. 우연히 약용으로 발견된 후 점차 경험적으로 차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오랫동안 민간에서 널리 이용돼 왔다. 차에 함유된 성분으로는 카테킨과 카페인이 잘 알려져 있다.

카테킨은 차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수용성 성분이다. 이 성분은 차의 독특한 떫은맛을 낸다. 카테킨은 구조상 수산화기(OH-)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여러 가지 물질과 잘 결합한다. 바로 이것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비결이다. 약초의 주요 독성분과 카테킨이 결합해 해독 효과를 내는 것이다. 카테킨은 그밖에도 다양한 의학적 작용을 나타내는데 대표적으로 항산화 효과가 있다. 우리 몸의 지방 성분은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돼 각종 과산화지질로 변성된다. 이것은 우리 몸의 세포를 공격해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찻잎이 다른 식물의 잎과 달리 갖는 성분으로 데아닌(theanin)이 있다. 데아닌은 녹차에 2~3% 함유된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흥분을 가라앉히는 진정작용이 있고 차의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다. 데아닌은 심신을 안정시키며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의 뇌파 지표인 알파파를 낸다고 밝혀졌다. 데아닌은 카페인에 의한 뇌 내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의 상승을 억제해 흥분을 억제하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작용도 한다.

차를 많이 마시면 비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미 우리 식탁은 각종 채소류가 많던 전통 한국식에서 기름진 서양식으로 상당히 변했다. 식사 후 우리 피 속에는 기름기가 급격히 많아져 이는 비만을 부르고 결국은 건강을 망치게 된다.

비만이 걱정된다면 녹차를 물처럼 마셔라. 그 순간부터 수분이 충분히 공급돼 피부가 촉촉해지며 독소는 배출되고 지방은 분해된다. 녹차를 자주 마시기 때문에 공복감도 줄어들어 음식을 가까이 하지 않게 된다. 녹차를 마시기만 해도 일석 삼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녹차의 탁월한 다이어트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으니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림] 녹차의 효능은 다양하지만 그중 혈액 내 지질을 감소시켜 줘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
녹차를 마시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왜,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녹차는 섭취한 지방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고 우리 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증가시키며 체지방 형태로 몸에 저장되는 지방을 줄여 다이어트 효과를 내는 것이다.

먼저 녹차는 섭취된 지방이 위, 장관에서 분해돼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억제한다. 그리고 소장에서의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고 배설을 촉진한다. 외부에서 섭취되는 콜레스테롤뿐만 아니라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콜레스테롤 합성도 막아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녹차의 다이어트 효과는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obesity’지에 발표된 논문에는 90일간 하루에 녹차 카테킨을 880mg 섭취한 사람들이 섭취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복부 내장지방면적이 5.6cm² 감소했고 허리둘레가 1.9cm, 체중은 1.2kg 감소했다고 보고됐다.

다이어트 효과를 얻으려면 하루에 카테킨 함량으로 500~600mg 정도를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녹차로 환산하면 100% 녹차의 경우 하루 10잔 정도다. 약 2달 이상 꾸준히 마셨을 때 체중은 1~4kg, 체지방은 1~2kg 정도 감소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별도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하지 않고 평소대로 생활하면서 녹차만을 섭취했을 때의 결과다. 실제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식이요법 및 운동과 함께 병행할 경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녹차를 이용해 더 효과적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보기 위해서 아래 방법을 제안한다.

1. 고기나 패스트푸드 등의 기름진 식사를 한 후에 꼭 녹차를 섭취할 것
(입안에 들어갔다고 해서 다 흡수 되는 것은 아님. 지방 소화를 막아줄 녹차를 챙길 것)
2. 열량 소모를 위한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녹차를 같이 마실 것
(자연스럽게 소모되는 열량이 증가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음)

혈관 속의 지방은 눈에 보이지 않고, 옷을 껴입으면 늘어나는 뱃살을 감출 수 있지만 우리 몸은 점점 자연에서 건강에서 멀어지게 된다. 남은 겨울, 느긋하게 차 한 잔 즐기면서 건강도 함께 챙겨보는 건 어떨까?

글 : 김영경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건강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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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 과학

제 1507 호/2011-12-26

크리스마스, 사랑을 이뤄주는 나무가 있다!

“아빠, 아빠!! 드디어 원표의 사랑을 확인받을 수 있을 기회가 왔어요!!”

태연,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방안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며 아빠를 찾는다.

“아빠, 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천장이나 현관문에 겨우살이 나뭇가지를 매달아 둔다면서요? 그 아래 소녀가 서 있으면 누구나 뽀뽀를 해도 그날만은 허용이 된대요.”

“그래, 그런 풍습이 있지.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는 영화에서 보면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겨우살이 장식 밑에 같이 서 있다가 키스를 하면서 결국 결혼에 성공하는 이야기도 나와. 그런데 그건 서양 얘기고….”

“맞죠, 맞죠? 그러니까 이번 크리스마스에 저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서 원표의 사랑을 확인하겠다고요! 드디어 사랑이 결실을 맺게 되는 거죠~. 내 친구 말자 아빠가 지방에 갔다가 겨우살이를 사오셨는데 저한테 빌려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 얏호!”

아빠는 겨우 초등학교 5학년밖에 되지 않은 딸이 남자친구에게 뽀뽀를 받겠다고 깡충거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별로다. 아니, 매우 언짢다. 금쪽같은 딸의 볼에 자신 말고 다른 사내 녀석이 뽀뽀를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아빠는 한참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근데 태연아~. 네 생각처럼 겨우살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운 식물은 아니란다. 겨우살이의 고대 영어 이름은 ‘mistletan’인데, ‘mistle’는 배설물(dung)을 뜻하고 ‘tan’은 가지(twig)를 뜻하지. 새가 겨우살이의 열매를 먹은 뒤 씨가 섞인 ‘배설물’을 ‘나뭇가지’에 남기면, 그 나무(기주나무)에서 영양분을 빨아먹으면서 살아가는 기생나무라는 뜻이야.

“엥? 기생나무요? 기생충처럼 다른데 붙어서 산다고요?”

“100% 기생은 아니고 반쯤 기생을 한다고 보면 돼. 스스로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생산하면서 동시에 다른 나무의 줄기에 뿌리를 내려 수분과 양분을 빨아먹는 거지. 우리나라에는 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참나무겨우살이 이렇게 4가지 종류의 기생 겨우살이가 분포한단다.”

“뭐, 그럼 어때요. 뽀뽀할 기회만 만들어주면 되지. 흥!”

“아이고, 이름도 진짜 한심하지 뭐냐. 겨울에 산다고 ‘겨우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은 ‘겨우 살아간다’는 뜻이야. 게다가 자기가 양분을 빨아먹는 기주나무를 힘들게 하다가 결국 죽이는 경우도 허다하단다. 기주나무가 죽으면 자신도 죽는데 말이야. 정말 바보 같지 않니? 이렇게 바보 같은 나무 밑에서 뽀뽀를 받겠다니 한심해, 한심해!!”

“그래도 말자가 하는 말을 들으니 약으로도 쓰이는 나무라는데요?”


[그림] 크리스마스 장식에 쓰이는 호랑가시나무. 사진 출처 : SXC
“그야 그렇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부터 겨우살이는 귀신을 쫓고 온갖 병을 고치는 신비의 약으로 알려져 왔단다. 특히 유럽 사람들은 참나무 겨우살이를 하늘이 내린 풀이라고 신성시하는 것은 물론 불사신의 상징으로 믿기도 했어. 사람들이 하도 겨우살이를 대단하게 여기니까, 심지어 중세 교회에서는 겨우살이 장식 풍습을 고대의 우상숭배전통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금지하기까지 했지. 그러자 사람들은 겨우살이 대신 호랑가시나무를 매달게 됐다는구나. 크리스마스 장식할 때 꼭 쓰이는 입이 뾰족하고 붉은 열매가 예쁘게 달려있는 나무가 바로 호랑가시나무야. 본 적 있지? 날카로운 가시는 예수님이 쓴 가시관을, 붉은 열매는 흘린 피를 상징하기 때문에 그 나무는 신성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거란다. 이때부터 호랑가시나무가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됐다는 얘기도 있어.”

“와, 그런 심오한 스토리가 있는 줄은 또 몰랐어요.”

겨우살이는 한방에서도 상당히 좋은 약재로 알려져 있단다. 근육과 뼈를 강하게 하고 혈압을 낮추는 약재, 특히 뽕나무에 붙어 자라는 겨우살이는 상기생(桑寄生)이라고 해서 상당히 귀한 약재로 인정받고 있지. 또 최근에는 국산 겨우살이에서 추출한 M11C(비렉틴 구성물질)가 뛰어난 항암효과와 면역활성 효과를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단다.”

“그 봐요, 멋진 나무라니깐!”

“그러면 뭐하니. 몸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멸종위기로까지 몰리고 있는걸. 산을 끼고 있는 관광지마다 겨우살이 줄기를 말려 파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다, 관광객들이 직접 무단으로 채취하는 경우도 많아서 씨가 말라가고 있어요. 이렇게 멸종위기가 된 나무를…! 꼭 장식으로까지 만들어서…!! 원표인가 원숭인가 하는 그 녀석한테 사랑을 확인받아야 하겠냐?”

“그러니까 멸종되기 전에 빨리 확인을 받아야죠~. 아빠는 이 사랑스러운 딸이 노처녀로 늙어 죽는 꼴을 보고 싶으신 거예요? 아님 쫌 예쁘게 낳아 주시던가! 제가 오죽하면 불쌍한 나무까지 엮어서 어떻게 뽀뽀 좀 한 번 받아보려 하겠냐고욧!”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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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홀 - Rabbit Hol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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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카와 하위는 금슬도 좋았고 서로 살뜰히 사랑하는 아름다운 커플이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네살 난 아들이 있었지요. 동네에서 가장 크다는 집에서 안락하게 살고 있었고, 안정적인 일을 하는 남편과 요리 잘 하는 부인으로 부족함이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 그들 가정에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들이 사고로 죽고 만 것입니다. 벌써 8개월 전의 일이지요. 아들을 잃고 난 지난 8개월의 시간은 두 부부에게 끔찍했습니다. 사고의 충격에서 헤어나기 위해서 무진 애를 썼지만 상처는 쉬이 회복되지 않았지요. 더구나 그렇게 어린 아들을 잃었는데 어찌 상처가 쉽게 아물겠습니까. 이웃의 부인은 저녁 식사에 초대하려고 하지만 베카는 좀처럼 응하지 않습니다. 함께 어울리며 웃고 얘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런 마음의 여유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남편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모임에 나가자고 아내를 재촉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개비와 그녀의 남편은 벌써 8년째 이 모임에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고 얘기하지만, 바꿔말하면 8년이 지났어도 이런 모임이 필요할 만큼 힘들다는 얘기일 겁니다. 어느 부부는 하나님이 아이를 사랑하셔서 데려갔다고, 그 아이는 분명 천사가 되었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그런 말들이 베카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신이라는 그 위대한 자가 왜 하필 내 아이를 데려갔는지, 천사가 필요하면 직접 만들면 될 것을! 베카는 그런 식의 자기 위안이 위선이라고 여깁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식의 위안도 필요하다는 것을, 그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에는 베카의 상처가 아직 너무 깊습니다.

 

 

아내와 남편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아이의 상실을 극복하려고 애를 씁니다. 아내는 아이가 만든 그림 장식을 냉장고에서 떼어 창고에 갖다 놓고, 아이의 죽음에 도화선이 된 키우던 개를 친정 어머니 집에 맡겨버립니다. 아이의 옷을 모두 세탁해서 갓 임신한 여동생에게 들이밀기도 하지만,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를 아이가 입기에는 너무 크지요. 게다가 죽은 아이의 옷이라고 생각하니 임신 중인 여동생은 달갑지가 않습니다. 결국 이 옷들은 모두 재활용 상자로 들어가 버립니다.

 

반면 남편 하위는 다른 방법으로 상처를 극복해내려고 애씁니다. 날마다 아들의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재생시키며 눈물을 짓고, 장모님께 맡겼던 개를 되찾아와서 함께 뛰놀았던 아이의 향기를 느껴보려고 합니다. 아내는 차안에 있는 카시트를 치우라고 하지만 남편은 그렇게라도 아이의 자취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둘째 아이를 가져보자고 제안하는 남편을 아내는 못견뎌 합니다. 나아가 집도 팔아버리고 이사하자고 합니다.

 

두 사람은 계속 부딪혔고 힘들어 합니다. 서로 사랑하고,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애는 쓰지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밝히지 않은 채 다른 방법들을 시도합니다. 말할 수 없고, 말하기도 싫지만, 그럼에도 건너고 마는 그들만의 길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래빗 홀'은 토끼 구멍입니다.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라고 할까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면 될 겁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한 '평행이론'이란 책에 관심이 갑니다. 이 드넓은 우주 저 너머에는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누군가가, 나와는 다른 삶을 살며 존재하고 있을까요? 지금 이렇게 불행하고 힘이 드는 부부와 또 다른 삶을 가진 자신이 우주 저 너머 어딘가에는 있을까요. 

 

 

영화 속에는 자식을 잃은 많은 부부가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베카의 어머니도 아들을, 베카의 오빠를 잃은 적이 있습니다. 오빠는 서른살에 헤로인 과용으로 죽었으니 베카가 자신의 아들의 죽음과 비교당하면 노여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그런 아들 역시 소중한 자식이었습니다. 그러니 엄마의 상처가 자신보다는 작을 거라고 여겨서는 곤란하지요. 아직 그것을 인정하기에는 베카의 마음에 지나치게 여유가 없지만요.

 

자식을 잃은 부부는 헤어지는 잃이 많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런 사례가 나왔고, 책에서도 쉽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한나의 선물'이란 책에서도 그런 예를 보았지요. '누구 때문에'라는 원망은 그래서 치명적입니다. 당신이 문을 열어두었기 때문에, 당신이 전화를 받다가 아이를 놓쳐서, 하필 그때 개가 뛰쳐나가서, 하필 그때 차가 들어서서...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고 그 모든 것들이 중첩되어서 결국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괴롭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진정 이 아이와의 연이 거기까지였음을 수긍하는 일은 얼마나 서러운가요. 되돌릴 수 없는 일에 누구 때문이었다는 원망은 감정만 피폐하게 할 뿐 서로의 회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힘없는 인간, 상처로 온 가슴이 무너져 내렸는데 그런 말들이 어디 머리에 들어올까요.

 

결국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처가 조금은 작아지기를, 그리움이 조금은 옅어지기를, 원망이 조금은 사그라들기를 말입니다.

 

 

언젠가는 지인들을 불러다 바베큐 파티를 열 수도 있고, 내 아이 또래의 아이들을 안아주며 예쁘게 미소지어줄 수도 있을 테지요. 그들이 떠나고 나면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지었던 미소를 거두고, 다시 또 어둡고 쓸쓸한 얼굴로 되돌아갈지라도,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그런 불가능한 것들이 가능해지는 때가 반드시 올 겁니다. 그렇게 믿고 일어나야하지요. 서로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 자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영화는 무척 잔잔하지만 또 은근히 섬세했습니다. 그 섬세하고 예민한 연기를 니콜 키드먼은 몹시 잘 해냅니다. 만약 한국 영화였다면 염정아가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동명의 연극을 영화로 옮겼는데, 연극에서는 웃음의 코드도 있었나 보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과잉 없이 슬픔을 올곧이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헤드윅으로 유명한 존 캐머런 밋첼은 극적인 연출 없이도 시간 순서의 적절한 배열을 통해서 영화의 기승전결을 잘 이끌어 냅니다.

 

주말 내내 뉴스를 뒤덮었던 대구 중학생의 자살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아이의 죽음이 기막혔고, 그 부모는 이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또 기가 막혔고, 가해 학생과 그 부모들은 진정으로 참회하고 있을지, 일말의 반성과 책임감을 느끼는지 분노가 일었습니다. 래빗 홀의 두 부부보다 더 가혹한 이별에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슬픔에 동참하고 있을지 갑갑합니다. 이런 갑갑한 한숨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또 가슴이 묵직해집니다.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부부가 나옵니다. 그들이 상처를 이겨내려고 애쓰는 모습은 보다 경건하고 종교적이었지요. 보다 인간적인 '래빗 홀'과 비교해서 보면 좋겠습니다.

 

아픔을 잊을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인 래빗 홀, 그것은 우주 저 끝에 있을지도 모르고, 당신 옆에 있는 당신의 가족이 되어줄 수도 있고, 그저 시간이 주는 치유의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든,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시련은 가혹하지만 분명 지나갈 겁니다. 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는 시간이 당신에게도 꼭 올 것입니다. 그 끈을 놓치지는 마세요. 당신에겐 분명 그럴 힘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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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2-27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영화는 꼭 봐야할 것 같아요. 니콜 키드먼이니까~~~~

마노아 2011-12-27 10:39   좋아요 0 | URL
니콜 키드만 공동 제작이기도 해요. 작품에 푹 빠져 보였어요. 무비꼴라쥬 영화는 늘 실망시키지 않아요.

다락방 2011-12-2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퓰리처상 수상 원작이군요. 저는 오히려 원작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찾아봐야겠어요.

마노아 2011-12-27 10:39   좋아요 0 | URL
저는 연극이 퓰리처상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원작 소설이 있겠군요. 찾아보니 외서로만 있네요. 어이쿠...

다락방 2011-12-27 12:38   좋아요 0 | URL
저도 외서로만 있어서 절망한채 돌아섰어요. -_-

마노아 2011-12-27 13:17   좋아요 0 | URL
이 쓸쓸한 그림자...크흑...-_-;;;;;

무스탕 2011-12-27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으로도 영화를 본 느낌이에요.
근데 직접 보면 영화의 무게에 눌려 차분히 못 볼것 같아요.
영화를 아직 안 봤어도 마노아님의 리뷰가 훨씬 좋아요.

마노아 2011-12-27 22:06   좋아요 0 | URL
생각만큼 버겁게 무겁지는 않아요. 배우들의 연기가 그런 면에선 어느 정도 절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 액션영화들 아주 재밌게 보았는데 이렇게 잔잔한 영화도 참 좋아요.^^

2011-12-27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7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