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본 영화들이다. 일단 리스트부터 작성해 보자.

 

 

 

 

 

 

 

 

 

 

 

 

 

 

 

 

 

 

 

 

 

 

 

 

 

 

 

 

 

 

 

 

 

 

 

 

 

 

 

 

 

 

 

 

 

 

 

 

 

 

 

 

 

 

 

 

 

 

 

 

 

 

 

 

 

 

모두 70편이다. 이 중 세 편만 집에서 보았고, 나머지는 모두 극장에서 보았다.

 

공포영화를 빼면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가 다 재밌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도, 흥미진진한 액션영화도,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도 모두 좋다. 특히 좋아하는 게 있다면 음악이나 춤, 스포츠 등등... 배우들의 재연 연기에 아주 공을 들여야 하는 그런 영화들이다.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마지막에 반지 낀 손으로의 연주가, '블랙 스완'에서 신들린 듯한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마오의 라스트 댄서' 마지막 씬에서 고향 땅 흙바닥에서 무반주로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에서 전율을 느꼈다. 영화적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출연 가수들의 노래가 좋았던 '플레이', 그리고 전설을 추모할 수 있었던 '뮤직 네버 스탑'도 올해의 쾌거다. 두 야구 영화였던 '머니볼'과 '퍼펙트 게임'도 만족도가 높았다. 브래드 피트의 대사처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야구의 세계가 보였다. 나야 아직 야구의 열광적인 팬은 아니지만 팬들의 그 불같은 열정은 이해가 간다.

 

최강 액션을 선보인 영화로는 '최종병기 활', '미션 임파서블4'를 꼽겠다. 아마도 '킬러 엘리트'도 액션으로는 뒤지지 않았을 테지만, 언젠가 말했듯이 영화를 한 시간 정도 졸면서 봐서 도대체 머리에 남은 게 없다. ;;;;;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도 좀 보인다. '킹스 스피치', '언피니시드', '사라의 열쇠', '마이웨이'

이 중에서 언피니시드가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하고 사라진 게 많이 아쉽다. 전쟁도 여러 차례 이야기 했고 홀로코스트도 수차례 얘기했지만, 그들 투쟁자들 내부의 문제와 갈등에 대해서 이렇게 깊이 들어간 영화는 내게 드물었다. 게다가 출연진들의 연기는 또 얼마나 훌륭하던지!

 

'마이웨이'는 참 갑갑했다. 강제규 감독은 '대작'에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닐까. 지나치게 많은 물량과 돈을 투입하고, 스케일도 장황하지만 메시지는 조금 부족한 느낌? 태극기 휘날리며 때도 그랬었다. 하고자 하는 말들을 위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쏟아낸다. 장동건도 이제는 좀 작은 규모의 영화에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굿모닝 프레지던트 같은 영화에 좀 '멀끔하게' 나왔으면 한다. 몸이 부서져라 뛰고, 눈을 희번득 떠야만 연기에 물이 오르는 것은 아니니까. 역시 같은 맥락으로, 그래서 장동건보다 김인권이, 그리고 오디기리죠가, 그리고 조승우보다 양동근의 연기가 더 좋았다. 처음부터 착한 인물보다 갈등과 변화를 통해서 성숙해지는 인간이 더 매력적이다.

 

올해의 졸작은 '7광구'와 '특수본', '써니' 되시겠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그저 그만한 영화일 거라고 예상하고 본 거니까 '졸작'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고, 역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서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투입해서 과잉 역효과를 낸 7광구와, '진부 오부 진부'의 정점을 찍은 특수본은 반성 좀 해야한다. 그리고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고도 그 안에 물들어 있는 천박한 사고관이 불쾌했던 '써니'가 관객 동원을 성공했음에도 내게는 참 별로인 영화로 남았다.

 

공포 영화를 좀처럼 보지 못하는 내게 올해의 '섬뜩' 영화는 '돼지의 왕'이 차지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애니메이션의 힘은 대단했다. 공포스러웠고, 두려웠고, 무서웠다. 돼지같이 살까봐, 개처럼 살까봐. 혹은 그런 줄도 모르고 살까 봐...

 

음악이 좋았던 영화로는 '인 어 베러 월드', '세 얼간이', '뮤직 네버 스탑'

인도 영화는 워낙에 음악적 요소가 강세지만, '알 이즈 웰'의 효과는 대단했다. 유쾌함과 위로의 영화였다. 뮤직 네버 스탑은 워낙에 음악 영화였으니 말이 필요 없지만!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이 많은데, 내가 원작도 같이 본 경우 비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경우 영화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원작에서 주었던 치밀어오르는 감동의 깊이에는 부족했다. 그래도 엄마와 함께 볼 수 있는 괜찮은 영화였다. '워터 포 엘리펀트'는 영화가 좀 심심했다. 일단 캐스팅이 별로. 원작은 참 좋았다. 작가의 신작도 언능 봐야 하는데.... '영원한 제국'은 고3 수능 끝나고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영화보다는 책이 훨씬 재밌었다. 그 안에 깔려있는 어떤 불순함에 대해서는 일단 덮어두자. 영화 '도가니'는 원작과 비등비등했다. 아무래도 영상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을 자극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건 원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헬프'는 원작을 읽지 않고 보았다면 그냥 평범한 수준은 되었다. 하지만 원작을 보고서 비교한다면 '졸작'에 가까웠다. 배우들이 연기는 잘했지만 시나리오가...;;;; 원작의 깊이를 다 담아내지 못한 역량이 아쉬었다. 뒤늦게 누락된 책 한 권 포함시킨다. 영화와 원작의 차이가 아주 컸던 또 하나의 작품이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였다. 원작이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꼴딱 세우고 읽었는데, 영화는 그 긴박함과 절정으로 치닫는 묘미가 좀 부족했다. 이 역시 원작을 보지 못하고 영화만 보았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차이리라. 덕분에 한국 영화 '의뢰인'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아류로 전락했다. 복선과 반전의 구조가 지나치게 흡사했다. 그럼에도 하정우의 연기는 좋았지만.

 

또 어떤 주제로 묶을 수 있으려나...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있었다. '후아유', '킹스 스피치', '호로비츠를 위하여', '블라인드', '통증', '카운트다운', '도가니', '청원'

이 중 가장 아까운 영화는 '카운트다운'이다. 전도연이 그 물오른 연기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원 운이 좀 없다. 난 이 영화에서 정재영이 다운증후군 아들을 키우면서 겪어야 했던 그 심적방황과 폭력, 그리고 그 사죄에 많이 울었더랬다. 더불어 생각난 책은 펄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였다. 언니가 누군가 책을 빌려주면서 읽어보라고 권했다는데, 본인이 도저히 읽을 생각이 안 나서 나더러 읽게 하고는 줄거리를 전해 듣고는 읽은 척!을 했던 책이다. 우연히 만났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카운트다운 역시 그럴 것이다.

 

존엄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만든 '청원'도 깊이 각인된 영화였다. 그 강렬한 색감과 장엄했던 음악도 모두 배경으로 밀어낼 만큼 메시지가 강렬했다. 

 

벅찬 '감동'과 슬픔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인 어 베러 월드''그을린 사랑', 그리고 '파수꾼'도 빠질 수 없다. 앞의 영화는 그림이 훨씬 크고 파수꾼은 보다 소박하지만, 요즘처럼 청소년 범죄가 눈에 띄는 시점에서는 더 필요한 영화였다. 그리고 '고지전'과 함께 올 해의 발견은 '이제훈'이다. 아, 눈빛이 살아 있어. 더 젊었을 적의 이병헌을 보는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한참 했는데, 드라마 얘기 살짝 끼워본다.

2007년의 드라마는 '한성별곡 '정이었다.

2008년의 드라마는 '일지매'(그리고 '베토벤 바이러스')

2009년의 드라마는 '미남이시네요'

2010년의 드라마는 '성균관 스캔들'이었다.

그렇다면 대망의 2011년은? 당근 '뿌리 깊은 나무'가 차지한다.

 

원작보다 훨씬 좋은 드라마가 여기에 있다. 오늘 밤 진행되는 SBS 연기대상에서 한석규를 응원해 본다.(수애 미안!)

 

또 최민수 얘기도 살짝! '무사 백동수'는 꽤 졸작이었지만 최민수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대사가 없어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돌아선 등짝 만으로도 배우가 연기를 해낸다는 것에 감탄했다. 만약 백동수가 하반기 드라마였다면 나는 연기 대상에 최민수를 응원했을 것이다.

 

아, 쓰다 보니 자꾸 길어지네. 올해의 가수도 있다. 올해 발견한 최고의 보석은 단연코 알리다.

 

365일과 별짓 다 해 봤는데, '뭐 이런 게 다 있어'도 좋았지만 압도적으로 알리의 매력을 보여준 것은 아무래도 '킬리만자로의 표범'이었다. 목소리는 물론 손동작 하나까지도 모두 '고혹' 그 자체랄까!

 

그 덕분에 '불후의 명곡2'를 아주 애청하고 있다. 가볍고 촐싹대는 신동엽의 진행도 재미있고, '경쟁'이라는 구도를 스트레스보다 긴장감 조성 정도로 희석시킨 진행 방식도 괜찮다. 아무래도 '나는 가수다' 보다는 덜 피곤하다.  

 

 

이제 2012년에 기대하는 영화로는 일단 월요일에 수영을 제끼고 시사회에 참석할 '원더풀 라디오', 그리고 김명민이 또 몸을 부수며 연기했을 것 같은 '페이스 메이커', 맷 데이먼의 선택은 언제나 옳아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엄정화와 황정민의 능청스런 궁합이 기대되는 '댄싱퀸', 그리고 긴 겨울밤을 가득 채워줄 것만 같은 '원스 어게인' 등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보면서 눈물 꽤나 쏟을 것 같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까지... 이 제목은 읊는 순간 벌써 벅차오른다.

 

그리고 당장 돌아오는 주부터 시작하는 '해를 품은 달'

오오, 책 사놓고 표지도 못 열어봤는데 2012년에 첫번째 독서는 해를 품은 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임금 역에 김수현이 캐스팅 되었던데, 원작을 보지 않아서 아역인지 성인역인지, 혼자 다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기꺼이 봐주리라.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서 보여준 내공에 거는 기대가 크다.

 

좋은 영화, 좋은 드라마,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다. 많아서 좋은데, 그것들을 다 소화하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서 뜨끔할 때가 많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내가, 2012년에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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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2-3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아아- 두 번 으와 하고 가요.
첫번째는 저 많은 영화를 세 편 빼고 모두 극장에서 보셨다는 대목에서-
두번째는 알리가 부른 킬리만자로의 표범 들으면서-

항상 감탄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마노아님의 서재를, 사랑합니다!
더 예뻐지시고 더 사랑받으시고 더 건강하시고, 에 또, 더 영화 많이 보시고 더 책 많이 읽으시고 더 깊고 더 넓은 마노아님의 모습 보여주세요. 새해 복 마아니, 대따 대따 많이 많이 받으세요, 마노아님^^

마노아 2011-12-31 18: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생각보다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어요. 극장에서 보지 못하면 대체로 못 보고 지나가더라구요. 알리 노래 참 잘하죠? 불후의 명곡2는 아이돌 가수들의 재발견이기도 했어요. 의외로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참 많더라구요. ㅎㅎㅎ

좋은 말씀 한가득 해주셨어요, 메리포핀스님! 아주 따뜻한 덕담입니다. 메리포핀스님의 2012년도 아름답고 따뜻하고 반짝반짝 빛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같이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무스탕 2011-12-31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여는 순간 포스터만 좌~~~악 화면을 채우면서 휠을 몇 번 굴려도 계속 포스터만 보이는거에요. 세상에!!
68편이면 한달에 5.666..편의 영화를 보셨어요. 그거 다 기억하기도 힘들거에요, 전 ^^;
제가 워낙 티비쪽은 그냥그냥 이라서 티비쪽으론 뭐 꼽을게 없어요.
해를 품은 달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건 '온양' 이라는 지명에 대한 해석이에요. 전 그걸 읽고 무릎을 탁-! 쳤다니까요.

채 4시간도 안 남은 올해네요. 내년엔 건강 잘 살피시면서 하시는 모든 일들 고속도로마냥 뻥뻥 뚫리길 바랍니다.
새해 복 겁나게 많이 받으세요~ ^^

마노아 2011-12-31 21:2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두 편 누락된 걸 찾았어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와 '오싹한 연애'를 놓쳤네요. 두 개 포함시키니 70편이에요. 아, 많이 보긴 했어요. ㅎㅎㅎ
해를 품은 달을 보며 저도 '온양'을 주의 깊게 볼게요.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집니다.
고속도로 마냥 뻥뻥 뚫리는 2012년, 겁나게 복 받는 우리 되어요. 유후~!!!

이진 2011-12-3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68편이라니...
마노아님의 문화생활을 저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
저는 올해 영화관을 한 번 갔나... 두 번 갔나.. ㅠㅠ
시골이라 영화관이 없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2012년에도 건강한 서재활동되세요!

마노아 2011-12-31 21:29   좋아요 0 | URL
아직 다이어리 집계가 덜 끝났는데 각종 전시회와 공연을 더하면 문화생활로 도배한 한 해가 될 거예요.ㅎㅎㅎㅎ
소이진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무엇보다도 건강히 지내셔요. 대한민국의 미래 아닙니까! 건강한 미래가 되어주세요.^^

순오기 2012-01-0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21편 겹쳐요, 올해는 내가 저조했어요.
그래도 21편이면 나쁜 성적은 아니네요.^^

마노아 2012-01-03 22:02   좋아요 0 | URL
히힛, 댓글 다신 분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겹치는 게 아닐까 싶어요.ㅎㅎㅎ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한비야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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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이집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이제 만 2년이 거의 되어가고 있는 찰나에 어린이 버전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어린이 용으로 묶으니 한 권짜리 책이 두권이 되었지만 대신 내용을 좀 추렸고, 좀 더 쉬운 설명과 부록이 따라왔다.

 

사진과 그림을 겹쳐 사용한 것도 역시 어린이 친구들을 위한 배려이겠지만, 어차피 이 책은 초등 고학년이 소화할 테니 그냥 사진으로 대체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자체도 어렵게 씌어진 책이 아닌지라 중학생 정도만 되면 소화할 수 있다고 여긴 작가를 설득시켜 어린이용으로 재출간하게 만든 것은 어느 어린이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 닦는 동안 물을 틀어놓지 않고 쓴다고 대답한 이 기특한 아이는 그 이유를 수돗물 값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도 맞는 말이고 바람직한 얘기이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대답했다면 더 멋졌을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이 책이 출발했다.

 

지구에 사는 인류의 숫자는 무려 70억이나 되지만, 이 중 30억 정도가 굶주리고 있다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인류가 쌓아온 이 대단한 문명 안에서도 아직도 이렇게 참담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함께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한비야는 이 책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의 말라위/잠비아, 그리고 히말라야 산맥으로 대표되는 네팔의 주민들을 소개했다. 전쟁이 가져온 기근과 질병, 그리고 차별과 지뢰에 대한 공포, 에이즈에 관한 왜곡된 인식, 그리고 단순한 도움의 차원을 넘어선 재활의 기회를 주는 구호 활동 등이 격정적으로, 그러나 차분하게 소개되고 있다.

 

 

눈이 멀지도 모를 위험한 독초를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서 씹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다섯 살 꼬마 아이다. 저 또렷한 눈동자가 제대로 먹고 마시고 교육을 받으면 얼마나 예쁘고 당당하게 자랄 것인가.

 

아프가니스탄 편에서는 지뢰 전문 의사가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지뢰의 위험성을 제대로 교육시켜 주었다. 세상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묻혀 있는 나라는 아프가니스탄! 이곳에 묻힌 지뢰의 수는 무려 1천만 발! 오늘부터 지뢰를 더 이상 묻지 않고 제거만 한다고 해도 다 제거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천 년! 그리고 지뢰를 묻는 데는 5달러, 제거하는 데는 무려 1천 달러가 든다는 사실!

 

끔찍한 일이다. 게다가 책이나 곰 인형 안에 지뢰를 묻어 놓아서 피난 갔다가 돌아온 아이를 노려 적군의 씨를 말리는 지뢰까지 있다고 아니 아득함을 넘어 아찔하다. 한국의 비무장 지대로 지뢰 밭이다. 이름 그대로라면 비무장이어야 하건만, 그 땅속은 그렇게 살벌하게 울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가야할 길이 얼마나 멀고도 험할지 선명하다. 피할 수도 없고 미룰 수도 없건만!

 

한비야가 아프가니스탄에 오기 직전 한 아이가 꽉 채운 저금통과 함께 카드를 보냈다고 한다. 그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느님, 이제 저는 그만 돌봐주시고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을 돌봐주세요. -47쪽

 

이렇게 아름답고 성숙한 마음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 이 예쁜 마음 앞에 욕심 많은 어른으로서 부끄럽기만 하다.

 

이슬람 여성들이 쓰는 베일의 종류에 대해서 비교해 주었다. 이집트에서 주로 마주친 것은 히잡이었지만, 차도르와 부르카도 간혹 볼 수 있었다. 니캅을 쓴 여성이 식사하는 장면은 가히 문화 충격이기도 했다. 신기해한 것이 다소 미안하긴 했지만, 그들도 내가 친구의 머리를 땋아주는 장면을 신기하게 바라봤으니 뭐 피장파장이다.^^

 

한비야는 아프리카 말라위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삶은 후 꼬들꼬들하게 말린 들쥐를 간식으로 먹는 것을 목격했다. 배가 고파서 먹는 거라 생각했는데 원래 그들의 전통 간식이라고 한다.

 

 

나로서는 메뚜기도 먹어보지 못했으니 저럴 때 들쥐는 감히 엄두가 안 날 것 같다. 하지만 저걸 먹어버리면 현지인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기는 하다.^^

 

구호요원으로 들어가서 단순히 동정심으로 그들을 돕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주어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모습이 좋았다. 받는 그들도 부끄럽지 않게 하니 말이다.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에이즈가 가장 급속히 퍼지는 대륙이 아시아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것도 중국 상하이 등 남동부 대도시에선 감염자가 하나 해에 30%씩 증가한다고 한다. 세상에나! 우리나라는 헌혈량이 부족해서 혈우병 치료제 등을 만드는 혈액의 일부인 혈장을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데 그중 약 25% 정도가 중국에서 온다고... 이 정도면 상당히 위험한 수치가 아닌가.

 

이쪽 이야기에서도 함께 갔던 동행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서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에이즈에 걸렸다 해도 영양상태가 좋고 약을 꾸준히 먹으면 수십 년도 건강하게 살 수 있지만 그 약이 1년에 1만 달러로 무척 비싸서 하루에 1달러로 살아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란다. 이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겠다. 게다가 한미FTA를 생각하면 진정 후덜덜....ㅜ.ㅜ

 

에이즈는 가장 건강한 나이인 15세에서 45세까지의 사람들을 초토화시킨다. 이들이 누군가의 부모이기에 에이즈 고아가 생기고, 사회적으로 한창 일할 나이의 인력이 줄어 사회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임산부가 에이즈에 걸리면 태아도 감염이 되고 모유를 통한 감염까지 합하면 무려 70%에 육박한다. 이를 모자 감염이라고 한다. 그러나 임신 7개월에 억제약을 한 번 복용하고, 출산 후 3일 내에 아이에게 한 번 만 보조제를 흘려 주면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약 6천 원 정도! 이렇게 적은 금액으로 아무 죄 없는 아기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긴급 구호가 얼마나 절실한지, 그리고 우리에게 적은 돈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구원으로 다가갈 수 있는 지를 시시각각 설명한다. 그렇게 바탕을 깔아놓으니 마지막에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의 사례를 내놓았을 때 독자 역시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진정성은 물론이요, 책의 편집 효과로서도 막강한 후광이다.

 

식민 지배를 받고, 그 후에 또 전쟁까지 경험했던 우리나라가 바로 그 국제 원조의 최대 수혜자였다. 1991년부터는 해외 원조를 끊고 우리가 원조를 해줄 수 있는 나라가 되기까지 했다. 월드비전 안에서도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바뀐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벅찬 일이다.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피워냈으니....

 

우리가 도움을 받았으니 도움을 주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시야를 넓힌다면 좋겠다. 우리가 자주 쓰는 '우리'라는 단어의 범위를 더 넓게 넓게 펼쳤으면. 우리 나라에서 우리 세계로, 우리 지구로, 우리 우주로 말이다. 그 안에 우리 모두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고 생명의 반대 역시 죽음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저자의 지적에 공감한다. 우리 마음 속에 사랑의 꽃씨 하나 심는 마음으로 일독을 권한다. 미래의 꽃이 될 어린이들에게도 맞춤인 책으로 나왔으니 그네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선물할 예쁜 어린이 친구가 떠올랐다. 새해의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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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2-3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이의 초롱한 눈빛......... 이 도리어 가슴 아프네요.
마노아님은 25번째로 글을 많이 작성하신 분이군요? ^^

저는 어제 오늘 팔견전이랑 오란고교 호스트부 읽느라 정신빼고 있답니다... 아하하.

마노아님, 새해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 가득하세요. 올 한해 이모저모로 많이 감사드립니다.

마노아 2011-12-31 13:09   좋아요 0 | URL
굶주림에 지쳐있는데도 눈빛이 살아 있어요. 그래서 더 뜨끔했습니다. 세상을 향해서 준엄하게 꾸짖는 것 같아서요.

만화책과 간식을 쌓아두고 겨울밤을 지새우는 것은 또 많은 이들의 로망이지요.
저는 집에 쌓아둔 '용' 시리즈로 그래보려고 합니다. 2012년에는 가능할 거예요.ㅎㅎㅎ

마녀고양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하는 공부도 일도 다 잘 풀리고 무엇보다도 건강히 지내셔요!!!
 
에뷔오네 Evyione 10
김영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12월
품절


무스탕님의 성화에 힘입어 받자마자 바로 올리는 리뷰다. ㅎㅎㅎ

에뷔오네 10권은 이제껏 중 가장 음모가 판을 쳤고, 야신의 활극이라고 해도 무방할 액션대작(!)이었다.

그렇지만 사진 찍은 순서에 의해 그림 이야기부터!
마리엘라의 분노에 찬 얼굴이 인상 깊어서 한 컷 찍어봤다.
그녀의 왕비전하에 대한 애정 혹은 집착은 보여지는 것 이상이리라.
그리고 인어왕 야신! 그의 외모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버릴 것이라곤 없지만 그래도 적당히 벗어준 등빨!이 항상 가장 섹시하더라능!!
저렇게 서 있으면 마주선 근위병마저도 얼굴이 새빨게질 것이다. 어쩜 좋아!
그리고 프랑스 왕자이자 앙트완 공작님의 저 자세도 꽤 마음에 든다.
고고해 보이지만 상대의 얘기에 촉각이 곤두서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는 기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럴 때에 저 작은 크기의 책은 무척 활용도가 높다.

명색이 인어왕이니, '물'이 있다면 그가 무엇인들 못하랴.
이번 이야기에선 거의 첩보전을 방불케 했는데, 물을 사용해서 목표를 추적하고,
또 사랑하는 이를 보호하고, 바다 마녀로부터는 정보도 얻어내는, 여러모로 개인기를 선사한 우리의 인어왕 되시겠다.

왼쪽의 그림은 사실 상하를 뒤집은 것이다.
원래 그림은 추락하는 느낌으로 뒤집힌 것인데 드레스가 예뻐서 내가 사진을 돌려서 붙여버렸다.
그리고 오른쪽 그림은 책 속 부록에 해당하는 마지막 부분에서 길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 자리에 붙여진 컷이다.
바다빛으로 빛나는 머리칼이라고 써놨는데, '바다빛'이란 대체 어떤 빛일까? 흑발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깊은 바다의 그 검푸른 색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여간에 근위병으로도 최고로 섹시한 우리의 주인공 야신 다 퓌레느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연출이다.
에뷔오네가 함정에 빠져서 아주 위험한 지경에 빠졌고, 그 극적인 순간에 야신이 들이닥쳤다는 것은 진부할 수 있지만, 오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나. 무사히 도착한 것이 백번 나은 이야기!
아무튼 그가 짐승과 같은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일단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있다. 눈동자가 왼쪽으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그 한 번으로 목표를 정하고, 다음 움직임을 설정한다. 그리고 놓치지 않는다. 그가 더 크게 분노하기를, 그리고 제대로 복수해주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 바람은 배신당하지 않는다. 그의 정당한 분노에 브라보!!!

마지막 부분에 실린 그림이다. 드레스와 구두가 예뻐서 찍어보았다.
가운데에 낀 앙트완의 그림은 옥의 티가 있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의상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했는데, 작품 속에서 앙트완이 루이 15세의 아들로 나왔던 것 같다. 루이 15세는 루이 14세의 증손이니까 여기서 '조부'의 옷을 입은 셈으로 치면 촌수가 안 맞는 듯!
그리고 오른쪽은 '열왕기' 광고이기도 한데, 여전히 야성의 진수를 보여주고 계신 마왕의 포스가 강렬해서 한 컷 찍었다. 애장판으로 나올 마스카도 기대가 된다. 마스카는 띄엄띄엄 모아서 정렬이 잘 안 되었는데 애장판으로 다시 모을 생각이다.

작가 후기에서 보니 에뷔오네가 원래 3권에서 5권 분량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미 10권. 그렇다면 이야기가 종반부에 들어갔다는 의미일까? 작가님 블로그도 간혹 들여다 보지만 얼마만큼 남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작품은 길어도 좋고 짧아도 좋지만 작가님 그저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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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12-3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어찌 추천하지 않을수 있으리오?! 늘 멋진 리뷰 마음을 담아 감사해요.
리뷰 읽으면 책 보고 싶어 근질근질하면서 왜 아직도 한 장도 안 보고 버티는건지 저도 참 미스테리합니다 ^^;
곧 완결이라는 고지가 보이겠군요. 열심히 기다려야징~~~~

마노아 2011-12-31 21:30   좋아요 0 | URL
스포일러를 조심하느라 줄거리는 거의 언급하지 못했어요. 인어왕의 활극이 아주 기대가 되었던 10편이랍니다. 빨리 두 사람이 행복해졌음 좋겠어요. 저도 읽진 못하고 모으면서 기다린 작품이 있는데 그 와중에 '너의 파편'은 완결이 되었어요. 이제 읽어야 해요. ㅎㅎㅎㅎ

BRINY 2012-01-0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10권이 나왔군요. 요새 바빠서 신간체크를 못했더니!

마노아 2012-01-05 16:03   좋아요 0 | URL
매우 강렬한 장면이 있어서 며칠 잠자리에서 내내 생각하게 했던 에뷔오네였어요.^^
 
백귀야행 17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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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백귀야행을 다시 펼쳤다. 16권까지는 바로바로 읽었는데, 17권부터 밀려서는 현재 20권까지 출간되었다. 대략 한달 전쯤에 야곱에게 백귀야행을 빌려주게 되었는데, 뒷권을 궁금해할 것 같아서 부지런을 떨 생각에 집어들었다. 오랜만에 읽으니 더 정겹고 재밌었다.

 

이마 이치코의 연출 방식은 한 번에 바로 이해가 되질 않고, 다시 되돌아가 짚어봐야 깔아두었던 복선을 다 찾아먹을 수가 있어서 이번엔 아예 두번씩 읽었다. 그랬더니 확실히 이해도 되고 더 재미있고 그림도 눈에 바로 들어온다. 독자를 조금 피곤하게 하는 작가이지만, 그것도 매력일 것이다.

 

 

카이 삼촌은 현실 세계에서 오래 떨어져 있었기에 아무래도 영감의 발달이 리쓰보다는 둔한 것 같다. 알아차리는 게 느린 건 아니지만 반응속도랄까 대응방법이랄까. 현실 세계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거기서 벌어진 차이 때문으로도 보인다. 아무튼,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본인에게만 보이는 저런 요괴들 때문에 난처한 상황도 벌어지고, 또 앙증맞은 복수도 가능한 이 세계가 참 재밌다.

 

아키라도 집안의 핏줄 답게 영감이 발달되어 있지만 평상시에는 잘 안 보이다가 뭔가 특별한 계기가 생기면 꼭 얽히게 된다. 한데서 잠들어 있는 노숙자를 지나치지 못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그 이는 역시 요괴다. 업힌 순간 저리 커져버렸다. 이 또한 아키라의 영감과 반응해서 나온 현상일 것이다.

 

'미혹의 벚꽃' 편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아키라와 즈카사, 리쓰가 다 함께 고생했지만 실력들을 잘 발휘하기도 했다.

 

달밤에 사람을 현혹시키는 벚나무의 느낌을 그림으로 잘 표현했다. 무척 몽환적으로 보인다. 저런 나무를 혼자만 보는 것은 범죄라는 저 침입자의 투덜거림이 공감갈 정도로!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리쓰의 할아버지 살아 생전의 이야기가 나온 '추격말' 편이 가장 재미 있었다. 아무리 리쓰와 카이 등등이 날고 뛰어도 할아버지의 영감만큼은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러니 그는 천상 이야기꾼! 게다가 이마 이치코 특유의 유머가 잘 살아있기도 해서 더 재밌게 읽었다. 죽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 살아나는 엽기적인 사건을 이렇게 유쾌하고 재밌게 포장하다니, 작가들의 능력은 참 대단하다.

 

새해엔 백귀야행 나머지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시작할 것 같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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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2-30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드리 벚나무가 만개한 달밤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어질어질합니다.^^

마노아 2011-12-30 18:03   좋아요 0 | URL
정말 현혹될 것 같은 달밤이지요? 이런 날엔 요정도 나오고 요괴도 나올 것만 같아요.^^

2011-12-30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30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30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30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30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30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ra 2011-12-31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에 사람을 현혹시키는 벚나무라 너무 좋네요 . 저도 그런 달밤을 내년에는 꼭 만났으면 해요 .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올해 꾸준히 마노아 님의 서재에 들어오는데 댓글을 많이 올리지 못했네요 글만 읽고 위로와 웃음도 많이 받았는데 감사합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마노아 2011-12-31 21:3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mira-da님! 사람을 현혹시킬 달밤을 누군가와 꼭 같이 누리도록 하셔요. 저도 꼭꼭 누군가와 누려보겠어요. 아흐, 요새는 혼자라는 사실이 소스라치게 서러운 날들이랍니다. 한 해가 넘어가서 더 그런가 봐요. mira-da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님의 댓글에 제가 또 위로를 받습니다.^^
 
칼바니아 이야기 13
토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처음 칼바니아 이야기를 만났을 때 두 번 놀랐다. 일단 어린애 그림 같은 유치한 그림체에 놀랐고,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끄집어내는 글쟁이로서의 재능에 또 놀랐다.

 

칼바니아의 여왕 타니아에게 약을 먹이고 팬티를 벗겨낸 사건으로 공분을 산 나쟈르! 이 몹쓸 인사에게 작가는 또 다른 매력과 명분을 쥐어주고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런 놈의 첫번째 방패막이가 되어준 게 타니아라는 사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데 작품을 읽다 보면 공감할 수 있게 작가가 끌어당긴다. 아주 매력적으로!

 

 

그래서 종이인형 같은 그림체와 배경 그림이 거의 없는 만화라는 사실이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칼바니아 이야기에는 아주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데 바로 '웃음 코드'다. 깔깔거리게 웃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울적할 때 13권 출간 소식에 얼마나 바람같이 주문을 했던지.... 그랬지만 읽는데 한참 걸리고, 리뷰 쓰는 데 또 한참 걸리고 말았다..;;;;

 

아무튼! 나쟈르에 대해서 복수를 감행하는 에큐와 라이안의 열혈 분노가 재밌었고, 그런 라이안을 오해할 뻔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이해를 할 수 있게 된 에큐가 대견했다. 이번 이야기에선 붉은 머리 에너벨이 꽤 영향력을 미쳤는데, 감히 타니아 여왕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 당돌한 아가씨는 어떻게 성숙해질지 궁금하고, 그로 인해 인내로 다져진 타니아의 또 다른 성장이 기대된다. 공직자로서, 또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인내'와 '절제'만 미덕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감정을 분출하는 것에서 또 다른 진보를 꺼내어든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후기를 보니 이 이야기가 발표되었을 때가 2010년 9월 초였다고 한다. 세상에! 국내에는 무려 1년 이상이나 늦게 발표된 것이다. 지난 12권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13권이 나와서 감지덕지 했는데, 사실은 엄청 오래 있다가 나온 것이었다. 뭐, 덕분에 14권은 또 빨리 나올 거라고 은근 기대해 본다. 그래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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