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미니씰 세트 (알파벳) - M
가일아트
평점 :
절판


이런 종류의 씰이 꽤 오랫동안 내 보관함에 들어 있었다. 당시 가격이 7만원 대였던가? 오래 담아두고 있었지만 너무 비싸서 못 사겠다 싶어 소망 리스트에만 담아두고 지웠는데, 지난 주에 '미니 씰' 특가를 하는 게 아닌가! 수입도 없는데 이런 것에 관심 쏟으면 안 돼... 라고 마음을 다잡아 보았지만, 결국 밤 10시가 다 되어서 주문 버튼을 눌렀다. 나의 로망이었단 말이지!!!

 

그리고 토요일에 이 녀석이 도착했다.

 

 

상자도 내가 좋아하는 지도 디자인이다. 아, 열어보기도 전에 이미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뚜껑을 열면 이렇게 생겼다. 왁스 두 개는 금색과 은색이다. 제품의 사진에는 빨강색이던데 이게 살짝 아쉽다. 아무래도 빨강이 주는 강렬한 느낌이 더 로맨틱하고 더 비밀스러운데 말이다. 용기를 가열할 수 있는 초와 내가 고른 'M'로고의 인장이다. 가문의 문장 따위 있을 턱이 없고.... 그냥 이니셜로 갔다. 다행히 'M'은 좌우를 뒤집어도 모양이 바뀌지 않는 글자니까 좀 더 안정적일 거라는 별 의미도 없는 가산점을 줘 가면서...

 

 

토요일은 외출 직전에 택배가 도착해서 사용해 보지 못하고 오늘 개봉해 봤다. 불이 자주 꺼져서 세 번이나 다시 붙여야 했지만 여하튼 지글지글 가열했다.

 

 

초가 타면서 그을음 냄새가 꽤 났다. 엄니 나오실까 봐 완벽히 녹기 전에 편지 봉투 위에 투하! 그리고 인장을 찍었다.

 

 

손을 떼고 차분히 10초를 기다렸다. 10초 후에 떼라고 했지만 잘 안 나올까 봐 10초 더 기다리고 인장을 떼어냈다.

 

 

음하하핫!!! 완성이다. 정말 그럴싸 해 보이지 않는가! 어쩐지 흑집사도 떠오르고 말이지....

 

그나저나 빨강색 왁스도 갖고 싶은데 그건 어디서 구해야 하나? 다이소에 팔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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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2-2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걸 씰이라고 하는거군요! 저는 크리스마스 씰 뭐 그런걸 생각했어요. 하하하하하

마노아 2012-02-27 17:43   좋아요 0 | URL
저도 이것 때문에 검색해 봤는데 '봉투를 봉하다', '밀봉하다' 이런 뜻을 갖고 있네요. 저 웬지 귀족이 된 느낌이었어요. ㅎㅎㅎ

꼬마요정 2012-02-2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 담아 놨다가 깜박하고 그냥 날이 지나버려서요... 지금은 3만원이 넘더라구요...ㅠㅠ

마노아 2012-02-27 21:30   좋아요 0 | URL
아아앗, 이렇게 안타까울 데가...ㅜ.ㅜ 전 극적으로 잘 산 것 같아요.(>_<)

2012-02-27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2-02-27 21:31   좋아요 0 | URL
오오오, 깃털펜은 생각 못했는데 그것도 완소 아이템이에요!
인사동에 가보면 있을까요? 완전 갖고 싶어요.(>_<)

turnleft 2012-02-28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 for Manoa 입니까? ㅋ

마노아 2012-02-28 12:26   좋아요 0 | URL
바로 그거죠. ㅎㅎㅎ
그나저나 턴님, 오랜만이에요. :)
 

단맛, 짠맛, 신맛 중 고양이가 모르는 맛은?  

제 1550 호/2012-02-27

 

단맛, 짠맛, 신맛, 쓴맛… 이중 한 가지 맛이라도 느낄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특히 우리를 즐겁게 만드는 단맛을 느낄 수 없다면?

그런데 고양이는 단맛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동물로 꼽힌다. 지난 2005년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시아 리 박사팀이 고양이와 호랑이, 치타의 침과 혈액을 분석해 이들의 혀에는 단맛을 뇌로 전달하는 미각수용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이유는 혀가 맛을 느끼는 이유와 관련돼 있다. 혀가 맛을 느끼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다. 고양이는 육식을 하기 때문에 단맛을 느낄 필요가 없다. 단맛이 나지 않는 고기를 주로 먹는 고양이나 호랑이, 치타에게 단맛은 필요 없는 감각인 것이다.

 

 

눈물 흘리면 건강에 좋다?  

제 1551 호/2012-02-27

 

사람은 살면서 여러 가지 이유와 다양한 감정으로 눈물을 흘린다. 슬픔, 고통, 분노할 때뿐만 아니라 기쁨, 감동을 받을 때도 눈물을 흘린다. 어떤 이유에서건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울고 난 뒤 88.8%가 기분이 더 나아졌다고 나타났다.

의학적 연구에 따르면 눈물은 실제로 우리 몸에서 해로운 물질을 씻어내는 한 방법이다. 세인트 폴램지 의료센터의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이 2세 박사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눈물은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와 관련된 물질을 씻어내는 효과가 있다. 눈물은 독성 물질을 제거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어 고통스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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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2-02-27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고양이는 단맛을 못 느끼는군요.
배우고 갑니다.^^

마노아 2012-02-27 21:31   좋아요 0 | URL
뚱뚱한 고양이는 단 걸 많이 먹은 건 아닌가봐요. ㅎㅎㅎ
 

   FOCUS 과학

제 1552 호/2012-02-27

 

타이타닉 침몰 100년, 선박 침몰 막으려면?

2012년 1월 13일(현지시간), 지구 건너편 이탈리아에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라는 대형호화여객선이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탑승했던 한국인 30명은 무사히 전원 구조됐지만 최소 17명이 사망한(17명 사명, 15명 실종)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대형여객선 사고였다.

해상사고 역사상 첫 번째로 꼽히는 최악의 사고는 그 유명한 타이타닉호의 침몰이다. 타이타닉호는 1912년 4월 영국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중 빙산에 좌초돼 침몰했다. 당시 타이타닉 호는 세상에서 가장 큰 여객선임은 물론 당시 최고의 조선기술로 건조된 선박이었기 때문에 ‘신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라고 불렸다.

타이타닉호는 침몰 방지를 위해 이중저 구조로 만들어졌다. 이중저 구조는 배의 바닥을 이중으로 만들어 일종의 비어있는 방(격실)을 만든 것으로, 좌초 등으로 배의 바닥에 구멍이 나도 가라앉지 않도록 한 것이다.

사실 배는 격실이 참으로 많은 집이다. 배나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 배에 구멍이 생겨서 물이 들어차고, 선원들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구멍을 메우지 못하게 되면 그 격실에서 나와 격실 문을 닫아 버리는 장면도 보았을 것이다. 배에 많은 격실을 만드는 용도는 여기에 있다. 즉 하나의 격실에 물이 새어 들어와도 격실을 폐쇄해서 다른 격실에는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해 배가 가라앉지 않게 하는 것이다.

타이타닉호는 모두 16개의 수밀구획¹⁾으로 나뉘어졌고 수밀격벽²⁾에는 침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했으며 자동수밀문을 장착해 선교(船橋, 선장이 항해나 통신 따위를 지휘하는 곳)에서 원격조종이 가능한 배였다. 또 오늘날의 여객선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40~50도까지 배가 기울어져도 가라앉지 않고 떠 있도록 설계됐다.

타이타닉호의 침몰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복잡한 요인에 의해 침몰했지만 신이 아닌 인간의 실수가 사고를 대형화 시켰다는 점은 피하기 힘들 듯하다. 당시 통신사들이 유빙경고 메시지를 수차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배의 앞부분에 있는 돛대에서 배의 항로를 관측하는 견시원은 쌍안경도 없이 근무했다. 타이타닉에서 불량 리벳을 사용해서 침몰 사고로까지 이어졌다는 이론도 있다. 당시에는 일종의 굵은 못인 리벳으로 철판을 연결해서 배를 만들었는데, 불량 리벳을 사용해서 빙산과 충돌 시에 리벳이 부러지면서 물에 침수됐다는 이론이다.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선박 항해의 안전, 구조 ,전신, 구명설비에 대해 규정하는 최초의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이 탄생했다. 전 세계의 공통된 규정을 통해 안전한 선박 및 항해의 조건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2,223명의 승객을 태운 타이타닉호의 구명정 정원수는 1,176명이었다. 이에 반해 오늘날 국제항해를 하는 여객선의 경우 승선인원의 125%가 구명정, 구명뗏목이나 MES(Marine Evacuation System)등을 통해 탈출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구명조끼는 당연히 승선인원보다 더 많이 준비돼야 한다.

여객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사고로는 침수와 더불어 화재를 꼽을 수 있다. 대형여객선은 그 안에 각종 레스토랑, 카지노, 대형극장, 체육관, 디스코텍, 쇼핑몰을 갖추고 있는 하나의 떠다니는 도시다. 때문에 화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이 된다. 최대 48m 마다 방화벽을 설치해 MFZ(Main Fire Zone)로 구획을 나눠 한 구획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다른 구역으로 불이 퍼지지 않도록 설계된다.

2010년 7월에 적용된 SRPT(Safe Return to Port)라는 개념으로 설계되는 호화유람선은 한 구획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물에 잠겨도 선박은 안전하게 항구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설계된다. 예를 들어 엔진이 설치된 구획에 화재가 발생해 엔진을 못 쓰게 되는 경우에도 다른 구획에 설치된 엔진을 통해 배가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

호화여객선에 탑승하면 모든 승객은 24시간 내에 안전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다. 비행기 등에서 방송으로 보여주는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훈련이다. 안내방송이 나오면 승객들은 선실에 있는 구명조끼를 입고 훈련을 받을 지정 위치로 이동한다. 훈련에서는 승객을 전원 확인하고 구명조끼 착용법은 물론 구명보트 탑승법 등에 대해서 훈련을 하게 된다. 승객마다 집합위치가 정해져 있어 실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승객들이 한곳으로 몰리지 않고 자기 지정위치로 이동해 탈출하게 된다. 탈출은 60~80분 이내에 이루어지도록 설비가 갖춰져 있어야 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안전한 탈출을 검증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타이타닉호가 침몰한지 100년 만에 콩코르디아호 침몰이라는 또 다른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침몰 원인은 항로를 벗어나서 섬에 위험하게 접근한 데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배는 주어진 항로로 운행해야 안전하다. 육지처럼 바다에도 길이 있는데, 정상 항로를 벗어나 암초 지대로 운항한 것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옆에 있는 산길로 달린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여객선은 비행기나 버스, 기차 등의 대중교통 수단 중에서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실수가 대형사고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타이타닉호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고를 통해서도 교훈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라앉지 않는 배를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과 더불어 인간의 실수로라도 배를 침몰시킬 수 없는 제도, 규정의 보완은 계속 될 것이다.


주1 수밀구획 : 수밀격벽에 의해 칸막이 된 선박 내부의 구획. 선박에 손상이나 침수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선박내부는 수압을 가해도 물이 새지 않도록 칸막이를 설치해 구분한다.

주2 수밀격벽 : 배의 외부가 파괴됐을 때 침수를 일부분에 그치게 하기 위해 내부를 여러 방으로 갈라 막은 벽.

글 : 유병용 과학칼럼니스트(‘과학으로 만드는 배’ 저자)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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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 수집가 맥스 I LOVE 그림책
케이트 뱅크스 지음,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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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큰언니는 우표를 수집했다. 당시엔 우표 수집이 많은 아이들 사이의 취미였던 것으로 안다. 그때 잔뜩 모았던 언니의 신기하고 재미난 우표들이 그후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다. 언니는 기억할라나 모르겠다. 다음 기회에 물어봐야겠다. 갑자기 많이 궁금하다.

 

맥스의 형 벤저민도 우표를 모았다. 무려 천 장이나... 스크랩 북으로 치면 여러 권이 나왔을 것이다. 한 장만 달라고 하는 맥스의 요청을 형은 거절했다. 맥스에겐 미안하지만 나도 같은 것 두장 있는 게 아니면 못 줄 것 같다. 수집의 묘미가 있으니... 뭐, 또 구하기 쉬운 거라면 혹 모를까.

 

또 다른 형인 칼은 동전을 모았다. 몇 개만 더 모으면 500개가 된다고 한다. 우와, 동전도 대단하다! 내가 가본 다른 나라는 중국과 이집트 두곳인데, 그 덕분에 나의 유리병에도 몇 개의 동전과 지폐가 들어 있다. 가보진 못했지만 달러도 하나 들어 있으니 그래도 몇 개국의 돈이 모이긴 했다. 더 다양한 동전이 모였으면 하는 바람이, 솔직히 있다.

 

칼 역시 동전 한닢 달라는 맥스의 청을 거절했다. 그래서 맥스는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그건 다름 아닌 '낱말'이다.

 

 

짧은 낱말에서 긴 낱말, 기분을 좋게 하는 낱말과 좋아하는 음식의 이름들, 좋아하는 색깔, 잘 모르는 낱말, 자주 쓰는 낱말 등등... 맥스가 수집할 수 있는 단어들은 아주 다양했다. 게다가 벤저민과 칼의 수집품들은 배치를 바꿔도 똑같은 우표이며 동전이지만, 맥스의 낱말들은 자리에 따라서 의미가 확연히 달라진다. 파란색 악어가 초록색 이구아나를 잡아먹었다가 초록색 이구아나가 파란색 악어를 잡아먹었다-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초반엔 맥스의 단어가 궁금하지만 자신의 우표와 동전과는 여전히 바꿀 수 없었던 형들이, 점차 단어의 매력에 빠져들더니 급기야 맞바꾸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만큼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맥스의 단어들의 잠재력은 무한했던 것이다. 한없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있고, 색다른 반전을 끌어낼 수도 있고, 급작스런 끝맺음도 가능한 재미있는 단어 놀이라니! 맥스는 참으로 창조적인 아이다.

 

 

머리가 굳은 나는 저 단어들을 어디서 오렸을까. 설마 멀쩡한 책을 오리진 않았겠지?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미안, 맥스! 신문의 단어들은 종이가 지나치게 얇고 글씨도 작으니 잡지의 단어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꼴라쥬 그림에 이런 공작을 해봤던 기억이 살풋이 난다. 맥스처럼 긴 이야기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약 일주일 전쯤 친구는 디지털 피아노를 구입했다. 초딩 시절에 체르니를 치다가 그만두었다고 하는데, 다시 피아노를 치고 싶은 로망을 이루려는 한발자국을 내딛은 것이다. 친구는 바이엘 정도는 독학으로 끝내고 그 다음 단계는 문화센터 등을 다닐 생각인데, 그래서 20년 전에 내가 사용했던 바이엘 책을 찾아보았다. 생각해 보니 '상권'은 역시 20여 전 전에 다른 친구에게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남아있는 '하권'과 동요소곡집, 그리고 체르니 30번을 묵은 먼지 닦아내고, 떨어져나간 표지를 다시 만들어서 어제 전달해 주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악보집'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니까 역시 약 20년 전에는 을지 악보사 서울 악보사 등에서 500원을 주면 악보를 하나 구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모아놓은 것들이 꽤 되었다. 게 중 중복되어 겹치는 것들과 반주가 쉬운 것들을 추려서 역시 친구에게 함께 전달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오늘은 그것들을 띵가띵가 반주해 보기도 하였다. 하하핫, 잘 못치겠더라...ㅜ.ㅜ

 

엄마의 수집이랄까 취미는 화초 가꾸기. 크기와 굵기가 다른 화초들이 집안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중 한 쪽 벽을 찍어보았다. 요 사진 속의 화분은 그나마 좀 작은데, 반대편은 너무 커서 바퀴 선반까지 동원해야 될 때가 많았다. 날씨의 변화와 물 주고 청소할 때마다 옮기는 게 꽤 중노동이지만, 엄니의 취미를 존중해 드려야지....(그래도 제발 힘 쓰는 건 형부에게....ㅜ.ㅜ)

 

엽서도 꽤 모았고, 모은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지도도 아주 좋아하고 퍼즐도 꽤 좋아한다. 하지만 양으로 승부를 걸면 역시 책 수집이 넘버 원이다. 다독이 아니라 책을 소장하는 것에서 더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책을 지르는 것을 더 선호한달까. 새해 들어서 좀 조심했는데, 최근 일주일 사이 폭풍 주문을 해서 지금 반성 중이다.

오른쪽 사진은 좋아하는 동화책들 중 일부다. 공간의 여유가 생기면 동화책들이 삐죽삐죽 나오지 않게 큰 책장에 꽂는 게 나의 소박한 로망이다. 그치만 공간의 여유는 좀처럼 생기는 법이 없더라는...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나름 대단한 수집을 이룬 형들이 부러웠을 법도 한데, 자신만의 독특한 수집 영역을 만들어낸 맥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끝끝내 형들에게서 원하는 것들을 가져오는 솜씨도 보통이 아닌 녀석이다. 커서 뭐가 되도 크게 될 것 같다. 내가 모으고 싶은 단어들은 혁신, 변화, 개혁, 승리, 평등, 자유, 안전... 뭐 이런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지금은 2012년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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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2-27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의 책 수집도 못 말리죠.ㅋㅋ
맥스와 함께 총선 대선을 위한 낱말을 모아보는 것도 좋겠어요~ 꿈꾸면 이루어질테니까요.^^

마노아 2012-02-27 13:12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들의 책장을 다 연결하면 지구 한바퀴 거뜬할 것 같아요.^^
꿈꾸면 이루어진다! 아, 황홀해집니다.^^

같은하늘 2012-02-27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들르는 많은 분들이 책을 지르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까요? ㅋㅋ 나만 그런가?
요즘은 작년에 질러놓은 책과 선물받았던 책들을 열심히 읽으려 노력중이지요.
그래도 올해들어 아이 참고서, 문제집, 찜해 두었던 책들에 중고서적까지 벌써 몇 번을 주문한건지...

마노아 2012-02-27 13:12   좋아요 0 | URL
우리에겐 책 읽는 것만큼이나 책 지르는 쾌감을 무시 못할 것 같아요.
전 올해는 읽는 게 아주 저조하긴 한데, 그래도 이 느린 속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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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이 들었던 때가 '뉴스'가 재밌다고 느꼈던 때였다. 지루하기만 하고 나하고는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의 나열같던 뉴스에 관심이 생기면서 어쩐지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어느 정도이 시간이 흐르자 뉴스는 '우울증'과 '화병'의 진원지란 생각을 했다. 뉴스를 틀면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고, 목소리가 들린다. 인상 쓰게 만드는 소식들과 숨이 턱턱 막히는 대한민국의 현실들을 지켜보는 건 어쩐지 스스로를 핍박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사회가, 교육이 좀 더 건강해지면 이런 현상에서 벗어날까 싶었는데, 상황은 나아진 게 없었으면서도 뉴스나 시사 방송을 스트레스로 접근하지 않게 만드는 통로가 생겼다. 그게 '나는 꼼수다'였다. 사실 나꼼수에서 까발리는 많은 것들은 모두 어마어마한 것들이어서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다. 그런데 그걸 전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지하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리는 일들이 자주 있었다. 이제는 나꼼수 말고도 많은 시사 방송이 쏟아져 나와서 다 챙겨들을 수도 없을 만큼 바빠졌지만 아직도 그 첫번째 길을 만든 것은 나꼼수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 나꼼수 주역의 김어준의 날 언어를 지승호 인터뷰어가 제대로 살려낸 인터뷰집이며 정치 비평 칼럼집이다. '정치'며 '비평'이나 '칼럼'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과 달리 아주 재밌고, 아주 유익하고, 그리고 아주 짠하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던지...

 

책은 기승전결을 아주 잘 탔다. 왜 이 책을 쓸 생각을 하게 됐는지, 그 출발점을 명시했고, 우리나라 정치 지도를 그려내기 위해서 제일 먼저 설명이 필요한 한국판 '좌'와 '우'에 대한 그림을 그려주었다. 아주 쉽고 명확하게!

 

우가, 쎈 놈은 더 가져가도 된다는, 질서와 위계를 당연시하는 수직적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좌는 누구나 같은 조건에선 같은 정도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지. 그러니 연대가 키워드가 되는 거고, 그 연대를 작동시키는 엔진은 염치가 되는 거지. 인간이 가진 염치. 우의 엔진이 욕망과 공포인 데 반해서. 그렇게 우는 동물의 반응이고, 좌는 이성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지. -44쪽

 

이어서 아주 성실한 불법을 자행하고 계시는 가카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진다. 나꼼수 방송으로 이미 한차례 들었지만, 이렇게 글로 읽으니 이해가 더 잘 된다. 3장의 삼성 편도 마찬가지다. 우리사회에서 '재벌'이 얼마나 '반자본주의'적 존재인지를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서 설명해준다. 이제는 제발 대기업이 살아야 중소기업도 살고 서민도 산다는, 달팽이가 싱크대 위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소리 좀 하지 말자. 이제는 제발, 그만 속자!

마사 스튜어트라는 여자가 있어. 그 여자가 5개월을 복역했어. 내부자 거래로. 그 거래로 번 돈이 큰 것도 아냐. 겨우 2억 원 수준이야. 그 여자 재산이 엄청나다고. 2억은 그 여자 재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전 세계 최고 갑부 명단에 들어가는 여자니까. 그런데 결국 그 정도 액수 때문에 실형을 살아. 마사 스튜어트의 ‘리빙옴니버스’ 그룹은 오로지 마사 스튜어트 혼자의 힘으로 일궈낸 제국이야. 마사 스튜어트가 곧 그 회사의 이미지 자체야. 그런데 이 여자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당일 그 회사 주가가 폭등한다고. 그전에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거든. 그런데 실형이 선고되자마자 주가가 40%나 뛰어요. 위험 요인이 사라진 거니까. 미래에 대한 리스크가 현재의 주가에 반영되는 거잖아. 이 여자에게 선고가 떨어지는 순간 그 리스크가 사라진 거지. 우리나라에서는 이건희가 감옥 가면 삼성 망한다고 하잖아. 거짓말이야. 이건희가 감옥 가면 이건희가 망하는 거지. -159쪽

 

정치가 연애라고 하는 김어준 식 어법이 재밌다. 앞서도 좌와 우를 잘 설명해 주었지만, 4장에서 등장하는 연애와의 비유는 그야말로 기똥차다.

 

진보 정당의 방식은 이런 식이야.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딱 꺼내놔.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를 섞어 진지하게 프레젠테이션하지.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재. 만약 나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속물이라 더 큰 집과 더 큰 자동차에 넘어간 방증이라며. 그걸 당한 상대는, 당신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당신 패션부터 좀 후줄근한 것이 촌스러운 데다, 자료는 열심히 준비는 한 것 같지만 뭔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겠고, 결정적으로 내가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일이냐며 일어나 떠나버려. 남겨진 진보 군은 자기 프러포즈가 실패한 요인을 열심히 분석하다가 입지 조건과 대출 조건의 우수성을 다른 경쟁자들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혼자 결론 내리지. 그렇게 연애 한번 못해봤으면서 꼭 결혼할 거라고 혼자 다짐을 하지. 20년 후에. 아, 슬퍼.

더 슬픈 건 뭐냐. 욕심 많고 잇속 빠른 보수 군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진보 군이 책상 위에 남기고 간 계획서와 설계도를 집어 와서는 표지만 엄청 화려하게 바꾸고 총천연색 컬러로 인쇄해서, 자리를 박차고 떠난 국민 양을 찾아가 계획서를 다시 내놓는다는 거지. 하지만 그 내용은 읽어주지 않아. 휘리릭 페이지만 넘기면서 대신 장미 한 송이 안겨주고 레스토랑으로 데려가서 엄청 맛있어 보이는 스테이크를 시키지. 그들은 그렇게 연애를 시작해버리네.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나올 때에야 국민 양은 알게 되지, 그 장미는 플라스틱이고 그 밥값은 자기가 내는 거였다는 걸. -222쪽

 

우리가 인간다운 '염치'를 알고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마땅한 이야기이지만, 진보가 여전히 '죄의식' 마케팅으로 접근하는 것은 늘 힘들었다. 당신이 바른 말을 하는 것은 알지만, 바른말 말고도 더 큰 감동과 매력으로 제발 국민을 설득해 주었으면 하는 거다. 국민이 플라스틱 장미에 더 이상 속지 않을 만큼 말이다. 이 대목에서 김어준은 여러 정치인들을 브리핑 하듯이 언급해 주었는데, 길지 않은 지면에서 대한민국 현대사가 응축적으로 설명되었다. 특히 삼당합당 이후의 비극적인 정치사가 조금은 시원하게 설명되어 반가웠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인터뷰이로부터 늘 필요한 대답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자연스러운 귀결이 이루어졌는데, 날 것을 잘 살려내면서 핵심을 벗어나지 않는 장점이 탁월했다. 재기발랄한 김어준은 '말빨'로도 언제나 최고였는데 이런 표현들은 대체 어디서 나올까 싶을 만큼 재밌었다.

 

그래서 조갑제가 이명박을 싫어하는 거야. 자존심 있는 우파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폼이거든. 비장미가 거기서 나오거든. 그런데 이명박은 압도적인 수준의 동물적 천박함을 발산하고 있으니까. 인류가 쌓아온 정신적인 성과물 자체가 흔적도 없는 거지. 난 그래서 이명박이야말로 순결하다고 봐. 뇌에 구김살이 없어. 뇌가 완전 청순한 거야. 그래서 이명박에게 중요한 건 이념이 아니라 이권인 거지. 오로지. 그래서 내가 만날 그러잖아. 이명박은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는다고. -54쪽

 

가카의 주장은 그냥 김경준이 다 알아서, 자기는 모르는 사이, 다스로부터 투자를 받아 왔다는 거야. 정말이지 팔만대장경으로 빨래하는 소리지. -88쪽

 

 

정리하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거대한 지배의 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거지. 그 출발점이자 정점에 에버랜드가 있는 거고. 죽이지. 이런 걸 순환출자라고 해. 이렇게 해서 겨우 61억만 가지고 몇백 조 자산 가치라는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거지. 6만 원으로 타워팰리스를 산 셈이지. 세금은 16,000원만 내고. 워런 버핏 따위는 코흘리개지. 우리 이재용 님이야말로 세계 투자계의 옥황상제야. 141쪽

 

그런 소리를 한 사람들은 민족주의라는 단어 자체에 스스로 포박된 거지. 그 현상을 설명할 어휘로 그걸 채택하는 순간, 그 단어의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는 거야. 단어가 뭐가 중요해. 그 본질이 중요하지. 그런 원형질에 해당하는 원시적 감정조차 스스로 즐기지 못하고 불편해서 경계부터 하는 건 강박에 다름 아니지. 그 원시적 감정을 논리로 걸러내는 건 비인간적인 거지, 진보가 아니라고. 인간이 없는 진보가 어떻게 진보야. 그건 냉정한 지성이 아니라 강박적 논리라고. 진보도 강박이 되면 진상 되는 거라고. -212쪽

 

 

총선과 대선을 연이어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은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년 간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일이 아주 피곤했다면, 앞으로의 삶도 참으로 막막하다면, 우리 스트레스의 근원이 정치라는 사실을 이제 깨닫게 되었다면, 부디 많은 사람들이 현명한 투표를 해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현명한 선택에 이 책이 즐거운 도우미가 되었으면 한다. 그의 주장에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히 어떤 울림과 잔영을 남겨줄 것이다. 무엇보다 '쫄지 마!'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그 짧은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같이 느껴보자.

 

부시에게 학을 뗀 미국인들이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만든 것처럼. 그게 그런 거다. 다음 시대엔 또 다음 시대의 자질이 호출될 거다. 하지만 오바마가 천국을 도래시키진 못했듯, 노무현으로 천국이 오지 않았듯, 문재인으로도 천국은 오지 않는다니까. 맞다. 인간 세계에 천국은 없다. 하지만 노무현이 없었다면 이명박이 얼마나 나쁜지 몰랐다. 노무현으로 인해 되돌아갈 지점을 알게 된 것처럼, 문재인은 또 다른 기준이 된다. 역사는 그런 거다. 그런 기준을 가져보느냐, 못 가져보느냐. 이때를 놓치면 절대 안 된다. 이명박을 버텨낸 우리에게는 문재인 정도를 가질 권리가 있다. 이명박을 겪어낸 우리에게는 그만한 자격이 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면 절대 안 된다. 그건 너무도 슬픈 일이다. 좌우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너무 슬픈 일이다.

해보자.

쫄지 말자.

가능, 하다. -328쪽

 

덧글)

165쪽에 나오는 '비토'는 무슨 뜻일까? 성토? 비판?(뒤에 또 나온다.)

203쪽 통독 이후 독일 >>통일 이후 독일

208쪽 75여 개국 >> 70여 개국이나 80여 개국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문장이 어색하다.

 

표지, 정말 근사하게 잘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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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2-27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추천~~~~
이 책을 총선 전에 한 명이라도 더 읽도록 같이 힘써봐요.

마노아 2012-02-27 13:11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지난 주에 지인에게 이 책 빌려주고 왔어요. 선물할 일이 있으면 선물로도 아주 좋을 것 같아요!! ^^

기억의집 2012-02-27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듯언듯 마노아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얼마나 행운인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마노아 2012-02-27 13:11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이리 과찬의 말씀을 해주시다니, 제가 다 송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