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2
강풀 지음 / 재미주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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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톱이 왜 손 안쪽에 붙어 있는지, 당신의 귀에서 왜 흙이 떨어지는지 알았어요. 당신들의 사연에 마음이 묵직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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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10-1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웹툰으로 완독했는데...
순정만화 바보 이웃사람 조명가게 그대를 사랑합니다 26년 등등 다 찾아서 본것 같네요.
강풀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 사람마음을 참 먹먹하게 만들더군요.

마노아 2012-10-16 11:49   좋아요 0 | URL
조명 가게 사두고서 한참만에 읽었어요.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강풀 작가님이에요.
작품을 다 읽고 곱씹어 보니 감동이 더 밀려와요. 한번 더 읽어볼 생각이에요.
작가님의 다음 작품들이 계속해서 궁금해요.^^
 
조명가게 1 강풀 미스터리 심리썰렁물
강풀 지음 / 재미주의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그들의 이상한 점을 눈치 채더라도 절대 아는 체 하지 말 것! 설령 손톱이 손 안쪽에 있더라도, 귀에서 흙이 나오더라도, 몸에서 물이 흘러나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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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칼로리 음료, 마시면 더 살찐다?   FUN 과학

제 1713 호/2012-10-10

제로칼로리 음료, 마시면 더 살찐다?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는 늦은 오후. 태연이는 어디서 찾았는지 엄마의 긴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청승맞게 베란다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다.

“태연아, 거기서 뭐하니?”

“가을을 만끽하며 살을 빼고 있답니다. 말도 아닌 제가 천고마비의 계절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겠지만, 이상하게도 요즘 뭔가가 자꾸 더 먹고 싶고, 점점 뱃살이 늘어져요. 그런데 또 강남스타일 말춤에 탄력이 붙고, 가끔씩 당근도 땡기며, 머리를 흔들며 히잉히잉 울고 싶어지는 걸로 봐서는, 그러니까 제가 살이 찌는 이유가 저의 식탐 때문이 아니라 저에게 말의 혼령이 깃들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지금 제로칼로리 음료를 마시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요.”

“살이 찌면 멘붕이 온다는 과학적인 이론을 들어본 적이 없건만, 왠지 너를 보니 그런 가설을 세울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데 어떡하지? 제로칼로리의 그 음료가 너를 더욱 비만의 길로 이끌 수도 있거든.

“예에에?? 아빠는 제가 무슨 바보인줄 아세요? 제로는 ‘0’이라는 뜻이에요. 빵, 없다!! 이 뜻이라고요. 아니 칼로리가 없는데 어떻게 살이 쪄요!”

“그게 사실, 제로가 아니거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르면 일정량 이하의 열량을 가진 식품은 임의로 무열량 혹은 저열량이라는 ‘영양강조표시’를 할 수 있단다. 식품 100g(100ml)당 4kcal 미만일 때 제로칼로리라는 표기를 할 수 있고, 100g(100ml)당 40kcal 미만일 경우 저칼로리라고 쓸 수 있지. 다시 말해서 제로칼로리라고 해서 정말 칼로리가 제로인 것은 아니고, 아주 적은 양의 칼로리가 들어있다는 거야.”

“그게 뭐 그리 중요해요? 어쨌든 병아리 눈물 혹은 지렁이 오줌만큼의 매~~우 적은 양의 열량만 들어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살찌는 거랑은 상관이 없죠. 그런데 아빠, 제로칼로리 음료는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단맛은 그대로잖아요.”

“생각보다 아주 쉬워.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아세설팜 칼륨’, ‘사카린’ 같은 인공감미료를 써서 만든단다. 이 성분들은 설탕과 비슷한 칼로리를 갖고 있으면서 단맛은 200~300배 정도 강하지. 다시 말 해, 몇 백분의 1만 넣어도 설탕과 비슷한 단 맛을 내게 된다는 거야. 보통 콜라 한 캔에는 1g당 4kcal인 설탕이 30~40g 들어가기 때문에 총 열량이 120~160kcal지만, 역시 1g당 4kcal인 아스파탐은 0.1~0.2g만 넣어도 같은 수준의 단맛을 내기 때문에 총 열량이 0.4~0.8kcal밖에 나오지 않는 거지.

“아, 그런 거였구나! 그러니까 더더욱 살이 찔 리가 없잖아요. 칼로리가 수백분의 1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살이 쪄요.”

“그런데 또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얼마 전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팀이 인간과 유사한 DNA 구조를 가진 실험용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일정 기간 동안 한 그룹은 일반 설탕이 든 요구르트를 먹게 하고 다른 그룹은 설탕 대신 사카린을 넣어 저칼로리로 만든 요구르트를 먹게 했단다. 그랬더니 저칼로리 요구르트를 먹은 쥐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 보다 평균 체중이 5g 더 나갔고 체지방 역시 더 많아졌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구나.

“에이, 말도 안 돼! 칼로리가 적은데 어떻게 살이 더 쪄요!”

“상식적으로는 그렇지. 이렇게 상상 밖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참으로 오묘한 인체시스템 때문이란다. 인공감미료가 몸에 들어가면 인체는 혼란을 느끼지. 틀림없이 단맛은 나는데 그 단맛만큼의 칼로리는 들어오지 않으니까 말이야. 혼돈스러워진 인체는 자신도 모르게 부족한 당을 다른 곳에서 섭취하려고 애를 쓰고, 더 많은 음식을 먹으려 한단다. 또 소화대사율도 떨어져 체지방도 더욱 증가하지.

“와, 진짜. 대박!! 그럼 살 안 찌려고 일부러 제로칼로리나 저칼로리 음료를 마시다가 더 돼지가 될 수 있단 말씀이세요?”

“그런데 또 완전히 그런 것도 아니에요. 섭취 칼로리의 총량을 정확히 통제하면서 저칼로리 식품을 섭취하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단 말이지.”

“아, 그럼 어떡하라고요!!! 아빠는 만날 이랬다~ 저랬다, 도대체 어쩌란 말이에욧!”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요~ 임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를 마시면 당연히 당이 더 땡기게 마련인데 아무리 땡겨도, 죽을 만큼 땡겨도, 미친 듯이 먹고 싶어도! 절대로 다른 음식을 더 먹지 않을 수 있다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야. 알겠니?”

“아빠, 지금 농담하세요? 제가 그 정도로 굳은 결의를 가진 여성이라면 여태 이 몸매겠어요? 벌써 손연재가 됐지!”

“에이, 그래도 손연재는 너무 나갔다~! 그리고 넌 먹어서 찌는 살이 아니잖아. 단지 말의 영혼이 깃들었을 뿐이지. 안 그래? 그럼 말의 영혼을 기념하는 뜻에서 말춤이나 한 번 춰볼까? 아빠는 충남 출신이니까 ‘아빤 충남스타일~!!’”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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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0-1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저는 햄버거 먹을때 그나마 칼로리 줄인다고 제로콜라 마시곤 했는데 ㅠㅠ 이젠 걍 콜라 마실래요. 걍 콜라가 더 맛있으니까. ㅠㅠ

마노아 2012-10-12 18:23   좋아요 0 | URL
저두요ㅠ.ㅠ 여태 삽질 했어요.
게다가 사이다가 콜라보다도 칼로리 높다고 하네요. 어휴...ㅜ.ㅜ
 

 

넌,
필요할 땐 내 곁에 없어.

넌,
바쁠 때만 날 괴롭히지.

- 하상욱 단편시집 '' 중에서-


끝이
어딜까

너의
잠재력

- 하상욱 단편시집 '다 쓴 치약' 중에서-


너인줄
알았는데

너라면 좋았을걸

- 하상욱 단편시집 '금요일 같은데 목요일' 중에서-


얼마 전까지
넌 정말 차가웠지

하지만 요즘
넌 많이 달라졌지

- 하상욱 단편시집 '선풍기 바람' 중에서-


알콩달콩
좋아보여

재밌게도
사는구나


- 하상욱 단편시집 '옆 사람 카톡' 중에서 -


너의 진짜 모습

나의 진짜 모습

사라졌어

- 하상욱 단편시집 '포토샵' 중에서 -



바꾸려고
애쓰지마

다를거라
기대도마


- 하상욱 단편시집 '프로필 사진' 중에서-


바빴다는건

이유였을까

핑계였을까

- 하상욱 단편시집 '헬스장' 중에서 -


가끔씩
깨닫는

너라는
고마움

- 하상욱 단편시집 '재부팅' 중에서 -


어려운 일도
아닌데

괜한 자존심
때문에

- 하상욱 단편시집 '[좋아요]' 중에서 -


생각의
차이일까

오해의
문제일까

- 하상욱 단편시집 '미용실' 중에서 -


정해진
이별

새로운
시작

- 하상욱 단편시집 '2년 약정' 중에서 -



잊고 싶은데


또렷해지네

- 하상욱 단편시집 '스포일러' 중에서 -


서로가
소홀했는데

덕분에
소식듣게돼

-하상욱 단편시집 '애니팡' 중에서 -


이쁜 여자가
좋아

그래서 니가
좋아

- 하상욱 단편시집 '보고있나여친' 중에서-

시집 제목이 서울시.. ㅎㅎㅎㅎ

이 시인 천재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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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짧은 문장에 이런 큰 공감이!
    from 그대가, 그대를 2014-10-20 08:24 
    웹상에서 꽤 여러 편 보았지만 더 많은 시들을 만나고 싶었다. 이 짧은 문장 속에 이런 해학을 담다니! 그야말로 촌철살인! 친한 친구 축의금은 고민 안 하지만, 자주 바뀌게 되는 직장 동료의 경우는 고민하게 된다. 이번주에 하나, 다음주에 또 한번의 결혼식이 있다. 하아...;;; 내복 입는 건 눈치 안 본다. 근데 고등학교 때는 좀 챙피해 했다. 인정!연말정산, 해마다 해도 해마다 헷갈림. 모든 길이 늘 헷갈리는 것처럼! 요건 이해가 안 갔음. 어
 
 
순오기 2012-10-12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천재영역에 속하는 시인답군요.^^

마노아 2012-10-12 16:56   좋아요 0 | URL
시인의 감수성은 역시 남달라요.^^

다락방 2012-10-1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말에서 완전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2-10-12 16:56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말 사진을 보내드리고 싶었어요. ㅋㅋㅋㅋㅋ

깐따삐야 2012-10-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ㅋㅋㅋ 말장난 쩌는 주변의 악동들도 떠오르고. 암튼 재미납니다.

마노아 2012-10-12 16:56   좋아요 0 | URL
저렇게 짧은 몇 마디 말로 액기스를 표현해 내다니 대단해요. 페이스북의 '좋아요'도 웃기고요.ㅎㅎㅎ

노란곰 2012-10-1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웃음이 부족한 제게 딱이예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노아 2012-10-12 16:57   좋아요 0 | URL
우리 같이 웃도록 해요. ^^ㅎㅎㅎㅎㅎ

무스탕 2012-10-1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천재!!
그럼 저 말이 작가의 소유라고요? ㅎㅎㅎㅎ

마노아 2012-10-13 22:52   좋아요 0 | URL
이 책이 무료 다운로드 시집인지라 작가님 소유의 말 같지는 않아 보여요.ㅋㅋㅋㅋ

이진 2012-10-1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 마노아님 제가 한발 늦었군요 ㅠㅠㅠ
이 작가 완전 천재지요... 정말 ㅋㅋㅋㅋ

마노아 2012-10-13 22:52   좋아요 0 | URL
작가님 완전 대단해요. 환호를 질러주고 싶어요. ㅎㅎㅎ

하상욱 2012-12-0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재라뇨...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
구글에 제 이름 검색해봤다가 글과 댓글 보고 놀라서
안 쓰던 알라딘 아이디까지 찾아다가 글 남깁니다.
말씀들 과분하구요, 재밌게 봐주셨다니 기쁘고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2-12-08 23:29   좋아요 0 | URL
하하핫, 촌철살인 좋은 시 재밌게 보았어요.
덕분에 여러 분들과 즐거움을 나눴네요.
다음 작품 또 기대하겠습니다.^^
 
깡패단의 방문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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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책이다. 퓰리처상 수상이란 이력을 제쳐두고도 이 책은 볼거리가 많다. 13개의 챕터들은 각각 하나씩의 단편으로 보아도 무방할 만큼의 이야기적 완결성이 있다. 게다가 마치 몸의 여러 장기와 세포들처럼 각각의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1번 이야기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사람이 2번이나 5번에서 얼마든지 주연으로 등장 가능하다. 게다가 이야기들은 동시대이기도 하고 과거와 미래를 마구 오간다. 약 60여 년을 최대치로 해서 향수 어린 옛 시절과 그 향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21세기의 이야기도 동시에 진행된다. 어찌 보면 무척 중구난방 식으로 진행이 되지만 그래도 각각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향해 귀결된다. 바로 '시간은 깡패야!'라는 메시지로.

 

시간이란 게 그렇다.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고 누구도 멈출 수가 없다. 누군가에겐 한순간에 모든 것을 부수어버릴 수 있는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자기치유와 구원이 될 수도 있다. 오해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이해의 끝이 될 수도 있다. 그 시간을 살아가는 무수한 인간 군상들이 이곳에 있다. 세상에 대한 끊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십대 소년 소녀들이 있고, 주변 사람을 모두 망가뜨리고 착취하는 거물 프로듀서도 등장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져 위험천만한 일을 시도한 대가로 인생이 망가진 홍보 담당자, 무대 위의 죽음을 기획하는 왕년의 록스타, 레코드 레이블 대표가 있고, 그의 유능하지만 도벽이라는 고질병을 갖고 있는 비서가 있다. 이들의 시간은 방사선으로 뻗어나가서 서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맞닿아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챕터에서만 본다면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모르기 때문에 시간이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그게 또 이 책의 마력이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분명히 다음장 어디에선가 이들이 마주칠 것 같고, 어디선가 이야기의 또 다른 매듭이 풀릴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그 기대는 대개 실망을 안겨 주지 않았다.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파워포인트의 향연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처럼 이미 종이 책의 전통을 깨버린 책들은 여럿 등장했기에 그것이 '파워포인트'의 화면이라는 것만으로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파워포인트 화면은 그 안에 담긴 글자의 메시지 말고도 도형의 기호성으로 또 이야기를 전개하는 힘이 있었다. 2차원 종이이지만 독자에게는 그것이 애니메이션 화면처럼 움직이는 착각을 준다. 그리고 그 부분이 음악에 관한 이야기였기에 소리까지 들린다는 착각마저 갖게 한다. 때로 검은 화면에 아무 것도 없어도, 그 장면이 암시하는... 혹은 함축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정도면 이 파격적인 시도가 거둔 효과는 참으로 탁월하다고 하겠다.

 

이처럼 화려한 성찬을 갖춘 이 책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별 다섯이 되지 못하는 까닭은 감동의 부재라 하겠다. 각각으로는 아주 맛있는 음식이지만, 또 '시간'이라는 통일성을 갖고 유기적으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들어 흔드는 힘은 다소 부족하다. 또 이 작품의 여러 매력들을 알아차리기까지 몰입의 속도는 제법 느린 편이었다. 사실 이 작품은 두번째 읽을 때에야 감탄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이미 누구의 이야기인지, 그들이 어떻게 마주치고 헤어지는지를 알고 나서 다시 본문을 읽을 때 행간의 의미와, 강조된 글자의 힘과, 문장의 맛깔스러움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두 번씩이나 다시 읽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나와의 맞지 않는 궁합일 것이다. 무척 맛있지만, 내 입맛에 베스트는 아닌 그런 작품 말이다.

 

가장 몰입이 안 되어서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가장 인상깊고 아련하게 만든 이야기는 급류에 휩쓸려 죽은 롭의 이야기 편이었다. 이 장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처럼 주인공 '나'를 '너'로 표기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사샤는 비좁은 침대에서 잠들어 있다. 타오르는 붉은색 머리가 시트에 대비되어 어두워 보인다. 너는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가 잘 때 나는 친숙한 냄새를 맡으며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미안해난 널 믿어언제나 곁에서 널 지켜줄게절대 널 떠나지 않을게, 네가 살아 있는 동안 네 심장을 감싸고 있을게가 뒤섞인 말을. 마침내 내 어깨와 가슴을 내리누르던 물이 나를 으스러뜨려 깨우고, 나는 사샤가 내 얼굴을 향해 절규하는 소리를 듣는다. 버텨! 버텨! 버텨내라고! -303쪽

 

강조된 글씨는 본문에서 적용된 그대로다. 급류에 떠밀려 정신이 혼미해지는 가운데 롭이 환영을 보는 것처럼 묘사된 구절이다. 절절하게 마음을 담은 뒤 문장은 너에서 '나'로 바뀐다. 그리고 사샤는 그런 나를 향해 절규한다. 버티라고!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을 알기에 독자는 이 부분에서 더 뭉클해지고 말았다.

 

말썽 많고 사고도 많이 일으켰던 사샤가 그러나 미래에 자폐아 아이를 두고, 그 아이가 '쉼표'에 집착하고 탐닉하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그 세계를 공감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조화롭게 보였다. 많이 방황해 보았기 때문에 쉽게 남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의 세계도 더 깊게 다가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책을 덮으며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깡패 같은 시간이 날 해코지 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저항해야지. 그 시간에 휘둘리지 않도록 갖은 수를 다 써내야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널리 넓게 시간을 내다보지도 주름잡아보지도 못하는 이 평범한 인간은, 오늘이 금요일 밤이고, 그래서 이미 12시가 넘어 토요일이 된 시간, 출근의 압박이 없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단순한 중생. 그러나 지금 이 시간만큼은 충실히 즐기고 싶은 시간의 숭배자. 시간은 깡패가 아니라 축복이고 선물이라고, 이 시간만큼은 확실히 되뇌어 본다.

 

덧 하나. 작품의 구체적 줄거리는 담지 못하겠다. 방대하기도 하거니와 어쩐지 무의미해 보여서 말이다. 다만 이 깊고도 넓게 뻗쳐 있는 이야기를 '베니'와 '사샤'를 두 중심축으로 읽으면 좀 더 쉽게 몰입이 될 거라고 추천하겠다.

 

덧 둘. 48쪽에 -랄프 로렌 을 입고 나와-로 적혀 있다. 랄프 로렌과 '을'을 띄어 둔 것은 그냥 실수인가? 아님 내가 모르는 어떤 규칙이 있나 궁금하다. 소박한 편집 실수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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