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남은 달력이 서럽다. 그렇지만 붙들어 둘 수는 없는 노릇!

남은 2012년을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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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바닷속 집
가토 구니오 그림, 히라타 겐야 글, 김인호 옮김 / 바다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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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바다 위에 쌓아 올린 낡은 집에서 홀로 살고 있었다.
처음엔 이 마을도 다른 마을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지금 이곳엔 할아버지만이 외로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바닷물이 점점 차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이 차올라서 살던 집이 물속에 잠겨 버리면 잠긴 집 위에 새로 집을 지었다.
그 집이 또 잠기면, 그 위에 또 새집을 지었다.
이렇게 해서 마치 나무 상자를 몇 개씩이나 쌓아 올린 듯한 집이 되고 만 것이다.
어찌 보면 바벨탑이 연상되기도 한다.

할아버지가 이 집에 홀로 남게 된 것은 삼년 전부터다.
할머니가 그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아침에일어나면 집 한가운데에 있는 낚시터 뚜껑을 열고 물고기를 잡았다.
맛좋은 아침 반찬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지붕 위에는 달걀을 낳아주는 닭이 있고, 빵을 굽기 위해 밀도 기른다.
부족한 물건들은 집 근처를 오가는 보따리장수의 배에서 산다.
아마도 할아버지처럼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모양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쓰던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짓는다.
이웃집 할아버지와 체스를 두기도 하고
멀리 사는 자식들이 보낸 편지를 읽기도 하면서
나름 하루하루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다.
그리고 밤이 되면 밖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잠이 든다.
어찌 보면 참으로 평화롭고 아늑한 삶이 아닌가.

그러던 어느 해 겨울, 또다시 바닷물이 마루까지 차올랐다.
할아버지는 다시 새집을 짓기 위해 준비운동을 했다.
예전에는 할아버지처럼 이렇게 집을 짓는 이들이 많았지만,
계속해서 차오르는 바닷물에 지쳐서 이제는 모두들 이사를 가버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집을 짓던 할아버지는 실수로 연장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연장은 바닷속으로 떨어졌고, 연장을 찾기 위해 할아버지는 잠수복을 입었다.
연장은 삼 층 아래 집에 떨어져 있었다.
이 집은 할머니와 함께 살던 시절의 집이었다.
짐작키로, 아마도 일년에 한차례씩 집을 지어야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과거로 내려가면 좀 더 오랜 기간 살 수 있었는데, 점차 물이 차오르는 시간이 빨라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연장을 줏으려던 할아버지는 추억에 젖어들고 말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어느 봄날의 풍경이다.
할머니는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좀 더 아래쪽 집으로 헤엄쳐 가 보고 싶어졌다.
예전에 살던 집과 마주칠 때마다 거기서 살던 옛 시간들이 새롭게 재생되었다.
마을에 축제가 있어서 자식들이 손자들을 데리고 왔던 기억과,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맛있는 파이를 구워 준 시간들이 떠올랐다.
집집마다 창문을 예쁘게 꾸미고 퍼레이드 배가 음악을 연주하며 다가오기도 했다. 화려하고 즐거운 기억이다.

또 그 아래의 집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첫째 딸이 새 신부가 되어 시집을 갔던 곳이었다.
할머니가 만든 드레스를 입은 딸은 무척이나 예뻤다.
아마 어제 일처럼 손에 잡힐 듯 만져지는 시간일 것이다.

또 어느 집에서는 키우던 새끼고양이를 잃어버려서 비가 오는데도 열심히 고양이를 찾았던 게 떠올랐다.
아직 어리던 아이들은 슬피 울다가 편지를 써서 병에 넣어 바다에 띄워 보냈다.
새끼 고양이가 그 편지를 받기는 힘들었을 테지만, 그리운 마음은 꼭 전해졌을 것만 같다.
그리고 이 집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처음으로 아기가 태어났던 집이다.
아직 젊던 할머니가 아기에게 입힐 옷을 지었고, 할아버지는 아기를 태울 그네를 만들었다.
행복이 가득한 풍경이다. 소박하고 아름답다.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할아버지는 벅찬 추억들과 조우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아래 층에 있는 집까지 내려왔다.

그 집은 이곳에 아직 물이 없고 뭍이었던 시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이였던 시절의 집이었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함께 자랐고, 어른이 되어 결혼을 했다.
결혼한 두 사람은 이곳에 작은 집을 지었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처음이 시작된 역사적인 장소인 것이다.

그랬던 집이 물에 잠기면서 새로이 집을 짓고, 다시 물이 차오르면 그 위에 집을 지으면서 오늘까지 이어져 왔다.
집들은 겹겹이 쌓여 있고, 추억도 그렇게 포개져 있다.
그러니 할아버지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곳은 할아버지의 모든 것, 가장 소중한 기억들이 잠겨 있는 곳이니까.
바닥에 앉은 채 추억에 젖은 할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이 아련하다.
하지만 분명 그 고운 기억들을 가득 품고서 다시 씩씩하게 살아갈 할아버지를 알고 있다.

봄이 되어 할아버지의 새집이 완성되었다.
벽 틈으로 민들레 한 송이가 피어서 할아버지의 소박한 집을 멋스럽게 빛내고 있다.
집은 이전보다 훨씬 작아졌지만, 언젠가 집을 올릴 수 없을 만큼 더 작아질 수도 있겠지만, 할아버지의 사랑의 크기와, 그 안에 깃든 기억의 힘들은 결코 작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할아버지는 참으로 행복하신 분!

책의 마지막 장에 실린 그림이다.
할머니와 함께 살던 시절의 한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둘이 함께 수상 자전거를 몰고 계시다.
이렇게 해로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
아주아주 부러운 풍경이다.



이 작품의 원작 애니메이션이다. 짧지만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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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12-01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추억을 공유해야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젊어서 함께 해야 늙어서도 함께 할 수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부부도 함께 하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마노아 2012-12-02 00:07   좋아요 0 | URL
켜켜이 쌓인 시간의 층과 그 무게를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좋은 기억으로 많이 쌓고 싶어요. 아아, 저도 어여 옆지기를 만나야 할 텐데요.^^;;;;
 
신기루 푸른도서관 5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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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 다인이는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고, 그 가수를 모델로 해서 팬픽도 쓰는 그런 중학생 아이다. 모범생이며 우등생인 오빠에 가려 엄마의 관심을 덜 받는 게 억울하지만, 그 덕분에 엄마의 뜨거운 기대에서 비켜가는 걸 다행으로 여기는 아이이다. 엄마와 엄마 여고 시절 친구들이 함께 떠나는 몽골 여행에 열다섯 아이가 따라가니 공주 대접 받을 줄 알았건만, 엄마와 엄마 친구들은 다시 여고시절로 돌아간 것마냥 잔뜩 들떠 있었고, 다인이는 그닥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불평도 많고 짜증도 많은 중학생 다인이는 근사한 볼거리도 없을 것 같은 몽골 여행이 썩 마뜩치가 않다. 그렇지만 가이드로 나선 학생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와 똑 닮은, 멋진 외모를 가진 터라 사막 위의 로맨스를 꿈꾸며 여행에 대한 새로운 환상을 심는다. 그러나 그렇게 원하는 대로 이야기가 흘러갈리 만무.

 

일행은 고비 사막에서 온갖 고생을 다 했고, 가이드 교체도 겪어야 했고, 길을 잃고 신기루도 보면서 당장엔 고생, 나중의 추억들을 쌓게 된다. 철없고 이기적인 다인이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때는 그다지 감정이입이 되질 않았다. 나도 그 나이 시절을 안 겪은 것 아니건만, 그래도 내 마음에는 다인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2부가 되니 이야기가 확 달라졌다. 마흔 다섯살 숙희 씨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열다섯 다인이보다 내게 더 큰 공감과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다인이의 엄마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기는 어려웠다. 엄마가 친구에게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과, 아들 형인이에게 집착하는 왜곡된 감정 역시 불편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만, 그래도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 그런 부분들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게 누구의 작품인가. 이금이 작가님이시다. 작품은 마지막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한 번 전조를 일으킨다. 숙희 씨가 자신의 엄마에 대한 기억을 낱낱이 밝힐 때의 일이다. 언뜻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떠올렸다. 엄마라는 존재 때문에 그랬고,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과의 화해가 또한 그랬다. 울컥 눈물이 났다. 가족이라는 이 뜨거운 울타리가 줄 수 있는 실망의 크기와, 그 가족이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희생의 크기가 보였기 때문이다.

 

딸 다인이와 엄마 숙희 씨는 여전히 그들 그대로다. 집으로 돌아가면 여전히 아들 형인이에게 마치 자신의 인생에 대한 패자부활전을 기대할 것이고, 숙희는 그런 모든 게 다 불만스러워서 툴툴대며 지낼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사막에서 보았던 그 별과, 그 신기루를 떠올리며 엿새에 걸쳤던 그 여행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때 느꼈던 벅찬 감정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자신들의 오늘을 돌아보며, 또 부대끼기도 하며 열심히 살아갈 테지.

 

작가님은 실제로 몽골의 사막을 다녀오셨다. 소설가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이렇게 근사한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것이 몹시 고맙다. 작품에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했기 때문에 작품 후기에 쓸말이 없다는 작가님의 고백에 동의한다.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가 다 담겨 있었다. 넘치지 않게, 모자라지도 않게.

 

엄마에서 딸, 다시 엄마에서 딸. 이 여행이 왜 모녀가 참여해야 했는지 뒤늦게 이해가 되었다.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그리고 어쩌면 그 삶조차도 전해버리는 숙명같은 탯줄이 선명하게 보인다. 나의 엄마도, 깊이깊이 사무친다.

 

그리고 내가 다녀왔던 짧았던 사막의 하룻밤도 떠오른다. 쏟아질 만큼 아름다운 별무리를 보지 못한 게 무척 애석하지만, 그래도 사막 여우도 보았고, 그 황량함도 느껴 보았으니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나중에 신기루를 꼭 보았으면 한다. 역시 고비로 가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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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면허를 따고 싶어졌다.

면허는 운전을 할 수 있을 때 따야지, 그렇지 않으면 장농 면허 되기 십상이라고, 지금 당장 차를 몰 일이 없으니 면허를 딸 필요 없다고 여겨 왔는데, 갑자기 면허를 따고 싶었다. 이유는 몇 가지 있었다. 언니의 2000년산 마티즈가 폐차를 하네 마네 말이 오가서 폐차하기 전에 운전 연습 하고 싶었고, 11월이면 시험이 어려워진다는 풍문을 들었고, 그냥 올해가 가기 전에 기념할 만한 뭔가를 하고 싶었다. 그게 고작 면허라고 하면 좀 허무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과정이 참 미끄럽지 못했다. 일단 당일배송 주문한 문제집이 늦게 도착했다는 이야기는 지난 번에 했고, 그 와중에 바쁜 일 겹쳐서 운전학원에 등록한 게 10월 29일이었다. 면허시험장에서는 한 시간이면 끝나는 교육이 운전학원에서는 무려 5시간이나 잡혀 있다. 출근 시간이 겹쳐서 이틀에 나눠서 교육을 받고 10월 31일에 필기 시험을 봤다. 이날 머리 쾅 박은 얘기, 저번에 했던 것 같다.(기억이 가물가물...;;;;;) 암튼, 98점으로 안정적으로 합격!

 

 

11월 1일에 바로 기능 시험 볼 생각이었는데 멀리 전주에서 친구가 올라와서 2일로 미뤘다.

11월 2일에 40분씩 두 차례 학원 안에서 차량 작동법을 배웠다. 처음엔 전조등과 깜박이, 그리고 와이퍼가 어찌나 헷갈리던지.... 간단한 작동을 마치고 50미터 달리다가 급제동 한 번 하고서 멈추면 끝나는 쉬운 시험이다. 여기에 좌측으로 꺾는 게 하나 있다는 걸 놓친 게 살짝 아쉽지만, 그래서 차선 밟아서 15점 감점되었지만, 어쨌든 85점으로 무사히 합격! 내가 첫번째 시험이었는데 뒤이어 시험본 남학생이 어찌나 환호성을 지르던지... 들어보니 세번째 시험에 합격했단다. 첫번째는 주차브레이크 안 풀었고, 그 다음에는 후진에 놓고 달려서 실격했다고... 뭐 암튼 모두 다 무사히 합격.

 

그리고 주행 10시간이 잡혀 있었는데 스케줄표를 받아보니 일주일 뒤다.

11월 9일에 학원에 가서 40분씩 두 차례, 역시 두시간 동안 주차 연습을 했다. 우로 한번, 좌로 두 번 꺾기!. 우좌좌, 우좌좌, 우좌좌!!! 원래 50분 수업이어야 하는데 여긴 강사들이 모두 40분 수업을 한다. 은근슬쩍 10분씩 잘라 먹음...;;;;;

 

도로에 처음 나간 것은 11월 12일이었다. 기능 시험을 10월 안에 보았다면 A,B코스 두 개 연습해서 원하는 코스 선택해서 시험을 본다고 한다. 어이쿠, 나는 몰랐다. 알았다면 필기 시험 본 날 기능까지 마치는 건데...;;;;

 

암튼, 나는 A, B, C, D 코스를 배워야 했다. 11월 12일에 세 코스를 달렸고, 13일에는 남은 한 코스와, 앞의 코스를 복습했다. 14일이 시험 날이었으니까.

 

A와 C가 비슷한데 난이도가 좀 있고, B와 D가 비슷한데 역시 난이도 차이라는 걸, 달리면서 몰랐다. 알다시피 나는 심하게 길치이니까. 월요일에 가르쳐준 분은 나한테 차가 멈췄을 때 중립 기어로 놓아야 한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 화요일에 다른 강사분이 왜 안 하냐고 마구 야단쳐서 알았다. 아씨, 뭐야 이거..ㅜ.ㅜ

입이 걸걸한 강사샘의 지도 하에 열심히 뱅글뱅글 돌았다. 셔틀 버스가 두시간 간격이어서 시간이 남았던지라 추가 결제하고(4만원!) 1시간 동안 B, C, D코스를 빠르게 한번 돌아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날 시험에 덜컥! 붙을 줄 알았다.

 

그.런.데.

 

14일 오전에 두시간 남은 걸 타는데 강사샘한테 무지 깨졌다. 전날 가르쳐준 분하고 깜박이 켜는 위치에 차이가 있고, 앞차와의 간격도 차이가 있다. 브레이크 밟는 법도 차이가...;;;; 자신감이 마구 사라져 갔다.

 

시험 시간. 나와 짝으로 시험을 볼 여자분은 코스를 전혀 외우지 못했다. 우린 둘다 D코스를 원했지만 가위바위보에서 진 내가 제일 어려운 C코스 당첨! 그리고 앞서 시험보게 된 그 여자분은 D를 가는데, 중간에 차선을 변경 못해서 엄한 데서 우회전을 하고 엉뚱한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선생님 짜증내시고, 뒷좌석에서 나까지 덩달아 당황하고, 저렇게 길 까먹을까봐 무지무지 떨리는 거다. 지도 펴고 열심히 내가 가야 할 길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길을 잊으면 안돼, 길을 잊으면 안돼!

 

그렇게 노선만 달달달 외우며 출발하다가, 학원 문 앞을 통과하기 직전 왼쪽에서 오는 차량을 발견하지 못했다. 선생님이 급제동! 그리고 나는 실격이 되고 말았다. 학원 문도 통과 못해 보고. 흑흑흑....ㅜ.ㅜ

 

선생님의 아량(?)으로 실격됐지만 코스는 한바퀴 돌았다. 엄청 구박받으면서...ㅎㅎㅎㅎ 주차도 해봤는데 연석 위에 올라타 주시고...;;;;;

 

감독하신 선생님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셨다나. 그래도 뭐 칭찬할 만한 거는 없었나요? 하고 물으니, 침착하게 운전하는 건 좋았다 한다. 그랬나??

 

암튼, 그래서 다시 그 다음 시험 일정을 잡았다. 사흘 뒤에 시험을 볼 수 있었는데 이어서 잡힌 나의 시험 날짜는 11월 19일. 오전에 한 시간 추가 결제해서 난코스인 C와 D를 한바퀴 돌고 와서 시험에 응시했다. 감독관 왈, C와 D만 열심히 몰고 왔을 것 같아서 A와 B를 골랐다 한다. 내 앞에 운전한 사람이 제일 쉬운 A를 주행했고, 나는 그 다음 쉬운 B를 돌았지만, B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급당황해 버린....;;;;

 

주차도 삐뚤어져서 재도전했는데, 처음보다 더 멀어져버린..ㅜ.ㅜ 여러모로 땀 흘리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우여곡절 끝에 합격!(78점 받았다. 하아, 힘들어....)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번주 월요일에 나는 면허 시험에 합격했다. 만세!

화요일엔 급한 일이 생겨서 면허증을 찾으러 가지 못했고, 수요일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화요일 밤에 퇴근해 보니 욕실 하수구가 막혀 있다. 이사 올 때부터 하수구 물 내려가는 게 시원찮기는 했는데 아예 꽉 막혀서 물이 역류할 지경이다. 대충 아래층에서 씻긴 했는데 수요일 오전에도 해결이 되질 않아서 목욕탕에 다녀왔다. 목욕재계하고 면허증 찾으러 강서 면허 시험장으로 향했다. 발산 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는데 눈을 들어보니 이미 마곡역! 그래서 발산 역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 마곡도 지나가네. 헐...;;;;

 

시험장에 도착해서야 지갑을 목욕 가방에 두고 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지갑에 제출해야 할 사진이 있는데...ㅜ.ㅜ

그래서 아쉬운 대로 시험장에서 급히 사진을 찍었다. 머리가 5도 정도 기울어진채 나온 사진은 딱 6천원 짜리다웠다.

이 사진으로 10년을 버틴다는 게 슬펐지만, 아무튼 사진 제출하러 접수처에 가보니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아아아, 내 신분증은 당연히 지갑 안에 있을 뿐이고...ㅜ.ㅜ

 

그래서 돌아나와야 했다. 돌아갈 때 호두과자 한봉지 사먹으려고 했는데 수중에 버스카드 한장 밖에 없었고, 물이라도 마시자! 하고 냉온수기에 종이컵을 들이댔는데 물이 텅비어 있어서 한방울도 안 나올 뿐이고.....

 

제기랄!

결국 출근하기 위해 다시 버스에 몸을 던졌다. 문자로 언니에게 이 사실들을 고했다. 언니는 마티즈를 폐차했다고 알려왔다.

흑...ㅜ.ㅜ 나 그 차 몰아보겠다고 50만원 들여 면허 땄는데.... 한번도 못 몰아보고 안녕을 고했다...

그렇게 슬프게 씩씩대다가 그만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쳐버려...;;;;

 

하아, 힘든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출근해서는 더 큰 폭풍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완전 뚜껑 열려서 면허증 삽질은 애교로 느껴질 정도...

 

그래서, 면허증은 오늘 찾아왔다. 3주 전에 찍은 뽀샵으로 턱을 깎아 놓은 사진으로. 나중에 면허증 제시했는데 나인줄 못알아보면 어쩌지??

 

오늘처럼 버스 파업이 있을 법한 날에 한번쯤 나도 운전을 해보고 싶었는데, 일단은 장농 면허 되게 생겼다. 당장 차몰 일이 없는데 추가로 연수 받는 것도 무리이고...

 

그래도, 면허증 받고 나니까 기분은 좋았다. 하핫, 수고 많았어! ㅎㅎㅎ

 

참, 하수구는 오늘 뚫었다. 안에서 걸레 조각이 나왔다고 한다. 전에 살던 사람 소행이지 싶다. 출장비 오만원 지출했다. 아, 슬프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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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2-11-2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으흐흐흐흐(이 웃음의 의미는 뭐지?)

마노아 2012-11-23 00:01   좋아요 0 | URL
뭐, 뭡니까! 이 으스스한 축하는요! ㅋㅋㅋ 고맙습니다.^^

antitheme 2012-11-2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공인자격을 취득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마노아 2012-11-23 00:11   좋아요 0 | URL
우와, 국가공인이라고 하니까 엄청 있어 보여요. 우히힛, 감사해요.^^ㅎㅎㅎ

프레이야 2012-11-23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수난 끝에 합격 축하합니당ㅎㅎ 생명의 위협을 느낀 강사님께 잘 한 건 없냐고 물을 때 반짝반짝 빛났을 마노아님 눈망울 상상해보고 씽긋 웃어요지금^^♥ 작은딸 배 안에 넣고 면허 땄던 오래전 기억이ㅎㅎㅎ 그땐 요즘보다 좀 쉽게 땄던 거 같아요.

마노아 2012-11-23 11:15   좋아요 0 | URL
셔틀버스 기사님 두분과, 모두 일곱 분의 강사님을 거쳤어요. 모두들 어찌나 저의 당락에 관심을 가져주시는지 처음 떨어지고 무지 민망했어요. ㅎㅎㅎ
축하 감사합니당~

hnine 2012-11-23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전면허 주행 시험 합격만큼 뛸듯이 기뻤던 적은 이후로 어떤 시험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운동 신경 바닥으로, 적성과 능력이 모자라는 운전을 배우느라 그해 생전 처음으로 살이 다 빠졌다니까요. 그렇게 고생해서 합격하고 나니 얼마나 좋던지...^^ 1987년의 일이네요.
아무튼 축하드려요.

마노아 2012-11-23 11:16   좋아요 0 | URL
기능시험 보던 날 셔틀 기사님이 안 나오셔서 엄청 추운 새벽에 20분을 오들오들 떨었거든요.
너무 기분 나빴는데 합격하고 나니까 다 용서가 되던 걸요. 하하핫^^ㅎㅎㅎ
hnine님 면허는 한참됐네요. 우왕, 근사해요. 축하 감사합니다.^^

기억의집 2012-11-2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려요. 면허증 받았을때의 그 기분 알지요~ 운전하니깐 단점이 편하긴 한데 살이 좀 붙네요~

마노아 2012-11-23 11:17   좋아요 0 | URL
아아아, 살이 붙는 건 아니되어요. 역시 저는 계속 뚜벅이 해야 할라나봐요. 축하 감사합니당! ㅎㅎㅎ

감은빛 2012-11-2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요즘은 50만원이나 드는군요.

저도 면허따고 10년 이상 차 몰일이 없어서 계속 장농면허였어요.
큰아이 낳고, 중고차를 사면서 운전을 시작했지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면허 잘 따셨어요!

마노아 2012-11-23 12:40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합니다.
제가 한번에 붙었으면 대략 40만원에 붙을 뻔 했는데 추가 수업 두시간 하고 사진 삽질을 했기 때문에 십만원 추가 됐네요..ㅡ.ㅜ

저도 당장은 장농면허 될 처지지만 분명 필요할 때가 오겠지요. 저도 잘 딴 것 같아요.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12-11-23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자격증이 있으니 이력서에 쓸 게 하나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뭐, 저로 말하자면 그것밖에 쓸 게 없는 스펙따위 없는 인간이긴 하지만.. 그러니 잘하신 겁니다. 축하해요. 고생 많았어요.

아니, 그나저나, 하수도에 걸레조각 넣는 사람은....뭡니까? 실수.......겠지요?

마노아 2012-11-23 12:41   좋아요 0 | URL
제가 제출해야 할 이력서에 면허증 있다고 써도 되는지 잠시 고민이 되는데... 뭐 어쨌든 자격증 하나 추가했어요. 우히히힛 축하 고마워요~

걸레조각, 실수겠지요? 안습이었어요. 수압은 너무 세고, 하수도는 느려 터졌고, 힘든 나날이었어요.^^ㅎㅎㅎ

무스탕 2012-11-2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는 20세 되자마자 운전면허 시험부터 시작했지요. 무조건 일찍 따야 해! 라는 신념이 있었어요.
그리하야 제 면허는 88년생입지요 :)
하여간 면허가 있어야 언제든지 운전을 할수 있으니 앞으로 운전 할 일만 남았군요.
아주 추워지기 전에 잘 하셨어요 ^^

마노아 2012-11-24 10:05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의 신념에 따라, 면허가 아주 이르네요. 히히힛^^ㅎㅎㅎ
오늘 날씨 추운 걸 보니 역시 더 추워지기 전에 딴 게 다행인 것 같아요.
학원이 인천이어서 새벽같이 일어나는 게 참 힘들었거든요.
어휴, 겨울이 성큼 와버렸어요.(>_<)

희망찬샘 2012-11-25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면허 따신 거 축하드려요. 옛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비슷한 일 저도 겪었거든요. ㅋㅋ~ 음, 차를 사세요. ㅎㅎ~ 귀여운 녀석으로!! 그리고 모셔요. 열씨미, 열씨미!!! 화이링!!! (저도 못 사고 있으면서... ㅋㅋ!)

마노아 2012-11-26 10:46   좋아요 0 | URL
하하핫, 축하 고맙습니다. 저도 당장 차 살 형편도 안 되고 계획도 없지만, 어떤 차가 있었으면 좋을까 상상은 해봐야겠어요. 그것도 재밌을 거예요.^^

순오기 2012-12-01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여기에 내 댓글이 없는 거야?
나 분명 이거 읽었는데~~~~
뒷북이라도 축하해요~~~ 내가 없는 면허증 취득한 마노아님 만세!!ㅋㅋ

마노아 2012-12-02 00:06   좋아요 0 | URL
으헤헤헷, 뒷북 축하도 감사해요. 따자마자 장농 면허 되었지만 어쨌든 면허소지자가 되었어요. 으하하핫^^ㅎㅎㅎ
 

추우면 왜 잠이 올까?  

 

제 1741 호/2012-11-19

 

추운 곳에 오래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잠이 온다. 추운데서 자면 얼어 죽는다는 말도 있다. 그 상태로 잠이 들면 체온을 빼앗겨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울 때 잠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운 곳에 오래 있을 때 잠이 오는 것은 실제로 졸려서가 아니라 의식을 잃는 과정이다. 우리 몸은 더운 환경에 노출되면 땀을 흘려 온도를 낮추고,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몸을 떨어 열을 내는 등 체온을 유지하려는 방어기전이 있다.

그런데 이 방어기전에도 한계점이 있다. 추운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체온이 떨어지면 세포에 전달되는 에너지양이 감소하고 모든 생체활동이 둔화된다. 혈관은 수축해 혈액 내 산소공급도 더뎌지고, 이로 인해 뇌신경도 둔해진다. 때문에 점차 의식이 사라져 일종의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 상태가 계속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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