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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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한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강자 편을 든다는 뜻 아닌가. 똑같은 룰로 링에서 싸우면 당연히 힘센 놈이 이긴다. 그 룰이라는 것도 힘센 놈들이 만들지 않았나.

나는 중립, 균형을 찾기보다 편파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겠다. 내가 이런다고 약자들이 이기지도 못한다.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계속 던질 것이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쫓아가서 욕이라도 할 것이다. 그래서 깨지고 쓰러지더라도 말이다. 나는 17살 주진우다. -7쪽

 

'나는 꼽사리다'의 오프닝은 "세상이 바뀌면 없어질 방송, 99%를 위한 편파방송"이라고 나온다. 99%를 위한 편파방송, 마음에 든다. 1%의 소수를 무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1%의 특권층을 위한 방송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니까. 주진우 기자의 말대로 세상이 불공평한데 중립을 지킨다는 건 비겁한 일이다. 명백한 '악'을 악이라 말하지 않는 것은 결국 선을 져버리겠다는 말이다. 그거 비겁한 것 맞다. 단테는 이렇게 얘기했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정치적 격변기에 중립을 지킨 자를 위해 예비 되어 있다

그래서 여당도 싫고 야당도 싫다면서 투표하지 않는 인간들이 참으로 싫다. 어느 쪽이든 선택하려는 의지를 갖지 않은 채 꼼꼼히 뜯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면 검찰이 부당한 특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독립을 소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달려든 거다. 검찰은 정권의 개가 되고 싶었다. 개 노릇 그만해도 된다니까 안 예뻐한다고 물어뜯은 거다. -43쪽

 

오늘날의 검찰이라면 조선 시대 사헌부 쯤 되겠다. 혹시라도 청탁에 휘말릴까 봐,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했다던 고고함을 오늘날의 검찰은 갖고 있을까. 특혜는 누리면서 명예는 내팽개치고, 온갖 추문에 휘말린 이 검찰, 그러니 개소리 듣는다고 억울할 수 있을까. 억울한 누군가, 제발 그 안에서 물 좀 갈아치우시라. 내부에서부터 자정 좀 해보시라. 부탁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벌이고 재벌의 가장 큰 리스크는 총수다. 총수가 저지르는 온갖 범죄를 처리하는 데 회사는 모든 역량을 퍼부어야 한다. 총수는 기업의 엑스맨이다. -79쪽

 

총수의 범죄를 처리하기 위해서 총역량을 동원하는 거대 기업의 모습이라니, 부끄럽다. 국정원 직원이 의혹대로 정말 댓글 알바에 동원된 거라면, 그 역시 얼굴을 못 들만큼 부끄럽다. 내부고발자를 내치고 처벌하고 매장시키는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할 수 없는 사회로 자꾸 망가져가는 게 아닐까. 세상은 과연 더 나은 문명세계로, 진보의 땅으로 갈 수 있는가?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자기들이 잘해서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고, 국가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싼 이자로 돈 빌려주고, 세금 탕감해주고, 독점 주고, 부동산 투기 눈감아주는 특권이 재벌 성공의 핵심이었다. 삼성이 부동산 투기, 사카린 밀수 등이 없었다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수입차 규제가 없었다면 현대자동차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재벌의 성공에는 국민들의 희생이 있다. 그런데 이익공유제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오만하고 뻔뻔하다. 이게 천재 경영이다. -80쪽

 

박정희 신화를 맹신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국민들이 노력했다. 말도 안 되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면서 죽도록 일해서 일궈낸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이다. 당신들이 흘린 땀이다. 그 땀의 열매를 제발 인정해 주시라. 백성이 되지 말고 국민이 되시라. 당신의 자손 역시 백성 아닌 국민이 될 수 있도록.

 

깔때기는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표현할 방법을 찾다 떠오른 말이다. 설교를 듣다가 언제쯤 돈 얘기 하겠다 생각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헌금 얘기가 나온다. 어떤 내용의 설교를 하든 어김없이 이 깔때기가 들어온다. 천국에 가려면 십일조를 내야 한다고. 정봉주보다 더 자주 들어온다. 그러니 깔때기의 원조는 조용기 목사다. 막상막하로는 오직 조중동 깔때기가 있다. 이들은 어떤 사안이든 나쁜 일이 생기면 북한 때문이다. 아니면 DJ나 노무현 탓이든지. 조중동은 북한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나라처럼 돈을 뜯는 십일조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 “모든 버는 돈의 십일조, 월급의 십일조를 내라. 그래야 천국 간다.” 이건 성서에 있는 게 아니라 한국 목사들이 개발한 수익 모델이다. 돈을 내라고 이렇게 깔때기를 들이대는 목사도 전 세계에 없다. 조용기 목사는 우리나라 교회의 대형화·금권화·만능화의 출발점이다. 프랜차이즈 분점 교회를 만들어 비디오를 보면서 ‘아멘’ 하는 교회가 다른 나라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114쪽

 

난 심지어 이미 죽은 사람을 헌금 더 내면 지옥에서 천국으로 영혼을 올려보내준다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다. 아, 내 귀를 의심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이번 정권에서 농협 해킹도 천안함도 모두 북한 소행이라고 했다. 세상에, 북한은 못하는 게 없다. 안 해본 게 없다는 가카보다 더 대단하다. 정말 북한 없었으면 조중동은 뭘 가지고 기사를 쓸까. 엄마는 방학을 하자마자 어김 없이 또 기도원 다녀오라고 압박을 하신다. 그동안 오산리 기도원을 다녀오곤 했는데, 이제 도저히 못가겠다. 가면 내내 듣는 설교가 조용기 목사님 찬양이다. 한국 교회 어쩌다 이모양이 되었누....

 

지하철에서 조선일보를 보는 시민을 보면 안쓰럽다. 조선일보에는 지하철을 타는 서민을 위한 기사는 없다. 조선일보는 친일파·독재 세력·수구·재벌의 기득권만을 대변하려는 것 같다. 어떤 사안이라도 그들을 위한 깔때기 기사가 나온다. -151쪽

 

저소득층일수록, 저학력일수록 보수쪽에 표를 준다고 했던 선거 결과가 떠오른다.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라는 얘기에 병아리 눈물만큼 위로가 되었을 뿐. 역시 국어 교육이 절실하다. 우리 글의 독해부터 일단...ㅜ.ㅜ

 

이들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게 돈 뺏기는 거다. 그래서 난 5백 원이라도 뺏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당하게 쌓은 부에 대해서는 뭐든지 해서 추징해야 된다. 이명박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욕먹는 것, 칼을 씌워 광화문 앞에서 석고대죄시키는 것보다 5만 원을 뺏으면 더 슬퍼할 거다. 명예라는 건 애초에 없어서 부끄러운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부당하게 얻은 돈을 다 뺏어야 한다. -203쪽

 

뻔뻔하기로 치면 대한민국 최고라 할 수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비난을 던지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까.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추징금을 회수할라치면 몸서리치게 놀랄 것이다. 그리고 두려워할 것이다. 일년도 안 남았던가. 추징금 징수 만료일이. 무슨 법이 이따우지. 하아, 한숨 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겨놓은 재산이 10조 원가량 된다는 부분은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 중 취득하거나 강탈하여 정수장학회, 영남대, 육영재단 등을 남겼다. 박근혜 의원은 세 재단의 이사장을 지냈다. 전국에서 캠퍼스가 가장 큰 대구의 영남대학교도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재산이다. ‘교주’ 박 대통령이 출연한 돈은 ‘0원’이다. 박근혜 전 이사장이 출연한 돈도 ‘0원’이었다. -260쪽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매섭게 몰아붙인 것은 노엽고, 박근혜가 오늘날 300억에 해당하는 6억 원의 돈을 받은 것은 괜찮으신 어르신들, 대체 그 셈법은 왜 그런가요?

 

 

“과거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의 말에서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의 발간 의의를 찾았다. ≪친일인명사전≫이 세상에 나오는 데는 광복 후 64년 세월이 필요했다. 8년 동안 학자 150여 명이 편찬에 참여했다. 먼저 문헌자료 3천여 종에서 인물정보 250만 건을 취합했다. 그리고 20여 개 전문분과 심의와 편찬위원회의 50여 차례에 걸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친일 인사 4389명을 수록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편찬위원들에게 “우리 할아버지를 명단에 올린다는 생각으로 선정과 서술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감수에 참여한 한 교수는 “고증에 고증을 거듭했다. 친일파가 사전에 빠질 수는 있지만 친일 행적이 없는 사람이 올라가거나 내용이 틀린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265쪽

 

친일파가 다시 살아돌아올 것 같아 두렵다. 이미 시작된 것 같기도 해서 떨린다. 어떻게 지켜온 나라인데 이렇게 거꾸로 가는가. 그래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두환보다도, 박정희보다도 더 밉고 더 싫은 것은 이승만이다. 반민특위의 좌절은 곧 대한민국의 좌절이다.

 

호남의 정서는 지역적·패권적 지역주의가 아니라 저항에 가까웠다. 특정 지역에서 20년 넘게 한 사람에게 90% 넘는 몰표를 던졌다는 것은 지역정치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한화갑 전 대표는 “표가 적은 지역은 지역주의를 조장해서 대결하면 무조건 불리하다. 무슨 이득이 있다고 DJ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가”라고 말했다.

DJ에 대한 가장 흔한 비방 중의 하나는 그가 대통령병 환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자리를 지키기 위해 18년간 독재한 박정희 전대통령과 12년간 독재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 이러한 비난은 없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91쪽

 

빨갱이 취급 받으며 살아온 그 서러운 시간을 등에 업고 묵묵히 표를 던져준 호남인들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한주였다. 여행을 가더라도 전라도로, 농산물도 전라도 것을 사겠다는 어느 네티즌의 목소리에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문득, 전주 사는 친구가 놀러오라고 아우성이던 게 떠올랐다. 전주, 다녀올까?

 

독립유공자 유족 6천여 명 가운데 직업이 없는 사람이 60%가 넘고, 봉급 생활자는 10% 남짓이다. 중졸 이하 학력이 55% 이상이다. 이들은 대부분 비참하게 산다. 광복을 맞은 조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이 죄가 되고, 자자손손 불행으로 이어질 줄은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친일파들은 권력을 유지하면서 자기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독립투사와 그 가족들을 ‘빨갱이’로 낙인 찍고 못살게 굴었다. -299쪽

 

이런 나라에서, 다시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나라를 위해서 헌신해 달라는 부탁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바로잡아야 한다. 제발, 이제라도....

 

주진우의 주기자를 읽은 지도 제법 지났는데, 해 넘기기 전에 리뷰를 쓰겠다는 일념으로 기억을 더듬어 본다. 무척 뜨겁게 읽었더랬다. 나꼼수를 들을 때도 그랬다. 대선이 끝나고 많은 이들이 이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세상에, 대가도 없이 바른 말 하며 싸워온 언론인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부끄럽고, 슬프다. 동료 시사인 기자들은 묵묵히 출근해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속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주기자는 다시 새로운 기사를 준비하며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을 것이다.

 

폭군 임금을 향해서도 직언을 서슴지 않는 선비가 조선의 역사 내내 있어 왔다. 그런 역할들을 주진우나 이상호 같은 이런 기자들이 지금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선이 끝난 다음 날, 멘붕이 시작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뉴스타파에 정기 후원 회원 가입을 한 것이다. 언론이 바로 살지 않으면 이 나라에 미래란 없을 것이므로.

 

정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는 일은 무척 피곤하다. 하지만 정치가 일상이고 내 삶을 좌지우지하는데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이렇게 앞장 서서 싸우고 파헤치는 사람도 있는데, 그 기록을 읽는 것조차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고맙습니다. 바른 언론인들, 바른 말 하시는 모든 분들께.

 

덧)

33쪽 내가 우리나라에게 제일 똑똑한데 >>> 우리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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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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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한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강자 편을 든다는 뜻 아닌가. 똑같은 룰로 링에서 싸우면 당연히 힘센 놈이 이긴다. 그 룰이라는 것도 힘센 놈들이 만들지 않았나.
나는 중립, 균형을 찾기보다 편파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겠다. 내가 이런다고 약자들이 이기지도 못한다.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계속 던질 것이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쫓아가서 욕이라도 할 것이다. 그래서 깨지고 쓰러지더라도 말이다. 나는 17살 주진우다.
-7쪽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면 검찰이 부당한 특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독립을 소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달려든 거다. 검찰은 정권의 개가 되고 싶었다. 개 노릇 그만해도 된다니까 안 예뻐한다고 물어뜯은 거다.

-43쪽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벌이고 재벌의 가장 큰 리스크는 총수다. 총수가 저지르는 온갖 범죄를 처리하는 데 회사는 모든 역량을 퍼부어야 한다. 총수는 기업의 엑스맨이다.

-79쪽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자기들이 잘해서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고, 국가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싼 이자로 돈 빌려주고, 세금 탕감해주고, 독점 주고, 부동산 투기 눈감아주는 특권이 재벌 성공의 핵심이었다. 삼성이 부동산 투기, 사카린 밀수 등이 없었다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수입차 규제가 없었다면 현대자동차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재벌의 성공에는 국민들의 희생이 있다. 그런데 이익공유제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오만하고 뻔뻔하다. 이게 천재 경영이다.

-80쪽

한국교회는 대기업을, 목사는 총수를 꿈꾸고 있다. 일부 대형 교회는 재벌의 못된 형태를 그대로 따라한다.

-105쪽

깔때기는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표현할 방법을 찾다 떠오른 말이다. 설교를 듣다가 언제쯤 돈 얘기 하겠다 생각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헌금 얘기가 나온다. 어떤 내용의 설교를 하든 어김없이 이 깔때기가 들어온다. 천국에 가려면 십일조를 내야 한다고. 정봉주보다 더 자주 들어온다. 그러니 깔때기의 원조는 조용기 목사다. 막상막하로는 오직 조중동 깔때기가 있다. 이들은 어떤 사안이든 나쁜 일이 생기면 북한 때문이다. 아니면 DJ나 노무현 탓이든지. 조중동은 북한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나라처럼 돈을 뜯는 십일조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 "모든 버는 돈의 십일조, 월급의 십일조를 내라. 그래야 천국 간다." 이건 성서에 있는 게 아니라 한국 목사들이 개발한 수익 모델이다. 돈을 내라고 이렇게 깔때기를 들이대는 목사도 전 세계에 없다. 조용기 목사는 우리나라 교회의 대형화·금권화·만능화의 출발점이다. 프랜차이즈 분점 교회를 만들어 비디오를 보면서 ‘아멘’ 하는 교회가 다른 나라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114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마피아는 어디일까? 바로 천주교다. 교회에 비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천주교도 크고 작은 문제로 시끄럽다. 문제가 있어도 내부에서 처리하는 관습 때문에 외부로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특히 천주교 고위직 사제들은 보수적이고 정치적인 행보로 교계에 오명을 남겼다.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 수는 4백만 명가량 된다. 신자 수에 비해 우리나라 천주교는 큰 영향력을 갖고 있고 존경을 받는다. 신자가 늘고 있는 유일한 종교이기도 하다. 이는 이 땅의 민주화가 정착하는 데 횃불 역할을 한 천주교 사제들의 헌신과 희생이 바탕에 있었다. 사제와 평신자들에 의해 조직된 단체들은 1970년대 이후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천주교 지도부와는 별개의 일이었다.
-119쪽

지하철에서 조선일보를 보는 시민을 보면 안쓰럽다. 조선일보에는 지하철을 타는 서민을 위한 기사는 없다. 조선일보는 친일파·독재 세력·수구·재벌의 기득권만을 대변하려는 것 같다. 어떤 사안이라도 그들을 위한 깔때기 기사가 나온다.

-151쪽

이들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게 돈 뺏기는 거다. 그래서 난 5백 원이라도 뺏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당하게 쌓은 부에 대해서는 뭐든지 해서 추징해야 된다. 이명박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욕먹는 것, 칼을 씌워 광화문 앞에서 석고대죄시키는 것보다 5만 원을 뺏으면 더 슬퍼할 거다. 명예라는 건 애초에 없어서 부끄러운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부당하게 얻은 돈을 다 뺏어야 한다.

-203쪽

강금원 회장 "삼성이 언론사 간부, 고위 공무원, 판검사들을 왜 그렇게 많이 고용한다고 보는가? 나쁜 짓을 해서 그렇다.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기업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광고 나눠주고 돈 장난을 하고 있다. 비겁한 일이다. 기업은 기업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 "첨단 기술을 가진 중소·벤처 기업들은 대단히 어렵다. 그런데 삼성은 철저히 장사 논리로 국내 기업 제품을 오히려 안 쓰고 있다. 1원 차이만 나도 수입한다. 삼성과 거래해서 망하는 회사 많다. 이건 기업인의 치욕이다. 삼성은 중소기업과 상생, 그런 것 안 한다. 혼나야 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국민의 존경을 받으려 하는가?"

-252쪽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겨놓은 재산이 10조 원가량 된다는 부분은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 중 취득하거나 강탈하여 정수장학회, 영남대, 육영재단 등을 남겼다. 박근혜 의원은 세 재단의 이사장을 지냈다. 전국에서 캠퍼스가 가장 큰 대구의 영남대학교도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재산이다. ‘교주’ 박 대통령이 출연한 돈은 ‘0원’이다. 박근혜 전 이사장이 출연한 돈도 ‘0원’이었다.

-260쪽

괴테는 역사의 의무는 진실과 허위, 확실과 불확실, 의문과 부인을 분명히 구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63쪽

"과거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의 말에서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의 발간 의의를 찾았다. ≪친일인명사전≫이 세상에 나오는 데는 광복 후 64년 세월이 필요했다. 8년 동안 학자 150여 명이 편찬에 참여했다. 먼저 문헌자료 3천여 종에서 인물정보 250만 건을 취합했다. 그리고 20여 개 전문분과 심의와 편찬위원회의 50여 차례에 걸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친일 인사 4389명을 수록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편찬위원들에게 "우리 할아버지를 명단에 올린다는 생각으로 선정과 서술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감수에 참여한 한 교수는 "고증에 고증을 거듭했다. 친일파가 사전에 빠질 수는 있지만 친일 행적이 없는 사람이 올라가거나 내용이 틀린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265쪽

호남의 정서는 지역적·패권적 지역주의가 아니라 저항에 가까웠다. 특정 지역에서 20년 넘게 한 사람에게 90% 넘는 몰표를 던졌다는 것은 지역정치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한화갑 전 대표는 "표가 적은 지역은 지역주의를 조장해서 대결하면 무조건 불리하다. 무슨 이득이 있다고 DJ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가"라고 말했다.
DJ에 대한 가장 흔한 비방 중의 하나는 그가 대통령병 환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자리를 지키기 위해 18년간 독재한 박정희 전대통령과 12년간 독재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 이러한 비난은 없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91쪽

독립유공자 유족 6천여 명 가운데 직업이 없는 사람이 60%가 넘고, 봉급 생활자는 10% 남짓이다. 중졸 이하 학력이 55% 이상이다. 이들은 대부분 비참하게 산다. 광복을 맞은 조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이 죄가 되고, 자자손손 불행으로 이어질 줄은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친일파들은 권력을 유지하면서 자기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독립투사와 그 가족들을 ‘빨갱이’로 낙인 찍고 못살게 굴었다.

-299쪽

마을 주민 정태화 씨는 "대추리는 아픔이 서린 동네다"라고 했다. 정 씨는 "1940년대 일본 해군 비행장이 들어서서 동네 사람들이 쫓겨났고, 1952년 미군이 비행장을 넓히면서 또 쫓겨났다. 손톱, 발톱 빠져가면서 논을 만들어놓았더니 이제 다시 나가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 노인은 "내 땅에서 내가 농사를 짓겠다고 하는데 나를 돈을 더 뜯어내는 파렴치범 취급을 하고 있다. 지진이 나서 평택만 뒤집어놓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313쪽

나는 청소년들이 일탈하면 어느 선까지는 봐주되, 선을 넘는 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죗값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범죄라고 눈감아주면 감화되는 게 아니라 죄의식이 무뎌질 뿐이다.

-342쪽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은 그런 게 아니라고. 강하면 부러진다고. 나도 편히 사는 법을 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의미도 안다. 이러한 합리적인 이성은 실패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동시에 나를 꿈에서도 떼어놓으려고 한다. 나는 사랑하는 가슴으로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 살겠다. 그 가슴은 영원히 상처받지 않고, 신의 보살핌을 받는다고 주문을 외우면서. 이성을 넘어 가슴을 따르고 가슴으로 판단하겠다.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충동을 믿고 도전하겠다. 강자에게는 당당함으로, 약자에게는 겸손함으로 세상에 보탬이 되겠다. 이상과 정의 그리고 진실을 위해서는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

-345쪽

나는 안다. 세상을 뜻대로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웃으면서 가겠다. 철들지 않고 살겠다. 소년으로 살다 소년으로 가겠다. 오늘도 비굴하지 않은 가슴을 달라고 기도한다.

-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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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미 9 - 두 사람의 전몰자
마세 모토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7월
절판


여름에 읽은 책의 리뷰를 뒤늦게 작성해 본다.

사망예고장 이키가미. 국가번영법이라는 명목으로 8살이 되면 전 국민이 접종받는 주사. 1/1000의 확률로 18세에서 24세 사이에 사망하게 되고, 사망 하루 전에 '사망 예고장' 이키가미를 받게 된다.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한다는 명목으로 도리어 국가가 나서서 살인을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법 때문에 오늘도 소중한 목숨이 억지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미숙아로 태어나 엄마의 목숨과 바꾼 생명으로 살아남은 간호사 히토미는, 부모들이 아이의 치료를 거부하고 생명을 포기하는 것 때문에 병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렇게 답답해하던 그녀에게 이키가미가 도착했다. 그녀는 국가번영법이라는 악법의 폐해를 밝히기 위해서 어차피 죽을 제 목숨을 담보로 거래를 시도한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그녀를 말린다. 국번 주사를 접종시켰던 의사는 자신이 주사를 놓은 아이가 죽은 일 때문에 지난 3년간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아픔을 알 수 없다고 단정하는 히토미에게 의사는 국번 주사를 제 몸에 직접 접종시키다. 한 방 맞으니 1/1000이었고, 두 번 맞으니 1/500, 그렇게 세 번, 네 번, 다섯 번까지 제 몸에 죽음의 확률을 높여가며 히토미의 행동을 막으려는 의사. 결국 히토미는 제 결심을 무너뜨리고 죽기 전까지 의사의 안부를 걱정했다.

또 다시 누군가의 희생을 보고 싶지 않아서 제 몸에 주사를 하면서까지 막으려 했던 의사의 행동은 높이 살만하지만 반향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 몸을 희생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 잡는 이 악법의 폐해를 밝히는 데에 앞장서는 게 맞았다.
그래서 이 악법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연대 투쟁하려는 움직임은 비장하고도 숭고해 보였다. 정부에 발각되는 순간, 지금 살아있는 목숨도 부지할 수 없건만, 이들은 길이 아닌 길을 거부하고자 한다. 의사 선생님은 어떤 행보를 보일까. 그도 이 움직임에 동참할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이키가미는 매번 두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소제목 '두 사람의 전몰자'는 바로 두번째 이야기에 속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이었던 할아버지는 실수로 동료 병사의 어깨를 망가뜨리게 한다. 야구선수였던 그는 이 사고로 야구의 꿈을 접어야 했다. 뿐아니라 포로를 처형하라는 명을 수행하지 못해서 그 대신 친구가 대신 손에 피를 묻혀야 했다. 그런데 그 업이 후손에게 전달된 것일까. 손자 대에 이르러서 바껴진 역할로 운명이 바뀐다. 바로 이키가미가 도착한 것이다.
이키가미를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가지다. 순응하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든 잘 쓰려고 하는 사람이 있고, 반항하며 억울함에 몸부림치다가 사고를 내고, 유가족마저 퇴폐 사상범의 가족으로 전락하는 경우다.
자, 또다시 억울한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다. 게다가 이번엔 대를 이어 연결된 업의 고리까지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답은 있는가?

이키가미는 배달업무를 맡은 담당공무원에게도 못할 짓이다. 자신이 배달한 사망예고장을 받고, 끊임없이 누군가가 죽는다. 어떤 유가족은 거기에 원한을 품고 테러를 감행하기도 한다. 이 일련의 과정들에서 배달원은 회의를 가지고, 이 제도에 대해서 부정적인 마음을 갖기 쉽다. 그리고 그런 위험성 때문에 또 감시를 받고, 이 제도를 폐지하려고 움직였던 이들은 사상범으로 잡혀서 정부로부터 세뇌를 받기까지 했다. 한 때 혁명군 운동까지 했던 이 여인은 대체 어떤 일을 당했기에 이리 입장까지 바꾸고 부들부들 떠는 것일까.

가상의 법에서 출발한 이야기지만, 매번 읽을 때마다 섬뜩함을 느낀다. 점점 우경화하는 일본을 떠올릴 때는 더 그렇다. 그렇지만 이런 작품이 나오는 까닭은, 그런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 때문일 것이다.
작품의 피해자 할아버지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전쟁이 만들어 놓은 상처가 자신들을 그리 모진 선택 앞으로 몰아넣었지만, 그 전쟁도 어른들의 선택이 쌓이고 쌓여 일어난 거라고. 그러니 그 책임은 모든 어른에게 있다고도 할 수 있다고.
그러니 올바른 선택을 쌓아간다면, 다음 전쟁은 반드시 막을 수 있다고....
그것이 비단 전쟁 뿐일까. 대통령을 뽑는 일도 있고, 좋은 학교를 만드는 일도 있고, 좋은 시민이 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 모두에서 일어나는 매 순간의 선택들. 그 선택의 총합이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 사회다. 그러니 죄가 없다 해도 책임은 남는다.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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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네 방향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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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속표지에 마치 인형극장의 막이 오른 것처럼 열려진 무대에 배우(인형)들이 인사하는 것같은 모습이 보인다. 부자연스런 움직임의 인물들은 보이지 않는 실에 매달린 마리오네뜨처럼도 보인다. 이보나 스타일의 이런 딱딱한 그림이 주는 적절한 어울림이다.

유럽의 동쪽을 굽이져 흐르는 비스와 강가에 아주 오래된 도시가 있다.
작가님의 고향 폴란드를 떠올리며 책을 읽는다. 길고도 복잡한, 어찌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역사가 스며있는 곳. 그러나 작가님은 그런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런 일상 속의 공간을 꾸며주었다.

시내 한가운데 네모반듯한 광장에는 600년 전에 세워진 커다란 시청 건물이 있다. 시청 건물 위로 시계판 네 개가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는 네모난 시계탑이 서 있다. 이 시계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동서남북에는 집들이 있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당연하게도.


누군가에게는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빨리 지나가는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슴이 터져라 가지 않는 시간이지만, 공평하게 흘러가는 시간. 백년 전에도, 오백 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똑같이 흘러가는 이 시간을 작가는 네 방향에서 표현했다.

첫번째는 1500년에서 출발한다. 때는 2월의 어느 날이었고, 시간은 아침 6시다.
동쪽 집에서는 항상 부엌을 보여주고, 남쪽 집에서는 작업실을, 그리고 서쪽은 아이들의 방이며 북쪽은 거실을 표현한다. 각각의 방향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해 보자.

요리사 아주머니가 어부아저씨가 얼음구멍을 뚫고 잡아온 물고기를 보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큰 잔치가 있을 예정이다. 지금은 사육제 기간이기 때문이다. 이 물고기를 유심히 보시라. 뒤에도 몇 차례 나올 예정이니까.

1500년을 살고 있는 기술자 빌헬음의 남쪽 공방. 가죽으로 책을 만들고 있다. 500년 뒤에 만들 책과 나중에 비교해 보면 재밌다. 문명의 역사이자 인류의 역사가 변화해 가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잘 표현해 주었다.

서쪽 집 아이들 방에 어린이들이 잠들어 있다. 눈썰매와 아기 침대를 비교해 볼 수 있고, 이 시대 이 지역에서 유행하는 문양같은 것도 눈여겨볼 수 있다. 2월의 아침 6시면 아직 해가 뜨기 전일 것이고, 아이들은 당연히 꿈나라에 머물러 있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따뜻하다.

북쪽 집의 거실 풍경도 보인다. 먼 여행을 떠나는 남편을 배웅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이른 아침에 떠나야 할 만큼 먼 거리인가 보다. 옷과 장신구, 그리고 가구에 그려진 무늬들이 눈길을 잡는다. 이런 느낌이구나.

시간을 백년 뛰어넘어 보자. 1600년 4월이다. 시간은 아침 9시.
뭔가 분주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시간이 아닌가.
작품 속 시간은 부활절을 하루 앞둔 토요일이다.
기독교 최대 명절이다. 사람들의 들뜬 기분을 미리 짐작해볼 수 있다.

동쪽 집은 부엌이 보이는 방향이다. 부활절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부활절 케이크 바바에 넣을 달걀흰자를 저어 거품을 내고 있는 우치아 아주머니가 보인다. 양념이 되어서 조각난 생선. 얼라, 100년 전에도 등장했던 생선이 이젠 조리 과정 중에 있다.
우치아 아주머니의 자세는 명화 그림의 패러디에 해당되겠다. 정말 그럴싸하다.

남쪽 집 공방에서는 구두 제작이 한창이다. 100년 전에 책을 만들게 했던 그 가죽이 이제는 구두의 재료가 되었다. 테오필은 주교님이 신을 신발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내일 있을 부활 미사에서 주교님이 신을 구두니 중요한 순간이다.

서쪽 집 아이들 방에는 부활절 달걀에 무늬를 그리고 있는 아해가 보인다. 침대에는 아파서 누워있는 오스카도 있다. 다음 날인 부활절에는 막내 여동생 테레사가 세례를 받을 예정이다. 부활절에 세례를 받은 아이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고 돌아가신 증조 할머니가 말씀 하셨다 한다.

북쪽 집 거실에는 카타쥐나 아가씨가 내일 딸의 세례식을 기다리는 친구에게 줄 흰 불라우스에 수를 놓고 있다. 앞서 등장한 서쪽 집의 테레사의 엄마가 친구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어쩌나. 밖에서는 강물이 범람하고 있고, 가족들은 곧 이 안락한 집을 떠나야만 한다.

1700년이 되기까지, 이 도시의 생활은 전처럼 윤택하지 못했다. 무역이 이전처럼 많은 이익을 주지 못했고, 전쟁도 도시를 봐주지 않았다. 스웨덴 군대가 쳐들어오는 바람에 성 외곽 지역이 불타 버려 다시 재건되지 않았다. 광장에서는 이따금 처형되는 사람들의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사람들의 일상은 이어졌다. 시간은 여전히 똑딱똑딱 흐른다. 1700년 6월의 어느 날, 오후 1시의 풍경이다.

동쪽 집 부엌이다. 이날은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인 하지. 성 얀 축일 행사가 있는 날이다. 슬라브 민족이 지켜오던 태양제와 기독교가 결합한 축제일인 성 얀 축일은 6월 12일에 행해진다. 이날 밤 젊은이들이 강가에 나와 꽃관을 띄우는데, 상류에서 여자가 띄운 꽃관을 하류에 있던 남자가 받으면 두 사람의 사랑이 맺어진다고 한다. 그야말로 로맨틱한 행사다. 위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여름이 짧기 때문에 하지제는 큰 축제다. 이 책에는 이런 식으로 배경이 되는 지역의 정치, 문화, 종교, 음식 등등... 여러가지를 간접경험할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참 꼼꼼한 작가님이시다.

북쪽 집 거실에서는 로스네르 씨네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좀 전에 친 한낮의 천둥 소리가 사람들의 기분을 더 사납게 만들었나보다. 두 사람들의 외동딸이 가난한 조각 장인과 사랑에 빠져, 자기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으면 집을 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부모님을 협박하였다. 로스네르 씨 부부는 오늘 두 연인이 성 얀 교회에 몰래 만나 비스와 강으로 꽃관을 띄우러 갈 거라는 사실을 모른다. 두 연인의 성 얀 축일이 이곳에서 지내는 마지막 밤이 될 것인지 몹시 궁금하다. 거실의 분위기와 부모님의 옷차림을 보건대 로스네르 씨네 집은 제법 부유한 편인가 보다. 가난한 조각 장인과 엘리자가 부디 행복하기를!!

남쪽 집 공방은 이제 시계방이 차려져 있다. 가장 위쪽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유심히 보자. 뒤에 다시 출연할 예정이다.^^

서쪽은 아이들 방이다. 앞의 장 그림에서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번 그림에서 아이들이 흠뻑 젖어 등장했다. 각각의 개성을 살리면서 연속성과 개연성을 계속 추구하는 작가님의 센스가 돋보인다. 아이는 연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내일은 영명축일.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지닌 가톨릭 성인의 축일을 기념하여 축하하는 날이다. 가톨릭에서는 이 날을 제2의 생일로 여긴다.

이후 백 년 동안, 비스와 강가의 이 아름다운 도시에는 겹겹의 불행이 찾아왔다. 스웨덴 군대가 다시 쳐들어 왔고, 아름다운 시청 건물과 함께 시계탑과 시내의 집들이 불에 탔다. 앞서 등장했던 시계 공방의 기술자의 후손이 다시 시계탑을 세우고 시계를 수리하지 않았을까.

도시에는 흑사병이 돌았고, 프러시아 사람들에게 점령되기도 했다. 도시는 가난해졌고, 어려운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구두 기술자는 구두를 만들고,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 몇백 년 동안 그랬듯이, 교회 앞에는 거지들이 앉아 있었고 뱃사람들은 강을 통해 바다로 목재를 날랐다.
그렇게 1800년이 되었다. 8월의 어느 날, 오후 5시다. 햇살이 가득한 여름의 늦은 오후 시간이다.

동쪽 집에서는 여전히 부엌 풍경이 보인다. 요리 중인 부인의 뒤로 낯익은 그림이 보이는데 누구 그림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튼 유명한 그림! 생강빵이 유명한 곳인 만큼, 아주머니는 저녁에 만들 생강빵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반죽에 들어갈 후추와 정향, 생강과 계피를 절굿공이로 잘게 부숴둔 터였다. 그릇들에 담긴 식재료들을 보는 것도 재미나다.

남쪽 집 공방은 모자 장인이 살고 있다. 까다로운 손님이 프랑스 패션 잡지에서 본 모자를 주문했고, 그 모자를 쓴 자신의 초상화를 외국에 나가 있는 약혼자에게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마틸다는 그 손님이 무척 부러웠지만, 12년 뒤 자신이 어떤 잘생긴 프랑스 장교와 사랑에 빠져 비스와 강변의 도시를 떠나, 죽을 때까지 지금은 알지도 못하는 언어로 말하며 살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아직 몰랐다. 당연하게도. 들고 있는 책 속에서 그 당시 유행하던 여러 패셔너블한 모자를 감상할 수 있다. 멋지구나!

서쪽 아이들 방에서 엄마가 정리를 하고 있다. 시골 할머니 댁에 간 아이들은 며칠 뒤 방학이 끝나기 전에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엄마는 아이들의 등교 준비를 도와주느라 바빠질 것이다. 엄마는 벽에 걸린 아이들의 초상화를 바라보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벽에 걸린 그림은 누군가의 사진을 붙인 것인데 작가님과 연관이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혹시 작가님 자신이거나 작가님의 아이들?

북쪽 거실에는 그틀리브 씨가 초대 손님과 만찬의 마무리를 즐기고 있다. 벽에는 100년 전에 제작된 시계가 걸려 있다. 위에서 보고 내려온 바로 그 시계다. 그야말로 골동품 시계다.
고틀리브 씨 부부는 손님에게 아직은 귀한 커피와 마지판(아몬드 간 것에 설탕과 장미유를 넣어서 만든 과자)을 디저트로 대접한다. 아주 귀한 설탕은 은으로 만든 함에 넣고 열쇠로 잠가 보관했는데 열쇠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 오늘 커피에는 설탕을 넣지 못했다. 이 열쇠는 뒤에 다시 등장한다. 잊지 말기를!

다음 100년 동안도 이 도시는 전쟁을 비켜가지 못했다. 나폴레옹의 군대가 들어왔고, 러시아의 군대도 지나갔다. 또 그뒤엔 프러시아 군대가 들어왔다. 이들에 의해 도시가 파괴되고 폴란드인과 독일인, 유대인이 뒤섞여 살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군인이 되었다. 그야말로 전쟁의 세기였다.

낡은 나무다리 대신 철로 만든 다리가 세워지고, 광장에는 이 도시를 세계에 알린 유명한 천문학자의 동상이 세워졌다. 코페르니쿠스를 말한다.

때는 1900년 10월,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의 저녁 8시 풍경이다. 가을비가 내렸고, 해가 져서 캄캄하다. 멀리서 전차 소리가 들려온다. 5년 뒤에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첫 자동차가 이 도시에도 등장할 것이다.

동쪽집 부엌에서는 가이스트 씨 가족이 저녁을 먹고 있다. 힘든 하루를 보낸 오늘, 저녁을 먹고 다들 일찍 잠들 생각이다. 이른 아침 아직 캄캄한 시간에 숲으로 버섯을 따러 갔다 온 것이다. 벌써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기에 올해 버섯을 따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따 온 버섯은 겨우내 비고스에도 넣고, 만두에도 넣고, 성탄절에 먹는 버섯 수프에도 넣는다. 이 도시의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이렇게 감상해 보는 것도 큰 재미다. 생강빵 이야기도 어김 없이 등장한다.

남쪽 공방은 사진가 지그문트 야코비의 작업실이다.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는 여인의 사진을 손질하고 있다. 수동 포샵질이라고 보면 된다. 아빠 앞에는 네 살짜리 딸 로테가 놀고 있다. 이 어린아이가 훗날 뉴욕에 살면서 아인슈타인과 샤갈의 사진을 찍는 유명한 사진작가 로테 야코비라는 걸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서쪽 아이들 방에는 유모가 아이들에게 안데르센의 '장난감 병정'을 읽어주고 있다. 큰오빠 타데우쉬는 벽장 속에 있는 상자에서 보았던, 납으로 된 장난감 병정을 생각하고 있다. 브루노 증조할아버지가 어렸을 적에 가지고 놀았던 것이다. 100년 전 서쪽 집에 살았던 그 아이가 브루노 맞다! 여기서 다시 등장한다. 브루노는 기병대 대장으로 참전했던 여러 전투 이야기를 들려주셨었다. 그만큼 군인이 많았던 도시, 전투가 많았던 도시의 역사 되겠다.

북쪽 집 거실에서는 식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눌 만한 시간대인 것이다. 힐다는 지난 6월에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가 버린 언니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 언니한테 편지가 와서 모두들 한시름 놓았다. 부모님은 벌써 언니를 용서하고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크리스마스쯤에는 집에서 결혼식이 열릴지도. 이곳의 문화는 집에서 결혼식을 여는구나... 짐작해 본다.

다음 백년 동안, 세상에는 두 차례 끔찍한 전쟁이 일어난다. 첫 번째 전쟁의 결과 광장에 폴란드 군대가 나타났다. 간판에 폴란드어가 등장하고, 아이들은 다시 폴란드어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도시는 크게 융성했고,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두 번째 전쟁이 일어나면서, 20년 동안 이 도시를 떠났던 독일인들이 다시 나타났다. 또다시 폴란드어 사용이 금지되고, 많은 폴란드인들이 독일로 끌려가거나 총살형에 처해졌다.
전쟁이 잦아들자 이전에 살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거나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왔다.
새로운 구역과 도로와 광장은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가끔은 시위대의 함성 소리도 들려왔지만.

그렇게 2000년이 되었다. 12월 31일, 자정. 이제 새로운 세기와 새천년이 열릴 것이다. 추운 날씨임에도 광장에는 새해를 맞이하는 축제가 벌어졌다. 하늘도 축복하는지 흰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동쪽 집 부엌은 식사를 준비했던 흔적이 가득하다. 미처 치우지 못하고 광장의 축제에 나갔나보다.
잘 발라 먹은 생선 요리가 보인다. 앗, 이 생선은! 바로 앞에 앞에서도 등장했던 그 물고기다. 얼음낚시로 잡혀서 도마 위에 토막이 나 있던 그 생선이, 이제는 누군가의 맛좋은 식사 후의 모습으로 변해 있다. 이렇듯 정교하게 연출된 시간의 흐름이라니!

남쪽 공방은 그림책을 만드는 화가의 작업실이다. 그런데 작업대 위에 놓여있는 그림책의 표지가 낯익다. 이 책의 저자 이보나의 '파란막대' 책이 아닌가! 아핫, 이 작업실은 작가님의 작업실 되겠다. 벽에 걸린 사진도 아마 본인 사진? 접시 위의 비스킷과 차가 담긴 잔, 서랍 위의 책들도 모두 정겹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들은 나처럼 먼 나라의 전혀 모르는 독자들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작가님도 아직 모르던 시절의 이야기!

서쪽 아이들 방에는 카츠페렉이 오늘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아빠 때문에 무척 기뻐하고 있다. 아빠는 오늘 하루 종일 카츠페렉과 함께 종이 극장을 세워 놓고 놀았다. 종이로 새 주인공들과 옷들과 가구도 만들었따. 옛날에 증조할머니도 이 극장을 가지고 놀았고, 할머니도 엄마도 종이를 오려 주인공을 만들어서는 인형극을 하며 놀았다. 얼라, 그렇다면 이 극장놀이는 이 책의 소재이자 이야기 속 이야기가 아닌가! 역시나 정교하고 섬세한 이보나 작가님이시다.

북쪽 집은 이제 호텔의 거실이 되었다. 외국인 둘이 외출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두 사람은 호텔 앞에서 아주 오래된 것 같은 작은 은색 열쇠를 주웠다. 이 열쇠란 200년 전에 잃어버렸던 바로 그 설탕 상자의 열쇠가 아닌가!

무려 600년에 걸쳐서, 네 방향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아침부터 밤까지의 시간을 다뤘다. 그 사이에 사계절도 지나갔다.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삶이 여과 없이 보여졌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도 이런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할 것이다. 여전히 희노애락에 찬, 똑같고도 다른 사람들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상들이 말이다.

누구에게난 공평하지만, 누구에게나 참 다르게 다가가는 그 시간, 시간, 시간들. 작품은 600년이라는 시간을 거쳐오면서 여러 사건과 인문들을 종으로 횡으로 가르고 나누고 합하면서 큰 줄기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마치 퍼즐조각 맞추듯이 이어지는 이야기의 힘이 세다. 천천히, 꼼꼼하게 읽을수록 더 즐거워지는 책이다. 읽을 때마다 더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종합 선물 세트 같다. 아름답고 근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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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9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9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9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12-2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대단한 작가라고 책을 볼때마다 경탄합니다!

마노아 2012-12-29 01:24   좋아요 0 | URL
여태껏 보았던 중에서 이 책이 가장 대단해 보여요.
포토리뷰는 별점을 줄 수가 없어서 아쉬워요. 별다섯은 너끈히 줘야 마땅한 책인데 말이지요.^^

자하(紫霞) 2012-12-2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보니 자연스레 이보나여사가 떠오르네요.
섬세함이 느껴져요.
이 책은 전에 못 본 책인데 마노아님 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네요~^^

마노아 2012-12-30 00:36   좋아요 0 | URL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한 이보나 여사님이세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체는 아니지만, 글과 그림과 창조성의 조합은 아주 근사하네요.
읽는 재미가 아주 컸어요.^^
 
흑집사 15
야나 토보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흑집사라면 표지부터 감상하는 게 순서!

 

 

겉표지를 벗겨내면 패러디 속표지를 보는 재미가 이 책을 감상하는 첫걸음이다.

흑집사가 흑기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 컷에선 항상 '개그'가 존재한다. 작가님의 끝없는 유머 감각과 상상력에 경의를!!!

 

 

내지 컬러 표지는 몇 개의 색만 쓰는 특징이 있다.  시엘이 잠입한 기숙 학교에는 네 개의 기숙사가 있고 각각 다른 색깔로 분류되기 때문에 몇몇 색을 더 쓸줄 알았는데, 평상시처럼 두가지 색만 잡아놨다. 그린과 퍼플이 살짝 아쉽다.

 

선상 좀비 사건을 해결하자마자 명문 귀족 자제들만이 다니는 기숙학교에 잠입하게 된 시엘과 세바스찬. 여왕이 찾아달라고 한 학생을 만나기 위해선 선배들의 눈에 띄어 그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가야만 했다. 나름 애교 작전도 피우고, 세바스찬을 200% 활용하는 시엘 덕분에 우리의 흑집사는 오늘도 무지하게 바빠주신다.

 

 

이렇게 유능한 집사가 있는 줄 모르는 선배들이야 시엘의 놀라운 실력에 감탄할 수밖에. 그러나 이렇게 누군가 승승장구하는 것을 못 보아 넘기는 캐릭터가 꼭 있는 법! 시엘은 함정에 빠져서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날렸을 뿐 아니라 제법 고초를 당한다. 그러나 또 거기서 멈출 시엘이 아니고, 그걸 내비둘 흑집사가 아니지 않은가. 시엘이 두번째 꺼내든 카드는 모처럼 등장하는 반가운 캐릭터! 역시 유머의 한축을 담당하는 아주 바람직한 인물의 등장 되시겠다.

 

 

남자만 들어갈 수 있는 기숙학교인데, 이것이것... 뭔가 므훗한 분위기가 연상될~ 뻔했다. 악마가 변장하고 사감 선생님이 되었는데, 어느 인간인들 그 친절함과 상냥함에 반하지 않으리. 입장을 바꾸어 천사가 저 자리에 서 있다면, 어째 고리타분하거나 깐깐한 사감 선생님이지 않을까, 나름의 선입견을 펼쳐 본다.^^

 

하나의 사건을 마무리 짓고, 다음 도약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었는데, 또다시 뭔가에 부딪히고 만다. 자, 이제 두번째 걸음은 어떻게 내달릴 것인가? 다음 편을 기대해 보자.

 

마지막에 보너스 컷이 있다. 기숙 학교를 배경으로 그리기 위해서 자료 조사를 하던 작가님은 그야말로 깜놀하고 말았으니... 여러 매체에서 보곤 하던 '설정'들이 정말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펄럭거리는 코트도 입고, 기숙사를 색깔로 구분하는 것 말이다. 어째 해리포터가 생각난다.

 

 

옷감의 종류와 무늬와 색깔까지도 섬세히 구분해 놓은 작가님의 설정 노트. 아, 정말 꼼꼼한 성격이다. 이러니 깨알같은 재미가 가득한 작품이 나올 수 있나 보다. 작가님 다음 편도 기대하겠습니다. 세바스찬 많이 나오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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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2-12-28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편부터 다시 흑집사를 사고 있답니다~~ 랄랄라~ 좋아요~

마노아 2012-12-28 21:42   좋아요 0 | URL
출간 소식 들리면 가슴이 왈랑거려요. 이렇게 매력적인 집사를 어디서 또 보나요.^^

마녀고양이 2012-12-29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미 당근 샀습니다... 그리고 당근 껍데기부터 벗겼지요.. 아핫.

마노아님, 고운 일 담뿍 누리는 새해 맞이하셔염~ ^^

마노아 2012-12-30 00:38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 이름 바뀐 것을 최근에 알았어요. 제가 서재 근황에 너무 눈이 어두웠네요.
이 책 재밌지요. 애니도 좋았어요. 빨리 다음 권 나왔으면 좋겠어요~

달여우님도 새해 복 가득 받으시고요, 우리 건강한 2013년 열어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