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사은품] 애니북스 캘린더 2013
알라딘 이벤트 / 2012년 12월
평점 :
별도증정


1월은 신과 함께, 2월은 고우영 십팔사략. 아주 작은 크기여서 달력으로 쓰기엔 부족하고 그림 감상용으로 사용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안녕, 친구야 웅진 우리그림책 21
강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3년 1월
장바구니담기


하얀 눈이 내리는 깜깜한 밤, 혼자 자다 잠이 깬 아이는 엄마 아빠의 방으로 가려다가 그만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고 말았다.
아무리 크게 울어도 엄마 아빠는 깨지 않았고, 아이는 약이 올라 더 크게 울었다.
그때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는 게 아닌가.
"그만 울어. 네가 그렇게 울면 사람들이 우리가 우는 줄 알고 싫어한단 말이야."
세상에, 말을 걸어오는 이는 아기 고양이였다.
"네가 울면 이 근처에 고양이가 올 수 없잖아."
고양이는 어쩐지 영물같아서, 말을 한다고 해도 그닥 이상해 보이지를 않는다.
아무도 보는 이 없으면 어린 아이에게 말쯤은 걸어줄 것 같은 존재다.
아기 고양이는 자신이 집을 찾는 중인데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아이는 옷을 입고 조심스레 밖으로 나왔다.
고양이를 따라 눈 쌓인 담장 위를 걸어가는 아이의 상기된 볼이 귀엽기만 하다.
대단한 모험을 향해 떠나는 힘찬 첫걸음처럼 보인다.

아이는 고양이가 높은 곳에 올라가면 덩달아 높은 곳에 올라갔고, 고양이가 지붕 위를 팔짝팔짝 뛰어다니면 역시 그 뒤를 따라 뛰어다녔다. 어느새 엄지발가락이 아픈 것은 까맣게 잊게 되었다.
고양이는 놀다 보니까 너무 멀리 나와 버려서 집을 못 찾게 되었다고 했다.
집이 어떻게 생겼냐고 묻자 아늑하다고 했다.
비를 피할 수 있었고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바닥이 있다고.
그야말로 안빈낙도를 연상시키는 집이 아닌가.
고양이다운 의연함이 보인다. 도도하고 당당한...
둘은 한참을 걸었다. 아이는 점점 힘들어졌고, 발가락도 다시 아픈 것만 같았다.
아이는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 안 나냐고 재차 물었다.
고양이의 대답이 짠하다.
"엄마 아빠가 있었어."
결국 고양이는 엄마 아빠를 찾는 중이었다.
아늑했던 집은 엄마 아빠가 계셨기 때문에 완성될 수 있는 따뜻한 곳이었다.

좁은 골목에선 무섭게 생긴 커다란 개가 지나가는 둘을 보고 으르렁거렸다.
큰 개는 화가 난 것처럼 짖어댔고, 고양이는 겁에 질려 한달음에 도망쳤다.
더불어 도망치던 아이는 아까 그 개한테 고양이의 엄마 아빠를 본 적이 있는지 묻기로 했다.
고양이에 대해 개에게 묻는 아이가 개는 황당하기만 했다.
왜 고양이가 싫으냐는 질문에 개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다른 개들도 그렇게 하기 때문이란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다.
아이다운 순진한 질문인데, 정말로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개와 고양이가 앙숙이라는 것은 어쩌면 선입견일까? 아니면 경험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막다른 골목에서는 아기 고양이가 무서워 벌벌 떠는 생쥐를 만났다.
생쥐는 고양이에 대해서 자신에게 묻는 것에 역시 황당해했다.
아이에겐 역시 의문투성이일 것이다. 그렇지만 고양이와 생쥐는 가까이하기엔 좀 먼 사이이지.
그리고 세번째로 마주친 것은 똑같은 고양이지만 무척 경계심이 강하고, 그래서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검은 고양이였다.
모두들 아기 고양이의 부모를 보지 못했지만, 또 그들은 왜 서로 으르렁거리는지도 설명하지 못했다.
그냥 그래왔으니까, 그래야 할 것 같아서가 대답의 전부였다.
당연하지 않은데도 당연히 발톱을 세우고 산 그런 관계가, 이곳에만 있을까.

아이와 고양이는 한참을 걸어갔다.
밤은 점점 깊어지고 눈은 점점 많이 쌓였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고양이의 집을 찾을 수 없었다.
고양이와 아이는 조금씩 지쳐갔다.
그리고 갈림길을 만났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둘은 구멍가게 앞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 쉬었다.
구멍가게의 이름이 은총이다. 강풀 작가의 아기 태명으로 보인다.^^
쉬면서 고양이는 아이에게 아까 왜 울었냐고 물었다.
아이는 오늘 처음으로 자기 방이 생겼고, 그래서 혼자서 자다가 깨보니 무서웠다고 했다.
안방을 가려다가 문지방에 엄지발가락을 찧었다고...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가는 짧은 길에서 그만 울었던 거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아기 고양이가 더 의연하고 의젓해 보인다.
인간보다 훨씬 용감한 동물의 본능아닐까.
내가 혼자서 잠을 잔 것은 다 큰 어른이 되어서였지만, 나도 그날은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한밤중에 깨어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자신이 울어도 깨지 않는 엄마 아빠가 야속했을 마음이 잘 그려진다.

눈위의 발자국은 점점 새로 내린 눈에 묻혀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더 버티다가는 아이마저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을 것만 같았다.
아기 고양이는 결정을 내렸다.
아이에게 그만 돌아가라고 한 것이다. 자신은 좀 더 멀리 가보겠다고.
아이는 더 도와주고 싶었지만 고양이는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용기가 생긴 것은 아이 덕분이었다.
무서워하던 개와 고양이, 심지어 나를 무서워하는 쥐와도 얘기를 해본 경험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말을 걸면서 집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새로운 한발자국을 내딛을 준비를 갖춘 것이다.
둘의 우정이 극대화되는 장면을 클로즈업 한 그림이다.
어두운 게 아니라 보라빛으로 물든 하늘이 예쁘다.
아이와 고양이에게서 나오는 얕은 입김도 따뜻하게만 보인다.

아이를 혼자 보내자니 걱정이 되었던 고양이는 다시 왔던 길을 따라가줄까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젓한 고양이를 보며 용기를 얻은 아이는 자신도 혼자 가보겠다고 말한다.
고양이는 만약 집을 못 찾으면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말했다.
그 집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말해주는 상대가 있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진심으로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둘은 작별 인사를 나눴다.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 친구들.
왼쪽으로는 아이의 발자국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고양이의 발자국이 이어진다.
"안녕."
"안녕."


아이는 혼자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길 위의 발자국은 눈에 덮여 보이지 않았고, 아니는 돌아가는 길이 헷갈렸다.
그렇지만 집을 잃을 걱정은 없다.
아까 지나치면서 만났던 친구들이 아이에게 길을 안내해 준 것이다.
잔뜩 털을 세우며 센 척했던 검은 고양이가, 오들오들 떨던 생쥐가, 그리고 으르렁거렸던 큰 개가 아이가 가는 길을 가리켜주었다.
아이는 다시 고양이를 만나면 자기네 집을 알려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끝까지 친구를 챙겨주는 마음이 곱기만 하다.
아까는 황당해했던 큰 개가 고양이가 먼저 말을 걸면 생각해 보겠다고 한발 뒤로 뺀다.
하하핫, 아이에게 그런 것처럼 고양이에게도 똑같이 말을 걸어주면 되는 거지.^^

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창문을 넘다가 창문턱에 또 발가락을 찧고 말았지만 아이는 울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계신 안락한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제 무서울 것도 서러울 것도 없다.
아이는 한밤 사이 한뼘씩 성장했고 용감해졌다.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잠이 든 예쁜 아이.
아이의 편안한 잠과 부모님의 보호가 마음을 벅차오르게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참으로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

창밖에는 고양이 가족이 보인다. 엄마 아빠를 모두 찾았나보다.
흐뭇한 미소가 내 눈에도 흐뭇해 보인다.
다시 이들이 친구 사이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양이들을 키우며, 고양이 사진 찍어 트윗에 올리는 것을 낙으로 삼던 강풀 작가.
아기 아빠가 된지 며칠 지나지 않았다.
본명은 은총이 아니니 아마도 태명으로 보인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그렇게 동화책을 남겨준 아버지라니,
아이에게 이보다 멋진 선물이 또 있을까.

책의 앞뒤 표지 안쪽 그림이다.
첫 그림은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이고, 끝 끄림은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난 뒤의 장면이다.
눈이 가득 쌓이고 있던 밤 풍경이 해가 떠오르는 여명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색감 차이는 물론, 온도 차이까지 느껴지는 그림이다.
아직도 그림 못 그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강풀 작가지만 내 보기엔 참 좋은 그림이다.
본인만의 스타일을 잡았고, 섬세함과 정교함을 넘어서는 따뜻함이 무엇보다도 좋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두번째 읽을 때 더 좋은 그림책이기도 하다.
안녕, 친구야.
독자들에게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는 강풀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해 본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란곰 2013-01-3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강풀씨의 작품이 별로 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작품성도 높아지고 개념만화가의 길을 걷는 것 같아 구입도 하고 추천도 해요^^ 이번 영화도 너무 좋았구요. 위 그림책도 구입했는데 소리내서 읽으면 더 좋더라구요^^

마노아 2013-01-31 11:57   좋아요 0 | URL
소리내서 읽는 것 저도 추천이요. 아, 상상으로도 정겨운 걸요.
강풀작가님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어요. 개념 작가에 상상력도 좋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인간미가 있어요.
어휴, 완소 작가님이에요.^^

아무개 2013-01-3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트윗을 안해서 어디선가 언뜻 본 강풀님 고양이가 요 그림속 고양이와 비슷한것 같던데...
갑자기 집에 있는 우리 고냥씨들이 마구 보고프네요.

마노아 2013-01-31 11:58   좋아요 0 | URL
우헤헷,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걸요. 일부러 모델 삼아 그렸을지도 몰라요.
저는 예전에 고양이가 무서웠는데 요새는 그래도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순오기 2013-01-3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곧 아빠가 되는 강풀 작가님, 멋진 아빠가 되겠지요~ 축하축하!!
이 그림책 나도 찜했어요~ 아직 장바구니 결제는 못했지만.^^

마노아 2013-01-31 16:10   좋아요 0 | URL
이미 예쁜 딸이 태어났어요. 딸바보로 출산 전부터 등극해버렸지 뭐예요.
저도 사려고 찜해놨는데 언니가 먼저 구입해서 같이 읽었어요.^^

순오기 2013-02-01 00:17   좋아요 0 | URL
오~ 강풀 작가님, 벌써 딸바보가 되셨군요.^^

마노아 2013-02-04 01:06   좋아요 0 | URL
듬직한 딸바보랍니다. 거구와 대조되는 자그마한 아이가 잘 어울려요.^^

BRINY 2013-02-06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고양이 키우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에고..여기서 또 고양이를 보네요.

마노아 2013-02-07 00:58   좋아요 0 | URL
으하핫, 사방에서 유혹을 하고 있군요.^^ㅎㅎㅎ
 
피아노의 숲 22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지노 선생님이 처음으로 표지에 등장했다. 젊었을 적, 한참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릴 때의 모습이다. 수채화 느낌의 컬러 그림이 벚꽃도 떠오르게 하고, 따스한 봄빛도 느끼게 한다.

 

겉표지를 벗겨 내니 안에 살구색 빛깔을 가진 숲이 보인다. 카이가 늘 마음의 안정을 찾곤 하던 피아노의 숲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언론들은 재빠르게 카이의 뒷조사를 시작했다. 숲의 가장자리 인사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카이를 보호했지만 누군가는 극적인 장면을 영상으로 옮겼다. 그리고 곧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아직 후폭풍은 들어차지 않았지만 카이의 연주 순서가 되었을 때엔 그것들이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 팡 웨이의 스캔들과 함께 카이의 스캔들 역시 맞장을 뜨지 않을까.

 

 

파이널 셋째날 등장한 연주자들이나. 왼쪽의 여성은 아르헨티나에서 왔다. 흑백 그림인데도 정열의 남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오른쪽은 미국의 연주자인데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오케스트라는 물론 청중까지도 잔뜩 경직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주 독특한 연주 세계를 갖고 있어서 골수 팬도 갖고 있는 인사다. 쇠라의 점묘화와 르누아르의 유화같은 연주란 대체 어떤 느낌일까? 독자는 그저 그림을 통해서 그의 기이한 음악 세계를 상상해 볼 뿐이다.

 

앞서서 슈우헤이와 무척 긴장감을 높여놓았지만 오랜 라이벌은 오랜 우정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이제 슈우헤이는 카이의 가장 든든한 원군이다. 카이를 통해서 슈우헤이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조금은 독립할 기미가 보인다. 그리고 슈우헤이의 아버지 역시 아지노 선생님을 통해 더 넓은 무대를, 더 큰 세계를, 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눈앞의 경쟁자만 볼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음악의 세계로 풍덩 빠지기를...

 

 

슈우헤이가 알려줬다. '폴란드'라는 이름의 유래가 '평지의 백성'이라는 것. 쇼팽은 평지의 사람이었다고. 섬나라에서 온 카이에게 이 말은 꽤 충격이었나보다. 그 땅의 생김새와 성격이 그 땅에 살았던 사람의 음악에도 분명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드넓은 평지를 떠올리며 자신이 늘 평안을 추구했던 피아노의 숲을 더 크게 확장시켜서 느껴보는 카이의 모습이다. 끝없이 뻗어나가는 느낌이 그림에서 지면을 뚫고 나갈 것만 같다. 이런 그림들이 매번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이시키 마코토의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성격의 그림이 결코 아니건만, 그가 그려내는 작품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고, 그거면 독자는 충분히 고마운 일!

 

드디어 파이널 무대. 카이가 출전하고 팡웨이도 출전하는 날이다. 어느 정도 심술궂은 팡 웨이를 상대로 카이는 어떤 무대를 펼쳐낼지 무척 궁금하다. 자신의 피아노만이 아지노 선생님을 계승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 팡 웨이다. 그가 아지노를 맞닥뜨렸을 때 받았을 심장의 충격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도 눈앞의 경쟁 상대뿐 아니라 더 넓은 무대를 품었으면 한다. 그것이 아지노의 음악을 계승하는 더 온전한 길이라는 것을 부디 깨닫기를...

 

콩쿠르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점점 더 긴장과 기대감이 고조된다. 다음 편도 부탁한다, 이찌노세 카이!

 

덧글) 15쪽에 오타가 있다. 클래식이랑는 >>> 클래식이랑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OCUS 과학

제 1789 호/2013-01-28

동상 응급처치, 잘못된 상식은?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동요의 노랫말처럼 집 밖에만 나가면 순식간에 손과 발이 꽁꽁 어는 겨울이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동상(凍傷)’이다. 특히 겨울 레포츠가 인기인 요즘,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다 동상에 걸리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두꺼운 옷을 입고 활동하다보면 땀을 흘리게 되고 눈에 넘어지면 옷이 젖게 되는데, 이대로 스피드를 즐기다 보면 찬바람을 더욱 거세게 맞아 순식간에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 동상의 진료인원 추이를 분석한 결과, 연중 평균기온이 가장 낮은 1월에 집중(44.6%)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7년 4,665명에서 2011년 1만 8,678명으로 5년간 1만 4,013명이 증가(300.4%)했다. 연령별로는 2011년을 기준으로 10대가 23.5%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어 20대가 21.1%로 10~20대가 44.6%를 차지했다.

동상이란 추위로 조직이 열면서 혈관이 수축해 혈액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받지 못한 세포가 질식 상태에 빠지면서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손, 발, 귀와 같이 외부로의 노출이 가장 많은 말초기관에서 많이 발생한다. 우리 몸은 추위를 느끼면 추위를 이기기 위해 혈관을 확장시켜 온몸 구석구석으로 혈액을 보낸다. 이 때문에 추위에 노출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열이 나면서 발이나 코끝, 볼 등이 발개지는 것이다.

하지만 노출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 몸은 반대로 혈관을 수축시켜 손끝과 발끝으로는 혈액을 보내지 않는다. 모든 세포를 살릴 수 없다면 손끝과 발끝을 포기해 나머지를 살리겠다는 자구책이다. 설상가상으로 손끝과 발끝의 조직액(조직과 세포 사이를 채우고 있는 액)은 가장 먼저 얼게 된다. 이에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면서 모세혈관을 이루는 세포가 탈수로 괴사해 혈액이 차단된다. 이 때문에 동상에 걸리면 손상 부위가 차갑고 창백해지면 저리거나 감각이 저하되는 느낌을 받는다. 또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수포가 발생하기도 한다.

동상은 심한 경우 손상부위의 절단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심한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손상부위가 하얗게 변하면서 감각이 없어지면 우선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 섭씨 38~42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붉은 기가 돌아올 때까지 20~40분간 담가두는 것이 좋다. 이 때 물의 온도가 중요하다. 동상을 치료하는 기본 원리는 수축된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고 조직과 세포의 결빙을 풀어주는 것이다. 38℃이하에서는 언 부위가 잘 녹지 않고 43℃ 이상의 뜨거운 물에서는 오히려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동상 부위는 감각이 둔하기 때문에 너무 뜨거우면 자신도 모르게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물의 온도는 팔꿈치를 담갔을 때 불편하지 않은 정도가 적당하다. 당장 따뜻한 물을 구할 수 없다면 동상 부위를 겨드랑이로 감싸는 등 체온을 이용해서라도 따뜻하게 해주는 게 좋다.

하지만 동상 치료에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추위에 대응하는 우리의 ‘상식’이다. 추울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으로 온 몸을 문지르고 주무르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는 몸에 열을 내는 효과가 있지만 동상 부위는 얼음 결정이 세포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피해야 할 행동 중 하나다. 또 언 부위를 빨리 녹이겠다는 생각으로 히터 등 난방기구에 손상부위를 가까이 대면 오히려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춥다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행동도 동상에는 피해야 할 행동들이다. 평상시 술을 마시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열이 나지만 동상에 걸렸을 때는 오히려 확장된 혈관이 체내 열을 방출시켜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다. 담배는 수축된 혈관을 더욱 수축시켜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그렇다면 동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손과 귀, 발과 같이 항상 노출되는 신체부위는 늘 따뜻하게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흡연 등으로 혈관이 수축되는 상황이 많을수록, 또 손발이 유독 찬 사람일수록 동상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탈 때는 여벌옷을 준비해 젖은 옷이나 양말을 자주 갈아 신어야 한다. 휴식을 취할 때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움직이거나 가벼운 마사지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동창도 조심하세요~.
‘동창(凍瘡)’은 동상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더 흔하게 발생한다. 실외에 있을 때 피부가 빨개졌다가 실내로 들어오면 후끈거리면서 간질간질해 지는 것이 주요 증상으로, 기온이 0℃ 안팎의 비교적 심하지 않은 추위에 생긴다. 상대적으로 추위에 예민한 사람의 경우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심해지면 혈관이 손상되면서 염증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 때 세균이 들어가면 궤양을 일으키기도 한다. 겨울철 한두 번 정도 동창을 겪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매해 반복되거나 빈도가 잦아진다면 피부과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증상이 반복되면 손상 부위에 감각이 없어지면서 물집이나 습진 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탄환의 심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6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무척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그 후속편이다. 전편에서 총상을 입은 마이클 할러 변호사는 약물 중독으로 재활원까지 다녀왔고 1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인연은 현재 사건이 진행되는 2007년으로부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사였던 제리 빈센트는 미키에게 보기 좋게 당한 뒤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새출발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어서 검사 시절보다 더 잘 나가게 되었다. 둘은 앙숙으로 남지 않고 윈윈 전략을 구사해서 서로에게 일이 생기면 상대의 일을 다 넘겨받는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15년의 점프. 미키는 슬슬 일로 돌아가고 싶지만 몸과 마음이 아직 덜 깨어서 초조해 하던 참이었다. 뜻밖에도 빈센트의 살해 소식이 들려오고, 그 바람에 그가 맡고 있던 의뢰가 전부 미키에게 넘어온다. 서른 건이 넘는 사건들이었고, 그 중에는 초유명 인사인 월터 엘리엇의 사건도 포함되어 있었다. 엄청난 수임료가 걸려 있는 이 사건은 미키가 돌아왔다는 것을 화려하게 장식해줄 이슈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큰 돈이 걸려 있는 재판이란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큰 법이다. 제리 빈센트가 그 사건을 맡고 있다가 살해를 당한 것이 그 증거였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사건을 더 재미있게 만들었던 것은 또 다른 등장인물 때문이었다. 해리 보슈. 최고의 강력계 베테랑 형사 해리 보슈는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또 다른 유명한 주인공이었다. 마이클 코넬리 시리즈를 보면 해리 보슈 시리즈가 무척 많다. 이 책의 뒷날개에 소개된 책만 해도 열권이다. 그 해리 보슈가 빈센트 살해 사건을 파헤치느라 마이클 할러와 마주쳤다.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서로의 영역을 넘봤다는 신경전마저도 보인다. 미키는 해리 보슈의 움직임이 어쩐지 낯익었다. 혹시 우리가 전에 본 적 있냐는 질문에 보슈는 그럴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가 같은 사건을 다뤘다면, 당신이 날 잊었을 리가 없겠지."

 

아, 이 짧은 대답이 왜 이렇게 섹시해 보이는지. 해리 보슈 시리즈를 전에 본 적이 없는데, 이 문장 때문에 그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다. 혹시 꼭 시리즈 순서대로 봐야 하는 게 아니라면 가장 재미있는 해리 보슈 시리즈 추천 바란다.

 

마이클 할러는 다시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라는 명성 답게 일단 운전사를 확보했고, 차 안을 사무실처럼 활용하는 기존 습관도 유지했다. 쉬고 있던 일년 동안에 감각은 조금 무뎌졌지만 본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재판이 진행되고 배심원을 확보하고, 의뢰인을 설득하고 적절히 협박도 하고, 또 이러저러한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작품은 천천히 달아오른다. 548쪽에 달하는 꽤 긴 이야기인데 전작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보다는 상승세가 가파르지 않았지만 충분히 다음, 그리고 또 다음이 궁금해져서 애를 타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경찰도 거짓말을 하고, 변호사도 거짓말을 하고, 증인도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도 거짓말을 한다.

재판은 거짓말 경연장이다. 법정 안의 모든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판사도 알고, 심지어 배심원도 안다. 그들은 법원 건물 안에 들어설 때부터 앞으로 거짓말을 듣게 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들이 정해진 자리에 앉는 것은 거짓말을 듣겠다는 동의와 같다.

피고 측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인내심을 갖는 것이 요령이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 그냥 아무 거짓말이나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이쪽에서 꽉 움켜쥐고 뜨거운 쇠처럼 잘 벼려서 날카로운 칼로 만들 수 있는 거짓말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만든 칼로 사건을 찢어발겨 내장을 바닥에 쏟아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칼을 벼리는 것. 날카롭게 다듬는 것. 자비심도 양심도 없이 그 칼을 휘두르는 것. 모두 거짓말을 하는 곳에서 진실이 되는 것. -11쪽

 

작품의 첫 장을 옮겨보았다. 매력적인 시작이다. 그리고 저 거짓말들이 작품 전체에 걸쳐서 퍼져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누가 누구를 속이는지는 끝까지 읽어봐야만 다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재판이 끝나고 누군가가 또 죽고 나서도 진실은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의 마지막 장까지 다 봐야만 모두 파악할 수 있다. 끈기 있고 인내심도 큰, 그리고 저력 있는 작가 마이클 할러의 솜씨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서 미키는 그야말로 탐욕적인 변호사였다. 그는 돈이 되는 사건이라면 가차 없이 달려들었고, 양심의 가책 따위는 자동차에 끼워져 있는 광고 문구보다도 하찮게 여겼다. 그러나 큰 사건을 겪고, 가족의 위협을 몸소 체험하고, 또 전처와의 재결합까지도 꿈꿀 만큼 인생이 잘 풀려갈 무렵, 한순간에 모든 것을 다 잃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이 뿌린 씨앗을 보았고 본인의 책임도 통감했다. 그리고 힘든 재활의 시간. 그는 많이 반성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돈냄새 잘 맡는, 성공을 향한 촉각이 곤두선 그런 변호사였지만 확실히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 보인다. 전처와는 더 벌어졌지만 한걸음씩 조심스런 발걸음을 내딛으려 했고, 그 조그만 진전에 감사하고 만족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보기 좋은 변화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미키이다 보니 해리 보슈의 역할은 크지 않았지만, 마지막의 반전은 그가 담당해내었다. 아, 이렇게 엮이는구나. 종종 언급되는 미키의 아버지가 변호사 시절 활약했던 이야기는 시리즈에 없는지 모르겠다.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겠지만 그쪽도 꽤 재밌을 것 같다.

 

우리와는 많이 다른 사법 체계이지만 어찌 됐든 법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법망을 아주 잘 피해가는 사람들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아주 많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제목처럼 탄환의 심판, 총알 평결이 따라가기도 한다. 그러니까 정의의 실현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직접 평결을 내리는 거리의 사람들의 심판 말이다. 당연히 옳지 않은데, 간혹 박수를 보내고 싶을 때도 있다는 것을 부인 못하겠다. 영화 잭 리처에서 탐 크루즈가 멋졌던 게 그런 거였다. 그는 심판해야 할 대상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고, 그 바람에 자신의 자유를 포기했다. 물론 잭 리처쯤 되는 사람들이나 가능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책 표지를 다시 들여다 본다.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이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한 손에는 정의의 검을 들고 있다. 이 여신상이 상징하는 것처럼 이 땅의 법이 제발 공정하고 부디 정의롭기를, 부질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말도 안 되는 사면권이나 남발하지 말고......

 

덧글) 341쪽 피해를 입일지 >>>입힐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