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칸타빌레 6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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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는 사람을 무척 부러워했다. 특히나 그가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그 부러움은 가파른 질투를 동반해서 늘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살리에르의 심정이 되고는 했다. 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는 좀 덜해졌지만, 여전히 잘 짜여진 그의 글을 볼 때면 부럽고 부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을 또 아주 부러워한다. 악기 잘 다루는 사람도 부럽지만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갑이라고 여긴다. 그렇지만 내가 워낙 노래를 못하는 사람이니 여기엔 선망의 감정이 대부분이다. 만약 내가 음악에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고, 재주가 있다면 그 감정은 역시 살리에르를 닮아갔을 것이다.

 

여기 이곳, 노다메의 학교에서도 그런 학생들이 있다. 치아키처럼 외모 되고, 집안 되고, 무엇보다도 음악으로도 탑인 사람이 있다면.... 아아, 여자라면 사랑에 빠지고 남자라면 배가 아플 것이다. 치아키 뿐아니라 노다메도 그렇다. 노다메는 정말 빼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 재능의 값어치를 크게 매기지를 않는다. 음악으로 더 크게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학을 마치면 유치원 교사를 하고 싶다고 하니, 그녀의 음악을 아끼는 사람으로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치아키가 제일 그랬다. 재능도 빼어나고, 또 남의 재능도 알아볼 줄 알고, 얼마든지 집안의 지원도 가능한 입장이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비행기와 배를 탈 수 없다는 거다. 대륙이라면 모를까. 섬나라 일본에서 살고 있는 치아키는 아무리 애를 써도 유럽으로 날아갈 수가 없다. 일본 안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라며 자위해 보지만 마음이 무너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자신과 달리 '안 가는' 노다메가 답답한 것은 당연한 일! 물론, 두 사람 모두 결국엔 유럽행 비행기를 타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이다.

 

그리고 치아키는 이곳에서 새로이 오케스트라를 만들기로 했다. 뜻있는 학생들이 모여서 합류하게 되었는데, 바이올린에 새롭게 올인하게 된 미네 역시 A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실력을 입증해 보이면서 이곳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로가 건강한 라이벌이 되면서 함께 성장해가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팀파니 연주자 마스미의 졸업 시험도 극적이었다. 연주 당일에 반주자가 급성맹장염으로 병원에 실려 갔고, 급하게 반주자를 구하는 게 어려웠다. 곡도 생소하고 난이도도 있어서 연주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럴 때에 치아키의 매력이 더 커진다. 아무도 모르던 곡을 혼자 들어보았고, 학내 탑인 실력을 바탕으로 한 시간 맞춰보고 바로 연주회를 치렀다. 마스미도 투혼을 실어 연주를 해냈고, 그렇게 치아키의 새 오케스트라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맹목적 치아키 사랑에 나름의 열매를 맺었달까.

 

치아키의 외갓댁에서 있었던 노다메의 피아노 연주와 치아키의 바이올린 협주도 아름다웠다. 불과 5년 전에는 그렇게 가족 음악회를 여는 것이 생소하지 않았던 집안이라니, 역시 부럽고 부럽다. 이 얼마나 근사한 풍경인가. 하다 못해 멜로디언과 캐스터넷츠라도 동원해서 가족 음악회를 열 수 있다면 좋겠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조카들을 동원해서 그렇게 미니 음악회를 연다면 좋겠다. 세현군이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말이다. 중학생 되면 시켜도 안 할 테니...;;;;;

 

여하튼, 이 책은 세현군도 읽힐 생각이다. 근데 이 녀석이 게임은 즐기면서 만화책에 별로 흥미를 못 갖네. 메이플시리즈가 아니어서 그런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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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2 : 진중권 + 정재승 - 은밀한 욕망을 엿보는 크로스 2
진중권.정재승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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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크로스다! 1권도 무척 재밌게 읽었던 터라 2권의 출간이 반갑기만 하다. 지금은 혹시 3권 분량이 연재중일까?

 

과학자 정재승과 미학자 진중권이 같은 주제를 두고서 서로의 시각을 교환했다. 때로 겹치기도 하고 때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재밌었다. 게다가 이들이 선택한 주제들도 흥미롭다.

 

01. 로또 : 혹시 내게도? 누구나 속으로는 대박을 꿈꾼다
02. 오디션 : 경쟁사회의 공포조차 오락의 대상으로
03. 자살 : 왜 인간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04. 키스 : 천국의 언어가 아직도 남아 있다면
05. 트랜스포머 : 변신, 범블비! 육체를 바꿀 수 없는 인간들의 욕망
06. 라디오 : 주파수를 타고 아날로그 감성은 흐른다
07. 학교짱 : 수컷들의 세계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08. 뽀로로 : 애나 어른이나 노는 게 제일 좋아!
09. 육식 : 끊을 수 없는 ‘남의 살’에 대한 갈망
10. UFO : 외계인. 있다? 없다?
11. 낙서 : 끄적임이 보내는 의미 없는 아우성
12. 종말론 : 유한한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론
13. 트위터 : 이 작은 새가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14. 고현정 : 미모보다는 의리, 까칠해도 솔질해야 진짜 미인
15. 케이팝 : 만드는 뮤지션 vs 만들어진 상품
16. 나는 꼼수다 : 이것은 디지털시대의 저잣거리 이야기
17. 레이디 가가 : 도발? 예술? 금기를 가지고 노는 아티스트
18. 아랍의 봄 : 혁명을 이끈 스마트 시대의 대자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아마츄어뿐 아니라 프로들마저도 그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 시험 당하고 환호 받으며 또 좌절하기도 하였다. 그 포문을 지나치게 화려하게 열었던 게 '나는 가수다'였다. 프로그램을 엄청 열심히 본 나로서는 이 두 사람의 반응이 참 궁금하기도 했다. 신자유주의의 소산이라는 평가에 동의한다. 프로 가수들마저도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야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이 살벌한 세상... 그리고 그 무대라도 올라가기를 원하는 수많은 루저들의 열망이란...

 

자살에 대한 통계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OECD 회원국 중 최악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수치라는 게 너무 높아서 충격적이었다. 오늘을 살아내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내일을 기대할 수가 없어서 출산율은 최저를 기록하는 이 나라의 서러운 현실이 아프다. 2005년 무렵까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던 일본이 매년 3000억 원을 투자해 자살의 사망 원인 비율을 19.7%로 줄여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투자 없이 어떤 결과를 맺을까. 제발 건물에만 투자하지 말고 사람에게 투자하자. 예술 직종 사람들은 88만원 세대는커녕 55만원 세대를 살고 있다는 선대인의 강의를 좀 전에 들어서 더 가슴이 아프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그리하여 많은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근데 새 정부가 출범하자 마음은 더 무겁다.(빨간 한복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거 대체 누구 아이디어야? ㅜ.ㅜ)

 

 

 

자살 부분에서 나왔던 그림의 이미지가 무척 쓸쓸하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여성이 남성보다 두세배 많지만, 성공률은 남성이 네배나 높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정재승 씨의 관심처럼 성호르몬에 관련된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 성장 과정의 차이일까? 나도 자못 궁금하다.

 

인류의 역사에는 아주 유명한 '키스'가 많이 있다. 유다의 키스가 일단 먼저 생각나고, 클림트의 이 유명한 그림도 당연히 떠오른다.

 

 

 

책에는 재밌는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키스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환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고대 핀란드 사람들은 키스를 매우 불결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서 심지어 발가벗고 섹스를 하는 동안에도 키스만은 하지 않았다. 지금도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는 콧수염이 있는 남자가 습관적으로 사람들에게 키스를 퍼부으면 폭력 행위로 간주해 체포한다. 또 믿지 못하겠지만 미국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 시에서는 아직도 남편이 아내에게 일요일에 키스하는 것을 불법으로 여긴다. 잡혀가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 싶지만 사실이다. -74쪽

 

세상에나... 요일 따져가며 키스를 해야 하다니, 당황스럽다.

독일 보훔에 있는 루르 대학교의 오누르 군투르쿤 교수의 연구도 흥미로웠다. 우연히 공항에서 비행기를 못 타게 된 교수는 유난히 이별하는 사람이 많은 그 공간에서 키스하는 사람들의 얼굴 각도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던 것이다. 그리하여 여러 커플들을 관찰한 결과는 놀라웠다.

 

결과는 매우 명료했다. 2/3 정도 되는 사람들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여 키스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들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이며, 태어나기 전 며칠 동안 엄마의 뱃속에서 고개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그 자세가 본능적으로 좀더 편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두 연인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키스를 하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프의 작품 <키스>가 우리에게 그토록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이리라. -78쪽

 

 

왼손잡이들의 키스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둘 모두 왼손잡이라면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고개를 돌릴 것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두 필자 중 진중권 씨를 더 기대했지만, 내가 따로 글귀를 적은 부분들은 정재승 씨 글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대단한 말빨은 진중건 씨가 압권이다. 앞서 자살 파트에서는 이렇게 얘기했다.

 

 

서구에서 이타적 자살의 예는 보기 드물다. 하지만 기독교 문명 안에서도 ‘어떤’ 자살은 과거에 사회적 상찬의 대상이 되곤 했다. 동양의 열사에 해당하는 것이 서양의 순교자다. ‘순교’란 사실상 자살에 해당하나 순교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자신을 위해 죽는 것은 씻지 못할 죄에 해당해도 신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최고의 덕목이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신처럼 이기적인 분도 없다. -57쪽

 

 

아, 어쩐지 무척 공감이 가서 말이다...

 

뽀통령을 모시는 이들이라고 그분을 뽀느님으로 섬기기를 꺼리지 않고, 뽀느님을 섬기는 이들이라고 그분을 뽀통령으로 모시는 데 이견을 달지는 않을 것이다. 천년왕국이 도래하면 어차피 하느님이 세속의 군주들을 제치고 직접 이 땅을 통치하신다지 않는가. 한마디로 뽀로로는 제정일치의 수장, 단군왕검 이후 최초로 한반도에서 다시 정치적 군장과 종교적 수장을 겸하신 분이다. 이러다가 민족의 토템이 곰에서 펭귄으로 바뀌는 사태가 일어날지 모르겠다. -131쪽

 

푸하하핫! 제정일치라는 단어를 이렇게 만날 줄이야! 나중에 단군 이야기 할 때 꼭 써먹고 말테다. 그나저나 뽀로로 파트를 무척 재밌게 읽었는데, 정작 나는 뽀로로 애니는 본 적이 없다. 울 언니는 뽀로로가 펭귄이라는 것을 내가 말해서 알았단다. 어휴, 난 그래도 펭귄까지는 알았는데...^^

그밖에 트랜스포머 얘기하면서 국회의사당의 돔이 열리며 로봇태권V가 출동한다는 얘기를 꺼낼 때도 재밌었다. 준비는 되어 있는데 다만 '여야 합의'가 되어 있질 않아 출동을 못한다는 이 날카로운 지적!!

 

뮤지션은 음악의 생산자이지 생산품이 아니다-라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겠다. 스스로를 생산품으로 팔지 못해 안달인 이들도 물론 많지만, 진정 음악으로 말하고 음악으로 살아나는 이들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

 

UFO의 최초 기록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성경에서도 비슷하게 추정되는 기록도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러고 보니 나도 고등학교 시절에 UFO를 본 적이 있다. 모처럼 날 밝을 때에 하교를 하고 있었는데 후문을 나서다가 하늘에서 반짝 하고 빛나는 무언가를 보았다. 밤이었으면 별이라고 여겼겠지만, 그때는 낮이었고 무척 밝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진 게 더 놀라웠다. 그랬는데 그날 저녁 9시 뉴스에 미확인비행물체가 발견되었다는 제보가 나온 게 아닌가. 내가 본 그것이었다. 그게 정말 UFO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때의 경험이 재밌었다. 이렇게 드넓은 우주인데, 지구 이외에 생명체가 없다고 한다면 그게 더 안 믿기는 게 아닐까? 우리가 잘 모르지만 어딘가에 분명 '누군가' 있을 것만 같다.

 

광해군 때에도 이런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눈이 번쩍 했다. 강경옥 작가님의 '설희'가 바로 거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무려 4백년 이상을 죽지도 않고 영원히 젊은 채 살고 있는 주인공 설희가 바로 그 때에 외계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설희 9권이 나왔다는 알림이 왔다. 음하하핫, 곧 주문해 주겠어!!!

 

 

 

낙서에 대한 이야기에서 가장 재밌었던 것은 어느 국제 회담 장소에서 발견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낙서였다. 여러 전문가들은 총리에 대한 입방아를 찧었는데, 알고 보니 그 낙서는 옆자리에 앉았던 빌 게이츠의 것이었다고... ^^

 

 

 

 

낙서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도 많지만 낙서 그 자체로 공해일 때도 많다. 예술과 민폐의 경계는 참으로 애매모호하달까... ^^

 

 

 

 

 

요새 트위터에 무척 재미를 들이고 있는데, 트위터의 로고를 늘 보면서도 이것이 '새'라는 것을 이 책을 보고나서야 자각했다. 나의 무심함이란...ㅜ.ㅜ

 

140자라는 짧다면 아주 짧은 메시지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이 서비스는 무척 흥미롭다. 여러 팔로워들의 글들을 보면서 정보도 얻고, 피식 웃기도 하고, 때로 눈살도 찌푸리게 된다. 엄청나게 쏟아지고 또 빠르게 쌓이는 메시지들에 숨을 헐떡거리게도 되는데, 이제는 바쁘면 바쁜 대로 흘려 보내면서 즐기는 편이 되었다. 그렇지 않고는 이 편리한 매체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가입자가 꽤 많구나 싶어 놀랐다. 나로서는 페이스북을 며칠 간 쓰다가 그 어마어마한 인맥 유통 라인에 화들짝 놀라 얼른 탈퇴해 버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느 분이 쓰셨듯이 페이스북의 유별난 소속 드러내기는 필요 이상의 자괴감을 사람에게 안겨주는 부작용이 있다. 그런 건 제발 사양하고 싶다.

 

 

 

라면과 육식 이야기도 재밌었다. 영원한 서민 음식 라면에게는 애증의 관심을, 그리고 포기하기 힘든 육식에도 역시 애증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엔 집에서 모처럼 식구들이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 책의 저자 진중권 씨와 정재승 씨도 육식에 대해서 어떤 글을 써야 하나 고민하면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고...^^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의 인물을 뽑는 타임지의 전통을 소개하면서 들어준 사례가 재밌다.

 

 

2006년 <타임>은 “올해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온라인 백과사전, 영상파일 공유 사이트, 블로그 사이트를 비롯한 개인 미디어의 확산”이라며, 이 영역에서 활약한 ‘당신’을 ‘올해의 인물’로 뽑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타임>에서 밝히는 선정 사유. “‘당신’은 월드와이드웹을 파고들어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의 틀을 세우고, 대가 없이 그저 좋아서 하는 일임에도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신‘을 우리의 정부는 탄압한다.

2008년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올해의 인물’을 뽑는 인터넷 투표를 한 적이 있다. 투표 30분 만에 워스트 1위를 달린 것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 베스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투표는 중단되고 선정 방식이 바뀌더니, 결과도 수정되었다. 워스트 강병규, 베스트 김연아. 각하가 ‘당신’들한테 욕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368쪽

 

누구 말빨일 것 같은가? 바로 떠오르는 그 사람, 바로 그 사람이다. ^^

 

책은 마지막까지도 재밌었다. 후기를 쓰면서도 역시 '크로스'를 해버렸다. 정재승 씨는 진중권 씨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진중권 씨는 정재승 씨에 대해서 몇 마디를 남겼다. 서로 어떤 인연으로 알게 되었는지, 상대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서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쉬운 점을 남겼다. 정재승 씨는 진중권 씨가 자칭 '조각 미남'이라며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의 그 고급스런 미학적 평가를 본인에게는 내리지 못한다고.... 진중권 씨 역시 질 수 없다. 정재승에 대한 칭찬이 이어짇가 마지막에 외모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다. 자신만큼의 미모만 되었어도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컸을 거라고... 이 글을 쓸 때 여러 트위터리안들이 그를 '미학적으로 디스'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는데 성공한 셈으로 보인다. 이것도 편집과 연출의 한 부분일 테지만 유쾌했다.

 

몇몇 오타들도 있었다.

 

17

사실 ‘로또’란 ‘확률상 당첨자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게 ‘나’일 확률은 거의 없는 ‘심심풀이 도박’이다. 희망 없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의 탈출구’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탈출 확률이 낮은가를 보여주는 절망적인 도박이 바로 로또 아닌가?

(나는 수정했는데, 본문에서는 작은따옴표 닫는 게 하나 부족하다. )

40

강호에 묻힌 제야의 고수 >>>재야의 고수

우리가 ‘나는 가수다’에 열광한 모습을 그 때문이다. >>> 모습은

70

우리이 받는 돈은 >>> 우리가

94

오토봇의 변형은 과학적, 기술적으로 이루어진다기보다는 행여 관객이 지각이라도 할세라 후다닥 돌아가는 고속이 CG에 힘입어 얼렁뚱땅 이루어진다. >>> 지각? 지루가 아니고?

 

책이 워낙 재밌었기 때문에 약간의 옥의 티는 크게 문제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제 크로스 3을 기다릴 차례다.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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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빨강 창비청소년문학 2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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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해서, 청소년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시들이다. 공부기계로 전락한 우리의 아이들이 안쓰럽다. 이제 이틀 뒤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조카는 요즘 한글공부와 덧셈뺄셈 공부 때문에 한창 시달리고 있다. 우리 때야 학교 입학하면서 가나다라를 배웠지만 요새 애들이야 한글 다 떼고 입학하니 우리 아이도 그냥 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정상적인 속도로 학습하는 아이가 졸지에 지진아가 되어버리는 세태다. 초등학생 뿐인가.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중학과정을 선행학습으로 끝내고 가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게 공부에 치이고 치여서 명문대에 졸업한 학생들은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훌륭한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일까. 이미 동력을 다 써버려서 정작 창조적 에너지를 쏟아내야 할 테는 연료 부족으로 지지직 꺼져버리는 것은 아닐런지....

 

'빨강'이라는 색깔의 강렬함이 아이들이 도착하고 싶고 닿고 싶은 지점을 떠올리게 한다.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내 인생을 내 욕구에 솔직하며, 내 의지를 시험하며, 내 꿈을 펼쳐낼 하얀 도화지로 만들고 싶은 그 열정의 색으로 말이다. 난 빨강!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목소리가 듣기 좋다. 내 인생의 색깔은 무슨 색일까? 강렬한 원색? 부드러운 파스텔색? 아니면 좀 우중충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무채색 계열?

 

학교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그래, 학교도 이 학생들의 한숨과 눈물을 받아내며 얼마나 지칠까.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쉬지 못하는 학교도 고생이다. 그러니 그 안을 채우고 있는 학생과 교사 모두 가엾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느 때에 산으로 가지 않을지... 새학기가 코앞이다. 모두들 좀 더 힘내라고 파이팅 외쳐 본다. 아직은 아이들의 손을 놓을 때가 아니다라는.... 정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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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5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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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케자카 대학의 음악 축제가 열렸다. S오케스트라 학생들은 가장 무도회 의상을 준비했고, 피아노과 학생들도 참여했다. 노다메는 뭉그스 의상을 입었는데, 노다메답게 엽기적이며 귀여웠다. 게다가 멜로디언을 파트 나눠서 부는 피아노과 학생들이라니, 역시 재밌다. 개성 넘치는 연주로 꽤 호평을 얻었지만 역시 A 오케스트라의 성공에는 미치지 못했다. 바로 그 무대에서 슈트레제만이 지휘를 하고 치아키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했다. 연주는 객석을 울리고 들썩이게 하고 전율케 했다. 치아키의 전임 교수들은 이런 학생을 여태 무명으로 썩혔냐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노다메 역시 그 연주에 충격을 받았다. 며칠 동안 폐인이 될 정도로 피아노를 칠 정도로. 그리고 마침내 치아키와 함께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이니시모 곡을 포르테시모로 시작하는 놀라운 노다메. 게다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연주. 치아키는 이 기괴할 것 같지만 놀라운 연주의 반주를 맞춰낸다. 그리고 그 연주에 이번에는 치아키의 전 여친인 사이코가 충격을 받는다. 너무나 음악에만 심취해 있고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치아키 덕분에 그녀는 연애를 끝내버렸다. 그러나 늘 미련이 남아서 치아키 곁을 맴돌았는데, 이번에 받은 충격으로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돌아보게 되었다. 성악 전공이었던 그녀는 자신이 우습게 여기던 라이벌의 뒷담화를 듣고서야 제 안의 열정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한발의 좌절과 두발의 전진을 해낼 수 있었다. 여러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모두들 자신의 음악과 인생을 이야기한다. 스토리텔러로서도 훌륭한 니노미야 토모코다.

 

그리고 치아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이름이 높지만 바람둥이에다가 자식에게도 소홀한 아버지가 나왔고, 그 바람에 상처입은 어린 치아키가 나왔다. 그리고 비에라 선생님과의 극적인 만남. 그 만남조차도 사실은 무신경하고 무책임한 아빠 덕분이었으니, 그래도 치아키는 참 행운아다. 그러나 그 운명적인 만남을 뒤로 하고 돌아온 일본행 비행기가 동체 착륙하는 바람에 일본을 떠날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물론, 이야기의 뒤로 가면 기어이 유럽으로 유학을 갈 수 있게 되는 치아키지만...

 

음악축제 이야기도 좋았고, 음악에 집중하고 흠뻑 빠지는 학생들의 모습도 참 좋다. 아름답다. 음악이 있어서 더 근사하다. 역시 음악은 언제나 최고다. 나는 내일 좋은 음악을 들으러 공연장에 갈 것이다.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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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4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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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지만 본질은 색골 변태에 가까운 슈트레제만이었지만, 실제는 정말 거장이었다는 게 계속해서 밝혀진다. 그에게 '훈육'당하는 치아키는 고생이 심하지만, 힘들게 뒷바라지 하고 이용도 당하는 와중에 치아키는 슈트레제만의 제자로서 점점 실력을 쌓아간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치아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한 원천이었을 것이다.

 

비행기뿐 아니라 바다에 대한 공포도 큰 치아키는 이번에도 노다메와 미네, 그리고 마스미 덕분에 지옥의 바다를 경험하고 만다. 그래도 무사히 살아서 음악제에도 다녀왔고, 그곳에서 아버지나 스승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실력으로 큰 주목을 끈다. 이렇게 멀찌감치 앞서가는 치아키를 보면서 미네도 프로에 대해서 보다 깊이 생각하게 되고 노다메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등장한 노다메의 어릴 적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즐기게 하고 싶어 했던 젊은 피아노 선생님의 풋풋한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 선생님이 있었으니 노다메같은 개성 넘치는 연주자도 살아남았을 것이다.

 

첫사랑 앞에서 잘 보이느라 모처럼 지휘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진 슈트레제만은 치아키에게 피아노과 학생으로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습하라고 한다. 어려운 연주로 유명한 곡이라서 나도 들은 기억만 난다. 그래서 좀처럼 듣지 않는 클래식을 지금 듣고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도 좋았고, 피아노만 연주하는 것도 좋다. 오, 이런 일이...!!

 

슈트레제만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 무렵 강력한 뮤즈를 만나 다시 태어났다. 이승환은 음악하는 친구, 후배들과 이야기해 보면 모두들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했다고 말들 했다던데, 그게 정말일 거라는 강력한 믿음이 생기려고 한다. 단지 잘 보이고 싶은 마음만으로 천재적인 연주자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분명 강한 동기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치아키같은 용사(응?)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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