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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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볼로냐 라가치 상 픽션 부문 명예상을 받은 '비밀의 강'이란 작품이다. 원작을 쓴 작가 마저리 키넌 롤링스는 1953년에 생을 마감했고, 이 작품은 사후 발견되어 1955년에 유작으로 발표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 그때에 흑인 소녀가 주인공인 작품이 그려졌다는 게 놀랍다. 당연하지 않은 일이 당연하게 취급되던 시절에 작가 마저리는 몹시 앞서갔던 인물이지 싶다. 작가 정보를 보니 어릴 적에 아주 인상깊게 보았던 만화 영화 '아기 사슴 플랙'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 이 만화영화 주제곡을 불렀다가 눈총 받았던 슬픈 기억이 떠오른다.ㅜ.ㅜ

초판본은 레너드 웨이즈가드가 그렸는데 흑인 아이의 얼굴색을 종이색으로 감추기 위해서 커피색 종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우회적으로 책을 출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 결과 이 판본은 1956년에 뉴베리 명예상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반세기가 더 지나서 레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 부부의 환상적인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지금 내 손에 있는 이 책으로 말이다.

플로리다 외딴 곳의 울창한 숲 속에 살고 있는 소녀 칼포니아는 '마차를 끄는 말'이란 뜻을 가진 버기 호스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살고 있다.
자연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칼포니아는 어린 시인이다. 지저귀는 새와 친구가 되고, 화창한 햇살을 즐기며 노래를 부르는 칼포니아에게 근심과 걱정이란 단어는 몹시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어릴 때는 머릿 속에 담겨 있는 생각들이 무척 단순해서 가끔 고민을 하지만 대체로 늘 즐겁거나 신기해하거나 재밌어 했다. 그러나 어른들이야 어디 그런가! 아버지는 좀처럼 물고기가 잡히질 않아서 가게를 문닫게 생겼다고 염려하신다. 작품의 배경은 세계대공황 즈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배고프고 힘들어하던 시절. 칼포니아는 어려운 시절이 어서 지나가서 모두가 즐겁게 지냈으면 하고 바랐다. 그 소망마저도 라임을 섞어 시로 뽑아내는 칼포니아! 시어가 되었던 꿀벌은 칼포니아의 곱슬곱슬 머리카락 속에 꽃처럼 장식되었다. 머리카락 속에 벌이 들어가 있다고 상상한다면 그건 호러인데, 그림 속의 칼포니아에게는 '예술 작품'처럼 어울린다.

칼포니아는 아빠의 얘기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빠에게 큰 도움이 되고 싶지만 지금까지 칼포니아의 낚시 솜씨는 썩 훌륭하지 않았다. 상상력이 풍부한 칼포니아는 물고기의 마음으로 이입되어 무엇을 물고 싶을까 생각해 보았다. 특별하고 아주 예쁜 것들만 물고 싶다고 말하는 칼포니아. 이 아이가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되는 순간이다.

칼포니아는 예쁜 분홍빛 주름 종이로 장미를 만들었다. 그리고 숲속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알버타 아주머니를 찾아갔다. 아주머니의 가게에도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아빠의 말씀처럼 마을 전체가 어려운 게 분명하다. 아주머니의 머리 장식이나 벽에 걸린 그림과 장식에서 '눈동자'를 여럿 발견하게 된다. 지혜롭다 소문난 현자의 '혜안'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어쩐지 아메리카 원주민이 떠오르는 인상의 알버타 아주머니다.

아주머니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비밀의 강'을 소개해 주셨다.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그 비밀의 강을 찾는 방법은 바로 '코끝'을 따라가는 거라고 놀라운 비법도 알려주셨다. 의심 많은 어른이라면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흘려듣겠지만, 칼포니아는 의심 없이 비밀의 강을 찾아나선다. 고기를 잡으면 아주머니께도 드리겠다고 말하는 예의바르고 경우 있는 칼포니아! 정말 반듯하고 예쁘게 자란 아이다.

비밀의 강을 찾는 과정은 운명처럼 술술 풀렸다.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토끼를 바라보느라 코끝이 돌아갔고, 그 길이 칼포니아가 가야 할 길이었다. 파란 어치가 참나무 가지 사이로 날아드는 것을 보는 바람에 또 코끝이 돌아갔고, 역시 칼포니아는 그 방향을 따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비밀의 강!

엄청나게 큰 물고기들이 가득한 강물에 발을 담그면서 칼포니아는 충분히 양해를 구한다.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는 우리 마을을 도와달라고. 이 아이의 마음처럼만 우리가 살아간다면 이 사회가 지금처럼 욕심 사납게 변하지 않았을 텐데...

칼포니아는 분홍 종이 장미를 낚시밥으로 사용해서 물고기들을 낚았다. 종이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물고기들이 예쁜 것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낸 아이의 상상력이 예쁘고 당찰 뿐이다. 칼포니아는 배 한가득 물고기를 잡았다. 어째 분위기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

이 많은 물고기들을 어떻게 집으로 갖고 갈 것인가. 칼포니아는 머리를 굴렸다. 뻣뻣한 실유카 이파리를 끈 삼아 물고기들을 낚싯대에 주렁주렁 엮은 칼포니아. 비밀의 강을 찾아올 때와 마찬가지로 코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갔다. 그러나 밤은 깊었고 칼포니아는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맞닥뜨린 어마어마하게 큰 부엉이! 칼포니아는 공포 대신 부엉이에게서 굶주림을 읽었다. 마을이 어려운 것처럼 부엉이도 배가 고플 거라고.

기꺼이 물고기를 내어주는 칼포니아. 게다가 큼직한 놈으로 골라서 내놓았다. 착한 마음씨다.
부엉이의 날개를 보면 깃털 하나하나가 다시 또 부엉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숲 속 나무들의 몸통에는 여러 얼굴들이 가득 담겨 있다. 반지의 제왕의 한 대목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딜런 부부의 환상적인 그림 솜씨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맛있께 물고기를 먹는 부엉이를 뒤로 하고 숲길을 걷는데 이번에는 커다란 검은 곰과 마주쳤다. 칼포니아는 곰도 배가 고플 거라고 여기며 가장 큰 메기 두 마리를 내놓았다. 이러다가 물고기를 다 잃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운데 칼포니아는 맛나게 드시라고 인사까지 하며 자리를 뜬다. 그리고 세번째로 마주친 것은 검은 표범. 표범에게는 메기를 세 마리나 주었다. 나눔의 장을 계속 마련했더니 이제 이 커다란 야성의 동물들이 무섭지도 않은가 보다. 담력이 보통이 아닌 칼포니아다. 이 와중에 시까지 읊어내는 정말 놀라운 칼포니아!

서둘러 집으로 가고 싶을 법하건만, 잃었던 길을 찾은 다음에도 칼포니아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알버타 아주머니께 먼저 간다. 정말 예의바르고 경우도 있고 도리도 아는 멋진 칼포니아!

이렇게 괜찮은 아이에게는 당연히 근사한 부모님이 계시다. 칼포니아가 잡아온 물고기를 내다 팔러 가신 아빠는 이웃들이 당장 돈은 없고 너무 굶주려서 기운이 없자 외상으로 물고기를 내주었다. 사람들은 물고기를 사가서 맛있게 먹고는 기운을 차려 열심히 일을 했고, 그 보수를 받아와서는 외상을 갚았다. 서로가 서로를 살피며 위해 주는 이 마음이 힘든 시절을 지나가게 만드는 힘이 되어주었을 게 분명하다. 그 씨앗을 뿌려놓은 것이 바로 칼포니아다.

어느 날 칼포니아는 강아지 버기 호스를 데리고 다시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코가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도 비밀의 강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칼포니아는 알버타 아주머니께 비밀의 강의 소재를 다시 물었지만 아주머니는 비밀의 강을 찾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하셨다.
"얘야, 어떤 일은 딱 한 번 일어난 뒤에는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도 한단다."
이 말이 무척 인상적이다.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지만 언젠가는 오는 법이고, 한번 놓친 기회는 다시 잡기 어려운 법이다. 칼포니아는 그 기회를 잡았고, 그리고 다시 오지 못한다고 해도 속상해할 필요가 없었다. 알버타 아주머니는 비밀의 강이 마음 속에 있다고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아주머니의 조언대로 눈을 감고 비밀의 강을 마음 속으로 찾아나서는 칼포니아. 역시 욕심부리지 않고 마음으로 강을 재차 찾아내는 칼포니아의 심성이 참으로 곱다. 이럴 때일수록 아이의 시짓는 감성이 잘 어울린다.

비밀의 강은 내 마음속에 있네.
언제든 갈 수 있는 그 강.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은 모두 맞았지.
하늘에는 황금빛 물결이 너울너울
강에는 옥빛 물살이 출렁출렁
강, 강, 비밀 속에 감춰진 내가 사랑하는 강.

칼포니아의 마음 속에 자리한 비밀의 강이,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도 흐르게 되었다.
욕심 없는 마음으로,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인정하며,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함께 추구하며 말이다.

초등학생이 읽는 그림책이라고 적혀 있지만 전 연령대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그림책으로 보인다. 어린이들은 환상적인 이 책의 그림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고, 어른이라면 이 책의 철학적인 메시지들에도 큰 호감을 가질 것이다. 선물로 같이 따라온 엽서와 포스트 잇은 보너스다.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근사한 책을 만났다. 글이 해줄 수 있는, 그림이 해낼 수 있는 신비로운 영역에 독자도 발을 담가 보았다. 이 책은 선물이고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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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3-03-19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글미도 너무 좋구요. ㅎㅎ

마노아 2013-03-21 12:40   좋아요 0 | URL
볼거리가 가득한 책이에요. 그림도 어찌나 싱싱해 보이던지요.^^ㅎㅎ
 
설희 7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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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9권을 며칠 전에 샀는데, 책장을 살펴보니 7권부터 비닐이 뜯겨 있질 않다. 아마도 7,8권은 다음 연재 때 이미 보았기 때문에 책만 사두고 다시 안 봤나 보다. 이제 유료 연재로 바뀌었으니 다시 단행본으로 봐야 할 때가 됐는데, 그러자니 앞에 책을 다시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여 오랜만에 책을 펼쳤는데, 안 읽었음 큰일날 뻔했다.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기억은 점점 가물가물해져서 분명 보았지만 보지 않은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상태로 자꾸 돌아가곤 한다. 흑... 슬프다...

 

아마도 6권에서는 세라가 설희가 수혈하는 장면을 보고서 충격 받고 끝났을 것이다. 그때 설희의 비밀 하나를 알았지만 자세한 내막은 알 수도 없고, 물어보자니 무섭고, 넘어가자니 걸리고 해서 여러모로 고민하게 된 게 이번 편의 이야기이다.

 

늘 주저할 때가 더 많고, 지레 짐작으로 포기할 때가 더 많은 세라의 성격은 일견 답답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무척 공감이 가기도 한다. 남일 같지 않아서 말이다. 그런 세라가 설희를 따라 일주일에 불과하지만 선뜻 학교며 알바며 다 내려놓고 비행기를 탄 것은 장족의 발전이었다. 알바 하는 곳에는 무척 무책임한 짓을 한 것이지만, 평생에 한번도 해보지 못한 나름의 일탈이었다. 기왕이면 더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설희의 큰 비밀 하나를 알게 될 터이니 그건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씬에서 설희의 나이를 묻는 장면은 무척 섬뜩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실제로 연재 때에도 바로 그 부분에서 한달간 휴식기를 가지셨는데, 단행본으로 다시 보면서 또 한 번의 서늘함을 느꼈다. 호러퀸 답달까. 강경옥 작가님은 미스테리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실력이 탁월하다.

 

전생을 꿈을 통해 확인하고, 400년 넘게 늙지도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등장한다. 무척 비현실적이지만, 얼마든지 상상하고 소망해봄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400년을 이어온 원한과 사랑의 매듭은 과연 어떻게 풀 것인지 궁금하다. 얼른 8권 읽고 9권으로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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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3-15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웹툰으로 딱 요기까지만 봤나봐요.^^
강경옥씨 작품은 별빛속에, 노말시티를 학창시절에 봤던거 같아요.
이미나, 신일숙 이런 작가들 아직도 작품활동 하는지 급 궁금해지는군요.

마노아 2013-03-15 13:27   좋아요 0 | URL
저는 전생 이야기까지 봤으니 8권까지 연재분을 본 것 같아요.
그것도 랩핑 뜯어서 확인해야겠어요.^^
이미라 작가님은 통 소식을 모르겠고, 신일숙 작가님은 개정판만 계속 나오고 있네요. 정말 다들 뭐하시는지 궁금해요.(>_<)
 

영화에 이어 2월에 다녀온 전시회나 공연을 정리해 본다.

 

 

접힌 부분 펼치기 ▼

 

2월 첫번째 토요일에는 몬스터즈 락쇼를 다녀왔다. 출연진은 슈퍼키드, MYK, 이승환, 옐로우 몬스터즈다. 나야 당연히 공장장님 보러 간 것! 슈퍼키드에 이어 MYK까지 나오고 무대 교체 준비중일 때였다. 조명이 앞에서 뒤를 비추고 있었고 난 맨 뒤에 서 있는 터여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데도 없는데 한무리의 여자들이 뒤늦게 공연장으로 들어왔다. 그중 한 사람이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데가 없다는 것을 표현하느라 두발 붙이고 단단히 서 있었는데 이 친구가 "어머 쌤!"하고 반갑게 덤벼드는 게 아닌가. 오 갓! 무려 첫번째 해에 가르쳤던 제자를 공연장에서 만났다. 어이쿠! 난 조명 때문에 여전히 이 친구 얼굴이 안 보이는데 그쪽에서는 내가 넘넘 잘 보이는 상황. "쌤 아직도 이승환 좋아해요?"라고 묻는다. 당근이지....;;;;;

세월이 하도 빨라 청순 고등학생이었던 아이가 어느덧 스물일곱 사회인이 되어버렸다. 뭐라뭐라 한참 얘기를 하다가 드디어 이승환이 나왔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정신 차려보니 앞으로 뚫고 나가며 이승환을 외치며 나보다 더 열심히 '환장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아.... 혹시 내가 이 녀석을 저리 만들었나? ('' )( '')

 

나한테 옐로우 몬스터즈 음악은 좀 많이 센 감이 있고, 역시 최적의 공연은 이승환이지...

 

 

 

 

 

 

 

그 다음주 토요일은 형부의 생일이었다. 성신여대 입구에는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올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아해들이 그곳에 가서 각자 케이크를 만들어왔다. 둘이 가면 무조건 하나씩 해야지 둘이 하나...이런 건 불가능하다는 게 언니의 육아 결론이다.

 

왼쪽이 세현군 작품, 오른쪽이 다현양 작품이다. 세현이는 혼자 했다고 들었는데 다현양은 아마 언니가 많이 도와줬을 것 같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주르 케이크보다 빵이 신선하고 생크림도 부담스럽지 않다. 생각 외로 많이 맛있어서 좀 놀랐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등에 연인들이 와서 많이 만들어간다고 들었다. 오늘도 사람이 엄청 많겠구나...;;;;;

 

이튿날은 설날이었다. 아해들을 데리고 경복궁을 갔다.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도착했을 즈음에 수문장 교대식이 있었다.

 

명절답게 추웠음에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여름에 한참 더울 때랑 겨울에 한참 추울 때랑, 저들은 언제가 더 힘들까나...

 

 

민속 박물관 입구에서 타악기 공연이 있었다. 엄청 추운 날씨였는데 여자 연주자들은 무려 망사 옷을 입고 있었더랬다. 남자들은 구두였는데 여자들은 거의 맨발에 가까운 신발이어서 거기에 또 깜놀. 구경꾼들은 춥다고 주머니에 손 찌르고 박수도 잘 못 쳤는데 저분들은 저 날씨에 열정적으로 맨손으로 북을 쳤다. 대단대단...!!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

 

 

이 날은 '아시아의 혼례'를 보러 간 것이었는데 철사로 전시해 놓은 한복이 눈길을 끌었다.

 

 

안쪽에서는 사진 촬영이 안 되기 때문에 눈으로만 감상을 했는데, 중국, 한국, 일본, 네발, 베트남의 혼례에 관한 전시였다. 이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베트남의 예복과 머리 장식이었다. 전통은 아닌 것 같고 약간 현대식으로 개량한 것 같았는데 직접 해보고 싶을 만큼 탐이 났다. 사진으로나마 담아올 수가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전시회는 사람이 많아서 북적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구성이 좀 산만했다. 종류별로 나라를 다 담아놨으니 정신이 없었는데, 차라리 나라별로 따로 부스를 만들었으면 좋을 뻔했다.

 

세현군은 중간에 화장실 간다고 나가서는 몰래 핸드폰으로 게임하다가 들켜서 경을 한번 쳤고...;;; 실내에도 볼거리가 더 있는데 아해들은 추운 바깥으로 자꾸 나가려고 했다.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케 하는 재밌는 쓰레기통이다.

 

 

노랑색은 어린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색임이 분명하다. 그림들도 정겹다.

 

 

전시관과 교육관의 이름도 예쁘다. 다현양은 솜사탕이 먹고 싶다고 했다. 너무 추워서 풍선도 사달라는 걸 말렸다.

 

 

악기 체험관에서 이것 저것 만져보고 싶었는데 우린 비교적 늦게 도착한 편이라 철수하는 분위기였다. 아쉽네...

 

 

구름 없이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서 더 높아보인다. 무슨 제사단 같다.

 

아이들이 졸라서 만들게 된 연이다. 우리가 거의 끝이어서 만들다가 부스가 철수되어 나머지는 집에 와서 만들어야 했다. 손이 시려도 너무 시려웠던 기억이...ㅜ.ㅜ 근데 내가 만들어준 다현양 가오리 연을 다음 날 형부가 바로 망가뜨렸다. 흑...ㅜ.ㅜ

 

전통 등불 같은 가로등도 예쁘고, 나무에 쌓인 눈도 예쁘다. 서울에서 만나는 돌솟대도 한컷!

 

(사진 펑!)

 

포스터 깃발 앞에서 한컷!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잡고서 찍어야 했다.

 

(사진 펑!)

 

어린이는 아니지만 노란 버스 앞에서 한컷. 자꾸 사진 찍어달라 한다고 언니가 싫어했다. ㅎㅎㅎ

 

이날 최고의 보온 대상은 다현양이었다. 손이 엄청 따뜻해서 장갑 끼고 있는 것보다 다현양 손잡고 있는 게 더 따뜻했다. 인간난로라고 했더니 신이 나서 자꾸 내 손을 잡아준다. 뜨끈뜨끈 우리 다현이 손~

 

 

 

 

 

 

 

 

꼬박 한 달 전인 2월 14일. 당시 봄방학을 땡겨서 연휴를 끼고 쉬기로 한 날이었는데, 교사들이 쉬는 걸 아주 배아파하는 교장샘이 갑자기 심통을 부려서 모두 다 근무하라고 일정이 변경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변덕을 부려서 일직만 서라고 했는데, 무슨 일직을 6명씩이나 세운담...;;; 하여간 그래서 일정이 마구 뒤엉켜서 야곱을 만나기로 했다가, 다시 못 만나게 되었다가, 결국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발렌타인 데이 날에.

 

원래 계획은 사무실로 와인을 들고 가서 같이 홀짝홀짝 비우려고 했는데 '아르센 루팡'이 프리뷰라면서 40% 할인을 하는 게 아닌가. 블루스퀘어에 김다현 주인공이어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원래 홈즈보다 루팡이 더 매력적인 법! 당연히 재미있을 거라고 짐작하고서 출발했다. 그.러.나...

 

아아, 너무너무 재미가 없었다. 아무리 프리뷰라지만 배우들의 합이 어찌나 안 맞던지, 연습 한참 더 하고 와야될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연출이 엉성하고, 연기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블루스퀘어쯤 되면 라이브 연주로 반주를 할 줄 알았는데 MR 틀어놓은 것도 좀 별로였고.... 설마 프리뷰여서 라이브 연주를 안 한 건가????

 

암튼, 공짜로 봐도 욕하고 나올 작품을 돈주고 보고 왔으니, 게다가 나때문에 같이 보게 된 야곱한테도 무지무지 미안해서 속상했다. 발렌타인 데이날 로맨틱하게 뮤지컬을 보는가 했는데, 우린 모두 씩씩대면서 나왔다. 흑....ㅜ.ㅜ 김다현 빵꾸똥꾸! 어울리지도 않는 개그가 왠 말이냐!!!

 

 

여배우들도 건질 게 하나도 없었고, 서범석마저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아르센 루팡 대실망... 요새 끊임없이 할인 티켓이 나오드만....;;;

 

(사진 펑!)

 

아, 그런데 이날 알았는데 김다현이 무사 백동수에서 김홍도로 나왔던 그 배우였다. 그때는 잘 생긴 것 몰랐는데 뮤지컬계에선 꽃다현으로 통한다지. 역시 뮤지컬 미남과 TV미남은 좀 차이가 있구나....

 

이 무렵 T월드에서 vip회원은 레베카 R석을 50% 할인해 주는 행사를 했다. 루팡으로 버린 눈과 귀를 다시 한번 레베카로 정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헐벗은 지갑을 고려해서 꾸욱 참았다. 그런데 어제 레베카 ost 나온다는 기쁜 소식이!!! 할렐루야~

 

 

 

 

 

 

 

 

 

 

 

주연 배우가 셋이어서 배우별로 시디 3장에 담았나보다. 어젠 곡목 정보에 가수 이름이 없었는데 오늘은 나와 있네. 내가 좋아하는 류배우는 두번째 시디에!!

 

2월의 세번째 토요일에는 조카들을 데리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유리, 3000년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무료 전시회가 있었다. 홈페이지에 초등학생용 브로셔도 다운되게 되어 있었는데 울 조카들은 아무도 안 함...;;;

 

지하철 역에서 제법 많이 걸어야 했는데 지금은 직행 통로가 만들어져서 추위에 떨지 않고 입구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태극기의 네 모서리에 해당하는 '건곤감리'의 문양을 따서 만든 천정 조명과 바닥, 그리고 의자의 무늬가 옛스러우면서도 세련됐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전시회는 3천년에 걸친 유리의 역사에 대해서 담았다.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후 1500년까지를 모아서 3천년!

 

초기 작품들은 불투명해서 '유리'의 느낌이 약했지만 영롱하니 충분히 예뻤다.

 

 

작은 유리를 확대경으로 볼 수 있었다. 빨간 유리가 강렬해 보인다.

 

 

대롱불기 기법으로 유리를 만드는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저렇게 긴 대롱에 유리 재료를 묻혀서 입으로 불면 호리병 모양의 유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커서 무척 놀랐다. 해당 재료들도 모두 전시되어 있었는데 색색이 긴 대롱들도 무지개 느낌으로 찬란하니 예뻤다.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조명이 어두워서 잘 나온 사진이 별로 없다.

 

기왕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왔으니 이제 역사 배우게 되는 세현군에게 선사관부터 보고 오라고 했다. 언니가 아해들을 데리고 선사관과 고대관을 둘러볼 때에 나는 옆 전시관에서 '미국 미술 300년' 전시회를 보았다. 미리 사둔 티켓이 있었는데 1장 뿐인지라...^^

 

 

1월에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심드렁하게 봤던지라 크게 기대한 바 없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재밌었고 그림들도 좋았다. 근대 파트를 뺀 나머지는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주었다. 역시 저작권 때문인가?

 

오른쪽처럼 황금빛 들어간 그림들을 좋아한다. 뭔가 찬란해 보여!

 

가구들도 꽤 전시되어 있었는데 블루와 레드가 모두 마음에 든다.

 

 

자연은 그 자체로 완성된 걸작이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담아놓아도 역시 예술이 된다. 위태로우면서도 안정적인 구도가 마음에 든다.

 

 

'사막의 노동자'란 제목의 작품이다. 더운 날씨에 고된 노동일 터인데, 나는 황금빛이라 또 무척 마음에 들 뿐이고....

 

 

'마투라 강변 계단을 따라'란 작품이다. 위의 사막의 노동자와 함께 내 마음에 가장 들었던 그림이다. 역시 황금빛의 마력일까???

 

(사진 펑!)

 

전시회 보고 나서 홀에서 다시 만난 우리들. 물을 나눠 마시며 잠시 휴식을 갖고 귀가했다. 마침 위메프에서 사둔 티지아이 프라이데이 쿠폰을 써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 과정에서 치른 삽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다시 생각해도 슬퍼...ㅜ.ㅜ

 

 

 

 

 

 

 

 

  

 

2월의 마지막 날에는 '스왈로브스키전'을 보러 대림 미술관으로 향했다. 티켓을 얻으려고 잡지도 샀었는데, 이번주는 무료 개방하고 있다. 17일까지 진행 중이니 보고 싶은 분들은 다녀오세요~ 3호선 경복궁 역 3번 출구에서 가까워요~

 

 

로고가 제일 빛난다. 이것은 보석이 아닌 전기의 힘!

 

굉장히 어두운 방에 붉은 조명 아래에 황홀한 구두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첫번째 구두는 '아이두 아이두'에서 김선아가 마지막에 1등 먹은 그 핑크 구두랑 디자인이 꽤 비슷하다.

 

 

이쪽 사진은 어째 스왈로브스키보다 '유리' 쪽 사진처럼 느껴진다. ^^

 

왕관도 많았고, 악세사리도 많았고.... 미스코리아 왕관보다 클레오파트라 가발이 더 쓰고 싶다. 근데 엄청 무거울 테지?

 

 

멋진 드레스가 많았는데 사진 잘 나온 게 없네. 그나마 세장 붙여놓으니 작아서 디테일이 잘 안 보이는 게 아쉽다.

 

패션쇼 무대 같은 느낌으로 전시해 놓았다. 그러고 보니 패션쇼는 가본 적이 없는데 여기 다녀와서는 문득 가보고 싶어졌다. 그런데는 어떻게 가는 거지? 티켓 사야 하나???

 

 

사실 제일 눈부시게 빛났던 것은 천장의 샹데리아다. 정말 눈부셨는데 사진으로는 잘 전달이 안 되어서 역시 아쉽다.

 

 

 

 

 

 

 

 

 

 

 

2월은 날짜도 짧았는데 영화도 많이 보고 이것저것 많이 다녔다. 여러모로 마음이 들볶여서 가만히 집에 있기 싫었던 날들이었다. 큰 시스터는 12월 말에 사무실을 옮겨놓고는 두달 만에 다시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다. 그 과정 중에 집으로 사무실을 옮기겠다며 나더러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겠냐고 해서 무척 시험에 들었고, 결과적으로 2층으로 내려가진 않았지만 언니가 다시 이사를 하고 여러모로 짐을 옮기다가 지금 다시 무릎이 무척 아픈 상황에 돌입했다. 이 무릎은 작년 여름 이사할 때 망가지고는 고질병처럼 조금만 무리하면 금방 아파버려서 큰 문제다. 아쿠아 강습을 받고 싶었는데, 도무지 자리가 나질 않아서 들어갈 수가 없다. 걷는 운동을 제일 하고 싶지만 무릎이 아파서 그건 좀 힘들고... 아쉬운 대로 다시 수영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역시, 책 쌓아두지 말자. 무릎이 나갈 수 있다. 이미 나간 무릎 더 망가뜨려선 안 돼지...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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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 과학

제 1823 호/2013-03-13

알록달록 픽시 바이크, 알고 보니 자전거의 고전!

유난히도 길~~고 춥던 겨울이 가고 살랑살랑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자, 태연과 아빠도 뭔지 알 수 없는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강아지 몽몽이까지 봄바람이 났는지 택배 아저씨만 와도 반갑다고 깡충깡충 좋아 난리! 아무리 구들장에 붙어있는 게 유일한 특기이자 취미인 아빠라 하더라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 가는 거야! 우리도 봄볕을 받으며 뛰어보는 거야! 이 상쾌한 봄바람을 만끽해보자고!”

간만에 간지 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천변 길을 뛰기 시작하는 태연과 아빠 그리고 몽몽이. 마음은 봄바람 같으나 몸은 천근만근인지라, 셋 모두 영 폼이 나지 않는다. 아빠의 두부살 배는 걸음을 뗄 때마다 시계추처럼 양 옆으로 쿨렁쿨렁 움직이고, 겨우내 복지부동 움직이지 않았던 태연의 근육들은 불과 삼 분만에 지쳐 뛰기를 거부하는데다, 간만에 바깥구경을 나온 몽몽이는 지나친 행복을 배변으로 표현해버리고 말았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

그때 하얀색과 분홍색이 섞인, 진정으로 심플하고 예쁜 자전거를 탄 여인이 향기 나는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태연과 아빠의 옆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지나간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탄탄한 허벅지는 말 그대로 예술이다. 스톱워치를 누른 듯 일시 정지해 버린 두 사람. 멍 하니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본다.

“아빠, 정신차려욧!! 침이라도 좀 닦고 쳐다보든가…. 엄마한테 확 일러버릴 거예욧~!!”
“뭐얏? 너, 너도 엄청 쳐다봤잖아!”
“난, 자전거를 본 거라고요! 저 놀랍도록 아름다운 자전거를 아빠가 저에게 선사해주신다면, 저도 저 언니처럼 환상 몸매의 어린이로 거듭날게요.”

“이거 왜 이래~, 나도 자전거를 봤다고. 흠흠, 저 자전거는 우리가 흔히 타는 기어변속 자전거가 아니라 ‘픽시드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 일명 ‘픽시’ 자전거란다. 고정 기어(Gear, 톱니바퀴의 조합에 따라 속도나 방향을 바꾸는 장치) 자전거라는 거지. 70~80년대 뉴욕의 우편배달부들이 타던 자전거에서 유례 했는데, 최소한의 부품으로만 이뤄져 있어서 매우 단순하고 심플한 매력이 있단다. 또 개인이 원하는 컬러로 타이어에서부터 핸들까지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어서 개성도 살릴 수 있고. 도시 멋쟁이들이 즐겨 타는 자전거라고나 할까?”



[그림] 기어가 축에 고정돼 있는 ‘픽시드 기어 바이크(픽시)’. 변속기 등 부속장치가 없어 자전거 외관이 심플하고 가볍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그러니까 나도 저거 사달라고요! 완전 사랑스러웡!!”

“겉으로는 저렇게 예쁘지만, 너 같은 몸치에 저질체력은 함부로 도전하기 힘든 자전거야. 고정기어라서 네가 페달을 돌리는 힘만큼, 딱 고만큼밖에 움직이기 않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고, 브레이크가 없어서 발로 멈추거나 뒤로 페달을 감아줘야 한단다. 그뿐만이 아니야.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도 페달을 끊임없이 굴러줘야 바퀴가 회전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단다. 자전거 치고는 완전 고조할아버지뻘 되는, 상당히 원시적인 자전거 형태지.

“정말요? 생긴 건 완전 현대의 극치 같은데…. 원래 옛날 자전거는 다 힘들었어요?”

“그렇지, 기어를 적용하기 전까지는. 자전거는 생각보다 역사가 짧은 기계란다. 바퀴 자체는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자전거라는 형태가 만들어진 건 1870년대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자전거는 앞바퀴는 엄청 크고 뒷바퀴는 있는 둥 마는 둥 작게 달려있는 하이휠러(high-wheeler)라는 자전거였는데, 너도 옛날 영화나 사진에서 한두 번쯤 본 적이 있을 거야.”

“것두 엄청 멋지던데요? 근데 타기는 힘들었나 봐요?”

“하이휠러는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앞바퀴도 따라서 한 바퀴 돌아 원둘레의 거리만큼 앞으로 이동하는 자전거였단다. 바퀴가 클수록 한 번에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큰 앞바퀴를 만들었던 거지. 그런데 바퀴가 너무 커서 자전거에 올라타고 내리는 게 매우 힘들었고, 균형 유지도 어려운데다, 언덕 같은 오르막길에서는 거의 탈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단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앞바퀴와 뒷바퀴가 적절한 힘의 분배를 이뤄내면서 힘들이지 않고 탈 수 있는 자전거를 끊임없이 개발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기어 자전거였어. 기어와 톱니바퀴 아이디어는 이미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처음 제안됐지만, 자전거에 적용되는 데까지는 400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지.”

“그래서요? 기어가 적용되면서 어떻게 변했어요? 자전거, 생각보다 흥미로운데요?”

“그치? 예를 들어 설명하면 좀 더 쉬울 거야. 페달 체인휠(chain wheel)의 톱니가 48개고, 뒷바퀴 휠의 톱니가 14개라면 3:1의 비율이 되겠지? 이건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뒷바퀴가 세 번 회전한다는 의미란다. 그만큼 한꺼번에 먼 거리를 갈 수 있다는 뜻이고, 바퀴가 작아져도 빠르고 멀리 갈 수 있다는 뜻이지.

“아, 그래서 바퀴가 요즘 것처럼 작아질 수 있었던 거네요?”

“바로 그거야!! 장소에 따라 기어변속을 하면 더 편리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단다. 예를 들어, 앞 체인휠 톱니가 22개, 뒤 톱니가 30개라면 비율은 0.73이 돼. 당연히 한 번에 멀리갈 수는 없겠지만 대신 힘은 적게 든단다. 그러니까 오르막이 나올 때 이런 저단기어를 사용하면 되겠지? 또 빨리 달리고 싶을 때는 비율이 높은 고단기어를 쓰면 돼. 페달을 한 번 돌릴 때 뒷바퀴를 6~7번 돌아가게 하려면 힘은 많이 들겠지만 아주 빨리 갈 수 있단다. 또 자전거를 탈 때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헬멧을 유선형으로 만든다거나, 몸에 딱 붙는 스킨수트(skinsuit)를 입는 등의 방법도 고안되고….”

그때 태연과 아빠 옆을 지나가는 한 무리의 자전거 아저씨들! 하나같이 총천연색의, 지나치게 몸에 밀착돼 흔들리는 뱃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당췌 알 수 없는 스킨수트를 입고 지나간다. 태연, 순간적으로 눈을 감아버린다.

“아, 조인성 오빠나 원빈오빠가 저렇게 촥 달라붙는 스킨수트를 입고 내 눈앞으로 지간다면 정말 좋을텐데….”

“5분도 안 뛰고 또 남자생각이야?! 얼른 운동에나 집중해~!!”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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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봇대
함민복 지음, 황중환 그림 / 대상미디어 / 2011년 11월
품절


마음 항아리

묵은 불은 없다
묵은 불꽃은 없다

그러나

그리움과
사랑은
묵는다

달빛 이스트와
시간의 춤

마음은
발효를 위한 항아리인가
-14쪽

마흔 번째 봄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꽃 지는 봄 산처럼
꽃 진 봄 산처럼

나도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보았으면
-18쪽

40代

솟아오르던 물줄기가 휜다

휨의 경계에서

물줄기는 솟아오름도 내리쏟아짐도 아니다

물의 고갯길이 서럽도록 맑다

솟아오름만 가지고 분수대는 아름다울 수 없다
-60쪽

그림자의 위로

그림자야, 미안하다
나는 너를 내 머리 위에 한 번도 둔 적이 없구나

미안해할 것 없어요
나도 내 앞에 누구도 둬보지 못했는걸요
-72쪽

다리의 사랑 10

길을 걸으면
살아온 길도 함께 걷는다
살아갈 길도 함께 걷는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가 부축하여주는
과거와 미래를 껴안고 나아가야 하는
끝나지 않는 다리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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