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과학

제 1868 호/2013-05-15

이미테이션 피자치즈, 먹어도 괜찮은 걸까?

“5월은 어린이 달 무조건 사주는 달~~ 무조건 외식 하는 달~~ 내 맘대로 다 하는 달~~ 달다라달달달!”

5월 1일 0시부터 하루에도 몇 십번씩 울려 퍼지는 태연이의 ‘5월 송’에 아빠, 이제 거의 멘탈붕괴의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5월의 ‘5’자와 어린이의 ‘어’자만 들려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 중학생만 돼 봐라, 온갖 선물을 동결함으로써 지금의 괴로움을 천 배 만 배 갚아 주리라 다짐하는 아빠다.

“딩동댕동! 오늘 외식은 피자 되시겠습니다.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기름지고 고소한 피자를 배꼽이 튀어나오게 먹는 것이 이 어린이의 소망이온데, 어떤 가게로 갈깝쇼?”

“정말 양심도 없다. 이번 달 외식비가 벌써 100만원이야. 그리고 5월은 가정의 달이지 어린이의 달이 아니에요. 외식비로 가정이 파탄나면 그게 과연 화목하고 아름다운 가정이겠냐?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테이션(모조) 치즈를 쓰는 피자집이 많아서 너의 건강을 위해, 아빠는 피자집에 갈 수가 없어요!”

“아니, 어찌 그런 일이! 아름다움의 결정체 피자치즈를 무엄하게도 모조한 것이 있다고요? 내 이놈을!!”

“예상이 어긋나지 않는구나. 넌 역시 먹는 일 앞에선 잔 다르크가 되는 아이였어. 치즈는 ‘흰 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아주 풍부한 식재료란다. 동물 젖에 들어있는 ‘카제인(casein)’이라는 단백질을 어린 소나 양의 위에서 나오는 ‘레닛(rennet)’이라는 효소로 굳힌 다음 6개월 이상 숙성시킨 것을 자연치즈라고 하지. 자연치즈는 집에 사 온 뒤에도 계속 숙성이 진행되기 때문에 ‘살아있는 치즈’라고 불리고, 그만큼 유산균도 풍부하단다. 또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칼슘과 악성 빈혈을 예방해주는 비타민 B12가 풍부하고, 치아에서 산성 성분이 형성되는 것을 억제해줘서 충치 예방에도 도움이 돼요.”

“그러니까요, 그토록 아름다운 맛과 성분을 가진 자연치즈를 누가 베끼냐고요!!”

“근데 뭐, 모조식품이라고 해서 다 못 먹을 것은 아니야. 버터의 모조식품이 마가린이고, 우유크림의 모조식품이 커피 프리머(Non-dairy creamers)니까 말야. 모조치즈는 천연치즈와 맛도 거의 같고 영양 면에서도 지방과 단백질이 주성분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지. 다만 재료와 만드는 방법은 완전히 다르단다. 모조치즈는 카제인을 레닛으로 처리해 만든 ‘레닛카제인’에 비싼 유지방대신 싼 팜유를 넣은 다음, 재료가 잘 섞이도록 유화제를 쓰고, 치즈향 등의 첨가물을 넣어서 맛과 냄새를 천연치즈와 비슷하게 만들거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연치즈는 전혀 들어있지 않지만 맛과 향은 비슷하다는 거지.”

“뭐야, 그럼 먹어도 안 죽는다는 거잖아요. 난 맛만 좋으면 그만인데요?”

그래도 치즈 성분이 일절 들어있지 않은 식품에 치즈라는 말을 붙이는 건 문제가 있지. 또 모조치즈를 비싼 자연치즈라고 속여서 파는 식당이 상당히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고 말이야. 모조치즈는 앞서 얘기한 몸에 좋은 치즈의 성분들이 전혀 들어있지 않을뿐더러, 첨가물도 너무 많이 들어가고, 주재료인 팜유는 식물성기름임에도 불구하고 포화지방산 함량이 동물성 기름과 비슷할 정도로 많아서 건강에 좋다고 볼 수 없단다. 살도 많이 찌고 말이야.”

태연은 살이 찐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다. 포크같이 날카로운 턱선을 만들어 과일을 턱으로 찍어주겠다고 친구들 앞에서 큰소리 뻥뻥 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건만 몸무게는 오히려 늘고만 있다. 혹시 모조치즈로 만든 값싼 피자를 너무 많은 먹은 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자연치즈를 구별해 내지?

“방법이야 있지. 일단 아빠 같은 미식가는 딱 냄새만 맡아도 구분할 수가 있어요. 그러나 천재적인 미각은 아무나 타고나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면 첫째, 자연 모짜렐라 치즈는 죽죽 잘 늘어나는데 반해 모조치즈는 뚝뚝 잘 끊어지고 둘째, 빨리 식고 빨리 굳으며 셋째, 팜유를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식었을 때 치즈가 기름처럼 투명해지는 것을 볼 수 있고 넷째, 고소함보다 화학적인 느끼함이 강하다면 모조치즈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단다.

“참 답답도 하셔요. 식당에서 피자가 나와요, 흡입을 해요, 콜라로 입가심을 해요. 그게 몇 분 안에 끝날까요. 5분! 단 5분이라고요!! 그런데 언제 그런 걸 일일이 관찰하느냔 말이에요. 차라리 자연치즈 피자는 포기하고 슬라이스 치즈나 먹을래요.”

“그것도 완전 자연치즈는 아냐.”

“예에?? 그것도 모조라고요??”

모조는 아니고 가공치즈야. 자연치즈를 60~70% 정도 넣고 거기에 분유, 버터, 유화제 등을 섞어서 만든단다. 자연치즈보다 빨리 녹아서 먹기 쉽고, 대량생산하기도 편하고, 야채 같은 성분을 보충해 영양을 보강할 수도 있지. 하지만 한 번 끓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숙성은 멈춘 상태라고 볼 수 있어.

“암튼 몸에 좋다는 거잖아요. 저는 그것까지 모조라는 줄 알고 눈앞이 얼마나 캄캄했는지 몰라요. 슬라이스 치즈 없는 햄버거, 슬라이스 치즈 없는 크래커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요. 문득 무척이나 신기한 생각이 드네요.”

“무슨 생각?”

“너훈아, 넘진, 임희자, 현찰 같은 이미테이션 트로트 가수들은 진짜 노래를 잘하잖아요. 어쩔 때는 나훈아, 남진, 이미자, 현철보다도 구성지게 쿵짝쿵짝 잘도 넘어가는데, 왜 모조치즈피자는 몸에 별로인걸까요.”

“헐~ 방년 12세에 트로트를, 그것도 이미테이션 가수까지 모두 섭렵한 네가 더 신기하구나.”

“아빠가 트로트를 모르니까 철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시는 거예요. 트로트엔 인생이 담겨 있다고요. 자, 절 따라해 보세요. 섬~마을~~ 선생님~~~ 뽕짜자작!”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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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5-15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 브랜드 피자보다 동네 곳곳에 있는 5,000원짜리 피자학교가 더 안전한 치즈를 쓴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 건가???

아무개 2013-05-15 13:44   좋아요 0 | URL
진짜요? 헐..이번 주말에 처음으로 도미노 피자시켜 먹을까 했는데 ....
그냥 동네에 있는 오구피자에서 시켜먹어야 겠네요.

서중석 교수님 현대사 특강 신청란에서 마노아님 이름을 봤어요. 저도 신청했는뎅 ㅎㅎ

마노아 2013-05-15 22:00   좋아요 0 | URL
오구피자 어때요? 궁금했는데 먹어보질 못했네요.^^
피자같이 맛있는 음식을 의심해야 한다는 게 슬퍼요.(>_<)

후애(厚愛) 2013-05-1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피자핫만 좋아합니다.ㅎㅎ
한국 피자핫은 어떤 맛인지 궁금해요.^^

마노아 2013-05-15 22:01   좋아요 0 | URL
한국 피자핫은 느끼해서 맛나달까요. ㅎㅎㅎㅎ
저는 미스타 피자도 좋아합니다. 샐러드바가 피자핫보다 낫거든요.^^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 아주 특별한 노래상자
이오덕.권정생.임길택 지음, 백창우 작곡 / 보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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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 아저씨네 노래 창고 음악을 모두 들어봤는데 정작 거기에 실리지 못하고 따로 덜어낸 노래들에 대해서 먼저 끄적이게 되었다.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라는 이 예쁘고 슬픈 제목에 꽃잎 색깔 닮은 시디가 한장 들어 있다. 백창우 노래 시리즈가 그렇듯이 이 책도 시를 노래로 엮고 그 노래를 담아낸 작품이다. 오감을 모두 열고서 감상해야 한다.

<이오덕 노래상자>, >권정생 노래상자>, <임길택 노래상자>에는 모두 108곡이나 되는 노래가 담겨 있다. 그런데 거기에 싣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어떤 건 너무 슬퍼서, 어떤 건 너무 길어서, 그리고 어떤 건 너무 지루해서, 또 어떤 건 너무 어려웠던 까닭이다.
같은 이유로 좀처럼 노래로 엮기 힘든 그 시들을 백창우 선생님은 기어이 노래로 엮어냈다.
시도 놀랍고 대단하지만, 그 시에서 이런 곡들을 빚어낸 것도 경이롭다. 실로 예술은 위대하다!

너무 길어서 담아내기 어려웠던 게 바로 이 첫번째 작품 같다.
권정생 선생님의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시도 길고 그랬기에 노래도 길다. 마디 수가 무려 361개나 나온다고 한다.
노래도 9분이 넘는다.
그렇지만, '어머니'에 대해서 노래하는데 9분이 어떻게 길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오늘 직장에서 음반을 들어보기 존에 시집을 먼저 읽었다.
문득 울 어머니 안 계시고, 선생님처럼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를 그리면서 어머니 보고파하는 나를 상상해 보니 왈칵 눈물이 났다. 그건 정말 상상만으로도 몸이 떨릴 만큼 무섭고도 아픈 일이었다. 그 어머니를 아버지로 대체하면 또 온전히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가정의 달이라 많이 강조하는 오월에, 어버이 날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이 시점에서 이 시와 노래는 많이 아프다. 그래서 또 그만큼 진실 되게 울린다.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름, 어머니 때문에...

아직은 앳되어 보이는 권정생 선생님과 으젓하신 이오덕 선생님의 젊은 날 사진이 반갑다.
그리고 '권정생'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소박하고 자연미 가득한 흙집의 명패가 어쩐지 가슴을 찌르르 울린다.
그래, 5월은 권 선생님 떠나신 달이기도 했지. 벌써 여섯 해가 되어버렸다.
세상에, 선생님 안 계신 세상은 얼마나 더 강팍하고 완고해졌던지...
괜시리 북한 아이들 생각이 나면서 또 마음이 아프다. 오월은 헤어짐이 많았던 달이기도 했지. 그래, 그랬어......

세분 중에서 가장 젊었지만 가장 먼저 세상을 뜨신 임길택 선생님.
선생님의 동시집을 참 좋아했다. 어찌나 해맑던지...
그 시들이 저리 해맑은 선생님 얼굴을 닮았던 거였나보다.
비록 이 땅에서 선생님의 삶은 짧았지만, 선생님이 뿌려놓은 그 씨가 무럭무럭 자라서, 그때 그 동시 짓던 아이들이 선생님을 추억하며, 시를 되새기며 살고 계시다.
선생님의 영혼이 잔잔히 웃고 계실 것만 같다.

아, 첫번째 사진의 선생님 표정 정말 좋다.
욕심이라곤 읽을 수 없는 그런 웃음이다.
아래 사진은 여기에 실린 곡들을 부른 굴렁쇠 아이들 모습이다.
낭독도 있고, 성우처럼 연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백창우 선생님은 지루할까 걱정하셨지만 아주 다양한 형태의 노래들이 들어 있어 듣는 재미가 있다.
물론, 앞서 세 권으로 묶어낸 시리즈보다는 다소 무겁기는 하다. 전반적인 곡의 분위기가.
그래도 이런 곡도 또 들어봄직 하지 않은가.
어린이의 목소리로 듣는 곡이라고 마냥 동심으로 돌아갈 수만은 없지.
마지막에 추천사를 써주신 김창남 문화평론가도 동요는 어른들이 더 불러야 한다고 했다.
동의한다. 덧붙이자면 모두가 동요를 좀 더 가까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치원도 졸업하지 못한 어린 아이가 대중가요를 따라부르며 현란한 춤을 자랑할 때 손뼉치는 어른들이 나는 좀 못마땅하다. 어른 흉내 말고 그 나이에 가장 예쁠 노래들도 좀 불렀으면 한다. 그리고 그 모습에 동참하며 함께 예쁜 마음 어루만질 우리 어른들도 되었으면 한다.
그나저나, 생각해 보니 울 세현군이 동요 연주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대부분 클래식이었고 가끔 재즈가 있었는데 이참에 동요도 연주해달라고 요청해 봐야겠다. 이 책 펼쳐주면 악보 보고서 반주해 줄 수 있으려나.... 내가 노래를 불러줄 수 없으니 이 책은 좀 곤란하겠다. 좀 더 쉬운 걸로 골라봐야겠다. ^^

마지막으로 목차를 옮겨 본다.
이런 시를 바탕으로 만든 이런 곡들이 담겨 있다. 제목만 보아도 예쁘고 어쩐지 아련하다.


1. 너무 많이 슬프지 않았으면
2. 느릿느릿 천천히
3.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1
4. 고무신 신고
5. 뺑덕이
6. 늙은 개
7. 어매요, 어매요
8. 밥 안 먹으면 안돼
9.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2
10. 나는 나무다
11. 콩밭 개구리
12. 개구리 소리
13. 잠자기 전
14. 나 간다, 노래에 실려
15. 엉겅퀴
16. 개구리
17. 이 세상 끄떡없다
18. 배고프면 밥 먹고 해 떨어지면 잠들고
19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20 똥 누고 가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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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5-1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 17일~ 권정생 선생님 책 읽어야겠어요.

마노아 2013-05-15 23:32   좋아요 0 | URL
잊을 수 없는 날이지요. 순오기님은 특히 더 그렇구요.
 
아직은 미운 오리 새끼
소미네 똥가게에 초대합니다!
멋진 똥을 누고 싶다면 똥코끼리처럼!
밥 먹을 때 똥 얘기 하지마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1
허은순 지음, 김이조 그림 / 보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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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말린 자두를 먹는다. 변비에 좋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저녁 먹고도 말린 자두를 두알 먹는다. 역시 변비에 좋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침을 열고 저녁을 닫을 똥! 우리 몸에서 뗄 수도 없는 중요한 똥! 그러나 '똥덩어리!' 소리가 욕으로 들릴 만큼 무시 당하는 가엾은 똥! '바른 우리 말 읽기책'으로 기획된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이야기의 첫 시작은 '똥' 이 담당했다. 어린 동생 동만이의 별명은 '똥만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매일같인 '똥똥' 거리기 때문이다. 그것도 꼭 밥상 머리에서!!!

 

 

원래 저렇게 어린 나이에는 '똥' 이야기에 환호한다. 우리나라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외국 아이들도 그렇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었다. 전 세계 공통 언어 똥!이랄까.

 

매일매일 밥 먹을 때마다 똥 마렵다고 외치는 동만이, 아니 똥만이 때문에 형 병만이는 불만이 크다. 콱 변비나 걸려버려라! 했더니 정말 변비에 걸리고 만 가엾은 동만이. 변비 걸리면 마치 토끼 똥처럼 동글동글 조그만 똥 싼다는 것 알고 있지. 토끼는 풀 먹고 토끼 똥 싸는데, 사람인 동만이는 채소 같은 풀을 먹어야 토끼 똥을 싸지 않을 수 있다니, 이 놀라운 자연의 조화!

 

토끼 똥 싼 이야기마저 비밀로 지켜달라는 귀여운 동만이 때문에 피식 웃고 말았다. 저만할 때는 아주 작은 것도 큰 일로 느껴지고, 소소한 것도 비밀이 될 수 있는 법! 그런데 '비밀'이라고 말하고 그 비밀을 널리 퍼뜨리는 것도 꼭 비밀을 만드는 사람의 몫!

 

 

화장실에서 응가하는 동만이의 몸 속에서 나오는 온갖 것들은 사실 친구가 아닐까. 그러니까 오줌이랑 똥이랑 뭐 그런 것~ 빨간 휴지 파란 휴지 이야기도 언뜻 떠오른다. 어릴 적에 정말 무서웠더랬지. 신문지로 주세요~라는 나름 반전의 엽기적인 이야기도 있었더랬지. 후후후후!!

 

이 책은 그림책과 저학년 동화책 사이에서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책이다. 그림책보다 글이 더 많지만 어린이 책보다는 훨씬 쉽다. 운율감을 주는 단어 사용도 노래하듯이 흘러나오고, 같은 내용의 문장을 조금씩 의미를 확장해서 반복해 주는 것도 아이의 읽기 학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능적 장점이 많은 책이지만 그렇다고 이야기의 재미를 놓치지도 않는다. 충분히 재밌고 학습 효과도 큰 책이다. 게다가 같이 해볼 수 있는 놀이거리까지 있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동물들과 그 동물들이 쌌을 것 같은 똥을 연결하는 것이다. 소똥도 알겠고, 토끼 똥도 알겠고, 고양이 똥은 별명이 '맛동산'이니까 대강 알 것 같다. 달팽이와 닭은 찍었다. 근데 정답일 듯. ^^ 아이들이 엉뚱한 똥과 동물을 연결할 수도 있다. 틀리면 또 어떠랴. 지적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게 더 중요하다. 아주 기발한 대답이 돌아올 수도 있다. 아이들은 상상력 창고니까.

 

두번째는 동무가 될 수 있는 것끼리 묶어주면 된다. '친구'란 표현과 '동무'란 표현을 같이 익힐 수 있겠다. 아름다운 우리 말인데 요새는 여차하면 종북의 언어가 되고 있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세번째는 귓속말로 비밀 얘기해보는 순서다. 하하핫, 비밀을 고백하라니, 참으로 짓궂다!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하면 내가 먼저 살짜쿵 비밀 얘기를 하나 고백해도 되겠다. 어쩌면 아이는 비밀을 공유해 주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가슴이 두근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무들이 아는 똥 이야기를 해 보는 차례다. 나의 똥 이야기를 여기다 쏟아놓기는... 곤란하겠다. 가족들끼리 해보자.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 좋겠다.^^

 

똥 이야기 하니 여러 책이 떠오른다.

강아지똥,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똥벼락, 똥떡, 소미네 똥가게, 너도 멋진 똥을 누고 싶지?, 응가하자 끙끙, 밤똥참기, 똥친 막대기, 팥죽 할멈과 호랑이까지.....

 

많다. 아마 찾아보면 더 나올 듯! 아주 어릴 적 수돗가에서 똥 밟아서 발 씻던 기억도 난다. 그때 아마 울었더랬지? 옆집 할머니가 발 씻겨주셨다. 고마운 이웃 분. 오랜만에 옛 생각에 젖는다.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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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4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4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5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3-05-15 23:31   좋아요 0 | URL
네, 바로 그거였어요. 헤헷^^ㅎㅎㅎ
 
타블로이드 전쟁 -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 사건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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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시체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의대생들이 친 장난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시체의 조각을 싼 방수천이 동일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묘하게 흘러갔다. 조각을 짜맞추자 한 사람의 몸이 되었다. 그렇지만 머리는 없었다. 중요한 단서가 되었을 법한 몸통의 문신도 제거된 상태였다. 이 남자는 누구인가? 누가 이 남자를 죽인 것인가? 이 남자는 어쩌다가 이렇게 잔혹한 죽음을 맞이한 것인가?

 

소설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은 실화다. 이 책은 소설처럼 읽힌다. 그러나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1897년 6월 25일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당시의 언론들이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어 뉴욕을 온통 들었다 놨다 했던 세기의 살인 사건이다. 그리고 이 사건의 흐름을 주도했던, 아니 흐름을 '창조해 낸' 두 축은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유명한 신문사다. 1883년에 조지프 퓰리처사 가들인 신문사 <뉴욕 월드>와 1895년에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사들인 신문사 <뉴욕 저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하나 더 깃들인다면 허스트가 추가로 발행한 석간 신문 <뉴욕 이브닝 저널>을 들 수 있겠다.

 

앞서 '황색 언론'이란 말을 썼다. 퓰리처와 허스트의 악연은 앞세대 인물인 퓰리처의 과거로부터 이어진다.

 

퓰리처는 <선>의 옛 동료들을 ‘공룡’이라고 공격하면서 재산을 모았고, 그다음에 마찬가지로 명망 높은 신문인 제임스 고든 베넷의 <뉴욕 헤럴드>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문을 내놓아 <뉴욕 헤럴드>의 뒷덜미를 잡았다. 그런데 이제 <월드>에서 수련을 받은 허스트가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89쪽

 

퓰리처가 그랬듯이 허스트 역시 똑같은 길을 밟아 퓰리처를 눌러버렸다. 그리고 이 살인 사건이 난 시점은 허스트가 석간 신문인 <뉴욕 이브닝 저널>을 막 창간한 시점이었다. 안 그래도 자극적인 <저널>보다 더 자극적인 기사들을 내뽑던 <이브닝 저널>에게 이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었다. 그러니 허스트가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 것은 안 보고도 뻔한 일! 계속해서 허스트에게 추격을 당하느라 자존심이 상한 퓰리처도 지고 있을 수 없다. 이들의 과열된 취재 경쟁은 셜록 홈즈보다 치밀했고 괴도 루팡보다 더 과감했다. 게다가 지저분하기까지!

 

때는 19세기 말. 기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달렸다. 청동 전조등을 달고 도시를 질주하는 자전거 군단은 폭주족을 연상시켰다. 심지어 허스트는 신문사에 '자전거 사고 전담 변호사'까지 데리고 있었다. 뿐이던가. 혹여나 <월드>에서 취재 과정 중 알게된 새로운 사실을 전화로 전달할까 봐 해당 구역의 모든 공중전화를 점거하고 전화선도 끊어놓았다. 이 정도면 거의 범죄 수준 아닌가! 그러나 아직 놀랄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의 기막힌 보도 전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끔찍한 토막 살인 사건보다 더 무서울 때조차 있으니까.

 

퓰리처는 독자들에게 포상금을 걸었다. 시체 토막 사건에 관한 미스터리를 정확히 푸는 사람에게 500달러를 금화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독자들은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셜록 홈즈가 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킬 게 분명했다. 그러나 퓰리처가 이런 묘안을 짜낼 때 가만 있을 허스트가 아니다. 자수성가한 퓰리처에 비해서 광산왕을 아버지로 둔 허스트의 자금 동원력은 압도적이었다. 퓰리처의 <월드>가 500달러를 제시한 기사가 나온 직후 <이브닝 저널>은 '포상금 천 달러'를 내걸었다. 허스트 다운 전략이다.

 

 

 

이제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자. 평범하지 않은 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낵 부인의 초상화다. 당시엔 삽화를 전문으로 전담한 기자가 재빠르게 그림을 스케치하고 그것을 신문사로 보내어서 이렇게 인쇄했다. 책 속에서, 그러니까 당시 실제 신문들이 묘사한 낵 부인은 뭔가 팜므파탈적인 느낌의 여인이었다. 글쎄, 사진으로 느끼기에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사건 때문인지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여자 혼자 시체를 토막냈다고 여기기는 아무래도 힘든 일. 사건에는 배후자이거나 공모자이거나 아니면 뭔가 관련이 있는 남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 사람이 마틴 손이다.

 

이 사건은 판결이 나오기까지 반년 정도를 끌었는데 그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내가 뉴욕 시민이라고 하더라도 매일매일 쏟아지는 기사들에 정신이 팔리고 말았으리라. 요즘 모든 사건 사고를 윤창중 기사가 다 빨아들이는 것처럼, 이 무렵의 기사들은 이 토막 살인 사건이 모두 덮어버렸다.

 

저자가 놀라운 것은, 픽션이 아닌 논픽션을, 정말이지 당시의 보도 자료와 수기 등만 참고해서 재현해 놓는데도 그 긴박감이란 드라마의 '다음 주 이 시간에'라는 문구를 보며 시청을 마치는 기분을 계속해서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얼마쯤 가서는 시체의 주인으로 알려진 사람이 다른 사람인 것만 같고, 또 얼마쯤 가면 죽었다고 알려진 그 사람이 다음 재판정에 나올 것만 같다. 반전의 반전의 또 반전! 이건 사건 자체가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죽은 사람에겐 미안!) 그걸 글로 풀어내는 저자의 필력 덕분이다. 웬만한 추리 소설이 명함을 못 내밀 정도다.

 

그리고 무려 19세기의 이야기이다. 아직 빅토리아 여왕이 살아 있고, 자동차보다 마차가 더 익숙한 시절이다. 사진보다 삽화가의 활약이 더 컸던 시대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흥미롭게 보인다.

 

몇 주 전에 인도 총독은 나선형이라든가 고리 모양 등 지문의 모양으로 사람을 구별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채택했지만, 오브라이언 경위를 비롯한 미국 사람들은 인도 경찰이 고안한 이런 괴상한 아이디어에 관심이 없었다.  -144쪽

 

오호라! 지문식별이 인도에서 시작되었구나. 초기에는 이것이 얼토당토 않다고 여겨졌구나!

 

이 토막 살인 사건 때문에 허스트의 신문 판매 부수는 드디어 <월드>를 눌렀다. 탄력 받은 허스트는 흥미진진한 연재 소설을 싣게 되었다는 것을 크게 광고했따. 바로 웰스의 "우주 전쟁"이다. 아핫, 그래, 바로 그 시대였지!

 

하나 더 있다.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서 쿠바에 정박 중인 미 해군 전함 메인호가 의문의 폭발로 붕괴되어 배와 승무원들 대부분이 아바나 바다에 수장되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 사건은 스페인의 짓이 아니건만, <저널>의 허스트는 "확실한 전쟁! 스페인이 메인호를 폭파시키다!"라고 선언해 버렸다. 그는 사건의 진실이 아니라 사건 자체가 필요했다. 그리고 전쟁만큼 확실한 이슈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그는 '타블로이드 전쟁'을 이미 하고 있는데! 이것도 모자라 허스트는 정말 전쟁터에 직접 뛰어들어가 현장을 살피고 오기도 했다. 포탄과 총알은 그를 비껴갔지만 그가 사명감으로 살아남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선정적인 보도에 있어서는 뱀같은 감각을 지닌 이 언론사 사주와 맞먹을 만큼의 배짱과 수완을 가진 이가 바로 낵 부인이다.

 

“난 구경거리가 아니에요.” 낵 부인이 여간수에게 쏘아붙였다. “날 구경할 수는 없다고 말해줘요. 난 전시물이 아니라고.”
그러다가 낵 부인은 다시 잠깐 생각에 잠겼다. <저널>과 에덴 박물관이 사건을 가지고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뭔가? 박물관에서 입장료로 50센트를 받는다니, 낵 부인은 시물감에서도 가격에서도 박물관을 누를 수 있었다.
“잠깐만요.” 낵 부인은 자리를 뜨려는 여간수를 불렀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와서 구경하라고 해요. 한 사람당 25센트를 낸다면요.”
오거스터 낵은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174쪽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낵 부인이라니!! 희대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살인 사건의 중요 피의자를 사람들이 구경하기 위해서 돈을 낸다. 놀라운 일이건만, 이 관광(?) 수입으로 낵 부인은 짭잘한 수익을 올리고, 그 돈을 이용해서 감옥 안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구해 주고 세력을 구축한다. 바로 그 권력을 이용해서 마틴 손에게 보낸 편지다.

 

 

 

편지의 내용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짐작하는 낵 부인의 심정과는 많이 다르다. 이 편지에는 또 다른 음모가 깃들어 있는 것일까? 마틴 손의 답장을 보시라. 찢어진 흔적이 있다. 그가 답장을 쓰면서 겪었을 고뇌가 느껴진다. 이 사람은 살인을 주도한 악마인가. 아니면 여자에게 이용당한 순정남인가.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계속 궁금하게 만든 대목이다.

 

작품의 배경에서는 전기의자에 앉혀서 사형을 시키는 제도가 등장한다. 도입한 지 얼마 안 되었고, 그 효과에 대해서도 입증되지 않은 사형 방식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사형 방법이 토막 살해된 어느 남자의 죽음과 평행이론처럼 닮아 있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독자는 소름이 돋았다. 법정 안에 낵 부인의 전 남편과, 현 애인과, 그리고 약품처리된 토막 시체로 참여한 옛 동거남까지 함께 모여 있던 순간처럼.

 

선정적인 기사의 배후에는 선정적인 기사를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다. 여자들은 마틴 손의 인물에 반해 그의 무죄를 외쳤고, 법정 안에는 한껏 차려입은 여자들이 참관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꽃밭'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모든 분위기들을 즐기면서 더욱 부채질하는 언론사들 때문에 이 비극적인 살인 사건은 마치 '축제의 장'이 되고 말았다. 그 현장에서 가장 화려한 칼춤을 춘 것은 당연히 허스트다. 퓰리처는 감각이 많이 떨어졌다. 한 세대 더 앞의 인물이기도 하지만 건강도 잃고 타블로이드 전쟁에서도 계속해서 물을 먹고 있는 츌리처의 <월드>는 더 많은 돈과, 더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비윤리성으로 무장한 <저널>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물론, 그런 결말이 오기까지는 퓰리처가 뿌린 죄값이 있었던 거지만...

 

이 책을 보는 동안 100년 이상의 간극이 있음에도 많은 기시감을 느꼈다. 범죄의 잔혹성과 그 범죄를 유발시킨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 그리고 그것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까지, 모든 게 21세기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의 천박한 호기심도 판박이였고, 그것을 이용해 돈벌이하는 약삭빠른 인간들도 당연히 있었다. 중간중간에 함께 소개되는 희대의 사기꾼들과 여러 놀라운 살인 사건들의 충격적인 모습도 역시 익숙한 모습이었다. 가장 사악한 자가 언론과 종교의 이름으로 죄를 세탁하고 새삶을 사는 기막힌 풍경도 역시 이곳에서도 이미 선을 보였다. 그리고 그런 부조리함 때문에 희생되는 인물도 당연히 뒤따른다. 자극적인 살인 사건은 모방범죄를 불러왔고,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기사와 표제에 익숙해져갔다. 포털에서 우리가 지겹도록 보는 '충격', '경악'과 같은 그런 단어들 말이다. 이 얼마나 우리 사는 세상과 닮아 있는가.

 

 

 

살인 사건과 타블로이드 전쟁이라는 두 축을 효과적으로 배치해서 이 작품은 소설보다 더 극적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역사를 짚어보면서 중요한 교훈을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정도면 일석다조의 효과가 아니던가!

 

자, 이제 정리를 해보자. 이 전쟁은 어떻게 끝이 났을까. 부수 전쟁으로 이야기한다면 단연코 허스트가 이겼다. 무려 400만 불을 투입시키고도 아직도 500만불의 재산이 남아 있던 허스트의 금력을 퓰리처가 어떻게 감당했겠는가. 하지만 퓰리처는 현명했다. 그는 황색 언론 대신 이름을 남겼다. 그것도 고상한 이름을!

 

그래도 <월드>는 자발적으로 선정주의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조지프 퓰리처로서는 허스트의 공격적 마케팅에 허덕허덕 끌려다니는 게 늘 못마땅했었다. 말년에 퓰리처는 <뉴욕 타임스>의 냉철한 신뢰성 쪽으로 끌렸다. 1911년 사망한 뒤에 퓰리처는 역사적 기억 속에서 새롭게 탄생했다. 황색 언론 전쟁은 잊히고, 컬럼비아 대학에 재산을 기부하고 작가와 기자들에게 주는, 그의 이름이 들어간 상이 제정되어 장밋빛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허스트는 반성할 줄 몰랐다. -390쪽

 

오늘날 '퓰리처'의 이름은 황색 언론을 낳게 했던 극단적인 보도 전쟁보다 '퓰리처 상'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회자된다. 반성할 줄 몰랐던 허스트를 결국은 그가 이긴 것이다. 막차는 제대로 탔구나 싶어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그 박수는 이 책의 저자에게도 나눠야 할 듯! 

 

우리의 언론 환경을 생각해 본다. 주식회사 프레시안 대신 협동조합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선언한 진보 언론 매체도 떠오르고, 지난 대선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어준 쓰레기같은 언론사들도 떠오른다.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에서 더 엄격한 기준으로 재판을 받았던 언론인 부역자들도 떠오른다. 그만큼 막강하고, 그만큼 중요하고, 그만큼 큰 소명의식을 필요로 하는 자리임이 자명하다. 그래서, 즐겁게 책을 읽고 난 뒷맛이 쓰다. 오늘 주진우 기자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우리의 언론 환경은 19세기보다 못한 것은 아닌지......

 

우리가 소망하고 기대하고 지켜야 할 언론의 모습을 마음 속에 새기며 좋은 책을 추천해 본다. 당신의 관심과 호기심을 충분히 채우면서 긴 여운과 생각할 거리들을 넘치게 남겨줄 것이다. 그래야 하는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다.

 

 

덧글) 몇 군데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들이다.

79

오브라이언을 20년 넘게 경찰 일을 하면서 >>> 오브라이언은

153

두 번째로는 꾸러미를 무겁게 만들지도 않았는데 오거스터 빨리 처리하라고 닥달을 하는 바람에>>> 오거스터가

198

그녀가 마틴 손에을 떠올린다고 하더라도 >>> 마틴 손을

266

증인이 굴든수프를 쏘지 않았습니까! >>> 큰 따옴표 방향이 뒤집혔다.

382

위장내막을 얇게 저며 끓여 잿물과 벤젠과 섞은 용액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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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3-05-1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어보았는데 언론이라는 무기로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와 형사들의 활약으로 당시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그리고 사건 언론의 변천사를 짧게 이야기하는 당시의 언론의 모습을 볼수 있는 사건의 진실보다는 그사건을 수사하는 기자들이야기가 더 인상적인

마노아 2013-05-15 22:02   좋아요 0 | URL
기자들의 행태와 기사 자체가 엄청 선정적이더라구요. 거기에 달려들어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충격적이구요. 100년 전 모습같지가 않았어요. 말 그대로 리얼다큐더만요.
 
타블로이드 전쟁 -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 사건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3년 4월
품절


호리호리한 헝가리 출신 이민자인 퓰리처는 남북전쟁 때 북군에 입대해, 셰리든 장군이 승리로 이끌었던 셰넌도어 계곡 전투에 기병으로 참여했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뉴욕으로 흘러들어왔다. 지금 신문사가 있는 이 자리에 원래는 프렌치 호텔이 있었는데, 무일푼 퇴역 군인이었던 퓰리처가 이 호텔에서 쫓겨난 일이 있었다. 20년 뒤 서부에서 부자가 되어 돌아온 퓰리처는 복수라도 하듯 호텔을 밀어 버리고 바로 그 자리에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세웠다. 퓰리처 소유의 건물을. 세계에서 가장 넓은 인쇄실을 떠받치는 데 들어간 연철 기둥이 3km가 넘었다. 퓰리처는 425t짜리 거대한 금색 돔지붕 아래 꼭대기 층 안에 사무실을 설치했다. 도금을 한 퓰리처의 건물 표면은 수km 떨어진 바다에서도 보였다. 그래서 미국으로 이민오는 사람들이 신대륙에서 처음으로 보는 광경은 자유의 여신상이 아니라 퓰리처의 금빛 건물이었다. 퓰리처는 집무실을 프레스코화와 가죽 벽판으로 장식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퓰리처의 집무실을 처음 들어온 손님 가운데 어떤 사람은 이렇게 외칠 정도였다. "여기는 신을 모신 곳인가?"
-33쪽

퓰리처보다 한 세대 아래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퓰리처와 정반대 인물이었다. 허스트는 젊고, 미국 본토박이고,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자 광산왕의 아들이었다. 허스트는 20달러짜리 순금 넥타이핀부터 해서 딱 보기에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처럼 보였다. 하버드에 다닐 때 학문보다는 신문사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교수들한테 교수의 초상화가 새겨진 요강을 선물하고 학교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허스트는 타고난 신분에 걸맞지 않게, 새로 출범한 <월드>에 프리랜서 기자로 들어가서 신문사가 돌아가는 것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았다. 허스트는 퓰리처가 신문을 이용해 돈을 버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발명해 냈다고 생각했다.
-53쪽

언론가 사람들도 이런 변화에서 아이러니를 느꼈다. 퓰리처는 <선>의 옛 동료들을 ‘공룡’이라고 공격하면서 재산을 모았고, 그다음에 마찬가지로 명망 높은 신문인 제임스 고든 베넷의 <뉴욕 헤럴드>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문을 내놓아 <뉴욕 헤럴드>의 뒷덜미를 잡았다. 그런데 이제 <월드>에서 수련을 받은 허스트가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89쪽

"남편이 보았어요." 여자가 계속 주장했다.
당연히 보았겠지. 마틴 손은 사방에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다. 아지랑이처럼. 벌써 마틴 손을 닮은 수상쩍은 사람이 둘이나 잡혀 왔다. 알고 보니 진짜 범죄자였다. 한 사람은 루이빌에서 횡령을 하고 도망친 사람이고 한 사람은 "잠자는 제이크"라고 불리는 브루클린의 사기꾼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둘 다 마틴 손은 아니었다. 저지시티 공동묘지에서 산을 삼키고 공통스러워하다 사망한 사람이 있었다. 그건 틀림없이 마틴 손일 거다. 하지만 노장 연극배우 조지 빈이 스태튼아일랜드에서 요트를 타다가 발견한 시신은? 가까이에서 총을 맞아 얼굴이 날아간 시체였다. 신문들은 이렇게 물었다. 이게 마틴 손인가?
-133쪽

"난 구경거리가 아니에요." 낵 부인이 여간수에게 쏘아붙였다. "날 구경할 수는 없다고 말해줘요. 난 전시물이 아니라고."
그러다가 낵 부인은 다시 잠깐 생각에 잠겼다. <저널>과 에덴 박물관이 사건을 가지고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뭔가? 박물관에서 입장료로 50센트를 받는다니, 낵 부인은 시물감에서도 가격에서도 박물관을 누를 수 있었다.
"잠깐만요." 낵 부인은 자리를 뜨려는 여간수를 불렀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와서 구경하라고 해요. 한 사람당 25센트를 낸다면요."
오거스터 낵은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174쪽

정말 머리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양배추가 나왔다.
우드사이드에서 다른 아이는 총알구멍이 난 갈색 중산모를 발견했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수천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우드사이드 수풀을 뒤졌을 때 왜 이런 증거물들을 찾아내지 못했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유물들을 만들어냈다는 혐의가 허스트와 퓰리처의 기자들에게 돌아갔다.
-177쪽

낵 부인은 금세 생존법을 터득했다. 낵 부인은 단순한 전략을 통해 감옥에서 여왕이 되었다. 호기심에 찾아온 사람들과 팬들에게 25센트씩을 받아 그 돈으로 커피와 빵을 사서 다른 죄수들에게 돌렸다.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것을 제외하고 툼스 교도소의 여죄수들이 바랄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은 오거스터 낵 가까이에 깃드는 것이었다.

-180쪽

구출작전은 합법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허스트는 언제나 한계를 넘어섰다. 뉴스를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데 왜 그냥 보도만 하고 있겠는가?

-213쪽

이제 뉴욕 신문들은 다른 어떤 도시보다 범죄와 사건 사고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저널>에는 유혈이 낭자한 기사와 여성들의 관심사, 만화들 때문에 경제, 노동, 종교 기사는 아예 발 들여 놓을 틈이 없었다. 허스트는 독자들을 알았고, 독자들이 무얼 좋아하는지 알았다.

-280쪽

6월 어느 더운 날 이 사건의 문을 연 것도 이스트 강가에서 놀던 아이들이었다. 다섯 달이 지난 겨울날 어두운 법정 안에서, 다른 아이가 그 문을 닫아 버렸다.

-313쪽

<이브닝 저널> 삽화가는 옆에 서서 그 장면을 부지런히 펜과 잉크로 스케치했다.
"안 들어가." 동료 한 사람이 일러주었다. "그렇게 큰 종이는 새가 못 날라." 삽화가는 자기 실수를 깨닫고 얼른 종이 한가운데를 반으로 잘랐다. 비둘기 두 마리에 반쪽씩을 실어 강 건너편으로 보냈다.
-315쪽

"법으로 사후에 시신을 해부하게 되어 있다. 사실 그게 형벌의 일부다. 시신 해부로 사인을 밝히는 것도 아니고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되라고 하는 것도 아니니, 해부의 목적이 처형을 완결하기 위한 것임이 명백하다." 오닐 박사는 이렇게 썼다.

-359쪽

"이미 한 여자가 감당하기에 넘치는 고통을 받았어요." 낵 부인은 흐느끼며 가방을 든 채로 복도에 주저앉았다. "대체 지난 과거에서 뭘 얻으려고 그러는 거지요?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나요?"
하지만 바로 다음날, 오거스터 낵은 과거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팔겠어요." 오거스터 낵이 <뉴욕 타임스> 사무실에 당당하게 걸어 들어와 말했다. "당신네 신문사에서 얼마를 줄 수 있나요?"
유감스럽게도 <타임스>는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는다고 낵 부인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물론 <저널>은 그런 식으로 일했다.
-377쪽

<저널> 초기에는 전쟁 개전 정도 되는 소식이라야 이런 거대한 활자를 조판했다. 그렇지만 새로운 세기에는 날마다 전쟁이고 날마다 충격이었다. 이번 주 어떤 신문은 이렇게 소리를 높였다. 건물 붕괴 : 40명 사망. 이런 것도 있었다. 유니언 광장에서 여자가 남자를 죽이다.
-378쪽

그래도 <월드>는 자발적으로 선정주의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조지프 퓰리처로서는 허스트의 공격적 마케팅에 허덕허덕 끌려다니는 게 늘 못마땅했었다. 말년에 퓰리처는 <뉴욕 타임스>의 냉철한 신뢰성 쪽으로 끌렸다. 1911년 사망한 뒤에 퓰리처는 역사적 기억 속에서 새롭게 탄생했다. 황색 언론 전쟁은 잊히고, 컬럼비아 대학에 재산을 기부하고 작가와 기자들에게 주는, 그의 이름이 들어간 상이 제정되어 장밋빛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허스트는 반성할 줄 몰랐다.
-390쪽

그렇지만 허스트가 정신적 대부인 퓰리처에 도전했고, 퓰리처는 <헤럴드>의 제임스 베넷을 배신했던 것과 똑같이, 이번에는 허스트가 뒤통수를 맞았다. 그 주인공은 허스트가 중국 통신원으로 고용했던 시카고 청년 조지프 패터슨이었다. 패터슨은 1919년 <뉴욕 데일리 뉴스>를 창간하여 신문 저널리즘의 판돈을 또 한차례 올렸다.
-391쪽

언론왕의 자산이 수십 종의 신문으로 확장되며 허스트는 신화적 인물로 자라났다. 영화 <시민 케인>이 바로 허스트를 모델로 한 것이다.
-391쪽

"제 책을 갖다 주세요." 마틴이 철창 너머 간수에게 호소했다. 그날 오전 마틴이 불안한 기색을 보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간수가 책 무더기를 새 감방으로 옮겨 주자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제 친구예요."-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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