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2
최종훈 지음 / 발해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무척 재밌게 읽었다. 소재도 흥미로웠고, 결말도 뭉클하니 감동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멋있는 만큼 구멍도 꽤 보인다. 뭐랄까. 처음부터 차곡차곡 밑밥을 깔았다기 보다, 역으로 결말을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필요한 내용을 메꾸면서 진행한 느낌?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렇게 빼어난 자질을 가진 전사들을 지나치게 쉽게 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김일성 대학의 교수 캐릭터도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접어넣은 인물은 아닌지... 아무튼 뭔가 조금씩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물론, 영화보다는 원작이 훨씬 훌륭하다. 마지막의 통장 씬도 자연스럽게 보게 만들었어야지, 그 긴급한 와중에 직접 펴드는 게 말이 되나! 또 통장에 찍힌 액수도 황당하다.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달동네 구멍 가게에서 내줄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단 말이지...

 

무엇보다 영화에서는 서수혁 캐릭터가 지나치게 말이 되지 않는다. 원작과 달리 남한 국정원 요원으로 설정해 놨는데 그가 왜 이 세인물에게 그토록 집착하는지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정겨운 달동네 이웃들은 가족보다도 더 친근한 사람들로 나오는데, 이것도 좀... 대한민국에 아직도 그런 동네가 있나요? ㅠ.ㅠ 김태원의 마지막 대사도 영화는 삭제해 버렸다.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진심에 가까울 그 대사가...

 

어쨌거나 저쨌거나, 초반에 실컷 웃다가 마지막에 마음이 짠해지는 작품이다. 분단 현실을 살면서, 그 분단과 전쟁 때문에 비극을 품고 사는 이 나라 사람으로서 어찌 그런 기분을 안 느끼겠는가. 작품 첫머리에서 김태원은 살아 돌아오지 못하겠거든 전설이 되라고 했다. 그야말로 은밀하게, 그리고 위대하게. 그러나 나는 살아남는 게 더 위대한 거라고, 그것이야말로 전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1권만 구매했던지라 2권이 없어서 당황했다. 당일 배송으로 책을 구매하려고 해도 영화 보기 전에 보고 나갈 수는 없을 터였다. 해서 다음 웹툰으로 보았다. 마지막 완결까지 10회 분량만 유료 결제를 해야 했는데 편당 500원인가 싶어 잠시 긴장했지만 10회 모두 합해서 500원이었다. 핸드폰 소액 결제했는데 부가세도 안 붙었다. 절정의 엔딩을 보는데 500원이면 많이 싼 거지. 다들 기꺼이 결제하고 궁금한 결말을 확인하시라. 책을 보다 웹툰으로 보니 화면이 시원시원한 것은 좋았다. 그럼에도 나는 책이 더 좋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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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집사 16
야나 토보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단행본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과 타무라 유미의 '세븐 시즈', 그밖에 이키가미도 즐겁게 기다리고 있고, 국내 작품 중에선 완결편 하나 남은 에뷔오네도 열심히 기다리고 있다. 더 꼽으면 더 많이 나올테지만, 하여간에 그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매번 흑집사였다. 작품의 재미와 예술성을 모두 동원하면 흑집사가 최고의 작품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게 흑집사는 꼭 아이돌스런 느낌으로 다가와서 스타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작품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흑집사 16권이 내손에 들어왔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흉내낸 대사가 재밌다.

이번에도 표지를 벗겼을 때 속 그림과 겉 그림과의 조화를 기대했다. 인도 왕자가 표지를 장식했다. 속표지의 이름은 '흑퀴즈'다.

책속 컬러 표지다. 사진이 흔들렸다. 좀 많이...;;;;
이 속표지에는 컬러가 두 개 정도만 들어가는데 네가지 색깔을 대표하는 기숙사 중에서 그린과 퍼흘이 함께 했다. 레드와 블루가 빠졌다. 넷 다 모이면 엄청 화려해 보일 듯!
색을 적게 쓰는 건 아무래도 인쇄 단가 때문이겠지?
블랙은 언제나 그 자체로 완성된 색이지만.

크리켓 대회를 앞두고 나온 대식당의 모습이다.
그야말로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기숙사 같다.
똑같이 영국 기숙 학교이니 비슷해도 문제는 없겠다.
네 가지 색깔의 기숙사 대표 선수들이 입장하는 장면도 호그와트의 그 경기... 뭐더라? 뭐지???? 하여간 그 경기 직전에 입장할 때 모습과 아주 닮아 있었다.
애니로 본다면 무척 비슷한 분위기이리라.

이번 이야기에서 눈이 호강한 것은 시엘의 아버지가 나온 장면이다.
시엘이 좀 더 어른이 되면 이런 모습으로 자랄테지만, 그런 날이 오려나?
안 올 것 같다. 그러니 어른 모습은 아버지로 즐기자.
나중엔 엄마 이야기는 안 나오나 몰라.

크리켓 경기 룰에 대한 설명이 짧게 나왔다. 미리 보았더라면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도 좀 더 이해를 했을 텐데... 당시 크리켓 경기 룰을 전혀 몰라서 경기 장면은 잘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거 몰라도 작품을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 없지만...

앞부분에 코끼리가 등장한 장면도 아주 근사했는데 일부러 사진은 찍지 않았다. 다음 독자를 위해~


경기를 응원하느라 엘리자벳의 가족과 팬텀하이브가 저택 고용인들이 모두 기숙사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북적북적... 웃기는 캐릭터가 많은지라 그들이 한 몫씩만 해주어도 아주 재밌다.
엘리자벳의 오빠 캐릭터는 무척 단순한 편인데 모처럼 진지하게 나온 게 보기 좋았다. 이 집안은 남매가 모두 능력이 출중하다. 겉으로는 어리광 캐릭터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좀 더 진중해 보인다. 후작 부인의 엄한 교육 덕분인가? 나름의 외유내강 형이다.

즐겁게 읽기는 했는데 기대치에 비해서 이번 편은 효과가 좀 약했다. 꺄아~ 소리가 나올 만한 부분이 그닥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 번에는 이 문제 많고 수상하고 요상하기까지 한 기숙 학교의 교장이 등장할 것 같으니 기대를 또 해보겠다. 사신이나 천사.... 중 누가 나오지 않을까? 악마와 대적하려면 어쩐지 천사가 나을 지도...

흑집사는 시미즈 레이코나 모리 카오루의 책에 비해선 단행본 값이 보다 저렴한데 그래서인지 쪽수가 좀 부족하다. 아니, 비슷한가? 확인한 것은 아니니 확실히는 모르겠다. 아무튼 좀 더 빨리, 많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세바스찬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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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3-06-09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 정도면 빨리 나와주는 편이죠~~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은 결국 원서로 결말을 읽어버렸는걸요. 번외편은 언제 나와줄려나요?

흑집사 이번 권, 정말 즐거웠고, 다음 권에서는 미스테리가 더 깊어질까요? 조금 풀릴까요? 완전 기대되는 이번 에피소드입니다.

마노아 2013-06-09 01:32   좋아요 0 | URL
토보소 작가님도 손이 엄청 빨라 보여요. 이쪽도 모리 작가님처럼 무척 즐기면서 그리는 느낌이랄까요.
세바스찬의 활약이 적어서 아쉬웠어요. 다음 번의 대활약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비밀은 지금 2권 사두고 아직 비닐도 못 뜯었어요. 조만간 읽을 거예요. 가슴이 왈랑거려요.^^
 

1. 일주일 전에 친구가 시집을 갔다. 내가 신부 들러리였고 부케도 받기로 했다. 결혼 소식은 3월 말에 들었고, 그 사이사이 우린 몇 차례 만났다. 친구의 신랑을 소개 받은 것은 결혼식 2주 전이었는데 둘 다 청첩장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이메일로 보낼래? 했더니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말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도착하질 않아서 연락을 했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친구가 빌려간 불의 검 애장판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워낙 거리도 멀고 무겁기도 하니 택배로 부치고 청첩장도 끼어서 보내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다. 친구는 이미 우편으로 청첩장을 보냈다고 했다.

 

"책을 결혼식장으로 들고 가면 좀 그렇지? "

 

 

 

 

 

 

 

 

아니, 장난하나. 거리도 멀고(한 시간 반!) 분명 높은 굽 신고 갈 것이고, 결혼식 당일 정신 머리로 그걸 어떻게 챙기나. 택배로 부치라고 했다. 편의점에 가서 부쳐도 좋고. 비싸지 않냐고 걱정한다. 많이 비싸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알았다고 했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뒤 친구네 집 근처에 볼 일을 만들어도 될 것 같아서 약속을 잡을까 했는데 선약이 있다고 했다. 만나면 그냥 내 배낭에 책을 담아올 생각이었는데 한참 바쁠 때이니 안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내게 보낼 청첩장만 엄마가 실수로 안 보내셨다고, 다음 날(수요일) 다시 보내겠다고 했다. 알았다고 했는데 수요일 저녁 편의점에서 전화를 한 것이다. 택배 보내려면 포장은 자기가 해야 하냐고. 아니, 얘가 계속 장난하나....;;;;;  네가 포장해야 한다고 하니 상자가 마땅치 않다고 한다. 그래서 내일 오전에 우체국으로 가라고 했다. 아니면 금요일까지 청첩장 도착 못 한다고. 책은 나중에 보내도 되지만 청첩장은 결혼식 전에 보내야 한다고. 그랬더니 너무 정신 없어서 그랬다고 우는 소리를 하더니 다음날 보내겠다고 했다.

 

2. 금요일이 되어 고민을 했다. 지난 번 머리를 파마하지 못하고 자르기만 했더니 영 상태가 안 좋았다. 아침에 미용실에 가서 드라이를 하고 가자니 식장이 멀어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다. 우리 동네는 모두 10시나 되어야 문을 여는 것이다. 식은 1시였지만 들러리답게 두 시간은 일찍 가줘야 되지 싶어서. 그래 친구는 식장에 몇 시에 도착하나 물어보려고 통화를 했다. 예의 청첩장도 물어보았는데 어제(목요일) 보냈다고 한다. 책은 부내지 않고 청첩만 보냈다고. 어떤 걸로 보냈냐고 물었다. 내 생각에 빠른 등기로 부쳐야 금요일에 올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모른다고 한다. 왜 몰라? 그랬더니 정신 없어서 모르겠다고. 그럼 가격 기억나냐고 물었다. 대략 천몇 백원 나오면 빠른 등기겠거니 싶어서. 근데 가격도 모른다고 했다. 아니 얘가 정말...(ㅡㅡ;;;;)

 

하여간, 그렇게 청첩장은 받지 못하고 토요일이 되어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식장 근처 미용실을 들어갔는데 드라이 비용이 25,000원. 미용실 가서 드라이 받은 게 처음이라서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 우리 동네는 15,000원인데..ㅜ.ㅜ

접힌 부분 펼치기 ▼

 

 (사진 펑!)

 

펼친 부분 접기 ▲

 

날도 더운데 그냥 확 올려버리고 갔다 올 걸 그랬나. 물론 결혼식장은 아주아주, 동태가 될 정도로 추웠지만.

 

 

손톱 관리 받은 건 작년 초에 이어 두번째인데, 하루도 안 되어서 손톱이 부서졌다. 흑...;;;;

 

결혼식장에 도착해서는 둘 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생각보다 준비가 오래 걸리지 않았나보다. 친구가 따로 웨딩 촬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디카랑 핸드폰 최고 화질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여기서 내 이름은 제2 카메라.ㅎㅎㅎ

 

 

3. 결혼식 마치고 식사하는 도중에 언니한테 문자가 왔다. 우체국 택배가 왔는데 아주 무겁다고. 아핫! 책을 같이 보냈구나. 근데 책 안 보냈다고 말한 걸 보니 이 친구가 보낸 게 아니구나 싶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빠가 보내셨다고. 근데 이날도 청첩장은 같이 오지 않았다. 청첩장은 결혼식 마치고 사흘 뒤인 화요일에 도착했다. 270원짜리 우표를 달고서.

 

하.하.하... 버럭! 난 이게 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청첩장은 기본 아닌가? 청첩장을 잊고 온 2주 전부터 청첩장을 보낼 기회는 아주 많이 있었다. 당연히 바빴겠지만 그래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수년 전에 고등학교 때 절친이 결혼할 때도 비슷했다. 결혼 날짜 잡고 나서 신랑이랑 같이 한번 보자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는데 계속 바쁘다고 미루더니 끝내 보지 못하고 결혼식에 가게 되었다. 그래서 청첩장을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때 좀 빈정 상했더랬다. 얼굴 못 보고 부르니 미안하게 됐다며 전화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문자 하나 띡 보내면서 주소를 묻는 게 역시 성의가 없어 보였다.

 

둘째 언니는 늘 청첩장 보내지 않으면 결혼식도 안 가겠다 주의였다. 그런 말을 듣고 지내서 나도 청첩장에 예민하게 구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친한 친구였던 만큼 섭섭하다. 친구는 이제 신혼여행에서 돌아왔을 것이다. 찍어둔 사진이 워낙 많아서 폴더 하나를 통째로 만들었다. 이메일로 보내줘야지.

 

4. 며칠 전에는 부채를 사러 인사동에 갔다. 작년에도 접는 부채를 하나 샀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쁜 부채 고를 마음에 첫번째 가게부터 들러보았다. 매장 바깥쪽 상자 안에 여러 부채가 있었다. 하나를 펴보니 색은 있지만 그림이 없는 무지였다. 하나를 더 펴보니 역시 색만 다른 무지였다. 기왕이면 무늬도 있고 글자도 있는 걸 고르고 싶어서 다른 크기의 부채를 펴봤다. 그러자 매장 안에 있던 사장님이 나오면서 이렇게 말한다. "만지는 것 다 살 거예요?"

 

읭? 누가 만지는 걸 다 사나? 만지면 무르는 과일을 주무른 것도 아니고! 그러더니 나더러 놀러 왔냐고 묻는다. 읭?? 부채 사러 왔다고 하니 찾는 디자인을 말하란다. 자기가 골라 주겠다고. 아니 이 무슨 그지 같은 경우가 다 있지? 언짢아서 나와버리니 뒷통수에 대고 욕을 한다. 되돌아가 따지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그냥 돌아온 게 영 찝찝했다.

 

5.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학교에 화장실만 전담해서 청소해 주시는 분이 계시다. 혼자서 그많은 화장실을 담당하시려니 많이 힘드실 것이다. 이분이 내가 3월에 처음 학교 갔을 때 이틀 연속으로 화장실 쓰고 나면 물 꼭 내리라는 당부를 한 적이 있다. 당연히 물 내리고 나왔고 늘 뒷처리 신경 쓰면서 살펴보고 나오는 편이다. 처음 보는 얼굴이어서 당부를 한 것인지, 아니면 누가 쓰고 물을 안 내린 걸 내가 그랬다고 착각을 하신 것인지, 하여간 이틀 연속으로 그리 말씀하셔서 좀 불편했지만 그냥 지나쳤다. 헌데 일주일 전에는 나더러 강사비 얼마 받냐, 일주일에 수업은 몇 시간이나 하냐며 꼬치꼬치 물으신다. 역시 불편했지만 그냥 대답해 드렸다. 궁금하실 수도 있지... 그런데 이날은 화장실 쓰고 나오는데 나더러 화장실 문을 꼭 닫으라고 하신다. 난 이게 좀 납득이 안 갔다. 바깥으로 통하는 문을 닫아두고 안쪽 화장실 문은 열려 있는 게 낫지 않나? 그래야 안에 사람 있는지 없는지도 파악이 되고 환기도 잘 될 것이고. 근데 이분은 늘 바깥쪽 문을 열어두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화장실 안쪽이 보이게 만들어둔다. 그러던 분이 안쪽 화장실 문은 꼭 닫으라고, 손 씻는 동안 무려 세번이나 연달아 얘기하는 것이다. 아씨, 대체 왜 이러나! 마가 끼었나. 다들 나한테 왜 이래??? 버럭! 하고 싶었지만 역시 못 하고....;;;; 안쪽 화장실에 어제부터 휴지 없다고 휴지 끼워달란 얘기만 하고 나왔다. 그래놓고 또 어쩐지 미안해져서 신경 쓰이고... 바부팅이.

 

6. 4월부터 시작한 수영장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여전히 잘 못하지만 그래도 한달에 열 번은 가려고 한다. 생리다 뭐다 해서 몇 차례는 빠지기 마련이지만 되도록 안 빠지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수영장에 다녀와서 가방을 정리하다 보니 수영복과 샤워 타울, 그리고 수영모자를 짤순이 속에 두고 온 걸 알아차렸다. 아하하핫....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야...ㅜ.ㅜ

결국 다음 날 아쿠아를 가시는 엄니가 카운터에 부탁해 놓은 것을 찾아다 주셨다. 민망하오...

 

7. 작년 일한 것에 대한 연말 정산을 3주 전(너무 늦잖아!!)에 받았다. 당시 사용하던 급여 통장은 이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때 돈이 들어오면서 문자로 입금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그 사용료 20원을 내라고 어제 은행 쪽에서 문자가 왔다. 아, 그랬었지... 하며 20원을 이체했더니 다시금 20원 입금 됐다는 문자가 왔다. 아뿔싸! 다음 달에 알림 서비스 1건에 대한 20원 보내라고 또 문자가 오겠다. 완전 바보. 20원 보내고 그 사용료로 또 20원 낸다...;;;; 은행 들어가서 문자 알림 서비스를 해지했다.

 

8. 올해부턴 기간제 교사도 성과금을 준다고 해서 부푼 마음을 안고 작년에 일한 학교로 전화를 걸었더니 자기네는 해당이 없다고 한다. 교육청 관할이 아니라 학력인정학교여서 그렇다고. 교장 재량이라고. 이런 우라질! 완전 헛물 켰다. 속상해..ㅜ.ㅜ

 

9. 딱 일주일 전에 컴퓨터가 고장 났다. 부팅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루 기다려봤는데 안전모드로도 접속이 되질 않아서 결국 컴을 밀어냈다. 원래 쓰던 운영 체제 그대로 쓰고 있는데 그 후로 '페이지에 문제가 있습니다'라면서 브라우저 충돌 메시지가 계속 뜬다. 출석 체크해서 받는 포인트도 분명 받았는데 적립이 되어 있질 않고, 알라딘에서는 다들 보인다는 '목차'가 보이질 않고 어제는 입금 통보 알림 서비스 해지하러 은행 사이트 들어갔는데 메뉴도 안 보이는 것이다. 여러모로 난감하다. 익스플로러 7 쓰는데 xp라서 윗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도 안 된다. 일주일 만에 다시 밀어야 할 것 같다. 형부 나 좀 도와줘요...ㅡ.ㅜ

 

10. 요새 일본 잡지 무크지에 홀려버렸다. 당연히 일본 말은 모르고, 잡지는 원래 안 좋아하는데, 부록으로 주는 가방이 탐이 나서였다.

 

 

 

 

 

 

 

 

급 흥분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뭘 지를 것인가 마구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언니가 싸늘한 한마디를 던져 주었다.

 

"부록은 부록일 뿐이야."

 

아, 그렇구나. 이성을 찾아야지. 일단 지금 눈독을 들인 건 맨 앞의 두 개다. 쿠폰 할인을 받으려면 같이 주문을 해야되지만, 왠지 그러면 후회할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 일단 상태를 봐야 계속 주문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겠다. 피츠제럴드 에코백도 마구마구 땡겼는데 하나 있는 100자평이 제동을 걸었다. 사뒀는데 마치 신발주머니 같은 분위기 아닐까? 고민 고민 중... 피츠제럴드 이름만 예뻐~ 검은색은 너무 더워보일까나?

 

마지막의 츄츄는 다현양에게 어떨까 생각 중이다. 근데 요새 만원짜리 가방도 편하게 들고 다닐 만한데 무크지 부록들은 대체로 2만원 선이라서 역시 고민스럽다. 실물을 보거나 후기라도 보이면 참고가 될 텐데 그게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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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6-0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크지 부록은 책이 부록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ㅎ

마노아 2013-06-08 16:28   좋아요 0 | URL
오, 이것도 명언이군요. 책이 부록이라니! 사실 책은 아웃 오브 안중이었어요. 저한테는 그냥 광고지죠.ㅎㅎ

BRINY 2013-06-0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스포삭 무크지 부록들은 거의 괜찮지 않나요? 전 해마다 사는 편이에요. 올해는 백인백에 도시락용 런치박스(사실은 조금 떨어진 대형마트에서 생치즈를 사올 때 담아오려고)까지 샀어요.

마노아 2013-06-09 01:33   좋아요 0 | URL
레스포삭 훌륭하지요. 브라이니님 산 그 백인백을 저도 사서 언니 선물했는데 잘 쓰고 있어요. 이번에 고민을 했는데 백인백은 있으니 패스했어요. 사실 인터에서 50% 할인해서 8천원대에 판매한다는 소식 듣고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이미 품절됐더라구요. 하하하, 이번엔 검은색으로 구입하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다락방 2013-06-0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속상합니다 속상해요.
마노아님은 실물이 훨씬 더 예뻐요 진짜. 물론 사진에서도 마노아님의 장점이 잘 드러나긴 하지만 사진은 마노아님의 미모를 많이 죽이는것 같아요. 사진 밑에 설명 좀 써놔요. 실물은 이것보다 이백배쯤 더 예쁨, 이렇게요.

마노아 2013-06-09 17:03   좋아요 0 | URL
내 사진은 다락방님이 찍어줄 때 가장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우리 조만간 봐요.
프로필 사진 바꿔야겠어요. 다락방님을 만나지 못하니 프로필 사진이 모두 남의 사진이에요. ㅋㅋㅋ

hnine 2013-06-0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까 사진 봤지요 ^^ 좀 비싸더라도, 앞으로 중요한 자리에는 드라이 하고 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주 예뻤거든요.
수영장 한달에 열번 가기가 더 힘들지 않나요? 전 매일 안빠지고 가든지, 아니면 쭉, 그냥 결석해버리는 타입이라서요. 이렇게 극과 극이랍니다 ㅠㅠ

마노아 2013-06-09 23:02   좋아요 0 | URL
헤헷, 미용실 다녀온 티가 났나요? 다행이에요.^^
제가 다니는 강좌는 월수금 주 3회반이에요. 한달 내내 풀로 가더라도 12, 13회 정도? 보통 공휴일이 한차례씩은 끼더라구요. 예전에 친구는 월수금과 화목반을 같이 등록해서 일주일 내내 다녔다던데 확실히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고 하네요. 저는 영 늘지를 않아요.^^;;;;
 
모리 카오루 습유집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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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독특하다. 표지가 무려 두 개다!
겉표지 안쪽에 표지가 하나 더 있는데 좌우가 반전된 그림이다.
원하는 그림으로 씌우라는 소리!
속 표지가 더 얇기는 하지만 어차피 이중 커버니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맨 아래쪽은 껍데기 벗겨놓은 단행본과 부록으로 들어 있는 스케치북 사진이다.

'습유집'이라는 말이 낯설다.
빠진 글을 보충해 엮은 책이란 뜻인데, 헤이안 시대에 이치죠 천황의 칙명으로 편찬한 노래집의 제목이기도 하단다.
그러니까 이런 제목의 책이 일반화된 것은 아니고 작가 모리 카오루가 이곳저것에 연재하거나 부록으로, 또 특집으로 만들어두었던 것들을 모아모아 모아서 펴낸 그림책으로 보인다.
사실 일본 작품 중에는 이런 식의 특별 부록이 많았더랬다.
흑집사는 그걸 캐릭터화 해서 팬시용품을 많이 만들었고, 여러 작가님들은 아예 일러스트집을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일러스트집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보다 낙서장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작가님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깨알 같은 재미가 있으니 무척 신선하다 하겠다.
목차만 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을 넣었는지 알 수 있다.
참 창작욕이 넘치는 작가님이다.

안경 낀 여중생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으로 탄생한 그림이다. 아주 짧았다. 4쪽 정도 되던가? 그 다음에는 아주아주 큰 교복을 입고 다녀서 헐렁이라고 불렸던 여학생의 이야기인데 졸업식 때 단추 뜯어가는 일본 문화가 보여서 흥미로웠다. '네가 없는 낙원'에서 이런 풍습을 보고 재미있어 했다. 밀가루 뿌리는 것보다야 훨씬 건전하지!

저 빵빵한 바디라니! 엄청 육감적이다. 뒷모습이 도리어 더 섹시하다. 꼭 노출을 해야 섹시미가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건강미까지!
잡지 이름을 사용한 일러스트인데 깜찍한 홍보로 보인다.

그리고 신부 이야기의 첫번째 신부 아미르의 신부 의상이다.
이 그림을 그리며 석류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감을 잡았다고 한다.
여백이라고는 없는 꽉 찬 그림인데 그렇다고 답답해 보이진 않는다.
엄청난 공력을 기울인 그림이다.

윗 그림은 서점 배포용 깔개 커버라고 한다. 자유롭게 그려달라는 소리에 말떼를 그려 보았다고.
말의 체온과 바람까지 느껴지는 현장감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성공했다.

중앙아시아라고는 하지만 그루지야나 아제르바이잔 같은 코카서스 지방 쪽에 더 가까운 설정이라고 밝혔다.
연재 전에 구상해 둔 얼굴과 옷인데, 얼굴의 느낌이 좀 변한 듯하다.
나로서는 지금의 그림이 더 좋다. 좀 더 유목민스런 느낌이랄까?
조금은 더 동양적인 느낌도 들고...

취재 시간 동안 동영상을 찍으며 밑그림부터 스크린톤 마무리까지 해낸 그림이라고 한다.
우와, 이걸 직접 보았다면 엄청 더 놀랐을 것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흑마는 섹시함 그 자체.
아미르는 사냥을 해도 멋지고, 다소곳이 앉아 있어도 근사하다.

아래 그림은 오랜만에 접하는 엠마다.
안경 쓴 메이드라는 설정이 여전히 독특하다.

이쪽은 셜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코제트를 처음 만났을 때 사준 인형의 느낌이다.
소녀 셜리가 성장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여전히 청순 그 자체일지도...

제복도 좋아하나 보다. 교복은 특히 넥타이를 좋아한다고.
나도 넥타이 좋아한다. 무척 답답한 도구지만...

정말 습유집스럽고, 작가의 개인 취향을 느끼게 해준 게 바로 이 코르셋과 난로 편이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19세기에 유행한 코르셋과 난로를 서민에서부터 귀족까지,
여러 쓰임새와 다양한 악세서리까지 세밀하게 담아냈다.
글자가 많지만 이런 걸 뜯어보는 재미도 크다.
참고자료까지 소개해 주었는데 이런 책도 있구나 싶어 놀라웠다. 대단대단!!

히나마츠리 그림 보면서 모리 카오루 작가가 기모노 입는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도 훌륭하겠다 생각했다. 이마 이치코 작가처럼 말이다. 워낙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들도 귀찮아하지 않고 즐겁게 그리는 분이니 취향에도 잘 맞지 않을까?

오른쪽 그림은 마지막 부분인데 감상문을 적어서 출판사(대원씨아이)로 보내면 모리 작가님께 보내준다고 쓰여 있다.

이 책은 작년 8월에 출간됐고 나는 올해 6월에 읽었으니 감상문을 보내는 것은 무리!
(물론 시간이 맞았어도 쓰진 않았겠지만...ㅎㅎㅎ)

초판 한정본 부록으로 같이 들어 있는 '러크 스케치집'의 그림이다.
습유집 본편보다 이쪽 스케치집이 더 재밌었다. 개인적으로는!
돌려라 셜리~ 돌려라 엠마~라니, 재밌다. 빨리 돌려보면 입체로 보일지도 모른다.
프릴 블라우스에 쇼트 팬츠, 삭스에 뮬까지. 작가님 표현처럼 파괴력 있는 조합이다.
카리스마 있는 눈매까지 더해져서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이 동시에 보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마치 무슨 서커스를 보는 기분으로 감상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그림을 그리니 운동감과 리듬감이 같이 느껴진다.
대단한 작가님!!

있는 힘껏 메이드에게 바람을 보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린 아래쪽 그림.
바람을 맞은 뒤의 어떤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을 것만 같다. 이를테면 몹시 로맨틱한 쪽으로!

안경 매니아라면 이 구도를 싫어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단언하며 그린 그림이다.
하하핫, 안경 매니아는 절대로 아니지만 분위기 있어 보여 좋다.
엠마는 무척 교양미가 있는 여자였다.
메이드 복을 입어도 귀부인처럼 우아함이 보였다.
수다스럽지 않은 성격도 그녀의 분위기에 한몫을 해냈을 것이다.

육감적인 인물이라서 클로즈업 해봤다. 하킴 걸즈라고...
그라비아 포즈란다. 음... 에로 영화 포즈란 소린가???
가슴 계곡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팔등신이 아니어도 충분히 모델이다.

엄청나게 동물원에 가고 싶던 날 그림을 그리며 참았다고 한다.
우와, 만화가란 그런 사람이구나. 동물원 대신 동물을 그리며 마음을 달래다니,
놀라운 능력자다! 물개 포즈가 가장 마음에 든다.

마수직 언니가 은행 입금하러 갈 때 유니폼에 자전거 타는 모습이 좋았다고 한다.
치마 입고 자전거 타는 일본 사람 영화에도 많이 나오던데(주로 등교 길 학생)
그럼 속에 체육복이라도 입지 않을까?
유니폼 입은 언니는 어떤 안전장치가 있을지....

치마 저고리 입은 한국 학교 학생이 엄청 귀여워서 쫓아가고 싶었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면 나도 쫓아가고 싶어진다.
이 그림에서 양말이랑 구두가 제일 마음에 든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톰 소여!
넓게 펼쳐진 배경과 당당히 우뚝 선 채 보여주는 뒷모습이 의젓하다.
마음에 든다!

스케치집 두 권의 표지 그림이다.
거친 그림이지만 여전히 섬세하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매력적인 모리 카오루 작가의 습유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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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3-06-0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리 여사의 메이드에 대한 애정이 절절한 언제가 모리 여사 스케치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본적 있었는데 몇시간에 걸쳐 그리는 그림이 진짜 대단한 왠만한 애정없이는 이런 그림이 나오기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마노아 2013-06-08 13:50   좋아요 0 | URL
뭔가 마이나스러운 취향을 굉장히 메이저스럽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어요.
스케치 동영상 보셨군요! 어땠을지 궁금해요. 막 장인정신이 느껴질 것만 같아요. 모리 작가님 참 좋아요.^^

BRINY 2013-06-09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셨군요. 참 보물상자같은 책이에요. 모리 작가님, 존경스럽구요~~

마노아 2013-06-09 01:30   좋아요 0 | URL
꿈과 직업이 일치된 사람을 보는 느낌이에요. 한획 한획 심혈을 기울인 그림들이 돋보여요.^^
 
은밀하게 위대하게 1
최종훈 지음 / 발해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오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개봉했다. 예매를 해두고서 생각해 보니 원작을 먼저 읽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예전에 1권을 사두었던 게 생각이 나서 영화 시작 전에 부랴부랴 읽어 보았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 있었다. 원래 첩보물이라는 게 흥미진진하기 마련이지만 북한에서 넘어온 엘리트 공작원이 바보 행세를 하고 있다는 설정은 더더욱 관심을 끌어버렸다.

 

 

똑똑한 녀석이 멍청한 역할을 하는 건 속아주는 재미가 있기는 한데, 2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인간 병기가 되어버린 이 청년이, 무려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이 똑똑하고 강한 사내가 2년 씩이나 바보 역할을 하면서 썩었다는 건 좀 설득력이 없다. 개연성은 꽤 떨어지지만 하여간 그 설정 때문에 이 작품에 개그가 성립된다. 동시에 북한과 남한의 차이로 인한 반응으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월 2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주인공은 스스로를 부자라며 벅차 한다. 월세 15만원을 받으며 네 개의 방을 세주는 달동네 할아버지는 최고의 갑부로 여기고 있다. 에이 설마, 공화국에서도 자본주의 사회 남한에 대한 공부가 있었을 텐데 진심으로 믿진 않았겠지????

 

반년에 한 번은 동네 주민들에게 길에서 대변 보는 장면을 노출시켜야 했다. 날마다 주민들 보는 앞에서 슬라이딩을 하며 바보 행세를 하는 것 가지고는 부족했나 보다. 예쁜 아가씨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여주었으니 청춘 로켓이 날라간다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닐 것이다. 가엾은 것!

 

문제는 간첩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간첩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보면 고정 간첩, 특파 간첩, 이중 간첩 등등등... 정말 많은 간첩들이 등장한다. 모르긴 해도 정말 그렇게 숨어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다르다. 무려 '꽃미남' 간첩이 셋씩이나 등장하니까! 영화가 흥행이 된다면 바로 그 꽃미남 파워지 싶다. 액션이 있으니 영상이 주는 효과가 크지만 함량으로 본다면 아무래도 원작 만큼은 아니었으니.

 

 

한 팔로 물구나무 서서 팔굽혀 펴기를 100개나 해낼 수 있다면, 공화국 특급 전사 맞아 보인다.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양손으로 해 보이는데 피아노줄 안 썼나 모르겠다. 영화 '올드 보이'에서 유지태는 유선으로 휘어지는 매끄러운 요가 씬을 피아노 줄 달았다고 했는데 말이다. 그림처럼 저렇게 매끈한 근육을 김수현도 만들었는데 너무 규격화된 식스 팩이 도리어 야생 들개보다 헬쓰 트레이닝의 결과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고생은 했으리라.^^ 

 

내가 기대를 건 것은 딴따라로 위장한 리해랑보다 어린 조장 리해진이었다. 어떤 배우가 연기를 했나 보았더니 선덕여왕에서 어린 김유신과, 대왕 세종에서 어린 세종 역을 맡았던 이현우라는 아역배우 출신 연기자였다. 그가 원류환에게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서 원작만큼 설명을 다 해내지 못한 건 좀 아쉽지만 분위기나 이미지의 느낌으로는 좋은 캐스팅 같다. 그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의형제에서 강동원이 그랬듯이, 이렇게 북에서 남파되어 온 엘리트 간첩은 우락우락 힘깨나 쓰게 생긴 얼굴보다 여리여리해서 힘 못 쓰게 생긴 얼굴이 더 설득력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마냥 기다리며 바보 행세하는 건 무척 답답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달동네 순박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은 그가 살면서 한번도 누려보지 못한 평화였고 사치였다. 그도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아마 저때는 절절하게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바로 아래 사진의 제목이 마음 아팠다.

 

 

들개로 태어나서 괴물로 길러진 인생. 특수 임무를 띠고 간첩이 되어 내려온 것도 가혹했지만, 이유도 모른 채 제거 대상이 되었다. 제거의 이유도 설득력이 좀 약했다는 게 흠인데, 그나마 영화보다는 원작 만화가 좀 더 개연성이 있기는 했다. 그리고 이들 셋을 훈련시켰으면서 이들을 제거하러 온 북한 교관 출신 김태원! 이 역할을 배우 손현주가 맡았다. 얼굴의 흉터와 의안인 듯한 눈 분장으로 아주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서 출연했다. 역시 연기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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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7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7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13-06-0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영화 보고 싶은데... 주말에 애들을 떼어놔야 보러갈 수 있는데 말이죠.

마노아 2013-06-07 13:56   좋아요 0 | URL
지금도 상영관을 휩쓸고 있으니 천천히 보셔도 일찍 내려갈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예요.
배급사에서 몇 백만은 알아서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세실 2013-06-0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봐야지~~~ 김수현 매력에 풍덩 빠져볼래요^^

마노아 2013-06-07 13:58   좋아요 0 | URL
주말에 풍덩 빠졌다가 오셔요. "해줄 거지?" 할 때의 매력적인 미소가 오래오래 생각나네요.^^

세실 2013-06-10 13:5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맞아요. 어제 봤어요^^ 해줄 거지? 아아~~~
바보 연기도 좋았고, 슈트 입은 모습도 멋지더라구요~

마노아 2013-06-10 15:08   좋아요 0 | URL
남자배우는 역시 슈프빨이죠!
신세계에서 이정재가 그리 멋졌던 것도 슈트빨!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