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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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정작 그의 작품은 그닥 아는 게 없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를 읽었는데, 내게는 원작보다 영화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갈증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이번에도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부랴부랴 책을 읽었는데 초반에 몰입이 되지 않아 힘들었다. 이번에도 내게는 영화 쪽이 더 선명하고 좋았다. 개인적으로 바즈 루어만을 좋아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좋아하니 시너지 효과가 있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1920년대 미국 사회에 대한 정보도 없는 관계로, 혼탁하고 무질서했던 당시의 사회상을 영화는 영상과 음악으로 함께 보여주니 훨씬 이해도 쉽고 몰입도도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분명 원작이 훌륭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왜 '위대한' 개츠비가 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영화는 그 부분도 아주 쉽게 설명했다. 그걸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작중 화자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걸 이해했다.

 

작품을 보면서 개츠비에 대해 연민도 느끼고 부러움도 느꼈다. 그가 일생을 건 여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걸 몰랐다는 데에 연민을 느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던져 사랑할 대상을 갖고 있다는 것에는 하염없는 부러움이 일어버린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그렇게 절절한 사랑도 한번은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작품이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 강남 나눠 있듯이 미국 동부의 도시에서도 이스트에그와 웨스트에그로 나뉘어서 서로를 디스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흥청망청 부어라 마시고, 또 윤리와 도덕이 실종된 시절을 살다가 벼락처럼 경제대공황을 맞게 되는 거겠지. 필연적인 결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폐해는 전 세계가 함께 겪어야 했다. 참, 안타까운 역사였다.

 

민음사 버전의 위대한 개츠비는 내 입장에서 번역이 크게 좋지 않았다. 말끝마다 "형씨"라고 붙였는데, 영화에서는 "친구"라고 번역했다. 뉘앙스를 생각할 때 영화 쪽이 더 어울리게 들린다. 그밖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역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소 만족스럽지 않았다. 해서 시간이 좀 더 흐른 다음에 다시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싶어졌을 때는 타 출판사 번역으로 접해 보고 싶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단순 비교가 힘들겠지만, 그보다는 다르게 다가올 위대한 개츠비가 궁금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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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Kitchien 5
조주희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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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 완료 버튼만 누르면 되는 리뷰가 날아갔다. 어제 컴퓨터 새로 깔면서 바이러스를 먹은 듯한데 모든 백신 프로그램이 안 깔린다. 깔아도 열리지 않는다. 강력한 놈이다. 며칠 사이에 컴퓨터를 4차례 다시 깔았다. 새로 포맷해 달라고 형부한테 말하기도 아주 민망한 상황.. 하아... 포토리뷰라 저장도 안 되어 있다. 흑흑....ㅠㅜ 그래서 일반 리뷰로 다시 쓴다. 불끈!

 

 

첫번째 이야기는 오래 전에 끊어진 인연을 찾은 노년의 사랑에 대해서 다뤘다. 이때 등장한 매생이 굴국밥.

끊어졌던 인연을 다시 이을지, 먼 길 돌아 다시 본 것만으로 자족할 지 알 수 없지만, 뜨거운 매생이 굴국밥과 3월의 눈은 가장 아릿한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남고와 여고는 수능 전날 옛날식 엿을 바꿔 먹는 전통이 있다. 이때 각 반의 엿상자를 들고 담을 넘는 배달맨의 미모가 중요했는데, 가수 데뷔를 앞두고 있는 꽃미남 김욱을 끌어내리고 담을 넘은 용감한 학생이 있다. 수험생이니 잠시 사귀는 것을 중단하자고 했던 그 못난 놈이 뒤늦게 용기를 내어 고백하러 온 것이다. 물론, 그건 자기 사정이고.... 김욱을 기다리던 다른 여학생들은 어쩌라고... 몰매도 좀 맞고, 욕도 많이 얻어먹었지만, 저리 용기를 낸 게 참으로 가상하지 않은가. 뭐... 쫌 부럽네. 아주 쪼오끔...;;;

 

 

이혼해서 따로 살고 계신 엄마를 불쑥 찾아온 아이의 이야기이다. 반갑지 않은 건 아니지만 놀라버린 엄마에게서 방문의 이유를 선뜻 말하지 못한 아이. 엄마는 아이가 7살 적에도 이렇게 찾아왔을 때 수프를 끓여주자 잘 먹었던 것을 기억해서 다시 수프를 끓인다. 엄마가 끓여주었기 때문에 최고였던 거라는 걸 엄마는 알고 계실까.

 

쓸쓸해진 아이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근사한 배경이다. 결국 찬바람 잔뜩 쐬고 눈밭을 걸었던 아이는 감기에 걸려 엄마가 준비해준 특제 저녁을 먹지 못한다.

 

 

지금 오뉴월 감기에 걸려 후두가 심하게 부은 나로서도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수프가 간절하다. 물론, 나는 햄버거라도 잘 넘길 사람이지만...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패러디 한 팥죽 아가씨와 남자 친구 이야기다. 아가씨의 팥죽을 먹고 힘이 되기로 한 집안의 친구들이 두 사람의 인연을 단단히 묶어주는 재밌고 귀엽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아, 팥죽 먹고 싶다. 팥죽, 팥죽!!!

 

 

모던 보이도 빠지지 않는다. 현직 국어 선생님이신 작가님의 특성을 십분 살려 각종 문학 작품이 맛깔스럽게 녹아 있다.

이번 이야기의 소재는 설렁탕! 아아아아, 목구멍이 아픈 나는 이렇게 뜨거운 국물로 목을 지지고 싶은 마음 뿐!!!

 

 

채식을 선포한 네 여인이 채식 식단으로 풀코스를 서빙해 주는 곳에서 그동안 섭렵해온 온갖 배우와 가수, 아이돌 등등 훈남들을 모조리 식탁 위에 올리는 재미난 이야기였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나도 좋아하는 이들. ㅎㅎ

그런데 서빙하러 온 총각이 훈남 중의 훈남이 아닌가! 입으로는 채식을 하며, 눈으로는 육식을 즐기는 여인네들의 아주 기름기 흐르는 이야기였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마지막 이야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인생을 정리하는 모습이 담겼다. 가족들은 아버지께 알리지 않았지만 이미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직감한 아버지는 재산을 모두 딸의 통장으로 입금해 주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본다.

 

자신을 기다리는 정성 어린 식탁의 고마움을 이제사 깨달았다. 그 고마움의 주체가 된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까지 모두 더해서.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아내가 정성을 다해 끓였을 동태탕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간다. 뜨거우면서 시원한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 더 뜨거운 것이 가슴을 치밀고 올라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꾹 참고 국물을 넘기셨으면... 이날의 따뜻한 밥상이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서로의 시간을 위해서 말이다.

 

 

마지막 편은 거의 부록 같은 느낌이었다. 작가님이 추억하는 가장 이상하고도 괴상한 음식 베스트 5였는데, 대미를 장식한 것은 단무지 도시락이었다. 평범하게는 먹을 일이 없을 저 식단은 새내기 시절 선배들 따라 시위에 참가했다가 유치장 신세를 지면서 먹게 된 것이다. 심각할 수도 있는 내용을 유머 있게 잘 넘겼고, 재미와 감동도 매번 잘 버무려 주신다.

 

날로날로 그림도 좋아지고 있고, 여러모로 키친은 즐거워지는 책이다. 좋은 음식만화, 감동만화로 장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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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6-1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반으로 줄었다. 그치만 날려먹은 걸 다시 불러올 재주가 읎다...;;;;

2013-06-11 0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1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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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11: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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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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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2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2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3-06-12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왜 '키친'을 '치킨'으로 읽었을까요... ㅡ.,ㅡ
책이 재밌어 보입니다. 하지만 배고플 때는 금서가 되겠죠? (웃음)

마노아 2013-06-12 13:52   좋아요 0 | URL
제가 예전에 그렇게 알아먹어서 결혼식 마치고 피로연장을 못 찾아서 헤맸던 적이 있답니다. 약 반년 전 일이네요. 네비에 잘못 입력해 놓고 빙긍빙글...^^ㅎㅎㅎ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 오만가지 거짓말로 덮어버린 하나의 진실
신상철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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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명박 정부 시절에 가슴 아팠던 사건이 정말 많았다. 용산과 쌍용자동차는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게 가슴을 누를 지경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답답한 사건이 있었다. 진실이 지나치게 덮여버려서 가까이 가기가 좀처럼 힘들었던 그 이름은 천안함이다. 사건이 있던 2010년 3월 26일의 그 아찔했던 순간과, 함수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까지 초조하게 장병들의 생환을 기다리던 27일의 일정도 그대로 떠오른다. 혹시라도 기적처럼 46명 장병들이 살아서 돌아오지 않을까, 지금쯤 가족들은 얼마나 초조하게 1초 1초를 버티고 있을까 심장이 뛰었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장병들은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진실도 그렇게 묻혀버렸다. 이후 얼마나 많은 공방들이 있었던가. 좌초다, 피로파괴다, 어뢰다, 기뢰다 등등등. 때마침 지방선거를 앞두고 파란색 매직으로 ‘1번’이라고 쓴 어뢰가 발견되었고 또다시 북풍이 몰아치나보다 잔뜩 긴장하고 분노하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은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종북좌파’ 인증이 되어버리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참, 기막힌 현실이다.

 

이 책은 천안함 사건에 가장 깊숙이 들어가서 연구를 했을 사람 중에 하나인 신상철 씨의 천안함 사건 보고서다. 진실을 파헤치려 할수록 압박이 들어오고 민형사 소송으로 정신을 빼놓고 어떡해서든 그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했지만 그는 꿋꿋이 버텨내면서 이 책을 썼다. 과학적 데이터 앞에서 할말이 없어진 사람들은 그가 자격 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이에 그는 자신이 얼마나 배에 대해서 전문가인지, 천안함 사고에 얼마만큼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앞부분에는 그가 배와 엮인 인연과 경력에 대해서 소개하는데 마치 천안함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조선 공장의 총감독으로 일했던 그의 손에서 탄생한 배가 열세척이다. 배의  A부터 Z까지 꿰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가 가진 온갖 전문성이 천안함의 진실에 다가가도록 밀어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경력 이야기 하다가 한진중공업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기업은 참... 여러모로 사람 질리게 한다. 돈 앞에 사람의 안전과 생명은 보이지도 않는 것인지......

 

한진중공업으로서는 가장 만만한 게 같은 계열사인 한진해운에서 발주한 선박이었다. 다른 회사 배에는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우리 배에 대해서는 툭하면 자재를 바꾸고, 도면 무시하고, 심지어는 계약서나 사양서 내역과는 전혀 다른 설비를 장착해놓고도 막무가내로 버팅기기 일쑤였다. -56쪽

 

처음 사건이 일어났을 때 최초 보도는 ‘좌초’였다. 대통령은 북한 소행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이 자꾸 흐려져 버렸다. 앞의 말을 뒤집고, 앞서 보도되었던 시간이 수정되고, 바로 그 수정된 것들이 발각이 되고 유가족들에게 브리핑 때 했던 말들도 뒤엎어 버렸다. 마치 ‘좌초’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어뢰’ 쪽으로 가닥을 잡고 뭐든 짜맞추려고 애를 쓰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그렇게 뒤뚱거리며 조각을 맞추기엔 너무 규모가 큰 사건이었다. 신상철 씨의 표현대로 무려 1200톤이나 되는 육중한 선박에 새겨진 흔적들 아닌가.

 

선박이 좌초하면 반드시 선체에 그 흔적이 남게 된다. 따라서 나는 “천안함이 인양되는 순간 천안함 좌초 여부는 확실하게 가릴 수 있다”고 단언했다. 아이들이 뛰어 놀다가 넘어져도 상처가 남게 마련인데 하물며 1200t의 육중한 선박이 육지에 부딪혔는데 흔적이 없을 리 있겠는가. -105쪽

 

 

천안함 함수 사진이 알려준 사건의 내용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함수를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급히 수색하고 있는 것처럼 쇼를 했지만 처음부터 함수는 바다 위에 떠 있었고 그 함수를 해경이 지키고 있었다. 함수는 정확히 16시간 22분이나 가라앉지 않고 있었고, 국방부가 가라앉은 것으로 발표한 시각 이후로도 무려 13시간이나 더 떠 있었다. 그런데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함수 쪽에는 생존자가 없다고 여긴 탓이었겠지만 적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필요한 조치를 했더라면 그 안에서 갇혀 죽은 한명의 대원은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함미는 3분 만에 가라앉아서 생존자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함수는 오랜 시간 떠 있었다. 그 안에 홀로 갇혀서 구조를 기다렸던 대원이 가졌을 절망의 16시간이 잔인하고 잔혹하다. 대체 함수도 아니고 함미도 아니고 우리 정부와 군이 찾아서 지키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거기에 '제3의 부표' 진실이 담겨 있다.

 

구조에 투입된 해군 잠수요원 함주호 준위는 바다 속에서 반파된 천안함과는 다른 물체를 확인하고 부표를 설치했다. UDT 동지회 회원들은 제3의 부표 아래에서 어떤 큰 구조물을 보았다고 했는데 길이 60여 미터의 물체가 수심 20미터 이하에 침몰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상철 씨는 천안함이 좌초 후에 제3의 부표 아래에 있는 미상함과 충돌했다고 보았다. 라디오 반민특위에 출연했을 때는 바로 그 ‘미상함’이 어느 나라 잠수함인지에 대해서도 밝혔고 근거도 제시했는데 이 책에서는 말을 아꼈다. 다른 지면을 빌려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인터넷에서도 꽤 이름이 회자된 제3의 나라. 적어도 추가로 떠오른 시체 4구가 천안함 장병도 아니었고 미군 측도 아니라고 했으니 정말 제3의 어떤 나라가 있을 거라고 짐작 가능하다.

 

뭐든 정권교체 실패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지만, 저자 분도 그런 바람을 가졌던 것처럼 혹시라도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섰다면 숨겨졌던 진실이 조금은 드러나지 않았을까? 이 책을 보면서 더 기가 막혔던 것은, 2010년만 하더라도 천안함의 진실을 파고들며 애를 썼던 공중파 방송국과 기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은 해직 기자가 되어 있고, 프로그램은 사라지거나 고유 색깔을 잃어버렸고, 현재 상대적으로 가장 볼만한 뉴스는 SBS가 차지하고 있다. 하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ㅜ.ㅜ)

 

충돌 건에 대해서는 서로가 조심하는 입장이니 말을 아끼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이용해서 설명한 좌초라는 증거, 어뢰 폭발이 아니라는 증거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천안함이 최초에 좌초된 것을 알려주는 증거들은 매우 많다. 배에 남겨진 증거들이 모두 그러했고, 사건 발생 직후 보도(당연히 군 관계자의 녹취록과 보고서로 확인된)된 내용들도 일관되게 좌초를 이야기했다. 분단 국가를 살고 있고, 남북 대치 상황도 많았으니 이런 사건이 있을 때에 북한을 의심할 수 있다. 북한 잠수정이 왔는지 안 왔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저쨌든 천안함에 남겨진 흔적들은 그것이 적어도 어뢰 ‘폭발’은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배에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손상은 전혀 없는데 어뢰 폭발로 인한 침몰”이라는 합조단의 발표는 어떤 사람이 “몸에 화상으로 인한 상처는 전혀 없는데 화상으로 사망했다”는 논리나 다름없다. -140쪽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 딱 이런 수준의 발언이었다. 인간 어뢰는 뭐... 말하자니 내가 다 부끄럽다...;;;;;

 

몇 해 전에 천연가스 버스의 가스통(8개 중 하나)이 폭발해서 20대 여승객 하나가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버스는 물론 인근 상가의 유리창까지 다 깨져버렸다. 폭발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30년 동안 바다 속을 잠수하며 살아온 알파잠수의 이종인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폭발이 있으면 그 파편이 사람을 쳐서 다치는 걸로 생각하기들 쉬운데 그게 아니다. 일단 폭발이란 ‘단시간에 일어나는 산화작용’이다. 그게 뭐냐면 많은 양의 열이 나고, 큰소리를 내고, 그 다음은 기체의 팽창이다. 그 세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게 폭발이다. 어떤 밀폐된 공간에서 어떤 조건을 주면 폭발하게 되고 그러면 그 안에 있는 생명체, 생명체 중에서도 포유류는 허파를 갖고 호흡을 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허파까지 공기가 도달하게 되고, 그러면 허파가 터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다시 빠져나오는 반작용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때 인체구조는 반사적으로 닫혀버린다. 숨이 딱 멈추면 목이 경직되는 것처럼 인체가 경직되어 닫히는 현상. 그렇게 되면 그 압력으로 인해 코피가 터지는 것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목이 날아가는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실제 현상은 진주만 폭격 때 많이 발생했는데 구조하러 들어간 미군 잠수부가 들어갔다가 기절했다고 회고록에 쓴 걸 봤다. 시신들이 모두 목이 떨어진 채 둥둥 떠 있었던 거다. 격실 안에 있었는데...- 161쪽

 

물고기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하고 형광등 하나도 깨지 못하는 어뢰? 그야말로 유행어처럼 친환경 녹색 어뢰인가? 이건 마치 “탁!하고 치니까 억!하고 죽었더라.”처럼 설득력도 없고 성의도 없다. 국민을 얼마나 졸로 봤으면. 그러나 정말정말 기막히게도, 그런 정부의 설명이 먹힌다. 아, 진심으로 부끄럽고 슬프다. 이건 개연성이라곤 전혀 없으면서 우연만 난무하고 출생의 비밀이 꼭 들어가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신상철 씨는 다 모으면 별 14개에 속하는 사람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그놈의 명예훼손 소송도 지긋지긋하다. 바른 말 좀 하려고 하면 이렇게 재갈을 물려버린다. 참, 후지다.  지금도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인데 그 와중에 국가보안법으로 엮어서 큰 화를 입을 뻔하기도 했다. 다행히 검사가 상식이 있는 분이어서 혐의 없음으로 판결이 나왔다. 그 후 해당 검사는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 상부에 밉보여서 좌천된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당장에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라 화끈하게 진실이 밝혀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어찌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살아남은 장병들은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입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 지금처럼 정보가 도처에 널려 있는 세상에서 권력의 힘으로 얼마만큼 진실을 가릴 수 있을까. 더구나 이렇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데이터들 앞에서.

 

그러나 진실은 늘 힘이 있지는 않다. 진실은 오랜 기다림을 요구하기도 한다. 진실이 마침내 드러날 때까지, 마침내 올바른 힘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먼저 지쳐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는 지구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진실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려지고 덮여지고 왜곡되는 그런 세상을 살고 싶지 않다면 더 힘을 내어서 좇아가보자. 무관심이 아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덧글) 약간의 오타들이 있다.

 

10

일국의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 군인의 신분이나 다름없으니 그리 부르겠습니다.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나

11

참으로 가엽습니다.>>>가엾습니다.

105

그것은 천안함이 인양 후에야 밝혀질 수 있는 것이었다. >>> 인양된 후에야

138

폭발에 의한 그을음이이나 열에 의해>>>그을음이나

140

절단부에서 발견된 시신 약간 긁힌 흔적 외에 어떤 손상도 없다. >>> 시신에

143

밀가루 사이로나 자동체 분체도료장에서 >>> 자동차?(어느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147

케미켈 운반선 두라3호는 인천에서 화물(휘발유)를 풀어준 후>>>화물(휘발유)을

179

‘사고 지점 수심 47미터’ 역시 중요기는 마찬가지다. >>>중요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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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6-1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가 되면 이 책을 읽게 되겠지만, 저는 천안함과 관련되어 이 책의 주장대로 좌초가 맞다고 전제해도, 좌초가 북한 소행으로 바뀌게 된 이유가 더 궁금합니다. 천안함 침몰 이유 이전에 다른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을 것 생각되는데, (제 상상력으로 상상이 안 되지만,) 침몰 원인에 대한 논란 자체가 핵심적인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마노아 2013-06-10 20:53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딱 잘라서 대통령이 북한 소행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던 게 궁금해요. 그냥 사실을 얘기한 건지, 혹여 남북 문제를 고려한 건지 말이지요. 이전 정권에서 북한은 못하는 게 없는 나라였잖아요. 뭐든 갖다 붙이기 일쑤였지요. 어차피 분쟁이 있기 때문에 하나 더 보태도 별 차이 없다고 여기는 걸까요? 이번 남북장성급 회담에 눈길이 가요. 이제는 좀 한발자국 앞으로 나갔으면 하네요.

2013-06-10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1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0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0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3-06-1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못 읽습니다.
안 그래도 혈압이 높은데,
이 책 읽으면 심장이 터져버릴지 몰라요.

좌초, 가라앉았다는 함수, 물기둥, 영웅, 뭐하나 말도 안 되는 일들의 연속이죠.
북한, 어뢰설 이런 코믹한 것들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신문에서 진실처럼 떠벌여졌던 그당시 생각하면,
심장이 아직도 불뚝거립니다.
용산에서 짓밟힌 촛불은 천안함 진실에 대해서는 입닫고 말았지요.
무서운 나라입니다. ㅠㅜ

남북 회담은... 나아가기 위한 게 아니라, 남북의 부정한 정권이 담합하려는 작태로 보이는데요... ㅠㅜ

마노아 2013-06-10 22:46   좋아요 0 | URL
작년 4월이었던가, 관련한 방송(라디오 반민특위) 듣고는 어찌나 섬뜩하고 무섭던지, 또 기막히고 가엾던지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의자놀이에서 그런 대목 나오잖아요. 용산 때 간을 보고 쌍용을 진압했다고요.
천안함도 그 연장선일지도 몰라요. 우린 정말 많이 당했고, 움츠러들었고, 그리고 사실 무서워 하고 있죠.
저 리뷰 쓰는 것도 한 번 숨을 골라야 했답니다.
아아, 그런데 남북 회담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일까요? 뭘 기대하는 게 바보같은 걸까요.ㅜ.ㅜ

아무개 2013-06-1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시면서 한 번 숨을 고르셨을법 합니다.

제 주변은 한나라당 아니면 나라가 빨갱이화 되서 망할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그득한 관계로 이런 이야기는 차마 해볼 생각도 못해요.
그래도 리뷰 읽고 나니 뭔가 시원하기도 하고.....참 쪽팔리기도 하고 그러네요.


마노아 2013-06-11 22:06   좋아요 0 | URL
정치가 우리의 삶과 무관한 게 아닌데,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정치 이야기하면 질색팔색하는 분들이 많아요.
연세가 있으시고 전쟁을 겪었거나, 혹은 전쟁을 겪은 세대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세대라면 교육이 힘으로 그럴 수 있다고 여기지만 그 세대 이후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 사회적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택을 할 때 무력감을 느껴요. 설득할 자신도 사실 없고, 지켜보는 것도 답답하구요. 말해도 안 먹히는 일이 더 많구요.ㅜ.ㅜ
 
어쿠스틱 라이프 4 어쿠스틱 라이프 4
난다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친정'이란 말을 의도적으로 쓰지 않고 꼬박꼬박 '우리집'이라고 부르던 난다.

향수병으로 눈물을 보이자 사정 모르는 친정 엄니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엄마한테 숨기면 안 된다고 말하는 부분이 뭉클했다.
그래 저렇게 무조건적으로 일단 내 편부터 들어주는 내 가족이 있지.
바로 서울 사는 남동생 투입되지만, 그렇게 얼굴 보면 또 멋쩍어지기 마련.
이럴 땐 자매가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메밀~묵, 찹싸알~떡!
금세 지나쳐가는 아저씨를 잡기 위해 돈을 담아 바구니를 내리고, 물건을 받으려고 했건만,
아저씨 손수 빌라 윗층까지 올라오셨다는 이야기.
둘은 어처구니 없었겠지만 귀엽기만 하다. 천생연분!

새로 출시된 게임 멋보려 게임방 갔다가 취재 나온 기자에게 붙잡힌 남편!
게임 개발자라는 신분을 숨기고 그냥 게임 매니아인 척 했다는 후일담!
명함 달라는 고도의 함정도 무사히 넘겼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번번이 붙잡히는 것은 겉모습에서 이미 오덕의 아우라가 내보이는 탓일까?

게임기에 음료수 엎어서 난리난리 친 이후 조심조심하는 난다.
발로 안 끄고 손으로 껐다는 대답에 공손히 두손으로 껐냐는 반응이 재밌다.
나였어도 닥쵸! 했을 거다.^^

서로 취향이 아주 다른 부부. 한 방에 컴퓨터 두 대를 놓고 서로 다른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취미 생활을 할 만큼 발전했다.
그래도 상대방이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조금씩은 관심을 가진다.
오, 이것도 꽤 근사하다.
사실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면 더 잘 살 것 같아 보이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과 반대 성향의 사람들과 맞춰가며 사는 듯하다. 많이 다른 와중에 뭔가 통하는 게 있어 인연이 된 게 아닐까?

털털2에 조신1의 비율, 가끔 양념처럼 등장하는 애교 0.5라니.
그야말로 귀여운 난다다. 책 속에서 표현되는 것보다 실물은 더 사랑스럽고 재밌을 것 같다.

실질적인 도움은 아무 것도 되지 않아도 기분 나빠 힘들 때 힘이 되어줄 절대적 원군으로서의 남편! 이것도 근사하다. 실질적인 도움까지 된다면야 금상첨화지만, 뭐라도 되어주는 존재란 고마운 거지. 난다도 필시 남편에게 그런 존재겠지. ㅎㅎ

부동산 계약을 잘못해서 계약금으로 두달치 월급을 날렸을 때, 멘붕 상태 온 아내를 중국 요리 시켜가며 네 마음의 평화가 더 중요하다는 남편!
아아, 근사하고 바람직하구나. 물론 날려버린 돈은 눈물나게 아깝지만.
그걸로 싸우지 않고, 그걸로 구박하지 않고 이렇게 울타리가 되어준다.
이러니 난다가 얼마나 남편이 고마울까. 역시 궁합이 잘 맞는 부부다. 아후, 완전 부러워!

집 구하러 다니면서 된통 당한 난다가 알려주는 집구하기 충고!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돈을 가진 건 나니까 당당하게 묻고 요구하라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부동산 가서 얼마 가지고 있냐고 물으면 괜히 주눅들잖아. 그러지 말자.
네쪽에 걸쳐서 팁을 실어주었는데 사진이 하나네. 두장 찍은 줄 알았는데....;;;;


하여튼! 이번 편에도 깨알같은 재미가 잔뜩 숨어 있었다.
5권 예약판매 받던데, 연재는 끝이 났고 아마 5권이 완결편이지 싶다.
1,2권 재밌께 보고 3권을 아직 못 봤는데 어쩌다 보니 4권부터 보게 되었다.
크게 문제될 일 없으니 이런 역진행도 괜찮다. 3권 잊지나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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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6-1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혹시 마노아님.....?? 으흠..??

마노아 2013-06-10 15:07   좋아요 0 | URL
응? 혹시 뭐요? 으흠????

아무개 2013-06-10 15:20   좋아요 0 | URL
어 혹시 마노아님....?? 으흠...?? 뭐요??? @..@

마노아 2013-06-10 20:55   좋아요 0 | URL
신혼이야기가 내 이야기였음 좋겠어요.(>_<)

L.SHIN 2013-06-10 22:20   좋아요 0 | URL
확실히 마노님은 아니에요. 마노님은 절대로 상대방에게 '닥쳐'라고 살벌한 말은 못할 분이니까..
그러고보니.. 난 이 말을 언제 해봤더라..?

마노아 2013-06-10 22:47   좋아요 0 | URL
아, 그게 저 말이죠. 거친 중학생들을 상대하다 보니 최근 입이 좀 거칠어졌습니다.
아해들이 거칠게 말하면 오히려 통한다고 여기는지 덜 대들더라구요.
물론 이때의 거친 화법은 유머와 적절히 조화를 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6-1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혼이야기가 내 이야기였음 좋겠어요" 제가 듣고 싶은 댓글이었어요...ㅋㅋㅋ

어여 늑대 허리띠 하나 장만하시길..

마노아 2013-06-11 10:33   좋아요 0 | URL
내 이럴 줄 알았어요. 흥, 칫, 핏!

재는재로 2013-06-1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웹툰 보고 있으면 문제점이 바로 결혼하고 싶어진다는 사실 솔로한테는 염장지르는 그래도 보게 되는 매력의 한군이 너무 귀여워서 진짜~

마노아 2013-06-11 10:34   좋아요 0 | URL
요거랑 마조 앤 새디 읽으면 정말 알콩달콩 신혼부부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져요. 아아아, 온 세상이 염장질을 해요.(>_<)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 오만가지 거짓말로 덮어버린 하나의 진실
신상철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12월
구판절판


한진중공업으로서는 가장 만만한 게 같은 계열사인 한진해운에서 발주한 선박이었다. 다른 회사 배에는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우리 배에 대해서는 툭하면 자재를 바꾸고, 도면 무시하고, 심지어는 계약서나 사양서 내역과는 전혀 다른 설비를 장착해놓고도 막무가내로 버팅기기 일쑤였다.

- 56쪽

함수가 가라앉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되었다면 함수에 부표를 설치하여 확보했어야 하고 이미 구조된 인원 외에 추가 생존자 확인을 위해 잠수사를 긴급 투입했어야 할 시간을 아무 대책 없이 날려 버린 과오를 범한 것이 된다(실제로 함수에 있던 대원은 모두 구조된 것으로 발표했으나 함수가 최종 인양된 4월 24일 함수에서 사망 대원 1명이 발견되었다).

- 70쪽

천안함 함수는 사고 이후 16시간 22분간이나 가라앉지 않고 있었고, 국방부가 가라앉은 것으로 발표한 시각 이후로도 무려 13시간이나 더 떠 있었다. 국방부는 이런 훤한 거짓말을 통해 뭘 감추고 싶었던 걸까?

- 71쪽

전장 87m의 거대한 배에서 반파된 35m 길이의 함미가 사고 지점 반경 200m 내에, 그것도 수심이 40m에 불과한 곳에 가라앉아 있는데 찾지 못하다가 어선의 도움을 받은 해경의 첩보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 게다가 그 첩보마저 한동안 묵살해버렸다는 것이 쉬 납득이 가는지? 이렇듯 국방부와 해군이 침몰한 천안함을 기를 쓰고 찾지 않으려 한, 그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숨기려한 이유는 뭘까? 무슨 다른 일이 벌어져 그러고 있었던 걸까?

- 75쪽

선박이 좌초하면 반드시 선체에 그 흔적이 남게 된다. 따라서 나는 “천안함이 인양되는 순간 천안함 좌초 여부는 확실하게 가릴 수 있다”고 단언했다. 아이들이 뛰어 놀다가 넘어져도 상처가 남게 마련인데 하물며 1200t의 육중한 선박이 육지에 부딪혔는데 흔적이 없을 리 있겠는가.

- 105쪽

상륙선 등 의도적인 목적을 갖지 않은 선박이 운항 과실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인하여 육지(해저지반)에 얹히는 것을 ‘좌초’라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배가 암초에 얹힘’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대개 ‘단단하고 날카로운 바위에 얹히는 경우’만 연상하게 마련인데 부드러운 뻘밭에 얹히는 것도 좌초다.

- 106쪽

침수가 시작되었다면 좌초된 상태에서 선박을 빼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다. 차라리 좌초된 상태대로 있다면 흙이나 모래가 손상 부위를 막아줘 해수 유입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지만, 좌초된 선박을 빼내게 되면 그 순간부터 수압이 더 세어져 손상 부위로 해수가 급격히 침투하게 된다.

- 113쪽

그런데도 항해장교는 왜 좌초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함선을 빼내려 했을까? 참으로 불가해한 의문이지만 유추하건대 야간에 선박이 저수심에 얹혀버린 데 따른 심리적 압박감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그랬지 싶다. 한편으로는 암초에 부딪힌 것이 아니라 모래톱을 파고 들어간 비교적 부드러운 좌초였으므로 별 손상을 입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 후진으로 빠져나가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항해장교가 좌초 상태에서 가장 먼저 취했어야 할 조치는 함장에 보고하는 일이었다. 그러면 함장이 함교로 달려와 확인한 후 함대에 보고하여 구조를 요청함과 아울러 기관장에게 지시하여 보수요원으로 하여금 선저에 심각한 파공은 없는지, 침수가 발생했다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여 그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그랬다면 한 사람의 희생도 없었고 배도 무사했을 것이다.

- 113쪽

만약 천안함이 온전한 상태에서 갑자기 반파되었다면 함미는 몇 시간 아니 최소한 수십 분 정도라도 떠 있었어야 한다. 당시 대원들이 격실 내 생존해 있었다면 격실 밀폐로 공기 부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을 것까지 감안할 때 수십 분 정도는 가라앉지 않고 버텼어야 한다는 추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함미는 불과 3분여 만에 가라앉았다.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바로 천안함이 반파되기 이전에 이미 상당한 침수가 진행된 상태였음을 말해주는 것이고, 반파와 동시에 엄청난 해수가 유입되면서 함미의 잔존부력을 급속하게 없애버렸다는 결론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 117쪽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는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의 하나로, 어떻게 우리 땅이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인천에서 대략 180km, 쾌속정으로 약 4시간 반 거리다.

- 125쪽

이 해역에서는 바로 별표 위에 있는 저수심 지역은 등대 혹은 해상부표를 설치하여 야간에도 불빛으로 경고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협수로 역시 유사한 해양교통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에서 우리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의 해군 초계임무는 지속될 것이며, 22척의 우리 초계함 역시 같은 해역에서 같은 작전에 투입되어 같은 활동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진실을 밝히는 일은,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넘어 동일한 사고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절박한 요청이다.

- 130쪽

기본적으로 피로파괴는 상선(화물선)에서 많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늘 화물을 실었다 풀었다 하기 때문에 엄청난 하중의 변화가 수시로 발생하고 그로 인해 선체 강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피로도가 누적되고 그것이 어느 순간 균열을 일으켜 선체를 절단시키는 손상까지 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군함의 경우 탑재된 중량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통상 군함이 피로파괴로 침몰했다는 사례는 해난사고 역사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133쪽

합조단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탄약고·연료탱크 에 손상이 없고 전선 피복상태가 양호하므로 내부폭발 아니며, 선저에 긁힌 흔적이 없고 소나 돔 상태가 양호하므로 좌초가 아니며, 절단면이 복잡하게 변형되어 있으므로 피로파괴가 아니며, 선체 내·외부에 폭발에 의한 그을음이나 열에 의해 녹은 흔적이 전혀 없고 파공된 부분도 없으니 비접촉폭발”이라는 것이다.

- 138쪽

참수리 357호는 연평해전에서 북한 경비정의 포격을 받고 침몰했다. 따라서 ‘좌초가 아니라 포격에 의한 침몰’이다. 함선이 좌초하지 않았을 경우 선저 상태가 어떠한지를 참수리 357호가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천안함) 선체가 가라앉아 해저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니 바닥에 손상이 생겼다는 합조단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참수리 357호가 잘 대변하고 있다. 참수리 357호는 천안함과 마찬가지로 서해 조류가 거센 해역에 가라앉았으며 20여 일간 침몰해 있던 천안함보다 훨씬 더 긴 53일간이나 물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 139쪽

“배에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손상은 전혀 없는데 어뢰 폭발로 인한 침몰”이라는 합조단의 발표는 어떤 사람이 “몸에 화상으로 인한 상처는 전혀 없는데 화상으로 사망했다”는 논리나 다름없다.

- 140쪽

미디어오늘이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와 인터뷰하여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 가라앉은 배에서 찾은 실종자 시체 상태를 증언한 책을 보면 건진 시체의 모습은 대부분 목이 날아가 있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이것은 직접적인 폭발에 노출되지 않았더라도 선체외판에 전해지는 충격파만으로도 선내에 있는 사람들의 목이 절단될 수 있을 만큼의 압력이 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144쪽

천연가스 버스에는 각 탱크당 120리터의 압축천연가스가 주입된 8개의 연료탱크가 실려 있다. 8개 중 하나가 폭발했을 뿐인데도 버스 유리창이 모두 박살나고 인근 상가 유리창까지 깨졌다. 그런데 360kgTNT 어뢰가 폭발한 천안함은 어떤가? 형광등이 멀쩡했다.

- 146쪽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 문답)
폭발이 있으면 그 파편이 사람을 쳐서 다치는 걸로 생각하기들 쉬운데 그게 아니다. 일단 폭발이란 ‘단시간에 일어나는 산화작용’이다. 그게 뭐냐면 많은 양의 열이 나고, 큰소리를 내고, 그 다음은 기체의 팽창이다. 그 세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게 폭발이다. 어떤 밀폐된 공간에서 어떤 조건을 주면 폭발하게 되고 그러면 그 안에 있는 생명체, 생명체 중에서도 포유류는 허파를 갖고 호흡을 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허파까지 공기가 도달하게 되고, 그러면 허파가 터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다시 빠져나오는 반작용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때 인체구조는 반사적으로 닫혀버린다. 숨이 딱 멈추면 목이 경직되는 것처럼 인체가 경직되어 닫히는 현상. 그렇게 되면 그 압력으로 인해 코피가 터지는 것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목이 날아가는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실제 현상은 진주만 폭격 때 많이 발생했는데 구조하러 들어간 미군 잠수부가 들어갔다가 기절했다고 회고록에 쓴 걸 봤다. 시신들이 모두 목이 떨어진 채 둥둥 떠 있었던 거다. 격실 안에 있었는데...
- 161쪽

천안함 사고 이후, 군대를 다녀온 중장년이라면 다들 ‘물고기 떼죽음 현상’ 여부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수류탄과 같은 아주 소박한 폭약으로 물고기를 잡아본 가락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수류탄 한 발만 까 넣으면 그 일대 물고기들이 다 하얗게 배를 뒤집고 물에 떴다.” 그런데 수류탄 하나의 화약량은 60~100gTNT에 불과하다. 천안함을 작살냈다는 어뢰가 360kgTNT이니 수류탄 3600~6000발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규모와 같다는 뜻이다. 그런 폭발을 얻어맞고도 물고기 한 마리 물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니.

- 166쪽

천안함 사고 직후부터 국방부와 해군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수색과 구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천안함 함수도, 함미도 아닌 바로 그 제3의 부표가 설치된 지점에 침몰한 ‘제3국의 미상함’이었다. 국방부는 사고 다음날 해경이 함미를 발견하여 통보했음에도 묵살했고, 함수의 경우 무려 16시간 22분간이나 가라앉지 않고 떠 있었음에도 부표조차 설치하지 않고 방치해두면서 기자회견에서는 계속 수색하고 있다는 거짓 발표를 했다.

- 187쪽

하지만 만약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고 이 사건을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속도를 낸다면 진실을 밝히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 195쪽

어쩔 수 없이 MB정권 들어 이런 저런 사건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들 혹은 검사들의 태도와 조사하는 방식을 비교해보게 되는데 대부분 예의를 갖추는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위압적이고 필요 이상으로 무뚝뚝해 보이려 애쓰는 모습들이 한결 같았다. 그러나 최창호 검사는 달랐다. 나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그렇게 상쾌한 마음으로 조사를 받아보긴 처음이었다.

- 197쪽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난 후엔 재판정에 공판검사가 나오기 때문에 최 검사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하다가 어느 날 로비에서 수사관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최 검사의 안부를 물었더니 지방검찰청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다고 한다. 정기인사 발령일 수도 있겠지만 대검차장의 눈밖에 난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해 마음 한편이 아릿했다.

- 202쪽

천안함 사건으로 감사를 받아 징계 대상에 포함된 비운의 사나이들을 제외하고 천안함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던 대부분의 군 고위 인사들은 징계 대상자들과는 달리 오히려 진급을 하거나 영전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

-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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