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의미 민음의 시 169
김행숙 지음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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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볼 수 없는 것이 될 때까지 가까이. 나는 검정입니까?
너는 검정에 매우 가깝습니다.

너를 볼 수 없을 때까지 가까이. 파도를 덮는 파도처럼
부서지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우리는 무슨 사이입니까?

영영 볼 수 없는 연인이 될 때까지

교차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침묵을 이루는 두 개의 입술처럼. 곧 벌어질 시간의 아가리처럼.-13쪽

화분의 둘레

이 작은 화분 한 개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감상할 수 있습니다. 꽃을? 꽃과 잎을? 꽃과 잎과 벌레를? 나는 화분의 세계를 망칠 수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아시겠습니까.

플러그를 뽑듯이 나는 화초를 뽑아 던질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물이 끓지 않고, 이제부터 조용해져야 하는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전화선을 자르듯 너의 줄기를 자르고, 이전과 이후과 각각인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이후에 나는 가장 가난한 삶을 생각했습니다. 지금부터, 라고 생각했습니다.

발자국이 없고, 물이 없고, 짹짹짹 새소리가 없고, 엄마가 없고 엄마가 없는. 엄마 없이 떠 있는 별의 지표면에서. 한 명의 아기도 울지 않는 별에서 살아가는 어떤 삶, 열렬하고 고독하고 게으른 삶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는 가장 넓은 화분의 둘레를 생각했습니다. 나는 걷다가 걷다가 지구에는 골목길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호주머니 속에서 동전 몇 개를 내내 만지작거렸습니다. 할 수 없는 일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많았습니다. 내일도, 라고 생각했습니다.
-44쪽

보호자

비 때문에 실내외 실외가 분명하게 구분되었습니다. 폭풍우의 효과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찻잔 속의 검은 물은 고요합니다. 아름다운 찻잔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깨지기 쉬운 도자기입니다. 값비싼 것이긴 하지만 쩗, 도자기 하나쯤이야. 당신의 아버지는 부유한 상인입니다. 소란 피우지 말고 검은 물처럼 내 안에 머무르시길. 내 안에서 마침내 임종하시길.

바닷가의 소나무들이 한쪽으로 휘어졌듯이 나는 당신을 향해 긴 팔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주위를 둘러보며 혼자라는 걸 확인하려고 합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그것 때문에 당신은 괴로워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눈동자, 당신을 위해 쉬지 않고 테이프를 감는 녹음기, 당신을 보여 주고 당신을 들려주는 나는 당신과 거의 동일한데도 말이죠. 마음속을 한없이 파고드는 것은 나쁜 성향입니다. 나를 따돌리지 마세요. 거지말이라도 좋으니, 좋습니다, 계속, 계속 속이세요. 나는 믿는 척하다가 믿겠습니다. 입술이 마음을 불러내지 않으면 끝없이 타오르는 마음은 입술을 태울 겁니다. 나는 -84쪽

그것을 악마라고 부릅니다. 나는 당신의 미래에 먼저 가 있고 싶습니다.

당신의 미래에서 당신을 끌고 가겠습니다. 당신은 악마를 본 것 같군요. 나는 그것을 꿈이라고 부릅니다. 당신은 달아났나요? 헐떡거리는 내 사랑, 내 아기, 누구의 반대편에서 깨어났나요? 꿈의 유리 조각은 내가 치우겠습니다. 잘못 만지면, 만지면...... 그러니까 아, 이 핏방울은 나의 것입니다. 이것은 진짜 피입니다. 개의치 마세요. 우리는 한 몸이니까. 이제 당신에게 당신은 보이지 않고 나만 보여요. 그렇죠? 그렇죠?-85쪽



눈을 감았다는 것

발가락이 꼬물거리며 허공으로 피어오른다는 것

발바닥이 무게를 잊었다는 것

감은 눈처럼

발은 다른 기억을 가지기 시작한다

어디에도 닿지 않은 채

그곳에 속하는-88쪽

이 책

낭독을 하겠습니다. 나는 이 책의 저자를 알지 못하지만, 킁킁 짐승의 냄새를 맡듯이 이 책의 숨소리, 문체의 숨결을 느낄 때.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 뒤에 숨겨진 사랑을 내가 은신시켰다고 생각해요.
아아, 나는 사랑 없이는 단 한 문장도 쓰지 못해요. 바람에 맡겨진 나뭇잎 같은 마음으로 낭독을 하겠습니다.
익사하려는 사람이 서서히 잠수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낭독하겠습니다. 익사하려는 사람이 갑자기 허우적거리는 마음으로, 그렇게 머리를 쳐들며 낭독하겠습니다.
이 책을 부정하고, 강하게 부정하는 마음으로 낭독하겠습니다.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녹일 듯이 뜨거운 목소리를 냅니다.
목소리에게 허공은 펄럭이는 종이입니까. 내 목소리도 하얗고 허공도 하얗습니까.
목소리는 허공을 만지고 허공은 목소리를 만집니다. 이 책이 낭독되고 있습니다. 내 목소리도 만질 수 없고 허공도 만질 수 없습니까. 지금도.
지금도 이 책은 이 책입니까.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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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독서 -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읽기
이현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서평가 로쟈님의 명성을 익히 아는 관계로 이분의 책을 고른다는 건 심호흡이 필요했다. 여러 책 중에서 그나마 이 책을 골랐던 것은 제목이 주는 평이함의 평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점이 적중했다. 필요 이상으로 겁을 냈다는 듯이 아주 쉽게, 편안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이 책은 로쟈님이 강연을 했던 내용들을 입말로 옮긴 것이다. 마치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을 때처럼 내가 현장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책 읽어주는 교수님, 아니 책을 풀어주는 서평가라니, 참으로 근사하다. 


작품은 크게 두줄기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문학 속의 여자, 또 하나는 문학 속의 남자다. 여자 편이든 남자 편이든 내키는 쪽으로 먼저 읽어도 무방하지만, 섞지는 않고 읽기를 저자가 권했다. 읽어 보니 까닭을 알겠다. 흐름! 이어지는 그 흐름을 타보니 더더더 책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드는 게 아닌가!


'마담 보바리'는 내가 읽어보지 못한 소설인데, 이렇게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이 갖고 있던 계층 의식이 흥미로웠다. 아주 표나게 잘살지도 못하고, 아주 드러나게 못살지도 않았던 중산층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무료함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계기를 만들고 있었다. 작품 속 주인공 엠마가 꼭 그랬다. 

삶이 권태에 빠지는 이유는 시골에 살아서만은 아니고, 무능한 남편 때문만도 아닙니다. 사회적 지위 탓도 있습니다. 권태는 중산층 부르주아의 정서입니다. 그보다 상류층이거나 빈곤층이라면 권태롭지 않아요. 빈곤층은 먹고살기 바쁘니까 권태로울 여유가 없고, 상류층은 정치 활동이나 사교 활동이 많아서 일상생활을 관조해볼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중간층이 문제입니다. 중산층은 대개 먹고살 만은 하지만 아주 풍족하지만은 않은 상인 집단입니다. 권태라는 건 이렇듯 특정한 사회적·시대적 조건 아래 발생한 것입니다. -25쪽

출산은 엠마에게도 현실에 만족하면서 주저앉을 수 있는 두 번째 기회입니다. 육아를 하며 아이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면 다른 일은 잊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엠마는 아이를 직접 보지 않고 유모에게 맡기는 바람에, 주저앉을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놓칩니다. 하층민은 직접 아이를 돌보지만, 중산층 이상은 보통 유모가 대신 돌보죠. 어머니는 아이를 가끔 보러 갈 뿐이에요. 육아도 하지 않고, 노동도 하지 않으니 남은 시간은 권태로 채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이 변변찮다면 더더욱 그렇게 됩니다. -27쪽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책은 '주홍글씨'라고 제목이 적혀 있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제목은 '주홍글자'이다. 그때는 제목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 의문을 갖지 않았는데, '주홍글자'라고 다시 각인하고 읽게 되니 원문의 느낌은 주홍글자가 맞다고 동의하게 되었다. 이런 수정과 교정도 반갑다. 내가 한 사색은 아니지만, 어쩐지 나도 좀 더 고민해 본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영화로 보았다. 이 책에서도 잠시 언급한 영화였는데 당시 관람하면서 나쁘지 않았지만 크게 좋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내가 원작을 읽고서 보았더라면 느낌이 좀 달랐을 것이다. 지금 이 책에서 소개한 짧은 분량으로도 영화가 더 좋았다고 기억이 조정되는 것을 보니 말이다. 


톨스토이 작품에서는 ‘적게 먹고, 가급적이면 육식을 자제해야 된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어요. 채식주의를 주장한다기보다 육식에 반대하는 것인데, 이유는 육식을 통해서 많은 열량을 얻으면 에너지가 남아도니까 욕정을 품게 되고, 도덕적으로 타락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절식을 해야 하고, 그래도 에너지가 남으면 노동으로 소진해야 합니다. 톨스토이에게 도덕적 삶이란 그런 구체적인 삶입니다. 로렌스는 도덕에 대한 관점이 조금 다릅니다. 건강한 욕정을 억압하는 게 오히려 부도덕하다고 생각해요. 자연적인 본성을 해방시키는 것이 건강이라고 봅니다. 로렌스가 쓴 편지를 보면 톨스토이를 꽤나 탐독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렌스는 《안나 카레니나》같은 작품의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두 작가가 모두 성을 중요한 문학적 화두로 다루지만 결론은 서로 다릅니다.  -97쪽

톨스토이와 로렌스를 비교한 이 부분이 좋았다. 육식으로 인한 에너지의 과잉이 욕망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 어쩐지 동의하게 된다. 현대인의 식생활은 지나치게 육식으로 변해버렸다. 학교 급식의 경우 일주일에 4-5회는 고기가 나온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그나마 2주에 한번 나오던 생선도 거의 안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채소 위주의 식단은 나부터도 오늘 찬이 좀 부실하네~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축적된 과잉 에너지를 어찌 풀꼬! 폭력적 성향의 게임을 선호하는 것도 어쩌면 육식과 좀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로렌스의 입장 또한 지지하게 된다. 예전엔 야동의 야자도 못 꺼냈던 것 같은데, 요새는 오히려 그쪽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건강한 것이라는 공감이 조성되어 있지 않던가. 성자스러운 톨스토이에게 경배를 바치지만, 세속에 가까운 로렌스 쪽이 더 흥미롭다고 여기는 건, 역시 육식 탓이야...;;;;;


남자 쪽 이야기로 건너가 보자. '햄릿'의 긴 망설임에 대해서 얘기할 때 푸훗! 웃고 말았다. 아, 이 진지한 글에 이런 유머라니!!!


《햄릿》은 행수로 따지면 약 4000행 정도 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이런 평도 가능했을 겁니다. 존 판던의 인용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운 젊은이에 관한 멋진 희곡이다. 그런데 이 젊은이의 지독한 우유부단함 때문에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할 연극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나 4시간을 넘겨버렸다. 거의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수준이었다. 연극이 절반 정도 지났을 때 나는 이렇게 소리칠 뻔했다. 빨리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인다! -138쪽

아하하핫,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런 반응이 나올까!


'돈키호테'에 붙은 소제목이 무척 마음에 든다. '그 숭고한 광기에 대하여'라니! 광기와 숭고함이 동격이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쉽게 수긍하기 어렵지만 상대가 돈키호테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는 흔히 ‘곱게 미치라’고 충고하지만 돈키호테는 ‘숭고하게 미친’ 사례라고 할 수 있을까요. 돈키호테의 모험담을 마주하게 되면 광기 없는 삶이란 무난한 공허에 불과한 게 아닌가도 싶습니다. 일상의 안락에 파묻혀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문득 ‘불쌍한 몰골’로 비칠 때 우리는 다시금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풍차를 향해 돌진해가는 이 방랑기사의 피가 우리에게도 흐르고 있다면요. -193쪽

지나치게 안온하지 못한 일상 덕분에 늘 평온한 일상을 꿈꾸며 사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돈키호테의 숭고한 광기를 선망하기도 한다. 다들 그런 이중적인 마음을 갖고 살지 싶다. 


'파우스트' 편을 읽다가는 무척 우울해지고 말았다. 이 대목 때문이다. 


파우스트의 비극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게 된다는 건데, 사실 요즘은 비극의 내용이 달라졌다고도 합니다. 현대인의 비극은 내 영혼을 사줄 악마가 없다는 거라나요.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고 하잖습니까. 단, 계약 조건이 좀 특이하죠. 일도 해주고, 영혼도 파는 거니까요. -209쪽

영혼을 사줄 악마가 없다는 것이 현대인의 비극이라니,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어디 있는가. 이 문장 안에 서러운 '을'들의 모습이 보여서 울적했다. '흑집사'의 세바스찬 같은 악마는 역시 상상의 세계에서만 등장해야 하는가 보다.


등장하는 작품들 중에서 유일하게 처음 들은 게 '석상 손님'이었다. 푸슈킨의 작품인데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대구'를 이용해서 풀어낸 문학적 감각에 감탄했다. 


헤어지면서 돈 구안은 돈나 안나에게 키스를 해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돈나 안나가 키스를 해주며 “자, 여기 이렇게”라고 말하는데, 러시아어로 키스는 남성명사라서 원문에서는 “여기 키스가 있어요”란 문장이 “여기 그가 있어요”로 표현됩니다(영어로 옮기면 “Here he is"입니다). 교묘한 이 중의적 의미 역시 푸슈킨의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가 옵니다. 기사단장의 석상이죠.

251

돈 구안이 손을 내밀며 “자, 여기……”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돈나 안나의 “자, 여기 이렇게”와 대구를 이룹니다. 러시아어로 손은 여성명사라서 “여기 손이 있네”라는 돈 구안의 말은 “여기 그녀가 있네”라고 표현됩니다(영어로는 “Here she is"입니다). 여기서도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죠. 결국 돈 구안은 돈나 안나를 남겨두고 죽음을 맞습니다. -250쪽

나의 독서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독서이건만, 그 바람에 나의 책 읽기가 더불어 즐거워지고 깊어지게 되었다. 얼마나 고맙고도 이로운 사적인 독서인가. 원래도 호의적인 인문학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문학의 효용과 가치에 대해서 더 찬사를 보내고 싶어졌다.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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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9-10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안 샀는데...사놓고 안 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요.ㅠ
도서관 책 구입할 때 리스트에 넣어야겠어요.

마노아 2013-09-10 14: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런데 방금 또 임호부님의 책을 장바구니에 투척!
매일매일 반성하고 또 지르고의 연속이에요.^^;;;

Mephistopheles 2013-09-1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렇게 비객관적인 리뷰라니...ㅋㅋㅋ

마노아 2013-09-10 14:48   좋아요 0 | URL
작품의 제목에 제대로 부합했군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국정원에 무엇이든 제보하면 국정원 시계를 준다 하는데 아무래도 전 마노아 님을
국정원에 고발해서 시계를 얻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입말 > 이 북한말이라네요 ! 입말'이란 표현을 쓴 것을 보니 마노아 님은 아주 강골 주사파'입니다.
고발하겠어요 ! 씐난다, 야호 !!!



마노아 2013-09-11 08:48   좋아요 0 | URL
엄훠, 엄훠! 저 어저께 얼음보숭이 먹었는데 이것도 모두 신고 대상인가요? 꺄아, 무섭습니당!!!

프레이야 2013-09-1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 녹음하고있는데 아주 명쾌하고 흥미로운 경험이에요. 편안하게 쏙쏙ㅎㅎ 유머러스하기까지요.

마노아 2013-09-11 08:48   좋아요 0 | URL
로쟈님이 이렇게 유머러스한 분인줄 몰랐어요. 은근히 재밌고 웃기더라구요. 으하하핫^^ㅎㅎㅎ

transient-guest 2013-09-11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평입니다. 저도 로쟈님의 책은 무조건 사서 읽고 있지요. 가끔씩 꺼내서 다시 읽으면 제가 하고 있는 독서에 대한 견주기도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책읽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을 느껴요.

마노아 2013-09-11 08:49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한권 읽었는데 긴장 풀고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무척 재밌고 즐거웠답니다.
이렇게 전문적으로 책읽기를 하고 그걸 풀어주는 분이 계신 게 고맙네요. 강연회를 직접 들어도 무척 좋을 것 같아요.^^

2013-09-11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1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3-10-1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집니다. 찜해 두어야겠어요.

마노아 2013-10-19 14:53   좋아요 0 | URL
로쟈님의 (나만의) 재발견이었어요.^^
 

  

제 1952 호/2013-09-09

수명이 가장 짧은 곤충은 무엇일까?

곤충의 수명은 기온이나 먹이와 깊이 관련돼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한 세대가 가장 짧은 곤충은 진딧물이다. 1960년 일본 도쿄과학대학의 노다 박사가 발견한 한 진딧물은 섭씨 25도의 온도에서 4.7일 만에 한 세대가 사멸했다. 1971년 미국 플로리다대학의 구티에레스 박사에 따르면 20도에서 아카시아진딧물이 5.8일 살았다. 또 198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6도에서 기장테두리진딧물이 한 세대를 마치기까지 5.1일 걸렸다.

얼핏 수명이 가장 짧은 곤충으로 떠올리기 쉬운 ‘하루살이’는 실제로 1년 정도 산다. 그럼에도 하루살이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물속에서 유충상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성충이 되어 물 밖으로 나온 후에는 짝짓기를 하고 하루 안에 죽게 된다. 물론 종(種)에 따라 수일~일주일 이상 사는 경우도 있다.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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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만날 준비됐니? - 알을 품은 아빠 황제펭귄 이야기 네버랜드 자연 그림책 6
김영미 지음, 황정하 그림 / 시공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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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펭귄이 알속의 아기에게 말을 겁니다. 

"아가, 준비됐니?"

아기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기도 바깥 환경이 얼마나 춥고 매서운지 느끼고 있거든요.

아빠가 품고 계신 알 속은 아주 따뜻하고 안전하지요. 

아기는 아직 알을 깨고 나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아빠는 아기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은 아빠 펭귄이 견뎌온 춥고 긴 겨울의 끝이 온다는 얘기일 테니까요.



하지만 아기는 겁이 나요. 

눈밭 위를 기어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도리가 없지요.

아빠 펭귄이 설명합니다. 

그건 미끄럼 타기 놀이와 같다고. 펭귄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요. 

그래도 아기는 망설입니다. 

알 수 없어 위험하게 느껴지는 미지의 세계보다는 따뜻하고 안전한 알 속이 더 나아 보이거든요.

아빠는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어야 해요. 아기 펭귄이 겁을 내지 않도록. 

아빠를 믿고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아빠가 말해줍니다. 

차디찬 얼음벽에는 보석이 숨어 있다고...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많이 있다고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 펭귄도 바로 그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존재 중의 하나이지요. 

허나 아기 펭귄이 이런 걸 어찌 알겠어요.

안 보이는데 어찌 아냐고 질문을 합니다. 

아빠 펭귄은 오로라 여왕에 대해서 말해 줍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색색의 옷자락.

보지 못했어도 그 신비로운 풍경을 상상해 본다면 충분히 호기심이 일 테지요. 

아마 직접 본다면 숨이 멎도록 아름다울 겁니다. 



사람들이 이들을 '황제펭귄'이라고 부르는 건 목둘레의 금빛 테두리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들이 '황제'로 불려 마땅한 건 위대한 사랑 때문 아닐까요. 

한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한겨울 눈보라를 선택한 사랑,

묵묵히 어린 생명을 지키는 끝없는 사랑, 이 얼마나 숭고한 이름인가요.

황제 펭귄들은 남극의 처절한 추위 안에서 알을 품은 채 그 고통을 견디어냅니다. 

서로의 체온을 보태며 원을 돌면서 바깥에 있떤 펭귄이 점차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바람을 피한 펭귄이 다시 바깥줄에 서는, '공생'과 '공존'을 아는 생명체이지요. 그게 함께 사는 길이고,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것을요. 

아기가 태어났을 때는 또 어떻던가요. 본인도 굶었으면서 태어난 아기에게 줄 물고기를 자신이 먹지 않고 보관을 하지요.

황제펭귄은 외모만 멋있는 게 아니라 마음씀은 더 근사한 남극의 신사랍니다.


자, 이렇게 지극한 사랑을 받았으니, 이렇게 멋진 세상에 대한 소개를 들었으니, 아기 펭귄도 이제는 마음이 달라졌겠지요. 

알을 깨고 나오는 아기 펭귄. 처음 만나는 세상은 무척이나 춥고 엄혹할 겁니다. 

그렇지만 그곳에는 아빠와 엄마가 있고, 또 자신처럼 세상을 처음 만난 친구들이 있을 테지요.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후, 아기 펭귄은 자신이 받은 그 사랑을 자신의 아이에게 되돌려 줄 겁니다.

그 아이가 만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설명해 주면서 말이지요.



친구 둘이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좋겠습니다. 아빠와 함께 읽어주면 더 좋겠지요. 


몇 해 전에 남극의 눈물을 재밌게 보았어요. 그 전에는 BBC에서 만든 황제펭귄 다큐도 인상 깊었고요. 

서로 어깨동무 하듯이 몸을 맞대고 원을 돌면서 추위를 견뎌내는 장면이 무척 뜨거웠답니다.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함께' 사는 것이지요. 나만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요.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은,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게 최고라는 것을 모두가 현명하게 알아차리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 우리가 같이 노력해야지요. 우리 모두를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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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9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0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0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FUSION 과학

제 1949 호/2013-09-04

곰팡이가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낸 사연

수백 년 전만해도 인간의 평균수명은 불과 20~30살에 불과했다. 태어난 아이 10명 중 3명은 1살도 되기 전에 사망했으며, 절반 정도는 10살 이전에 사망했다. 그 이유는 천연두, 홍역, 말라리아, 콜레라, 이질, 설사, 폐렴, 패혈증 같은 질병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인류는 질병의 원인을 알지 못했다. 기껏 귀신의 저주이거나 나쁜 공기에 의한 것이라고 짐작했을 뿐이었다. 인간이 걸리는 질병의 대부분이 미생물 때문이란 사실을 밝힌 사람은 파스퇴르와 코흐였다.

미생물에 의한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노력은 예방과 치료 두 가지로 형태로 발전했다. 이중 예방법은 좀 더 빨리 등장했다. 1796년 에드워드 제너는 천연두를 막기 위해 우두를 만들어 최초로 예방접종을 했다.

그러나 미생물을 직접 억제하거나 죽이는 항생제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먼저 특정 질병은 특정 병원균 때문에 생긴다는 이론이 확립됐다. 그중 독일의 에를리히는 매독균을 억제하는 특효약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무려 606번의 실험 끝에 비소화합물인 살바르산 606호를 만들어냈다. 당시 매독 치료제로 썼던 수은은 부작용이 많고 효과는 적었던 것에 비해, 살바르산은 화학요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였다.



[그림] 페니실린을 찾아낸 알렉산더 플레밍.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그러나 여러 항생물질은 인간에게도 해롭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인류 최초의 항생제는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이 찾아낸 ‘페니실린(Penicillin)’이라 할 수 있다. 플레밍은 1881년 스코틀랜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세인트 메리 의과대학에 들어가 미생물학자가 됐다. 그는 페트리접시라는 특수한 배양접시에 미생물을 키우면서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내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연구를 통해 눈물에서 추출한 라이조자임(Lysozyme)이라는 효소가 몇몇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종종 위대한 발견에는 행운이 따르는 법이다. 플레밍이 일하던 실험실의 아래층에서는 곰팡이를 연구하던 라투슈가 실험을 하고 있었다. 1928년 여름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접시를 배양기 밖에 둔 채로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에서 돌아온 플레밍은 페트리접시를 확인하던 중 푸른색 곰팡이가 페트리 접시 위에 자라있고 곰팡이 주변의 포도상구균이 깨끗하게 녹아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냥 재수 없는 일이라고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곰팡이가 포도상구균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푸른곰팡이의 대부분은 페니실린을 만들지 못하고 오직 페니실리움 노타툼(Penicillium notatum)만이 페니실린을 만든다. 그리고 이 특별한 곰팡이는 아래층의 라투슈의 연구실에서 올라와 플레밍의 페트리 접시에서 자리를 잡고 자란 것이었다.

플레밍은 문제의 곰팡이를 배양했다. 그리고 배양된 곰팡이를 새로운 액체 배지에 옮기고, 다시 1주일이 지난 뒤 배양액을 1000분의 1까지 희석했는데도 포도상구균의 발육이 억제됐다. 이로써 곰팡이가 생산해 내는 어떤 물질이 강력한 항균작용을 나타낸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그 곰팡이는 페니실리움(Penicillium)속에 속했으므로 그 이름을 따서 곰팡이가 만든 물질을 페니실린(penicillin)이라고 불렀다.

페니실린은 포도상구균 외에도 여러 종류의 세균에 대해 항균작용을 나타냈다. 특히 연쇄상구균, 뇌수막염균, 임질균, 디프테리아균 등 인간과 가축에 무서운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에 효과가 컸다. 이와 더불어 페니실린은 다른 약물들에 대체로 취약한 인간의 백혈구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과 페니실린을 생쥐에 주사해도 거의 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플레밍은 이듬해인 1929년 연구결과를 ‘영국 실험병리학회지’에 발표했다.

그러나 페니실린 상용화에는 중요한 장애물이 있었다. 곰팡이를 직접 인간에게 투입할 수는 없기 때문에 페니실린을 약품으로 정제해야 하는데 플레밍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플레밍의 위대한 발견은 오스트리아 출신 플로리와 유대계 독일인 체인 덕분에 사장되지 않고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1935년 옥스퍼드 대학의 병리학교수로 발령받은 플로리는 곧 체인을 화학병리학 실험 강사로 채용했다. 플로리는 전부터 눈물과 침 등 점액에 들어있는 라이조자임에 관한 플레밍의 논문에 관심이 있었다. 플로리는 1937년 체인과 공동으로 라이조자임을 정제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라이조자임을 연구하는 동안 항균물질에 대한 논문을 많이 읽었는데 특히 플레밍의 페니실린 논문을 읽고 흥미를 느꼈다.

1939년 플로리와 체인은 페니실린 연구에 착수했고 반년 동안의 노력 끝에 페니실린을 정제해 결정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정제된 페니실린으로 동물실험을 거듭해 1940년 의학 저널 ‘란셋’에 페니실린이 강력한 전염병 치료 효과를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인간 대상의 임상시험이었다. 이듬해인 1941년 인간에게 최초로 페니실린이 투여됐다. 패혈증으로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앨버트 알렉산더에게 페니실린 200mg이 투여된 것이다. 페니실린은 3시간 단위로 투여됐는데 그 효과는 놀라웠다. 24시간도 안 돼 알렉산더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다. 체온이 정상으로 떨어지고, 곪아가던 상처가 낫기 시작했으며 입맛도 돌아왔다.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낫다고 생각했다. 엿새 만에 임상약이 떨어지는 바람에 알렉산더는 사망했지만, 이 임상시험 페니실린의 효능을 세상에 확실하게 알린 사건이었다.

페니실린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상용화에 성공해 1943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1944년부터는 민간에도 사용돼 수많은 전염병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플로리와 체인은 페니실린의 개발자인 플레밍과 함께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렇듯 페니실린의 발견은 인간이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엄청난 무기를 획득하게 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글 : 서홍관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의사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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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9-05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남이 만들어놓은것 가져다가 쓰는데 선수이지요 ^^

아무개 2013-09-06 08:04   좋아요 0 | URL
아..정말 그런거 같아요!

마노아 2013-09-06 08:45   좋아요 0 | URL
놀라운 재능이랄까요. ㅎㅎㅎ